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9월 242008 Tagged with , , , 10 Responses

농심의 이심전심 블로그 론칭을 축하합니다.

위기(crisis)의 가치는 기업이나 조직 또는 개인이 위기를 겪으면서 ‘개선(kaizen)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데 있습니다. 위기가 없다면 그냥 지금 이대로가 가장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져 kaizen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실제 위기를 겪지 않고 항상 위기의식을 가지고 kaizen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들 이야기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로 그 긴장의 강도를 쭉 가져가긴 힘듭니다.

농심이 며칠전 이심전심이라는 기업 블로그를 론칭했습니다. 농심이야말로 올 한해 창사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위기를 ‘개선의 기회’로 삼느냐 아니냐 하는 것인데 농심은 분명 kaizen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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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대화라고들 하는데 일단 대화의 창구를 열었다는 데 첫 의미가 있겠습니다. 다음 기회는 이 대화의 창구를 잘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심전심을 방문하는 방문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평생토록 가져가는 성공한 기업 블로그가 되었으면 합니다.

몇 가지 제안이라면,

  • 댓글을 관리자 승인 이후에 게시하는 것 같은데 그냥 오픈하면 어떨까 합니다. 부정적인 댓글도 긍정적인 댓글도 블로거들이 스스로 판단합니다. 친구를 사귀면서 누구는 가리고 누구는 챙기는 그런 느낌이 들면 친구들이 많아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 포스팅을 담당하시는 분들께서 좋은 이야기들을 올리시지만, 가끔은 소비자들이 농심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들도 올려주었으면 합니다. 회사 내의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소비자들은 농심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알고 싶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렵죠)
  • 손 회장님께서도 가능한 exposure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회장님께서 개인 블로그를 만드시거나 하시지 마시고, 이심전심에 직접 글도 올리시고 댓글로 대화도 하셨으면 합니다. 진정한 kaizen이라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어렵습니다)
  • 편한 블로그가 되었으면 합니다. 위기 시에 다운이 되더라도 직원들이 울면서라도 블로깅을 하는 농심 블로그가 되었으면 합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런 기업 블로그가 아니라 인간 블로그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파워 블로그가 되길 바랍니다.

농심의 멋진 Kaizen을 행복한 마음으로 구경하겠습니다.

9월 062008 Tagged with , , 2 Responses

Too Detail

농심은 당국이 문제의 ‘생쥐깡’과 같은 날,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전량 회수하라고 명령하자, 1290박스(3096㎏) 회수 목표치를 제시하고 4일 뒤, “목표치보다 500박스(1000㎏) 이상 초과한 1847박스(4434㎏)를 회수했다”고 발표했다.

(중략)

농심이 처음부터 “문제의 새우깡과 같은 날 생산된 제품 총 2만5719박스(6만1276㎏) 가운데 회수한 것은 7.2%다. 그러나 이미 소비된 것을 제외하면 최선을 다해 회수한 것”이라고 발표했더라면 달라졌을 것이다. [조선일보, 기자수첩, 회수율 7.2% ‘새우깡의 변명’]


조선일보 오윤희 기자가 기자수첩에 쓴 글 중에 오기자가 제안하는 농심의 메시지를 보자.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유의해야 할 원칙 중 하나에 ‘너무 디테일하게 이야기 하지 말라’는 것이 있다. 과도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말라는 의미다. 위기시에는 모든 메시지를 적어서 읽어 보고 묵묵히 훑어 보는게 좋다. (꼭 종이에 적어보라. 꼭)

‘이 메시지가 나갈 필요가 있을까? 다른 해석이 가능한 표현이 아닐까? 이 메시지가 정확한 건가?’ 다시 점검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 최초 농심측이 발표했던 메시지는 회수목표치를 설정 발표했다는 점과 더 나아가서 초과 회수량까지 발표한 것은 분명히 과도하게 디테일 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보여진다. (회수계획서에 게재를 했다고 해서 꼭 메시지화 해서 발표할 필요가 있었을까?)(추가) 전술적으로는 ‘자사의 성실한 회수 노력’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 같은데…메시지가 너무 과도하게 디테일했다.

오기자가 제안하는 메시지도 일편 과도하다.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집중을 했지만 메시지가 아직도 디테일하다. 농심에서는 “이미 소비된 제품 이외의 모든 제품을 회수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가 제일 적당했다. 숫자는 오디언스에게 확신을 주지만, 또 한편 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날선 칼날이다.

6월 202008 Tagged with , , 0 Responses

Do Not Speculate

농심측은 “벌레가 라면과 함께 튀겨져 효소가 파괴되면 과산화수소수 반응이 일어날 수 없다”며 “3개월 이상 유통·보관하는 과정에서 라면 포장지 겉면에 붙게 된 바퀴벌레가 라면을 끓일 때 섞여 들어간 것 같다”고 주장했다.[조선일보, “라면에 바퀴벌레”…식약청 조사 착수]

위기시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자주 실수하는 부분들이 true fact와 speculation의 경계를 혼동하거나 넘나든다는 거다. 이 N사는 이전 새우깡 케이스에서도 speculation으로 위기를 성장시켰다. 중국 공장으로 이물질 혼입처를 speculate했었다. 그러나 조사결과 아니었다.

이번 케이스에서도 그 바퀴벌레가 제조 생산 과정에서는 들어갈 수 없다는 과학조사 결과만 밝히면 되는 데..굳이 친절하게 speculate 까지 해가면서 바퀴벌레의 유입 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대변인이 하지 말아야 할말… “OOOOO 한 것 같다...”

만약에 수습기자가 “캡…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먹다 가시가 목에 걸려 죽은 회사원 OOO씨는 원래 생선 알레르기가 있었던 사람 같은데요…”하면 “이런 X, 너 기자 맞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같은거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야? 둘중에 뭐야?”할꺼다.

OOOO한거 같다…는 말 버릇은 위기시 언론 커뮤니케이션에서 그리 좋은 예후를 남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