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6월 19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기업만 빼고 모두 변한 게 문제다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기업만 빼고 모두 변한 게 문제다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주변을 한번 돌아보자. 자신이 입사했을 때 있었던 많은 것들과 주변 사람들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더 밖을 내다보자. 소비자도 더 이상 그 때의 소비자가 아니다. 규제기관이나 NGO들도 세상의 흐름에 따라 이미 변화했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고, 거래처, 공장이나 지점 주변의 커뮤니티들도 느리지만 변해갔다. 특히 미디어는 더 빨리 어지럽게 변화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기업들에게 ‘종편’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생소한 단어였다. ‘블로그’나 ‘트위터’ ‘유투브’라는 개념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페이스북’이 다가왔고, ‘핀터레스트’나 ‘카카오톡’이 밀려와 회사주변을 맴돌고 있다.

얼굴을 마주보던 시장에서 이제는 모니터를 마주보는 시장이 되어 버렸다. 마케터들은 점점 더 소비자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기회들이 줄어드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홍보담당자는 기존 출입기자와 기울이던 술자리를 줄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더 많고 다양한 일에 새로 손을 대야만 살아남게 되었다. 영업담당자들은 언제든 소비자들의 컴플레인이 즉시 공공화 되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생산담당자 또한 좀더 신중하게 원재료와 품질, 안전, 위생관리를 해야 한다는 압력에 힘들어 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기업 내 담당자들도 바뀌어 가고 있다.

최근 수년간의 많은 기업 위기 케이스들을 보자. 예전에는 그렇게 크게 발전하지 않았을 자그마한 해프닝들이 큰 위기로 폭발하는 사례들을 반복해서 목격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들은 조그마한 해프닝에도 예전보다 더욱 경악하고 분노하고 쟁점을 만들어 서로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 구성원의 말 한마디, 잠깐 동안의 행동, 얼굴의 표정까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와 기업에게 압력으로 작용한다.

시간적인 변화도 기억하자. 하루 한번 신문 인쇄만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이전 미국의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만 해도 속보는 오랜 시간이 지나 신문사 벽면에 설치된 커다란 칠판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유되었다. 영화관에 가야 생생한(?) 세계 대전 전투 속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 TV가 발명되면서 그나마 시민들은 비교적 빠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우리 기들업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침 신문과 저녁 방송을 보면서 위기를 관리했었다. 따라서 기업의 위기대응은 하루 정도 내에만 진행되면 별 이상 없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은 ‘위기관리의 지옥’을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예전 하루 단위였던 위기대응 타이밍이 이제는 분 단위까지 짧아졌다. 하루 종일, 기술적으로도 24시간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야 겨우 ‘발생한 위기를 놓쳤다’라는 핀잔을 듣지 않게 되었다. 수명을 2~3일 정도 가지는 소규모 롱테일 위기들이 한 달에도 몇 개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너무나 외부환경이 빠르고 다이나믹 하게 변화되기 때문에 다른 일상 업무를 하는 부서들은 더더욱 ‘위기관리’를 특정 부서가 도맡아 해야 하는 특수 업무로 인식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이해도 안되고, 적응도 힘들고, 관리하기는 더더욱 싫은 업무라 서다.

이렇게 많은 환경요소들과 이해관계자들 그리고 그 접점에 있는 실무담당자들이 변했다. 반면 기업 체계 자체를 한번 들여다 보자. 지난 10년과 위기관리 시스템(체계)에서 어떤 진화들이 있었나?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통상적 위기들에 대한 매너리즘 속에서만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가?

마케팅이나 영업이나 IT부문 심지어 HR부문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나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체계를 가다듬는 벤치마킹을 한다. 이를 기반으로 기존의 체계를 환경에 맞추어 점차 변화시켜 나가려는 노력을 한다. 다시 한번 묻자. 우리의 위기관리 체계는 어떤가?

소비자들의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컴플레인에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전략적일까? 예를 들어 우리 제품과 관련해 치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동영상을 올려 전세계적으로 유통시키는 유투브 공중들과 NGO들이 있다면 이는 어떻게 관리할까? 파워블로거라 평가 받는 유명인이 신랄하게 포스팅 해 놓은 우리 제품의 부정적인 평가들에 우리 회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맞을까?

트위터상에서 자신들의 ‘소비자 불만’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전파하고 시청을 부추기는 방송사들의 움직임에는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우리 제품등과 관련 해 핀터레스트에 마구 올라가는 괴상한 사진들에는 아무 대응이 필요 없을까? 페이스북에서 여럿과 마구 싸우고 있는 우리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공장 뒷동산 산맥을 휘젓고 다니는 모 방송사 탐사보도팀에게는 어떤 반응이 알맞을까?

우리도 몰랐던 사내 보유 고객정보들이 줄줄이 새나가고, 해킹을 맞아 길거리에서 유통되는 이 상황을 CEO와 임원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하고 대응하자 해야 하나? 우리의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목적으로 마구 만들어 놓은 300-400개의 브랜드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모두 어떻게 감독 관제 할 것인가? 일부 브랜드 트위터 운영자이 재기 발랄함을 넘어 북한을 찬양하거나 민족의 비극을 희화하는 애드립을 하는데 이를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또 저 무서운 내부고발자들은 어쩔 건가? 어떤 체계를 가지고 대응 할 것인가?

기업 위기관리 체계 전반은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아직도 기업 내부에는 상호소통의 동맥경화가 남아있다. 부서 이기주의와 정치적 대립과 견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다. 일선에서는 언더 리포팅 하고 상부에서는 오버해 추측한다. 아직도 기자들이나 PD들이 취재를 해 오면 아무나 맘대로 답변해버린다. CEO께서 자신의 개인 트위터 계정으로 소비자와 말다툼 하신다.

직원들이 소셜상에서 몰려다니거나, 아니면 아닌 체 모른 체하면서 몰래 문제를 일으킨다. 사내에 변변한 위기관리 위원회도 제대로 없고, 위기관리 매뉴얼은 야근 때 라면 받침으로만 사용한다. 윗분들은 언론기사를 막고 빼듯이 모든 것을 다 빼서 없애 버리라 주문하신다. 위기관리 체계는 별로 진화하지 않았다. 환경과 이해관계자들과 실무자들은 변해가는 데 기업 위기관리 전반의 체계화는 온데간데 없다. 대부분의 위기관리가 단편적으로 행해지고, 실무자들에 의지해 단순대응에만 머무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기업내의 위기관리 체계가 빨리 진화 해야 한다. 환경이나 이해관계자들 보다 기업의 체계와 실무자들의 역량이 더 빨리 변화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해가 쨍쨍 찌는 여름날 우산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주변과 우리 자신을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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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은 왜 쉽게 하기 힘들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은 왜 쉽게 하기 힘들까?

위기관리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도 많고,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는데 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대해 익숙한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을까? 몇 가지 공통적인 이유들이 존재하는데, 주로 고민하는 기업 실무자 분들의 생각을 유형별로 정리해 보자.

1.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려면 CEO부터 핵심 임원들이 모두 모여 여러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일정 및 시간 확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많은 실무자분들이 이런 고민 때문에 쉽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지 못한다. 상당히 현실적인 한계라 외부 컨설턴트들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런 기업들의 경우 해당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들이나 관련 작업들에 대해 최고 의사결정자로부터 전폭적 지지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또한 이와 함께 해당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부서와 담당자들이 핵심임원들을 한꺼번에 동원(?)하거나 참석을 종용하지 못하는 정치적 입지인 경우들도 많다. 이런 경우 적절한 답이 없다. 어떤 가시적인 위해성이 증가되지 않는 이상 이 모두를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비법이 없다.

2.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할 만큼 우리 준비 수준이 발전해 있지 못합니다.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그냥 혼란스럽게 우왕좌왕하면서 끝낼 가능성이 커요.

이 고민에 대해서는 두 가지 조언이 있다. 첫째는 컨설턴트들을 믿으라는 조언이다. 제대로 훈련 받고 경험된 컨설턴트 그룹이라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절대로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시작하거나 설계 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 진행이 정해지면 그 사전에 충분할 정도로 반복적인 위기관리 위원회 대상 브리핑과 코칭 그리고 사전 트레이닝들을 제공한다. 시뮬레이션은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어떤 부분을 좀 더 준비해야 하는지를 찾아내기 위해서도 진행 되기 때문에 너무 완벽한 진행만을 머릿속에 그리면 도리어 문제다. 그 다음 둘째 조언도 메인 컨설턴트를 믿으라는 것이다. 메인 컨설턴트는 절대로 해당 시뮬레이션을 혼돈의 시간으로 메우도록 위기관리 위원회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메인 컨설턴트는 그만의 시뮬레이션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충분한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다.

3.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몇 년 전에 해 보았는데…당시 임원 분들이 너무 힘들다고 하셔서 다시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도움은 되는데 너무 힘들고 지치신다고…

잠깐만 살펴보자. 몇 년 전 해당 시뮬레이션에 참가하셨던 임원들이 아직도 모두 현직에 그대로 계신 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몇 년 전 진행했었던 시뮬레이션 이슈들과 위기요소들을 그대로 현재까지 시뮬레이션 해야 하는 상황일까? 아닐 가능성이 크다. 다른 이슈들과 위기요소들이 떠 올랐을 것이다. 시뮬레이션 기술이나 기법들도 해마다 조금씩 바뀌어 성장한다. 만약 심하게 힘들어 하셨던 임원 분들이 지금도 계신다면 그분들의 의견을 세부적으로 듣고 시뮬레이션에서 불필요하게 힘든 부분은 완화 또한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실제 위기와 위기관리 상황은 시뮬레이션보다 훨씬 더 절박하고 힘들다는 사실이다.

4.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었으니, 그냥 매뉴얼로 완료하시고 시뮬레이션은 그냥 생략하시죠. 여러모로 진행하는데 문제들이 있어서요.

상당히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이렇게 시뮬레이션을 고사하시곤 한다. 사실 컨설턴트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클라이언트께서 이렇게 요청하셔도 별반 아쉬울 것은 없다. 하지만,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뮬레이션 검증을 하지 않고 끝나게 되면 이 업무를 진행했던 실무자들과 컨설턴트들은 사후에도 내내 찜찜하다. 항상 ‘이 시스템이 실제로 조직 내에서 운용될 수 있을까?’하는 궁금함과 불안함만 남는 것이다. 클라이언트 실무자들도 가능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과 자기 부서의 성과를 내적으로 과시하고 추가 시스템 유지 보수 예산 등에 협조를 얻어 놓는 게 좋다. 여러 귀찮은 사안들이 많아도 일단 한번 고생하자 생각하고 실행해 보는 게 여러모로 특히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그 형식이나 수준 이전에 위기관리 서비스 중 단위로는 가장 비싼 서비스 중 하나다. 투입되는 컨설턴트들의 수와 품질 그리고 숙련도 등이 일반 위기관리 서비스와 차별화 된다. 장비와 설비, 장소, 준비기간 동안 다른 서비스에 비해 과다 할 정도로 투입이 된다. 클라이언트사의 위기관리 위원회의 수준에 맞추어 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노력은 그에 비례해야 하기 때문이다.]

5.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들은 많은데요. 예산이 너무 부담돼서 힘들 것 같아요.

공감한다. 필자도 인하우스 팀장시절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모험이었다. 참고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는 외부 컨설턴트만 십 여명이 투입되고 준비기간과 동원 장비 등이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다. 장소 배치나 설비측면에서도 기대 수준이 상당히 높다. 그냥 약식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도 일정수준 이상의 비용과 프로페셔널 피(professional fee)가 요구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단편적(ad-hoc)으로 진행하는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신 년간 플랜으로 잡아 놓고 정기적으로 해당 예산을 배분 받아 정리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특정 위기 발생이 예견될 때 급박히 구성해 사전 실행해 보는 시뮬레이션도 있지만, 이 또한 진행 후 사후에 예산 문제가 가장 큰 골치거리 중 하나다. 이 문제 또한 외부 컨설턴트들이 풀어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마치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처음 제치기가 어렵지, 한두 번 제치고 나면 그 속력이 붙어 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 해본 기업만이 쉽게 쉽게 계속하고, 안 해본 기업들은 처음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클라이언트사 실무진들은 가능한 예산확보 능력이 있으신 임원들과 협업해 해당 프로젝트 추진을 하도록 하자. 또한 일상보다 큰 프로젝트인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예산안에 포함시켜 턴키 방식으로 진행을 하기도 한다. 어떤 방식이든 현실적인 방식을 택해 고민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들로 많은 기업들이 원하면서도 시뮬레이션을 실행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추가 조언을 하자면, 일단 사내적으로 일정 수준이상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공감대만 있다면, 일단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전문적으로 하는 컨설턴트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자. 컨설턴트들이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조언들 그리고 현실적인 논리들로 실무자들을 지원 해 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들’을 다루겠습니다.

6월 05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The PR,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저자 인터뷰 기사.

The PR,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저자 인터뷰 기사.

위기관리, 너무 잘해도 ‘탈’ 난다 [PR북]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The PR, 2012. 6]

저자 인터뷰 |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관리의 실체라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위기 유형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라 각기 다른 면도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위기상황은 대부분의 기업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하나의 이슈라고 해도 각 기업이 해석하거나 정의하는 ‘위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위기이고 어떤 것은 위기가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에서도 다뤘지만, 한 조직 내에서도 특정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전략적인 위기관리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는 제목처럼 체계를 갖추고 위기에 대응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개인기에 의지한 위기관리를 그만하자는 이야기다. 홍보팀만 죽어나는 기업위기관리에는 희망이 없다. CEO가 멀리 떨어져서야 위기가 진정으로 관리될 수 있겠는가? 각 부서들이 서로 사일로(silo)를 쌓고 위기 시에도 협업은커녕 상호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위기가 관리될 수 있겠는가? 회사 내 몇 명만 존재를 알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무슨 소용이며, 기업 철학과 원칙이 없는 위기관리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나 하는 가장 기본적인 쟁점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기업의 위기관리시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 내에서 공통된 위기관리관(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두 번째는 대중언론에 편중된 전통적인 위기관리 방식이다. 위기 시 대중언론만을 관리하는 것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대중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전반’을 관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 부분이 여러모로 힘들다. 세 번째로 위기관리는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기업 내 구성원들간의 ‘단체전’의 형식을 띄는데 반해, 아직도 많은 기업이 내부에서 일부 개인에게 의지하는 ‘개인전’ 성격으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위기를 잘 극복하고 대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이라면.
체계를 빨리 세우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이 세상 기업들은 위기를 경험한 기업과 앞으로 경험할 기업들로 나뉜다. 즉, 기업에게 위기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다. 피할 수 없으면 빨리 체계를 만들어 대응하고 위기관리를 즐기라고 주문하고 싶다. 체계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 그리고 투자 없이 그냥 위기를 기다리거나 모면하려 하면, 그 위기는 곧 재앙으로 발전한다. 이런 케이스를 여럿 보면서도 ‘체계를 갖춰야겠다’ 생각하고 실행하는 기업이 극소수라는 점에 항상 놀란다.

당부의 한 말씀.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좀 더 위기관리에 대한 철학과 관심을 갖길 바란다. 항상 큰 위기가 발생한 뒤에야 체계를 만들라고 사후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상시적으로 위기관리 체계를 준비하고 대응하는 기업들의 성공사례들이 업계에 회자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대로 위기관리 실패학도 많이 공유되었으면 한다. 실패 후 우리는 이렇게 개선해 성공했다는 반면교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반드시 필요하다.

[출처: http://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88 ]

6월 012012 Tagged with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컨설턴트들을 위한 준비 훈련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컨설턴트들을 위한 준비 훈련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는 한두 번 진행에 참여 해 본 컨설턴트라면 어느 정도 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단순한 경험을 기반으로 감을 가진다는 것이 홀로 새로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디자인해서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10여 회 이상 참여한 컨설턴트들도 자신이 리드해 시뮬레이션을 디자인하고 진행하는 것에는 내심 벅차하곤 한다. 오랜 경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여하기 위해 컨설턴트들은 상당히 독특한 트레이닝을 받는다.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트레이닝이 미디어 트레이닝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은 위기상황에서 언론과 대화하는 방식을 습득하기 위한 트레이닝이다.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은 한발 더 나아가 언론을 포함 위기 시 회사를 둘러싸고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습득하는 트레이닝이다.

왜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이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트레이닝 받을까? 모든 트레이닝에 있어 트레이니로서의 경험이 오래 쌓인 사람만이 좋은 트레이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경험과 반복에 의해 체득된 do’s and don’ts 개념을 보유할 수 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야 할 컨설턴트들은 이런 다양한 트레이니 경험을 통해 실제 시뮬레이션에서 그들에게 맞서게 되는 워룸 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과 겨룰 수 있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방식만을 트레이닝 받는 게 아니다. 이해관계자 역할에 맞는 깊이 있는 스터디도 함께 진행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 볼 위기 이슈 등과 유사한 타기업 케이스들을 스터디 하면서 입체적으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포지션들과 메시지들을 분석한다. 이런 케이스에서 oo위의 포지션과 메시지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변화했었는지, 관련 부처인 ooo부처는 또 어떤 포지션과 메시지들을 전달해 왔었는지, 경쟁사들은 어땠고, 고객들은 어땠고, 언론이나 NGO들은 어떤 포지션을 견지했었는지 등을 많은 유사사례들을 통해 정리한다.

필요 시에는 이해관계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별도로 청취하거나 소프트사운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 모든 컨설턴트들은 하나의 위기상황을 입체적으로 처음에서 끝까지 시뮬레이션 한다. 각각의 이해관계자별로 각기 격리된 사일로(silo)를 가지는 것도 아니다. 각 이해관계자들이 상호간에 연결되고 작용을 하게 포지션들을 엮어 놓는다. 그것이 현실적 여론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은 서로간의 역할과 포지션들을 상호간 점검해 보고 그에 따라 인터랙티브한 시뮬레이션 디자인을 진행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클라이언트사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는 심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트레이닝이자 경험이다. 이런 힘든 상황을 연출하는 사람들이 컨설턴트들인데, 재미있게도 시뮬레이션이 끝나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는 그렇게 싫었던 컨설턴트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들을 보낸다. 곧 자기 자신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기본적인 트레이닝과 이해관계자 스터디가 끝나면 시뮬레이션에 참여하는 컨설턴트 각자에게는 이해관계자 역할이 부여된다. 피해자, 고객들, 언론들, NGO들, 정부규제기관들, 경쟁사들, 거래처들,지역주민들, 직원들 등등의 역할이 주어진다. 컨설턴트들은 미리 숙지된 이해관계자 스터디내용들과 트레이닝 경험들을 기반으로 각자 시뮬레이션 진행 세부 플랜들을 수립한다. 각 시나리오별로 해당 이해관계자의 포지션을 설정하고, 공격해야 할 기업 내 대상과 공격 논리 그리고 주장들을 셋업 한다. 그 하나 하나에 대해 많은 질문팩들을 만들어 위기상황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디자인한다.

일정 기간 동안 각 컨설턴트들이 구성한 이해관계자별 진행 설계들과 질문팩들은 시니어 컨설턴트들의 감수를 받고, 시뮬레이션 수 일전에 내부적으로 메인 컨설턴트와 리딩 컨설턴트등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적으로 리뷰를 진행한다. 일정 경험 이상의 컨설턴트들은 이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리뷰세션을 통과한다. 이 리뷰세션에서 주의 깊게 체크되는 부분은 현실성, 논리성, 통합가능성, 예측가능성 들을 확실하고 풍부하게 담보했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상의 준비단계가 끝나면 그 다음은 각 컨설턴트들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상황을 전제로 리허설을 해 보는 단계가 시작된다. 언론 역할을 할 컨설턴트가 준비해야 할 장비들과 카메라 크루들 그리고 포지션과 질문방식들이 시나리오에 정확하게 일치될 수 있는지를 점검한다. 정부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도 NGO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도, 지역주민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도 모두 하나 하나 감정을 실어 리허설을 한다. 마치 드라만 사전 리딩 세션과 유사하게 디테일 하게 리뷰하고 공유 한다.

그러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위해 좋은 컨설턴트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할까?

1.    기업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
2.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이해
3.    위기상황을 전제하고 이해관계자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수 있는 롤플레잉 역량
4.    전략적으로 생각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훈련 받은 역량
5.    실제 시뮬레이션을 진행함에 있어 완전하게 이해관계자 빙의 할 수 있는 전투력
6.    모든 돌발적인 상황에도 컨설턴트들끼리 즉각 협의하면서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는 협업 역량
7.    정신적, 육체적, 감정적으로 강력한 지구력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나서 가장 큰 박수를 받는 사람들이 바로 컨설턴트들이다. 클라이언트사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박수를 보낸다. 자신들을 여러 시간 동안 괴롭게 하고, 논리적으로 압박하고, 상황적으로 난처하게 만든 사람들인데도 이 컨설턴트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반대로 컨설턴트들은 박수를 받으면서 이전의 이해관계자 역할과는 완전히 다른 상냥한 조언가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아까 그 이해관계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변화된 표정과 태도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대한다. 그들이 프로답다 느낄 때가 바로 이때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을 왜 쉽게 하기 힘들까?’를 다루겠습니다.

5월 302012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전 위기관리, 어느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아 보인다

고리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연합뉴스, 2012. 5. 30.]

오랫만에 위의 기사 내용을 중심으로 위기관리 시스템 관련 인사이트를 정리 해 본다.

1. 지침서(매뉴얼)에는 이를 위반할 때 가해지는 명확한 불이익을 조직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운영기술지침서상 비상발전기를 즉시 수리해야 함에도 이들은 2월13일부터 예정된 정기점검때까지 고장상태를 방치했다. 고장수리 자료가 남아 정전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일반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부분의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강제조항’이 부족하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참고서일 뿐 중요한 법전이 아닌 형식의 매뉴얼이다. 강제 조항 또는 사후 처벌규정이 없는 매뉴얼은 일반 사용설명서와 다름이 없다.

2.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위기’에 대한 정의(definition)를 사내에서 다시 규정해야 한다

이번 케이스에서 이 ‘강제조항’의 부재 보다 더 문제인 것은 매뉴얼에서는 ‘즉시 수리’를 명령하면서도, 담당자들은 ‘고장수리 자료가 남아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담당자들의 자세의 문제로만 한정할 수 없다. 조직 전반적으로 ‘위기’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 조직 전반이 정의하는 ‘위기’라는 것이 ‘원전사고로 인한 인류 재앙’인 것인지 ‘고장이나 사고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인지 확실히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3. 모든 조직원들은 위기시 자신에게 가장 큰 위기를 ‘인사상 불이익’으로 본다는 것을 기억하자

또 정전사고 당일 오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사고 발생시 철저한 책임추궁을 하겠다는 기자회견을 보고 인사상 불이익 등을 두려워해 보고를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심지어 화사가 망하거나, 브랜드가 망가지거나, 매출이 고꾸라지거나, 소비자들이 죽는 게 문제가 아니다. 일단 조직내에서 조직원들이 정해진 방향대로 원할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심각한 위기라도 일단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조직원들이 ‘난 망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아무 위기관리도 불가능하다. 이 부분 또한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반복적으로 고민해 체계를 개선 해야 한다.


4. 위기 모니터링에 있어 수집(collecting)이나 감지(sensing)나 바라보고 있기(observing)이 곧 모니터링은 아니다. 위기 모니터링은 ‘위사결정 실행’을 전제로 한다. 의사결정으로 연결되고 실행되지 않는 수집, 감지, 바라보고 있기는 오히려 가장 위험한 관리 방식이다.

아톰 케어 시스템은 모든 원자력발전소 호기별로 원자로 온도, 전력공급상태 등 주요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지만 비상시 경보발령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평소에 항상 ‘Why not? (왜 그러면 안되는 건가?)’와 ‘What if? (만약에 그렇게 되면?)에 대한 생각을 세부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아톰 케어 시스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경보발령 시스템과 연동 시키지 않은 이유는 뭘까? 왜 그러면 안되는 거였을까? 만약에 연동시켜 둔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상황이 발생될까? 그것이 유익한 것일까? 유해한 것일까? 이런 생각이 부족하지는 않았을까?


5. 이 기사에서는 해당 원전 관리 주체가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지 않아서’라고 기술했지만, 상황적 맥락을 보면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실시간 모니터링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후 모니터링도 적절하게 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 가능하다.

검찰은 고리1호기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만 267가지이며 당시 정전으로 전원공급이 중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도 저장돼
있으나, 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지는 않아 사고 발생 사실을 당시 바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루어 지지 않아도 일정 시간 이후에 왜 적절한 모니터링이 되지 않았는지가 문제다. 모니터링을 해 의사결정에 연결했는데도 ‘침묵과 모면’이라는 의사결정이 내부적으로 결론지어졌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이 기사를 중심으로 해당 케이스를 바라보면 아주 심각한 위기관리 체계상 문제가 존재한다. 원전관련 위기관리 철학과 위기에 대한 조직의 정의, 조직원들을 제대로 행동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내부 규정 체계, 내부 구성원들의 위기관리 대응 방식 문제와 여러 현실적 제한들, 모니터링 및 경보 체계, 실시간 모니터링 및 의사결정 체계, 은폐나 모면에 대한 내부 규정 등 어느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다.

해당 조직에서는 이 케이스는 ‘흔히 발생하지 않는 가능성이 매우 적은 상황들이 우연히 한꺼번에 발생했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운이 나빴을 분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블랙스완이라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전에 빨리 문제를 규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고 절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위기란 그렇다.

P.S. 뇌 수술은 환자 스스로 할 수 없다.

5월 23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이후 점검해야 할 것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이후 점검해야 할 것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마지막 한 시간 가량은 정리(wrap-up)세션이다. 모든 위기 시나리오가 종결되면 하루 종일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워룸(war room:위기통제센터)에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모두 모인다. 저 건너 컨트롤룸에서 똑같이 하루를 보낸 컨설턴트들도 워룸내로 이동한다.

필자는 먼저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를 비롯해 모든 구성원들로부터 자신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들을 들어보곤 한다. 그들 한 분 한 분이 몸소 겪으면서 얻어낸 인사이트는 그 수준이 상당하다. 컨설턴트들은 모두 그들이 언급하는 인사이트들을 메모하고 정리해야만 한다. 일부에서는 현존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에 즉시 적용하지 못할만한 내용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스템 개선과 정리에 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메인 컨설턴트가 대략적인 논의 흐름을 이끌어 가지만, 이 정리세션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 주제는 ‘실제로 우리가 구축한 시스템이 그 설계대로 운용가능 한 것인 가?’하는 주제 주변에 머무른다. ‘만약 일부 부분이 운용되지 않거나, 운용될 수 없게 설계된 것이라면 이 부분은 어떻게 실제적으로 개선 가능할까?’를 추가 논의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전반적으로 워룸과 컨트롤룸에서 발생된 상황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메인 컨설턴트다. 시뮬레이션 마지막 한시간인 정리세션에서는 이 메인 컨설턴트가 논의를 이끌면서 현존하는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사항들을 하나 하나 파악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전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지난 시뮬레이션을 돌아보게 된다]

대부분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와 나의 부서가 OOO 위기 시 어떤 위기대응을 해야 하는지’ 그 역할과 책임 부분을 실제 경험해 터득하게 된다. 또한 ‘OOO 위기 시 위기 대응을 해 나가는 프로세스는 이렇게 된다’는 프로세스의 상(像)을 지니게 된다. 실제 위기가 아니었음에도 실제 위기를 몸소 경험한 것과 같은 느낌과 인사이트를 지니게 된다. 궁극적으로 평소에도 위기관리 위원회 체계를 지원하고 신뢰하게 된다. 협업능력과 오너십을 동시에 지니게 된다.

일단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인사이트들이 모두 도출 취합되면, 그 다음은 메인 컨설턴트가 이번 시뮬레이션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개선 가능한 증상들을 시계열에 따라 또는 우선순위에 따라 브리핑 한다. 최초 상황분석 과정에서의 미흡함, 상황판 작성 및 업데이트상의 문제점들, 역할과 책임 배분에 대한 이상증상들, 의사결정에 있어 논의 형태, 대이해관계자 대응준비 단계에서 발견된 문제들, 이해관계자 대응 과정에 있어서 발견된 이상 증상들, 그 이후 반복되는 시뮬레이션 활동에서 고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체계적 취약성들을 실제 관찰 결과를 기반으로 공유한다.

이를 토대로 컨설턴트들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과 활발하게 토론을 진행한다. 이 추가적인 토론의 핵심은 ‘어떻게 그 이상 증상들을 개선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주제들이다. 이런 일련의 토론들을 통해 현존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의 개선을 위한 정확한 ‘처방전’들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토론과 브리핑은 모두가 즐거운 환경에서 진행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도 방금 전 시뮬레이션을 마쳤기 때문에 홀가분하고 행복한 느낌을 보유하게 된다. 컨설턴트들도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토론에 참여하게 된다. 토론 분위기를 더욱 활성화 하기 위해 실제 시뮬레이션을 촬영한 동영상을 짧게 리뷰 하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아침의 앰부쉬(ambush: 돌발 매복)인터뷰, 워룸내의 혼돈(chaos)등을 모두 함께 시청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거다. 중간이나 말미에 진행된 언론 대응 장면도 종종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된다. NGO와의 대화 내용도 공개된다. 정부기관들과 주고 받은 공문서들도 재공유된다.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는 전체적인 진행적 시각을 지니지 못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도 이 세션 중 완전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시각을 잠깐이라도 경험해 보게 된다.

정리 세션 후반부에는 상호간의 수고 치하, 격려와 감사의 시간으로 마무리를 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어랜지 한 담당부서 실무자들이 나와 격려와 감사를 받고,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전체가 박수를 서로에게 보낸다. 마지막으로 저 멀리 컨트롤룸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수시간 동안 괴롭힌(?) 컨설턴트들과도 상호간 인사를 나눈다. 여기저기에서 “NGO역할을 하신 컨설턴트 분이 누구시죠?” “아까 저와 통화하신 정부관계자 컨설턴트 분은 어디 계세요?”하면서 즐겁게 이야기 나눈다.

모든 정리세션이 끝나면 시뮬레이션 진행을 위해 설치되었던 모든 장비들과 자료들이 철거되고 수거된다. 대부분의 내용들이 대외비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메모 한 장이나 슬라이드 한 장이라도 철저하게 수거되어 파기되거나 보존된다. 장소대여회사측에서 설치한 전화장비나 여러 통신장비들도 완전하게 철거되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시뮬레이션의 기록을 위해 촬영된 동영상들과 컨트롤룸에서 수집한 워룸발 자료 일체들은 컨설턴트들의 사무실로 전량 이전된다. 이후부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개선사항들에 대한 리포트가 개발되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한 인사이트부터,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제안한 시스템 개선안들 그리고 구체적인 개선 세부들을 잘 정리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상당히 많은 내외부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는 단체전 형식을 지닌다. 따라서 시뮬레이션 후에는 클라이언트사가 주최가 되어 모두 참석한 회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컨설턴트들의 입장에서는 하루를 함께 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과 좀 더 심도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안 청취의 기회가 된다. 물론 동시에 클라이언트사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는 하루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즐거운 자리가 된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결과 리포트’을 다루겠습니다.

5월 18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하반부의 진행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하반부의 진행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후반부는 전반부보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활동이 훨씬 안정화된다. 반대로 위기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초반보다 훨씬 더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며, 더욱 위중하고 돌발적인 상황전개에도 확실한 역할과 책임을 기반으로 협업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경험한 90%이상의 기업들은 이 단계에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게 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하나 하나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재차 확인 해 가면서 움직인다. 계속해서 울리는 이해관계자들의 전화 하나 하나에는 담당 책임 부서 직원들이 달라 붙어 있게 된다. 방치되거나 혼란스러웠던 상황판이 시계열로 정리되고, 담당 및 처리 부서 체크들이 시작된다. 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점차 변화해 가는 상황을 한눈에 인지하고 공감대를 유지하면서 의사결정 토론을 지속한다. 각 부서들에게 하달되는 위기대응 활동이나 상황분석 요청들이 실시간으로 정리되고 취합된다. 바깥 컨트롤룸의 이해관계자들은 더욱 더 공격의 수위를 높이지만, 워룸내의 위기관리 위원회는 그와 반대로 더욱 더 여유를 가지게 된다.

많은 기업들은 위기 발생 시 위기 이후 상황을 이전 상황으로 다시 되 돌려 놓는 것을 심정적으로 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또는 경험적으로 돌아 보았을 때 그런 완전한 회귀는 불가능하다. ‘성공한 위기관리’라는 정의에는 기업 마다 각기 다른 무수한 정의들과 기준들을 가지고 있지만, 필자가 일선에서 보는 성공적 위기관리란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 조직이 하나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최악의 상황으로의 전이를 방지하는 것. 더 나아가 조직적 최선의 대응으로 위기 이후 비즈니스 환원 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는 ‘조직이 하나가 되는 경험’과 ‘최선의 대응을 고민하는 좋은 기회’를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제공한다.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도 위기 시 조직적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 그런 조직적인 하나됨에 익숙하지 않거나 경험이 없어 힘들어 하는 경우들을 사전에 방지해 보자는 것이 시뮬레이션의 목적들 중 하나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위기를 한번 경험해 보았나? 나아가 위기관리에 대한 경험을 한번이라도 해 보았나? 그 위기관리의 경험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모습으로 진행되었던 것이었나?”하는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점차 안정되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위기대응이 시뮬레이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이상적인 수준까지 치닫게 된다. 창조적인 문제 해결방안들이 내부로부터 조합되고, 적극적인 대응활동들이 진행된다. 컨설턴트들이 아무리 시나리오를 극단까지 치닫게 설계를 해도 이전과 같은 혼란은 웬만해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때부터 메인 컨설턴트는 남아있는 체계 진단 체크리스트를 살펴보면서 검증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는지를 살피기 시작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막바지에 다다르면 메인 컨설턴트는 남겨진 체계 검증 체크리스트를 들여다 본다. 만약 검증이 필요한 부분 중 CEO의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남아 있다면 일대일 또는 기자회견을 어랜지 해 보기도 한다. 이는 추후 보고 될 체계 개선 리포트에 들어갈 중요한 내용들을 도출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시뮬레이션 진행 과정 중 다른 모든 구성원들의 대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검증을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CEO의 위기 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체크해 보아야 하겠다 하면 CEO를 대상으로 언론 공격을 시작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지금까지의 종합적인 위기 상황을 전제로 대규모 기자회견을 어랜지 하는 형식을 빌리기도 한다. CEO를 타겟으로 하는 일대일 인터뷰 상황을 조성해 별도로 격리된 장소에서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 해 보기도 한다.

모든 점검들이 완료되었으면, 메인 컨설턴트는 시뮬레이션의 마무리를 준비한다. 모든 위기 상황을 가능한 위기관리 위원회의 대응방식에 맞추어 긍정적 상황으로 시나리오를 종결한다. 임금협상으로 고초를 겪었던 HR부서에게는 노조측의 입금 협상 합의 레터를 발송한다.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쩔쩔매던 홍보팀과 임원들에게는 그들의 목소리가 포함 된 비교적 긍정적인 기사들을 건네준다. 공정위나 국세청 또는 검찰측에서도 상황에 대한 긍정적 솔루션들을 공급해 온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전술적 장치들을 각각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전술적인 장치는 순수하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어랜지 하는 클라이언트사내 실무자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위한 것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극한의 부정적인 상황 중 시뮬레이션을 딱 마무리 지으면 그 이후까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패배의식에 찜찜해 하곤 한다. 이런 불완전한 감정을 해소 시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일부 기업들 중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CEO가 참석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규정된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가 CEO의 유고를 상정하여 시뮬레이션을 리드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CEO의 가시성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CEO의 격려 동영상을 시뮬레이션 종료 직후 서프라이즈로 상영하는 기업도 있다. 지쳐 시뮬레이션을 마무리하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 앞에 워룸 스크린이 밝게 켜지면서 CEO의 얼굴이 나오는 형식이다.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 여러분 고생들이 많았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떻게 위기들을 대응 관리 했는지 저도 상상이 됩니다. 상상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시는 임원 분들도 계시겠지요. 다들 잘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이번 시뮬레이션과 함께 우리회사의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얻은 인사이트들과 시스템적 개선 요소들은 추후 저와 함께 별도로 재공유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회사를 위한 여러분들의 열정과 팀워크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저녁에는 오랜만에 OO부사장께서 리드하셔서 모두 맥주한잔 하면서 회포를 푸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런 CEO의 배려와 관심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는 어마 어마한 힘이 된다. 실무자들도 힘을 얻게 된다. 경험적으로 보면 컨설팅은 항상 프로세스에서 가장 큰 의미를 얻는다. 그 과정에서 조직은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고, 공유하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정의 성취감을 얻게 된다. 여기에 전략적인 장치들과 감성적인 터치들이 가미되면 그 이상 가는 컨설팅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컨설팅은 곧 정치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이후 점검해야 할 것들’을 다루겠습니다.

5월 17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통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통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기업 내 고위급 임원들이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6시간~8시간)을 함께 하는 실습형 이벤트이기 때문에 기업내부 실무자들로서는 준비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무척 많기 마련이다. 컨설턴트들이 많은 경험들이 있다고 해도 기업 실무자로서는 하나 하나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무언가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이와 함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 메인 컨설턴트가 통제해야 할 상황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한번 돌아보자. 일반적으로 메인 컨설턴트는 시뮬레이션 전반에 걸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진행에 있어 심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부분적으로 개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상황이 시뮬레이션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만큼 위기관리 위원회의 위기대응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다. 이는 감정적으로 상황적으로 해당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시뮬레이션에서 제시한 위기 시나리오를 해석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대응하는 프로세스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인 컨설턴트는 이런 상황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진단을 내린다. 이런 상황이 초기에 지속된다면 메인 컨설턴트가 자율적인 시뮬레이션 진행을 일시 중단하고, 위기관리 위원회와 함께 해당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대응 프로세스 하나 하나를 가이드 해 준다. 분명한 것은 해당 위기관리 위원회가 위기대응을 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온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가능한 메인 컨설턴트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진행 도중 위기관리 위원회의 활동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몇가지 예외적인 상황을 이외에는 위기관리 위원회 스스로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필요시에 한해 메인 컨설턴트는 시뮬레이션을 일시 중지시키고 토론을 리드하거나, 진행 코칭을 하거나, 피드백을 주면서 시뮬레이션 전반을 정상화 시킬 수 있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해당 상황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 일부 핵심 임원께서 시뮬레이션 상황에 몰입하지 않으시며 블랙베리를 들여다 보시고 계신다거나, 랩탑을 가지고 오신 임원께서 사무 처리를 하시고 계신다거나 하는 경우다. 이는 사전에 CEO등의 인가를 얻어 강력하게 제한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임원들의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절대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으로 시뮬레이션에 몰입하지 못하는 상황까지는 가면 안 된다.

일부 임원들이 시뮬레이션 시나리오가 적절하지 않거나 현실적이지 않다 비판하고 나오시는 경우들도 있다. 이는 상당히 사내 정치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뚜렷한 해결책이나 방지책은 없어 보인다. 위기관리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있는 부문과 그와 각을 세우고 있는 다른 부분간의 견제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은 발생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왜 이런 시나리오를 가지고 우리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해야 합니까?” 또는 “시뮬레이션의 흐름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사건 발생이 바로 한 시간전인데 어떻게 언론이 이렇게 빨리 들이닥칩니까? 언론이 이 내용을 알 수가 없지요?” 이때 이런 질문이나 항의에는 메인 컨설턴트가 답변을 하면 안 된다. 위기관리 위원회 스스로 이런 부정적인 반응들을 자제시키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위기관리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부문의 임원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기 위해 컨설턴트들은 해당 시나리오들에 대해 최대한 현실성(feasibility) 체크를 했다는 사실이고, 여러 전문가들이 이를 검증했다는 점이다.

가끔은 CEO께서 시뮬레이션 도중에 자리를 비우시는 경우도 발생한다. 여기에서 CEO부재의 의미는 시뮬레이션의 집중도를 가시적으로 떨어뜨리기 때문에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위기관리 위원회 임원들의 경우 CEO가 시뮬레이션 진행을 리드하실 때와 CEO께서 잠깐 자리를 비우실 때 그 집중도가 확연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지속되는 시나리오별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그 이전과 다른 비효율성을 보인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CEO께서 시뮬레이션에 참가하셨으면 끝까지 함께 하시는 것이 최선이다. 대부분 시뮬레이션에 참가하신 CEO들은 다른 임원들 보다 훨씬 더 강한 몰입도와 참여열정을 보여주시곤 한다.

위기 상황 전개 플랜에 따라 시나리오들이 정기적으로 하달 되는데 이 간격이 너무 빠르거나 늦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의 변화와 전개는 늦어도 안되고 빨라도 안 된다. 이 완급에 대한 조정과 통제는 메인 컨설턴트와 컨트롤룸의 리드 컨설턴트의 핵심적인 몫이다. 메인 컨설턴트와 리드 컨설턴트는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를 통해 상황과 대응의 완급을 상시적으로 조정한다.

아주 가끔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미처 컨설턴트들이 예측하지 못한 입장과 대응활동을 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기존에 준비해 놓은 시나리오의 틀이 망가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가 컨설턴트들에게 가장 최악의 상황이다. 만약 위기관리 위원회가 정말 엉터리 같은 입장과 대응으로 정상적인 상황을 극단적으로 치 닿게 하는 경우라면 메인 컨설턴트는 시뮬레이션을 잠시 중단시키고, 그 대응방식들에 대해 토론을 진행한다. 하지만, 위기관리 위원회가 상당한 수준의 전략적 대응을 해 시나리오 흐름을 망가뜨리게 되면 메인 컨설턴트와 리드 컨설턴트는 빠른 시간 내에 기존 시나리오들을 변경해 대응해야 한다.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도 완전하게 바뀐 시나리오와 이해관계들을 빨리 수정 이해해야 하고, 실행해야 한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얼마나 빨리 새로운 시나리오에 적응하는 가 하는 부분도 그들의 경력과 능력에 대한 주제가 되겠다.

돌아보면 위기라는 상황 자체가 예측 불가능하거나 통제 불가능한 주제다. 위기관리는 더욱 혼란스러운 주제다. 거기에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그 혼란스러움은 더 말할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른다. 컨설턴트들과 위기관리 위원회는 이런 혼란스러움을 극복하고 조정 통제하며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그래서 시뮬레이션 이후에는 스스로 자신감이 생긴다. 경험에 의한 실질적인 자신감이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하반부의 진행’을 다루겠습니다.

5월 162012 Tagged with , 2 Responses

[제가 쓴 새책 소개]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오늘 인쇄들어간 저의 새책입니다. 블로그 친구분들과 가장 먼저 공유합니다. 서점에서는 5월말에서 6월경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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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책의 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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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위기를 많이 경험해야
위기를 이길 수 있다

필자는 매해 평균 20~30여 군데의 기업위기에 대해 자문한다. 제품 리콜에서부터 루머, 이슈, 투쟁, 갈등 그리고 심각한 사건 사고에 이르기까지 다사다난한 위기관리 방법을 알려 줄 때마다 기업의 다름을 목격한다.

유사 제품의 리콜 처리만 봐도 기업마다 대응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소비자를 운운하면서도 그들을 우선시하지 못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저렇게까지 해도 될까 싶을 만큼 소비자를 최우선 가치에 두는 기업도 있다.

기업 내 조직의 위기관리 시스템도 각기 다르다. 수십 년간 성공적인 업적을 쌓아 온 대기업도 위기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실한 면을 드러내곤 한다. 반면에 어느 젊은 대기업은 마치 탄탄한 시나리오라도 있는 양 멋있고 시스템적으로 위기관리를 해낸다.

위기대응 인력으로 구성된 위기관리 위원회의 분위기도 저마다 다르다. 기업위기에 직면해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앉아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위기관리 조직이 있는가 하면, 근무시간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아무런 불평 없이 위기대응 방법을 찾는 위기관리 위원회도 있다.

CEO가 자리를 지켜야만 대응 방식을 확정하고 실행할 수 있다며 위기관리 위원회 모두가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기업이 있는 반면, CEO가 해외 출장 중이어도 임원들이 협업해 서로의 전문적인 의사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위기관리 위원회도 있다. 후자의 위기관리 위원회는 서로 위기관리 방법을 효과적으로 지시하고 실행한 후 결과를 CEO나 간부들과 공유하는 역량을 보여 준다.

기업철학, 시스템, 인력, 의사결정 역량 등에서 모든 기업은 다 다르다. 필자는 이런 다른 면을 보고 위기를 극복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시하면서 ‘이런 상황을 다른 위기관리 실무자들과 후배들이 간접경험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기업의 위기와 위기관리는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 자신이 재직한 기업에 아직 맞닥뜨리지 않은 위기 형태를 보고 듣는 간접경험을 하게 되면 미리 자사의 철학, 시스템, 인력, 의사결정 역량 등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

오래전부터 필자는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의 ‘실패학’ 강의나 워크숍이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개인이 몸담고 있는 기업이 어떤 위기를 맞았는가, 왜 극복하지 못했는가, 그 후 어떤 점을 개선해서 지금은 어떻게 성공적인 체계를 잡았는가에 대해 실제 위기관리 담당자가 증언해 준다면 강의를 들은 개인에게는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자사가 경험한 위기를 더 공개해서 타 기업의 반면교사 역할을 했으면 한다. 위기관리에 대한 토론을 활발히 해 타 기업의 벤치마킹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오랫동안 위기관리 업무를 한 선배들이 경험을 통해 얻은 위기관리 핵심 비법을 추려 후배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좋겠다.

이런 바람에 힘입어 필자는 이 책을 모아 보았다. ‘모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 책에서 나온 많은 위기 상황이 필자의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하나로 모아 만들었다는 것을 밝히고 싶어서다.

물론 많은 클라이언트와 NDA(Non Disclosure Agreement:기밀 유지 협약)를 맺었기에 기밀에 관련한 자세한 상황 묘사는 하지 않았다. 클라이언트명, 브랜드명, 제품명, 개인명 등도 실명을 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위기 상황에 대한 간접경험의 기회를 주고, 위기관리를 이해하게 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설명하고 구성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 책은 딱딱한 인문서나 경제경영서의 느낌을 탈피하고자 소설 형식을 빌렸다. 불가피하게 기업의 위기관리를 맡은 한 인물에게 닥친 수많은 사건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위기를 간접경험할 수 있다. 기업의 위기에 맞닥뜨릴 때마다 좌충우돌하는 소설 속 주인공의일상을 들여다보며 아무 생각 없이 웃기 전에 우리 회사는 어떤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 보자. 그러다 보면 자사의 기업철학, 시스템, 인력, 의사결정 역량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필자의 원고를 꼼꼼하게 읽고 교정해 준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여러 컨설턴트와 코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또한 주말이면 늘 골방에 들어앉아 원고 작업에 몰두했던 남편이자 아버지를 묵묵히 바라봐 준 아내 지현과 딸 다운이에게 깊이 감사한다. 전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지 않으셨는데도 필자의 삶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분을 가르쳐 주신 부모님께 이 책의 지면을 빌어 존경한다는 인사를 전한다.

이 책이 위기 없는 사회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부디 기업의 위기로 인해 고통받지 않는 사회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믿는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기업과 함께 행복하기를 간절히 빈다.

2012년 6월
정용민

감사합니다.

4월 20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얼개

다양한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얼개들을 하나 하나씩 들여다 보자. 재미있는 증상들을 보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위기 발생 시 CEO께서 여러 이유로 위기관리에 관여하지 않으시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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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위기시 해당 기업은 전혀 움직임이나 대응이 없다. 무언가 고민하는 것 처럼 보이는 데 내부나 외부로 공유되는 아무런 커뮤니케이션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중소규모의 회의들만 계속되고, 실무자들은 상황보고를 위한 문서작업으로 시간을 보낸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일선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도 없는 상황.


두번째는 CEO가 직접 위기관리는 지휘하시는데 위기관리 위원회가 존재하지 않아 전략적인 의사결정과 통합적인 실행이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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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부서장들이 CEO에게 따로 따로 각각 보고한다. CEO 룸 바깥에 각자 보고하기 위해 줄을 선다. 전체적으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내부 구성원들은 아무도 모른다. CEO 혼자만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 부서들은 CEO께서 단편적으로 시키는 대로만 한다. 부서간에 다른 부서의 활동이나 메시지를 서로 모르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면 회사가 중구난방의 위기관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는 위기관리 실행을 담당할 부서들의 R&R(역할과 책임)이 배분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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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이해관계자 접점들은 모두 열려 있는데 이를 통해 실제 실행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언론은 부정적인 기사들을 마구 써대는 데 그에 대한 대응이 힘들다. 아무 임원이나 아는 데스크들을 만나고 다닌다. 정부기관에서 회의를 하자고 하는데 누가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미팅을 미룬다. CEO와 위기관리 위원회가 워룸에 모여서 무언가는 하시는데 일선에 명령이 떨어지거나 실행이 진행되는 것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일부 이해관계자 접점에서는 당황스러운 각개 전투가 벌어진다.


네번째는 이해관계자 접점에 대한 관리 개념이나 체계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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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불만제로나 소비자고발 같은 프로그램이 매장이나 상담사, 지점이나 공장을 마구 방문해 취재해 간다. 일선에서는 기자들이나 PD들을 밀치고, 때리고, 욕지거리를 한다. 마음대로 인터뷰 해서 회사에 임팩트를 준다. 본사에서는 무언가 열심히 논의를 하는 듯 보이는 데…일선에서는 마구잡이 방어 본능이 판을 친다. 외부에서 보면 해당 회사가 마치 실성한 것(정상이 아닌 것) 처럼 보인다. “어떻게 저런 회사가 오래 갈 수 있지?”하는 반응들이 나온다.


다섯번째는 최근에 목격되는 상황인데, 회사에 기업소셜미디어 채널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해도 통합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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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오프라인에서의 기존과 같은 위기관리는 어느정도 되어가는 것 같은데, 소셜미디어상에서 어떤 위기가 발생하면 손을 놓게 된다. 마땅히 대응할 채널도 없고, 윗분들이 이해도 못하시고, 심지어 우리의 공식 SNS 채널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의사결정권자들이 실시간으로 알지도 못한다. (가끔 핵심 임원 자제분들이 SNS 모니터링을 해서 아버지에게 보고한다!) 소셜공중들에게 법적으로 대응하려 하고, 오프라인 언론을 대상으로 보도자료를 내서 소셜미디어에 영향을 미쳐보려 시도한다. 일부는 그러다 위기가 지나가면 그 후 부랴부랴 소셜미디어 채널을 만들고,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강의를 듣는다.


여섯번째도 최근 종종 목격되거나 시도되는 상황인데, 기업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이 기존의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과 완전하게 분리되어 있는 상황이다. 오프라인 따로 온라인 따로 소셜 따로인 느낌이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증상: 기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이 완전하게 병합되지 못해서 따로 따로 움직인다.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을 위기관리 전문가가 아닌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이 설계하고 구축한다. 대부분의 체계가 실행 중심이고, 비법(!)이 판을 친다. 공학적으로 모니터링하려하고, 연구자 처럼 분석하려 시도한다. 바이럴과 밀어내기 그리고 좀비 계정들을 활용하는 밑작업을 한다. 문제는 위기시 이런 모든 활동들이 기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결정된 전략이나 포지션과 상관없이 움직이는 부분이다. CEO나 위기관리 위원회에서 소셜상에서 우리가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힘들다.


마지막 일곱번째는 정상적인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얼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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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위기관리 위원회, 위기 실행을 위한 명확한 주관/유관팀의 존재, 오프라인과 온라인 이해관계자 접점에 대한 창구정리 및 통합적 실행이 진행되는 구조다.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도 평시와 위기시 완전히 변환(convert)되는 통합적 체계로 기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 병합되어 있다. 이런 시스템의 경우 빠르다. 그리고 최고의사결정그룹의 위기관리 의사결정이 이해관계자 접점에서 대부분 그대로 구현된다. 모든 이해관계자 접점의 창구들이 유기적으로 통합적으로 협업된다. 외부에서 보면 일사분란하고 일관성 있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이상의 일곱가지 상황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보자.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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