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10월 142011 Tagged with , 2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작은 식당에서 배우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직장인들이 종종 점심식사를 하는 설렁탕 집. 상당히 연력을 가진 집인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로 북적인다. 거의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한자리에 몰려 앉아 그 목적(!)을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인사이트를 찾는 것은 상당한 즐거움.

(연세 드신) 손님: “여봐~! 설렁탕에서 수돗물 냄새가 심하게 나잖아! 이거 왜 이래?”

(서빙 하시는) 아줌마 : “여긴 원래 물 냄새가 그래요. 이 동내가…”

손님: “뭔 소리야? 내가 여길 한두 번 와서 먹어? 벌써 30년짼데? 오늘 설렁탕 맛이 이상하다니까?”

아줌마: “………………..”

보고 있던 매니저가 다가온다.

매니저: (매우 작은 소리로) “죄송합니다. 오늘 물이 좀 이상하네요…이해해 주세요”

손님: “그러니까 정수기를 좀 쓰라고. 이걸 어떻게 먹어? 냄새 나서?”

매니저: “네…네…”




이 식당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구조적인 문제들

1. 손님에 대한 철학과 설렁탕 품질에 대한 원칙이 없다. 그런 것이 있더라도 말단 서빙 아줌마에게 까지 확실하게 공유되지 못했다.

==> 만약 이 유명 식당이 철학과 원칙이 있었다면, 이 정도 이상취에 대해서는 다시 설렁탕을 만들거나 가게 장사를 하지 말고 개선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을까?

2. POC(Point of Connection)인 서빙 아줌마들에 대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원칙과 트레이닝이 되지 않아 있다. 물론 그 일선에 대한 위기관리 임파워먼트도 미비

==> 서빙 아줌마는 대수롭지 않게 상황을 그냥 모면하려다 오래된 손님들에게 더욱 큰 재앙을 맞게 되었다. 해당 설렁탕에 대한 처리 방식도 문제.

3. 매니저가 책임감을 가지고 초기 위기 대응에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 매니저에게도 위기관리 임파워먼트가 있는지는 의문

==> 극한 컴플레인을 하는 일부 손님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접근해 로우 프로파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전술을 택했다. 하지만, 그 작은 가게에서 로우 프로파일이 유효할까?

4. 개선조치에 대한 원칙이나 플랜이 없다.

==> 정수기를 사용하라는 개선안을 화난 손님이 도리어 제시한다.

5. 상황관리에 대한 원칙이나 예산지원/인정/임파워먼트가 없다.

==> 컴플레인 하는 손님들에게 대해 설렁탕 값을 면해주거나, 다른 음식을 대신 제공하는 활동이 없었다.

6. 전반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위기요소에 대한 관심, 고민, 대책이 없다. 핵심 메시지도 강구하여 공유되지 않고 있다.

==> 이런 이상취 발생이 하루 이틀이거나 오늘이 처음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식당의 대응은 ‘상황모면’으로 항상 동일 해 보인다.

7. 재발가능성이 높음에도 변화/진화/개선은 없다.

==> 손님이 개선안으로 제안 한 ‘정수기’사용에도 그렇게 큰 동감을 하거나, 약속하지 않는다. 재발이 뻔하다.

설렁탕 국물에 쓴 수돗물에서 강한 약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주방이 알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매니저와 서빙 아줌마들이 함께 고민하지 않았다면 문제다. 어떤 원칙과 메시지를 사전에 공유하지 않았다면 매니저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 원칙과 메시지를 따르지 않은 것이 서빙 아줌마라면 아줌마에게도 문제가 있다. 개선이나 상황관리 플랜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모면하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곧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가 된다.

이 식당은 오늘 어떤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했을까?
 




어떻게 일부 기업의 모습들이 이 조그만 식당에서도 그대로 목격되나?




6월 282009 Tagged with , , 1 Response

어느 냉면집에서의 insights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안에 든다는 수십년 전통의 냉면집에 가서 직원들과 이른 저녁을 먹을 일이 있었다. 송이사가 녹두부침개의 마지막 조각을 들다가 슬그머니 내려 놓았다. 그 부침개속에는 길다란 머리카락이 들어 있었다.

화가 나 식당 직원에게 컴플레인을 하려는 강코치를 말리면서 그 냉면집의 직원을 불렀다. 아직 이른 저녁시간이라 우리 테이블 밖에 손님들은 없었다. 한 남자직원이 다가와서 우리의 설명을 듣더니 접시를 가지고 주방으로 가면서 한마디 한다. “죄송합니다”

주방쪽에서 아주머니들이 서로에게 소리를 치는 것이 들린다. 한 3-4분이 지나자 아까 그 남자 직원은 후식을 가져다 놓으면서 또 한마디를 하고 사라져버린다. “죄송합니다”

계산을 하러 매니저와 캐시대에서 마주섰다. 중년의 여자 매니저는 아무것도 몰랐고 그대로 모든 식사대를 받았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는 듯 인사를 한다.

이 유명한 식당에게 ‘음식속의 머리카락’은 위기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수십년간의 경험(?)으로 인해 그 까짓 머리카락은 위기가 아니라 그냥 종종있는 해프닝일 뿐이었다.

몇가지 이 식당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 시나리오와 인사이트들을 한번 꾸며 본다.

머리카락을 발견한 손님이 매니저를 불러 호통을 치고, 식사값을 절대 못내겠다고 하면?

=> 골치아픈 해프닝

머리카락을 발견한 손님이 사진을 찍고, 이를 온라인에 올리고 언론사에 고발하겠다고 하면서 적절한 보상을 주장한다면?

=> 주인 아저씨가 해결해야 할 중대한 위기

머리카락을 발견한 손님이 사진을 몰래 찍어, 바로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여기저기 사이트에 사진과 내용을 올리고, 주인에게 그 사이트들에 가서 확인해 보라 하고 손님들이 사라진다?

=> 황당하고 심각한 온라인 위기

머리카락 발견 사실과 사진을 아는 기자에게 보내주니 기자가 하는 말 “야 이런건 기사가 안되…최소한 손가락이나 쥐머리 정도는 나와주어야지!”하면?

=> 언론의 수용 수준 이하의 위기

머리카락을 발견한 손님이 홧김에 매니저를 때리고 경찰이 출동했다?

=> 물타기를 기반으로 한 위기관리

머리카락을 발견한 손님이 아무말도 않고 모든 계산을 하고 나간 뒤…다시는 이 식당을 찾지 않음. 그리고 종종 이 식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들에게 자신의 역겨운 경험을 이야기해 줌.

=> 식당이 모르는 위기



1990년 종로의 유명한 떡집에서 사먹었던 모나카속의 머리카락 부터 2009년 서소문의 유명 냉면집의 머리카락까지 그들은 나와 나와 함께 있던 모든 손님들을 잃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이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기업들도 이렇게 자신들이 위기로 생각하지 않은 수많은 위기들 속에서 비지니스를 해 나가고 있겠지…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이 맞다.


5월 262008 Tagged with , , , 5 Responses

일상에서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점심 시간. 회사 직원들과 새로 오픈 한 바베큐 구이집을 시험삼아 방문 했다. 거의(?) 유일한 점심 메뉴는 김치 라면 전골이다. 5인분을 시키고 전골이 상에 올랐다.

김치전골육수에서 냄새가 난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두부에서 이름모를 화학약품 냄새가 난다. 반찬으로 나온 시금치에서도 염소류의 기분 나쁜 냄새가 배어있다. 모두들 맨밥에 다른 반찬으로 식사를 때우고 있다. 주위를 둘러 보니 무슨일인지 다른 테이블에서는 우리 처럼 인상을 찌푸리거나 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우스갯 소리로 한번 가정을 해 보았다. 손님의 컴플레인에 대한 99% 식당들의 예상 반응

<시작>

손님: 아주머니 이 전골에서 수돗물 냄새 같이 역한 냄새가 나네요. 시금치도 그렇구요.

식당측: 네. 그럴리가 없는데? 무슨 냄새가 나요? 그럴리 없는데 이상하다. (초기 부정)

손님: 드셔 보세요. 냄새가 나죠?

식당측: 어…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회피)

손님: 다른 분들 한테 한번 드셔보시라고 하세요. 저희는 냄새가 나서 못 먹겠어요…

식당측: 아니 아무 냄새도 안나는 데 약간 민감하신 것 같아요. 이상 없는 것 같은데…(소비자 탓으로 치부)

손님: 다른 손님들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나요? 이런 냄새를?

식당측: 아뇨. 다른분들은 아무 말씀 없는데요. (거짓말, 숨김)

손님: 아무튼 저희는 못 먹겠습니다. 다른 전골로 갈아 주시던지 아니면 그냥 일어 날께요. (화난 소비자)

식당측: 손님이 이상하신거예요. 드시기 싫으시면 드시지 마세요. (해결 보다는 조기 위기종결 시도)

손님: 돈은 어떻게 해요? 계산 안해도 되죠? (최소한 배상 요구)

식당측: 아니 아무렇지도 않는 음식 가지고 왜 그러세요. 이상하시네. 돈 내시던가 말던가 맘대로 하세요. 나참… (소비자 자극을 통한 자신에게 유리한 위기 종결 시도)

손님: 나 참… 됐습니다. 자 여기요. 계산이요.  (포기. 재구매 안한다는 결심)

식당측: 돈 받으면서 (인상 찌푸리고…묵묵부답. 이후 안심)

<종결>

그러나, 1% 훌륭한 식당은 이럴 것이다.

<시작>

손님: 아주머니 이 전골에서 수돗물 처럼 역한 냄새가 나네요.

식당측: 어? 그래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왜 그렇지요? 이것참… (공감 표현)

손님: 한번 드셔보세요.

식당측: 네…네…제가 보기에는 별반 모르겠는데, 냄새가 나면 안되지요. 새걸로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

손님: 아니 됐어요. 그냥 갈래요.

식당측: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계산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꼭 원인을 알아내서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번에 오실 때에는 절대 이런일 없게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문제 해결 방식 실행)

손님: 네. (기분 나빴지만…재구매 안한다는 결심까지는 하지 않음)

<종결>

오늘의 그 바베큐집의 반응은 어땠을까? 확실한 99%의 일반 식당이었다. 떠드는 1%의 소비자인 우리를 무시하려 한 99% 중 하나였던거다.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많은 기업들이나 조직들은 모두 이렇다. 5000원짜리 ins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