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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42014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하나?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하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세월호 사고 이후부터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그리고 기업들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 한다. 책상 위에서 잠자는 매뉴얼도 문제지만, 그 매뉴얼을 평소에 한번도 제대로 검증해 보지 않는 관행들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한 실제 이번 재난대응 과정에서 목격한 바와 같이 체득화 되어 있지 않은 위기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아주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정확한 의미와 정의를 가진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실제 경험해 보고, 디자인 해보고, 진행 해 본 전문가들이 상당히 극소수란 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불고 있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열풍이 자칫 잘못된 방식으로 진행되거나, 해당 논의 자체가 물거품 되어 사라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실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둘러싸고 기업 실무자들이 참고해야 할 고려사항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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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회장이나 CEO가 시뮬레이션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가?

시뮬레이션은 위기 상황을 그대로 경험하는 훈련방법이다. 따라서 실제 해당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핵심인사들은 전부 참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의전이나 여러 제한으로 인해 회장이나 CEO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석하지 않고 시뮬레이션 도중이나 사후에 보고 받는 선에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선택은 해당 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경험한다는 기준에서는 핵심 인사들의 참석과 현장에서의 현실감 있는 의사결정 연습이 권장된다.

 

  1.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시뮬레이션은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이다. 실제라면 훨씬 더 많은 관련인력들의 동원과 범위의 무한 확대가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에서는 이를 준비하는 내부 위기관리 팀과 외부 컨설턴트들이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범위를 규정한다. 여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진행 대상, 진행 시간 그리고 진행 예산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위기를 선정해 시뮬레이션 할 때 그에 대한 대응을 중앙에 위치한 위기통제센터(위기관리위원회)로 한정하는가? 담당 업무팀과 일선 실행그룹들과의 연계들을 통해 이원화 해 진행하는가? 특정 위기를 상정해 전사적으로 시뮬레이션에 참석하게 하는가? 세가지 범위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1.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는 실제로 상황관리 활동이 진행되어야 하는가?

이 또한 진행 기업의 상황을 기준으로 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고자 하는 것은 현장에서의 위기상황 감지, 현장 분석, 상부 보고, 의사결정 지원, 의사결정, 대응실행 지시, 실제 현장에서의 대응, 대응 결과 분석 및 보고, 수정 대응 의사결정들과 이 모든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관제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상황관리 활동이 시뮬레이션에서 빠지게 되면 남은 부분은 본사를 중심으로 하는 위기관리통제센터 검증 부분이 주가 된다. 그 외 상황관리에 관련한 많은 실제적 변수들과 상황진전들은 외부 컨설턴트들이 현실적인 스크립트들을 가지고 위기관리 통제선터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제공 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형식은 위기관리통제센터는 물론 일선의 상황관리 활동들이 함께 수행 될 수 있게 진행되는 통합 시뮬레이션이라고 할 것이다.

 

  1.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활동들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 가능한가?

물론이다. 특별히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는 상황적 반군(反軍) 형식으로 외부 주요 이해관계자 그룹들이 함께 참석 하는 방식이 있다. 현실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상황에 대한 관리와 정상화에 많은 관심과 노력들을 투자하게 되지만, 그 직후부터는 그 위기를 둘러싼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이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는 외부 컨설턴트들이 훈련 받은 이해관계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수요와 자극들을 제공한다. 그 자극들은 일반적으로 다수의 정부담당기관, 규제기관, 지자체, 협회, 지역주민, NGO, 피해자, 노조원, 직원, 온라인 공중에 여러 언론 등으로부터 오는 상황적 자극들이 해당된다.

 

  1. 기업 내부 위기관리팀과 외부 컨설턴트간의 역할 분담은?

기업 내부에 시뮬레이션을 실제로 진행 해 본 경험이 있다면 그 진행 경험 인력들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부족하다면 외부 경험 있는 컨설턴트들과 협업 하는 것이 권장된다. 시뮬레이션은 근본적으로 실질적인 위기관리 경험을 전사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실제 이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실무그룹들에게는 다분히 ‘정치적 행사’의 의미를 가진다. 이런 중요한 행사에 있어 미숙함이나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일부 기업들이 예산이나 여러 문제로 인해 내부에서만 진행을 기획하기도 한다. 실제 진행과정에서 이상이 없으면 문제가 없다. 결과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는 기업들이 내부에 전문적 시뮬레이션 경험자들이 있어도 대부분 외부 컨설턴트들과 협업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1.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몇 시간 동안 진행 하는 게 일반적인가?

길게는 1박 2일정도로 힘들게 진행하기도 한다. 일반 기업들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최대 8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실제로 인력과 장비들이 움직이고, 상황관리에 있어 특히 전문성을 보이는 특성을 가진 위기의 경우에는 1-2일을 연장해 진행하기도 한다. 물리적인 상황관리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건너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1일짜리 방식들을 보면, 실제 상황보다 변화 진행 상황을 5-10배정도 축약해 진행하는 방식이 선택된다. 예를 들어 공장 화재가 실제로 그 규모로 발생한다면 완전 진화에 5시간이 걸리겠지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는 위기통제센터에 1시간만에 완전 진화가 통보되는 식이다. 물론 실제 상황 시나리오로 공유되는 시간대는 5시간을 유지한다. 다만 통보와 대응에 있어 시간적 압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1.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예산 규모는?

이 부분은 현재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그리고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세계 어느 나라 정부나 기업들도 실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적은 예산을 투입하는 경우는 없다. 그 만큼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그 범위와 깊이 그리고 준비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인력과 전문성 투입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시뮬레이션 진행을 위해서는 시설, 장비, 인력, 외부그룹 동원 등에 관련 된 실제비용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유사시 본사 핵심 인력들을 후방으로 긴급 이동시키려면 많은 차량이 필요할 수 있다. 일부라도 차랑 수배 비용이 든다. 인력들이 후방으로 이동 해 숙식을 하며 업무를 진행한다면 해당 공간과 유지비용들이 산정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축약된 시설 설치와 운용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진다. 당연히 비용이 수반된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국가적 비극이 발생하고 나서야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공감하게 되었다는 사실에도 사실 비극은 존재한다. 필자가 더 비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런 충격을 통한 관심이 실제 현장에서의 전문성 부족, 인력부족, 예산부족 그리고 이에 대한 상부의 지원 부족으로 인해 다시 사장(死藏)되는 상황일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관리와 관련된 여러 지적들과 조언들을 한다. 그것들이 각자 어떤 것들일지라도 기업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항상 확인해야 하는 포인트는 하나다. “우리에게 이런 위기가 발생하면 다른 기업이나 이전보다는 더 잘 관리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다. 모자람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시뮬레이션 해서 환류관리(還流管理)하는 방법 밖에 왕도가 없다는 것을 알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그 것뿐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대한 모든 것. 참고: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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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32014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는 곧 이해관계자 관리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관리는 곧 이해관계자 관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상황파악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빠뜨리면 안 되는 작업이 이해관계자들을 선별해 내는 일이다. 이번 사건, 사고, 논란, 갈등, 이슈에서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지는 그룹이 어떤 그룹인지를 밝혀내는 작업이다. 이는 교과서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이해하고 그들 각각의 이해관계들을 이해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진 않는다.

실질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지는 그룹들을 실제 위기대응을 위한 목표공중(target audience)으로 삼아 그들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세부 활동들을 진행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조직들의 위기관리 사례들을 분석 해 볼 때 핵심 이해관계자에 대한 대응이나 관리가 일단 실패하면 위기관리 전반에 대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는 힘들어 진다.

급발진으로 문제가 있는 자동차 모델을 생산 판매한 자동차 회사에게는 누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가? 문제의 자동차를 구매해 타고 있는 실제 고객들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다. 공장이 폭발 해 일하던 협력업체 직원들이 여럿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장에게 있어 이 사고에 대한 위기관리를 위한 가장 중요 이해관계자는 사망한 협력업체 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유조선이 사고를 내 앞바다가 기름으로 뒤 덮였다면 그 바다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이 되겠다. 온라인에서 불만을 제기 해 SNS 전체를 우리 기업에 대한 성토로 물들인 경우가 있다고 치자. 이에 대한 위기관리의 우선 이해관계자는 최초 그 불만을 제기한 고객 또는 네티즌이 되겠다.

위기관리를 한다고 하면서 가끔 기업이나 조직들은 이 핵심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관리를 포기하거나 맞서 싸워 이기려 하는 모습들을 보일 때가 있다.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인식은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르지만 그 인식에 대한 가장 큰 요인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평소 공유하고 있던 철학과 가치관이다. 더욱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한국 기업이나 조직 특성상 ‘최고의사결정자가 바라보는 이해관계자관’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다.

급발진으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을 때 해당 자동차 회사 회장이 바라보는 사망고객과 그 가족들에 대한 시각이 해당 기업 위기관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공장 사고로 사망한 협력업체 직원들과 가족들을 바라보는 회사 대표의 시각. 기름에 덮인 바다로 고통 받는 바닷가 주민들을 바라보는 유조선사 대표의 시각. 온통 회사를 욕하는 사연들로 도배된 온라인속에서 최초 그 불만을 제기한 네티즌을 바라보는 해당사 사장님의 시각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흔히 고객을 왕으로 여긴다고 기업들은 홍보 한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야기한다. 고객의 만족과 안전이 우리들의 가장 큰 모토라 광고한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이야기하고, 항상 듣겠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한다. 문제는 위기가 발생한 뒤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 직후 평소 수없이 이야기하던 여러 가치들을 기억하거나 그 기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고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를 나누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 부분이 위기관리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기반인데도 이 부분이 종종 생략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급발진으로 고통 받는 고객들이 자사가 가장 중요하게 우선 관리해야 하는 핵심 이해관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그 고객들보다 이 문제에 대해 기사들을 써대는 언론사 기자들이 자사의 핵심 이해관계자라 생각하고, 이를 보고 화 내는 정부 규제 관계자들을 우선 관리하자 하는 경우가 생긴다. 공장사고로 아빠와 남편을 잃은 협력업체 직원 가족들을 외면한 채 지역 언론사 기자들을 관리하고 지역 정부 기관들을 찾아 다니며 사고 영향을 축소하는 경우도 그렇다. 기름때로 고통 받는 바닷가 주민들에 대한 대피나 피해방지 대책 보다 빨리 정부규제기관과 국회에 모종의 메시지를 던져 상황을 확대 해석하지 않게 조치를 취하는 경우도 그렇다. 온라인에서 최초 불만을 제기한 그 고객에 대한 관리 없이 네이버를 보며 직원들 여럿이 열심히 밀어내기를 하는 기업들도 그런 경우다.

위기가 심각할수록 정확한 이해관계자관을 가지는 것이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기존 기업 철학과 가치관에 기반한 이해관계자관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정해 주는 것이 CEO와 최고의사결정자들의 리더십이다. 이에 대한 이해를 평소 충분히 공유하고 반복 확인하는 활동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에 연결되어야 한다.

기업이나 조직에게 실제 위기상황이 발발했을 때 그 내부로 들어가보면 이런 문제들을 자주 목격한다. 지역주민들과 큰 갈등을 일으키는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 내부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들은 적이 있다. “이쪽 지역 사람들은 다 돈을 바라고 저러는 거지요. 그들이 이야기하는 환경이나 건강이나 그런 이야기는 다 헛소리랍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떼를 써서 돈을 더 많이 받아 내려고 저런 짓들을 하는 거라니까요” 물론 기업 내부에 이런 시각이 생기기 까지는 여러 원인들이 실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해관계자관을 가지고 있으면 시간이 흘러도 기업이 그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지지 않는 게 문제다.

온라인에서 자사의 불공정한 거래 내용을 폭로 형식으로 퍼뜨리고 있는 투쟁적인 거래처 사장을 골치 거리로 가지고 있는 기업도 그랬다. 이 상황에서 해당 기업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위기관리 활동은 빨리 해당 거래처 사장을 접촉해 불만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업 경영진들은 위기대응 회의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이미 여기 저기 우리 회사에 대해 모든 악담들을 다 퍼뜨리고 다닌 자인데 우리가 만나서 무슨 제안을 하겠어요? 그러기 전에는 대화도 하고 협상 할 여지가 있겠지만, 이미 도를 넘었는데 이제는 정면 대응하는 수 밖에 없지요” 이 주장이 얼핏 보면 전략적으로 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피해를 주장하는 거래처를 해결하지 않은 채 위기관리가 계속 대증적인 형식으로 누더기가 돼가고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이해관계자관을 가지고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들도 있었다. 판매한 제품에 문제를 제기하는 고객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생겨날 조짐이 보일 때였다. CEO가 주재한 위기관리 회의에서 그분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예산이 얼마가 들건, 고객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건 변명이나 해명 하지 말고 일단 모든 반품과 환불을 만족스럽게 받아주도록 합시다. 빨리 문제가 된 제품을 고객들로부터 회수해서 피해와 문제를 키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지요” 결국 그 회사는 해당 위기를 큰 문제 없이 관리할 수 있었다.

한 회사에서는 생산 시설 사고가 발생하자 CEO가 직접 위기대응 회의실 문을 열고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내려가서 우선 유가족을 만나야 하겠어요. 일단 내가 이동할 테니 계속 상황 업데이트 해 주세요. 수고하십시오”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이 어리둥절 해서 “지금 상황이 계속 유동적인데 흥분해 있는 유족들을 만나면 위험하지 않을까요?”하면서 CEO를 따라 나가기 까지 했다. 그 CEO는 정확한 이해관계자관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정확하게 그들간에 우선순위를 메기고 있는 리더였다. 결국 CEO의 빠른 움직임과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마음이 해당 사고를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일부 전문가들과 변호사들은 전략이라는 이유를 걸어 ‘이해관계자들을 평면적으로 보면 안 된다. 그들에 대한 우선순위도 전략적으로 정해야 한다’ 주장 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호감을 나타내는 기업들은 대부분 이 주장이 자신들이 가진 독특한 이해관계자관과 여러 편견에 부합하는 제안이라서다. 불편한 시각과 심기를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좀 더 합리적이고 편한 상태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그렇지…그렇지…’ 공감 하곤 한다. 하지만 위기관리 현장에서 딱 한가지 변치 않는 진리가 있다면 이렇다. “이해관계자들이 위기관리의 성패를 결정한다” 이해관계자들이 계속 슬프고, 아프고, 불만스럽고, 화를 내고,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나 조직이 ‘위기관리에 성공했다’ 생각한다면 그 기준은 내부적인 것일 뿐 진정한 성공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해관계자가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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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2014 Tagged with , , , 0 Responses

세월호 침몰, 10대 위기관리 실패 요인

잡지 ‘더피알’에 기고한 글입니다. ‘부실’이라는 평가 하나만으로도 개선의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세월호 침몰, 10대 위기관리 실패 요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재앙이었다. 많은 국민들은 또 인재라 부른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세월호란 이름의 여객선이 침몰했다. 수많은 승객들이 허무하게 희생되었다. 여객선 침몰을 둘러싼 핵심 위기관리 주체들의 위기관리. 여지없이 대형 재난관리 체계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세월호 침몰로 시작된 위기관리 그리고 큰 실패. 그 대표적 실패 요인 10가지를 꼽아본다.
1.선박회사의 안전규정 준수 부실
일단 위기발생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던 최초의 바리케이드가 무너졌다. 세월호를 운영하고 있는 청해진해운은 최초 몇 명의 탑승객이 승선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도 못했다. 탑승객과 함께 실린 컨테이너와 차량들의 무게와 수 또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박 내 구명조끼는 충분하지 않았고, 배가 침몰할 위기에 사용할 선박 좌우편의 구명뗏목(구명벌)은 46개(25인승)나 달려있었지만 1~2개를 제외하곤 제대로 펴지지도 않았다. 탑승직원들의 안전 조치 실행 수준들을 보면 평소 진행했다는 사고대비훈련 조차 그 수준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2.선장의 오판과 커뮤니케이션 부실
차선책으로 사고 직후 커뮤니케이션만 정확했다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 기울어져 가는 선박 탑승객들에게 선장과 직원들은 “선내에 머무르라” 커뮤니케이션 했다. 침몰이 예상되면 취해야 하는 상식적인 승객들의 이동과 집합 조치들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선내에 머무르며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기다렸다. 하지만 승객들의 인명구조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지휘해야 할 선장은 가장 먼저 선박을 떠났다. 커뮤니케이션 없는 사고는 곧 재앙을 의미한다. 세월호가 재앙이 돼버린 순간이었다.
3.구조 지원을 위한 정부간 커뮤니케이션 부실
이전 천안함으로부터 배운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초기 출동을 통해 선박 위 흩어져 있던 승객들을 구조해 내는 상황관리 활동이 진행됐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루어졌어야 할 대형 구조장비들의 입체적 동원은 즉각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무총리를 비롯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 해군, 전라남도 등이 모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긴 했지만, 일사불란한 지원과 동원을 위한 상호간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은 지체되었다. 이때부터 흡사 운동회에서 바통 수백 개를 들고 뛰는 선수들의 규칙 없는 이어달리기를 연상케 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4.정부 통합 상황 브리핑의 부실
이런 혼란 속에서 당연히 창구 일원화는 불가능했다. 어떤 정보도 정확하지 않았고, 모든 정보들이 각 참여 기관들에 의해 다루어졌다. 중복되는 숫자들이 나타났고, 오락가락 번복과 번복을 거듭했다. 각 부처가 각자 브리핑 해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했다. 당연히 언론에서는 여기 저기에서 다른 소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언론은 창구 일원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처들을 비판했고, 부처 관계자들은 정보확인 이전에 계속 정정과 사과를 하며 시간을 허비 할 수 밖에 없었다. 피해가족들과 국민들은 잘못된 정보들에 울고 웃었다.
5.피해가족 대상 커뮤니케이션의 부실
이번 사고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피해가족들에 대한 적극적 커뮤니케이션도 초기부터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육청과 학교는 사고발생 직후 학생들이 ‘전원 구조되었다’라는 루머를 그대로 유가족들에게 발표해 두 번째 상처를 주었다. 피해가족들은 지속적으로 구조상황과 정부의 구조 계획들을 알고 싶어 했지만, 적절한 정보와 업데이트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창구 일원화 자체가 요원했으니 피해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또한 일관성 있게 자주 업데이트 될 수는 없었다. 전혀 불가능했다.
6.민관 구조 체계들의 협업 관리 부실
사고직후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군 및 해경 그룹과 민간 구조 그룹들의 지휘체계 통합도 부실했다. 민간 잠수부들이 표류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민간 잠수부들을 구조하느냐 추가적 노력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선박 사고 지역 주변에 몰려들어 구조 현장 질서 관리가 어려울 정도였다. 수많은 현장인력들에게서 흘러나온 단편적인 소식들이 “카더라”가 되었고, 곧 여러 언론에 의해 기사화 되었다. 정부는 혼란스러워 했고, 피해가족들과 국민들은 흥분했다.
7.구조 체계 및 장비 개선 부실
전적으로 잠수부들의 인적 구조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천안함 구조 때와 달라진 점이 없었다. 유효한 대형 최신 장비들의 등장은 없었다. 미리 예상할 수 있었던 뻔한 상황이 펼쳐 졌다. 즉, 유속은 강했고, 날씨는 좋지 않았다. 물속 시야는 제로에 가까웠고, 수온은 차가웠다. 당연히 인적 구조는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었고, 시간은 흘러 갔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최신 장비들은 보이지 않았다. 정작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수상구조함도 구조 활동에 활용되지 못했다. 천안함 때의 교훈을 살려 1590억원을 들려 1년 7개월 전에 진수된 통영함은 아직도 시운전 중이었다.
8.대통령 및 지도급 인사들의 대응 부실
대통령도 초기부터 정확한 현지 상황을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구명 조끼를 입었는데 어떻게 발견이 힘드냐” 묻는 대통령의 질문이 방송되었다. 일부 정치인들이 군용선박을 이용해 피해가족보다 먼저 현장을 둘러 봤다.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이 무력해 보이는 지자체장들이 피해가족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일부 장관은 빈소에 들어가면서도 욕설을 들어야 했다. 피해가족들이 모인 체육관에서 의전용 팔걸이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 찍힌 장관도 있었다. 이와 같은 대형 재해 시 리더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세세하게 전략적이어야 하고 사려 깊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9.상황 관리 &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공조 부실
피해가족들은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길 원했다. 이는 위기 관리 주체인 정부가 일원화 된 창구를 구축하고, 신속 정확한 정보 입수와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를 완전 관리할 수 있어야 겨우 가능한 것이었다. 모든 재해 재난 관리에 있어 가장 존중 받아야 하는 쪽은 ‘현장’이다. 현장에서의 유효한 조치들을 위해 모든 지원 역량이 제공되는 시스템이 이상적 시스템이다. 현장에는 구조를 위한 인력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력들이 함께 협업 해야 한다. 현장 진행 활동들을 정확하게 확인 해 2선의 창구에게 지속 업데이트 해주는 인력들이 지정 파견되어야 한다. 즉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함께 현장에 있어야 한다. 오직 상황관리만이 위기관리가 아니었다는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10.통합정부차원에서의 루머 및 오보관리 부실
이번 사고에서 언론의 오보는 당연했다.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실패 한 정부 때문에 오보는 불가피 했다. 여러 언론들의 무책임한 속보 경쟁 또한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충분한 정보가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짜깁기 된 루머들과 음모론 또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들이었다. 문제는 또 이에 대응 하는 정부의 체계였다. 각 부처별로 해명을 시도했다. 각자 루머에 대한 사실규명에도 허둥댔다. 통합된 루머 대응과 정보 관리는 아마 끝까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대형 참사에 대한 정부의 위기관리 행태는, ‘평소 무관심의 민낯’ 그대로였다.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평소 정부의 무관심을 감안한다면 이번은 너무나도 당연한 대응 방식과 체계였다. 천안함을 비롯 유사 위기들을 경험했었음에도 개선하지 않는 그들의 무능함과 안이함은 경이롭다. 그렇게 아팠고, 슬퍼 울부짖었고, 곤란과 손해를 경험하며 힘들었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 버리는 망각과 불감증의 우리들도 사실 이번 참사에 있어 일종의 조력범이 아닌가 한다. 우리 스스로도 다음에는 꼭 달라야 한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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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32014 Tagged with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홍보임원들은 전사적 위기관리라는 의미를 새기자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홍보임원들에게 필요한 경영적 언어

홍보임원들은 전사적 위기관리라는 의미를 새기자

 

클라이언트사의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회사 내로 들어가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상황들이 펼쳐진다. 홍보부문이 리드하는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실행 할 때 홍보부문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지원 업무는 어떤 것일까? 홍보부문이 가장 난색을 표하는 지원 업무는 바로 실무 부서들을 하나로 모으거나, 실무부서들과 면담을 잡거나 하는 스케쥴링 업무들인 경우들이 제일 흔하다.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잘 살펴 보자. 홍보부문이 만들려 하는 것이 위기 시 홍보 업무 매뉴얼 또는 체계가 아니라면 이 전사적이라는 의미는 위기 발생 시 관여돼야 하는 모든 부서들을 하나로 모으는 체계라는 의미다. 근본적으로 기업 위기라는 것은 홍보부서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지금까지 기업 홍보부서가 위기를 관리 해 나가는 해결사의 역할을 수행했었던 것은 기업의 진화수준과 위기관리 철학을 그래도 보여주는 예전 현상이었을 뿐이다.

 

아주 작은 제품관련 위기가 발생해도 홍보부문은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를 움직이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핵심이다. 제품관련 부서인 생산, 기술, 영업, 고객관리, 마케팅, 기획, 재무, 인사, 법무 등등의 부서들이 각자의 전문성과 업무 경험을 기반으로 하나로 모여 상황 관리 체계를 굴리게 된다. 이를 코디네이션 하면서 내부와 외부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함께 하는 역할이 홍보부문의 역할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시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할 때 각 관련 부서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에 부담을 느끼는 곳이 홍보부문이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

 

기획부서와 같은 핵심 경영지원 부서들이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리드할 때에는 홍보부문들이 리드할 때와는 약간 다른 형식(ritual)
있다. 일단 기획부서들이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때에는 그 시작과 함께 CEO로부터 시작해 핵심 부서들의 최고 임원들과 프로젝트 추진 컨설턴트들과의 상견례 자리들을 만들어 추진한다. 자신 회사의 위기 그리고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최고경영진들의 생각과 조언들을 청취하고 프로젝트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와 동시에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대한 내부 공감대와 인식을 고취하는 활동도 같이 진행하는 형식이 되겠다.

 

당연히 최고임원들이 해당 프로젝트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하게 되고, 이는 곧 그 아래 핵심 실무 임원 및 팀장급들의 인식과도 연결이 된다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부서의 미팅 어랜지 요청이나 준비 워크샵등의 일정 확보와 협조가 좀더 손쉬워 지게 된다. 홍보부문이 이러한 내부 스케쥴링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내부적으로 업무를 셀링(selling)하는 방법과 정치적인 형식에 스스로 일부 낯섦이 있어서가 아닌가 한다.

 

또한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서 성공적인 리드 부서들은 중간 업데이트 보고들을 정확하게 어랜지 하면서 시간관리를 해 나간다. ‘전사적이라는 의미에서 공유와 피드백을 제하고서는 절대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활발하고 다양한 공유 세션들은 프로젝트의 원래 가치를 강화시키게 마련이다.

 

내부 정치적으로는 이런 과정에서 전사적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소극적으로 협조하거나, 비생산적인 불만을 가진 일부 부서들에 대한 압력도 가능하게 된다. 정기적으로 최고경영진들에게 업데이트 되는 프로젝트 경과에 있어 일부 부서들의 비협조는 금새 표시가 나게 마련이다. 해당 최고임원들은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분이 정기적인 공유의 힘이다.

 

바쁘지 않은 부서는 없다. 정신 없이 일하지 않는 실무자들도 없어 보인다. 매일 연이어지는 미팅스케줄들을 뚫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미팅에 참석을 권유할 때에는 사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일부 부서들의 경우 자신들의 을 기반으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홍보부서라면 이를 피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평시에도 이렇게 협조가 안되고 협력이 불가능하다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더더욱 협조와 협력은 불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평시에도 함께 마주앉을 시간과 공감대가 없는데, 어떻게 위기 시에 마주 앉아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협력들이 가능할 수 있나 하는 것이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몇 분 몇 초를 다투게 되는데 부서 상호간에 서먹함이 있고,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다면 그 위기관리 결과는 뻔하다적시 대응은커녕 대응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많은 기업들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마주 앉으라는 조언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즉각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특정 장소에 마주 앉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도록 어려워 보인다. 시뮬레이션등을 통해 평소 마주 앉는 연습을 많이 한 기업들도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하루 이틀이라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곳들이 태반이다. CEO가 배석하시는 자리라면 더더욱 어렵고 난해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이란 그냥 구호에만 그칠 뿐이다. 하나의 희망사항일 뿐 실행 가능한 체계는 절대 아니다. 근본적으로 전사적 체계라는 의미를 유지하고, 이를 실제 실행 가능한 체계로서 활성화 되게 만들기 위해서는 홍보부문이 리더십을 좀 더 강화해 멀티 부서들과의 관계 맺기가 정상화 되어야 한다.

 

전사적으로 위기를 바라보는 위기관(危機觀)을 좀더 정확하게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비록 실무에 바쁘고 지쳐 시간이나 틈을 낼 수 없지만, 중요한 위기가 발생하면 각각의 실무 부서들이 우선 순위를 조정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런 통합된 위기관의 공유는 상당히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위기라는 것은 단순히 골치 아픈 것이며, 이를 처리(?)하는 부서는 따로 있고, 가능한 이와 연계되지 않는 것이 자신을 위해 최선이라는 생각을 최대한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위기관리에 협력할 각각의 주관과 유관 부서들을 한자리에서 훈련해야 한다. 간단한 미팅도 불가능할 정도로 스케쥴링이 힘든데, 어떻게 그들을 대상으로 훈련과 토론을 할 긴 시간을 마련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들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러한 필수적인 준비의 시간을 뽑아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최고경영진의 정치적인 지원도 받아 낼 수 있어야 한다.

 

앞 부분이 가능하다면 더 한발 나아가 이를 반복해야 한다.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자신의 부서들이 진행해야 할 대응 업무에 대한 인식고취와 실행 연습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는 것이다. 각 부서들의 대응 업무들이 전사적 환경에서도 운용이 되며 상호 갈등이나 중복이 없는지 확인하는 시뮬레이션도 반복하고 반복해야 한다. 일부 홍보부문에서는 이를 연례적인 기본 트레이닝과 시스템 강화 사업으로 연간 비즈니스 플랜에 삽입 하기도 하는데 이는 대단히 전략적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중요한 프로젝트의 부서 내 리더는 팀장급 이상의 핵심 인력들이 맡아야 실제 프로젝트 완성과 성공이 가능하다. 임원들이 리드하면 더더욱 훌륭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경험한 내부 인하우스 홍보 담당자의 어려움들은 그 담당자의 직급이나 사내 영향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인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어떻게 주임이나 대리급 홍보담당자가 기획, 인사, 생산, 영업, 마케팅 부문의 실무임원들과 팀장들의 스케쥴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가능한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내부 리더는 핵심 직급의 인력이어야 한다.

 

기업의 홍보부문이 사내에서 경영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채널이 바로 위기관리다. 많은 전문가들이 홍보담당자들은 경영적 언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서 경영적 언어란 CEO를 비롯한 최고임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회사의 업무 주제와 연결된 것이어야 한다. 성공하기를 원하고 최고경영진들에게 더욱 인정받기 원하는 홍보 임원들은 절대로 위기관리 시스템이라는 주제를 놓아서는 안 된다. 이에 더해 전사적이라는 개념을 추가해 전사적 코디네이터로서 자신과 자신 부서의 역할을 강조 할 필요가 있다. 사내 협력과 협업 그리고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을 리드하는 전략적인 입지를 스케쥴링과 같은 단순한 골치 아픔 때문에 포기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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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62013 Tagged with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믿습니까?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믿습니까?

 

기업이나 정부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많은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의 부재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곤 한다. 그래서인지 기업 경영진들은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어야 위기관리 체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도 사회적으로나 업계에 어떤 큰 사건이 있으면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이런 질문을 실무그룹들에게 하곤 한다. “우리도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경영진들이 가지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가치의 핵심은 심리적 안정감으로 보인다. 회사 직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면서 나름 많은 고민들을 하고, 체계를 돌아 보았으니,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때문인지 실무그룹들은 경영진들을 위해 위기관리 매뉴얼의 분량과 부피를 극대화 하려는 노력들을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모든 위기 유형에 맞추어 세부 대응안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두툼함을 넘어 여러 본의 별책들로까지 구성된 백과사전식 위기관리 매뉴얼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든든함이 생긴다.

 

실무 그룹들의 생각은 어떨까?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해 경영진들이 가진 것과 같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반응들이 많다.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에게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 보유 사실을 설명하며 잠시 홍보목적의 자신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실무자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신뢰하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믿음이 없다기 보다는 좀 찜찜하다는 느낌들이 많은 것이다. 왜 그럴까?

 

실무그룹들은 일선에서 위기관리 업무를 해본 경험들이 있고, 앞으로 위기관리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처음 위기관리 경험을 했을 때에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고 이에 따라 대응 했다기 보다 부서의 경험과 본능들을 가지고 대응 했었다. 이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위기대응 경험 때문에 이후 만들어 진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들을 보이곤 한다. 한마디로 매뉴얼대로 해서 위기관리가 되는 줄 알아?”하는 생각이다.

 

또 실무그룹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의 비현실성과 두리뭉실함에 대해 반감을 표하기도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너무 정형화 되어 있어서, 그때 그때 대응을 달리해야 하는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들을 종종 표현한다. 일부는 불이 났다고 칩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불을 정해진 담당자들이 최단시간 내에 꺼야 한다고 이야기하거든요? 근데 그걸 누가 모릅니까? 그렇게 두리뭉실하게 말고 불을 세부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해야 꺼지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하면서 답답해 한다. 백과사전 분량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두고도 그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에 목말라 하는 것이다.

 

기업 경영진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심리적 안정의 도구로, 실무자 그룹들은 경영자들을 위한 보고 문건으로 간주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실에서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매뉴얼을 찾지 않고 다시 종전의 단발적 위기대응으로 이어지는 이유들이 대부분 이 때문이다. 놀랍게도 많은 기업들이 위기 시 위기관리 매뉴얼을 들여다 보지 않는다. 그러면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 대신 평시에 위기관리 그룹이 위기관리 매뉴얼 내용들을 머릿속에 넣어 완전 숙지하고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분량도 아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지금처럼 위기관리 매뉴얼을 몇 년마다 경영진들의 지시가 있을 때 한번씩 개정해 주는 공식 문서로만 그냥 보유 하고 있는 것이 최선일까? 현실적으로 쓸모 없다는 의견이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어쩌면 좋을까?

 

기업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놓으면 그것이 어떠한 형태든 해당 매뉴얼의 수명은 어느 정도될까? 여기에서 수명이란 최초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경영진들과 위기관리 실무그룹들에게 브리핑 해 그들이 어느 정도 매뉴얼 윤곽을 기억하고 매뉴얼 존재를 기억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의 실제 수명은 6개월에서 1년을 채 넘지 못한다. 실무자들이 바뀌고, 팀장들과 임원들이 바뀐다. 조직이 개편되어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수록된 위기관리 조직도가 옛 것이 된다. 새롭게 자리가 바뀐 직원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의 존재 조차 알지 못하게 된다. 흔히 우리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것이 있었어? 그걸 어떤 부서에서 만들었지?”하는 이야기들을 사내에서 하곤 하는데 이 때문이다.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을 살아있게 하기 위해서 위기관리 실무그룹들은 정기적으로 매뉴얼에 기반한 위기관리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경험해야 한다.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따르고 있는 아주 당연한 기업 위기관리 체계와 프로세스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가만히 놓아두면 이내 사라져 버리는 짧은 생명력을 가진다. 그렇다고 실무자들이 매일 매일 보고 묵상 하고 반복 학습 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 내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을 가진 위기관리 매니저 그룹들이 리드해서 진행하는 정기 훈련과 시뮬레이션은 위기관리 체계의 핵심이다.

 

여기에서 명심해야 하는 것은 해당 훈련과 시뮬레이션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기반하지 않는 훈련과 시뮬레이션은 마치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자칫하다가는 일선의 본능과 직관에 의한 경험들을 강화 발전 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위기관리 훈련과 시뮬레이션은 기본적으로 기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현실적인 검증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실제적 위기상황을 설정해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위기 대응 업무들을 실행해 보는 것이 핵심이다. 위로는 경영진들이 중심이 된 위기관리위원회의 가동에서 일선으로는 상부 보고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등 전사적 대응 체계를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된 그대로 세세하게 점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기관리 매뉴얼상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면 이 또한 이상적인 결과다. 발견된 문제점들을 개선 해 위기관리 매뉴얼을 수정하면 된다. 위기관리 조직상의 변화가 있으면 그에 따라 다시 위기관리 조직을 구성 운용 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업데이트 된 조직도로 매뉴얼을 수정하는 식이다. 미처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수록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기유형이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해 보고 그 결과를 분석해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을 강화 할 수도 있다.

 

지속 검증되고 수정되고 업데이트 되어 강화된 위기관리 매뉴얼보다 효과적인 기업 위기관리 체계가 없다. 이런 류의 매뉴얼은 공식 문서의 의미를 넘어 전사적으로 체득화 된 위기대응의 뼈대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경영진을 비롯한 위기관리 그룹들은 정기적인 위기관리 매뉴얼 기반 훈련과 시뮬레이션들을 통해 실질적 경험도 가지게 된다. 이는 비단 개인적 자신감을 넘어 조직적인 믿음으로 까지 발현된다.

 

점차 이 과정이 지속되면 실무그룹들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불신과 불만들이 줄어들게 된다. 훈련과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의견들을 개진 하게 된다. 그 의견들은 전문가들의 분석과 정리를 거쳐 위기관리 매뉴얼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된다. 스스로 만들어 운용하는 진짜 매뉴얼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위기관리 매뉴얼을 귀찮은 보고용 문서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활용하는 친근한 게임북의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경영진들은 기존 가졌던 막연한 안정감보다는 더욱 강력한 신뢰감을 가지게 된다. 위기관리 조직과 역량에 대한 신뢰감이 배가 되는 것이다. 어떤 특정 위기가 경쟁사들에게 발생했을 때 예전처럼 우리에게도 저런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우리 조직은 저런 위기가 발생하면 최소한 저 회사보다는 훨씬 나은 대응을 하도록 훈련되어 있다는 자신감이 기반이다.

 

우리 위기관리 매뉴얼을 믿습니까?”라고 직원들에게 물어보자. 지금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진짜 믿고 신뢰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돌아보자. 조금이라도 마음속에 찜찜함이 있다면 그 것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더욱 정확하게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관리하는 방식과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경영진들과 실무 그룹들에게 신뢰와 자신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위기관리는 실행이다. 빨리 실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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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62013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카우보이 기업들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카우보이 기업들

 

기업들의 경우 다가오는 위기를 사전 감지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기업들에서 중소기업들에 이르기 까지 웬만한 기업이라면 정기적으로 시장과 사회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움직임을 보고하는 업무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경찰이나 국정원 수준의 정보력을 가지고 다가오는 이슈나 위기를 감지한다. 시장에 떠도는 정보지나 증권가 루머들도 기업들에게는 큰 예보자의 가치를 가진다.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언론 기사들만 충실히 분석 해도 앞으로 어떤 이슈나 위기가 우리 회사에게 다가올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엔 충분하다. 소셜미디어를 다각적으로 들여다보면 최소한 언제는 아니더라도 어떤이슈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감을 잡을 수 있다. 더 깊이 분석해 보면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그 어떤이슈가 어떤 논리와 방향성을 가지고 다가 오고 있다는 질적 근거들을 손쉽게 사전 감지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기업들이 이런 조직과 체계를 갖추고 있음에도 마치 너무 갑작스럽고 전혀 예상치도 않은 듯’ 이슈나 위기를 맞는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다시 표현하면 그런 이슈나 위기를 맞는 것이 아니라 맞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보일까? 그런 대부분의 케이스들을 분석 해 보면 해당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의 경우들이 많다. 자신들의 관리 실패에 조금이라도 정상참작을 받기 위해 너무 당황스럽고 놀랐다이야기하는 것이다.

 

기업이 모르면서 당하는 위기란 극히 소수이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위기들에 대해 기업들은 평소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인지하고서도 별다른 실질적 대비나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다왜 이럴까? 예상되는 부정적 이슈나 위기가 실제로 발생하게 되면 자사에게 큰 타격이 올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무시하는 것일까? 그 대표적 원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감지한 예상 이슈나 위기를 중대한 위기로 정의하지 않는 최고경영자

 

기업마다 위기에 대한 유목화와 정의는 모두 다르다. 같은 업종에 있는 기업간에도 특정 상황을 위기로 보는 기업이 있는 반면, 다른 경쟁사는 위기로 까지 정의하진 않는 경우도 있다. 기업마다 기준과 상황이 달라 그런 정의의 다름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문제는 동일 기업 내에서 위기에 대한 정의가 구성원 각자에게 다르게 규정되는 경우다. 일선 직원들과 업무팀 수준에서 위기로 정의되는 상황이 본사 임원들과 CEO에게 보고되면 위기로 정의되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반대로 윗분 들이 심각하다 생각하시는 상황이 일선 실무자들에게는 별 것 아닌 해프닝으로 받아 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심각하다는 상황을 영업에서는 우습게 바라보거나 생산에서 빨간 불을 켰는데, 구매나 기획에서는 녹색 불을 켜 의견을 달리하기도 한다.

 

결국 기업 위기에 대한 최종 정의는 CEO에 의해 내려지는 법이다. 다가오는 이슈와 위기를 감지하더라도 최고의사결정권 그룹에 보고되고 그들의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해당 감지 내용은 종종 왜곡이나 가감 된다. 결국 CEO는 적절하게 해당 상황을 사전 대비가 필요한 위기로 정의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CEO들이 그렇지만 일정 부정적 상황이 예측되더라도 그것을 위기로 부르거나 위기로 정의해 조직을 긴장하게 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성향이 있다. 이 때문에 감지된 이슈와 위기가 대비 없이 발생 시까지 그대로 사장(死藏)되는 것이다.

 

둘째, 위기라 정의하긴 하지만 대비의 리더십을 정해주지 않는 최고경영자

 

그렇다면 우리가 무언가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모두 신경 써 대비를 합시다.” 그리고는 끝나버리는 경우다. 특정 부서나 임원에게 대비 상황을 챙기는 리더십을 공식적으로 부여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 일단 CEO께서 대비 하라고는 하셨는데, 정확하게 누가 리드해 대비 업무들을 완결 지으라는 역할을 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부서들은 각기 다른 지엽적 대비들을 하며 제자리 걸음을 한다.

 

물론 함께 모여 상의도 한다. 일부 협업부서들끼리 대비책들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부서별 대비책들이 실제 위기 발생 시 통합적으로 운영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또한 부서별로 최선을 다해 대비책을 만들더라도 그 사이 사이에 이음새와 구멍들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아무도 모른다. 리더십이 없기 때문에 언제까지 모두가 어떤 수준까지의 대비책을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 해야 하는지 모른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협업이 힘들고 일사불란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통합적 전략 하에서 부서들이 움직여 전사적 위기관리 목적을 쟁취한다기 보다는 각자의 생존전략들을 쟁취하고 위기관리를 마무리한다. CEO께서는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기업이 있다면 이런 카테고리에 해당한다. “제가 분명히 대비를 철저히 하라고 했을 텐데요? 왜 부서들이 따로 다로 움직이고 준비 안된 부분들이 이렇게 많이 드러납니까대체 지금까지 무엇들을 한 겁니까?”

 

셋째, 예측되는 위기에 대한 대비 리더십을 감당하지 못하는 위기관리 매니저

 

다음달에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는 극도로 부정적인 이슈에 대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에 대해 각 부서들을 조율하고 통합적으로 체계를 잡아 보고하라는 역할까지 맡겨졌다. 문제는 스스로 이 걸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자신이 없는 경우다. 전사적 위기관리 매니저로 임명된 자신이 평소 전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이슈도 아닌데다, 이에 대비하려면 어디에서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는지 감이 없다. 자신이 홍보임원이라면 일단 기자들에 대한 대응안 몇 장은 만들 수 있는데, 이게 생산 이슈와 물류 이슈와 기술 안전 이슈까지 섞여 있는 이유라면 문제다마케팅과 영업과 기획에 인사까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홍보관점에서 혼자 뚝딱 플랜을 만들어 던져주기만 해서는 반감만 살게 뻔하다.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으니 해당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해 발전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먼저 충분하게 도출 구성하라 하는데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도 잘 모르겠다. 10년전 만들어 놓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좀 들쳐 보는데 이것도 이젠 업데이트가 안되어 별 쓸모가 없다. 고민을 하며 이 사람 저 사람 찾아 다니며 귀동냥을 하다 보니 시간이 간다리더십을 가져 큰 부담만 되고, 실질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은 없고, 여러 부서들이 수근대기 시작한다. 그러다 예상되던 그날을 맞는다.

 

마지막, 대비책을 세우긴 했는데 실행 하지 않는 실무그룹

 

CEO께 보고 된 대비 플랜들이 실행 되지 않는 경우다. 해당 플랜이 존재하는 것도 실제 여러 부서에서는 모르고 있었던 거다. “그걸 누가 만든 거죠?”라는 질문들이 나온다. 이미 몇 달 동안 대비 플랜을 만들며 고민한 부서들이 있는 반면에, 초기 몇 번 미팅에서 들었던 단편적 대비 논의들이 전부인줄 아는 부서장들이 더 많다.

 

일방적으로 이렇게 해 놓고 우리보고 실행하라면 어떡하냐는 소리가 나온다. 예산은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대비 시간이 없어 이 부분 저 부분은 도저히 못하겠다 이야기가 들린다. “대표님에게 이미 보고되고 그대로 실행하라 이야기 된 플랜입니다. 협조 좀 해주세요하는 사정이 오고 간다. 삐걱 삐걱 플랜이 일부 실행되기는 하는데 통합적이고 집중적인 실행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 이슈가 발생 하니 대응은 이루어지는 것은 같은데, 외부에서 들리는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마치 갑작스러움에 놀라 자신들의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사실은 알고 있던 상황인데 그렇다. 정확하게 발생 시점도 최근 확인되었던 위기인데도 그렇다. 여러 조직 내부 원인들로 대비의 시간을 허비하고 올 것이 왔다는 심정으로 위험한 상황과 맞닥뜨리는 셈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원인들을 극복하고 위기가 오기 전 완벽히 준비하라 한다.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플랜을 세우는 것은 달리는 말에 뛰어 오르는 카우보이로 비유된다. 웨스턴 무비에만 존재할 뿐 실제에선 성공하기 극히 어려운 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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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칼럼]유통업계 방사능 괴담, 강하게 맞서라

이데일리 기고문
[여의도 칼럼]유통업계 방사능 괴담, 강하게 맞서라
2013.09.24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일본산 농수산물 등에 주로 집중되던 방사능 괴담이 이제는 일본 제품 전반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산 맥주들의 국내 판매가 줄었다. 일본산 식품류나 화장품류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기업 위기관리 담당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가 바로 이런 방사능과 같은 ‘찜찜함’을 주는 이슈들이다. 정부에서 아무리 전수 검사를 하고 기준치의 100분의 1까지 관리를 한다고 해도 찜찜함은 남는다. 정부기관과 전문 연구소들의 검사 결과치를 신뢰하지 않는다기보다 ‘그럼에도 찜찜한 걸 어떡하냐’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피해를 입는다. 평소 신뢰받는 기업이나 브랜드들도 방사능 괴담 앞에서는 딱히 버티지 못한다. 온라인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자사관련 방사능 괴담들을 보고도 끙끙대며 속 앓이만 할 뿐 별반 대응책이 없다. 경쟁사들은 또 이때를 노린다. 일본과 관계있는 기업들이나 브랜드들을 견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익명의 네티즌들을 활용해 여러 억측과 소문들을 온라인에 뿌리고 다닌다. 기술적으로 법적으로 아무리 검토해 보아도 경쟁사의 냄새만 날 뿐 증거를 찾기 어렵다.
물론 해당 제품 내에 방사능 관련 유해성이 존재한다면 문제다. 제품 소재로 쓰인 여러 성분에서 기준치 이하라도 인위적인 방사능, 즉,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세슘 등의 방사능이 검출되면 이는 판매 하지 않는 것이 옳다. 하지만, 필자가 아는 대부분의 일본 제품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산이라는 오명(?)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경쟁사들에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전 신뢰와 품질의 상징이었던 ‘일본산’ 브랜드가 이제는 숨기고 싶은 주홍글씨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일본 기업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 호소한다. 자국의 정부조차 신뢰하지 못해 ‘찜찜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느냐 질문한다. 그들에게 “루머와 억측에는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맞서라”고 조언을 한다. 현재 상황은 일본기업에 두 가지 옵션을 제공한다. 지금처럼 고통을 참고 쉬쉬하며 후쿠시마 방사능 괴담 광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또 하나는 자사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더욱 크게 이야기하며 괴담에 맞서는 것이다.
불안하고 찜찜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향해 입을 닫고만 있어서는 해결방안이 없다. 일본산 제품의 안전성에 관심이 있는 언론에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 하소연하는 것도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경쟁사에 한방을 먹일 길도 지금 같이 복지부동 전략에서는 방도가 없다.
더욱더 크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더욱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 “무슨 좋은 이슈라고 동네방네 소문내라는 이야기인가?”하는 두려움을 빨리 극복해야 한다. 일부 일본 기업들은 본사의 이야기를 빌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일본 본사에서는 방사능 불검출 검사 결과가 존재하고 있는데 왜 한국 소비자들은 괴담을 믿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국내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본사를 위해서도 한국 내 일본기업들은 강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일본 내에서 방사능 이슈는 관리되고 있는 이슈가 아니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정부와 도쿄전력이 크게 떠들지 않아서 그렇다.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국민의 이해와 신뢰를 구하는 것을 포기해서 그렇다. 하지만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일본 기업들은 그와 반대의 길을 가야 한다. 크게 떠들고 소리쳐라. 소비자들에게 끊임없이 설명하고, 경쟁사들의 섣부른 공격에 정면으로 맞서라. 정부와 언론에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협조를 구하라. 모여 앉아 있던 사내 대회의실에서 나와 모두 거리에서 소리치라는 것이다. 찜찜함에 대한 치료 약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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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칼럼]기업 위기 정면으로 승부하자

이데일리 기고문
[여의도칼럼]기업 위기 정면으로 승부하자
2013.09.12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 간에는 분명한 다름이 있다. 기업 위기관리 측면에서도 다름이 존재한다. 해외와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 위기 시 외국 기업은 내부에 집단 의사결정 체제가 가동된다. 물론 CEO가 리더십을 갖지만 각 부서가 외부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위기관리위원회(crisis management committee)를 구성해 CEO를 지원하도록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다.
우리 기업들의 경우 위기관리위원회란 대부분 매뉴얼상에만 적시돼 있는 사문화된 조항이다. 그 명칭이나 개념도 미국식 위기관리 매뉴얼의 개념을 차용했기에 존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시 의사결정 상당 부분을 오너와 CEO 개인에게 의지한다. 또한 그들 대부분은 공식적 집단 지원 체계에 의지하기보다는 사적이고 선별적인 루트에 귀를 기울인다.
오죽하면 “회의 시 직급과는 상관없이 눈을 감고 있는 분들이 실세”라는 농담이 돌곤 한다. 이는 권위주의적 위기관리 체계를 의미한다. 외국 기업들에게 ‘위기관리’란 CEO 중심의 전문 집단과 외부 이해관계자 그룹 간 ‘단체전’의 의미를 지닌다면, 한국 기업들은 오너나 CEO 개인이 외부 이해관계자 그룹과 맞서는 의미를 실질적으로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구도에서 오너나 CEO가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같은 시각으로 위기를 바라보면 문제는 의외로 쉽고 빠르게 풀릴 수 있다. 반면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의 시각과 입장을 달리하면 해당 위기는 극도의 노이즈를 일으키며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납부 발표를 보면서 이 위기관리 체계가 우리 기업들과 어떤 다름이 있을지 생각해 본다. 지난 16년간 전 전 대통령은 법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추징금을 이행하지 않고 시간을 끌어왔다. 기업으로 비교하자면 오너가 외부이해관계자들과 시각을 달리하면서 기업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기로 내부 입장을 정한 상황과 유사하다.
대신 주변 측근들은 이해관계자(정치권·검찰·언론·국민)들의 관심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긴 시간을 관리해 왔던 것이다. 기업에서는 이를 위해 언론의 정당한 비판을 완화하고 막아내면서 오너나 CEO가 느끼는 이해관계자 압력에 대한 체감도를 최소화하는데 몰두한다. 아마 이런 대증적(對症的) 활동들이 전 전 대통령 주변에도 계속되었으리라 본다.
결국 세월이 흘러 대증적 치료의 약발이 다하면서 그간 불어난 이해관계자 압력이 봇물처럼 터져 이전 위기관리체계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강한 압력이 오너나 CEO의 피부에 와 닿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수습에 나선다. 그때도 기업들은 ‘(오너 또는 CEO의) 대승적 결단’이라 표명하며 상황을 합리화시킨다. 전 전 대통령도 마지막 선택으로 추징금 납부 의사를 밝히며 “당국의 조치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토록 위기관리 관점에서 우리 기업들과 전 전 대통령의 위기관리에는 유사점들이 많다. 둘 다 한국 조직의 권위주의적 특성과 의사결정 형태의 고질적 관행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전형적 위기관리 관행이 사회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공격성을 극단화시킨다는 점이다.
“끝까지 무조건 밀어붙이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해관계자 마음속에 매번 각인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기 시 대화로 해결할 기회도 사라지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문제 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국민들의 마음에는 불신만 생긴다.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 기업이 위기를 숨기기 보다는 정면으로 승부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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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 기고문] 사기꾼, 적, 하수인, 대변인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외부 전문가에 대한 인식을 좀 더 진화 시켜보자

 

외부 전문가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업에 따라 또는 실무자들의 경험 등에 따라 다양함이 존재한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 실무자들은 외부 전문가 그룹에 대해 긍정적 느낌보다 부정적 느낌을 강하게 표출한다. 외부 전문가들은 왜 기업 실무자들에게 이런 느낌을 주었을까? 그리고 이런 평소의 인식이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하는 부분을 살펴본다.

 

기업 위기관리 관점에서 기업 실무자들이 가지는 주된 인식들을 꼽아보면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외부 전문가를 사기꾼으로 간주하는 인식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기업 홍보실에게 위기관리란 부정적인 기사나 보도를 막는 것이라는 정의가 존재해 왔다. 반면 해외 선진 기업들과 같이 기업 홍보실이 자사 위기관리에 있어서 사전 진단, 예방, 대비, 완화 업무를 리드하는 위기관리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현실적 이유들로 간과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불이 붙으면 불을 끄는 역할에 충실한 소방수위기관리 역할론에 충실했던 기반이 현재까지도 일부 존재하는 데 이런 현실이 외부 전문가그룹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일조했다.

 

위기관리 업무에 있어 홍보실은 외부 전문가 그룹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당신들이 전문가라고 하는데 우리 홍보실보다 출입기자들을 잘 아는가? 사회부 기자들에 대한 네트워킹이 우리보다 강한가? TV 고발 프로그램을 저지할 수 있나?”하는 소방수 역할을 문의하는 것이다. 당연히 년간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예산을 활용하는 기업 홍보실의 소방수 역할을 이겨낼 수 있는 외부 전문가 그룹이 있을 가능성은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인식을 가진 기업 홍보실은 , 자기들이 전문가라면 우리가 원하거나 우리가 하기 힘든 일을 깨끗이 처리 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일도 못하면서 무슨 전문가야?”하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현실에 기반해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이다.

 

둘 번째 유형의 인식은 외부 전문가를 경쟁자 또는 적(enemy)’로 간주하는 홍보실 타입이다. 이런 인식의 기저에는 홍보실장의 경쟁심과 부서 보호본능이 깔려 있다. “우리 홍보실에만 해도 여럿이 소속되어 있고, 예산도 큰 액수를 쓰고 있는데 왜 위기관리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나?”하는 최고경영진들의 지적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홍보실에서는 가능한 외부 전문가를 쓰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가끔 CEO나 일부 핵심 부서들이 별도로 외부 전문가를 고용하게 되면 홍보실이 그 전문가들에게 적대심을 표현하는 경우도 이런 인식 때문이다. 아무리 사내적으로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 구축이라는 명분이 공유되어 있어도 홍보실은 그에 충실하게 협조하지 않는 수동적 입장을 보인다. 내심 평생 회사에서 홍보업무를 해온 우리 이야기는 듣지 않으시면서, 외부에서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한마디 하면 그에 대해서는 신의 목소리처럼 떠 받드시니 문제야라는 불평들을 종종 한다. 마치 외부에서 온 저 전문가들이 우리 홍보실과 비교되어 최고경영자들에게 인식 될까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이 또한 조직 내에서의 생존본능에 관한 것이니 무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세 번째 인식은 외부 전문가들을 하수인 또는 일용직으로 보는 타입이다. “우리 부서에서 예산을 만들어 당신들을 고용했으니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하는 유형이다. 대부분 이런 기업 홍보실의 경우 위기관리 프로젝트에 있어서도 일종의 허드렛일(?)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지시한다. 시간 소요가 많이 되고, 인력 등 품이 많이 들고, 결과물을 통해 별로 퍼포먼스 셀링도 되지 않는 업무를 하청 형식으로 외부 전문가들에게 부여하는 셈이다. 위기관리 매뉴얼 개발 작업이 대표적이다.

 

어차피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것이 최고경영자 일부가 경쟁사 등 대형 위기를 목격하시고 우리도 위기관리 매뉴얼 같은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내부 지시에 의한 개발 업무인 경우가 많다. 사내에서 해당 매뉴얼에 대한 관심도 적고, 딱히 전문성을 가진 부서도 없고, 당연히 사후 결과물만 보고하면 될 뿐 활용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 경우들이다. 외부 전문가를 써서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 지시하신 분이 원하는 시간에 보고하는 것이 곧 성공의 기준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예산으로 해당 업무를 신속히 마무리 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구합니다라는 경쟁비딩을 주재하는 기업이 이런 경우다. 조직 내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업무 방식에 관련된 인식이니 이 또한 별로 특이한 것이 아니다.

 

네 번째 외부 전문가에 대한 인식은 그들을 대변인(spokesperson)’으로 간주하는 타입이다. 실무자들은 물론 홍보부서장이 자신들의 의견과 이야기를 최고경영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형식이다. 보통 이들은 외부 전문가들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표님을 비롯 최고경영자 그룹들이 위기 시에 너무 언론에만 집중 하십니다. 저희는 사실 이해관계자들을 폭 넓게
커버해야 하는 역할이 힘든데, 주로 기사나 보도에만 신경 쓰시고 다른 NGO나 정부 규제 기관 등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으셔 문제입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대한 여론 감정도 별로 좋지 않으셔서 저희가 중간에서 참 힘듭니다일종의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이런 자문 요청 기저에는 외부 전문가들로 하여금 이런 이런 핵심 주제에 대해 우리 최고경영자들의 인식을 개선시켜 주었으면 합니다라는 주문이 들어 있다. 사내에서 위기관리를 진행 해 나가면서 반복적으로 경험한 여러 장애물들과 문제점들을 외부 전문가의 입을 빌어 완화 또는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 이 같은 기업들은 위기관리에 대한 사내 정의(definition)가 기존 소방수의 역할에서 벗어나 성장하고 확장되어 있는 타입들이다. 또한 실무자들과 홍보부서장이 내부 전문가로서 어느 정도 위기관리 체계상의 문제점들을 올바로 파악하고 있는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부 전문가들이 프로젝트를 마치고 마지막 단계에서 최고경영자들에게 최종 프리젠테이션 할 때 보면 이런 류의 기업 홍보실은 티가 난다. 자신들이 최고경영자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문제점 과 제안들을 그대로 외부 전문가의 논리를 통해 구조화 시켜 놓는 것이다. 그리고 프리젠테이션 후반에 나올 수 밖에 없는 CEO의 질문에 대비되어 있다. “홍보실장, 이 컨설턴트들이 지적한 이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대안이 있는가?”라 질문 하실 때 이렇게 답변한다. “, 저희가 이미 그 문제를 인지하고 이런 이런 대비책과 보완책을 마련해 올해 초부터 부서 내부적으로 준비작업을 해왔습니다. 예산부분과 추가 지원 몇 가지만 가능해 지면 다음달까지는 개선 업무를 마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미리 준비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곧 최고경영진은 우리 홍보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게 마련이다. 외부 전문가를 자신들의 대변인으로 활용하는 기업 홍보실은 영리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외부 전문가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어떤 인식이 더 나은 인식이고 어떤 것이 저급한 인식이라고 딱 잘라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회사마다 홍보실의 권한과 업무 수준이 다르다. 기업 경영 철학과 문화가 다르고, 사내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다르니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가에 대해서도 각자에게 기준이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향 후 회사의 진화에 따라 지속가능성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 그룹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과 의사의 비유를 들어보면 더욱 이해가 쉽다. 60-70년대만 해도 병원에는 참을 수 없이 아플 때만 찾아가는 곳이었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을 때 가는 곳이었다. 의사는 내가 죽어간다 생각했을 때 찾는 사람이었고 그것이 당연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사회가 발전하고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정의와 인식이 전혀 달라 졌다. 지금은 딱히 어디가 아프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는다. 어떻게 하면 내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지 의사에게 찾아가 묻는다. 그들의 조언을 들어 생활습관을 바꾸고, 문제가 될 모든 환경을 피한다.

 

외부 전문가들을 바라보는 인식에는 현재 여러 다름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곧 기업과 실무자들이 진화하게 되면 점차 바뀌게 될 인식이다. 그 진화의 단계를 앞당겨 훌쩍 넘어설 수는 없겠지만, 외부 전문가를 바라보는 시각을 중장기적으로 배척과 경계의 시각에서 접근과 활용이라는 인식으로 조금씩 변화시켜 관심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진화는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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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2013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사전 예방 예산 vs. 사후 복구 예산의 딜레마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사전 예방 예산 vs. 사후 복구 예산의
딜레마

 

이런 말이 있다. “선진국은 정부고 기업이고 사전 예방을 위한 예산들을 많이 지출하는데 반해후진국은 사후 복구 예산에 돈을 많이 지출한다기업 위기관리 경험상으로도 참 정확한 서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이런 큰 다름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들의 관점에서 한번 살펴 본다.

 

사전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기업 내부에서 해당 위기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소심한 확신이 선행돼야 한다. 발생하지도 않을 것 같이 느껴지는 위기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붓는 기업은 없다. 이들에게는 만약(what if)’이라는 일관된 소심함이 존재한다. 이를 기반으로 A라는 위기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형식이다. 내부적으로 해당 위기를 두고 평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가능한 모든 대비 태세들을 마련해 갖추는 준비의 시간을 보낸다. 이 부분에 예산을 지출하는 것을 일종의 투자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이런 류의 기업들이다.

 

반면 사후 복구 예산을 주로 지출하는 기업들의 경우 평소 별반 소심함을 보이지 않는다. 막연한 자신감이나 대범함 그리고 낙관주의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해당 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확률적인 반론을 펴기도 한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에는 매년 사전 예방 예산을 지출하는 것 보다 몇 년 만에 한번 운이 없어 발생되면 그 때가 복구 예산으로 지출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것이라는 경제적 반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일단 이런 반론들은 그럴 듯 해 보인다. 아주 논리적이고 계산적인 것 같아 보인다.

 

앞서 소심한 기업들의 경우 위기로부터 예상되는 부정적 임팩트 대상들을 순수 예산이나 매출 및 주가 타격과 같은 가시적 자산으로만 꼽지는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브랜드에 대한 생각, 회사 명성에 대한 우려, 거래처들과의 관계, 소비자 신뢰정부 및 규제기관들과의 관계, 시민단체들과의 입장 등의 훼손을 광범위하게 우려하는 것이다. 이는 비가시적 자산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들에게만 진정한 의미의 자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따라서 선진적인 기업들의 경우 기업의 사회성이 성장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소심함은 극대화 되고, 곧 사전 예방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결정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준다.

 

반대로 사후 복구 예산을 주로 지출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정확하게 예산, 매출과 주가 같은 가시적인 자산에 가치를 집중 부여한다. 따라서 위기가 발생해도 예산, 매출과 주가에 대한 부정적인 임팩트가 없거나 미미하다면 해당 위기를 내부적으로 진정한 위기로 정의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이번 일이 불미스럽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의 매출이 떨어지거나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도 아닌데 왜 우리가 예산을 투입해 해당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가?’ 반문하기도 한다. 논리적으로 아주 일관된 주장이다.

 

이 기업들에게 가장 우려하는 위기란 매출과 주가가 동시에 곤두박질 쳐 자사의 생존까지 위협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래야 생존을 위한 사후 복구 또는 사후 관리 예산을 지출한다는 원칙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앞서 소심한 기업들이 이야기하는 관계, 명성, 신뢰 등의 부가적(!) 가치들은 매출과 주가라는 큰 기준을 통해 포괄적으로 이해한다. 주가가 떨어지지 않고 오르니 우리들의 명성이나 신뢰는 온전한 것이라는 해석을 한다.

 

이상과 같이 대범한 기업들도 나름대로 자신들의 논리가 있고 일관성이 있는데 왜 일부에서는 후진적이라 부르는가 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논쟁은 상당히 오래된 논쟁이고 그 논쟁에 있어 핵심은 서로간 관점의 차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그러나대범한 기업들의 현실적인 위기관리 상 문제들은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첫째로 대범하고 낙관적인 기업들의 경우 준비가 없어 문제다. 준비가 일부 있어도 완전하지 않아 문제가 된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때 허둥거리게 되니 더 큰 문제가 된다. 위기관리에 성공할 확률보다 준비가 되지 않아 실패할 확률이 높다면 그건 가장 큰 문제다. 사후 막대한 예산을 써도 통하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을 겪게 될 가능성이 이전의 소심한 기업들 보다 훨씬 높다면 한번쯤은 생각 해 볼 일이다.

 

둘째로는 대범하고 낙관적인 기업들에게는 다른 유사 위기들로부터 평소 반면교사를 찾거나 위기로부터 배우는 환류관리가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맛조개의 비유를 들어본다. 서해안에 서식하는 맛조개는 여름철 피서객들에게 아주 흥미로운 경험의 대상이다. 맛조개를 잡기 위해 많은 피서객들이 꽃소금 봉지를 들고 갯벌을 돌아다니는 장면을 보자. 갯벌 위에 뚫린 구멍 속으로 꽃소금을 솔솔 뿌리면 이내 맛조개는 갯벌위로 고개를 빼꼼 내민다. 소금으로 물이 짜지니 바닷물이 들어 왔구나착각 하는 것이다.

 

이 착각한 맛조개는 대부분 피서객들의 안주나 찬거리가 된다. 맛조개 입장에서는 이 단순한 착각이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다. 맛조개들은 전혀 다른 맛조개의 착각을 통해 배우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매번 반사적으로 착각을 반복한다. 해가 지나도 그 반사적 착각은 멈출 줄을 모른다. 다른 맛조개의 재앙으로부터 배우지 않고, 두 번 세 번 계속 똑 같은 착각들을 하며 줄줄이 재앙을 맡는 셈이다. 대범하고 낙관적으로 위기에 맞서는 기업들의 경우에도 이 맛조개들과 무엇이 다른지 한번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실제 사후 평가를 해보면 대부분 사전 예방 예산보다 사후 복구 예산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업 위기에 있어 사후 복구 전에 위기로 인해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생산시설이나 비즈니스 자산들이 손실되고, 중장기적으로 여러 소송 비용들이 발생되는 경우들을 모두 포함 해야 사후 복구 예산이 결산되게 된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지난 2010년 급가속 사고와 대량 리콜로 차량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미국 소비자 2200만명에게 16억달러(18000억원)를 보상해야 한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을 2013년에 받았다. 알려진 바로는 미국 역대 자동차 관련 집단소송 합의금 중 최대규모다. 아무리
대범하고 낙관적인 기업들도 이런 수준의 사후 복구 예산을 감당하는 데는 부담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류의 사후 복구 예산이 이 하나로만 끝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미리 예방하고 준비한다면 이러한 사후 복구 예산을 상당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기업 내부의 확신이 절실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대범하고 낙관적인 기업들의 문제는 위기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져 스스로 위기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위기에 준비된다는 의미와 위기에 면역이 된다는 의미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작년에 겪은 위기를 올해 또 겪게 되고, 몇 년 후에 또 유사한 위기가 반복되다 보면 사후관리 방식이나 태도에도 면역력이 생겨버린다. 일부 정부기관들이 국정조사를 통해 지적 받는 여러 중요한 문제점들을 확실하게 개선하기 보다는 하나의 반복적인 통과의례로 여겨 면역력을 강화하는 현상과 유사한 상황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이런 위기에 대한 조직 내 면역력은 회사의 비즈니스 연속성을 저해하는 가장 위험한 기업문화로 자리잡게 되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폴레옹은 이런 말을 했다. “작전을 세울 때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겁쟁이가 된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과 불리한 조건을 과장해보고 끊임없이만약에라는 질문을 되풀이한다.” 기업들의 위기관리 자세와 전략에 있어서도 나폴레옹의 이 같은 조언은 큰 가르침을 준다. 기업들에게 대범하지 말라거나 낙관적이면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최대한 가능한 사전 예방과 준비를 다 한 후 대범하고 낙관적이어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하게 대범하고 낙관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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