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

11월 292017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23편] 이슈화가 안 될 텐데 대응 플랜을?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 사업 관련해 약간 민감한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저희 최고임원진들만 조심스럽게 공유하고 있는데요. 이 문제가 일단 이슈화되지 않도록 여러모로 노력 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대응 플랜도 좀 만들어라 하는데요. 이슈화 안 된다면 그런 건 필요 없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실무선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아직 이슈화 될지 안될지 잘 판단하지 못할만한 상황에서, 이슈대응 플랜을 만들라는 윗분들의 지시입니다. 실무자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슈가 발생 안 하면 대응 플랜도 필요 없을 텐데 그걸 왜 만들어야 하나?” “너무 변수가 많아서 어떻게 이슈 대응 플랜을 세워야 하지?” “보니까 대응 플랜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데. 만들지 않을 수 없을까? 막상 이슈화 되면 다 대응하곤 했는데 말이야.”

이해가 가는 생각들입니다. 일단 우선순위 관점에서 해당 문제가 이슈화 되지 않도록 여러 모로 노력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질문하신 회사에서도 그런 노력을 현재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이슈화 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이슈화 된 다음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 훨씬 나은 전략입니다.

변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슈화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업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변수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일 것입니다. 피해자나 성토자가 있다면 그들과의 문제 해결을 진행합니다. 추가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개입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에게는 미리 관리 차원의 활동들이 들어갑니다. 이런 류의 노력들이 대부분 변수를 최소화하고, 남아 있는 변수를 통제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들입니다.

이슈 대응 플랜이라는 것은 이슈가 발생했을 때를 감안하고 만들어도 되지만, 그 이슈를 현재 어떻게 관리하고 있고, 어떻게 관리 강화해야 하는지를 품고 있어야 합니다. 그 플랜이 곧 이슈대응 플랜 A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발생하게 된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다는 플랜은 플랜 Bf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윗선에서 위기 대응 플랜을 만들어라 지시하신 것은 “플랜 B를 준비하라”는 요청이라고 보여집니다. 플랜 B는 이슈관리 관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전체적으로 이슈 발생 시나리오와 연결되어 플랜 C, D의 형태로도 차후 계속 분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플랜 A일 것입니다.

플랜 A는 곧 이슈화를 방지하기 위한 플랜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노력들을 하나로 정리 해 통합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을 모으는 작업이 그 기반이 됩니다. 그런 기반이 없다면 사실 플랜 B도 기반이 부실해집니다. 질문하신 것과 같이 변수들이 너무 광범위해서 플래닝이 제대로 되기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막막한 것입니다.

플랜 C도 그렇고 플랜 D도 그렇고 앞서의 플랜들이 정확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더 나은 플래닝이 가능한 법입니다. 전체적으로 경우에 따라 갈라진 그 세부 플랜들을 모으면 해당 이슈 대응 플랜이 됩니다. 이슈 대응을 지휘하는 최고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네비게이션 맵을 가지고 있는 셈이 됩니다. 보다 예측 가능한, 변수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길’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슈관리에 있어서도 해당 문제가 이슈화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부서들이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통합된 플랜이 없는 상태에서 각자 최선을 다하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단발적이고 산발적인 노력 지시도 사실 큰 효과는 없습니다. 현 상황에 대한 관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슈화 방지 노력은 무언가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이 의미는 실제 이슈화가 될 수 밖에 없는 악화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슈대응 플랜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이슈화 방지 노력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전략과 투자 플랜이 같이 있는 플랜 A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실제로 플랜 B가 필요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이슈화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 아주 최초부터 위기관리팀이 모든 노력과 활동들을 정리하고 관제할 수 있게 하는 체계화를 먼저 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현 상황을 기반으로 하는 플랜 A를 먼저 구축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말 앞에 수레를 메어 놓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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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2009 Tagged with , , , , , 3 Responses

네비게이션과 코치의 비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비지니스로 한다고 하면 다들 ‘위기관리’라는 말도 참 생소한데…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또 뭔가? 거기다가 그걸 ‘코칭’한다는 건 또 무슨소린가 한다.

어짜피 이 비지니스가 B2B이기 때문에 (다행이도) 세세한 설명은 그렇게 필요가 없다. 그러던 중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와이프가 모는 차에 올라 탔는데…네비게이션이 작동되기 시작하는거다.

와이프 직장을 목적지로 설정해 놓았는지 내가 가는 지점까지 가는 동안 계속 네비게이션은 이렇게 소리를 치고 있다.

“전방 OO미터앞에서 U턴입니다”
“전방에서 좌회전 후 U턴입니다”


한 15분 정도 이 소리를 반복적으로 듣고 있으니 슬슬 짜증이 난다. 새로 산 차라서 아직 네비게이션 작동법을 완전히 익히지 못해 제대로 꺼 버릴 수도 없다.

사실 네비게이션이 최종목적지로 가는 길을 찍어만 놓으면 운전자가 다른길로 접어 들면 그 자리에서 최선의 루트를 재검색해서 알려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전 차에 달린 것은 그랬었는데…이번 차는 이 네비게이션이 아주 엉망이다)

운전자에게 자꾸 되돌아가라고 협박이나 강요를 하지말고, 앞으로 최선의 길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미리 점쳐 알려줘야 하는거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프로세스도 마찬가지다. 클라이언트가 곧 운전자다. 자신이 가고 싶은 길로 가는거다. 코치가 운전자의 운전대를 잡아 채거나, 옆에 앉아서 계속 길이 틀렸으니 오던 길로 되돌아가거나 유턴을 하라고 의미없는 반복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안된다.

운전자가 바보가 아닌이상 이 길로 들어선 이유가 있고, 맥락이 존재한다. 운전자가 바라는 것은 어떤 이유나 맥락때문에 이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코치가 빨리 인정해 주고, 그 다음 루트를 알려 달라는 게 전부다.

여기에서 클라이언트와 코치간의 상호관계성(interaction)이 중요하다는 insight를 얻게 된다. 이런 기반이 없으면 다음과 같은 운전자의 선택만이 남는다.

1. 네비게이션이 자꾸 반복적으로 고집을 피워도 그냥 갈길을 간다.
2. 네비게이션을 꺼버린다.
3. 나중에 목적지에 도착해 네비게이션을 뽑아 버리고, 새로운 네비게이션을 장착해 넣는다.
4. 아예 다음부터는 네비게이션을 켜놓지 않는다.

4개 다 코치의 손해다. 물론 클라이언트는 스스로의 손해를 감수한다.

멍청한 네비게이션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