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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72016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이해관계자 모니터링에 위기관리 답이 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기업은 ‘모니터링(monitoring)’이라는 활동을 개시한다. 평시 진행하던 ‘모니터링’ 활동을 더 강화하고, 그 대상을 확장하고, 보고 공유 빈도를 늘리는 조치들을 취한다. 현장에서 위기관리 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업무들 중 절반은 모니터링이라 느껴질 정도다. 모니터링 없이 위기관리 없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최근에는 위기관리팀에게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업무까지 더해졌다. 상황발생 시 정확하게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여론을 읽어 내지 못하면 상황을 오판해 헛다리를 짚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홍보실 직원들이 하루 종일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채널들을 돌아다니면서 자사 이슈관련 내용들을 수동으로 수집해 정리하기도 한다. 대기업에서는 에이전시를 활용하거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설계해 기계적인 자동 수집과 분석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사람(실무자 또는 전문가)의 손은 필요하다.

위기 발생시 매우 중요한 모니터링 업무. 어떻게 업그레이드 되어야 더욱 더 성공적인 결과를 창출해 낼 수 있을까? 몇 가지 조언을 정리해 본다.

첫째, 모니터링은 ‘감시’ 목적을 넘어 ‘리스닝’ 목적으로 업그레이드 하자

“현재 시간 기준으로 부정기사 12건, 중립기사 10건으로 부정기사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그 중에는 OO일보, OO경제 등 주요 일간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런 보고를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보고를 받는 CEO와 임원들은 항상 그렇듯 별반 반응이 없다. 그리고는 이렇게 코멘트 한다. “왜 OO일보를 못 막았지? 거긴 좀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대화가 오갈 뿐이다. 위기관리에 별반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는 나오지 않는다.

모니터링은 지금까지 수십 년간 그런 목적과 용도로 활용되어 왔다. 어떤 매체가 부정기사를 썼는지, 그리고 그걸 홍보실은 어떻게 핸들링 했는지 보고하기 위해 모니터링 해 왔다. 단순하게 그 목적을 이야기 하자면 ‘감시(watch)’가 주목적이었던 것이다. 좋게 말해서는 ‘경보(alert)’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결국은 그것도 ‘개입하기 위한 감시’가 원래 목적이었다.

이제는 예전과 같이 감시 목적의 모니터링만으로는 충분한 위기관리 활동으로서의 업무 가치를 발휘 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를 비판 하는 언론들의 주요 논점은 무엇인가?” “이번 상황 발생 후 온라인에서 우리를 주로 비판하는 공중들의 주장들은 무엇인가?”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관리 해 나갈 수 있을지 모니터링을 통해 좀 옵션을 정리해 볼 수 있을까?” 이런 경영진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기존 감시 목적의 모니터링은 시급히 리스닝 체계로 개선되고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둘째, 모니터링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변화를 따라가 보자

위기관리 현장에서 CEO가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개입 싯점의 확정’이다. “현재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우리 회사가 공개적으로 상황에 개입하는 것을 언제로 확정해야 하는 건가요?”하는 질문이 제일 답하기 어렵다. CEO에게 실무자들은 어떻게 답해야 할 것인가? ‘바로 지금’이라 답할 것인 것인가? ‘내일 아침 정도’라고 답하면 될까? ‘그냥 일단 좀 더 두고 보시죠’라고 조언할 것인가? 고민이 될 것이다.

물론 위기관리에 있어 정확하게 이상적 ‘개입 시점’을 확정하기에는 큰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CEO가 알고 싶은 것은 ‘현재 좌표’다. 공중이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의 의견을 수립하고, 그것이 사회적 공분 형성과 여러 적대적 활동으로 전개되는 프로세스 상에서 현재 자사가 어느 지점에 처해 있는가 하는 ‘좌표’ 말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조짐이 보이면 자사가 전략적 침묵을 깨고 전격 개입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온라인 및 오프라인 이해관계자 트레킹은 이런 CEO의 질문에 대한 많은 답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공중들의 관심과 의견들 그리고 부정적 의견 표출 빈도들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트레킹을 통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 분석결과를 보고 이전과 현재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증가세를 나타내는지, 그리고 이 추세로 간다면 언제쯤 유의미한 개입 환경에 다다를 수 있는지는 트레킹이 없으면 정확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오전부터 부정 댓글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금 분위기가 안 좋게 흘러가고 있는 건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주관적 보고는 실제 현장에서 별 쓸모가 없다. 대신 “지난 6시간 동안 매 시간 별로 부정 댓글 수가 평균 5%P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자연증가 추세로만 보아도 오늘 정오를 지나면 위험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시간 만에 30%P 가량 부정 의견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이유는 OOO때문입니다. 이후 1-2시간내의 추이 변화를 더 보고 오후 3시경 개입 활동 개시를 결정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런 보다 구체적이고 신뢰를 줄 수 있는 수치를 베이스로 한 의사결정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를 위한 보다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운용되어야 하겠다.

셋째, 모니터링을 통해서 위기를 풀어 나갈 정답을 찾자

위기 시 모니터링은 ‘위기라는 시험에 대한 답안을 찾는 활동’이라 생각한다. 일단 자사에게 부정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그 상황을 둘러싸고 영향을 끼치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들이 1차로 모니터링 된다. 그 후 직간접적으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과 공중들의 의견들이 수집된다.

그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의 여론 속에서 하나 둘씩 답이 제안되기 시작한다. “이건 리콜 해야 하지 않나요?” “빨리 피해자들을 만나야 할 듯” “회사에서 사과해야죠” 이런 주문들이 모니터링을 통해 취합 되어야 한다.

그 주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공감하는 주문은 회사에서 특별하게 주목해야 하는 해결책이라는 의미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어떤 형식으로 풀어 내는가 하는 것이 기업의 위기관리 숙제인 셈이다.

자칫 오해하기로 위기관리는 ‘(자사 스스로 답을 내야 하는) 주관식’이라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더 많다. 모니터링을 통해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의 주문을 분석해 읽다 보면 위기관리의 답은 ‘(공중들이 제안하는 답을 고르는) 객관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모니터링 해석 체계에 대한 업그레이드 또한 필요하다.

마지막, 위기관리 실행에 대한 평가 또한 모니터링을 통해 가능하다.

CEO들은 위기관리 중반이 넘어가면 항상 이런 질문을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위기관리를 잘하고 있는 건가요?” “우리가 취한 조치가 적절한 것이었을까요?” “언제쯤 이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판정할 수 있을까요?” “이 상황이 종료된 이후 언제쯤 다시 정상적 마케팅 및 영업 활동 개시가 가능할까요?” 이 모든 질문 또한 모니터링에서 답을 내 주어야 하는 주제다.

위기관리 활동 직후부터 언론의 논조가 좋게 바뀐다거나,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상에서 자사의 대응에 대한 평가가 일부라도 반전된다거나 하는 변화를 모니터링 해 분석해 나가야 한다. 이런 평가 목적의 모니터링이 없다면, 위기 관리는 가는 지팡이 하나만을 의지하고 험한 돌 밭을 걸어가는 장님의 형상이 되고 만다.

대부분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감(感)’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게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최고의사결정자는 그 이전에 나름 스스로 감(感)을 잡기 위해서 수 많은 의견들을 청취하고 분석 하게 마련이다.

모든 모니터링 작업과 그 결과는 그러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감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밑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리스닝 체계, 여론 트레킹 체계, 정답을 찾는 체계, 평가와 상황종결 판정 체계로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모니터링 체계 업그레이드 없이는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점점 힘들게 되어 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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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2016 Tagged with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차세대 경영자들을 위한 이슈관리 가이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국내 대형 그룹사들 내부에서는 각자 진행 수준의 차이가 있을 뿐 차세대 경영자에 대한 경영승계 준비와 실행 작업들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경영하셨던 회장님들이 점차 연로해 지시면서 30-40대 젊은 자제분들이 점차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준비와 실행들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 주목된다.

최근 대형 로펌에는 ‘경영승계팀’이라는 내부 조직까지 만들어 대기업 내 경영승계 과정을 문제 없이 핸들링 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우리 홍보분야에서도 경영승계를 둘러싼 이슈관리 관점에서 차세대 경영자들을 위한 중장기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면 한다는 취지에서 몇 가지 핵심 포인트들을 정리해 본다.

차세대 경영자들을 위한 이슈관리 가이드라인 1 : 현장에 집착하자

필자가 접해본 대기업 차세대 예비 경영자들의 공통적 특징은 태어나서부터 현재까지 일반인들의 성장 환경과는 상당히 다른 환경을 접해왔고, 그것에 주로 익숙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막상 기업을 경영하게 되면 이런 특수한 환경에 익숙해 있는 경영자는 일반 환경에서 자라난 경영자 보다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대두된다.

경영 상황이나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경영 대상인 일반인들과 많은 다름이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있어도 다름이 있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그 ‘다름’이란 임직원들을 비롯한 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예측 불가능’이라는 관점에서 해석된다. 이런 현상을 최대한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경영자들은 좀더 일반적 환경들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일반적 환경들에 대한 이해는 ‘현장에 대한 집착’이 있으면 상당부분 해결 될 수 있다. 많은 대기업 차세대 경영자들이 회장의 뜻에 따라 현장부서에서 일정기간 업무를 배우고 익히는 기간을 가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슈관리 관점에서도 차세대 젊은 경영자가 ‘현장’에서 실제로 회사 일을 도맡아 익히고 있다는 기록과 평판은 이후 자신에게 엄청난 자산이 된다. “해 봤습니까? 난 해 봤습니다.”라는 말처럼 차세대 경영자들에게 목마르고 필요한 자신감이 없을 것이다. 물론 ‘해보기’만 한 것을 넘어 ‘잘 했었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겠다. 이를 기반으로 경영 일선에 임해 정기적으로 현장을 찾고, 현장에서 언론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장기적인 이슈관리에 도움이 된다.

차세대 경영자들을 위한 이슈관리 가이드라인 2: 정무적 감각을 키우자

여론을 읽는 감각을 키워야 한다. 대부분의 대기업 차세대 경영자들을 일정 나이가 되면서부터 사회 각계 각층의 주요 인사들과 개인적 친분을 쌓고 교류한다. 그 대상들은 업계, 학계, 예술계, 정치계, 종교계 등에 걸쳐서 국내외로 다양하고 활발하다. 이들에게서 받는 상호간 인사이트와 코칭은 당연 차세대 경영자들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직접’ 여론을 읽는 연습과 경험에 집착해 보기를 권한다.

최근에는 젊은 예비 경영자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변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그 환경 속에서 여러 일반인들의 (제한된) 여론들을 접하는 데 익숙해 있다. 그 이전 세대보다 훨씬 열려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처해 있어 복 받은 세대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좀더 넓은 의미와 다양한 대상들을 통한 현실적 ‘여론 감각’을 키우는 노력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객관화’라는 수준 높은 경영 철학 경지에 오를 수 있음을 기억하자.

자사에게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최고경영자의 뛰어난 정무 감각처럼 성공을 보장하는 자산이 없다. 최고경영자 스스로 여론을 잘 읽고 그에 기반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가치 판단을 잘 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은 이 사회 속에서 가치를 발할 수 밖에 없다. 곧 존경 받는 경영자가 되는 방법이다.

차세대 경영자들을 위한 이슈관리 가이드라인 3: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자

경영 일선에 나선 차세대 경영자들 주변에는 당연 여러 필터들과 중개자들이 존재한다. 언론의 인터뷰를 걸러내거나 차단하는 홍보실이 존재한다. 규제기관이나 여러 협회의 요구를 걸러내고 차단하는 대관부서가 존재한다. 직원들과 노조 관계의 가운데에는 인사와 노무 부서들이 존재한다. 경영자가 되면 내 외부 어느 이해관계자라도 직접 경영자에게 접근 하거나 소통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된다.

이런 환경이 나쁘다거나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기업에게는 당연한 체계다. 단, 차세대 경영자들의 경우에는 핵심 이해관계자와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굳이 피하지만은 말았으면 한다. 예전에는 경영자들의 신비로움이 경영에 오히려 득이 되고 신화(myth)의 주제가 되는 시대였다. 사회, 문화, 미디어 환경이 그걸 원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능력 있는 경영자는 앞으로 나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한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 대형 그룹의 창업주들 중에서는 ‘젊으셨을 때’ 기자들과의 스킨십을 즐기는 분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슈관리 관점에서도 최고 경영자가 전략을 기반으로 핵심 이해관계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생각보다 문제를 쉽게 푸는 단초가 된다. 최근 회사와 관련 한 사고 현장에 직접 나타나 고개 숙여 사과 하고, 피해자들의 빈소를 찾는 경영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를 숙이고 개선과 재발방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전국민들에게 피력하는 리더십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고, 나쁜 일이 있을 때는 커뮤니케이션을 차단하는 포지션은 절대 피해야 한다. 일관성을 가지고 맑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꾸준히 실천 하다 보면 그 모든 것이 경영자 자신의 브랜드가 된다.

차세대 경영자들을 위한 이슈관리 가이드라인 4: 주변 직원들의 조언을 믿고 듣자

앞에서 제안했던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가이드가 일부 경영자들에게는 ‘(매번) 직접 나가 커뮤니케이션 하라’라던가 또는 ‘그 통로를 담당하는 부서를 배제하라’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절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인간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은 자발적 의지로 홀로 결정하여 진행하는 것이 될 수 있지만, 경영자의 커뮤니케이션은 집단의 의지로 여러 전문가가 함께 전략을 만들어(물론 리더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지만) 진행되어야 옳다. 여기에서 커뮤니케이션 경영(communication management)라는 의미가 나오게 된다.

‘최고 경영자가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관리(management)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항상 기억하자. 이를 위해 주변에서 오랜 기간 잔뼈가 굵은 전문 부서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전략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해 보자. 일부 대기업에서는 경영자가 외부 전문가에 대해서는 과대평가(over evaluation)하는 반면, 내부 전문 부서들에 대해서는 과소평가(under evaluation)하는 현상들이 존재한다.

차세대 경영자들은 최소한 이런 습관들에서는 좀 더 자유로워 졌으면 한다. 일단 주변에 사람을 놓았으면 믿자. 처음부터 그 전문성을 믿을 수 없다면 아예 쓰지 말자. 세상에서 우리 회사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들은 내 주변에 있는 이 사람들이라는 확신을 가져보자. 만약 외부 전문가의 조언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면, 회사 내 전문 부서에게 전문적 추천을 받아 함께 하게 하자. 최고경영자 주변 팀은 항상 베스트여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일부 최고경영자들은 외부로 “우리 팀은 정말 형편없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면 문제라는 이야기다.

젊고 열정적이면서 전략적이기 까지 한 경영자보다 멋진 캐릭터가 없다. 그런 멋진 경영자들이 이끄는 한국의 기업들이 더욱 더 멋지고 세련되어 지기 바라는 국민들이 많다. 이전 우리 기업과 경영자들이 ‘성공’을 화두로 자신의 정체성을 커뮤니케이션 해 왔다면, 차세대 경영자들은 ‘멋진 성공’을 화두로 정체성을 가다듬어 나갔으면 한다.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 해 주는 해결사의 ‘멋’, 여론을 읽고 정무적 판단 하에 세련되게 발휘되는 리더십의 ‘멋’, 직접 나서 커뮤니케이션 하고 공감하는 새로운 스킨십의 ‘멋’ 그리고 주변 직원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역 팔로워쉽의 ‘멋’. 이런 새로운 ‘멋’들이 쌓이게 되면 차세대 경영자들은 이내 사회에서 새롭게 존경 받으며 ‘멋지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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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2016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올바른 준비는 부실한 성과를 예방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미국의 유명 미식축구선수인 챨리 배치(Charlie Batch)는 자신의 실적에 대한 비결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Proper preparation prevents poor performance (올바른 준비는 부실한 성과를 예방합니다)” 이 모토는 다른 여러 유명 스포츠맨들에 의해서도 여러 번 강조된 성공 비결이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 준비(preparation)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준비하지 않아 실패한 위기관리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사실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준비하지 않는 이상한 선택을 하면서 위기를 맞이 한다. 말 그대로 알면서도 당하는 허망함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올바르게 준비하지 못할까? 왜 그럴까? 실제 위기를 맞은 기업 내부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그 이유들을 꼽아 보자.

첫째 이유. 다가오는 위기에 대해 감지는 했지만, 이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놓기가 힘든 경우다. 심지어 사내에 ‘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는 기업 문화도 존재하는 곳이 있다. 대표이사를 비롯해 고위 임원들은 자신들의 리더십이 ‘위기’와 연결되는 것에 심히 못 마땅해 한다. 일선에서 ‘분명히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감이 있어도 쉽사리 이에 대해 전사적 차원의 준비 의견을 내지 못하는 기업 문화가 성공적 준비에 걸림돌이라는 이야기다.

두 번째 이유. 마땅히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경우다. 기업 위기의 종류들이 여럿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위기로 꼽히는 유형들에는 사실 해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예 없거나, 위기 발생을 전제로 준비 한다 해도 한계가 너무 많은 경우들도 있다. 위기의 속성이 자사의 분명한 책임이라던가, 어느 정도 의도를 가지고 발생시킨 유형이라던가, 위법적인 행위였거나 하는 것들일 때는 준비 자체가 별반 그 의미를 잃게 되니 문제다.

세 번째 이유. 준비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막상 준비를 어디부터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다. 여러 전문가들이 미리 대비하라고 조언은 많이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리스트를 내놓거나, 가이드라인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준비 자체가 난감한 경우다.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일선 직원들은 물론 대부분의 임원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경험을 가지지 못한 경우도 있다. 쉽사리 믿을 만한 전문가 그룹과 협업 하기도 만만치 않고 시간은 흐르는데 딱히 방법이 없다.

네 번째 이유. 준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준비의 정의가 서로 다른 경우다.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했다면, 우선은 그 발생을 방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그 방지 노력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방지책은 내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발생 이후에 미봉책만을 ‘준비’로 정의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준비 내용은 ‘기사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부정적 기자들을 어떻게 집중 관리할 것인가?’ ‘온라인에서의 예상되는 문제들을 어떻게 희석하거나 밀어낼 것인가?’등과 같은 책략들에 집중 되어 있다.

다섯 번째 이유. 준비 하긴 하는데 사내 각 부서들이 따로 따로 부서별 준비를 하는 경우다. 아예 준비가 없는 것 보다는 나은데,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부서간 협업이 힘들고, 준비된 대응들이 상충하여 문제를 더 키우는 경우들이다. 평소 사내에 존재하던 사일로(silo)가 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누군가 그 사일로를 해체하고 각 부서들을 올바른 협업 체계로 지향시켜야 하는데 그런 리더십 조차 존재하지 않는 경우다.

이렇게 다양한 ‘올바른 준비’의 걸림돌들이 존재한다 해도 기업 실무자들은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가능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준비하는 것이 맞다. 그러면 어떤 것들을 주로 준비해야 할까? 가시화 되는 기업 위기에 대한 중요한 준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준비. 위기관리 매뉴얼을 찾아 다시 공유하자.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 시 대응 절차와 방식들을 잘 정리해 놓은 규정들이 들어 있다. 여기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을 따라 위기관리를 제대로 실행하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추궁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사무실 책장 구석에 처박혀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도 다시 찾아 먼지를 털어내 보자. 이를 일단 주요 인력들에게 공유해 놓자.

둘째 준비. 위기관리팀을 다시 지정해 보자. 어떤 인력들이 위기 발생 시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하는지 미리 확인 해 보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대표이사가 담당 임원을 지정해 줄 수도 있다. 그 담당 임원을 중심으로 어떤 부서의 어떤 직원들로 위기관리팀을 구성해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어 보자. 일단 만나 미팅을 해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부분 준비는 시작된 것이다.

셋째 준비. 다가오는 위기 유형을 잘 들여다 보고 필요한 위기관리 역량들을 위기관리팀의 기능과 연결 시켜 보자. 해당 위기가 일단 법적 이슈로 발아 된 것이라면, 가장 핵심적인 역량은 우선 법무팀과 로펌을 중심으로 개발되어야 맞다. 고객정보보안 이슈라면 정보보안 부서가, 안전사고문제라면 안전관리부서가, 제품품질 관련이라면 품질관련 부서가 그 기능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각 위기유형에 따라 홍보부서와 법무부서, 대관부서, 재무부서 등이 지원 해야 하는 체계를 다듬어 준비하는 것이다.

넷째 준비.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사전과 사후에 집중 관리하자. 이 또한 위기유형과 관련되어 있다. 해당 위기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이해관계자가 어떤 그룹들인지 정확하게 분석해 놓자. 국회, 규제기관, 소비자, 직원과 가족, 피해자, 언론, NGO, 지역주민… 누가 핵심 이해관계자인지 미리 파악해 놓고, 가능한 사전과 사후에 관리할 수 있도록 접근 채널과 인력들을 준비해 보자.

다섯째 준비. 해당 위기에 대해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팩을 준비해 보자. 홍보팀만을 위한 커뮤니케이션팩이면 안 된다. 홍보팀만 알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팩은 항상 취약하다. 개발은 홍보팀과 여러 관련 부서들이 함께 하고, 대표이사로부터 일선 직원들까지 공히 공유하고 이해되는 커뮤니케이션팩이어야 올바른 준비가 된다. 가능하다면 해당 커뮤니케이션 팩을 외부의 중립적인 전문가들에게도 검증 받아 보자. 또한 이를 기반으로 각 이해관계자별 대변인(창구) 역할을 할 핵심 인력들을 훈련해 놓자. 어떤 공격적인 질문과 논리적 공격을 받아도 준비된 메시지와 근거들을 자유자재로 제시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자.

여섯째 준비. 상황 모니터링 역량을 강화해 놓자. 미세하게 감지되는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즉각 공유 보고 될 수 있도록 감지 기능의 민감성을 극대화 해 놓자. 공유와 보고 라인에 병목이나 스크리닝이 끼지 않도록 하자. 앞의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에서 감지 기능을 통해 들어온 유의미한 상황변화를 놓치지 말고, 때가 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개입하는 것이다.

일곱 번째 준비. 내부 인력들로 위기관리가 가능하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외부 조력 그룹들과 파트너십을 수립해 놓도록 하자. 보다 경험 많고, 제대로 위기를 관리해 본 많은 외부 기능들을 내부 위기관리팀과 통합해 놓으면 올바른 준비가 상당부분 완성된다. 이는 평소 고안되어야 하는 협업체계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단체전이다. 상당한 용병들이 포함된 단체전의 아트 그 자체다.

마지막 준비. 위기관리 예산을 감안해 놓자. 보험이나 특별예산을 고안해 놓도록 하자. 그 예산이 압도적이라면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 빠르게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원동력도 예산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 예산 수준에서 우리가 책임 질 수 있겠다는 감이 있으면 빠르게 단호한 결심이 가능하다. 일선 위기관리 실무를 하는 직원들도 선제적으로 관리업무들을 실행하게 된다. 당연히 부실한 성과는 많은 부분 예방될 수 있다.

준비. 말은 쉽다. 하지만, 실제로 적절한 준비를 실행했던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 준비라는 의미의 실행이 분명 생각보다 어렵다는 의미다. 이 어려움을 우선 관리할 수 있어야 실제 위기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적절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당연히 부실한 성과가 눈에 뻔하게 된다. 성공을 원한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해내야 한다.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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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52016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부러워하느니 돌아가 그물을 짜는 게 낫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중국 전한(前漢) 시대의 책 ‘회남자(淮南子)’에 이런 말이 나온다. ‘못에서 물고기를 보고 부러워하느니 돌아가서 그물을 짜는 게 낫다(臨淵羨魚不如退而結網).’ 학생이나 직장인 누구에게나 큰 교훈을 주는 말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도 있다. 요즘 유행어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는 말과도 연결 된다. 그러지 말고 빨리 그 떡을 가지려 움직이라는 의미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이 ‘회남자’의 명언은 의미가 있다. 새해가 밝아 오니 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 저기 문제들이 생겨난다. 멀쩡한 회사들이 위기를 맞아 어쩔 줄 모르고 비틀거린다. 빠르게 대처는 한다고 했는데 그 효과가 나지 않으니 마구 덧칠 대응을 해 화를 키우는 곳들도 보인다. 초기 타이밍을 잘 잡아 커뮤니케이션 했는데, 그 메시지가 당황스러운 것이라 오히려 폭발적으로 문제가 된 회사도 보인다.

제3자 입장에서 그 회사들을 평소 좋게 생각하던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떻게 저런 회사가 지금까지 그리 승승장구해 왔을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좀 이상한 회사인 걸.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니 알겠어.” 사람들은 저 정도로 성공한 회사라면 아무리 문제가 크다고 해도 무언가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으리라고 막연히 믿고 있는 것 같다. 일종의 기대감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속이 끓는다. 외부에서 거는 기대는 큰 반면 사실 내부에서 들여다 보는 자신들의 준비상태나 체계는 별반 내세울 것이 없으니 그렇다. 매출은 수천억에서 수조를 지향하는 데 내부 위기관리 체계는 아주 창피한 수준인 곳들이 꽤 된다. 무언가 준비와 체계가 있어야 외부의 그 기대감을 일부라도 충족시키는데, 그 조차 힘든 상태인 것이다.

실무자들에게 “왜 이렇게 큰 회사에서 위기관리 체계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을까요?” 물어보자. 수많은 하소연들이 나온다. 매번 유사한 해프닝들이 내부에서 반복된다 한다. 사일로가 강한 조직이라 협업은커녕 지휘도 힘들다 한다. CEO가 위기 때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불평도 나온다. 조직 구성원들 스스로가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한다. 관행이나 지시사항들이 많아 문제 소지들이 제거되지 않으니 우리가 별 수 있느냐는 탄식도 종종 나온다. 회사 내부로 무엇이 미처 안되어 있다면 당연 그 이유가 있겠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광범위한 이유와 변명이 나오는 분야가 또 있나 싶다.

그러면서 실무자들이 묻는 질문이 꼭 있다. “어디가 좀 잘하나요? “OO회사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어떤가요?” “이번에 거기 그 회사가 위기관리를 좀 잘 한 것 같은데, 그쪽 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아세요?” 질문의 목적을 더 들어보면 이렇다. 잘하고 잘되는 기업들의 위기관리 체계들을 좀 벤치마킹해서 경영진들을 설득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일부는 자신들도 어떤 게 잘된 체계인지를 좀 알아야 그걸 흉내라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내심 이런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언가 해내고 싶은 열정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 해 재미있는 것은 여러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를 ‘보고 배우기만’ 하는 회사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회사 위기관리 매뉴얼을 여러 개 구해 그걸 보유하고 있는 실무자들도 만나 봤다. 사실 기업 위기관리 매뉴얼은 공식적으로 대외비인데 제3자가 어떻게 그걸 구해 가지고 자랑하고 있는지 당황스럽다. 심지어 경쟁사 매뉴얼까지 가지고 있는 회사도 있다. 그걸 모두 모아 놓고 있는 것은 좋은데, 막상 그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는 십 년 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실무자가 공부만 하는 회사라는 느낌이 든다. “타사 위기관리 체계를 이해하는 것은 개인적 학습이지만, 그걸 자사에게 구현시키는 것은 정치력이 수반되어야 해 어렵다”며, “그래도 모르고 있는 것 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좋다.

중국 고사들을 인용했으니 하나 더 해 보자. 우리가 잘아는 병법서 ‘손자병법’의 그 유명한 문장들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 위기관리에서 이 보다 더 정확히 기업이 행해야 할 방향성을 기술한 말이 드물다. 여기서 ‘적(enemy)’이라면 우리 회사에게 다가올 부정적 이슈나 위기 상황이 될 수 있다. 그와 관련되어 있는 주요 ‘이해관계자(stakeholders)’를 알고 있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반면 ‘나(myself)’라는 의미는 그에 대응 할 수 있는 우리 회사의 위기관리 준비상태와 체계를 의미한다. 의사결정자들의 위기관리 리더십 역량과 일선 실무자 그룹들의 실행 역량, 예산, 관제 체계 등도 동시에 일컫는다.

즉, 위기관리의 ‘우수성 이론’이랄 수도 있는 ‘위기를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해 잘 준비 해 좋은 체계를 가진 회사가 결국 위기관리도 잘한다’는 의미다. 잘 된 회사가 잘 한다. 아주 간단한 이론(?)이다. 이론은 간단해 보이는데 현실은 참 힘들고 복잡하다.

손자병법의 그 이후 문장은 또 이렇게 연결된다. ‘적을 모르고 나만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은 진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이 말의 뜻은 ‘혹시 다가올 이슈나 위기와 관련 이해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회사라도, 사내 위기관리 준비나 체계를 어느 정도 키워 놓으면 승률은 반반’이라는 조언이다. 일부 실무자들에게는 약간 힘이 되는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쨌든 내부적인 위기관리 역량은 키워야 한다니 고민은 비슷할 수도 있겠다.

그 다음 문장은 또 이렇다.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진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 당연한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니 할 수 있는 것을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관심이라도 가져야 하는데, 그런 관심이 없으니 당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회사가 혹시 있을까 하는 ‘설마’ 의견이 있기도 한데, 정말이다. 이런 회사들이 있다. 가끔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우리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회사들의 많은 퍼센테이지가 이런 회사들이었다.

잘돼있는 사례와 회사들을 구경하는 것은 좋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반대로 잘 안되어 있는 회사들을 반면교사로 삼는 것도 아주 좋은 개선방식이다. ‘지피지기’에 있어 제대로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 보는 것도 아주 멋진 일이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자면, “못에서 물고기를 보고 부러워하느니 돌아가서 그물을 짜는 게 낫다(臨淵羨魚不如退而結網)”는 맨 서두의 말이 떠 오를 것이다.

올해를 그물을 짜는 한 해를 만들어 보자. 더 이상 못에 옹기종기 앉아 물고기를 부러워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 우리 회사도 이제 그물을 만들어 제대로 된 위기관리 체계를 한번 잡아 보자. 그물도 좀더 촘촘하게 짜 만들어서 이제는 제대로 해 보자. 처음엔 그물이 낯설거나 만들어 보니 성길 수 있다. 하지만, 아예 그물을 만지지 않는 것 보다는 낫다. 작년까지 여러 해 반복적으로 하소연 했던 ‘안 되는 이유들’을 이제는 좀 등지고, 우선 되는 것들로라도 그물을 짜 보자.

회사에 오래되어 방치된 그물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찾아 손질을 해 보자. 여기 저기 뚫리고 좀이 쓸어 끊어진 그물이라면 여럿이 둘러 앉아 기워내 사용 가능한 그물로 재탄생 시켜보자. 그물을 기우거나 짜본 경험이 없다면 그물쟁이들을 구하거나 그들에게 배워 한 땀 한 땀 제대로 만들어 보자.

올 한해 물고기가 부러워 구경하면서 시간 보내는 건 그만 해 보자. 진짜 그 물고기가 탐나고 잡기 원한다면 필히 그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CEO와 전직원이 공감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아직도 물고기가 가득한 못을 구경만하고 있는 경쟁사들. 그들이 위기와 싸울 때 마다 모두 질 때(每戰必敗), 돌아가 튼튼한 그물을 짜낸 우리는 백 번을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않게 되어 보자(百戰不殆).

가끔 업계 전체의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부적으로 그물을 잘 짜 놓은 기업 내부에서 그렇지 못한 경쟁사들을 평하는 말을 듣게 된다. “그 회사들은 이런 생각을 못해요. 그럴 수 있는 데가 없어요.” 자신 있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좋은 그물을 짠 회사들이 더욱 많아 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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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2016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특별 기고문] 위기관리?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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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에 대해 여러 정의들이 존재하지만 필자가 가장 아끼는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는 ‘기업이나 개인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게 해 내는 것’이다. 90년대부터 여러 기업과 개인의 위기 케이스들을 함께 하면서 이런 정의를 지키지 못해 실패를 반복 경험하는 수 많은 경우들을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2015년을 마무리하고 2016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들은 물론 모든 임직원들이 과연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한번씩 찾아 보았으면 한다. 먼저 회사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진들에 대한 질문이다. 혹시 마땅히 해야 할일 보다는 하지 않아야 당연한 일에 연루되어 회사에 피해를 준 적은 없는가? 그것이 개인적 연루였거나 공식적 연루였거나 할 것없이 문제를 스스로 만들거나 방치해 키워 본적은 없는가?

위기관리의 성패는 상위 1%의 경쟁력에 의해 갈린다고 하는데, 스스로 위기를 만드는 위기요소(crisis maker)가 되지는 않았었나 하는 되돌아 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상위 1%가 위기를 만들게 되면 우선 그 위기관리 예후는 최악이 될 수 밖에 없다.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해 주어야 할 그 핵심 주체가 위기를 만들었으니 어떻게 관리가 가능한가? 더구나 그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신이 빠지고, 법인 차원에서 전사적 대응을 지시하면 그 결과가 좋게 될 리가 있을까? 이는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적시에 하지도 못하는 우를 범하는 꼴이니 필히 경계하자.

상위 1%들이 위기에 대해 가장 민감해져야 회사가 산다. 문제의 소지들에 대해 엄격한 잣대인 원칙을 들이대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잣대의 운용이 문제가 생겨나기 전이거나, 문제가 심해지기 이전이라면 그건 적시에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위기관리란 그런 것이다.

그 다음은 임원들에게 묻는다.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해소하기 위해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했는가? 위기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하면서 자사의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서는 당연한 관심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가?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한번이라도 정독해 보고 문제에 대해 논의해 본 경험이 있는가? 위기 때 마다 아래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최고경영진들을 평시에 트레이닝 시켜줄 계획은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가? 하루 하루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음에 감사하면서 지내온 한해는 아니었나? 혹시 반대로 하루 하루의 문제들에 휩싸여 긴 숨을 쉬지 못하고 일희일비하지는 않았던가?

임원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를 설계 수립하고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것이다. 최고경영진이 하는 위기관리에 대한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는 임원들이야 말로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 온 사람들’이다. 스스로 위기관리 시스템의 운용자이면서, 관제탑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이 임원들이다. 평소 어떤 이슈들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면서 그 해법을 찾아 상하로 공유하는 역할이 임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일’이다. 그것이 위기관리다.

직원들은 어떻게 답변할까? 일선에서 발견하거나 경험한 문제들을 적절하게 공유한 적이 있는가? 일종의 관습이라거나, 전임의 노하우라고 생각해서 문제를 외면하지는 않았는가? 자신에게 맡겨진 권한위임을 하나의 권력이라고 생각해 사일로(silo)를 만들어 독점 해 본적은 없었나? 위기관리 체계상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일선의 상황 관리나 커뮤니케이션 관리 역량을 제대로 수행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이전에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문제를 파악해 해결해 나가고 있는 중인가? 이에 대해 ‘네,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은 적시에 완벽하게 해내고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는가?

현실에서 직원들은 위기 시 상부로부터 적절한 대응 지시가 적시에 내려오지 않음에 불평하곤 한다. 위에서 어떤 생각과 어떤 결정을 왜 내렸는지 자신들이 알 수 없다는 것에 분노한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위기관리 접점에서 문제를 해결보다 봉합하려 노력할 수 밖에 없는 자신들이 더 힘들다 이야기한다. 사실 이 문제는 체계의 건전성에 관한 문제다. 이 또한 누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지 않아 생기는 체계의 문제다.

그 이전에 말이다. 상부로부터 대응 지시가 내려왔을 때 그 지시를 완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직원에게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 놓은 것’이 된다. 이를 위해 반복해서 훈련 하고 실무를 닦는 노력들을 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실무자들사이에서는 위기 시 적절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밑천을 드러내는 케이스들이 꽤 있다. 당연히 상부에서 지시한 적절한 대응은 요원해 지고, 내부적으로 현실적 어려움과 변명들이 거래된다. 직원으로서 담당 업무 역량에 대해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 놓지 않았다’는 비판이 존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관리 또한 동일하다. 지금부터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된다. 그게 위기관리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위기가 어려운 상대일 뿐, 위기관리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내는’ 작고 사소한 성과들이 모여 위기관리를 쉽게 만든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보고도 못 본 척,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안하고 한 척하니 매번 위기관리가 어렵고 그 결과는 실패로 반복되는 것이다. 2016년 새해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꼭’ 하자. 오늘부터라도 시작하면 그게 ‘적시(timely)’다. 그게 완벽한 위기관리의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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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2016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2016 위기관리, 못할 이유를 하나 하나 없애보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잘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해보자. 우리가 사실 위기관리를 할 줄 몰라 못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어떻게 하면 위기가 관리될지 알면서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 위기관리에 실패하니 말이다.

“왜 이번 위기를 그렇게 잘 못 관리했는가?”에 대해 잘못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부적으로 수십에서 자세하게는 백여 가지를 꼽는다. 하지만, 그 이유들을 공공연히 이야기하긴 힘들다. 그 실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부 고위임원들 때문이다. 잘못 된 이유를 입으로 내는 것 조차 금기시 되는 경우도 많다.

위기관리에 실패하고도 내부적으로 침묵하는 조직은 위험하다. 더 위험한 조직은 실패한 위기관리를 두고 ‘이번에 우리 부서는 이런 이런 일을 훌륭하게 해 냈다’ 보고하고 자위하는 조직이다. 진짜 중요한 개선의 기회를 소실시키기 때문이다. 개선을 위해서는 처벌이 우선되면 안 된다.

위기관리 직후에는 그렇다고 치자.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 할 일을 찾아보자. 첫째,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지 먼저 들여다보면 모든 일이 쉽다. 평소에 예상하지 않으니 매번 문제가 발생하면 새롭고 당황스럽다. 놀이공원의 유령집 만 봐도 그렇다. 처음엔 정신 못 차리게 무서워 소리 지르며 오금 저렸었던 곳 말이다. 그 유령집을 두세 번 들어 가다 보면 처음의 기분과는 다른 침착함과 의연함을 가지게 마련이다. 예상하고 경험해 보면 다른 게 당연한데 그리하지 않으니 고쳐보자는 이야기다.

둘째, 해당 위기가 발생하고 어떤 일들이 우리에게 펼쳐질지 그려보면 쉽다. 미리 그려보지 않으니 상황이 변할 때마다 마음이나 감정이 따라 격변한다. 의사결정이 널을 뛴다. 네비게이션도 그렇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미리 초행길을 그려보면 훨씬 낫다. 갈림길들을 유의 깊게 보고, 미리 빠지는 길도 기억 해 보자는 거다. 부산을 가는데 만약 경부고속도로가 OO지점에서 막히면 어디로 돌아갈까 미리 그려보자는 이야기다. 그걸 시나리오라고 한다.

셋째, 매번 위기 감지와 보고가 잘못 되는 이유를 찾아보면 쉬워진다. 그게 매 번이나 종종 이라면 문제 아닌가? 좀더 전문적으로 진단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선 또는 감지부서가 감지 하고도 보고를 못하거나 늦게 한 것인지. 아니면 감지 자체를 하지 못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인지. 늘 일반적이라 간주되던 고질적 문제라 해당 문제가 위기로 발전할지 몰랐는지. 충실하게 보고가 되었는데 의사결정자들이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인지. 왜 과거에는 왜 그랬었는지,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 점검해서 개선해 보자는 이야기다.

넷째, ‘누가?’를 평소 물어보면 위기관리가 쉬워진다. 좋은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누가(who)?’라는 행위 주체가 정확하게 정리되어 있다. 위기관리는 원맨쇼가 아니다. 게임인 축구도 11명이 한다. 더구나 수백에서 수천억, 몇 조를 다루는 기업의 위기관리팀이 한 두 명 일 수는 없다. 여럿이라면 그 각각의 역할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R&R(Role and Responsibility)이다. A라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영업부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마케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법무는? 홍보는? 기획은? 재무는? 인사는? 생산과 기술은? 이런 질문에 답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부서들이 모여 팀을 이루어야 쉽다는 이야기다.

다섯 번째,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버리면 쉬워진다. 일단 역할과 책임을 부서별로 나누었다고 전부는 아니다. 그냥 놓아두면 알아서 일사불란해지는 조직은 당연 있을 수 없다. 부서별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제대로 된 위기대응을 할 수 없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예산이 없다? 인력이 없다? 인력들의 위기관리 전문성이 부족하다? 그 전에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배분이 모호하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정해진 역할과 책임을 정확하게 실행하는 데 장애가 될만한 원인들을 미리 알아보고 개선해야 쉬워진다는 이야기다.

여섯 번째, 위기관리 위원회를 구성하는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충분하게 훈련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면 쉬워진다. CEO를 비롯한 임원들의 임기가 짧은 조직들도 많다. 길어도 임원들이 십여 년을 가는 수는 흔치 않다. 계속 리더십과 팀워크가 바뀐다. 3년전 위기를 함께 관리했었던 임원들이 지금은 CEO의 곁에 있지 않을 수 있다. 그 위기를 리드했었던 CEO가 지금의 CEO가 아닐 수도 있다. 외부에서 영입된 CEO가 우리 회사의 사업특성과 현장을 속속들이 아직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임원들도 그렇다. 그런 상태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많은 의사결정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위기관리란 위기를 통제하려는(under control) 활동이다. 위기관리 위원회의 최고의사결정그룹이 그 통제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점검해 보자는 이야기다. 부족하다면 훈련해야 한다.

일곱 번째, 위기 시 상황실을 운영하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위기관리 전담팀 또는 전담자를 훈련해 놓으면 쉬워진다. 이 부분이 준비되지 않은 조직은 마치 달리는 말에 서로 올라 타려고 말을 쫓아 뛰어가는 한 무리 카우보이들을 연상시킨다.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은 매뉴얼에 따라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현실적 전제를 기반으로 위기관리 전담팀은 설치 운용된다. 통제하기 위함이다. 통제에는 힘이 필요하다. 권한위임 말이다. CEO는 위기관리에 있어 의사결정을 리드한다. 그 외 위기관리 모든 과정에서 각 부서들을 관제 통제하는 역할은 권한위임을 받은 위기관리 전담팀이 하는 것이 일을 보다 쉽게 만드는 방법이다. 당연 극도로 훈련되어 있는 팀이 필요하다.

여덟 번째, 모든 조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쉽게 따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공유되면 쉬워진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첫 장부터 끝장까지 모두 읽어 암기하는 직원은 흔치 않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대신 일선 직원들이 꼭 따라야 하는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면 충분하다. 소위 말하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한 리스트(Do’s and Don’ts)다. 길이가 길 필요도 없다. 정확하게 직원들이 인지하고 따라야 하는 핵심 지침이면 충분하다. 일선 직원들을 수백 번 미디어트레이닝 시켜 대변인으로 만드는 노력보다 ‘어떠한 언론 취재에도 본사 홍보팀 이외에는 대응하면 안 된다.’는 한 줄의 가이드라인이 훨씬 더 싸고 쉽다.

아홉 번째,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때 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모든 게 훨씬 쉬워진다. 위기관리라는 게 바로 그런 일이다. ‘해야 할 일을 제때 하고 있는가?’는 회사의 철학과 원칙에 대한 이야기고, 적시성에 기반한 행동 기준에 대한 이야기다. 문제가 발생되는 품질관리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서비스 품질이 나빠 자주 일선에서 고객과 트러블이 있다면 그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니다. 그 각각의 개선에 있어 ‘예산 때문에 품질관리나 서비스 부분 개선은 2-3년후에나 가능하다’는 결론은 ‘제 때’하는 위기관리가 아닐 수 있다. 회사의 철학이나 원칙보다 우선하는 의사결정은 대부분 위험한 것들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냥 정해진 것을 따르면 많은 게 쉬워진다.

위기관리.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못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문제다. 얼핏 위기는 중립적 현상일 수 있지만, 위기관리가 시작되면 이를 관리하는 모든 조직원들은 바로 ‘정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종종 조직의 위기관리 목표와 조직원 개인들의 위기관리 목표가 다를 수 있는 이유다. 많은 정보와 보고들이 누락, 생략, 편집, 미화된다. 의사결정은 춤을 추게 된다. 당연한 현상이다. 팀은 어떨까? 평시에는 몰랐던 오합지졸의 면모를 보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게 위기다. 막연히 믿었던 위기관리팀들과 최고의사결정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다.

위기는 관리되지 않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런 전제를 평소 가지고 있어야 실제 위기는 관리된다. 평소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이유. 조직원들이 하지 못할 이유들을 하나 하나 찾아내 제거해 보자. 그러면 실제 위기관리가 쉬워진다. 더 나을 수 있게 된다. 눈 여겨 볼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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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52015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변호사들은 항상 왜 그럴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비교적 큰 규모의 기업 위기나 이슈관리 프로젝트에는 항상 변호사들이나 로펌(이하는 법무라인으로 통칭)이 주된 역할을 수행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클라이언트 업무의 절반 이상이 법무라인과의 업무와 연계된 것들이다. 위기와 이슈관리 유형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각각을 위해 법무라인과 일할 때 경험하는 어려움들은 단 몇 가지로 추려진다.

첫째 어려움. 법무라인은 정보를 독점하려고 한다. 이 원인이나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변호사들이 판사나 검사로 일하던 시절 습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판사나 검사 경력을 가진 변호사의 경우 실무 당시 자신이 담당한 건에 관해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고 정보를 독점하던 경험이 당연한 습관으로 굳어졌기 때문 같다. 기업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법적 대응 로드맵이 지속적으로 위기관리팀에 공유되고 업데이트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상냥하게’ 공유 업데이트 해 주는 법무라인을 본적이 별로 없다.

그들 대부분이 자신이 가진 정보와 향후 법적 대응 플랜을 최고경영진 일부에게만 공유하고, 인정받으려 하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홍보라인에서는 해당 로드맵을 정확하게 공유 받아야 이에 따른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울 수 있는데 그게 종종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실제 위기나 이슈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법무라인 활동과 홍보라인 활동이 서로 합치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법무라인으로부터 어차피 정보를 공유 받지 못하기 때문에 홍보라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에만 몰두하는 현상도 보인다. 흔히 이야기하는 기사 완화 작업이 그 중 하나다. 홍보라인에서는 해야 할 것에 대한 감이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제한되는 딜레마에 빠지는 데 그 이유 중 상당부분이 법무라인의 폐쇄성에 기인한다.

둘째 어려움. 법무라인 대부분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일만 한다. 흔히들 홍보라인은 여론의 법정을 관리하고, 법무라인은 실제 법정을 관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미가 각각이 서로 각자 할 일만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끔 법무라인으로부터 “홍보라인이 왜 법적 포지션과 향후 법적 대응 플랜을 알고 싶어하나요? 그냥 홍보라인에게 맡겨진 일만 하시죠?”하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왜 홍보라인이 법무라인에서 하는 일에 참견하거나 엿보려 하느냐 핀잔을 주는 것이다.

홍보라인이 법무라인의 논리와 플랜을 공유 받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법적 대응 전략에 언론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논리와 메시지들을 합치시키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지금 당면한 부정 이슈가 법적으로 자사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이에 대하여 자사가 향후 강력하게 법적 대응 할 것이다 하는 로드맵이 있다면 홍보라인의 커뮤니케이션도 그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홍보라인이 여론에만 신경 써 초반에 무리하게 길티(guilty)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피해를 주장하는 상대방에게 전폭적 수용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하게 되면 문제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반대로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아 법적 문제가 없음에도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 홍보라인이 정확하게 법무라인과 커뮤니케이션 해서 여론관리 차원에서 문제를 함께 푸는 활동을 해야 한다. 이런 경우 법무라인에서 “여론 부분은 홍보라인에서 알아서 하시고, 저희는 위에서 최초 정하신 소송 건을 진행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하는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물론 정해진 소송을 진행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여론의 강약과 방향을 좀 보면서 함께 완급을 조절해 나가는 운영의 묘를 살리자는 건데, 법무라인은 자신들의 업무가 그렇게 유연하다고 보지 않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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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어려움, 어떤 위기나 이슈관리 과정에서도 법무라인은 정치적이다. 홍보라인이 법무라인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이 정치력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법무라인은 특정 정보를 자신들만 독점한다. 그 독점한 정보를 최고경영진에게만 공유하고 부분적으로만 설명한다. 당연히 정치적으로 최고경영진은 법무라인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반면 홍보라인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정보를 오픈 한다. 최고경영진들은 신문이나 TV를 직접 보면서 홍보라인의 정보를 검증하거나 추측해 판단 평가한다. 최고경영진은 홍보라인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해 보고하는 사람들’로 간주한다. 당연히 법무라인에 비해 상대적인 의지가 적다.

법무라인은 예상되는 결과에도 흔히 하는 개런티를 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에도 자신들이 빠져 나가야 할 길을 만들어 놓기 위해서다. 일이 잘못되는 경우를 위해 일이 잘 못 될 수 있는 여러 논리들과 법적 조항들을 여러 번 강조해 최고경영진의 면역력을 키운다. 좋게 말하면 전략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정치적이다.

홍보라인은 이와 좀 다르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최대한 해 보겠습니다’라 말하는 홍보라인의 이야기를 최고경영진은 개런티로 이해한다. 당연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할 수 있다더니 능력이 모자라는구먼’하는 질책이 따라온다. 평소 홍보라인이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도 ‘하기 싫어 그러는 거 아니야?’ 또는 ‘자신이 없으면 홍보하지마’하는 반응이 되 돌아 온다. 법적 업무는 법률이 기준이지만, 홍보 업무는 개인의 역량이 기준이라 믿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상당히 많은 경우 위기나 이슈관리 전략의 충돌이나 갈등이 부서간 존재할 때 법무라인이 승리하는 비율이 많은 건 이런 태생적 정치력의 우위에 있는 그들의 경쟁력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면, 불쌍한 홍보라인은 그렇게 폐쇄적이고, 자기 일에만 열중하며, 정치적이기 까지 한 법무라인과 어떻게 잘 협업 할 수 있을까?

첫째, 경험적으로 두 기능간 일사불란한 협업과 정보공유가 이루어지는 기업에는 꼭 ‘특별한’ 최고경영자가 존재했었다. 최고경영자가 스스로 “법무와 홍보가 같은 방향성을 공유 해 함께 시너지를 내 주어야 이번 이슈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기조를 지속 강조하고 법무의 폐쇄성을 개방시켜 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양쪽 기능을 함께 불러 같이 논의하고 공유하고 의견을 들어 균형을 잡는 그런 최고경영자가 있어야 한다.

둘째로는 법무라인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홍보라인의 강화다. 법무라인이 보통 독점하려고 하는 정보들의 많은 부분은 사실 경찰 법조 기자들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간접 확인이 가능하다. 홍보라인이 그런 간접 정보라인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면, 법무라인의 폐쇄성을 상당부분 허물어뜨릴 수 있게 된다. 강한 홍보라인은 유수한 대형 로펌의 검찰, 법원 정보라인을 압도하는 정보역량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누가 더 정확한가 하는 판단은 결국 최고경영자가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신뢰의 방향은 바뀔 수 있다.

셋째, 홍보라인은 최고경영자에게 ‘법무 로드맵에 따라 홍보라인은 관련 여론을 만들어 최대한 지원할 의향과 역량이 있다’는 핵심 메시지를 반복 전달해야 한다. 다양한 사례들을 경영진에게 공유하며 법무와 홍보가 함께 발 맞추어 나갈 때 엄청난 시너지가 일어 날 수 있다는 확신을 경영진에게 평소 일관되게 어필해야 한다. 목적과 목표만 같이 공감할 수 있다면 굳이 그런 시너지를 회피하려는 최고경영진은 없다.

사실 여러 홍보인들이 하소연 하면서 ‘법무라인의 (조직 내) 힘이 더 세다’ “법무는 홍보를 우습게 본다’ ‘법무는 자격증이 있지만, 홍보는 아무나 한다’ 이런 자괴감들을 털어 놓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 해 보면 그들의 가장 큰 콤플렉스는 의외로 여론이었다. 자신들이 여론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는 기자들은 있어도 그를 통해 여론을 전략적으로 형성하고 관리해 나가는 경험에는 그리 자신이 없었다.

이 이야기는 홍보라인이 강한 정보력과 실행 역량 그리고 이를 통한 최고경영진으로부터의 신뢰를 득하고 있다면 법무라인으로부터 지금과는 다른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법무와 홍보의 싸움은 곧 신뢰의 경쟁’이라는 말은 아주 정확한 표현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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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062015 0 Responses

CEO는 쏙 빠진 위기관리, 앙꼬 없는 찐빵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당연한 이야기다. 정부나 기업이나 위기관리의 99%는 상위 1%의 경쟁력에 의해 그 성패가 나뉜다. CEO가 가장 먼저 훈련 받아야 임원들을 어떻게 훈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혜안이 생긴다. CEO가 투자해 고민한 시간만큼 그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는 빈틈이 없어진다. CEO가 빠져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말 그대로 ‘앙꼬 없는 찐빵’이다. CEO가 가장 많이 알아야 하고 모르는 부분은 간접경험으로 위기를 실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야 비로서 기업의 위기는 관리된다.

위기관리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실무자들이 CEO와 핵심임원들을 평소 그 준비와 훈련의 시간에 불러들이기 주저한다면 문제다. 준비와 훈련에 있어 시간은 가장 많이, 심도는 가장 깊게 투자해야 하는 그룹이 바로 CEO를 비롯한 상위 1% 그룹이기 때문이다.

군대를 그 예로 들어보자. 군을 지휘하는 군단장과 사단장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실제 소대장 시절을 거치면서 소대단위의 기동을 익히고 경험하고 리드했던 경험자들이다. 중대와 대대 그리고 연대를 거치면서 더 큰 단위의 기동과 편제, 그리고 전략을 배우고 익혔다. 그 후 그 자리에 올라 수천에서 수만 병력을 한눈으로 내려다보며 움직일 수 있게 된 ‘철저히 훈련 받은 자’들이다.

그러나 기업은 어떤가? 위기관리를 대리 팀장급 단위에서 경험 해 본 직원이 그리 많지 않다. 본업이 아니라서다. 일부 홍보나 법무, 감사부서 직원 일부를 빼 놓고는 특정 직급 이하 시절에는 전사적 위기관리위원회 회의에 들어가 본 적도 없는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초급임원이 되어도 상위 1%가 관여하는 위기관리위원회에 배석 정도 하는 경우를 빼고는 실제로 현장부터 통제센터까지 지휘 경험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고위임원이 되면 매일이 위기다 이슈라고는 하지만, 누가 자신들에게 위기관리 원칙과 체계를 가르쳐 준 적이 없다. 그냥 매번 쳇바퀴 돌 듯 위기대응이라기 보다 반응 차원에서 움직이고 의사결정 하는 경험들에 만족하곤 한다.

CEO는 다를까? 다르지 않다. 흔히 인사 보도자료에서 언급되는 ‘재무통’ ‘마케팅통’ ‘영업통’이라는 전문분야 외에 전사적 위기관리 경험이나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다면 이 얼마나 스스로도 불안한가?

그래서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초급 임원 레벨부터 지속적으로 위기관리 실무부터 통합관제 시뮬레이션까지를 단계별로 훈련 받는다. 본사의 초급임원과 최고경영진들의 훈련을 넘어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각국에 나가 있는 지역별(zone), 국가 지사별 위기관리 훈련에 본사 위기관리 전담 임원들을 파견하기 까지 한다.

한국에 부임한 외국기업 대표들에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이 ‘매니저시절부터 여러 위기관리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들 중 일부는 한국 지사에 있는 매니저들과 임원들이 별반 위기관리에 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이런 외국기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상황을 설정한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간접적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체계 감각과 연륜이 드러난다.

우리 기업들의 현재 상태는 어떤가? 일단 필자의 경험에서 위기관리 관련 여러 트레이닝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참석 해 훈련 받는 CEO는 국내기업들만 두고 보았을 때 10%가 채 되지 않는다. CEO가 훈련 프로그램 내내 함께 있다는 것을 불편해 하는 임원들까지 있을 정도인 곳도 있다.

일부 CEO는 위기관리 간접경험을 위해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 시작부분 인사말과 당부말씀만 하고 자리를 뜨는 분도 있다. 마치 ‘임원들과 핵심 매니저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십시오’ 하는 생각을 하는 듯 하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빠져있는 위기관리위원회, 즉 통제센터에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보다 많은 CEO들과 핵심 고위임원들이 ‘위기관리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은 직원들이 받아야 하는 교양’ 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집중 훈련이나 시뮬레이션까지 실행하는 기업들은 그나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이다. 더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 훈련이라 생각하면서 강사를 불러 ‘강의’를 듣는다. 위기관리 사례를 들려달라고 한다.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고 농담조로 이야기하는 곳들도 있다.

절대 위기관리를 강의로 체계화 할 수는 없다. 이는 마치 태권도 영화를 보고 실제 대련에 나가는 것처럼 무모한 도전이다. 수영이나 자전거 타는 법 강의를 듣고 수영을 하거나 자전거를 자유롭게 탈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지 한번 생각해 보자. 물론 강의를 의뢰하는 기업측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임직원들이 위기관리 마인드가 없어서요. 그 마인드를 좀 고취해 주었으면 합니다.” 좋은 취지다. 하지만 그건 취지이지 방법론 그 자체는 될 수 없다.

더구나 그런 ‘위기관리 마인드 고취’ 강의에도 CEO는 바빠 참석 하지 않으면 그건 더 문제다. 그 취지인 ‘전사적 마인드 고취’에도 격차가 생기니 위기관리 체계 확립에는 더욱 답이 없게 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단순한 관심과 어프로치들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다른 어떤 기업에게 운 나쁘게 위기가 발생하면 또 그 위기를 반면교사 삼는다며 새로운 강의를 듣는다. CEO나 임원들을 대부분이 ‘이미 들었던 것’이라면서 자리를 뜬다. 실질적 위기관리 역량 측면에서는 아무것도 변화나 강화된 것이 없는데 ‘강의를 들었으니 좀 나아졌겠지’라 추측을 한다. 그리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관심이 약해진 거다.

실전에서 강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CEO가 먼저 훈련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임원들도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맞춘 훈련을 받게 된다. CEO가 참석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보아야지, CEO 스스로 자사에게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 정확히 알게 된다. 그리고 그에 관해 임원들과 개선 논의를 실질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선의 문제를 CEO가 들을 수도 있어야 한다. 공장에서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프로세스를 CEO가 직접 들어보고 관찰 해 보아야 한다. 한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는 지금과 같이 한다 해도, 대여섯 명 이상의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는 어떤 수단을 추가로 동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119를 부르지 않고 공장 자체 응급차량을 이용해 협력병원으로 이송시키는 기존의 관례가 문제 소지는 없을지 여론이나 법을 담당하는 임원들에게 문의하는 실행을 해 보아야 한다. 문제가 있다는 전문 부서 의견이 있으면 이를 토대로 가능한 개선책을 마련해 그 결과를 매뉴얼에 개선 조항으로 삽입시켜야 한다. 이 모든 실질적 개선은 CEO가 훈련과 시뮬레이션에 참여 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위기관리에 실패 한 여러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것 같았던 장비들이 구실을 못하고, 당연히 있어야 할 인력들이 자리에 없고,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일선에서 하지 않았고 하는 모든 실패의 문제들을 정확하게 바라보자. 위기관리 체계의 확립에 있어서 CEO가 가장 경계해야 할 마인드는 ‘잘 준비되어 있겠지’ ‘막상 닥치면 어떻게든 잘 되겠지’하는 편안함이다. 이제라도 CEO가 먼저 나서 훈련 받고 고민하고 토론하고 개선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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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22014 1 Response

[The PR 기고문] 올 한 해 안녕하셨습니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질문에 “그래요, 평안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홍보 임원들과 팀장들은 정말 복을 많이 받은 분들이다. “아니오…평생 가장 힘든 한 해였습니다”라는 한숨만 나오지 않아도 감사해야 할 홍보담당자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올 초 예상 데로 올 해에도 기업들의 이슈와 위기 사례들은 매우 많고 다양했다. 그 하나 하나를 살펴 보면 아주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음에 틀림이 없다.

그래도 10~20년전과 비교 해 보면 우리 기업 홍보 담당자들은 상당한 진화와 성장을 거듭 했다. 사회적 이슈들을 대하는 자세와 시각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진지해 졌다는 것을 느낀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이 활성화 되면서 기업 홍보 담당자들이 이전 ‘언론 중심’ 시각에서 ‘통합적 여론 중심’의 시각으로 자연스럽게 진일보 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 홍보 담당자들이 가지는 이슈 및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고민도 예전보다는 좀 더 현실화되었다. 이전 매뉴얼 중심의 체계 관점에서 전사적 협업과 공유의 관점으로 ‘체계를 이해하는 깊이’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다양한 채널의 활용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느껴진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이슈 및 위기 발생 시 보도자료와 기자 커뮤니케이션에만 관심을 가지던 홍보 담당자들이 좀 더 큰 시각으로 온라인과 기업 SNS 채널 까지를 품으려 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슈 및 위기관리 시 통합적 커뮤니케이션 채널 운용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예전처럼 내부에서 손발이 안 맞는 해프닝들이 상당히 줄어 들었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내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관리 개념을 강조하고 리드하는 홍보 조직들이 늘어 났다. 사회적 여러 이슈들에 대해 이전과는 달리 자사의 토킹 포인트와 핵심 근거들을 개발 해 임원들에게 효과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홍보실이 주축이 되어 사내 여러 임원들을 가이드하고 훈련시켜 좀 더 안정된 커뮤니케이션 관리 환경을 만들어 보려는 노력들도 많이 보인다.

서울에만 집중된 이해관계자 창구를 넘어 국내 지역별, 해외 지역별 커뮤니케이션 창구 관리에도 관심들을 보이고 있다. 예전처럼 ‘지방 공장 사람들이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는 해명이나 핑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전략적 가이드라인과 훈련의 기회를 평소 제공해야 중앙에서도 통합적인 창구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기 되었다.

이렇게 돌아보면 국내 많은 기업들이 이슈와 위기를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점진적 진화와 성장에 다양한 성공을 거둔 듯 하다. 그러면 다가오는 새해에는 또 어떤 숙제들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몇 가지 추가적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정리 해 보자.

첫째, 이슈나 위기를 미리 예상하여 통합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좀 더 강화시켜 보자.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이슈나 위기가 발생 한 후 의사결정을 하고, 입장을 정하고, 메시지를 다듬는다. 미리 만들어져 있는 준비된 카드를 즉시 내미는 기업들이 예상외로 적다는 이야기다. 타이밍에 있어서 준비 안 된 기업들은 준비된 기업들 보다 빠를 수가 없다. 뒤 늦게 내민 카드 또한 충분한 고민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취약하게 마련이다. 내부와 외부 감지 역량을 가진 홍보실이 주축이 되어 가능한 미리 예측하고 필요한 준비들을 완성 해 놓는 과정에 더 큰 관심을 가져보자. 전례 없고, 전조 없고, 성공적인 관리 사례가 없는 이슈나 위기는 없다.

둘째, 물론 한국 기업들의 경영구조 상 이슈와 위기마다 의사결정 방향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외부에서 보면 동일한 기업에서도 시간을 두고 발생 한 유사한 위기들에 대응하는 방식이 그 때 그 때 달라지곤 하는 것을 본다. 반복 발생하거나 이미 경험한 유형의 이슈나 위기에 대해서는 정확한 대응 기조와 프로세스들을 미리 구성해 놓을 필요가 있다. VIP의 의사결정을 사전에 미리 예측할 수 없어 기본 대응 프로세스를 99% 정형화 해 놓을 수 없다면 절반이나 3분의 2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정형화 해보자. 그리고 이를 가지고 훈련과 시뮬레이션 해 놓자. VIP께서 어떤 의사결정을 하시더라도 일사불란함을 보여드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동종 또는 유사업계에서 발생한 이슈나 위기 케이스에 대한 공부를 현재보다 배가 해 보자. 그들에게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보다 이슈나 위기를 우수하게 관리하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분석해 CEO와 임원들에게 지속 공유해 보자. 기업 임원들을 만나보면 의외로 타사들의 최근 이슈와 위기관리 방식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 한다. 그분들 대부분이 그냥 가십화를 목적으로 궁금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에게 동일한 건이 발생한다면 과연 어떻게 대응 할 수 있을까를 궁금해 하는 것이다. 홍보실이 나서 서 좀 더 이 부분에 대한 사내 수요와 공급을 관리했으면 한다.

넷째, 이제는 이슈나 위기를 트릭이나 기술로 관리하려는 시도를 가능한 최소화했으면 한다. 선진 기업들은 대부분 체계를 만들어 반복 개선하고 훈련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간접적 대응 능력들을 향상시키는 데 평소 관리 역량을 집중한다. 문제는 일부 국내 기업들이 평소에는 별반 관심이 없다가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나름 신비한 트릭(?)을 통해 상황을 극복 또는 모면 해 보려 시도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기업이 언론을 넘어 여론을 상대해야 하는 이슈 및 위기관리 환경이 되었다. 여론을 상대로 하는 게임에 있어 섣부른 트릭이나 기술들은 더 큰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예전 홍보 선배들로부터 들어 왔던 흥미로운 대 언론 트릭과 기술들이 현재 같은 여론 관리에 있어서도 동일 적용되거나 효과를 발휘한다 믿을 수는 없다. 여론을 좀 더 경외하는 시각에서 정도에 더 집중하자.

마지막으로, 기업 홍보실의 사내 정치적 역량을 최대화 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보자. 회사와 CEO를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무적 기능을 홍보실이 맡아 최대한 활성화 시켜 보자. 사회적으로 여론의 부정적 주목이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업이나 의사결정들에 대해 홍보실의 자문을 구하는 CEO들을 더욱 많이 만들어 보자. 예전과 같이 여러 실무 부서에서 질러 놓은 불에 소화기만 들이대는 사후 소방수로서의 역할에만 안주하진 말자. 이를 위해 홍보 임원들이 홍보적 언어보다 경영적 언어를 사용하는 데 더 익숙해 지자. 평생 만나왔던 기자들도 좋지만 사내적으로 홍보실의 기능과 외연을 넓히는데도 인맥과 시간과 힘을 좀 더 할애 해 주자.

한 해가 가고 있다. 새해에는 더 큰 이슈와 위기들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이슈와 위기는 기업 생존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관리 대상이다. 어제의 실수와 아쉬움이 오늘에는 상처일지라도 내일에는 그 상처가 성공에 이바지 해야 한다. 이 것이 바로 우리 기업 홍보 담당자들이 필히 끊임 없이 진화하고 성장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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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2014 1 Response

[The PR 기고문] 카카오톡 위기관리, 아쉬움을 통해 얻는 교훈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많이 아쉽다. 불행한 기업이다. 불행한 사회고 불행한 국민들이다. 그들에게 불행한 위기가 있었고, 불행한 위기관리가 있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던 논란이 회사에게 위기가 되었고, 사회적으로는 혼란이 되었다. 이번 카카오톡 위기와 위기관리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유사하거나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아진다면 다음카카오의 이번 위기관리는 사회를 위한 큰 공헌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라면 항상 기억하자. 위기의 핵심에 대해 고객, 언론, 정부, NGO등과 같은 이해관계자들이 ‘질문하기 전’ 기업이 준비하고 있던 답변은 곧 철학이자 신조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들로부터 ‘질문을 받은 후’ 부랴 부랴 준비된 답변은 임기응변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많다. 준비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다. 다음카카오는 어땠을까?

이번 카카오톡 이슈는 매우 어려운 이슈였다. 풀기 어려운 논란이었다. 우선 이성과 감정이 충돌하는 성격을 띠었다. 기업이 어느 쪽에 서야 할지 결정이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의 법적 의무와 개인 사생활 이슈가 서로 충돌하는 이슈였다. 기본적으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이슈였다.

정치와 비즈니스간의 갈등도 존재했다. 서로 엮이면 안 되는 이질적 분야가 서로 얽혀 버린 것이다. 일선과 공중들에게는 압수수색과 감청 간 개념의 혼동도 존재했다. 범죄 행위와 일상 대화간의 개념 혼동도 존재했다. 검찰의 ‘실시간’ 표현도 혼동을 일으키면서 사태 악화를 부채질 했다.

다음카카오의 입장에서 난감하기 그지 없는 위기였다. 일반적인 위기란 보통 기업과 이해관계자간의 갈등과 충돌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번 카카오톡 위기는 상이한 이해관계자들이 충돌하는 사이에 기업이 끼어 들어간 케이스였다. 그래서 더 불행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이슈로 인해 난감하기 그지 없는 희생양이 된 다음카카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일까? 정확하게는 문제라기 보다는 다음카카오의 위기관리에 있어 아쉬움은 혹시 없었을까?

있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이미 해당 논란 자체에 전조(前兆)가 있었고 그 이전에 다양한 전례(前例)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다음카카오에게는 반면교사와 타산지석이 그 이전에 충분히 가능했었던 것이다.

지난 2010년도만 해도 블랙베리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IM)이 블랙베리 사용자에 대한 통신정보 접근을 요청하는 여러 국가들과 갈등을 빚었었다. 같은 해 트위터의 경우 미 법무부가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위키리크스 계정과 어산지를 포함한 3명의 계정에 대한 정보를 요구 받으며 이번 카카오톡과 유사한 갈등을 빚었었다.

2013년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등 대형 인터넷 관련 업체를 통해 민간인 개인정보를 수집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등 대형 인터넷 업체들로부터 개인정보를 빼냈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이 입장들을 발표하기 시작했었다.

심지어 미국 정부는 테러리스트나 중범죄자가 사용 가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FBI등이 감청할 수 있도록 페이스북, 구글, 야후 등 인터넷 업체들이 협조할 것을 의무화하는 법률 제정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었다. 그 때 이미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면 즉각 폐기되도록 총력전을 벌이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2014년의 다음카카오는 이와 관련된 유효한 입장을 이해관계자들이 ‘묻기 전’에 미처 만들어 놓고 있지 못했다.

지난 9월 18일부터 발아 된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에 맞서서 다음카카오가 별반 유효한 입장을 만들어 놓지 못했다 보는 이유는 10월 1일 목격된다. 이날 다음카카오 합병법인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석우 대표는 ‘카카오톡의 대화내용이 텔레그램처럼 암호화되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모호하게 답했다.

또한 “공정한 법 집행이 있을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법에 따라 검찰에 협조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만을 그대로 확인했었다. 심지어 지난 2일 “정부의 ‘통신제한조치'(감청)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가, 8일 ‘올 상반기 감청건수가 147건이었다’고 다시 수정하기 까지 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분석해 보면 다음카카오는 발생 예상 이슈에 대한 정확한 위해도 예측과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 준비가 부족했었다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 없다. 평시 기존 입장을 고수했던 것은 해당 입장과 논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회적 논란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으로까지 보이는 공중들로부터의 폭격을 실제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경험 하면서 기존 입장과 논리를 수정 강화해 놓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합병 전 카카오는 매주 수요일 전 직원이 모여 서로의 업무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타운홀미팅 ‘카카오광장’을 진행해온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렇다면 당시 이 ‘카카오광장’ 미팅에서도 정부의 ‘사이버 검열’에 대한 자사의 철학과 입장을 사전 논의하고 결정하지 못했던 것일까 궁금하다. 만약 그런 준비들이 이미 있었다면 구체적 답변을 위한 팩트 학습 부분에 있어 아쉬움은 없었을 것이고, 적절하고 유효한 초기 입장 정리가 있어 아쉬움은 덜했을 것이다.

또한 다음카카오에게는 훈련된 대변인의 활용과 창구 일원화가 아쉬웠다. 사실 사전에 완전한 준비와 공유가 없던 상태라면 사내외의 누가 나가 대변인 역할을 했더라도 무척 힘들게 마련이다. 10월 1일 이후 다음카카오의 대변인 운용과 창구 일원화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이유가 그 때문이라면 더욱 큰 아쉬움이 남는다.

회사가 평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준비한 채널들과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아쉬웠다. 최초 기자회견 후 일주일 만에 발표한 ‘외양간 프로젝트’란 평시 마케팅 목적의 톤앤매너로는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체적 맥락과 사안의 중대성에는 걸맞지 않는 실행 이어서 아쉬웠다.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채널활용도 아쉬웠다. 다음카카오 합병 기자회견에서 1차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실패 했더라도 빠른 의사결정 후 여러 채널들을 통해 대변인의 공격적 메시지 딜리버리가 가능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거대한 입장 정리 보다는 2주간 세세한 팩트 교정에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을 활용하는데 그쳐 아쉬움을 주었다.

전체적으로 시간관리(time management)도 아쉬웠다. 10월 1일 이후 본격화 된 논란을 반전시키는데 약 2주가 소비되었다. 준비되어 있었다면 시간관리가 되었을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위기가 항상 닥친 후 기업이 바삐 대응을 준비하는 모습을 내부에서는 ‘위기관리’라 부르지만 바깥에선 ‘침묵’이라 부른다. 이 침묵을 경계하기 위해 기업들은 미리 준비를 한다.

이석우 대표가 1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부분의 메시지들은 그전 1일 다음카카오 합병 기자회견 때 이미 전달되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사회적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준비되지 못한 기업들은 위기 시 대부분 오랜 고초를 겪은 후 마지막에 가서야 정답이나 정답 비슷한 답을 고안해 내곤 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이번 카카오톡 케이스는 선생님이 이미 출제 한 문제들을 다음카카오에게 전달 한 뒤 예정된 일자에 시험을 치른 것으로 비유될 수 있다. 상당한 기회였음에도 다음카카오는 시험공부를 아주 열심히 그리고 심각하게 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처음 본 시험에서 정확한 답을 쓰지 못해 재 시험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 시험을 앞두고도 이미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한 답을 달기 어려워했고. 스스로 혼란스러워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늦은 재시험을 요청 해 어느 정도 답을 적게 되었다. 그 답이 정답인지 여부는 선생님의 최종 채점을 좀 더 기다려봐야겠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카카오톡 이슈가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재 시험 때 전달된 전향적이고 강력한 입장이 효력을 발휘 한 것일까?

지금 다음카카오는 ‘이미 알려진 문제에 대한 답을 왜 미리 마련해 놓지 못했을까?’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선생님과 시험문제를 대충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위기관리를 위한 준비는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위기를 쉽게 생각하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 그 이후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생기면 그때부터 준비를 하니 문제다.

이번 카카오톡 케이스가 수많은 다른 기업들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이다.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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