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2월 222010 Tagged with , , , , , , 5 Responses

월남 쌀국수 레스토랑의 위기 관리 시스템

일종의 직업병이라서 점심식사를 하면서도 항상 식당들의 시스템을 잘 살펴보고는 한다. (언제쯤 레스토랑 시스템에 대한 책이나 한 권 서볼까 한다…)

오늘 회사 근처 새로 오픈 한 월남 쌀국수 레스토랑에 들렀다. 지난 주인가 미디어트레이닝을 끝내고 아주 아주 늦은 점심을 그곳에서 먹은 적이 있었다. 당시 주문했던 쌀국수 면은 거의 부직포를 썰어 불려 놓은 듯 한 뻣뻣함으로 먹기가 곤란했었다. 당시에는 워낙 늦은 점심이고 또 이후 약속 미팅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에 웨이트레스에게면이 너무 덜 삶아 졌네요라고 한마디를 한 채 레스토랑을 나왔었다.

이번에도 그렇겠지 하고 제대로 된 점심시간에 한번 방문을 해 보았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랬다. 이에 대해서 몇 번 우리 코치들이 어택을 해 보았는데 그에 대한 반응들에 대해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견주어
생각을 해 본다.

1.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일선 웨이터나 웨이트레스에게 아무런 임파워먼트나 사전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다.

항상 컴플레인이 back and forth 한다. 이에 익숙한(?) 고객들은 항상 컴플레인을 할 때매니저나 사장
나오라 그래!!!!!!’한다. 이 얼마나 호전적이고 안타까운 시스템인가?

2.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항상 보고 시스템이 불규칙하고 무원칙이며 심지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네, 죄송합니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한 뒤에도 아무 피드백이 없다. 알아 보았는지, 개선책이 무엇인지, 테이블 위의 음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고와 그 결과 딜리버리가 없다.

3.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웬만해서는 사장이나 최고책임자가 나서지 않는다.

사장이나 매니저는 언제나 무슨 일이 있던 항상 방긋거리면서 캐쉬 레지스터를 지켜야 한다고만 믿는다. 항상 나서라는 것은 아니지만…모른체는 말아야 한다.

4.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상황을 극복하려고만 하지,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려는 사치까지는 미처 신경 쓰지 못한다.

아무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컴플레인 받은 음식 그릇을 들고 허둥거리기만 할 뿐, 누가 와서 공감하거나,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개선이나 대응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일부는 꺼내도 건성이다.

5.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개선하지 않고, 개선의 의지도 보여주지 않는다.

다음에 또 가도 또 그런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당연하다. 아무도 보고하지 않고, 아무도 컴플레인을 마음으로 듣지 않기 때문이다. 사장이나 매니저는 이를 모르는 게 당연하고, 모르니 폄하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느끼고만 있게 마련이다.

6.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반복적인 컴플레인을 제기하는 고객을 ‘진상’으로 여기고 또 그렇게 만든다.

한번 두 번 세 번 고객들은 지쳐가게 마련이고, 당연히 화가 나게 마련이다. 목소리는 커지고, 행동은 거칠어 진다. 항상 모든 사람들의 불만은 행동을 넘쳐 흐르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한다. 행동하는 소비자를 레스토랑은진상손님으로 간주한다.

7.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어떠한 경우에도 모든 음식 대금을 청구하고 받아낸다.

항상 지불과정은 당연하게 이루어진다. 법대로 하자는 거다.

기업이나 조직이나 심지어 레스토랑이나 조그마한 동아리까지 다 개념과 시스템은 동일하다. 가끔씩 우리나라의 최대 기업들 보다 더 위기관리 시스템이 알차게 잘 짜여 있는 레스토랑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에 대한 공통점들은 위의 일곱 가지 행태들과 정반대였다.

예상외로 기업들도 벤치마킹 할만할 레스토랑들도 꽤 있다. 기업의 CEO들이 꼭 방문해야 할 업소들이 꽤 있다는 거다. 물론 더 이상 방문하기 싫은 레스토랑들이 더 많기는 하다.

10월 302009 Tagged with , , , , , , , , , , 2 Responses

말로 옮겨지면 시스템이 아니다

가끔 클라이언트들을 위해 Emergency Drill (기자를 가장해서 일선 영업지점이나 본사를 방문해 예정에 없던 인터뷰와 취재를 진행해 보는 훈련)을 해 보면 몇 가지 일선의 대응 유형들이 나타난다.

1. 무조건 막아서는 스타일. 물론 취재 거부
2. 당황해서 본사에 계속 SOS만 치는 스타일. 취재 협조 못 함
3. 본사에 연락 해 가이드라인 요청 뒤 일단 방문 기자들을 격리하는 스타일. 적절한 대응 없음
4. 본사에 가이드라인을 받아 인터뷰에 직접 임하는 스타일

그런데 몇몇 일선 담당자들은 곧잘 이런 말을 한다. 회사의 원칙이나 규정에 관한 것이라 믿기 대문이다.

“저희는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았을 때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배웠습니다.”
“저희 내부 규정은 제가 인터뷰를 할 수가 없습니다. 본사 홍보실과 이야기 하시죠”
“본사의 취재허가가 있었나요? 본사에 취재 요청을 하셨습니까? 그게 없으면 인터뷰 할 수가 없어요”

위의 말들이 다 맞는 말들이기는 하다. 내부 시스템에서도 그렇게 명기를 해 놓았고, 또 각종 미디어트레이닝과 시뮬레이션 그리고 Emergency Drill들을 통해 그렇게 하라고 배웠다.

하지만…

기자에게 그런 원칙을 문장 그대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내부의 시스템은 행동으로 보여줄 때 시스템이지 입 밖으로 나와 메시지가 되어 버리면 더 이상은 시스템이 아니다.

적군과 교전을 하는데 있어서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면 되는 거다. 전장에서 적군을 향해 소리 지르면서 ‘우리는 지금 우리 군단하고 무선을 하고 있어, 우리 작전계획에 의하면 너희는 이제 미사일 공격을 받게 될꺼야!” 이렇게 투명한 바보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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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뉴스 후, 집중 후, 조폭, 세관 그리고 BMW]

물론 일선에서는 갑작스러운 기자의 취재에 당황하고, 두렵고, 신경이 쓰여서 그렇게 설명을 할 수 있다. 그 자체를 문제라 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일선의 담당자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지 못한 실무 책임자들이 그 책임은 가져가야 한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나 시스템이란 상식의 차원이다. 고도의 스킬이나 테크닉이 아니다.

5월 142008 Tagged with , , , , , , , , , , , 0 Responses

팔려 가는 당나귀의 포지션…

모 대형 유통체인이 AI 이슈에 대해 결정한 닭과 오리제품에 대한 판매장 철수 결정은 무참하게 언론의 질타와 양계업자들의 대응으로 무색해졌다.

이 또한 해당 유통업체의 포지션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포지션에 있어서 항상 대중과 같은 편에 서라고 했다. 이 업체가 ‘대중’이라고 생각했던 그룹은 과연 어디일까?

대부분 소비자편에만 서면 포지션에는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는데. 사회라는 것 그리고 맥락이라는 것에 어떻게 흑과 백이 존재할까 말이다.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AI와 현재 유통중인 닭과 오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할까?

1. 저 닭과 오리는 분명히 AI에 걸렸을 꺼야. 먹으면 죽을 수도 있어…
2. 닭이랑 오리매장이구나, 요즘 AI 때문에 잘 안팔리는 구나…먹고 싶어도 조금 참아야지…
3. 뭐 어때 먹구 죽어…이거 얼마예요?

아마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두번째 포지션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시장점유율이 단기적으로 하락하는 것이라고 본다. 1, 3번과 같이 매장에서 극단적인 두려우과 공포 또는 배짱을 투영하는 소비자가 없지는 않겠지만, majority는 아니지 않나…

또한 많은 소비자들이 몇도 이상 가열을 하면 AI에 안전하다던지, 계란의 경우에는 AI에 감염된 닭이 달걀을 나을 수 없으니 일단 안전하다는 기초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이번 모 유통업체의 매장철수 결정을 같은 유통업계에서도 ‘튀는’ 행동이었기에 그 포지션에 의문이 간다. 이런 일종의 industry issue에서는 동업종사들의 포지션과도 그 맥을 같이 하는게 안전한데 이런 극단적이고 성급한 포지션을 정해 실행한 이유가 뭘까. 아이디어 차원의 결정이었을까?

소비자들에게도 별반 인상을 주지 못하고, supplier들에게도 비난을 받고, 동종업계에서도 눈총을 받고, 언론에게도 비난을 받는 이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온걸까? 팔려가는 당나귀의 마지막 발길질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