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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황관리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상황관리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실제로 하는 조치를 정하고 실행하는 영역입니다. 사고를 수습하고, 피해자를 돌보고, 제품을 회수하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는 일이 여기에 속합니다. 위기관리는 이 상황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두 축으로 이루어지며, 두 축 가운데 앞서는 쪽이 상황관리입니다.

    상황관리는 말이 아니라 조치입니다

    위기가 오면 회의실에서 가장 먼저 오가는 말은 대개 무엇을 발표할 것인가입니다. 그러나 발표할 내용을 만드는 일과 사태를 실제로 해결하는 일은 다른 작업입니다.

    상황관리의 산출물은 문장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회수 결정, 보상 기준, 원인 조사 착수, 재발 방지책, 조직 개편 같은 것들입니다. 이 산출물이 없는 상태에서 나가는 말은 설명이 아니라 약속이 되고, 지켜지지 않은 약속은 다음 위기의 재료가 됩니다.

    상황관리는 네 가지 일을 순서대로 합니다

    첫째는 사실 확인입니다. 무엇이 언제 어디서 왜 벌어졌고 지금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이후의 모든 판단이 추정 위에 놓입니다.

    둘째는 조치 결정입니다. 확인된 사실 위에서 회사가 무엇을 할 것인지, 누가 언제까지 할 것인지를 정합니다. 이 자리에서 결정되지 않은 일은 밖에서도 말할 수 없습니다.

    셋째는 실행입니다. 결정한 조치를 실제로 집행하고 그 과정을 기록합니다. 기록이 없으면 나중에 증명할 수 없습니다.

    넷째는 검증입니다. 그 조치가 실제로 상황을 바꾸었는지 확인합니다. 바뀌지 않았다면 조치를 바꾸어야지 표현을 바꿀 일이 아닙니다.

    주관은 홍보가 아닙니다

    상황관리를 홍보실에 맡기는 회사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회수와 보상과 원인 규명은 홍보실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상황관리의 주관은 사업, 안전, 품질, 생산, 법무처럼 그 조치를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부문입니다. 홍보실은 그 결정에 참여하되 대신 결정하지 않습니다. 두 축의 책임자가 각각 지정되어 있지 않으면, 급한 쪽이 다른 쪽을 밀어냅니다.

    행동이 소통을 이끌어야 합니다

    위기에서 경영진이 마주하는 가장 큰 유혹은 실체보다 소통을 앞세워 상황을 뒤집으려는 조급함입니다. 이 조급함은 대개 전략적 판단이 아니라 심리적 압박에서 나옵니다.

    소통 행위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사실, 사과문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기사거리가 되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조치가 먼저 서고 그 실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경우, 소통은 주인공이 아니라 행동을 증명하는 조연이 됩니다.

    아직 준비된 조치가 없다면, 설익은 발표로 스스로 논란을 키우기보다 홀딩 메시지로 시간을 확보하고 대응의 내실을 갖추는 편이 낫습니다. 행동이 뒷받침된 소통만이 상황을 되돌립니다.

    상황관리가 아닌 것

    사업연속성계획과 다릅니다. 설비 복구, 생산 대체, 공급망 복원처럼 사업 자체를 되살리는 일은 별도의 전문 영역이며, 위기관리에서 말하는 상황관리와 목적이 다릅니다.

    법무 대응과도 다릅니다. 법적 유불리 판단과 소송 전략은 법률 대리인의 영역입니다. 위기 국면에서 법무 검토와 상황관리는 나란히 진행되지만 서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여론 대응도 아닙니다. 여론을 읽는 일은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데 쓰이는 것이지, 여론에 맞추어 조치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상황관리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법

    지금 회의에서 논의되는 것이 조치인지 표현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두 가지가 섞여 있으면 둘 다 부실해집니다.

    발표 직전에 발표할 조치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다시 확인하십시오. 존재하지 않는 조치를 발표하는 순간 다음 위기가 시작됩니다.

    각 조치에 담당자와 기한이 붙어 있는지 보십시오. 붙어 있지 않은 조치는 결정된 것이 아니라 언급된 것입니다.

    외부 자문을 받고 있다면 그 자문이 어느 축을 다루는지 물어보십시오. 커뮤니케이션만 자문하는 곳에 상황관리까지 기대하면 위기 한복판에서 공백이 드러납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상황관리를 뒤따르는 다른 한 축입니다.
    홀딩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조치가 정해지기 전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위기관리 골든타임이란 무엇인가: 두 축이 함께 굴러야 하는 시간대입니다.
    위기관리 시 포지션이란 무엇인가: 조치가 정해진 뒤에 입장이 섭니다.

  • 위기관리 시 포지션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관리 시 포지션은 사건이나 논란이 벌어졌을 때 회사가 그 사안에 대해 견지하는 공식 입장입니다. 기자가 「회사의 공식 입장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때의 그 입장이며, 회사가 내놓는 모든 문장과 모든 조치가 여기에서 갈라져 나옵니다. 포지션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말은 아무리 다듬어도 흔들립니다.

    포지션은 메시지보다 먼저 정해집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회사는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합니다. 이 사안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가 정리되고 나면, 그 위에서 회사의 입장을 정합니다. 메시지는 그다음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순서가 자주 뒤집힙니다. 입장이 정해지기 전에 문장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은 다음 질문 앞에서 바뀌고, 바뀐 문장이 다시 기사가 됩니다.

    입장이 정해지면 그것을 담은 문서가 만들어집니다. 회사에 따라 포지션 페이퍼(position paper), 포지션 스테이트먼트(position statement), 포지션 팩(position pack) 같은 이름으로 부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하는 일은 같습니다. 회사가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를 한자리에 모아 두는 일입니다.

    포지션은 내부와 외부를 함께 향합니다

    포지션을 외부용 문서로만 여기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러나 포지션은 내부 구성원이 먼저 서 있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부서마다 다른 입장을 갖고 있으면, 밖으로 나가는 문장이 아무리 정교해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조직일수록 입단속에 매달립니다. 그러나 말이 새는 것은 사람이 가벼워서가 아니라 기댈 입장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입장이 서 있는 조직은 단속하지 않아도 말이 갈라지지 않습니다.

    실패하는 포지션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잘못된 상황 분석 위에 세워진 입장입니다. 확산의 속도나 경로를 잘못 읽으면 그 위에서 나온 입장은 처음부터 어긋납니다.

    둘째는 문제의 원인을 밖으로 돌리는 입장입니다. 우리는 성의껏 했고 문제가 없으며 문제는 일부가 만들고 있다는 형태입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면 많은 조직이 초기에 이 입장을 고릅니다. 편해 보이지만 이 입장은 상대를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제압의 대상으로 만들기 때문에 거의 예외 없이 실패합니다.

    셋째는 평소 내세우던 가치를 위기에서 버리는 입장입니다. 평소에 안전과 고객을 말하던 회사가 위기가 오면 절차와 규정만 말합니다. 회사가 스스로 반복해 온 가치가 위기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지가 포지션의 성패를 가릅니다.

    포지션은 바꿀 수 있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최초 입장을 끝까지 지킨 회사와 중간에 바꾼 회사가 늘 함께 존재합니다. 바꾸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었고, 그에 맞추어 회사의 조치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사실은 그대로인데 여론이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입장을 바꾸면, 그 변경 자체가 새로운 논란이 됩니다.

    구분포지션메시지
    성격회사가 사안을 보는 관점과 하겠다는 것그 관점을 상대에게 전하는 표현
    정하는 시점상황 파악과 이해관계자 분석 직후포지션이 확정된 뒤
    바뀌는 조건새로운 사실과 조치의 변화대상과 국면에 따라 달라짐
    개수사안당 하나이해관계자별로 여럿
    흔들릴 때회사 전체의 대응이 무너짐표현을 다듬어 회복 가능
    표. 포지션과 메시지의 구분 — 스트래티지샐러드

    포지션이 아닌 것

    홍보 문구가 아닙니다. 회사를 좋게 보이게 하는 표현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회사가 이 사안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법적 답변서도 아닙니다. 법무 검토는 입장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알려 주지만, 어디에 설 것인지를 대신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사과 여부를 정하는 일과도 다릅니다. 사과할 것인지 아닌지는 입장이 정해진 뒤에 따라 나오는 결과이지, 그 자체가 포지션은 아닙니다.

    포지션을 정할 때 확인할 것

    무엇을 인정하는지가 한 문장으로 적히는지 확인하십시오. 인정할 것이 비어 있는 입장은 대개 방어에 그칩니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가 함께 적혀 있는지 보십시오. 조치가 없는 입장은 설명일 뿐입니다.

    이 입장을 한 달 뒤에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그때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면 지금도 그 입장이 아닙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포지션이 정해진 뒤에 움직이는 영역입니다.
    창구일원화란 무엇인가: 하나의 입장을 하나의 목소리로 지키는 장치입니다.
    입장문, 해명문, 사과문은 어떻게 다른가: 입장이 문서로 나올 때의 구분입니다.
    예상질의응답팩이란 무엇인가: 입장을 질문 앞에서 지켜 내는 도구입니다.

  • 시끄럽게 해서 좋을 게 없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와 관련해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는 ‘시끄럽지 않게’ 넘기는 것이 최고인 듯싶습니다. 최초 위기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이 최소화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시종일관 ‘시끄럽게 해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위기관리를 합니다. 시끄럽게 해서 좋을 게 있겠어요?”

    컨설턴트의 답변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질문에서는 ‘시끄럽지 않게’와 ‘시끄럽게 하지 않기’라는 두 방향성을 같은 의미로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 ‘시끄럽지 않게’라는 의미는 위기상황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 침묵이나 무관심이 기반 되어야 가능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위기를 관리하는 회사가 노력한다고 해서 ‘시끄러울 상황’이 ‘시끄럽지 않게’ 흘러갈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해관계자 대부분이 신경 쓰지 않을 상황에 대해 스스로 ‘시끄럽게 만들어서’ 주목을 끌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기업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초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주목 않는 성격의 상황이라면, 기업에서 그것을 ‘위기’로 정의하지는 않겠지요. 그냥 해프닝 수준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반면 ‘시끄럽지 않게 하기’라는 것은 위기관리 주체의 전략과 관련된 것입니다. 흔히 침묵, 로우프로파일, 또는 리액티브 대응이라고 하죠. 이는 아주 조용한 상태를 추구한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최초 시끄러움을 최대한 제한하고, 자극하지 않아 그 시끄러움이 점차 줄어들도록 유도한다는 의미입니다. ‘굳이 상황을 더 시끄럽게 만들지는 않겠다. 그것을 위해 우리 스스로 커뮤니케이션이나 노출을 최소화해 보겠다’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슈나 위기 특성에 따라 일정하게 ‘시끄럽게 해야’ 문제가 빨리 풀리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상황과 전략에 대한 것인데요. 위기 상황에서 위기관리 주체가 가만히 있는 포지션만 계속 유지하면, 결과적으로 자사의 위기관리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이 상황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꼭 해야 하겠다. 대대적으로 해야 하겠다. 그래야 이번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기반 되는 것이지요.

    ‘시끄럽지 않게 하기’와 ‘시끄럽게 하기’ 사이에는 어떤 다른 전제들이 있을까요? ‘시끄럽지 않게 하기’가 기본 되는 위기관리의 경우에는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메시지가 여의치 않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고안된 메시지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해도 자사에게 예상되는 실익이 없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이때는 질문처럼 내부적으로 ‘시끄럽게 해서 좋을 게 있나?’ 같은 이야기가 주로 나옵니다.

    ‘시끄럽게 하기’가 위기관리의 중요 전략이 되는 경우는, 기업에서 고안해 낸 확실하고 효과적인 메시지가 존재합니다. 그 메시지를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을 경우, 더 큰 위기상황이 추가되는 경우에도 해당합니다. 말 그대로 시끄럽게 해야 문제가 풀리는 경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당연히 질문 그대로 ‘시끄럽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위기상황의 특성과 함께 이해관계자들의 선택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주로 우연에 의지하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시끄럽지 않게 하기’와 ‘시끄럽게 하기’는 완전한 전략에 대한 것입니다. 선택에 대한 것이고, 전략적 메시지의 유무, 그 메시지가 위기관리에 유효한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시끄럽게 해도 좋을 것은 있을 수 있습니다. 꼭 조용해야만 한다는 의미에만 주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메시지가 이상한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경쟁사의 이슈관리 방식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그 회사는 상당히 특이한 메시지를 통해 이슈관리를 해 보려 하는 것 같은데요. 저희 내부에서도 그 메시지 내용이나 전달방식이 이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왜 저런 이상한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슈나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이나 조직이 커뮤니케이션 할 때, 정상적이고 그나마 성공적인 관리 실행을 하는 곳의 메시지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일단, 메시지가 예상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해관계자나 일반공중이 생각했던 그대로의 메시지를 기업이 전달하는 것이지요. 그 메시지에는 흔히 일컬어지는 창조성이나, 특이성, 획기적인 그 무언가는 없습니다. 예상 그대로의 메시지가 정해진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지요.

    두번째 메시지 특징은 어느 한쪽의 이해관계에도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한 메시지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반박이나 반론을 제시할 때에도 상대측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 배려하는 모습이 메시지에 담겨 있곤 합니다. 제3자가 보았을 때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공손하고 신중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메시지지요. 이런 효과를 노린 전략적 메시지인 것입니다.

    세번째 메시지 특징은 대부분의 메시지 근간에 수용과 이해 그리고 개선의 의지가 깔려 있습니다.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굳이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할 정도로 여론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다는 포지션을 유지합니다. 어느 하나라도 미비한 부분이 있었다면 개선의 의지도 계속 커뮤니케이션 하지요. 이를 통해 혼란스럽거나, 화가 나 있거나, 부정적 이미지를 떠 올리고 있는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에게 좋은 사람(good person)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해관계를 따지고, 주판을 튕기고, 머리 굴리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좋은 메시지의 특징은 항상 신뢰 가는 메시지와 메신저가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든 메시징은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회사나 조직의 공식 허가가 없어도 홍보담당자가 애드립을 통해 멋있어 보이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대한 이슈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신뢰할 수 있는 메시지인가? 그 메신저는 믿을 만한 사람인가? 이것이 핵심이 되곤 합니다.

    질문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이상의 메시지 특징으로부터 어긋나는 메시지, 즉, 이상한 메시지가 목격되었을 때에는 그 분석을 위해 다른 시각을 투여해야 합니다. 그 메시지를 잘 분석해서, 그 메시지의 실제 타겟이 누구인지를 찾아보면 이해가 가능합니다. 그 메시지의 실제 타겟이 이슈나 위기에 관련된 핵심 이해관계자인지? 내부 구성원인지? 자사 VIP인지? 등에 따라 그 일반적이지 않은 메시지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위기관리 주체가 잘 몰라서 못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알고 있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항상 있습니다. 메시지가 그 리트머스입니다. 메시지를 보면 그 회사나 조직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상한 메시지가 계속된다면, 그에 대한 이해도 가능하게 됩니다. 메시지는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미리 준비를 하면 좋은 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실무그룹에서는 이번 이슈가 수면위로 떠오를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하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윗선에서는 예산까지 들여 미리 준비해 우리가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를 물으시네요. 준비해 대응하면 어떤 이익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있어서 ‘미리 준비해 대응하면 좋다’는 말은 누구나 하고 모두가 공감합니다. 그러나 한발 더 들어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은가라는 기본적 질문에는 답변이 빨리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단 준비해서 대응하면 무엇이 좋은가? 이런 질문 이전에 ‘준비해서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반대로 준비하지 않고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 것이고, 많은 경우 실패로 연결된다는 것이 상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준비해 대응하는 것이 당연한 이유는 첫째, 준비하지 않은 대응은 대응의 시점이 늦습니다. 문제가 불거진 직후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사는 대응을 위한 준비를 그 때부터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100미터 달리기 경기를 하는 상황에서 출발 신호가 울렸는데, 선수가 그 때부터 신발끈을 메기 시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준비해서 대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둘째 이유는 준비하지 않은 대응은 전략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응 전반에 전략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전에 대응을 준비하게 되면 관련 실무자들과 의사결정자들은 좀더 다양한 상황 시나리오를 머리에 그리게 됩니다. 각종 변수나 반응도 더 많이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실제 대응에서는 전략성이 상승됩니다. 준비하지 않고 대응하다 보면 자꾸 이것 저것을 현장에서 시도해 보게 됩니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한 현장이 실험실이 되 버리는 것이지요. 당연히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은 회사가 오락가락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준비가 당연한 세번째 이유는 준비한 위기관리 주체는 대응에 있어서 유연하게 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좋은 전략을 고민해 본 회사는 이슈나 위기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며 불거지는 각종 변수에 대한 대응이 훨씬 유연합니다. 사전에 각종 변수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지요.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이 볼 때 회사가 상당히 침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네번째 준비가 당연한 이유는 이슈나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대응부서와 담당자간에 역할과 책임이 뚜렷하게 지켜진다는 것입니다. 미리 축구 대회를 준비한 대표팀이 실제 경기에서 일사불란하게 각자 포지션에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것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준비하지 않고 대응에 나선 회사는 낯선 사람들끼리 모인 동네 축구처럼 경기 시 공을 따라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 다니기만 합니다. 각 부서에게 어떤 역할과 책임이 맡겨져 있는지, 대변인은 어떤 부서의 누가 되어야 하는 지와 같은 것은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이 외에도 사전에 준비해 대응하는 것이 당연한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위분들이 구체적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물으신 이유는 아마 실무그룹이 사전에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물으신 것이라고 봅니다. 좀더 철저하게 준비해 상황이 발생되면 더욱 잘 대응하라는 요청이기도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책임은 언제 물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와 관련 한 이번 논란은 순전히 담당 임원의 실수 때문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이 시끄러운 논란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그 임원을 바로 인사조치 하려 합니다. 신속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 좋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말씀대로 기업 위기나 이슈관리를 위해 흔히 활용되는 대응 방식 중 하나가 관련 임직원에 대한 인사적 조치입니다. 회사 규정과 원칙을 책임 있는 임직원에게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러나 대응 현장에서의 고민은 그 적용의 시점이 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해당 이슈가 대중적인 공분과 연결되어 있는 성격의 것이라면 보다 즉각적이고 신속한 책임 묻기는 유효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비교적 회사 규정이나 원칙을 적용하는 것에 있어서도 어려움이나 복잡함이 없습니다.

    회사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바로 회사의 규정과 원칙을 책임 있는 해당 임직원에게 적용해서 문제 해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회사와 책임자를 가시적으로 분리시킨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당면한 이슈가 특정 규제기관 또는 이해관계자와 관계된 것으로 일반 대중에게는 별 관심을 끌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시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집니다. 물론 특정 이해관계자 관련 이슈라서 누군가 책임은 져야 하는 경우이지만 시점이 변수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때에 따라 이해관계자와의 문제나 갈등을 풀어야 하는 유일한 당사자가 그 책임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 책임자를 즉각 인사조치 했을 때 해당 문제가 보다 낫게 해결될 것인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 합니다. 그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해당 이슈에 대해 현재 어떤 포지션을 정하고 있는지를 감안하는 것입니다.

    이슈에 대해 현재 회사가 “조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홀딩의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면 그와 다른 즉각적인 책임자 인사조치는 포지션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미 내부적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으니 책임자를 처벌한 것’이라는 인식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기나 부정 이슈 대응을 위한 책임자에 대한 조치 시에는 대중의 공분 여부, 현재 회사의 포지션 형태, 문제 해결 주체의 확정, 책임자 인사조치의 유효성 등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사내 다른 임직원들의 인식 확인, 이전 사례와의 일관성 확인, 피인사조치자의 동의 또는 수용 태도 확인, 회사 조치에 대한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방식, 사후 내부 및 이해관계자 반응 확인 등이 보다 정교하게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무조건 빠르고 과감하게 책임자를 인사조치 하는 것이 이슈관리에 매번 유효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예측할 수 있다면, 예방할 수도 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위기에 연루된 기업들은 특징이 있다. 그렇게 엄청난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이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특징이다. 소위 말해 위기 시 ‘악당’과 ‘바보’의 선택 딜레마 때문이다.

    그 황당한 문제를 이미 기업이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다면 그 기업은 여론에 의해 즉시 ‘악당’이 되어 버린다.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 문제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면 여론은 그 기업을 그냥 ‘바보’ 같다고 평가할 뿐이다. 그래서 그 옵션의 딜레마에서 기업들은 대부분 ‘바보’로 보여 지는 옵션을 선택한다. 그것이 차라리 더 유리하다 믿기 때문이다.

    현실로 들어가보면 상황은 많이 달라 보인다. 기업이 그 존재 자체를 몰랐던 문제가 위기가 되어버리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기업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기업은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우려하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이미 사전적인 위기관리 개념에서 상당부분 관리 해 발생을 저지하거나, 방지도 하고 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기업은 실제로는 그 문제에 대해서 일부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관이나 방치했으면서도 몰랐던 것이라 주장한다. 어떤 경우에도 기업이 해당 문제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느낌으로 라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문제화되리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거나. 문제가 된다면 그 때가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이 될 것이다.

    기업이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위기란 어떤 것일까? 몰랐다는 것은 과연 실제로 어떤 의미일까? 기업들이 항상 말하듯 ‘우리는 이번 위기가 발생될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후면에는 어떤 상황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 뒷모습을 살펴보자.

    첫째 유형, 위기에 대해 전혀 관심 없는 기업

    회사 내에서 일단 ‘위기’라던가 ‘문제’라던가 하는 단어 표현을 쓰는 것을 극히 꺼리는 기업이다. ‘문제는 해결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하면서 함부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말라고 한다. 당연히 스스로 문제 소지를 적극 찾아내거나, 그것에 대해 해결을 하려 움직이는 직원을 꺼려 한다.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에, 다른 동종업계나 타업계 기업이 경험하고 있는 최근 문제나 위기, 이슈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 그런 일이 있었냐? 우리는 모른다. 이것이 핵심 메시지다.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아주 익숙해진 문제인데, 문제의 기업만 해당 문제를 새로워한다. 그런 위기가 발생되면 ‘우리는 이런 황당한 상황을 처음 경험해 본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을 참작해 달라고 애원한다.

    이런 경우는 위기를 몰랐다고 보기보다는 위기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상상해 보지도 않았고, 예상은 더더욱 못했던 것일 수밖에 없다. 예방은 언감생심이다. 그렇다면 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 왔던 것일까?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모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위기라는 것이 여기 저기 터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이후에 정상참작을 받는데 더 유용할 것이라는 독특한 생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철저하게 ‘바보’ 옵션에 기대는 것이다.

    둘째 유형, 위기를 단순하게 방치 방관하는 기업

    누군가 문제라고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믿는 기업이 이런 유형이다. 이런 기업에서는 현재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문제 소지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낫다고 보며 방치 방관한다. 그것을 해결까지 해야 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것은 언젠가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 조언하면, 그것은 오래된 관행이고, 일부는 자사의 경쟁력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 기업은 반론한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있는 수준이라 크게 염려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 의미는 이미 일정 수준의 관리는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문제의 뿌리까지는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경우에는 위기를 몰랐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몰랐다면 절대 바라볼 수 없다. 진짜 몰랐다면 그대로 내버려 두지도 못한다. 문제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보며 그대로 내버려 둔 것이다. 이런 기업은 위기관리에 대한 의지 부족이 문제의 핵심이다. 굳이 위기관리를 한다면 방관 방치하는 것 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현재 존재하는 그 문제 소지로 인해 얻고 있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 반대로 잃는 것이 생긴다는 의미도 된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매우 어려운 기업 유형이다.

    셋째 유형, 위기를 알고 있으면서 쉬쉬하는 기업

    문제를 스스로 알고 있는 기업이다. 그에 더해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유사사례나 타사 전례들을 상당히 유심히 살핀다. 자사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집안 단속을 한다. 그 문제에 대해 쉬쉬하면서 극도로 민감 해 한다.

    임직원 마음 속으로 조마조마함이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려움이 사전적 위기관리를 이끌어 낼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살짝 두려움에 기반한 찜찜한 기분이 기업 내부에 팽배해 있을 뿐이다. 함부로 그에 대해 개선이나 해결책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이런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내심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한다. 물론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해당 위기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는 옵션을 택한다. 최근에는 이런 ‘알고 있었지만, 알지 못했다’는 포지션이 내부 직원들에 의해 거짓말로 밝혀 지기도 한다. 이미 회사 차원에서 문제를 알고 있었으며, 그에 대해서 쉬쉬했다는 내부 고발이 드러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우 그 위기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키워 발생시켰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일정한 개선이나 방지책만 마련했더라면 결국 발생되지 않았을 위기였기 때문이다. 발생될 위기는 언젠가는 발생되기 때문에, 위기는 ‘언제’에 대한 이야기라는 아포리즘은 이런 기업에게 적용 가능하다.

    넷째 유형, 어떻게 든 위기는 관리되겠지 생각 한 기업

    상당히 희망적인 생각을 하는 기업이다. 자사가 상당한 규모와 연력을 자랑하는 경우 이런 희망적 생각은 더욱 더 커진다. 스스로 맷집이 있다 생각하기도 한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까지 견뎌내는 것을 보라고 한다. 문제의 소지를 분석하고 해결하기 보다는 견뎌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의존하는 유형이다.

    일부 이전 실제 위기상황에 맞닥뜨려 고군분투했던 기업의 경우에는 그나마 그런 희망적 생각에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런 맷집을 경험해 보지도 않은 기업이 막연하게 가지는 희망적 생각은 상당한 취약점이 된다. 근거 없는 믿음이나 근거 없는 확신 그리고 근거 없는 희망처럼 위험한 것이 없다. 위기관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는 위기관리를 상당부분 운에 맡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언젠가 발생할 위기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든 견뎌낼 것이라는 것 밖에 다른 확신은 없다. 위험한 위기가 발생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발생되어도 어떻게 든 관리는 될 것이라고 임직원들이 생각한다. 일부는 잘 관리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한다.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당연히 이런 기업도 ‘이런 위기에 대해서 우리 회사는 알지 못했다’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관리하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운이 좋으면 무난하게 위기관리를 해 낸다. 반대로 운이 나쁘면 아주 극단적인 경험을 한다. 스스로 맷집의 끝을 시험하는 꼴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다섯째 유형, 위기를 통해 기회를 만든다는 기업

    이런 회사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깊이 있게 이미 이런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일부 문제 소지에 대해서는 로펌이나 관련 자문업체를 통해 자문까지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외부에서는 왜 그런 문제 소지를 없애지 않고 분석만 하고 있는가 질문하기도 하지만, 해당 기업에서는 그 문제 소지를 오히려 이용해서 큰 기회를 노리기 원한다.

    회사 일부 임원들을 그 문제 소지가 자신의 핵심 경쟁력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외부에서는 문제라고 보지만, 내부에서는 것을 혁신이라 칭하기도 한다. 당연히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그것을 문제라 지적하면, 그 이해관계자의 무지나 무식을 탓하며 대응한다. 사회적으로 아주 심각한 위기로까지 연결되지만 않는다면, 해당 문제를 고질병처럼 관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도 예외 없이 극단적 상황이 되면 해당 위기를 알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고의가 아니었다 거나, 이해관계자들이 자사 기술이나 알고리즘을 이해하지 못해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거나,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다. ‘몰랐지만, 문제는 아니다’하는 포지션이다.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점점 이 포지션으로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략은 결코 유효하지 않다. 발생된 자사의 위기로 기회를 잡는 곳은 확실히 경쟁사들 뿐이다. 평소 스스로 보아 문제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시키는 것이 기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된다. 그것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다.

    이상과 같이 다양하게 위기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많다. 그러나 정확한 것은 그 기업 어디도 진짜 위기를 전혀 알지 못했던 곳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위험이나 위협에 대해서는 감각적 인지를 하기 마련이다. 문제를 머리보다 몸으로 먼저 느낀다는 의미다. 구성원들의 그런 감각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단, 그 감각을 여럿이 함께 다른 해석으로 연결시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 기업에게는 임직원이 문제 소지를 제대로 관리하여 해결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임직원이 느끼는 위기에 대한 감각을 다른 해석으로 연결시키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임직원들은 위기를 위기라 부르지 못하게 된다. 알아도 알지 못하게 되고. 해결하려 해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최면에 빠지기까지 한다.

    그러한 위기관리 부실의 깊은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우리 회사는 위기관리가 잘 안될까 하는 질문에 대해 단순히 위기와 위기관리를 공부해야 한다는 답이 나와서는 안 된다. 그런 공부와 훈련 이전에 회사 내에서 공유하는 정확한 위기관 그리고 위기관리관이 존재해야 한다.

    임직원이 문제 소지에 대해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실질적 행동이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위기관리를 위한 적절한 대응 역량과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임직원이 제반 문제 해결 능력과 의지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육과 훈련은 그 뒤에나 필요한 것이다. 땅이 비옥해야 모종이 크게 자라나는 이치와 같다. 아무런 위기관리 기반이 형성되어 있지 않는 기업에게 교육과 훈련은 별 의미가 없다. 위기관리를 임직원을 위한 교양 수준으로 소모하지 말자.

    위기에 대해 몰랐다는 흔한 변명도 언젠가는 거짓으로 밝혀 질 것이다. 위기와 연결된 문제 소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하면 ‘악당’이 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나쁜 결과는 ‘거짓말을 한 바보’가 되는 것이다. 문제에 대해 몰랐다고 거짓말한 것이 이후 천하에 드러나버린 경우를 의미한다. 그런 경우 해당 기업은 위기 보다 재앙을 선택한 것이 된다. 재앙을 위기는 맷집은 없다.

    제대로 예상하면 제대로 예방할 수 있다. 미리 미리 챙겨가며 관심을 두어 관리해 보자. 그것이 진짜 위기관리다.

  • 위기 시 성공적 입장(position)의 구성요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와 관련하여 우리가 가장 흔히 이야기하는 클리쉐이면서, 가장 위험(?)할 수 있는 명언을 하나 꼽으라면 ‘위기는 곧 기회이다’라는 이야기를 들겠다. 아무리 많은 실제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아도 위기가 곧 기회였던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만약 어떤 기업이 그렇게 큰 기회를 창출했다면, 그 케이스는 위기관리 케이스에는 들지 않았을 것이다.

    위기를 위기 그대로 바라보는 담담함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너무 나간 ‘기회’를 이야기하는 행태는 문제다. 절대 위기는 기회가 아니다. 위기는 말 그대로 위기이며, 여러 소중한 가치의 손실과 피해를 의미한다. 훼손된 평판을 의미하고, 떨어진 신뢰를 의미한다. 창피함과 곤란함과 어려움이 그 뒤를 수십년간 잇는다. 위기를 위기 그대로 볼 수 있을 때에만 위기관리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생겨나게 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에서는 가장 먼저 해당 상황을 분석하여 자사의 입장(position)을 정리한다. 해당 상황에서 제기된 문제의 책임에 대해 자사가 동의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모든 제기된 문제의 책임을 완전하게 인정하고 개선과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 일부 문제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그 외 문제에 대한 책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도 흔하다. 상황에 따라 기업의 입장을 대충 대별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케이스별로 아주 미세한 입장차들이 존재한다.

    위기관리에 있어 입장의 확정은 위기관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 주제다. 일부 케이스에서는 VIP의 개인적 감정에 기반해 입장 정리를 했는데, 그 입장이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곤란을 겪는다. 일부 케이스에서는 초기 여론을 두려워한 나머지 무리한 수용 입장을 피력해 불필요한 책임과 부담까지 떠 앉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입장 정리를 적시에 하지 못해 여론에 의해 한참을 끌려 다니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최초 입장을 계속 바꿔가며 여론에 맞서 오락가락, 우왕좌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랜 경험상 어떤 기업의 입장이라도 위기 시100 퍼센트 공중에게 이해 받고, 공감 받는 포지션은 극히 드물다. 대다수 아니 절반 이상의 공중에게 이해나 공감 받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대체 그나마 성공적인 포지션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첫번째, 법적인 문제는 없어야 한다.

    위기관리의 기본 토양은 준법이다. 준법하지 않고는 위기를 예방할 수도 없고, 위기를 관리할 수도 없다. 일부 기업에서는 ‘들키는 것이 가장 큰 죄’라는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준법 대신 오래된 관행을 따르는 것이 기업문화가 고착되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준법 체계나 프로세스로 모든 것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핵심 주제나 논란에 대하여 법적 판단을 스스로 신속하게 결론 내릴 필요가 있다. 만약 법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된 위기라면 기업의 입장을 정리할 때 절대 핑계나 불평이 기반 된 입장을 정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억울해해서도 안 된다. 준법이 평소와 위기 시 중요한 이유다.

    둘째, 맥락적 문제도 없어야 한다

    앞의 준법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다 보면, 일단 법만 지키면 아무 문제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사에서는 안전관련 법을 준수했기 때문에 안전 사고로 사망한 계약직원에 대해서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입장과 같은 뉘앙스다. 법을 준수하면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이야기는 법정에서나 통하는 것이다. 여론의 법정에서는 법을 넘어선 맥락까지 중시한다.

    ‘관련 법을 철저하게 준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이런 입장이 종종 보이는 이유는 해당 기업이 사회적, 여론적 맥락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법을 준수하였고, 여러 맥락에서도 자유로운 상황이라면 사실 위기가 아니다. 하나의 해프닝이거나 단순 사건 사고일 뿐이다. 반대로 어떤 의미로든 사회적으로 여론이 좋지 않다면, 그건 준법을 넘어 맥락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케어가 더욱 필요한 상황을 의미한다.

    셋째, 인간적이어야 한다

    위기 시 기업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아주 의미 있는 말이다. 기업이 위기 시 계속 차갑고 큰 빌딩과 어마어마한 자이언트의 모습으로 공중과 이해관계자 앞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떤 위기나 그로 인해 피해를 주장하고, 슬퍼하거나 아파하고, 억울해하고, 분노하는 여러 원점, 이해관계자, 공중이 존재한다. 따라서 그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는 기업의 입장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기업은 기업다워야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기업이 너무 인간적으로 포용하고 수용하고 인정하고 연약하게 굴어서는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겠느냐 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기 시 자사가 비인간적 입장을 정해 대응하였을 때와 인간적 입장을 정해 대응하였을 때를 비교하여 어떤 경우에 상대적 이득이 있겠는지는 꼭 분별해 볼 필요가 있다. 경험상 대부분의 경우 기업이 인간적인 입장을 견지했을 때 이후 보다 나은 상황이 펼쳐졌다.

    넷째, 원칙의 일관성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말처럼 실망스러운 것이 없다. 왜 그때는 그렇게 입장을 정했으면서 이번에는 이렇게 입장을 정했는가 하는 질문이 나온다면 해당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일부 기업에서는 VIP의 하이 프로파일 위기 대응을 두고 사후 임직원들이 부담스러움을 토로한다. 이번에는 저렇게 대대적으로 피해를 보상하고 사과에 개선조치를 심하게 하셨는데, 또 다시 이번 같은 위기가 발생되면 대응을 더 크고 심하게 해야 한다 생각하니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일관성에 대한 가치는 그러한 부담을 전제로 해야 계속해 커지는 것이다. 시쳇말로 원칙은 어기라고 존재한다며 농담을 하는데, 위기관리에서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원칙은 지켜질 때에만 그 가치를 발한다.

    대형 회의실에만 걸려 있는 원칙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 액자 속 원칙이 바깥으로 걸어 나와 실제로 적용이 되고, 적용이 되고, 적용이 되고 하는 일관성과 연속성이 장기간 생겨야 비로소 진짜 원칙이 되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입장문에는 항상 자사의 원칙을 언급하라는 조언을 한다. 일부는 적당한 관련 원칙이 없다는 하소연을 한다. 일부는 원칙은 있는데, 그게 안 지켜져서 지금 이 상황이 되었다며 곤란해 한다. 일부는 비슷한 원칙은 있는 것 같은데, 잘 기억 나지 않는다며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제대로 된 자사의 원칙이 있어야 하며, 그 원칙에 기반하여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입장은 성공적인 원칙에서만 잉태 가능하다.

    다섯째, 타이밍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버스가 모두 지나가 막차까지 끊겨 벼렸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그 의미와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그 자체로는 훌륭한 입장이라고 해도 시간이 너무 흘러 커뮤니케이션 되면,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이 그 동안 자신들의 눈치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그런 입장을 내 놓은 것이라 오해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의 입장은 훌륭할수록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선제적으로 훌륭한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불필요한 공중과 이해관계자로부터의 비판과 비난을 방지하고 감소시킬 수 있다. 최초에는 그들이 해당 위기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지만, 그 직후에는 자사가 내 놓은 훌륭한 입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 주제 변화의 기간이 길면 길수록 위기관리 실패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입장을 밝힐 때 어떤 타이밍이 가장 적절한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정해져 있다.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회사의 입장에 대해 궁금해하기 ‘직전’이 자사의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여섯째, 화자의 적절성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기업 오너가 큰 문제를 일으켜 사회적 지탄을 받기 시작했을 때 그 기업 홍보실에서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는 어떤가? 대기업의 생산시설에서 어마어마 한 안전사고로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와 관련된 입장을 해당 인력 파견회사가 커뮤니케이션 하면 어떨까? 어마어마한 은행 직원의 횡령이 발생했을 때 해당 지점 지점장이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모든 커뮤니케이션에는 화자와 수신자의 설정이 기본 중 기본이다. 같은 메시지라도 누가 커뮤니케이션 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이 조성된다. 평소 좋은 뉴스일수록 가장 윗 분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맞고, 나쁜 뉴스 일수록 아래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관행이 있는 기업은 위기관리 이전에 문제가 많은 기업이다.

    민감한 위기 일수록 해당 기업의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화자의 중요성은 커진다. 성공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케이스들의 대부분은 가장 큰 리더가 앞에 나가 강력하게 커뮤니케이션 했던 케이스들이다. 뒤로 숨거나 전혀 엉뚱한 화자를 내세우기 보다는 훌륭한 입장일수록 리더가 직접 나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좀 더 전략적이라는 생각을 하자.

    마지막, 위기관리 주체의 의지에 관련 한 문제는 없어야 한다.

    개선을 발표하거나, 재발방지책을 발표하거나, 단호한 조치사항을 발표하거나, 강력한 보상방안을 발표하거나 입장의 기조에는 해당 기업의 진정성이라는 아주 중요한 가치가 내재되어 묻어 나오는 형태의 것이어야 한다. 단순하게 현재 상황을 모면해 보기 위한 창의성 차원의 레토릭으로 보여져서는 위기상황을 관리하기가 어렵다. 훌륭한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주체의 의지를 어떠한 형태로든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한 VIP들은 위기 시에도 앞에 나가 깊숙하게 머리를 조아린다. 평시에는 즐겁고 행복한 표정으로 프레젠테이션 하던 리더도 위기 시에는 입장을 발표하며 울먹이거나 침통한 표정을 유지한다. 해당 위기로 얻은 교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리더도 있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메시지가 진실되게 받아들여 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표현과 장치들은 이내 실질적 개선과 재발장지 대책 등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공중과 이해관계자 대부분은 기업의 말보다 행동을 본다고 믿을 필요가 있다. 행동이 말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만큼 실망스러운 것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위기관리는 약속한 행동에 대한 실행을 의미한다. 흔히 위기관리를 약속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자체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그런 시각은 매우 잘못되고 위험한 것이다. 위기관리 주체의 의지에 대한 신뢰는 함부로 저버리면 안 된다.

    이상과 같이 위기 시 기업이 정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입장(position)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모든 공중과 이해관계자 전원에게 이해 받고 공감 받고 싶어하는 욕심은 현실적이지 않다. 대신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 받거나, 공격받을 입장은 최대한 피하자 하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현장에서 보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사의 입장을 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의사결정자의 감정이다. 개인적 감정이다. 그 감정의 뿌리를 잘 들여다보고, 기업을 위한 더 큰 결정을 하는 그 과정에서 대부분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일부는 최초 의사결정자의 감정이 기업의 입장에 그대로 묻어나기도 한다.

    그럴 때 일수록 위에서 제시한 몇 가지 원칙들을 돌아보자. 훌륭한 입장을 정해 리더가 나가 진정성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하면 아무리 복잡하고 힘든 문제도 이내 풀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 보자.

    이미 많은 선례를 통해 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실제로 경험한 선배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더 나아가 평소 훌륭한 입장(position)을 정해 위기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위기관리라는 사실도 꼭 기억하자. 위기관리는 마음만 먹으면 하나도 어렵지 않다. 마음을 빨리 먹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 대형 위기를 우리는 왜 항상 몰랐었다 할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항상 몰랐다. 항상 대부분이 몰랐었다 한다.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그렇게들 군다. 그러나 책임 있는 자들에게 “정말 몰랐던 것인가?” 물으면 이내 답이 궁해진다. “꿈도 꾸지 못했던 위기인가?”라고 물으면 침묵 한다.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주체에게 그 스스로 ‘몰랐던’ 그리고 ‘꿈도 꾸지 못했던 위기’라는 것이 어떻게 발생 가능할 것인가? 실제 현장에서 아무 전조(前兆) 없이 발생하는 위기라는 것이 대체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렇게 억지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문제의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자 일지 모른다.

    실제로는 ‘알고 있었다.’ 그랬을 것이다. 그 위기가 언젠가는 발생할 것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그 위기가 ‘언제’ 발생할지 정도는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위기를 몰랐었다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상당 수의 위기관리 주체는 ‘알았지만 관심 두지 않았던 것이다.’ 일부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다’ 이 말이 보다 정확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위기란 사전에 ‘알았다’ 또는 ‘몰랐다’의 주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차라리 조금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들켰다’ 또는 ‘들키지 않았다’의 주제가 아닌가 한다. 많은 조직들은 이미 해당 위기가 언젠가는 수면위로 떠올라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올 것이 왔다’는 표현도 보다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일 수 있을 것이다.

    항상 대형 위기가 발생해 알고 보면 그 위기의 뿌리는 깊고 오랫동안 지속된 것으로 알려진다. 언론이나 규제기관이 몇 일에서 몇 주면 그 뿌리를 정확하게 캐내곤 한다. 만약 그 위기관리 주체가 그 보다 오랫동안 그 위기의 뿌리를 감지 조차 하지 못했었다면, 그것은 철저한 직무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완전하게 직무를 유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지 했었지만, 개선이나 관리하지 않았을 뿐이다.

    왜 그랬을까? 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왜 매번 그래야만 했을까? 이는 사회적 임팩트가 큰 대형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상식적으로 누구든 자신 앞에 다가오는 위기를 알고 있다면, 스스로 재빠르게 그 위기를 완화시키려 하거나, 방지책을 찾아 나서거나, 관리 활동을 즉각 실행하는 게 정상일 텐데 왜 그러지 못할까?

    첫째, 위기 전조에 주목하지 않고 그냥 흘려 보낸 유형

    일종의 무관심이다. 철저한 직무유기일 수도 있다. 문제가 눈에 보인다 해도 자신들은 보지 못했다는 경우다. 잘 알려진 하인리히 법칙에서 이야기하는 300번의 전조와 관련된 이야기다. 큰 문제를 겪는 위기관리 주체들은 대부분 한번의 대형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선행되는 전조들을300번씩이나 그냥 무시해 버렸다는 바보 같은 이야기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아주 일부 무능한 조직을 빼고는 전혀 일반적이지 못하다.

    둘째, 위기 전조를 발견했지만, 이를 내부에서 공론화 하지 못한 유형

    이 경우 위기관리 관점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모든 위기 요소들은 직원들의 책상 속에 있다.”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경영자 관점에서 보면 ‘숨겨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직원들 관점에서는 ‘관심 받지 못했던 것’이라고 한다. 이는 조직내부적으로 위기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는 경우에 종종 해당한다. 한마디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조직이다. 이 때문에 일선에서 상부로 위기 전조를 보고 해도 의사결정 중요도나 선호도에서 한참 밀리게 된다. 실제 위기가 발생해 버리면 그 때가서 경영자들은 “몰랐었다”하는 이유가 된다.

    셋째, 위기 전조와 심각성을 알고 있었지만, 관리 의지가 없었던 유형

    이 경우도 생각보다 흔하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조직 내에서 정치적인 행위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힘들다. 일부 부서에서 특정 위기의 전조를 발견했다고 치자. 이를 공론화 해서 문제 의식이 경영진 사이에서 형성 된다. 그 이후 일부 기업에서는 정치적인 논란이 발생한다. 이 전조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왜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내버려 두었는가? 이 전조를 지금이라도 해결하자 하면 어떤 부서와 누가 다치게 될까? 누가 제일 고생 하게 될까? 그런데 누가 왜 이런 공론화를 하고 있나? 그 의도가 뭔가? 이런 조직 내 고민이 길어진다. 결국 누구도 아무도 직접 관리하려 하지 않게 돼버린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이 경우에는 차라리 다 같이 몰랐다 하는 게 더 쉬워진다.

    넷째, 위기 전조와 심각성을 알고 있었지만, 관리 못할 이유가 더 컸던 유형

    ‘누가 함부로 이 위기를 관리하자고 할 수 있을까?’하는 위기다. 예를 들어 오너와 관련된 위기인 경우가 그렇다. 오너께서 앞으로 큰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고 계신다. 그 정황을 조직에서 감지했고, 그 심각성을 알고 있다. 그렇다 해도 해당 조직이 정작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오히려 위기를 관리하자고 나서는 부서나 임원은 다른 마음이 있다고 비판 받고 오히려 그런 경고 행위가 문제가 되어 버린다. 전조는 공식적으로 무시된다. 몰랐던 것으로 추후 알려진다. 정확히는 그렇게 알려지길 원한다.

    다섯째, 위기 전조와 심각성을 알았지만, 잘못된 대응책을 세웠던 유형

    대응책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경우 위기가 발생했다는 의미는 이전에 실행된 대응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위기를 더욱 더 키워 폭발 시켰다는 의미일 것이다.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감지된 문제를 정공법을 통해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무마나 은폐 시도를 통해 사전 대응 하려 했던 경우다. 이 경우에는 사후에 ‘해당 조직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는 의심을 크게 받게 된다. 실제로 사전에 실행했던 행위들이 일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도 해당 조직은 “몰랐다”고 한다. 팩트가 어떻게 드러나건 지속적으로 몰랐다는 포지션을 지키려 노력한다.

    여섯째,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에서 살아 남기 위해 몰랐다는 택한 유형

    위기가 발생하면 바로 당면하게 되는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 위기 발생 이후 많은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이 질문을 한다. ‘이 문제를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 이에 대한 조직의 질문은 “알고 있었다”와 “몰랐다”의 두 옵션으로 나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해당 문제를 “알고 있었다”라고 답하게 되면 해당 조직은 그 심각한 문제를 알고도 수수방관했던 ‘악당’이 되어 버린다. 더 이상 정상참작이나 사회적인 관용이 적용되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린다.

    반면 “몰랐다” 답하게 되면 “어떻게 그런 큰 문제를 모르고 있었나?”는 비판은 받겠지만, 일부 책임은 면하게 된다. 대신 ‘무능한 바보’ 이미지를 떠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조직들은 ‘악당’으로 인정 받느니 ‘바보’라는 이미지를 택하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조직들이 습관적으로 위기 발생 이후 “몰랐다” 이야기한다.

    이상의 유형들은 다시 한번 살펴보자. 실제로 몰랐던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할 것이다. 몰랐다 이야기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보다 편리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느끼기 때문에 몰랐다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몰랐다’는 조직의 포지션이 실제로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다. 해당 조직이 “몰랐다”고 했지만, 언론이나 규제기관이 밝혀보니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다. 이미 그 조직이 해당 문제를 오래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그 문제를 수수방관 했으며, 오히려 그 문제를 덮고 숨기려 했고, 결국에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니 단순히 몰랐다 주장 하고 있다고 이해관계자들이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직이 스스로 투명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 위기관리 환경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비밀은 없다는 말도 요즘처럼 생생한 적이 없었다. 환경은 그렇게 훌쩍 변해 버렸다.

    그에 비해 조직이 가진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 문화, 역량, 습관, 방식들은 별반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예로 든 여러 유형들을 골고루 답습하고 그를 반복하는데 익숙하기만 하다. 이미 여러 케이스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데도 계속 ‘몰랐다’는 포지션으로 일관한다. 최초 얻은 ‘바보’의 포지션이 안타깝게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결국에는 ‘바보 악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도 조직들은 계속 ‘몰랐다’ 주장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런 실패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 않으려면 위기관리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을 보여야 한다. 위기의 전조를 실시간 감지하려 애써야 한다. 그 심각성을 입체적으로 논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내부적으로 위기 민감성을 극대화 하고, 위기관리를 위해 이를 쉽게 공론화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제대로 된 사전 대응을 통해 위기의 발생을 지금보다 더욱 더 제한해야 한다. 실제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정확하게 책임 범위를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살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조언을 추가한다.

    일선 조직이 문제의 전조를 감지했다고 치자. 그 문제의 전조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해당 조직이 어떤 대응을 기해야 하는가 고민 할 때 참고 해 볼 기준이 하나 있다. 의사결정 그룹이 다 함께 모여 해당 전조를 놓고 이렇게 스스로 물어 보길 바란다.

    “언론이 이 문제를 세세하게 보도했을 때 우리 조직에게 어떤 상황이 예상될 것인가?”

    언론이 해당 문제를 보도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말이다. 일단 보도가 아주 자세하게 된다 가정하고 그 이후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 문제가 대대적으로 보도 되었을 때, 고객, 직원, 거래처, 규제기관, 기타 정부, 국회, 정치권, 시민단체 등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로 인해 우리 조직이 어떤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게 될까? 이런 질문을 해 보자는 것이다.

    만약 그런 질문에 대해 “보도가 되어도 별반 우리의 책임을 묻는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을 것이다” 또는 “보도되더라도 별 문제가 없어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조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주를 이룬다면 해당 전조는 아무 문제가 아닌 것이다.

    반면에 보도가 되면 우리 조직에게 큰 책임이 지워질 것이라던가,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고, 공격적인 영향력을 행사 하게 될 것이라는 답변이 나오면 이 전조는 필히 신속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큰 문제인 것이다. 그 이전에 “이는 보도되면 안 된다”는 내부 느낌이 있다면 그 또한 심각한 문제의 전조란 의미다.

    사회에서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어도 문제 없는 일만 해야 맞다. 언론에서 보도하려 해도 너무 당연하고 일반적이라 보도되지 못할 일들이 대부분인 게 정상이다. 만약 아주 일부의 경우 보도되면 민감할 전조들이 있다면, 필히 그 전조를 관리 개선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지속적이고 민감한 감지와 개선 노력들이 있어야 위기는 관리 된다. 기존의 “몰랐다”는 비전략적인 노력은 점점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경영 품질의 관점에서도 제대로 된 조직은 ‘몰랐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그럴 리가 없고 그럴 수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 조직의 현실이다.

    항상 ‘몰랐다’는 포지션 뒤로는 ‘숨는 실행’이 따라온다. 한마디로 쉬쉬하는 것이다. 해당 조직은 당연히 커뮤니케이션을 제한하고 피해 다니게 된다. 이는 곧 위기 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길티(guilty)의 제스처로 해석된다.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려 하지만, 실제로는 부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셈이 돼 버리는 것이다. 얼마나 전략적이지 못한 대응인가?

    지금이라도 어떤 문제의 전조를 발견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 보자. 이 것이 언론에 보도돼도 괜찮을 까?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진짜 그럴까? 이런 질문이 곧 위기관리의 시작이다.

     

  • 위기 시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문제가 발생하면 언론을 비롯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우리가 잘 못한 것들만 지적하면서 비판을 해 대거든요. 대체 뭐를 얼마나 완벽하게 하고 있어야 욕을 덜 먹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하느냐 한 건데 말이죠.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회사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데 논란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위기로 커지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아주 작은 잘못이나 문제라도 있었기 때문에 논란이나 위기의 빌미가 되는 것이죠. 위기가 발생되면 회사를 둘러 싼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일단 그 문제에 주목 하게 됩니다. 주목도가 높아지니 당연히 문제들이 더 많이 드러나게 되겠지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라면 일단 회사는 법적인 의무를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뻔뻔하게 법을 어기고 있다가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면 회사에서는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은 단 하나 밖에 업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죠. 그에 더해서 개선을 위해 법적인 의무를 준수하겠다 하는 수 밖에 달리 길이 없습니다.

    만약 법을 준수하고 있었음에도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나마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이 많아집니다. 해명이나 문제의 영향을 완화시키는 다양한 포지션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더 큰 위기로 문제가 발전할 가능성은 한층 낮아집니다.

    법을 준수 한 후 그 다음 기준은 자사가 법을 준수하고 있었으며, 그에 기반해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해 왔다는 ‘증거’를 남겨 놓고 있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노력이 존재하지 않거나 그 노력의 증거가 제시 될 수 없다면, 회사가 문제해결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무기도 부족하게 됩니다.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는 형국이 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해관계자들의 인정도 불가능해지게 되죠.

    만약 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었다면, 당연히 법 준수와 문제 발생 방지 노력도 무의미해 집니다. 그 노력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은 더 많습니다. 그러나 법을 준수하고 있었으며, 그에 기반한 여러 노력에 대한 증거와 기록들이 풍부하게 남아 있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집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비판 할 부분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기준을 하나 더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의지해 위기관리를 위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 보다 좋겠습니다. 즉, “우리는 정해진 법은 준수했다. 그리고 그에 기반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일관되게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했다. 그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한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개선해서 다시는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포지션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집니다.

    당연히 세가지 기준을 충족하게 되면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비판의 수위나 종류도 확실하게 최소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중 한 두 기준을 따르지 못한다면 위기관리는 상당히 어려워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이 세가지 기준에 대해 지속적인 점검, 보완,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급박한 시기에 그 세가지 기준 중 딱 한가지만 실행해야 한다면, 그 나마 마지막 여론에 의지한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꼽겠습니다. 여러 비판 받을 주제들이 많고, 회사가 그에 맞서 취할 무기도 없는 상황이라면, 빨리 여론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최악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맞서려 하는 경우입니다. 회사의 실수가 많고 뻔한데도 기자들에게 해명 하려 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화난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회사가 하는 대로 따라 오라 맞서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비판하는 시민단체를 고소하고, 지역주민들을 비난합니다. 규제기관의 조사에 맞서 비싼 변호사들을 고용해 맞섭니다. 그런 모든 경우들이 최악의 상황을 만드는 마이너스 노력들입니다.

    위기관리는 회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기관리는 회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입니다. 만약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거나, 그것을 적시에 하지 못했다면, 그 다음엔 여론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만입니다. 그에 따라 아픈 결단을 내리는 것이 사는 길입니다. 그 외에 왕도(王道)는 없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