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소통 그리고 기업

요즘 홍보담당자들과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거의 대화의 초중반은 촛불집회와 미국산 쇠고기 이야기 뿐이다. 청와대가 너무한다는 둥…자세가 안되어 있다는 둥…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둥…음모가 있다는 둥…

제 각기 현 시국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다르고 개개인의 포지션도 따라 다르다. 어느정도 공감을 이루는 부분이라면 “청와대가 소통을 잘 못한다”는 부분이다.

분명히 대통령은 소통의 부재와 부실에 대해 문제점을 파악해 지적했고, 개선의지를 공언했다. 하지만 정작 만족스러운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예전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소통이 아니라 소통을 하기 위한 자세(본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소통 주체의 포지션이다.

현상황은 국민중심이라고 해도…포지션의 실제 근간은 정부중심이었다는 반증인거다. 국민의 건강을 가장 최우선이라고 소통을 해도…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정부의 포지션은 ‘협상결과가 최우선’이라는 거다. ‘촛불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소통하는 메시지에서 국민들은 ‘배후에 놀아나는 촛불들이 안타까웠다’는 화자의 뜻을 읽는거다.

문제는 소통이 아니라 본질 즉, 포지션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문득 우리 기업들은 과연 ‘소비자’들과 잘 소통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기업들은 소비자를 비롯한 각종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최소 ‘청와대’나 ‘정부’보다는 나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매번 식사자리에서 CEO나 임원분들은 청와대나 정부를 평가하거나 애석해 한다…왜 청와대가 그 모양이냐 하고, 정부는 자세가 안되있는거 아니냐 한다. 그러면…자신은 스스로는 어떻고, 자신의 기업은 청와대나 정부보다 낫다는 이야기인가?

서비스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울분을 들어주고 있는가? 이물질이 든 제품을 먹어버린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읽고 있나? 자신의 개인정보가 여기저기 팔려다니고 있는 소비자의 찝찝한 기분을 진정 이해하나? 박봉과 과도한 업무에 찌들어 있는 계약직 가장의 아픔을 통감하나? 과도한 글로벌소싱으로 눈물을 머금고 공장을 돌리는 납품업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나? 공장 주변 환경 오염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어린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아픔을 진정으로 공감하고 있나?

이들의 불평을 지겹게 생각하지는 않나? 이들의 고통호소를 지나치다 보지않나? 이들의 울분에 찬 항의와 집회에 불순한 배후가 있다 보고 있지는 않나? 이정도면 됐지 뭘 더 바라냐 자기합리화 하고 있지는 않나? 우리 회사가 잘되야지 나라가 산다고 소비자나 NGO를 협박하지는 않나?

이번 촛불집회 현상과 소통의 부재 그리고 포지션의 문제들을 바라보면서 기업들도 중요한 깨달음을 가졌으면 한다. 술자리 안주거리로만 말고…진실된 깨달음이 있었으면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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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6의 “촛불과 소통 그리고 기업”에 대한 답변

  1. toru 아바타

    가슴에서 우러나와 머리에서 쓰여진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뭔가를 얻어가는 기분입니다.

    1. 정용민 아바타

      감사합니다…:)

  2. mark 아바타
    mark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공통된 PR, 광고 메시지는 ‘고객을 위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등 입니다. 전략적 마케팅을 위한 하나의 메시지 툴인 셈인데요. 문제는 기업의 외부적 태도와 내부적 태도 간에 불일치가 발생하기 때문에 진실된 깨달음이 더딘 것 같습니다. 마케팅을 위해선 고객의 가치를 위해 활동한다는 메시지로 가다가 막상 회사에 위기가 발생하면 자기방어가 앞지르다고 할까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아주 많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단 생각을 해 봅니다.

    1. 정용민 아바타

      클라이언트만 바라보기 보다 PR인으로서 나 스스로도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봅시다. 최근 잘하고 있음. 🙂

  3. us.h 아바타
    us.h

    현직 공무원입니다. 그리고 홍보일을 하고 있습니다.
    항상 블로그를 방문하면서도 감사의 글 한번 달지 못해 죄송합니다. 본능적으로 이기적인 것인지 제 스스로가 자성해야… 감사합니다.
    참으로 가슴에 와닿는 현실들을 꼬집어 주셨습니다. 공직자로서 나름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정작 첫머리에 촛불 이야기나, 소통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글을 읽고, 제 자신을 다시한번 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국민과 소통을 위해선 포지션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닿습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라고 취임식때 말씀하셨고, 국정지표에도 섬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아 왔지만, 말과 행동에 너무 가식적인 것 같아 참으로 안탑깝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하게 읽고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1. 정용민 아바타

      저도 사업상 홍보관련 공무원분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그때마다 그분들의 충정과 노고를 옆에서 보며 많은 깨달음을 가지곤합니다. 모두가 행복하고 보람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종종 커뮤니케이션 하시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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