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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모른다, 기억 안 난다”만 하는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장님도 국회 청문회 증인 출석을 앞두고 계신데요. 다른 기업 회장님들의 이전 출석 답변들을 분석 해 보면 ‘모른다. 기억 나지 않는다’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게 법적으로 전략적인 것이라 그런 건가요? 왜 이런 답변들이 많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특정 기업 경영진에게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라는 요청이 왔다면 그건 대부분 해당 기업에게‘법적 여론적 취약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청문회’니까요.

    당연히 회장님께서는 법적 취약성을 적절히 커버하면서 동시에 여론의 합리적 의심까지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지시게 됩니다. 이 부분이 경찰이나 검찰 조사 환경과 다른 점입니다. 이를 위해 로펌이나 법무팀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과 보다 전략적인 답변을 준비 하시는 것이죠.

    가장 좋은 답변은 이 둘을 동시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하지만, 대부분은 법적 취약성 커버에 더 현실적 우선 순위를 둘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둘 다 완전히 충족시킬 수 있는 답이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순서에 있어서 법적 논란이 먼저 해소되어야 여론 관리에 있어서도 여유가 생깁니다. 반대로 여론 관리를 우선으로 두게 되면 법적 대응 여지가 상당부분 제한될 수 있습니다. 기업 스스로 완전한 유죄를 인정하고 법적 책임을 감수하고 혁명적 개선을 하겠다며 선처를 구하지 않는 이상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특수 환경에서 대부분의 답변자가 택하는 포지션은 ‘바보(fool)’와 ‘악당(bad guy)’의 양대 포지션 중 ‘바보(fool)’의 포지션입니다. 이 포지션은 유효 시 법 및 여론상 비판과 책임을 두루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보(fool)’ 포지션에 의거한 핵심 메시지들은 답변자인 경영자분들이 암기 전달하기 비교적 용이하고, 답변자가 최대한 질의자의 의도를 통제할 수 있어서 선호됩니다. 주로 이런 포지션에 의거한 답변 메시지는 “아닙니다”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가 됩니다.

    단, ‘바보(fool)’ 포지션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자들이 그 포지션에 대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해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 이해가 충분히 형성되어야 기술적으로 ‘바보(fool)’ 포지션은 공감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다면 모를 수도 있겠군’ ‘저것까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공감이 있을 수 있으면 이 포지션은 유효해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상당히 많은 답변자들이 ‘바보(fool)’ 포지션을 유지하려 하면서도 그 포지션에 대한 상식적, 합리적 이해를 도모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무조건 모르쇠’나 ‘꼬리 자르기’ 등등으로 비추어지게 되니 문제가 됩니다. 아주 위험한 답변 결과죠.

    질문자인 국회의원들은 이 포지션을 흔들기 위해 여러 질문 기술들을 사용합니다. 답변자들을 단순한 ‘바보(fool)’로 비추어 지게 하기 보다는, ‘악당(bad guy)’ 또는 최소한 ‘바보인척 하는 악당’으로라도 보여지게 만들려 애를 씁니다.

    청문회란 항상 이렇습니다. 답변자 입장에서는 실수하지 않고, 흥분하지 않고, 준비된 핵심 메시지에서만 머무르고, 끝까지 체력과 멘탈 관리에만 이상이 없었으면 최소한 ‘지지 않은 게임’ 이라 평가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은 사전에 준비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합니다. 예상되는 주요 핵심 질문들을 답변자인 경영진들에게 이해시키고, 쟁점에 대해 논의합니다. 이를 위한 전략적인 핵심 메시지와 그 기반이 되는 논리에 대하여 충분한 숙지가 진행됩니다. 이와 더불어 실제 청문회장 분위기와 유사하게 질문자들이 질문 하고 답변자들이 답변 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시청하는 청문회 답변은 이런 준비에 의해 전달되는 ‘연출’입니다.

    단, 한가지 전략적인 답변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논란에 직접 해당하지 않는 일반적인 경영 정보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적절한 팩트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략적 ‘바보’ 포지션은 결코 ‘무능’과 동의가 아닙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청문회 단상_2016년 12월 6일. 국정농단 청문회

    법적 그리고 여론적 취약성이 존재하는 상황. 청문회.

    법적 취약성을 적절히 커버하면서 동시에 여론의 합리적 의심까지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

    가장 좋은 답변은 이 둘을 동시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하지만, 대부분은 법적 취약성 커버에 더 현실적 우선순위를 둘 수 밖에 없음. (둘 다 충족시킬 수 있는 답이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경우일 수도 있음. 풀 길티 선언 이외에는…)

    순서에 있어서도 법적 논란이 먼저 해소되어야 여론 관리에 있어서도 여유가 생김. 반대로 여론 관리를 우선 순위에 두게 되면 법적 대응 여지가 상당부분 제한될 수 있음. (풀 길티 선언 후 선처를 구하지 않는 이상)

    이런 특수 환경에서 대부분의 답변자가 택하는 포지션은 ‘바보’와 ‘악당’의 양대 포지션 중 ‘바보’의 포지션임. 이 포지션은 유효시 법 및 여론상 비판과 책임을 두루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음.

    특히 ‘바보’ 포지션에 의거한 핵심 메시지들은 답변자가 암기 전달하기 비교적 용이하고, 답변자가 최대한 질의자의 의도를 통제할 수 있음.

    “아닙니다”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단, ‘바보’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자들이 그 포지션에 대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해가 가능해야 함. 그 이해가 충분히 형성되어야 기술적으로 ‘바보’ 포지션은 공감 받을 수 있음.

    문제는 상당히 많은 답변자들이 ‘바보’ 포지션을 유지하려 하면서도 그 포지션에 대한 상식적, 합리적 이해를 도모하지 못한다는 것임. 무조건 모르쇠나 꼬리 자르기 등등으로 비추어지게 되니 문제.

    어제와 같은 청문회에서 어떤 답변이 옳은 것이었냐 하는 질문에는 답이 없음. 그 옳다라는 정의가 어느 편에서 내려져야 하는가에 대한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임.

    답변자들의 입장에서 어제의 청문회 답변은 대부분 적절한 것들이었음.

    질문자인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별반 임팩트 있는 스턴트가 나오지 않아서 그렇게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는 할 수 없겠음. (질문들이 수준 낮았음)

    대부분의 청자인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황당할 뿐 별반 기대하던 답이 아니라 실망스러웠을 것임.

    청문회란 항상 그런 것이라고 봄. 특히 답변자 입장에서는 실수하지 않고, 흥분하지 않고, 준비된 핵심 메시지에서만 머무르고, 끝까지 체력과 멘탈 관리에만 이상이 없었으면 항상 지지 않은 게임 이라 볼 수 있음.

    P.S. 단, 한가지 이번 청문회에서 답변자들에게 아쉬운 점은…논란에 직접 해당하지 않는 일반적 경영 정보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적절한 팩트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의 답변들을 한 점임. 전략적 ‘바보’ 포지션은 결코 ‘무능’과 동의가 아님.

  • 몰랐었다? 알았었다? 딜레마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부터 정부기관에서 저희 회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서 이에 대응하느냐 정신이 없습니다. 기자들이 하나 둘 알고 취재를 해 오고 있습니다. 질문 중 ‘이 문제를 최고경영진이 알고 있었느냐 몰랐었느냐’ 묻는 것이 제일 고민스럽습니다. 이걸 뭐라고 답변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런 딜레마는 기업 위기 발생 시 기업들에게 상당히 흔한 공통적 고민입니다. 소위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라 하는데요. 해당 위법 사실을 최고경영진이 알았다고 자백 하게 되면 그 회사는 사회에서 ‘나쁜 악당’이 되어 버리죠.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해당 문제를 최고경영진들은 몰랐다고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차라리 ‘악당’이 되느니 ‘바보’가 되겠다는 선택을 하는 거죠.

    하지만 일반공중이나 기자가 멍청한 사람들이 아니니 문제입니다. 막상 기업이 “최고경영진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고, 일부 담당 직원들이 저지른 실수다”라는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 해도 그리 쉽게 신뢰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큰 규모와 장기간의 문제를 최고경영진이 전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하는 반응들이 떠오르게 되죠.

    현실에서 기업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당 메시지를 반복합니다. 그 수 밖에 없죠. 거짓말도 반복 하다 보면 자신 스스로 확신이 들 때가 있게 됩니다. 그게 반복의 힘인데요. 계속 부가적인 논리들을 만들어 해당 메시지를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초기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사실 평소에는 ‘우리 최고경영진은 스마트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해도, 이런 위기 시에는 ‘우리 최고경영진이 간과한 점이 있었다’고 자존심 상하는 메시징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단기간 동안 자존심 상하고 창피한 메시지로 상황이 관리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하게 되면 그때부터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정부기관의 조사를 통해 ‘이번 위법 행위 전반에 걸쳐 최고경영진들의 조직적 개입과 지시가 있었다’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는 경우겠지요. 이 경우에는 최초 ‘바보’로 포지션 했었던 회사가 ‘아주 나쁜 바보’로 입장이 추락하게 되면서 더 부정적인 이미지로 타격을 입습니다.

    “왜 처음부터 문제를 인정하고 최고경영진이 책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답이 곤궁하게 되죠. 하지만, 실무자들은 이렇게 해명합니다. “어떻게 처음 단계에서 ‘CEO가 지시하신 사항이니 CEO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십시오’라 이야기할 수 있나? 누가 그런 이야기를 CEO에게 할 수 있겠나? 그때는 그것이 불가능했었다”라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해가 됩니다.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니까요.

    이럴 때는 일단 법적 자문을 성실하게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법적 검토를 거쳐 가능한 유죄 범위를 넓히지 않았으면 한다는 조언들이 있으면, 그대로 앞의 포지션과 같이 그 조언을 따르는 것이 더 낫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각종 추가 조사나 그 결과에 따른 연이은 소송들을 대비하기 위해 전략이 있다면 당연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것이죠.

    단, 최고경영진이 고민해야 할 것은 ‘과연 책임회피와 부정만이 유일한 전략인가?’하는 점입니다. 사례 조사를 해 보아도 수많은 기업들이 유사한 딜레마에서 ‘바보’의 포지션 선택 했다고 그것이 당연한 선택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일부 사례들을 보면 최고 VIP가 ‘나에게 책임이 있다. 내가 잘 못했다’는 전략을 택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진정성과 투명성을 인정받아 신뢰를 강화했던 케이스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최고경영진에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위 말하는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와 같은 부정적인 선택의 기로에 회사를 서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 자체가 위기관리고 경영입니다. 평소 CEO는 임직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Do’s)’를 넘어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한다(Don’ts)를 자주 강조해야 합니다. 그것이 구체적인 준법경영(compliance)의 실행입니다.

    최대한 자신이 책임질 위법적 결정이나 문제들을 스스로 경계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하여 개선하는 경영을 해야 올바른 위기관리가 가능합니다. 그 반대인 경영자들이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그 어떤 위기관리 전략이나 기법들도 그 효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위기 발생 후 처음부터 ‘바보’의 포지션을 선택한 기업들은 원래부터 ‘바보’이었을 찌도 모르는 일입니다. 올바른 최고경영진이라면 ‘바보’ 포지션을 결정하고 우리가 그래도 ‘스마트’한 위기대응을 했다고 자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급할 때는 회의를 무르고 홀로 결정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CEO들을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50-⑱

    급할 때는 회의를 무르고 홀로 결정하라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할 때 무조건 많은 관련자와 전문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전문적 집단 의사결정이 안전할 수 있지만,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는 자칫하면 비효율적인 논의만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 CEO는 빨리 상황을 분석한 후 조용히 홀로 앉아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

    기고문 보기: http://www.econovill.com/jym/page/2

    급할 때는 회의를 무르고 홀로 결정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할 때 무조건 많은 관련자들과 전문가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전문적 집단 의사결정이 안전할 수 있지만,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자칫 비효율적 논의만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 CEO는 빠르게 상황분석 한 후 조용히 홀로 앉아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

    기업의 규모나 비즈니스 영역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 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의 의사결정 그룹 규모는 20여명 가량이다. 구성원들을 보면 CEO를 비롯하여 각 부문의 수장들과 일부 실행 팀장들로 구성이 되곤 한다. 여기에 외부 자문단들 까지 참석 하게 되면 그 구성원 수는 두 배에 이르게 될 때도 있다.

    시급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기업 위기 시 이러한 규모의 의사결정그룹은 종종 전략적이고 안전한 의사결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초기 위기대응에 있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집단의사결정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스피드 측면에서나 생산성 측면에서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경험 많은 CEO의 경우에는 상황분석과 의사결정까지의 프로세스를 앵커링을 통해 효율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지만, 대부분 CEO는 그렇게 까지 커뮤니케이션이나 위기관리 경험이 없으니 빨리 결론 내리기가 종종 여의치 않다.

    위기관리위원회가 활발하게 토론 하고 전문적 의견들을 골고루 쏟아내 검토를 하더라도, 최종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은 CEO에게 귀결된다. CEO가 길고도 다양한 각 부서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이유는 좀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함이지 그 이하나 그 이상도 아니다.

    위기관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빠른 것이 영리한 것 보다 낫다.” 위기 발생시 기업의 빠른 초기 대응이 신중하고 영리하지만 느린 대응보다 낫다는 의미다. CEO가 이 조언에 귀 기울인다면 일단 위기 발생 초기에는 효율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데 집중 해야 한다. 6하원칙에 따라 어떤 위기가 발생했는지는 정확하게 취합 보고 받아야 한다. 그리고 외부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신속하게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이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어떤 주의점들이 있는지를 전문가들과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에게 물어야 한다.

    종합적으로 충분한 정보들을 취합했다 생각하면 바로 위기관리위원회가 머무르는 워룸에서 나와 홀로 앉아 조용하게 생각을 정리해 보자. 여러 정보들을 스스로 소화 해 우리가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신속히 결론을 내리자.

    초기 대응에서 필요한 것은 우리 기업의 입장을 정리해 주는 것이다. 이에 연결된 대응 방법들은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추가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고, 세부적인 ‘해야 할 것들(Do’s)와 하지 말아야 할 것들 (Don’ts)’도 워룸에서 바로 정리된다. CEO는 해당 위기상황을 정확하게 정의 해 주고, 이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의사결정 해 위기관리위원회로 하여금 실행전략들을 구상하게 해 주면 1차적 위기관리 업무는 끝이 난다.

    CEO께서 “이번 상황은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 최선을 다해 우리의 책임을 다하도록 하자. 일단 상황을 정리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서 듣고 그들의 의견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하자.”라고 입장을 정리할 수도 있다. 또는 “이번 상황은 결코 우리의 문제나 책임이 아니다. 강력하게 대응하고, 우리의 입장과 논리를 다양한 채널들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하자. 이해관계들께 이해를 구하라”할 수도 있다. 대략적인 입지와 방향성에 대한 결정이다.

    CEO의 이러한 짧지만 강력한 결정은 이후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이런 결정을 빨리 내려주면 그 아래 실무그룹들은 위기관리를 하기가 훨씬 수월 해 진다. 반면 많은 위기관리 실패 사례를 보면 CEO의 이러한 입장 정리가 지연되거나 잘 못 된 경우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

    입장정리가 지연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CEO께서 충분한 논의에만 의지해서 의사결정을 주저하거나, 위기관리 위원회에 충분하고 적절한 상황분석 보고 역량이 모자라 발생하는 경우들이 많다. 잘못된 입장 정리의 경우에는 CEO 스스로 개인적 방향을 가지고 계시거나, 여러 변수들로 인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방향을 택하신 경우들이 태반이다. 결론적으로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빠른 것이 영리한 것 보다 나은 경우들이 많다. 빠르게 결정 해야 잘못되더라도 수정해 다시 실행 할 시간이 생기는 법이다.

  • 축구협회의 편지보다 그 과정을 보자

    축구협회가 일본 축구협회에 보낸 편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편지내용은 영어를 조금만 아는 사람들이 보아도 적절한 포지션이나 표현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축구협회의 편지와 그 내용에 대하여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이번 이슈를 바라보면 어떨까? 편지 자체가 문제의 핵심일까?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는 조직들의 공통적인 특징들을 몇개 꼽아보자.

    1.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원들은 각자 아이디어로 위기관리를 한다.

    대부분이 그렇다. 준비를 하지 않거나 경험이 없는 조직들이 그렇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느낌만으로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것이다. 위기를 관리하는 그룹은 내부에서 “그거 좋은 아이디어다!”하는 이야기보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네요”하는 반응들이 공유되어야 성공한다. 축구협회는 과연 일본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기 전 내부에서 “(우리가 일본축구협회에) 꼭 편지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했었을까?

    2. 관련 전문가나 로펌, 커뮤니케이션펌들과 협업하지 않는다.

    일단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면 (보내야만 하겠다는 의중이 모아졌다면) 그 작성과정에는 필히 관련 전문가들이 개입되어야 하고 여러 전문가들이 협업을 이루는게 좋았을 것이다. 단순 영역이 문제가 아니라, 외교적 수사학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야 했다. 단순하게 “우리 뜻만 일단 통하게 하자”는 것은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일 때고, 조직 대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그런 생각은 적절하지 않은게 기본이다. 그 예로 Unsporting이라는 단어를 영일사전에서 찾아보면 일본어의 해석적 의미는 우리의 것과 상당히 다르다. 이렇듯 전문가의 개입은 기본적으로 있었어야 했다. 축구협회는 왜 이런 기본을 지키지 못 할 수 밖에 없었을까?

    3. 중앙집권적으로 위기를 통합관리 하기보다, 산발적으로 실행부문에서 저지른다. 결국 사후 책임을 누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만 남는다.

    항상 위기관리에 성공한 조직에는 사후 리더십과 팔로워십, 시스템, 구성원들의 기지, 과정 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들이 안팎에서 이루어 지고 서로 공을 나누거나 가져가려는 움직임들이 보인다. 반면 위기관리에 실패 한 조직과 관련 해서는 그 실패의 책임을 서로 밀거나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공방 과정이 이어진다. 이번 건에 있어서도 편지에 싸인을 한 최고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편지 작성을 리드한 중간 임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 아니면 제3의 인물이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책임 공방 논란이 따른다. 일단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것을 보니 이번 위기관리는 실패 한 듯 보인다.

    4. 내부 상황이 그렇다보니 부정적인 상황을 더 악화시키면….일단 그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거짓말한다.

    편지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의해 쉽게 공개된 결과를 놓고 보면 단순 외교문건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최초의 입장은 결론적으로 유효하지도 않았다.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조직은 최초부터 일관성있고 유효한 입장을 꾸준히 견지한다. 반대로 실패하는 조직은 쉽게 입장이 바뀌거나 번복되고, 그 최초 입장에 있어 거짓이나 숨김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축구협회는 논란 최초부터 일관성있고 유효한 입장을 꾸준히 견지하고 있을까? 아니면 앞으로 할 수 있을까?

    5. 그래도 계속 상황이 악화되면…무언가를 핑계로 자제를 요청한다. 스스로 힘을 빼라 주문한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조직이 공중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형국을 자주 본다. 국가 보안을 위해, 정국의 안정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외교적 실익을 위해, 민족적 자존감을 위해…그렇게 자제들을 요청한다. 문제는 이런 자제 요청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자제요청을 단초를 제공한 조직이 한다는 것이 우습다. 그런 자제 요청은 권위있는 제3자들이 해주거나, 공중들 대부분이 그렇게 느낄 때만 유효하다. 축구협회의 논란화 자제 요청이 별반 국민들 사이에서 유효한 메시지로 받아들여 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축구협회는 외롭지 않다. 이 협회만 위기시 이상과 같은 행동들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금도, 앞으로도 이런 케이스들은 계속 여러 조직들에 의해 반복 되어 왔고, 되고 있으며, 될 것이다. 위기관리 실패에 대한 원인 파악과 문제의식 그리고 개선의지가 없으면 어쩔 수 없다. 그럴 수 밖에.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컨설턴트들을 위한 준비 훈련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컨설턴트들을 위한 준비 훈련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컨설턴트들을 위한 준비 훈련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는 한두 번 진행에 참여 해 본 컨설턴트라면 어느 정도 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단순한 경험을 기반으로 감을 가진다는 것이 홀로 새로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디자인해서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10여 회 이상 참여한 컨설턴트들도 자신이 리드해 시뮬레이션을 디자인하고 진행하는 것에는 내심 벅차하곤 한다. 오랜 경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여하기 위해 컨설턴트들은 상당히 독특한 트레이닝을 받는다.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트레이닝이 미디어 트레이닝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은 위기상황에서 언론과 대화하는 방식을 습득하기 위한 트레이닝이다.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은 한발 더 나아가 언론을 포함 위기 시 회사를 둘러싸고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습득하는 트레이닝이다.

    왜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이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트레이닝 받을까? 모든 트레이닝에 있어 트레이니로서의 경험이 오래 쌓인 사람만이 좋은 트레이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경험과 반복에 의해 체득된 do’s and don’ts 개념을 보유할 수 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야 할 컨설턴트들은 이런 다양한 트레이니 경험을 통해 실제 시뮬레이션에서 그들에게 맞서게 되는 워룸 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과 겨룰 수 있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방식만을 트레이닝 받는 게 아니다. 이해관계자 역할에 맞는 깊이 있는 스터디도 함께 진행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 볼 위기 이슈 등과 유사한 타기업 케이스들을 스터디 하면서 입체적으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포지션들과 메시지들을 분석한다. 이런 케이스에서 oo위의 포지션과 메시지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변화했었는지, 관련 부처인 ooo부처는 또 어떤 포지션과 메시지들을 전달해 왔었는지, 경쟁사들은 어땠고, 고객들은 어땠고, 언론이나 NGO들은 어떤 포지션을 견지했었는지 등을 많은 유사사례들을 통해 정리한다.

    필요 시에는 이해관계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별도로 청취하거나 소프트사운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 모든 컨설턴트들은 하나의 위기상황을 입체적으로 처음에서 끝까지 시뮬레이션 한다. 각각의 이해관계자별로 각기 격리된 사일로(silo)를 가지는 것도 아니다. 각 이해관계자들이 상호간에 연결되고 작용을 하게 포지션들을 엮어 놓는다. 그것이 현실적 여론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은 서로간의 역할과 포지션들을 상호간 점검해 보고 그에 따라 인터랙티브한 시뮬레이션 디자인을 진행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클라이언트사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는 심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트레이닝이자 경험이다. 이런 힘든 상황을 연출하는 사람들이 컨설턴트들인데, 재미있게도 시뮬레이션이 끝나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는 그렇게 싫었던 컨설턴트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들을 보낸다. 곧 자기 자신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기본적인 트레이닝과 이해관계자 스터디가 끝나면 시뮬레이션에 참여하는 컨설턴트 각자에게는 이해관계자 역할이 부여된다. 피해자, 고객들, 언론들, NGO들, 정부규제기관들, 경쟁사들, 거래처들,지역주민들, 직원들 등등의 역할이 주어진다. 컨설턴트들은 미리 숙지된 이해관계자 스터디내용들과 트레이닝 경험들을 기반으로 각자 시뮬레이션 진행 세부 플랜들을 수립한다. 각 시나리오별로 해당 이해관계자의 포지션을 설정하고, 공격해야 할 기업 내 대상과 공격 논리 그리고 주장들을 셋업 한다. 그 하나 하나에 대해 많은 질문팩들을 만들어 위기상황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디자인한다.

    일정 기간 동안 각 컨설턴트들이 구성한 이해관계자별 진행 설계들과 질문팩들은 시니어 컨설턴트들의 감수를 받고, 시뮬레이션 수 일전에 내부적으로 메인 컨설턴트와 리딩 컨설턴트등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적으로 리뷰를 진행한다. 일정 경험 이상의 컨설턴트들은 이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리뷰세션을 통과한다. 이 리뷰세션에서 주의 깊게 체크되는 부분은 현실성, 논리성, 통합가능성, 예측가능성 들을 확실하고 풍부하게 담보했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상의 준비단계가 끝나면 그 다음은 각 컨설턴트들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상황을 전제로 리허설을 해 보는 단계가 시작된다. 언론 역할을 할 컨설턴트가 준비해야 할 장비들과 카메라 크루들 그리고 포지션과 질문방식들이 시나리오에 정확하게 일치될 수 있는지를 점검한다. 정부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도 NGO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도, 지역주민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도 모두 하나 하나 감정을 실어 리허설을 한다. 마치 드라만 사전 리딩 세션과 유사하게 디테일 하게 리뷰하고 공유 한다.

    그러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위해 좋은 컨설턴트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할까?

    1. 기업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
    2.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이해
    3. 위기상황을 전제하고 이해관계자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수 있는 롤플레잉 역량
    4. 전략적으로 생각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훈련 받은 역량
    5. 실제 시뮬레이션을 진행함에 있어 완전하게 이해관계자 빙의 할 수 있는 전투력
    6. 모든 돌발적인 상황에도 컨설턴트들끼리 즉각 협의하면서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는 협업 역량
    7. 정신적, 육체적, 감정적으로 강력한 지구력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나서 가장 큰 박수를 받는 사람들이 바로 컨설턴트들이다. 클라이언트사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박수를 보낸다. 자신들을 여러 시간 동안 괴롭게 하고, 논리적으로 압박하고, 상황적으로 난처하게 만든 사람들인데도 이 컨설턴트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반대로 컨설턴트들은 박수를 받으면서 이전의 이해관계자 역할과는 완전히 다른 상냥한 조언가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아까 그 이해관계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변화된 표정과 태도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대한다. 그들이 프로답다 느낄 때가 바로 이때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을 왜 쉽게 하기 힘들까?’를 다루겠습니다.

  • 위기 시 기업은 공방(攻防)하지 말고 정의(定義)하라!

    기업 위기 시 공격과 방어를 뜻하는 공방(攻防)과 공방전(攻防戰)이라는 실행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

    • 해당 위기 상황이 본 기업에게 100% Not Guilty한 경우
    • 전혀 사실이 아닌 100% 허위 사실에만 기반한 위기 발생인 경우

    이 두 전제가 없는 위기에서는 가능한 기업은 공방 전략을 구사하지 않는 것이 이롭다. 위기 발생시 대부분의 기업들은 가능한 해당 위기 사실에 대한 ‘대공중 노출 최소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 의사결정 과정 중 “우리가 일부 억울해도 빨리 상황을 마무리 짓자”는 의견이 선택 될 때가 많다. 전략적인 양보인 셈이다.

    일부 기업들이 위기 직 후부터 일정기간 상대방의 피해사실과 상황들을 가지고 사실 규명을 위한 공방전을 진행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런 전략이 자사를 위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완전히 오도된 방향으로 여론이 흘러가니 이를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의 기반에는 ‘가능한 상대방을 역으로 (guilty로) 몰거나, 쌍방 guilty로 밀어붙여서 공중들에게 이슈관련 혼동을 주고, 나아가서는 피로감을 극대화 해 잊혀지게 하겠다’는 거대한(?) 전술적 트릭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또한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위기 상황들에서는 기업의 문제가 더 많다. 기업이 문제의 소재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발생하는 위기는 그리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블랙컨수머를 이야기 하는데, 이들 중에도 ‘기업이 전혀 문제가 없는 데 시비를 거는’ 타입들은 매우 적다. 일부 문제를 극대화 해서 이야기하는 블랙컨수머들의 수가 이 보다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다.

    많은 위기들이 기업의 일정부분 guilty에 의해 발생된다면, 이에 대한 세부적인 사실 및 상황 규명을 위한 공방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다. 기업에게 이롭지 않을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런 경우 공방(攻防) 대신 위기를 선제적으로 정의(定義, Define)하면 될 뿐이다. 그리고 마무리 짓는 수순을 밟는 게 더 이롭다.

    최근 들어 모 프랜차이즈 업체의 지역 식당이 고객과 불미스러운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은 상당히 빠른 입장을 표명했었다. 이 입장 표명의 메시지들을 보면 ‘이 업체가 세부적인 상황 파악 전 우선 빠른 대응만을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단호함을 보면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그러나, 일정기간 후 해당 업체는 이슈의 프레임을 자신들이 잘못 한 것이 아니라 상대 고객이 말을 부풀린 것으로 정의하고 자사의 포지션을 바꾸었다. 이 부분에서 바로 전략적 결정이 필요한 것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좋았다.

    문제는 그 후 공방전이 진행되는 지금의 모습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해당 업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해당 업체는 빨리 지루한 공방전을 끝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찰과 언론에 의한 타의건, 계획된 자의건 간에 빨리 공방전은 마무리 되어야 한다.

    이번 위기의 핵심은 ‘해당 점원이 고객인 임산부의 배를 발로 찼는가? 차지 않았는가?’가 아니다. 일단 식당의 점원이 ‘어떠한 경우에서든’ 고객을 폭행했다면 그것이 일방이건 쌍방이건 모두 문제다. 프랜차이즈 전체를 살리고 이미지를 보수하기 위해서는 이런 핵심에 근거한 해당 업체의 올바른 정의(definition)와 강력한 원칙 강조 그리고 시정 조치만이 필요하다.

    지루한 공방전은 실제로 입건되어 있는 개인들간에 진행할 부분일 뿐. 프랜차이즈 업체는 그로부터 벗어나 모든 잡음들을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 한다. [실제 마무리 관련 기사]

    위기 시 기업은 가능한 공방전에 휘말리지 않는 게 좋다. 공방전은 사실 평시 이슈관리를 위해 내 자신이 칼자루를 잡고 있을 때 시도하는 전술일 뿐이다. 위기 시에 쓸 칼이 아니다.

  • 핑크 슬라임이라는게 대체 뭔데?

    영국의 인기 쉐프인 Jamie Oliver의 Food Fight. 지난해로 보이는데 올리버가 지적한 부분은 Pink Slime이라고 불리는 인공적으로 생산된 고기 패티.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FDA에서도 해당 생산 방식에 대해 인체에 유해하다는 판정을 내리지는 않았고, 지난 오랜 기간 동안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이렇게 pink slime방식으로 만들어진 햄버거 패티로 맛있는 햄버거들을 제공해 왔었다.

    패스트푸드 업체 입장에서 볼 때 이 TV프로그램에서 가장 치명적인 내용은 ‘스튜디오에서 방청을 하는 부모와 아이들의 표정’이었다. 또한 올리버가 Pink Slime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이는 ‘세탁기, 암모니아 용액이 담긴 플라스틱 병, 올리버가 낀 공업용 고무장갑’등등의 장치였다. 그에 더해 지방덩어리로 보이는 각종 소고기 부산물들이 시각적인 ‘혐오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에 한 패스트푸드업체는 더 이상 햄버거 패티에 pink slime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공식문건에서 “우리의 결정은 그 어떠한 특정 이벤트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자발적인 사용 중단 조치임을 커뮤니케이션 했다.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학교 급식에 해당 pink slime 제품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꾼다는 뉴스들이 들린다. [Source: CBS보도]

    이 케이스에서 얻을 수 있는 이슈관리 인사이트:

    1. 해당 이슈에 대응한 패스트푸드 업체는 이미 그 이슈를 잠재적으로 민감한 이슈로 판정했었고, 미리 준비된 이슈대응 프로세스에 따라 가능한 신속히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이슈 대비에 대한 문제
    2. 글로벌 시장경제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환경에서 이제는 글로벌 이슈와 로컬이슈간의 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과 센서링에 있어 지역적 분리 및 대응 의미 없음
    3. 지난 광우병 파동에서도 얻은 인사이트이지만 식음료를 비롯한 여러 부정적 이슈에 있어서 ‘혐오감’이라는 감정은 공중들에게 가장 파격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 : 이슈관리 매니저들은 혐오감에 대한 뇌신경학적인 깊이 있는 검토 필요
    4. 기업의 기존 포지션들이 여론/여론 감정에 의해 유효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에 주목해야 함.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식은 인체에 무해하며,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기업의 입장이 통하지 않는 환경도 인정해야 함 : 공중들의 감정과 그들 대다수의 입장에 주목
    5. 식음료 업계에서 여타 잠재적 이슈를 가지고 있는 많은 기업들은 이 케이스를 통해 준비의 인사이트를 얻어야 하겠음: 현재의 이슈환경은 언제 어디서든 누군가 발화점을 만들어 주기만 기다리는 휘발류로 가득 찬 풀장이라는 느낌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라.

  • 위기시 로펌과 일하기

    위기 시 클라이언트들께서는 거의 대부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펌과 로펌을 함께 불러 대응책을 논의하시고 조언을 청취하시는 게 일반적이다. 여러 로펌들과 함께 클라이언트 이슈를 함께 바라보면서 일을 해 보면 항상 로펌측과 부딪히는 포지션들이 생기곤 한다.

    물론 각 변호사와 상황과 이슈에 다라 다른 부분들도 있겠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상 충돌되었던 공통적 부분들을 정리해 본다.

    1. 로펌은 해당 이슈에 대해 선제적 커뮤니케이션이나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을 지양하라 종종 조언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펌에서는 위기 시 ‘노코멘트는 곧 코멘트’라 칭하면서 가능한 해당 기업이 해야 할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전달하자 하곤 하지만, 로펌들은 대부분 ‘도망치고, 그 이후에는 부정하라’는 조크처럼 가만히 있는 게 전반적인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 보는 듯 하다.

    2. 로펌, 더욱 정확하게 말해 담당 변호사들은 직접 외부로 나서기를 꺼린다. 대변인 역할을 의뢰하면 더더욱 난감해 한다. 연예인들이나 개인 소송 등에 있어 대외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해달라 의뢰인들이 요청하면 대부분 로펌들은 고사한다. 이를 잘해주는(?) 변호사들이 일부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유가 되겠다.

    3. 로펌은 법정에서의 승리 및 정상참작을 통한 감형에 중점을 두지만, 여론에 대한 고려 비중은 그리 균형적이지 않아 보인다. 사실 그 부분을 로펌이 깊이 고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계약서에 쓰여진 대로만 일하면 되는 법.

    4. 그러나 일부 로펌의 시니어 변호사들은 자신이 경험한 언론관계 (검찰 재직 시절, 법조출입기자들과의 밀땅 경험)를 기반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해석하거나 적용하려 한다. 일부는 방통위 재직/자문경험 등을 가지고 여론관리 전문가라 생각한다.

    5. 로펌의 변호사분들은 기업 위기 시 이해관계자 관계 및 입장들에 대한 통합적인 부분에는 사실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내부와 외부 이해관계자 등에 대한 세부 시각을 가질 이유가 없다. 계약서에 명기된 업무가 아니기 때문.

    6. 로펌 변호사들은 안전함을 주로 추구한다. 어찌 보면 전문업무 성격상 당연하다. 위기 시 risk taking이라는 부분에서 협상의 여지가 적다는 게 문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risk를 감수하고 베팅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를 상당히 거북해 한다. 특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많이 갈등을 겪는 이유다.

    7. 대부분 로펌의 변호사들은 기업 오너 및 CEO의 신뢰를 기반으로 업무를 추진한다. 따라서 그들 대부분의 포지션과 메시지들은 오너 및 CEO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이 부분은 위기 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에 있어 상당히 큰 장애물이 되곤 한다. 순수 내부의 시각과 의중이 대부분 여과 없이 또는 안전성을 가미했다는 이유로 실제 실행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문제다. 로펌이 과연 여론 측면에서 devil’s advocate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까는 의문이었다.

    이상은 로펌들과의 위기관리 협업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이다. 어느 로펌이나 변호사분들을 폄하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다. 단, 클라이언트들께서 위기 시 의사결정을 하실 때 좀더 균형 있는 시각과 큰 관점의 높이를 가지셔야 한다는 부분을 말하고 싶다. 하나 확실한 것은 로펌과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펌이 이음새 없이(seamless) 협업을 해 지원하게 되면 해당 클라이언트는 성공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는 사실이다.

  • 위기시 자사의 위기관리 실행도 적극 모니터링하라

    위기시 자사의 위기관리 실행도 적극 모니터링하라

    매번 발생하는 기업들의 위기사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다 보면 하나의 기업이 여러 개의 위기관리 활동을 동시 실행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더 나아가 그 활동들간에 통합적 코디네이션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위기관리 실행도 많지만, 밖으로 드러나는, 즉,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개된 커뮤니케이션과 실행 활동들에 있어 각기 다름과 틀림이 있으면 분명 문제다.

    이런 각기 다름은 기업 내에서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부서들이 각기 다르고, 그 부서장들의 개인적 전략과 태도들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들이 많다. 또한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도 오너 또는 CEO와 각 부서간에 silo들이 각기 형성되어 통합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인 경우들도 흔하다. 쉽게 말해 위기에 맞서 마케팅은 영업이 하는 일을 모르고, 영업은 법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 환경이다.

    분명한 것은 위기 시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를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은 통합적 관점에서 하나의 기업 활동으로 이 모두를 판단한다는 사실이다. 그 기업 내부에서 어떤 부서의 누가 왜 이런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해할 필요도 없다. 단지 이 기업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지금 이 위기를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는지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지켜본다는 게 핵심이다.

    한 회사가 고객 안전에 큰 위해가 갈 뻔한 안전사고를 경험 했다 치자.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더욱 간담이 서늘하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 치자. 위기에 처한 이 회사는 언론을 향한 커뮤니케이션에서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죄송하다’는 공식 메시지를 사용했다. 이 것이 외부 이해관계자들로 향한 이 회사의 입장(포지션)이라면 이 모든 포지션과 메시지가 이 회사의 모든 활동에 일관된 기반이 되는 게 맞다.

    문제는 언론에게는 이런 포지션을 전달했음에도, 불평하는 고객에게는 ‘너무 컴플레인 하는 거 아니냐? 사실 이건 안전하고는 별 문제가 없는 그냥 해프닝이다’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다. CEO는 담당 안전 규제 기관을 향해 ‘아시겠지만, 이건 별로 큰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이 다치거나 죽거나 했으면 모르겠지만. 이런 일은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요’라 이야기 한다. 사내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인트라넷에는 ‘이번 사건으로 징계를 받는 직원은 OOO, OOO이다. 앞으로 이런 사소한 실수가 대형 위기로 비추어 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또한 입조심 할 것’이라는 취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 기업 공식 SNS에서는 ‘좋은 아침입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어도 여러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아요. 자, 지난 퀴즈 이벤트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추카 추카’하고 즐겁게 지저귄다.

    전반적으로 어느 한 구석도 일관되거나 통합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느낌이 없다. 그냥 각 부서들이 최선(?)을 다해서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일 뿐. 내부 코디네이션이 없어서인지 중구난방의 느낌이 난다. 이해관계자들은 이런 단순하지 않고 상이한 포지션들에 헷갈려 하기 시작한다.

    ‘이 회사가 이번 사건을 실제로도 심각하게 받아 들이는 걸까?’ ‘진짜 이 회사가 개선의 의지는 있는 것일까? ‘고객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믿을 수 있나?’ 당연히 의심하게 된다.

    단순히 속 다르고 겉 다르고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속 다르고 겉에서도 앞면과 뒷면과 옆면이 서로 다르기에 문제다. 통합적이지 않은, 즉,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내부 코디네이션과 실행 모니터링이 없는 기업의 위기관리 활동들을 보면 마치 여러 죽은 자들의 시체부위를 조합해 놓은 원작 프랑켄슈타인의 몸뚱어리를 보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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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기업이라면 내부에서 모든 위기관리 활동을 통합적으로 코디네이션 하라. 그리고 각 부서의 위기관리 실행을 객관적으로 외부 시각에서 실시간 모니터링 하고 즉각 피드백을 받아 수정 개선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라. 멋지고 스마트 한 배우 같아 져라. 흉한 프랑켄슈타인이 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