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리스트

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글로벌 기업들이 왜 위기관리에 실패하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유나이티드 항공이 또 다시 위기를 경험했다. 이번에는 오버부킹을 이유로 이미 기내에 탑승해 있던 승객을 폭력적을 써 끌어 냈다는 논란이다. 소셜미디어 시대인지라 현장의 폭행 장면이 생생하게 전세계로 방영 되었다. 반면 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받지 못한 CEO는 너무 급하게 입장을 정리했다. 이내 상황이 전혀 달랐음을 깨달았고, 감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자 여러 번 재차 사과를 구하면서 동분서주 했다.

당연히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 CEO는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피해를 입은 베트남계 의사는 폭행과 인종차별 등의 여러 이유를 들어 거액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를 대리하는 최고의 변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며 유나이티드 항공과의 중장기전에 돌입했다. PR업계를 비롯한 수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은 유나이티드의 위기관리가 실패했다고 평한다.

저명한 PR업계지인 PR Week은 사건이 벌어지기 불과 한달 전 유나이티드 항공의 CEO 오스카 무노즈(Oscar Munoz)를 올해의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 of the Year)로 선정하기도 했었다. 이런 좋은 평가를 받던 CEO와 회사는 어떻게 이토록 어처구니 없이 위기관리에 실패했을까?

약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이런 신화들이 존재했었다. “글로벌 기업은 한국 토종 기업들 보다 훨씬 위기관리에 대한 마인드가 좋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비롯해 체계가 잘 잡혀 있다” “위기대응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을 꾸준히 받는다” 이런 환상적 이야기 (fairytale)가 여러 글로벌 기업 PR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상식처럼 통용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에 그 이야기는 정말 환상이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다. 글로벌 기업이 제공한 제품으로 인해 수 많은 한국 고객들의 생명이 위협 받는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회사는 십 년간을 침묵하며 위기를 재앙으로 키웠다. 세계적인 리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도 한국 시장에서는 법을 내세우며 맞서던 글로벌 기업도 있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사업을 키워오면서 한국을 이해한다 했지만,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죄로 최악의 고통을 받았다. 왜 이들과 같이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글로벌 기업들이 위기 시 어이없는 실패를 자초하는 것일까?

한국이라는 국가적 특수성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국내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라면 보다 관심 가져야 하는 위기관리 체계와 역량을 종합 정리해 본다. 왜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서 위기관리에 실패할까?

첫째, 위기 시 로펌에 대한 의지 수준이 너무 높다.

국내 토종 기업들도 그렇지만, 외국기업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위기 시에는 로펌의 이야기를 듣는다. 대형 위기는 항상 법정에서 끝나기 마련이라 이를 대비해서가 아니다. 로펌이 자신들의 위기를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항상 믿고 있다. 심지어 위기 시 언론대응에 대한 가이드도 로펌에게 받는다. 리콜이나 QC(Quality Control)같은 이슈에서도 변호사에게 길을 묻는다. 한국 지사의 의사결정 권한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의지 수준이 과도한 기업들이 많다. 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기본에만 머무르는 게 최선은 아니다. 그 기본을 바탕으로 여론과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까지를 케어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대부분 크게 실패한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관리 케이스를 들여다 보자. 공통점이 보일 것이다.

둘째, 한국에서 돈을 벌지만, 한국인을 이해하지 않는다.

한국 지사장이 외국인이고 주요 임원들이 외국인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인 지사장을 임명하고 있고, 사내 임원들의 수만 보아도 한국인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졌다. IMF시절에는 이해되던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몰이해가 20년인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면 문제다. “왜 한국 언론은 저렇지?” “왜 한국 소비자들은 그리도 감정적이고 공격적인가요?” “왜 규제기관들은 법에 근거해서 이야기하지 않죠?” 이런 질문들이 글로벌 기업 위기관리 위원회 미팅에서는 아직도 흔하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 질문자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주요 이해관계자를 이해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어도 성공하기 힘든 도박이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는 해결 될 문제가 없는 게 당연하다.

셋째, 글로벌 본사의 훈수가 너무 많다

글로벌 기업 위기관리 실무자들을 만나보면 항상 ‘컨퍼런스콜’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한다. 시차를 거스르며 집과 회사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컨퍼런스콜 압력은 그 자체가 ‘위기’다. 한국적 시각으로 보면 별 것 아닌 이슈에 대해서도 글로벌 본사에서 일하는 위기관리팀은 큰일이 난 것처럼 관여 할 때가 많다. 각종 질문을 쏟아내고, 자료를 요청하고, 조언을 한다. 물론 큰 원칙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감사하지만, 현지에서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경영진과 실무자에게는 적용 불가능한 가이드라인이 많다는 게 문제다. 사실 본사에 있는 그들도 위기관리 전문가가 아닌 경우들이 많다. 그들이 현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리는 가이드라인이 적절한지 아무도 검증하지 못한다. “대체 초.쑨.아일.보(Chosun Ilbo)라는 매체가 어떤 곳이야?”라는 질문을 영어로 받아 답변하면서 시작하는 위기관리 미팅이 생산적이기는 힘들다.

넷째, 한국 지사 리더의 의사결정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한국 지사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다. 본사의 가이드라인을 받아 충실히 그에 따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내 경영을 맡고 있는 리더들이 위기 일수록 중요한 역할을 해 주어야 하는데, 그게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사장 자신의 상황 파악과 대응 전략 의견이 본사에게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주저함과 고민이 있다. 순수하게 로펌에 의지하거나, PR대행사에 의지해서 의견을 정리하는 습관도 그래서 반복된다. 수많은 컨퍼런스 콜과 수백 장의 서면 보고가 진행되기 이전에도 한국 지사장과 본사와의 담판 통화는 중요하다. 상황에 대한 공감대와 대응 전략 및 방향성에 대한 컨펌은 그 대화에서 신속하게 정해져야 도움이 된다. 실무자들끼리 밤을 새우는 컨퍼런스 콜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 권한 위임 없이는 위기관리 없다.

다섯째, 위기 시 언어 장벽은 넘기 힘든 해자(垓子)다.

글로벌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번역업체들만 돈을 번다는 말이 있다. 위기관리 실무자들도 실제로 위기대응 시간의 상당부분을 ‘번역 감수’에 할애한다. 기자가 요청한 공식 스테이트먼트를 개발해 번역하고 본사 컨펌 받아 재 수정하고 재 컨펌 요청하고 하면서 하루 이틀이 지나간다. 본사의 컨펌을 득한 공식 스테이트먼트를 한국어로 다시 번역하면 문장 논리나 구성이 엉성하다. 이미 기자들이 정한 데드라인은 수일을 넘겼다. 사용 불가한 메시지들만 남았다. 상황이 다시 진전되거나 변수가 나타나 완전하게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처음부터 개발과 번역은 다시 시작된다. 또 시간은 흐른다. 번역이 곧 위기관리다.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해야 좋은 위기관리 매니저란 의미다. 토종 기업들은 결코 이해하기 힘든 해프닝이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을 ‘해자’라 부른다. 위기 시 언어장벽은 성공적 위기관리를 막는 큰 ‘해자’다.

여섯째, 글로벌 원칙이라는 것을 위기관리 실행에 적용한다

“우리 회사는 글로벌 회사라서 그렇게 못 합니다.”라는 말은 글로벌 기업 실무자들에게는 어찌 보면 핵심메시지다. 이해가 갈 때도 있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위기관리 실행에 대해 그리 이야기하면 옵션이 줄어든다. 몇 십 년 비슷한 ‘원칙’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몇 명은 그 ‘원칙’이 실제 글로벌 본사의 원칙이 아닌 경우도 있다. 그냥 실무 임원과 실무자들이 그리 ‘믿고 있는 것’들인 경우도 있다.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윤리’를 따지는 기업 실무자도 있다. 순수 ‘저널리즘’을 논하거나, ‘컴플라이언스’를 언급한다. A라는 실행을 당장 하지 않으면 해당 위기가 재앙이 돼버린다 해 보자. 글로벌 회사의 원칙이라며 A실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단순 위기가 재앙으로 악화되었을 때 글로벌 본사는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비록 그런 재앙을 만들었지만, 원칙을 지켰으니 훌륭하다” 할 것인가? 유나이티드 항공사도 최초 자사 직원들에게 그랬으니, 한국 지사도 그렇게 평가 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일곱째, 평소 스트릿 파이터가 되길 거부한다

“저희는 외국기업이라 언론관계에 대해서 당당합니다” “오보가 나면 바로 언론중재위로 가거나 소송을 하게 되어 있어요” “기자와 식사를 하거나 술을 같이 하는 것은 저희 컴플라이언스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본사에서도 한국 기자들의 기사는 크게 개념하지 않는 편입니다” “부정적인 기사가 나면 저희는 그냥 맞습니다. 개선의 기회로 삼죠” 한국 토종 기업 실무자들이 들으면 놀랄만한 이야기다. 영어만 잘하면 외국기업 가서 실무자를 하고 싶다는 일부 토종 기업 홍보담당자들의 하소연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위로부터 평소에도 별반 적극적인 언론대응 압력이 없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물론 한국 지사장의 캐릭터에 따라 그 대응 압력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 실무자들은 평소 이해관계자 관리에 스트리트 파이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다 생각한다는 게 더욱 정확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관계(relationship)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PR대행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덟 번째, 막연하게 잘되어 있다 믿는다

“글로벌 회사는 원래 위기관리에 철저하죠” 그건 본사의 이야기인 경우가 참 많다. 본사와 한국 지사는 다르다. 위기관리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우선 사람이 다르다. 본사에서 훈련 받고 있다면, 지사에서도 동일하거나 더욱 더 로컬 지향적인 훈련이 있어야 맞다. 그들에게 잘 구조화된 수십 년짜리 매뉴얼이 있다면, 한국 지사에도 진출 이후 갈고 닦인 매뉴얼이 있어야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몇 년마다 바뀌는 임원과 실무자들은 5~6년전 자사에게 발생했던 위기 케이스를 잘 모른다. 해당 위기를 관리했던 에이전시 임원들이 오히려 그들에게 그 때 상황을 설명 해 주는 경우가 있다. 매뉴얼은 수년마다 새로 만들지만, 담당자가 바뀌면 온데간데 없다. 일부는 본사에서 만든 매뉴얼을 번역해 보유하고 있다. 잘되어 있다는 자신감 자체를 정확하게 다시 돌아보자.

아홉 번째, 마케팅 근육만 강하다

한국에서 글로벌기업들은 본사와 동일한 법인 구조와 경영 목적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시장’으로 본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 시장을 위해 가장 강력한 근육에 먼저 집중한다. 마케팅과 영업이다. 반면에 위기가 발생하면 실행을 해야 하는 근육들은 기본적인 형태만으로 유지된다. 글로벌 차원에서 수십 조 매출을 올리고, 한국 시장에서도 수천억 원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 한국 지사가 이런 말을 한다. “저희 홍보팀 예산이 없어요…싸게 해 주세요.” “아시잖아요. 저희 신문에는 광고 안 하는 거요. 광고대행사에서 효과 없다고 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정무감각이나 여론 감각, 이해관계자/언론에 대한 관계 자산 같은 위기관리 기본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크게 잃지 안으려면 먼저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진짜 경영인데 아쉽다.

열 번째, 평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정부, 국회, 시민단체, 언론, 소비자, 각종 단체 및 기간들, 커뮤니티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아주 일부 한번은 가능할 수 있어도 그것을 지속시킬 수는 없다. 급할 때 잠깐 도움을 받고는 이내 사라져 버리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사회 내 이해관계자들이 불편함을 토로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원래 그렇느냐 묻는 이해관계자들도 많다. 다음 위기가 발생하면 그런 나쁜 기억들은 부메랑이 된다. 관계는 투자다. 국내 토종 기업들 중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런 관계 투자를 일관성 있게 해 자산화 한다. 관계에 대한 투자를 범법이라거나,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시각을 견지하고 있기만 해서는 실제로 자사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길은 영원이 없다. 보다 현명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더욱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못하게 되어 있다’는 말보다, ‘어떻게든 해 나가야죠’ 라는 위기관리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위기관리에 실패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자. 만약 유나이티드 항공과 유사한 사건이 우리 회사 일선에서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들 보다 더 잘 응대할 수 있을까? 그들보다 더 정확한 정보 공유와 입장 정리가 가능할까? CEO가 일선에 나서서 단박에 문제를 해결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여러 법적 대응이나 언론 및 여론에 대한 케어에 있어서도 최소한 그들 보다 나을 수 있을까? 신속하게 로컬 차원에서 의사결정 해서 상황을 초기 관리할 수 있을까? 돌아보고 확인해 보는 글로벌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훌륭한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 # #

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언론 이외의 것들을 더 공부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홍보실이 사내 위기관리팀을 이끈다고 한다. 일부 기획실이나 비서실이 그 기능을 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홍보실의 위치가 그렇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홍보실이 사내에서 가장 먼저 부정 이슈나 위기관련 정보를 접하기 때문이다. 외부 언론이나 여러 정보원들로부터 문제를 감지하는 것이 일상이라는 의미다.

물론 일부 내부적인 이슈나 위기인 경우에는 그 감지 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위기관리팀이라는 부서별통합체가 운영되고, 정기적으로 내 외부 이슈들을 감지 점검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홍보실이 위기관리팀을 이끌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언론을 상대하여 해당 이슈나 위기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부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슈나 위기를 발견하고, 이를 키우고, 대대적으로 그 이야기를 퍼뜨리는 것이 언론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옛적에는 “언론만 잠잠하게 만들어라”는 지시가 홍보실에 자주 떨어지곤 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팀내에서 가장 바쁘고 정신 없는 부서가 홍보실이다.

홍보실이 다가오는 이슈나 위기를 방지하기는 힘들다 해도, 해당 이슈나 위기가 수면위로 올라 왔을 때 그 이후 대응에 있어서는 큰 힘을 발휘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홍보실을 위기관리팀 내 좌장으로 여긴다.

그러면 홍보실은 회사의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어떤 역량을 보유해야 할까? 일상적으로 접하고 관리하는 언론에 대한 역량은 물론 기본이 된다. 하지만, 그 역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부 기업 홍보실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여론 감지 및 분석 업무를 같이 실행하기도 한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구조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여론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하나의 권력이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충분할까?

위기관리 관점에서 홍보실은 위기관리팀내 운영자의 역할을 한다.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한다. 위기대응을 위한 내부 토론 진행자 역할도 한다. 위기대응 전략 개발을 위한 전략가 역할도 한다. 경험 쌓인 정무감각으로 구조화된 메시지 메이커의 역할도 한다. 이렇게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기존에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그런 역량들은 충분한 것일까?

우선 성공적인 위기관리팀 리더로서 홍보실의 위상이 더욱 더 공고해 지려면 다음과 같은 추가 역량이 필요하다.

첫째, 홍보실은 법을 알아야 한다.

법을 공부하자. 돌아보면 회사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나 위기들 중에서 법과 연관되지 않은 것은 매우 드물다. 기업관련 법도 수 없이 많다. 공정거래관련 한 법도 항시 회사를 괴롭힌다. 세법관련 한 내용들도 위협적이다. 생산 제품과 관련된 각종 법규들도 수두룩 하다. 고객정보와 관련 된 법들, 광고 및 마케팅과 관련 된 법들, 노조와 관련된 법도 알아야 힘이다. 각종 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시각이 있어야 좋다.

위기관리팀내에 법무팀이 있기 때문에 홍보실이 법까지 손을 댄다는 것은 좀 오버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번 위기관리를 해 본 실무자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법무팀으로부터 그리고 때때로 로펌으로부터 홍보실이 원하는 충분한 정보를 얻은 적이 있었나? 일부 얻은 적이 있다면, 그들로부터 제공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있었나? 혹시 우리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보고 알아서 하라 하고 홍보실은 꿀 먹은 벙어리 포지션을 유지한 적은 없었나?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했다. 성공적인 위기관리 매니져가 되려면 법을 최대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팀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둘째, 홍보실은 재무를 알아야 한다.

재무팀은 뭐하고, 홍보실이 재무까지 챙겨야 하나? 이런 질문도 들어본 적 있다. 그건 월권 아닙니까?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경험 있는 홍보실무자들은 지난 회사의 M&A 과정이나 언론의 실적 취재에 대응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할 것이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간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문의를 받고 네이버를 들락거렸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뭘 알아야 메시지를 만들어 전달할 것 아닌가? 홍보실장이 이해를 못하겠으니, 재무팀장을 기자에게 연결 시켜주는 것도 위험한 일이었다.

홍보실 사람들에게 이제부터 MBA 공부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라는 것도 아니다. 재무재표와 일상적으로 회사와 관련해 자주 이슈화 되는 재무 정보들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해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취재를 하는 기자들은 여러 취재를 통해 해당 재무 관련 정보들을 이해하고 질문한다. 그에 응대하는 홍보실 실무자들이 기자들 보다 모를 이유가 어디 있나? 기자가 이해하는 수준만큼만 일단 공부하자. 그 이상이면 더 좋고.

셋째, 이해관계자들을 연구하자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영향력자들 말이다. 그들을 알아야 실제적인 대응이 가능해 진다. 기업 주변을 둘러보자, 소비자단체들이 있다. 식약처가 있다. 공정위가 있다. 국세청이 있다. 기표원이 있다. 관세청이 있다.  경찰이 있고, 검찰이 있다. 국회가 있다. 이 이외에도 업종마다 회사마다 더욱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관 업무를 하는 팀이 해당 이해관계자들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 내부로 들어가 이해관계자 맵을 함께 그려보고, 대관부서를 인터뷰 해보면 우리가 꼽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상시 관리에는 많은 빈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기업들에서는 어떤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때부터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기표원이 어떤 기관인지 공부 하고, 그들이 이전에 유사한 건으로 내렸던 결정들을 모아 본다. 어떻게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기표원 내 담당자가 누구인지 섭외 한다. 관련해 경험 있다는 로펌을 알아보고 그들을 대응 회의에 참석시킨다. 다 좋다. 하지만, 위기관리팀을 이끄는 홍보실은 해당 이해관계자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은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홍보실이 법을 알고 재무를 알고 이해관계자들은 연구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우선 앞에서 이야기 했던 상황들처럼 답답함이 없어진다. 법무나 재무팀에게 정보를 구걸하는 과정이나, 받은 정보를 보고 느끼는 답답함이 사라진다. 더 좋은 것은 법무나 재무팀의 대응 전략과 논리를 홍보실이 재평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들이 전문가니까 그들의 논리가 옳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홍보실이 정무감각을 통해 그들의 최초 논리를 검증할 수 있게 된다. 회사 차원에서는 이 보다 훌륭한 위기관리 체계가 없다.

그 다음 홍보실이 위기관리팀을 제대로 리드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부서들을 제압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일단 이야기가 된다. 토론이 가능해지고, 특정 부서의 정치적 논리에 치우치지 않게 된다. 각 부서들이 홍보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홍보실이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를 제시하게 되면 그들은 그 자체를 존중하게 된다. 홍보실이 힘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다.

홍보실이 법과 재무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을 연구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이라면, 홍보실이 ‘경영자의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산부서는 생산 언어를 사용한다. 법무부서는 법무 언어를 사용한다. 재무부서는 재무 언어를 사용한다. 인사 부서는 인사 언어를, 마케팅 부서는 마케팅 언어를, 영업부서는 영업 언어를 사용한다. 그것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최고 경영자들은 각 부서들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경영자의 언어’를 사용한다.

이전 홍보실을 한번 돌아보자, 스스로 너무 ‘홍보 언어’만 사용하지는 않았나? 그 주제나 내용들이 대부분 ‘언론’에 대한 것들로만 채워지지 않았나? 경영자들이 이해하고 듣고 싶어하는 ‘경영자의 언어’로 경영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한 적이 있었나? 그런 모든 것들이 제대로 소통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홍보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이유로 홍보실을 믿지 못하겠다 하고, 홍보실은 항상 비용만 축내는 부서로 역할을 한정 받은 것은 아닐까? 만약 홍보실이 스스로 ‘경영자의 언어’로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면, 지금과는 달라진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경영(management)이다. 위기관리를 하면서 홍보를 이야기하고, 언론만을 이야기하는 홍보실은 제대로 위기관리의 리더십을 발휘 할 수 없고, 제대로 인정받을 수도 없다. 제대로 된 공부와 이해 그리고 이를 통한 위기관리팀내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최고경영자들에게 위기관리를 위해 ‘경영자의 언어’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일단 그들을 그 언어로 설득하고, 인정 받아야 한다. 그래야 실행 차원에서 더욱 더 효과적인 홍보/커뮤니케이션 언어가 구현 가능해 진다.

일상적으로 기자를 만나고, 모니터링하고, 기사를 수정하고 하는 일로도 야근을 밥 먹듯 하는데, 어떻게 법과 재무 같은 어려운 공부를 하라는 것인가?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연구를 하려면 그것도 예산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홍보실 직원들이 위에서 시키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 종종 문제가 되는데, 무슨 여유로 공부를 하나? 말이 쉽지 나이 마흔이 넘어서 공부하기가 어디 쉽나? 등등 홍보실무자라면 많은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이해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홍보실이 스스로를 위해 ‘뜻을 먼저 세우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뜻을 세우고 일관되게 정진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드는 곳’이 홍보실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그렇게 많은 영향력자들을 많이 만나고, 커뮤니케이션 하고, 그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데 익숙한 부서가 홍보실 말고 또 있을까?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올해부터 공부를 해 보자. 홍보실이 성공해야 회사가 성공한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 # #

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기업이 ‘사람’이고 위기가 ‘질병’이라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시끄러운 청와대 발 이슈들이 점차 대기업들에게까지 그 부정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물론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기업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여론적으로 비판 받아야 할 것이 있으면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 옳은 자세다. 현재와 같은 정치권 관련 논란들을 기업이 위기로 정의하는가 여부는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어지러운 상황에 처한 기업들의 ‘위기관리관(危機管理觀)’에 대해서 비유를 통해 재미있게 정리 해 볼까 한다. 만약 기업을 ‘사람’으로 비유하고, 위기를 ‘질병’으로 비유해 본다면 여러 기업들의 유형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건강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유형

병(위기)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항상 자신에게 어떤 병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건강에 대한 우려도 있다. 병에 걸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각종 건강상식들에 주목은 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식이요법이나 운동과 같은 기초적인 건강 노력은 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건강검진을 받지도 않는다. 그냥 마음속으로 건강해야 한다 병에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만을 반복한다. 대신 건강을 위한 투자나 노력은 생략하는 유형이다.

이런 기업들이 꽤 있다. 경영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위기가 도처에 깔려있어요”라고 말한다. 다른 직원들의 이야기 속에도 “그런 위기가 우리에게도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 거거든요. 참 걱정입니다”라는 우려가 담겨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다가올 위기에 대해 아무 실질적인 대비를 하지 않는다. 마음속으로는 두려운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설마 우리에게 실제 그런 병이 생기겠어 하는 희망에 의지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병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치료 하지 않는 유형

이런 사람(기업)은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네요” “내게도 이런 병이 찾아 왔군요”하며 이내 잠잠하다.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병이 발견되면 치료를 위해 신속히 병원을 찾는 것이 당연할 텐데 그러지 않는다. 참을 만 해서일 수도 있고. 병원에 가는 것이 귀찮거나 두려운 경우도 있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 병이 나아서 내 곁을 떠나겠지 하는 믿음도 엿보인다. 일부는 체념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들은 특정 위기를 마주하면서 이는 관리할 수 없는 위기라 생각한다. 일부는 이건 관행이고 너무 오랫동안 이어진 것이라 개선의 여지가 없다. 어쩔 수 없다. 위기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입을 닫고, 언론을 피해 숨는다. 시간이 약이라고 믿는 유형이다.

살기 위해서 일부러 병을 키우는 유형.

정말 아이러니 한 유형이다.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폭음을 한다. 스트레스를 푼다고 과도한 흡연을 한다. 불규칙한 식사와 폭식을 넘나들면서 이런 재미라도 없으면 삶을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주변 의사들이나 건강전문가들이 “당장 담배와 술을 끊어야 살 수 있다” 조언 해도 그 습관을 쉽게 개선하거나 통제하지 못한다.

기업들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하게 각종 기업범죄 및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서 스스로 자위한다. ‘다른 회사들도 이렇게 해서 돈을 버는 거지, 법을 다 지키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나?’하는 경우다. ‘법이 잘 못되어 있어서 법 자체를 준수하다 보면 우리가 살 수 없다’는 생각도 한다. 실제로 병이 커져 생명을 위협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치명적 수준에 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아는 듯 하다. 따라서 이런 병을 키우는 행위들은 지속되고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면역력이 형편 없는 유형

매 환절기 때마다 감기나 몸살을 앓는 사람 같은 경우다. 면역력이 너무 시원찮아서 찬바람만 불면 누어 있어야 하는 스타일이다. 더운 여름에는 여름대로 더위를 먹어 운신을 못한다. 평소 면역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던가 해야 하는데, 매번 같은 질환을 반복해서 앓는다.

정기적으로 언론에 부정적으로 회자되는 기업들이 이런 유형이다. 사회적 논란이 시작되면 항상 그 주체들 중에 하나로 포함되는 기업들이 있다. 각종 규제나 법적인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사법기관에서 출두명령을 내리면 매번 총수가 얼굴을 보인다. 너무 장기간 동안 이런 문제가 반복되니까, 이제는 이력이 붙는다. 경험치가 높아져서 대응 기술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기술은 면역력과는 거리가 멀다.

대증치료만 하면서 건강하다고 상상하는 유형

진짜 위중한 병은 저 몸 속에 있는데, 열을 내리려고만 노력하는 유형이다. 스스로도 몸 속에 숨어 있는 그 병을 정확히 치료해야 열이 내려가고 정상적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 때도 있다. 그러나 일단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대증적인 치료에만 힘을 쓴다.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한다.

기업의 경우 위기가 발생하면 부정적인 기사를 빼려고 여러 노력을 한다. 온라인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하는 것을 보고, 이를 관리하려고 여러 기술을 활용한다. 일단 부정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시각만 희석시키면 다행스럽게 해당 논란은 사라질 것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몸 속 병의 위중함은 나날이 심각해져 간다. 대증치료만 반복되어서는 더 나아짐이 없다는 것을 결국에는 깨닫게 되는 상황이 온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는 유형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다. 몸에 병이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누구에게 찾아가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른다. 매우 답답해 한다. 평소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면 어느 정도 생각이 있을 텐데, 아무런 치료 정보나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유형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기업들 중 이런 경우가 꽤 된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하고, 아래 실무자들에게 “우리도 위기 대응 체계를 갖추어야 하겠다”는 지시를 하신 경우다. 갑작스러운 지시에 실무자들은 그 때부터 위기 대응 체계를 공부하려 한다. 위기관리 교과서 맨 앞장에서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내용을 찾아 낸다. 일단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보자 생각 하고, 여기저기 의뢰 한다. 위기라는 열차는 그 회사를 향해 매초 다가오는 데 위기관리 매뉴얼 작업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급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수준도 아닌 경우다. 몰라서 그렇다.

병이 심각해지면, 여러 주술에 의지하는 유형

병이 생겼다. 결국 자신이 병자가 된 거다. 조용하게 주술사를 찾아간다. 자신이 걸린 병을 굿이나 기도와 정성으로 치료 받고자 한다. 병원을 찾아가지 않고, 아주 오래된 습관 그대로 주술에 일단 의지하고 본다. 가까운 병원에는 가지 않는다. 병은 더욱 더 깊어지고, 주술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기 저기 찾아 다니면서 자신의 병을 고칠 주술사들을 만나는 유형이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비선’ 라인들에 의지하는 유형이 바로 이런 유형이다. 기존에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에 정해져 있는 ‘위기관리팀’은 유명무실한 조직이 되어 버린다. 임직원들이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회사 주변에서 위기를 관리한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누구도 평가하지 못한다. 실행과 실행이 자주 충돌하고, 위기를 관리 하기는커녕 상황의 불투명성만 커지게 된다.

다른 사람이 걸린 병을 그냥 재미있게 구경하는 유형

자신도 그런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 하다. 일부는 자신도 이미 유사한 질병에 걸려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걸 감지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병과 싸우는 지 구경만 한다. 평소에 어떻게 건강관리를 한 거냐, 그렇게 병이 온몸에 퍼지도록 왜 치료 하지 않았느냐 등등 평가하면서 한심해 한다. 자신은 과연 어떤 상황인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기업들도 그렇다. 다른 회사들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했었는지 케이스들을 알려고 한다. 그 케이스들을 분석하고 그에 대해 반면교사를 찾겠다고 한다. 관련한 강의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일부 재미있는 위기관리 케이스는 나중에 술자리 안주감으로 기억까지 한다. 그러나, 강의가 끝나면 그 다음 진행해야 할 자사에 대한 적용이나 개선 노력은 하지 않는다. 수 많은 위기들을 구경만 할 뿐, 자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그에 맞추어 발전시키지는 못하는 유형이다.

어떤 사람(기업)이 진정으로 건강한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평소 건강을 위해 여러 이로운 노력들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건강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찾아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면역력을 키우고, 나에게 어떤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진다. 병이 발생한다면 어떤 진단과 치료 프로세스를 누구와 함께 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해 마련해 놓는다.

그러다가 결국 병이 생기면 바로 미리 갖추어 마련된 치료 프로세스를 성실하게 따른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병에 걸리는 지, 왜 걸리는지,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지속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건강 유지 활동에 실제 적용 한다. 이런 사람(기업)은 건강할 수 밖에 없다. 웬만한 병이 생겨도 다른 사람들 보다 훨씬 빨리 치유가 가능해 진다. 기업도 사람과 같다. 위기라는 병을 관리하는 방식도 큰 다름이 없다.

# # #

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지진 이후 긴급 재난 문자가 무슨 의미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몇 주간 경북 일대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진의 강도 또한 흔치 않은 수준이지만, 끊임 없이 이어지는 여진의 반복이 유래 없는 공포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더구나 지진이 발생한 지역 주변에 주로 위치해 있는 원전시설과 방폐장 시설, 화학공업 단지, 주요 생산 시설들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와중에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반복하고 있다. 지진발생 이후 몇 분 지나 발송된 때늦은 재난 문자가 타겟이 된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해당 시간이 재난 문자를 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었음을 강변한다. 재난 문자 대상과 방식 그리고 신속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몇 번의 강진에 따라 계속되는 때늦은 재난 문자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철없이 홈페이지까지 반복 다운되어 버리니 국민안전처는 입이 있어도 할말이 없어져 버린 듯하다.

결국은 지진관련 긴급재난문자를 기상청이 발송 담당하는 것으로 체계를 변환시키면서 해당 논란은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그랬어야 했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필자도 왜 처음부터 옥상옥(屋上屋)에 사일로(silo)를 만들고 거기에 신속함이라는 압박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최고 우선 가치는 신속이고 정확이다. 일단 신속이 전제되어야 정확이 의미를 가진다. 신속함 없는 정확성이란 평시에는 가치가 있을 수 있어도 위기 시에는 그 가치가 반감된다.

기업에서도 최초 위기 상황을 감지한 직원이 내부 위기관리팀에게 해당 상황을 ‘신속’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러 툴을 통해 동시에 여러 위기관리팀 구성원들에게 위기 상황을 판별해 전파하는 체계를 가진다. 그러나 몇몇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활동이 ‘정치적 활동’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평시보다 훨씬 더 복잡한 보고 공유 체계를 고수하기도 한다. 즉, 최초 감지자-상위자-팀장-임원-위기관리팀장 및 위기관리팀 구성원의 단선형 보고 체계를 의미한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신속함’은 실현 불가능하게 된다. 보고의 정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고, 대표이사에게 까지 올라가는 프로세스를 거치므로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와 같은 단선형 보다는 1보는 감지 판별 후 즉시 동보 전파, 1보부터는 위기관리팀장의 리드하게 상황 파악 및 대응 준비(대표이사 보고 포함)의 단계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상청에게 긴급재난문자 발송 역할을 준 것은 이상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이 ‘감지 판별 후 1보’ 역할을 기상청에게 부여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 국민안전처는 원래부터 기업에서 위기관리팀장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시 ‘긴급재난문자’ 자체로 돌아가보면, 긴급재난문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사전 고지형

첫 번째 유형으로는 ‘예기되는 재난 상황을 미리 고지해 사전 주의와 대비책을 마련하게 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다가오는 태풍에 대한 사전 고지와 그에 대한 안전 주의 사항들을 고지하는 형식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는 긴급재난문자라는 표현보다는 ‘안전 주의 고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긴급재난문자의 신속의 중요성은 다른 유형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장 적다.

사후 고지형

두 번째 유형은 ‘재난 발생 상황을 직후 그대로 전파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유형’이 되겠다. ‘언제 어디에서 강도 몇의 지진이 발생했다. 주변 주민들은 안전에 유의하라’는 긴급재난문자가 바로 그런 유형이다. 이 경우 긴급재난문자를 받게 되는 주민들의 많은 수가 해당 사실을 이미 몸으로 인지하고 경험한 후가 된다. 일부 인지나 경험이 없었던 주민들도 해당 재난 사실을 공유 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 유형은 긴급재난문자를 받는 주민들에게 어떤 구체적 활동을 지시하는 역할은 없어 보인다. 이 또한 ‘주의 고지’가 주 목적이 되겠다.

행동 지시형

세 번째 유형으로는 ‘임박한 재난의 피해를 방지 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지시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 유형이 진짜 ‘긴급재난문자’라고 볼 수 있다. 지진같이 전조가 특별하게 감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부 불가능하지만, 지속적으로 지역별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특정 계곡과 하천 등지에 있는 캠핑족에게는 이러한 유형의 긴급재난문자는 매우 유효하다. “이 문자를 받는 자들은 신속히 안전지대로 대피하라”는 구체적 활동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특히 신속함이 생명이다. 폭우로 하천이 범람 해 계곡과 하천인근의 캠핑족을 다 휩쓸고 지나간 뒤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보았자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시 민방위본부에서 대피 고지하는 형식도 이런 유형일 수 있다.

이번 국민안전처가 곤욕을 치렀던 긴급재난문자의 유형은 두 번째 ‘사후 고지’ 유형이었다. 그 신속성에 있어서 적적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전 고지’ 유형의 경우 별반 신속성에 있어 비판 받을 여지는 없어 보인다. 가끔 “혹서가 지속되는데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가 자꾸 와서 귀찮아 죽겠네”하는 불평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긴급재난문자의 목적을 생각할 때 큰 의미 있는 불평은 아니다. 안전은 기본적으로 불편한 것이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매우 귀찮은 주제일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긴급재난문자 실행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세 번째 ‘행동 지시’ 유형이다. 신속성을 필히 담보해야 하고, 지역 또는 대상을 확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해당 긴급재난문자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지역별 재난 발생 가능 유형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실질적인 적시 적정대상 발송은 불가능해진다. 점증적 재난 상황을 사전에 지역별로 쪼개어 예측할 수 있는 분석 기술도 전제된다. 기존에 해당 지역별로 발생했던 재난 유형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도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긴급재난문자의 나머지 두 유형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와 투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실질적인 긴급재난문자가 실제로 가동 가능할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번 ‘사후 고지’ 유형의 긴급재난문자 발송에서도 여러 미숙한 문제와 논란을 일으켰는데, ‘행동 지시’ 유형의 긴급재난문자는 실제 유효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긴급재난문자 체계를 다시 한번 처음부터 꼼꼼하게 점검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행동 지시형’ 긴급재난문자 유형의 현실화를 목표로 지역별 상향식 재난 유형 분석과 데이터베이스화가 더욱 정교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런 기준과 대상지역들을 정하고 그 틀을 만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국민안전처라 생각한다.

이제 국민안전처에게는 긴급재난문자 발송 책임이 없어졌다. 활동이 없어졌으니 앞으로는 책임도 없어질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지진 시 때늦은 긴급재난문자에 대한 비판은 그 활동주체인 기상청이 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비판에서 한층 자유로워 진 국민안전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앞서 말대로 국가적인 위기관리팀의 팀장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각종 재난 및 위기관리 매뉴얼들이라도 좀 통합하고 상호간 협업 가능한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는 말도 일견 맞다. 하지만, 모든 매뉴얼은 최소한 현 상황에서는 완성 수준에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해서는 실제로 재난 및 위기관리 시뮬에이션을 돌려보면 문제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각 재난 및 위기관리주체별로 자기 영역 싸움과 사일로 경쟁이 발생하는 현장을 그대로 보고 현장에서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

각종 재난 및 위기관리를 담당해야 할 주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은 기본이다. 정부 문화나 성격상 ‘약속 대련’ 형식의 훈련 및 시뮬레이션을 포기할 수 없다면, 최소한 일정 횟수의 경우 ‘자유 대련’ 형식의 시나리오 없는 시뮬레이션도 일부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매뉴얼을 들고 각종 대피시설이나 대응 장비 및 물자들이 제대로 존재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보도를 위해 언론사 기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확인 점검을 왜 국민안전처는 못하는지 모르겠다. 없으면 빨리 채우고, 바뀌었으면 바꾸어 고지하자. 재난이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만 이루어지면 충분하다.

국민안전처는 항상 최악을 생각해야 한다. 재난 시 최악의 상황에서 모든 통신이 불가능해진다면, 전기가 사라진다면, 물이 없어진다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상적 생존 물자 보급이 불가능 해진다면 국민안전처는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미리 고민에 고민을 더해 보자. 재난이 발생한 뒤 이런 이런 최악의 상황이라 제대로 대응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은 그만하자.

마지막으로 국민안전처 자체를 위한 홍보는 이제 그만하자. 국민안전처가 개발 한 더 나은 매뉴얼과 재난 대응 체계들을 보다 적극 홍보하자. 누구나 안전 매뉴얼이나 행동요령들을 어디서나 손쉽게 다운로드 받고 접할 수 있게 하자. 완전에 가까워진 재난 대응 물자들과 설비들을 홍보하자. 미국이나 일본이 하고 있는 수준을 따라라도 하면서 그들이 홍보하는 형식도 따라 해 보자. 실질적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적시에 하자. 그게 곧 홍보라고 생각하자. 위기관리를 잘하는 것이 국민안전처를 위한 진정한 홍보다.

# # #

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2007년 여러 번 제품 유해성 논란에 휘말렸던 세계적 완구 회사 마텔(Mattel). 연이은 리콜속에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던 것에는 당시 마텔의 회장이자 CEO였던 밥 에커트(Bob Eckert)의 리더십이 주효했었다.

밥 회장은 이듬 해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한 초청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위기 당시 우리 위기관리팀의 팀워크는 강했고, 그것이 우리 기업에 대한 테스트였다 생각한다. 지금도 100여 페이지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위기관리팀의 연락처 정보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자사의 위기관리팀을 치하했다.

최근 필자에게도 한 대기업 회장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까요? 우리 회사가 가장 신속하게 구축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스템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필자는 답변으로 마텔 밥 회장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해 드렸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회장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이미 존재합니다. 상당히 두꺼운 분량으로 정리 되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페이지가 위기관리팀 페이지입니다. 비상연락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팀이 회사 위기관리 시스템의 중추가 되도록 하시는 것이 현재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한 위기관리팀이 사내에 존재한다면 그 보다 든든한 자산이 없습니다. 회장님께서도 믿으실 수 있는 그런 강한 팀을 만드시는 것이 핵심이 되겠습니다.”

기업 임원들과 위기관리 워크샵과 트레이닝을 하면서 필자가 자주 강조하는 개념들 중 하나도 바로 ‘누가 위기를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 강조하는 ‘누가(who)’가 바로 위기관리팀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역량을 분석해 보면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는 기업과 임직원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위기관리팀’의 존재 자체를 구성원들이 모른다.

사내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임직원들이 많은데, 그 속안에 위기관리팀이라는 것이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어렴풋하게 무언가 조직 되어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니 문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많은 임원들이 대책 회의에 참석해서도 ‘누가 각각의 대응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여러 대응 방안들과 주제 대상들을 토론하지만, 결국 실행 단계에 있어서는 서로 그 실행 주체가 ‘누구(who)’여야 하는지를 놓고 설전을 벌이거나 시간을 보낸다.

‘위기관리팀’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한두 번 위기를 관리해 본 조직들의 경우가 그렇다. 오랜만에 접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니 그 속에 위기관리팀에 대한 규정과 리스트가 있다. 그 리스트를 보니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어 자기가 위기관리팀이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몇 페이지를 넘겨보니 자신에게 맡겨진 위기관리 업무들이 꽤 많다. 위기 발생시 대응해야 하는 업무들도 자세하게 나열되어 있다. 근데 궁금해진다. 이 많은 업무들을 실제로 내가 해야 하는 걸까? 이걸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걸까? 이걸 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 건가? 그리고 (더더욱 우려스러운 건)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감이 서질 않는다. 그렇다고 위 임원에게 물어봐도 답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당연히 이런 경우 단순 소속감만 느끼게 될 뿐, 실질적인 시스템이나 역량 강화는 불가능해진다.

‘위기관리팀’ 다른 구성원들은 무얼 하는 걸까 궁금 해 한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어떻게 되가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위기관리팀 리스트에 보니 상당히 여러 부서 임직원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이들이 다 무얼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해 진다. 얼핏 보면 문제가 발생한 부서가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 하라 하는 것 같은데, 그 외 문제가 없는 부서들은 왜 리스트에 들어 있는지 궁금하다.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경우에는 정보보안부서와 고객관련 부서들이 알아서 대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기에 마케팅이나 영업 같은 부서가 왜 유관으로 정리되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 밖에 대부분의 문제는 언론에서 다루어지니 홍보부서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위기관리팀 리스트 자체를 의아해 한다.

이 위기관리팀 조직 운용이 ‘잘 될까?’ 의심한다

사내에 구성된 기존 태스크 포스 팀만 해도 수십 개다. 그 중 태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결과물을 내놓는데 하 세월이 걸린다. 부서간 협업? 불가능해 보인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거창한 ‘사일로(silo) 현상’ 같은 걸로 성명하지 않아도 이종의 두 부서가 의견을 정리해 한가지 실행을 하는 것 자체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소통하고 협업하라, 사일로를 극복하고 쌍방향, 균형적 커뮤니케이션…여러 이야기를 해도 쉽지 않다. 각 부서장들도 힘들어 한다. 위기관리팀 리스트를 보니 덜컥 겁이 난다. 이 여러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누가 움직일 건가? 협업이라는 게 이런 규모로 가능할까?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데 이런 위기관리팀 운용이 실제 될까? 의문을 품고 두려워한다.

이런 현장의 많은 생각과 현실이 존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말 만큼 그리 쉬운 것이 아니하는 의미다. 그러나 그렇다고 강력한 위기관리팀의 구축 개발 노력을 포기할 것인가?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들이 필요한가? 기업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언들을 정리 해 보자.

첫째, 위기관리팀이 작은 누가(small who)라면, 큰 누가(big who)를 결정하라

위기관리팀의 수장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마텔의 경우 위기관리팀의 수장은 회장이자 CEO인 밥 자신이었다. 위기관리팀 수장으로서 밥은 자신의 위기관리팀을 어떻게 리드해야 하고, 어떤 역할과 책임을 누구에게 재분배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한국 기업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상당히 많은 매뉴얼에서 그 큰 누가(big who)에 대한 지정과 서술이 모호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VIP들의 강한 리더십과 책임, 그리고 관여가 없이는 강력한 위기관리팀의 구성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큰 누가(big who)들이 먼저 훈련 받아야 한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은 강력한 리더들의 작품이다. 리더들이 먼저 제대로 훈련 받지 않고서는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운용할 수 없다. 리더들은 어떤 위기들이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을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 각각의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어떤 상황으로 어떤 단계를 거쳐 진행 발전될지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의 전개에 따라 자사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전략과 대안을 바탕으로 의사결정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험을 쌓고 있어야 한다. 이는 실제 위기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큰 무리가 있어 평시 반복된 훈련으로 숙련된 경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알아야 리드할 수 있다.

셋째, 자주 마주 앉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위기관리팀의 존재를 모르는 임직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임직원, 다른 부서는 무얼 할까 궁금해 하는 임직원, 과연 많은 부서들의 협업이 가능할까 의심하는 임직원들을 하나의 팀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다. 정기적으로 같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만들어 ‘위기관리’ 주제에 대한 논의와 토론 그리고 훈련을 반복 제공하는 길뿐이다. 이를 통해 경험 많은 위기관리팀, 준비된 위기관리팀, 빠르고 강한 위기관리팀으로의 성장이 가능해 진다. 끊임없는 마주 앉음과 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뉴얼이 곧 위기를 관리 해 주지는 않는다. 강력한 리더 한 명이 위기를 깨끗하게 해결해 버릴 수도 없다. 수천에서 수만 명의 전직원들이 움직여도 관리되지 않을 위기가 있다. 위기란 원래 그런 성격의 것이다. 대신 강력한 위기관리팀이 위기를 관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은 항상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통해서야 구현된다. 수백 페이지 두꺼운 매뉴얼에서 기업의 최고 VIP가 취할 가장 소중한 페이지는 위기관리팀 연락처 단 한 장이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 # #

4월 062017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로비 합법화의 필요충분조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개봉한 영화 ‘미스 슬로운(Miss Sloane)’은 미국 워싱턴 DC의 로비 업계가 주 배경이다. 워싱턴 정책 입안자 사이에서 명성과 함께 악명까지 높은 승률 100%의 로비스트 ‘슬로운’이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업종을 ‘퍼블릭 어페어스 앤드 커뮤니케이션(Public Affairs and Communication)’이라 칭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로비’라 알려져 있는 일을 한다. 대형 로비 에이전시 소속이었던 슬로운은 어느 날 ‘총기 규제 법안’을 무력화 해주길 원하는 클라이언트에 반기를 든다. 그녀는 이내 자신이 다니던 대형 에이전시를 등지고, 작은 규모의 부티크 로비 에이전시로 자리를 옮겨 친정 에이전시와 로비 전쟁터에서 대적한다는 줄거리다.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배경일 수도 있다. 우리 기억을 더듬어 보자. 90년대초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PR에이전시’라는 이름을 들어 본 경영자들은 극소수였다. ‘기업 홍보실’이란 명칭은 들어 보았어도 ‘PR 에이전시’ 또는 ‘PR대행사’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는 분들을 2000년 초에도 만나 본적이 있다. 일부 경영자들은 “기업 내 홍보실이 있는데, 왜 PR대행사를 쓰나요?” 같은 질문을 얼마 전까지도 종종 했었다.

PR대행사도 처음에는 낯설었다

‘로비(lobby)’ 그 자체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로비를 전담하는 에이전시가 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국에서 중앙과 지역정부의 정책입안자들(Policy Makers)을 대상으로 하는 합법적 로비가 가능하게 된 것은 1876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하원의 결의로 로비스트들에게 등록을 의무화하면서 본격적으로 로비 업(業)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캐나다는 1989년 그리고 유럽연합은 그보다 더 늦은 1996년 로비스트들을 법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물론 미국의 경우 이미 1800년대 초부터도 정책입안자들이 당시 로비스트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부터 상당기간 로비 업계는 전통적인 양대 축으로 유지된다. 정책입안자그룹 (Policy Makers)과 특수이해관계자그룹(Special Interests)이 두 축이다. 정책입안자그룹(Policy Makers)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중앙 및 지방 정치인들, 그들의 보좌관들, 의회 및 정부부처 공무원들을 의미한다. 우리의 일반적 생각보다 로비의 실제 대상은 훨씬 넓고 다양하다.

반대편인 특수이해관계자그룹(Special Interests)은 일반적으로 업종/업계를 대표하는 협회, 노동조합 같은 각종 조합들, 기업들, 비영리단체, 타 내외국 정부기관들, 개인들에 이르기 까지 그 범위나 다양성이 더 크다. 따라서 당시 초기 로비는 대부분이 특수이해관계그룹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 졌다. 이들을 ‘인하우스 로비스트’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운용하고 있는 대관(對官)부서에서 정부관계를 진행하는 형태와 유사하다.

고비용 저효율의 인하우스 로비스트 체계

이렇게 전통적으로 양대 축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는 로비 업무에는 몇 가지 문제나 어려움이 있었다. 일단 양축 간에 상호간 호의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돈’이 오갔다. 이를 매개로 해서 정책적인 정보들이 비싸게 공유되었다. 그럼에도, 정책입안자와 특수이해관계자간에는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찾아내 정책 개발 업무를 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예를 들어 아동보육 정책에 대한 혁신적 법안을 만들고 싶은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있다고 해보자. 이들이 검증된 전문가들과 준비된 법안 관련 정보들을 입수하기 위해서는 장시간을 허비하며 수 많은 특수이해관계자들을 만나야 하는 수고가 필수적이었다. 고비용 비효율적인 시장 구조였다.

그러나 2005년 전후 미국에서 로비 에이전시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환경이 바뀌게 된다. 기존 정책입안자그룹(PM)과 특수이해관계자그룹(SI) 사이에 로비 에이전시들이 들어가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하버드대 윤리센터(Center for Ethics) 2015년 조사에 의하면2005년까지만 해도 미국 전체 로비 시장에서 업무 점유율은 특수이해관계자그룹의 ‘인하우스 로비스트(한국의 대관부서 개념)’가 55%, 그 외 ‘고용된 총잡이(hired guns)’로 불리는 ‘로비 에이전시’가 45%를 점유하고 있었다. 그 비율이 2006년 43% vs. 57%로 역전 되면서 로비 에이전시들의 업무가 인하우스(對官)인력들의 업무보다 대폭 늘어났다. 그 이듬해인 2007년에는 로비 에이전시의 업무 비율이 약 65%에 이르렀다. 그와 동시에 로비에 사용하는 총 예산 비율을 따져봐도, 2007년 기준 로비 에이전시들이 약 20억불(한화 2조 3천억원)정도의 예산을 점유했고, 인하우스가 그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견제받는 로비 에이전시들의 탄생과 성장

큰 흐름으로 보면 로비 에이전시를 고용했을 때 기존 전통 양대 축 구조의 문제인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기업들이 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차원에서 실시하는 로비스트들에 대한 강한 감시와 규제도 시장 변화에 한 몫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로비 업계는 예전 양대 축 구조에서 그 사이에 로비 에이전시의 한 축이 더 들어간 3대 축의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이전과 같은 정책입안자들은 로비 에이전시들에 대한 상시적 접근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상호간 정보 교류와 준비된 정책자료 지원이 수시로 이루어진다. 정책입안자그룹과 로비 에이전시 그룹간 관계는 지속 발전되어가고 있으며, 때때로 리볼빙 인사(revolving door)가 이루어지는 수준에까지 올랐다. 의원들의 보좌관으로 전직 로비 컨설턴트가 스카우트되어 가거나, 전직 의원이나 관료들이 로비 에이전시에 임원으로 스카우트 되는 경우가 그런 예다.

특수이해관계자그룹은 예전에 직접 정책입안자그룹과 관계를 맺으며 겪었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로비 에이전시를 고용하거나 계약하는 방식으로 대관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로비 에이전시가 클라이언트의 수요와 필요에 기반해 법안 관련 컨설팅, 자문, 대리 업무를 해주고, 정책입안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활동으로 클라이언트로부터 적정한 수수료(Fee)를 받는 구조가 되었다. 일부에서는 아예 자신의 조직 내에 특정 로비 에이전시 컨설턴트들을 고용해 계약 활용하는 곳도 생겨났다. 로비 에이전시는 일반적으로 변호사, PR전문가, 컨설턴트, 전직 의회 및 관료들로 채워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로비스트들이 (부패한) 정치인들과 밀실에서 이야기 나누고, 음주가무를 즐기고, 돈을 건네고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정책에 반영하려 한다고 믿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미국의 로비 에이전시들을 보면 그들 업무의 대부분이 정책조사, 법안조사, 각종 통계분석, 전략개발, 자료 준비 및 개발 등에 투여된다. 그와 함께 에이전시 고위임원들은 정책입안자들과 특수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연결작업을 위한 컨택과 미팅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기존에 양측이 서로를 찾아 헤매는 수고를 대신 해 덜어주는 고효율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다.

대관의 외주화? 대관에 대한 업무 정의가 먼저다

이제 한국의 최근 환경으로 돌아와 보자. 청와대발 정치권 스캔들이 반년 이상 나라 전체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그 정치적 스캔들에 연루되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특성상 기업의 오너들이 청와대와 연결고리 상에 있었다는 의혹으로 직접 수사를 받고, 일부 구속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시점에서 많은 기업들은 한국적 환경에서 대관(對官)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현재 대관 조직을 해산하고, 상당부분은 외부에 맡겨 ‘외주화’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대관 업무를 외주화 하느냐 고민하기 이전에 ‘과연 한국 기업에게 대관이라는 업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어야 하는가?’하는 직무기술과 그 각각의 정의가 먼저 이루어 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같은 대관 업무들을 그대로 외주화 한다면, 이는 위험의 우회 또는 분산이라는 목적 밖에 이룰 수 없을 것이다. 비용은 더욱 올라간다. 기존에는 기업 고위직 인사들이 수사 받고, 구속 되었다면, 앞으로는 대관 업무를 대행한 개인이나 에이전시까지 수사 받고 클라이언트와 함께 구속되는 정도의 변화 밖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도 그렇다. 기업을 비롯한 여러 특수이해관계자그룹이 성장하고, 그들의 발전적 제안과 생각들을 충분하게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인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대관 수요를 어떻게 투명하게 관리해서 발전적으로 양성화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음지에서 이루어지는 ‘고비용 비효율’의 대관 구조로는 특수이해관계자들 또한 제대로 된 의견 전달이 불가능하다. 민주주의 후퇴 또는 미진한 발전이 당연해 진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전통적 로비 업계 구도인 정책입안자그룹(PM)과 ‘일부’ 특수이해관계자그룹(SI)이 양대 축을 이루며, 비밀스러운 고비용, 비효율 구조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더욱 더 수면 아래로 숨어 들게 만드는 정책보다, 이를 응시하고, 실체를 그대로 인정 분석하고, 수면 위에 올려 놓아 올바른 게임의 법칙을 제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늙고 부패한 대관문화를 바꿔야 나라가 산다

허용하되, 견제하고, 감시하고, 규제하면 된다. 로비 활동이 합법화 되고, 로비스트들이 등록제로 정부의 철저한 감시를 받게 된다면, 그 때부터 업계에는 시장의 원리가 작용하게 된다. 전문적인 로비 에이전시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특화된 변호사들과 능력 있는 PR전문가들이 팀을 이룰 것이다. 그들이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상당 수준의 연구와 관계 형성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서게 될 것이다. 보다 수준 높은 정책자료들을 우리나라 정책입안자들이 제공 받게 될 것이다. 사회를 위해 필요한 정책 아젠다들은 더욱 더 활발하게 공유될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밀실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오고 가던 돈봉투와 뭉치 돈들도 자리를 잃게 되어야 한다.

‘PR에이전시’라는 낯선 서비스 개념이 한국에 입성한지 30년이 되간다. 그 후에도 몇 십 년간 한국에서 ‘PR또는 홍보’란 ‘피(P) 할 건 피하고, 알(R)릴 건 알린다’는 이야기로 희화화 되었었다. 오랫동안 대기업 홍보실이 언론에 뿌려대는 거대한 예산을 기반으로 홍보라는 업무가 굴러 갔었다. 기자와의 관계도 대기업 홍보실은 밀실에서 뿌리를 내리고 성장 유지시켰었다. 그런 환경에서 ‘PR에이전시’는 말 그대로 이방인이었다. “예산도 없고, 밀실작업도 못하는 회사가 무슨 홍보를 한다고 하나?’라는 비판을 수십 년간 받았었다.

그러나 현재를 보자. PR에이전시들은 국내 언론관계 전반의 투명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예산이나 밀실에서의 속삭임으로 진행되던 한국의 홍보를 전략과 메시지로 상당 수준 대체 시켰다. 더 이상 젊은 기자들은 기업이나 홍보대행사들에게 ‘갑’으로 접대 받거나, 밀실로 자신을 유도해 주길 원하지 않게 되었다. 좋은 기사 거리를 다양하게 적시에 제공하는 경쟁력 있는 PR에이전시를 찾게 되었다.

PR에이전시가 활성화 되면서 한국 언론관계 토양이 양질화 되었다. 우리의 늙고 부패한 대관도 이제 그렇게 되어야 한다. 기존과 같이 방치되면 안 된다. 더 이상 수사 받고 구속 될 날을 기다리며 담장을 걷는 대관 실무자들이 존재하면 안 된다. 일부 대기업만 독식하는 정책입안자들과의 밀실 문화도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국가가 제대로 된다.

 

# # #

1월 10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2017년 위기관리 무엇을 해야 할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매년 연말이면 흔히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들을 쓴다. 말 그대로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가지 일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매년 말이 되면 필자도 한 해를 돌아 보면서 여러 지난 프로젝트들을 하나 하나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라는 것이 어느 하나 똑 같은 것이 없다. 발생 상황만 놓고 보면 이전의 것과 동일해 보이던 이슈나 위기도 점차 상황이 진행되고, 환경이 그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 되어 버린다. 당연히 대응 체계나 방식 그리고 전략들도 따라서 바뀌어야 한다.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 또한 모두가 다르다. 체계적으로 훈련 되어 있고, 그간 실제 이슈나 위기를 관리 해 본 역량이 풍부한 기업이 있다. 반면에 어떤 기업은 규모에 비해 실제 대응 체계나 역량이 다른 유사 규모의 기업들에 비해 모자라는 곳도 있다. 홍보, 대관이나 법무 등과 같은 여러 주요 기능이 탄탄한 기업이 있는 반면에, 실질적인 형태의 법무나 대관 담당자가 하나도 없는 기업도 있다. 홍보팀의 경험이나 훈련 수준도 제 각각이다. 국내기업이나 외국기업이냐에 따라 서도 이슈나 위기를 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 생산 조직을 품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는 기업이 또 각기 다르다. 서비스업이 다르고, IT가 다르고, 또 그 중에서 스타트업들의 이슈나 위기관리가 모두 다르다.

따라서, ‘이슈나 위기관리란 이런 것이다’라고 하나로 정의하기는 점점 힘들어 진다. 어떤 기업에게는 절대적인 선으로 보이던 대응 전략이 다른 어떤 기업에게는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 되어 버린다. 기업 문화 또한 다르니 심각한 이슈가 발생 했을 때 ‘대표(오너)가 가시성을 보이셔야 할 때 입니다”라는 아주 당연한 조언이 조직내 광풍을 일으키는 경우도 생긴다. 어떤 상황이라도 각각의 조직에 맞추어 각기 다른 대응 조언과 전략을 강구해 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기는 이유다.

2016년 한 해를 돌아보면서도 수많은 기업들은 각기 다른 ‘다사다난’의 의미를 새길 것으로 보인다. 어떤 기업은 ‘다사다난’은 했어도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던 해로 기억 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떤 기업에게는 다시는 돌아보기 싫은 최악의 해로 기억되기도 할 것이다.

필자가 여러 해 이슈 및 위기관리 프로젝트들을 통해 많은 기업들과 대화하고 조언하고 직접 대표 및 임원들과 마주하면서 반복적으로 느껴왔던 인사이트들을 연말과 연초를 맞아 정리해 본다. 다양한 기업과 더욱 다양한 형태의 이슈와 위기들을 다루며 기억나는 주로 아쉽고 아팠던 공통적인 인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는 실패학에 기반한 개선(Kaizen) 전략이 좀 더 실질적으로 기업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디어트레이닝 받지 마라.

언제부터 인가 이슈나 위기관리 프로젝트들을 이야기하면 많은 인하우스에서 우선적으로 미디어트레이닝을 주로 생각한다. 물론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것이 그 체계와 관련 없거나 기본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미디어트레이닝을 실행 한다는 것은 문제다.

트레이닝 시 대표이사나 임원들에게 회사의 주요 이슈들을 질문 해 보면 내부적으로 별반 정리된 핵심 메시지가 없는 경우들이 많다. 오히려 “이 경우 우리 회사가 어떤 메시지와 논리로 언론과 이야기 해야 하는지?”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묻는 임원들도 있다. 이건 사실 문제다.

미디어트레이닝은 어찌 보면 회사 내부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 주요 이슈에 대한 포지션과 핵심 메시지들을 셋팅 한 후 그 각각을 검증해 보는 기회이여야 한다. 이미 만들어져 내부 공유되어 있는 메시지와 논리 그리고 근거들을 대표와 임원들이 자유자재로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을 만들기 위해서 진행하는 것이 더 이롭다. 아무런 준비나 커뮤니케이션 팩 조차 없이 진행하는 미디어트레이닝은 이제 최소화 되어야 하겠다.

위기관리 매뉴얼 좀 그만 만들자

위기관리 매뉴얼도 그렇다. 많은 기업들이 이제 매뉴얼을 가지고 있을 만큼 갖고 있다. 문제는 그 매뉴얼이 존재한다 하지 않는다가 아니다. 문제는 해당 매뉴얼을 만들어만 놓고 공유하거나 활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기적으로 교육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업데이트 하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다.

몇 해마다 습관적으로 겉장부터 매뉴얼을 새로 만드는 기업들이 있다. 담당자가 바뀌면 다시 만든다. 더 슬픈 상황은 갑자기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여기저기 매뉴얼 자문을 얻고 다니는 경우다. 그런 경우 필자는 이런 질문을 한다. “내부적으로 어떤 위기 상황을 예상하시고 있어서 그러신가요?”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다. 그로부터 그 회사는 몇 개월 후 바로 대대적으로 언론에 회자되곤 한다. 엄청난 위기와 맞닥뜨린 것이다.

실제로 해당 기업의 실무자와 실무 임원들은 위에서 내려온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라’는 지시의 이유를 잘 몰랐을 수도 있다. 일단 위에서 ‘위기관리’를 말씀 하시니 먼저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야 하겠다 판단했을 것이다. 위에서 바랬던 위기관리 체계란 문서 더미인 매뉴얼이 아니었을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매뉴얼이 핵심이거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좀 더 내부에서 진의를 확인하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더욱 절실한 준비 방식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소셜미디어 포기하지 말자

수년전만 해도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온라인 위기관리 대응은 ‘통제(control)’ 개념을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온라인을 통제한다는 개념보다는 그에 대응 하는 조직이나 채널 그리고 메시지들을 중심으로 하는 ‘통제 가능한 부분들에 대한 통제’ 개념이었다. 이는 지금도 아주 당연한 핵심 개념이다.

문제는 그간 제대로 된 조직, 채널, 메시지들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들에게서 발생했다. 여러 번에 걸쳐 당하다 보니, 그리고 여러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쓰러지는 것을 보다 보니 다른 생각이 드는 게다. ‘온라인은 무엇으로도 답이 없다’하는 자포자기가 여럿 보인다. 차라리 체계를 만드는 수고를 하기 보다 사후에 청소를 하는 업무로 온라인 위기관리를 정의하는 곳들도 생겨 났다. ‘누가 무엇을 하더라도 온라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기 전에 ‘우리는 기본적으로 어떤 대응 체계와 역량을 갖추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점검과 반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맞다.

법무팀과 로펌에만 목 메지 말자

VIP 위기나 대형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커뮤니케이션팀은 사내 법무팀이나 로펌 등과 함께 일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위에서는 협업을 통해서 좀더 나은 대응과 환경 조성을 원한다. 그러나 실상으로 많은 경우가 커뮤니케이션팀이 법무팀이나 로펌과 완전하게 협력하기는 힘들다. 이 고민과 관련 해 몇 차례에 걸쳐 기고를 했었지만, 기본적으로 변호사들의 성향이 대부분 그렇게 협조적이거나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는 않다. 또, 그들이 다루는 이슈의 성격에 따라서도 커뮤니케이션팀과 공유 하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다.

힘든 건 커뮤니케이션팀이다. 특히나 법조 기자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들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팀에게 문의 하게 되면 커뮤니케이션팀 수준에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나 입장을 피력하기가 힘들다. 당연히 입을 다물게 되거나, 별 의미 없는 메시지들로 시간을 허비한다. 위에서 기대한 협력을 통한 보다 나은 위기관리는 요원해 진다.

이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도 법을 공부해야 한다. 그렇다고 법과 관련된 자격증이 없는 상황에서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을 만한 경계를 넘는 업무까지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최소한 현 상황과 법적 쟁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와 관련한 향후 법적 대응 프로세스를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이면 충분한다. 더 나아가서 법무팀이나 로펌에게 문의할 때 핵심을 짚어 뽑아 낼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법조 기자들을 보자. 법이라는 것이 그리 어렵거나 취득 불가능한 지식이 아니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여럿이 다양한 이슈들을 들여다보며 공부하는 것으로도 상당 수준 이해가 가능하다. 앞으로는 법을 아는 커뮤니케이터가 성공할 것이다.

홍보실은 홍보만 하지 말자.

기업내부에서 홍보실이 가장 가시적인 리더십을 보여 줄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이슈나 위기관리다. 홍보실에서 고위임원으로 은퇴하신 어떤 분의 말을 빌리자면 “이슈나 위기관리 체계를 사내에서 구축하는 프로젝트는 다분히 정치적인 것”이라며 “최고경영자들에게 홍보부문의 실질적인 업무와 위상을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방법”이라고 했다.

한 대기업 홍보임원은 “외부 컨설턴트를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홍보실)가 내부에서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을 적절히 나누어 전달 한다는 데 있다”라고 했다. 그분은 “전략적으로 외부 컨설턴트들을 활용해 사내 최고 의사결정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노력하는 것도 프로로서의 한 기술”이라고 했다.

이는 맡겨진 업무, 그리고 제한된 역할을 뛰어 넘어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내외부를 아우르는 경영 커뮤니케이션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비전을 가지는 홍보 임원들의 이야기다. 이슈나 위기관리라는 분야의 뿌리는 원래 경영학이었다.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이를 주로 다루는 것은 다분히 전술적이고 한국적인 업무 분장 환경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기존과 같은 미봉책, 방어, 커넥션에 기반한 모면 등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이제 문제가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정치적인 역량 강화의 포석으로 이슈나 위기관리 업무를 다루어 보자. 책임질 수 없고, 책임지기 어려운 ‘실행’에 대한 부담에서 조금만 벗어나 보자. 대신 체계를 논하고, 프로세스와 관제를 홍보실이 담당하면서 변신을 꾀해 보자. 전문 담당 분야에 기반해 사내에서 역할과 책임을 나누어 배분하고, 이를 관제 통제 하는 역할에 보다 집중해 보자. 더 나아가서 평가하고, 환류관리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지휘 해 만들어 보자. 현재와는 다른 더욱 더 강력한 조직적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이 개념은 이미 낯선 것이 아니다.

2017년은 2016과는 다를 것이다. 달라야 한다. 물론 좋은 의미로의 다름이 되어야 한다. 아무것도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서 많은 것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정말 부질 없는 짓이다. 개인적으로도 올 해 여러 이슈 및 위기관리 프로젝트들을 통해 얻은 아픈 인사이트들을 내년에는 최대한 실무에 적용 해 비슷한 실패를 방지 해 볼 생각이다. 클라이언트와 더욱 더 관련한 인사이트를 나누고 경계할 것이다. 우리 모두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 #

8월 162016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VIP 위기관리는 왜 힘들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국 기업 및 조직 위기 유형들 중 고질적이며 가장 위해성이 큰 유형이 바로 ‘VIP 관련 위기’다. 작게는 VIP의 사회 일탈적 행동으로 인한 해프닝으로부터 사법기관의 조사까지 연결되는 중대 사안까지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한번 발생하면 사회적 반향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모든 국민들이 기억하는 부정적 상처로 기업이나 조직에게 오래 남게 된다.

사실관계 확인이 잘 안돼서 힘들다

기업 및 조직 내부 위기관리팀에서도 가장 핸들링 하기 힘든 위기 유형으로 ‘VIP 관련 위기’를 꼽는다. 핸들링 하기 어려운 이유들 중 첫 번째는 해당 위기 유형들이 일반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특성 때문이다. VIP 개인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비서실이나 홍보실 차원에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대부분 쉽지 않다. 특히 홍보실에서는 외부 언론 대응을 해야 하는데,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렵다 보니 대응 할 수 있는 메시지가 제한된다. 전략적 침묵처럼 보이려 애쓰지만, 실제로는 아는 것이 없어서 기자의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경우들이 꽤 된다.

일부 핵심 고위 임원들도 대부분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추정하거나, 부분적으로만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고위임원이라도 그 팩트들을 사내 대응 그룹에게 그대로 옮기는 것을 불경스럽다 생각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응 그룹에게는 정해진 간단한 메시지만 전달하라 지시하는 선에서 초기 대응이 진행된다. 비교적 VIP관련 이슈는 내부적으로 감지가 미리 되는 위기들 중 하나인데, 대응 방식이 제한적인 걸 보면 미리 알아도 별반 수가 없는 위기관리 특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의사결정이 잘 안되니 힘들다

두 번째 VIP 위기관리가 힘든 이유는 관련 위기에 있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핵심 주체가 VIP 자신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외부에서는 왜 신속하게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들을 가지는데, 사실 내부로 들어가보면 아무런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그런 경우들이 많다. VIP가 왜 의사결정에 주저하고 힘들어 할까를 생각해 보면 이해는 간다. 사업적 위기에 대한 결단이라면 상대적으로 단순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개입되어 있는 이슈인지라 의사결정은 어렵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내부적으로 임원들이 모여서 VIP에게 의사결정을 내려달라 압박하기도 힘들다. VIP의 의중을 일단 살피는 활동이 진행될 뿐이다. 민감한 시기에 누가 나서서 “회장께서 직접 나가서 사과하시고, 회장 직책에서 물러나시는 것이 전략적인 대응으로 보입니다”는 조언을 할 수 있을까? VIP가 스스로 “내가 어떻게 의사결정 해야 하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세요”라고 하더라도 어려운 것이 해당 위기의 특성이다. 이런 경우 외부 자문그룹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내부적으로 VIP께 하기 힘든 말을 외부 자문들의 입을 빌려 한다는 의미가 있다.

법무와 홍보간 공유가 잘 안 되니 힘들다

해당 위기유형이 관리되기 어려운 세 번째 이유는 ‘법무라인의 정보 독점’ 때문이다. 일단 사법기관의 조사와 연결되는 경우 대부분 가용정보와 법적 대응 전략들이 법무라인에만 집중된다. 로펌의 경우도 VIP와 면대면 진행 하거나, 법무팀을 거쳐 일하는 형식으로 위기대응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외부 이해관계자 대응을 하는 그룹에게는 별반 유의미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VIP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들이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대응 그룹에게 공유 되어야 한다. 그래야 커뮤니케이션 대응 그룹에서는 전략적 메시징이 가능하고, 타이밍 설정을 비롯한 입장 정리들이 가능해 진다. 그러나 이럼에도 불구하고 커뮤니케이션 대응 그룹에게는 아주 제한된 정보만 뒤 늦게 공유된다. 자칫 법무라인과 커뮤니케이션 라인이 엇박자라도 나게 되면 그 여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되니 문제다.

충분한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서 힘들다

네 번째로 VIP 위기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상당 수준의 관리 예산이 필요하다’는 특성 때문이다. 앞서서도 이야기했지만, VIP와 관련된 위기는 사회적 주목도가 폭발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수많은 언론들이 이에 편승해 지속적으로 기사화를 한다. 온라인에서도 그 전파 범위와 속도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다.

이에 대응하면서 추가 여론화를 방지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대응 그룹에게는 예산이 필요하다. 초기 보도는 방지하기 힘들다고 해도, 언론들이 다루는 해당 이슈의 지속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힘들다. 대형 그룹사처럼 예산에 있어 여유가 있는 기업들이면 모르겠는데, 중견이나 중소기업 수준에서는 가용 예산이 매우 한정적이라 힘들어진다. 부정적 사내 분위기에서 충분한 예산 배정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 탓도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인력들의 밤낮 없는 헌신으로 일선관리가 시도되는데 그 성공률은 상대적으로 극히 저조해 진다.

VIP 주변의 훈수로 더 힘들어진다

다섯 번째 어려운 이유는 ‘VIP와 그 주변인들의 단편적 개입’ 때문이다. VIP 관련 위기가 발생하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조언자들이 VIP 주변에 포진한다. 전직 관료나 기관장, 전직 국회의원에서 전직 언론인들까지 다양한 지인들이 각자 훈수를 둔다. VIP는 개인적으로 이들의 조언들을 듣게 되는데, 그 조언들이 일관되지 않아 문제다. 더욱 위험한 것은 그들이 전체적 조망을 통해 중장기적인 위기관리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조언 내용이 매우 단편적이다. 감정적인 분도 있고, 개인 시각에 따라 자의적 해석이나 대응안을 조언하는 분도 있다.

정상적 상황에서는 노련한 VIP께서 잘 추려 판단 하시겠지만, 자신과 관련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의식의 제한이 수반되는 터라 추림이 힘들어진다. 여기 저기 취합한 조언들을 내부 실행 그룹에게 하달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기존 대응 전략이나 방식들에 문제가 생긴다. 그나마 제한된 정보들로 기본 대응 방안을 마련해 놓았는데, 사공이 많아지다 보니까 배가 산으로 가게 되는 꼴이 된다. 실행 그룹들이 하달된 지시사항에 대해 ‘왜 실행이 불가능한가’ ‘왜 그런 실행이 위험한가’ 하는 내부 보고 논리를 만들고 있으니 실제 실행이 잘 될 턱이 없게 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들을 죽 놓고 보면 VIP관련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 실제로 VIP관련 위기를 제대로 관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케이스들이 극히 제한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일부 대기업들의 VIP관련 위기관리 체계 트렌드를 보면 약간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주목되는 변화가 VIP 개인과 조직을 분리하려 하는 시도다. VIP 관련 위기 발생시 VIP가 개인적으로 외부 위기관리 회사 (또는 홍보대행사)를 고용해 활용하는 케이스들이 보인다. 물론 해당 기업의 지휘와 조정을 거치지만, 외부적으로 창구를 조직과 분리하는 시도를 한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내부 사실관계 확인의 효율화를 위해 통합 대응 그룹을 만들어 로펌과 커뮤니케이션 그룹이 함께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전에 이 두 그룹간 일사불란한 협업이 어려워 실패한 많은 케이스들이 있어 이에 대한 반면교사와 개선이 있었던 것 같다.

일부 기업에서는 VIP관련 위기 발생 시 내부 대응 그룹이 외부 위기관리펌과 협업한다. VIP관련 위기에 있어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을 가능한 내부에 투영하는 역할을 주문한다. 내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향후 상황 전개 즉, 블라인드 스팟을 찾아 달라는 주문도 한다. 내부적으로 위기관리펌에게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주문 하면서 대응 논리와 메시지에 안정성을 더하기도 한다.

이미 국내 대형 그룹사들은 한 두 번 이상씩 VIP와 관련된 초대형 위기들을 경험했다. 당연히 그들 내부에는 경험 있는 인력들이 포진해 있고, 대응 체계 또한 상당 수준에 이르러 있다. 경쟁력 있는 위기관리 자산과 예산이 뒷받침된다. 위기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중견과 중소기업들이다. 최근 VIP 위기의 상당 부분을 중견과 중소기업 VIP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VIP관련 대형 위기관리 경험이나 역량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및 위기관리 체계도 대기업의 십수년전 체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당히 취약성이 많다. 이상과 같은 위기관리 제한점들을 가능한 미리 인지하고 그 제한과 제약을 넘어서기 위한 사전 준비와 투자가 필요한 대상들이 이들이라고 본다. 미리 준비하자.

# # #

7월 112016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문제유발 의지 vs. 위기관리 의지, 누가 이길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이나 조직이 가져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은 무엇일까? 위기관리 역량이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위기관리 철학이나 원칙을 꼽기도 한다. 누구는 위기관리 예산이 중요한 자산이라 이야기 한다. 훈련된 조직이나 비상연락망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평소에 잘 배양된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를 절대적 자산이라 평하기도 한다.

여러 자산들 중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자산은 내부 최고의사결정자로부터 신입직원에 이르기 까지 공유되어 있는 몇 개의 ‘굳건한 공감대’일 것이다.

1.문제를 일으키면 안된다 

그 공감대란 ‘(비즈니스와 활동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라도 일으키면 절대 안 된다’가 첫 번째다. 비즈니스나 기업활동 중 어떻게 문제가 하나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나? 하지만, 조직 내 공감대를 통해 ‘문제는 일으키면 안 된다’는 생각은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이나 일선직원들이 세부적으로 개개 실행으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를 항상 우려 경계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 “비즈니스 하면서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난리들인가?”하는 위기 시 문제성 있는 의식 또한 경계할 수 있다.

2.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

두 번째 소중한 자산으로서의 공감대는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위기관리의 정의에서 이런 정의가 있다. ‘위기관리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는 정의다. 이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최고경영자나 일선에서나 문제를 발견하면 당장 그 문제를 고쳐 해결해 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가능해진다.

3.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된다

세 번째 소중한 공감대는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는 발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대부분 위기를 한번 겪은 기업이나 조직원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얼마나 고생 했는지 혀를 내두르는 직원들은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 의지는 한 두 달을 못 넘긴다. 그런 개인적 의지가 조직의 개선으로 직접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전의 고통은 반복된다. 개인들의 의지도 반복된다. 반면 조직의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실수들 또한 반복된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공감대가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이상의 공감대들 즉,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의 자산들이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를 제대로 이끄는 가장 소중한 가치들이다.

이런 훌륭한 위기관리 자산이 부족한 기업들의 경우 어떤 현상을 보일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공감대는 커녕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 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그들이다. 살기 위해서는 사소한(?) 문제란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조직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일정 수준의 문제는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 자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격담합 논란을 보자. 업계에서 가격을 담합하는 행위는 큰 법적 처벌을 받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실무자들과 임원들간에는 별반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곳들이 있다. 그러면 안 된다고는 하지만 최고경영자나 일선직원들의 마음 속에는 ‘우리만 그러는 것도 아닌걸 뭐’ 또는 ‘이런 협의는 업계의 관행인데 무슨 문제인가?’하는 잘못된 생각을 한다.

일부는 ‘정기적으로 몇 년마다 나오는 논란인걸 뭐…법적으로 다투다 보면 상당부분 감면도 되고, 모두 정상적 사업을 다시 할 수 있게 되니 어차피 남는 장사’라는 생각까지 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이 깔려있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불가능한 게 당연하다.

큰 문제가 되기까지야 하겠어?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없는 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런 기업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최고의사결정자나 일선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게 실제 큰 문제로 곪아 터지기야 하겠어? 내가 십 년간 이런 걸로 문제 된 적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걸…’하는 생각을 한다. 일종의 폭탄 돌리기를 하는 기업이나 조직이다.

‘이 문제를 내가 발견해서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서 자칫 내가 문제를 일으킨 사람처럼 인식되면 어쩌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보신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한다. 특히나 전문경영인 하의 기업이나 조직들이 그런 보수적 생각에 익숙하다. ‘문제’라는 말 조차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이를 ‘문제시’하는 것을 조직에 대한 반동이라 본다. 위기관리는 커녕 위기에 대한 정의 조차 불가능하니 위기관리가 잘 될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문제가 된 사업활동에 대해 언론이나 사법기관이 조사하며 “이런 문제가 언제부터 발생했습니까? 이 문제를 최초 인지한 것이 언제입니까?”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있다. “십 여 년 전에 최초 인지했지만, 그 때는 그것이 그렇게 큰 문제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겁니다. 답이 없거든요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없는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자주 유사한 위기가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국내 기업이나 조직들에게 발생하는 위기들을 분석해 보면 그 중 상당 수가 자주 반복되는 아주 익숙한 위기다. 왜 유사한 위기가 반복되는가 하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어쩔 수 없는 위기”라거나 “답이 없는 위기”라는 답을 한다. 진짜 그럴까? 진짜 조직 내에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정확한 공감대가 있는데도 그럴까?

식품업계에서 주로 발생하는 위기를 꼽으라고 하면 이물질, 품질, 성분논란, 리콜, 고객 컴플레인 등등의 유형을 꼽는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주로 발생하는 위기들을 꼽으라면 제품하자, 안전논란, 가격논란, 규제 위반, 리콜, 고객 컴플레인 등등의 유형을 꼽는다. 이들의 대부분은 유사하게 반복되는 것들이다. 해당 위기 유형의 반복적 발생을 완전하게 재발방지 할 수 없다면, 그 발생 빈도나 심각성을 관리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다. 그것이 올바른 공감대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세가지 공감대 형성이 사내에 필요하다. 셋 중 어느 하나에 대한 공감대만 부족해도 위기는 계속 발생되고, 어처구니 없이 관리된다. 시스템을 갖추자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런 공감대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다. 예산을 퍼부어도 유사한 위기는 반복된다. 아무리 역량 있는 컨설턴트나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해도 그런 공감대 없이는 위기를 이기지 못한다.

위기 유발 의지는 항상 위기 관리 의지를 무력화 한다

위의 세가지 공감대가 전혀 없는 기업은 말 그대로 ‘위기 유발 의지가 강한 기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발생 시켜야 하겠다. 언제든 발생 할 수도 있다. 계속 문제는 발생 될 것 이다는 조직의 암묵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의미다. 당연히 위기관리 의지는 문제 유발 의지를 이기지 못한다.

문제 유발 의지를 공유하는 기업이나 조직에게 위기관리란 ‘기술적으로 발생한 위기를 무마 또는 모면하는 스킬’로 정의된다. 똑 같은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아도 이런 기업이나 조직은 그 트레이닝을 ‘말을 고묘하게 해서 언론의 취재를 무력화 시키는 기술’로 이해한다. 위기관리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 또한 ‘전사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는 대비 해 이를 일사불란하게 무마 모면하는 훈련’으로 받아들인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위기를 감쪽같이 넘기게 해주는 마술사’로 착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아예 모든 위기관리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매뉴얼, 컨설턴트들의 존재를 부정하기까지 한다.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만드는) 문제를 그런 것들로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거야? 순진한 이야기 하지마!”라는 이야기를 들어 봤을 것이다.

백약이 무효하기 때문에 다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일견 이해는 간다. 자신의 회사나 조직을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근원적인 위기관리란 있을 수 없다는 토로라고도 보여진다. 이렇듯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힘든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본능적인 ‘문제유발 의지’를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위기관리 의지’가 답이다.

# # #

6월 282016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위기관리, 성악설과 성선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조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관리(manage)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종종 이야기하는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communication management)를 의미한다. 기업이나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진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모니터링 되고, 분석, 평가되어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개선 시키려는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쌓여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와 함께 사전에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을 구성하고, 이를 공유하여 전사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낼 수 있도록 체계화 한다는 개념이기도 한다.

누구든 실수 할 수 있다. 성악설. 

실제 현장에서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잘되어 있는 기업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들 스스로 ‘누구든 자칫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기본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아무리 실무 경험 많은 임원이라 해도 숙련된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자칫 실수 할 수 있고, 그 실수가 결국 자사에게 큰 피해로 되돌아 올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공유한다. 당연 일반 직원들과 각 이해관계자 창구인 영업, 마케팅, 인사, 기획, 대관, 법무, 생산, 지점 및 지사, 고객센터 등등이 언제든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일종의 ‘성악설’에 기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은 부단히 커뮤니케이션을 통제하고 관리하려 노력한다. 새로운 이슈나 문제들에 대해 매번 중앙집권식으로 대응 메시지와 근거들을 구조화해 개발한다. 개발된 메시지와 근거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규정된 각 이해관계자 창구들과 체계적으로 공유된다. 평소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받은 창구들은 공유 받은 메시지들을 정확하게 상호간 다름 없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한다. 이런 경우 외부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볼 때에 그 기업은 ‘정확하게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지향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는 성악설에 기반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잘 구현되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거의 빠짐없이 최고경영진과 홍보팀 스스로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공감한다. 홍보팀이 중심이 된 중앙집권식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분석 개발 공유 활동이 원활하다. 가끔 홍보팀이 적시에 대응 메시지와 근거들을 공유해 주지 못하면 이해관계자 창구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홀딩(안전하게 미루며 약속함)할 정도로 홍보팀을 의지한다. 그리고 각각의 이해관계자 창구들은 철저하게 훈련되어 있거나, 지속적으로 훈련 받는다. ‘각 개인의 실수를 최소화 해서 조직이 피해를 받는 경우를 최소화한다’는 개념이 공히 체화 되어 있는 것을 본다.

반면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일부 또는 상당부분 부실한 기업이나 조직들은 어떨까?

알아서 잘하겠지. 성선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들이 ‘성선설’과 유사한 개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한 직원인데, 어떻게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겠어. 어느 정도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막연함에 주로 의지한다. 어떻게 보면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관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나 관심이 희박한 경우일 수도 있다. 당연히, 이런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사전적 대비나 훈련 등은 생략되거나 무시된다. 아예 관심이 없는 기업이나 조직도 있다.

문제 직원 조치 후 다시 성선설에 기대

이런 곳에서는 항상 문제들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자사의 지방 한 지점을 방문해 아주 민감한 취재와 인터뷰를 해 간 방송사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사를 책임지는 매니저가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인터뷰를 진행해다는 사후 보고를 받게 된다. 본사에서 실제 방송된 보도를 보니 회사와 관련 해 경악할 만한 위험한 정보들을 기자에게 다 털어 놓는 인터뷰 내용이 보인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들이 크게 화를 낸다. 부주의 한 그 개인을 인사조치 하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홍보팀에게는 왜 해당 방송을 그대로 나가게 했느냐면서 언론 통제 요구를 한다.

회사의 공식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팀이 있다. 회사 브랜드를 위해 필요하다 해서 페이스북에 회사명을 달아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어느 날 회사 공식 페이스북에 황당한 내용이 올라왔다. 자사 제품의 주요 소비자층을 폄하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 회사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지지표현을 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오프라인 언론에서 해당 해프닝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쏟아지는 수많은 연락을 받고 나면 고위임원들이 문제의 포스팅 내용을 알게 된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다시 노발대발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운영을 담당하는 직원과 팀장을 인사조치를 한다. 담당 임원이 사과문을 낸다. 곧 왜 이런 불필요한 일을 만드는 거냐고 하면서 페이스북 운영을 중단시킨다.

선진적인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실현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이런 해프닝들이 반복된다. 하지만, 매번 그에 대한 개선은 개인 처벌과 사후 핑거포인팅과 혼동에 묻힌다. 기본적으로 경영진들은 해당 문제를 ‘일부 직원 개인의 문제’나 ‘일선 직원의 말실수’ 정도로 치부한다. 그러니 전사적이거나 체계적인 개선이 있을 수 없다.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문제는 모두 조직의 문제. 개인적 문제 아니다

가만히 생각 해 보자. 일선 직원이 회사에 해를 끼치는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반복된다. 그렇다면 이건 어느 개인 하나 둘의 문제일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기업이나 조직 차원에서 스스로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해야 하겠다는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이는 문제 아닌가? 물론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해당 논란을 ‘직원 개인의 사소한 실수’로 폄하해야 금방 논란이 진화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 해프닝을 조직의 문제가 아닌 개인 문제로 간주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개인 문제로의 처리가 반복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진다.

기업이나 조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맞다. 그래야 기업이나 조직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비즈니스 전반과 사회적 생존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기업 경영 체계라 볼 수 있다. 즉, 이에 대한 관심이 적은 기업이나 조직은 대부분 실제 경영 품질도 그리 높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도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사회적 논란을 자주 만드는 기업이나 조직 내부에 들어가보면 그런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스스로 입을 통제하지 않고 왜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하려 하나?

기업이나 조직 구성원들의 ‘입’을 제대로 관리하자.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입’을 잘 관리만 하면, 그 다음에 쓸데 없이 무리하게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하려는 시도’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언론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잘 받은 창구가 공유 된 회사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기자에게 전달하기만 한다면. 무리하게 홍보팀이 사후 방송사나 신문사를 찾아 다니면서 살려 달라 하고, 광고 예산을 빌미로 언론을 통제 시도하는 무리수는 필요 없게 된다.

규제기관에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창구가 제대로 훈련 받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만 있다면. 사후에 규제기관을 찾아 다니며 재 해명 하고, 법적으로 로펌의 자문을 받아 지루한 대응을 하는 수고들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다.

기업의 공식 온라인 채널들을 매일 매일 운영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창구들이 제대로 훈련 받아 정확한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사려 깊지 못한 포스팅 메시지에 기업이 사과문을 올리고, 고객 숙여 사과 하고, 더 나아가서 예산을 집행 해 만든 채널을 폐쇄하거나, 온라인 제작물을 폐기하는 비생산적 상황들은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나 조직 구성원들이 진행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엄격하게 해당 기업이나 조직 자체의 문제다. 경영 품질의 문제다. 최고경영진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개념의 부실이 문제다.

더 이상 기업이나 조직 구성원들의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단순 실수’라고 칭하거나 ‘뭐 좋은 일이라고 개인의 실수를 자꾸 거론 하는가?”하며 사후 개선 기회를 소멸시키는 문화를 만들지는 말자.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기업이나 조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관리되는 것이 맞다. 그래야 옳다.

 

# # #

1 8 9 10 11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