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1월 292009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공통되고 반복적인 교훈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4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는 기업이 고가의 제트기를 산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씨티그룹 고위층은 이를 ‘구매 철회 지침’으로 해석했고 곧 대변인을 통해 “제트기를 구매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이 사려고 했던 제트기는 5000만 달러 상당의 프랑스 닷소의 신형 팔콘 7X. 당초 보유하고 있던 제트기 가운데 10년 이상 된 기종 두 대를 처분하는 대신 이를 대체하기 위해 2007년 계약한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미국 내에선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럼에도 씨티그룹이 구매를 강행한 것은 취소할 경우 400만 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줄’을 쥐고 있는 재무부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자 즉각 계획을 철회하게 된 것이다. [중앙일보]

Citigroup이 결국 대변인을 통해 호화 제트기 구매의사를 철회했다. 뉴욕포스트의 보도가 거대 금융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거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뉴욕포스트가 여론을 일으켰고, 여론이 정부(재무부)를 자극했고, 전주인 재무부가 곱지 않은 시선을 Citigroup에게 보냈다. 이 시선 하나가 거대기업의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앞당겼다.

위기관리 프로세스에서 가장 큰 고민이 “왜 이렇게 의사결정의 속력이 늦는가?”하는 것인데, 이 번 케이스에서 아주 정확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목격된다. 의사결정의 속력은 외부로부터 예상되는 반대 급부의 부정적 심각성에 비례한다.

보통 조폭 영화에 나오는 씬과 같다. 조폭두목이 돈을 갚지 않는 술집 주인 하나를 잡아다 놓고, 어름장을 놓으면서 돈을 갚으라 하면 실실 웃으면서 나중에 준다 한다. 그러다가 엎어놓고 손가락을 펴 그 중 손가락 몇개를 잘라내는 시늉을 하면 바로 소리를 치면서 “알았다 갚는다”한다. (의사결정은 사실 이렇게 간단하고 빠르다)

이런 의미에서 위기시 의사결정이 느린 기업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경영진이 해당 위기의 부정적 심각성을 정확하게 깨닫지 못하는 경우
위기 직후부터 여론을 모니터링 하지만, 정확하게 여론의 흐름을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
유일한 의사결정 내용이 회사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 자명한 경우
너무 변수들이 많은 경우 (살아날 구멍을 찾는 경우)
해당 위기에 대해 경영진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
유사 위기가 자주 있었기 때문에 그 이전 위기유형들과 비슷하게 극복되리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는 경우

이런 모든 느린 의사결정의 이유들은 대부분이 경영진과 외부 모니터링을 담당한 홍보담당자의 책임이다. 근본적으로는 회사와 경영자의 철학의 문제가 선행한다.

Citigroup의 경우에도 가장 좋은 것은 ‘뉴욕포스트나 어떤 미디어도 제트기 구입에 관심을 두지 않고, 기사화를 하지 않는 경우‘가 최고였을 것이다. 두번째 좋은 경우를 꼽으면 ‘기사화가 일부 되었더라도 여론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겠다. 세번째 좋은 경우는 ‘기사화가 되고, 여론이 일어나도, 정부의 전주들이 별로 나쁜 시선을 보내지 않는 것’이겠다.

첫번째는 종전 우리나라에도 만연했던 ‘기사를 뽑는 활동’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었다. 두번째는 가능한 기사를 키우거나 재미있게 만들지 않기 위해 ‘안전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으로 어느정도 톤 다운을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변수가 많다) 마지막 부분은 ‘정부관계(Government Relation)’의 영역이다.

어쨋든 기업이 cross fingers하면서 운을 기다리거나 운을 만들기 위해 억지스러운 일을 하면 꼭 부작용이 있다. 스스로 떳떳하고 조금이라도 떳떳하지 못하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까지 수백 수천의 위기관리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성공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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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2009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티가 나는 Crisis Communication(?)

Crisis Communication은 소위 말해 ‘티’가 나면 안된다. 위기시 커뮤니케이터의 머릿 속이 오디언스들에게 읽히면 안된다는 거다. 대신 오디언스들에게 공감을 자아내야 하고, 이해를 도모 해야 한다.

평시에도 공감과 이해를 만들어 내기 힘든데, 궁지에 몰리고 환경이 적대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위기시에는 더 더욱 이런 활동들이 힘들다.

따라서 여기에는 전략이 필요하고 그 이전에 철학적 패러다임을 리프레이밍해야 하는 노력이 수반된다. 또 이 부분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세상의 Crisis Communication 대부분이 실패한다.

최근 모 연예기획사와 스타 연예인과의 갈등 케이스는 그런면에서 Crisis Communication에 있어 너무 티가 난다. 그리고 상당히 고전적이다. 공감이나 이해는 전혀 개의치 않은 일방적인 상황관리의 모습 뿐이다.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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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2009 Tagged with , , , 0 Responses

Kaizen이란 수직적인 상승

Kaizen, Kaizen, Kaizen…

사용자 삽입 이미지카이젠은 업무상 발생한 문제를 그냥 내버려 두고 재차 반복을 하는 일상적 악순환을 타파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 효과적인 업무 태도다.

여기서 키워드는 ‘문제’다. 사실 ‘문제’라는 것을 논하기 전에 카이젠은 우선 우리의 업무 프로세스나 품질이 어느정도 수준 이상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아무 프로세스와 품질이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카이젠은 별 의미가 없다. 영어로 카이젠을 Continuous Improvement라고 하는데 이 끊임없음이라는 것이 백지에서 시작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뜻이다.

생각해보자 실수투성이에, 뒤죽박죽 프로세스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카이젠을 외친다고 제대로 된 이상적인 카이젠 결과가 나오겠는가?

사람이 업무를 진행하면서 경험하는 실수는 아주 작은 것 부터 큰 것 까지 하루에도 여러번, 일년이면 수백번이다. 이 모든 실수들에게 카이젠을 적용한다는 것은 이상적일 뿐 현실적이지 못하다. 심리적으로 이러한 사소함에 대한 카이젠 압력이 세지면 나중에는 전사적으로 카이젠을 ‘반성문’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형벌이 되버린다.

결국 카이젠이 자발적인 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데 반하는 것이다.

간단히 정리를 하자면 ‘카이젠은 프로를 위한 것’이다. 아직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에게는 먼저 프로세스와 품질에 대한 관심과 성취노력이 더 필요하다. 카이젠은 그 다음이다.

만약 프로가 프로답지 못하다면 그건 분명 불행이다.

프로답기를…

1월 062009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PR vs. 위기 커뮤니케이션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다르다. 홍보담당자들이 평소 하고 있는 PR과 위기시 ‘해야만’ 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각기 다르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주체들은 비슷하다고 해도 해야 하는 것들이 매우 다르다. 실패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이 이런 다름을 인정하지 않거나,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간단하게 프레임을 바꾸어 주어야 하는데, 이게 힘들다. 일부에서는 홍보담당자 스스로는 프레임을 바꾸지만 CEO를 비롯한 전사적 프레임이 미처 바뀌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도 있다. 항상 이야기 하지만, 위기는 기업에게 기업의 기존 철학과 공중관을 테스트하는 계기가 된다. 실패하는 기업에게는 무조건 이유가 있다. 그 실패의 이유를 개선하지 못하면 영원히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칼럼에서는 평소의 PR과 위기시 위기 커뮤니케이션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정리를 해 본다. 또 성공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과 실패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또 어떻게 다른가 살펴본다.

위기 시 외부커뮤니케이션, 대변인에 한정돼야
PR을 할 때는 커뮤니케이션에 관여하는 주체들이 많을수록 좋다. 전사적으로 메시지만 대략적으로 공유되면 직원 누구나 외부적으로 PR 메시지들을 전파해도 된다. 이러한 PR 플랜 및 프로그램들은 비교적 중장기 기간 동안 준비되고 진행된다.

반면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케이션 주체가 한정될수록 안전하다. 필히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사람은 대변인(spokesperson)이어야 하고 사전에 프로페셔널 하게 훈련이 되어 있는 자에 한한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기존의 PR과는 달리 상당히 급작스러운 환경변화에 맞추어 빠른 의사결정과 단기적 실행이 중요하다는 점이 다르다.

커뮤니케이션 타깃에 있어서도 PR은 브랜드, 제품 및 서비스에 맞춘 핵심 타깃 오디언스들을 회사에서 미리 확정해 주로 커뮤니케이션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핵심 오디언스는 위기발생과 함께 정해져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원하는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다르다. 예를 들어 비행기 추락 사고가 있으면 항공사에게 가장 중요한 핵심 커뮤니케이션 타깃은 그 추락사고로 생명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탑승객들과 그 가족들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PR에 있어서는 기업이 어느 정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전개가 가능하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오디언스가 듣기 원하는 정답 메시지가 따로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 밖에 일반적인 PR예산은 미리 설정이 되곤 하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예산은 특별 예산으로 갑작스럽게 확보 되어야 한다는 점이 틀리다. PR은 기업이 구축해 놓은 기존관계를 강화 발전 시키는 데 의의가 있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이 보유한 기존 관계 자산을 확인해 보는 기회가 된다. 마치 평소에 불입한 보험을 타 먹는 셈이 된다.

그러면 성공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과 실패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시스템적 접근 중요…PR팀만 바빠선 안돼
일단 실패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기업에서는 위기시 오직 PR팀만 바쁘고 힘들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다고 PR팀만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다. 훈련 받지 않은 영업이나 공장 또는
행정 직원 등이 자기 맘대로 조정되지 않는 메시지들을 기자들에게 흘린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기자들의 기술적인 질문에 넘어간다)

단기간에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자 애쓰지만, 시스템이 부재해 의사결정이 늦어 커뮤니케이션 타이밍을 줄곧 놓친다. 커뮤니케이션 타깃이나 메시지에 있어서도 정확한 오디언스에게 그 해당 오디언스가 듣고 싶어하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신, 기업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친숙한 오디언스들에게만 퍼붓는다.

위기가 발생한 이후로 돌아가 제발 아무 일 없듯이 무마가 되길 바라면서 커뮤니케이션 한다. 선별적이고 매체 차별을 기반으로 하는 매체 접근 양상을 보인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결과 또한 정확하게 미리 예측하지 못하고 그냥 일단 추진한다. 예산에 있어서도 제한되거나 배정 조차 되지 않은 채 PR담당자들만 먼저 허둥댄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기존에 타먹을 보험금(명성 또는 관계자산)을 불입하지 않았던 경우들이 많다. 시스템적인 접근 보다는 파편적이고 어느 한 두 명의 개인의 역량에 의지한다.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실무자라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이를 아는 것과 준비하고 개선하고 실행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이는 다른 결과가 다른 실행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2009년은 말보다는 실행하는 한 해가 되자.

 

정 용 민

–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10월 242008 Tagged with , , , , , , , , , , , , 3 Responses

의사와 위기관리

양깡님께서 의사분들이 경험하시는 위기 상황과 대응방식에 대해 아주 멋진 insight들을 정리해 주셨다. 조직이 대응하는 종합병원은 일단 제외하고 개인병원 의사분들을 위한 위기관리 방식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를 해 보자.

1. 의료사고에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Litigation Communication.

Litigation communication에 있어서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판결이 나오기 까지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단, 소송상대방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the allegations are absolutely false)” 더 알기쉽게 설명하자면 “판결로 내가 잘 못했는지 아닌지 밝혀질 때가지 나는 무죄야. 그러니까 당신도 괜히 떠들지 마!”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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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에 관련된 주체들은 서로 만나거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위험하다. 보통 대리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한다. 미국의 경우 이 Litigation Communication 방식이 매우 다르다. 우리나라와 판결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인데, 미국식은 court 내부와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외부 커뮤니케이션(일반공중, 소비자, 미디어, 정부, NGO…)이 매우 강조된다.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어 배심원들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자사의 명성보호 차원에서도 외부 공중에 대한 강력하고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소송과정에서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비전략적으로 이해된다. 최대한 메시지를 제한함으로 판사단의 chemistry 관리가 필요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소송이 시작되고 그 사실이 알려지면 일반공중의 약 40%가량이 ‘해당 기업에게 모종의 죄가 있을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고 주장한다. 해당 기업이 언론에게 노코멘트를 남발하면 그 퍼센테이지가 50~60%이상으로 오른다고도 한다.

일단 소송전에 여론의 법정에서 유죄를 받고 법정에 입장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미국처럼 이런 연관성이 그렇게 유의적으로 존재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법적으로 정확한 의견은 아닐 수 있으므로 법률적 전문성을 지니신 분이 계시면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그러나 위기시 point of connection 관리가 매우 중요. (Litigation Communication 방식을 100% 적용하는데는 무리)

일단 병원에서 의사분이 책임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POC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2차 위기확산을 목격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앞서말한 Litigation Communication 방식을 정확하게 고수하다보면 커뮤니케이션에 인간미가 없어지고, 공감이 끼어들 구석이 없다.

위기관리의 중요한 원칙인 “그 누구도 화나게 하지 말라”라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환자에게는 의사와 정보의 불균형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따라서 의사들이 1차로 성난 환자들을 한층 더 자극하지 않으려면 다른 주체들 보다 더욱 더 최대한 인간미와 공감을 커뮤니케이션해야 유효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대기업들에서도 이러한 부담이 있는데 이 또한 이유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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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Litigation Communication의 가장 첫번째 목표는 ‘소송을 피하는 것’이다.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가 되고, 소송이 끝나고 나면 그 승패에 관계없이 ‘명성을 보호하고 회복하는 것’이 되겠다. 따라서 POC를 적절하게 관리하면 첫번째 목표가 달성되는 의미이고, 그 자체가 위기관리겠다.  

3. 균형을 통해 borderline을 넘지 않는 것이 핵심

그러나 섣부른 인간미와 공감이 “내가 잘 못했다. 내 죄다(I’m guilty)”로 상대에게 해석되면 안된다. 기존 의사분들이 우려하는 바가 이 부분이고, 이 때문에 인간미를 기반으로 한 공감 이전에 사무적이고 무죄를 주장하는 방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고있다. 일종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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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감은 죄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이 부분이 매우 이해하기 힘든데, 일단 환자와 환자가족의 감정을 100% 공감해 보면 그 다음엔 적절한 메시지가 떠오른다. 아예 커뮤니케이션시 ‘공감표현’을 맨앞에다가 놓도록 습관을 평소에 들이는 것도 좋겠다.

위기 원인에 대해 포지션상 서로 대립각을 세우지 말고 같은 포지션을 품는 것이 전략적이다. “함께 원인을 찾아보자”는 포지션이다. 사실 정확하게 원인이 제3자에 의해 가려지기 전에는 의사나 환자나 누구도 맞는 주장이 아니다. 따라서 “정확한 원인을 ‘함께’ 찾아보자.” “우리는 같은 포지션이다”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전략적이다. 

4. 매뉴얼은 필요하지만 암기할 수 있는 분량이 넘으면 무용지물

대부분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무용지물이다. 회사 책상위나 책장에 버려진 장식품이다. 매뉴얼은 두꺼울 수록 효과가 없다. 가장 좋은 매뉴얼의 분량은 위기관리 주체가 그 첫장부터 맨 뒷장까지를 다 외울 수 있는 정도다. 물론 체크리스트와 기타 필요 정보들은 attachment로 필요하겠지만, Things to do는 모두 암기할 수 있는 분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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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매뉴얼을 두껍게 만들어 위기가 발생하면 “OOO관련 위기라면…189페이지를 읽어 봐”하는 데…말이 그럴 듯 하지 현실성이 없다. 예를들어 매뉴얼내에 총 수십에서 수백개의 위기 유형이 있다고 해도 중 그 분류기준에 딱맞게 떨어지는 위기가 실제 존재하기도 힘들뿐더러, 하나의 위기가 하나의 유형을 갖지도 않기 때문에 실무자들은 각 챕터들을 넘기는 독서 삼매경에 빠지다가 실기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실무자들은 위기발생시 사실 매뉴얼을 볼 시간 조차 없다)

5. 결과적으로 위기관리는 기술(skill)이 아니라 철학(Philosophy)

인간미. 공감. 전략적 마인드. 커뮤니케이션 태도…모두 ‘기술’이 아니다. 기술이라고 이해하는 순간부터 위기관리는 실패한다. 평시에 모든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그 자체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익숙해져야 한다. 진정성이라는 것은 연습으로 되거나 설정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위기관리는 기업의 철학을 시험하는 기회다. 의사분들에게 위기는 각자의 평소 환자관, 의료 철학이 시험받는 기회겠다. 기술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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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2008 Tagged with , , , , , , 2 Responses

[PR 퀴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위기관리??

[모 기자]

“제가 여러번 기업들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가까이서 지켜 보았을 때 CEO가 자꾸 나서면 일을 그르친다는 느낌을 여러번 받았습니다. 위기 때 마다 CEO가 나서 버릇하면 보통 자잘한 건들에서도 CEO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방식이 일반화 되서…나중에 힘들어 지죠. 일이 터지거나 이슈가 있으면 일단 실무자들 차원에서 커버하고 꼭 나서야 하는 마지막에 가서 CEO가 나서는 게 좋겠습니다.”

[모 PR 컨설턴트]

“우리나라 기업들에서는 CEO가 리더십을 가지고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이 잘 안 보입니다. 실무자들만 허둥지둥 할 뿐 CEO가 직접 나서서 책임있게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거지요. 해외에서는 기업 위기시에 CEO가 직접 동영상을 만들어 홈페이지에서 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적극적으로 언론 인터뷰등을 통해 오디언스들과 대화하려 힘쓰지요. 아직 우리나라는 조금 이런면에서 어색한 듯 합니다.”

[질문] 그러면…위기시에 CEO가 앞에 나서는 게 좋은건가요? 아니면 가능한 나서는 것에 신중해야 하는 건가요? 누구말을 따라야 하나요? 

[답변] 상황을 따르는게 좋다. 모든 위기시에 CEO가 매번 나서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그렇다고 절대 나서면 안된다거나 가능한 적게 나서라는 원칙도 없다.

위기의 상황에 따라 CEO가 나서야 할 때가 있고, 나서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또한, 위기의 유형이 잠재적이고 점증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다거나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형태의 경우에는 CEO의 잦은 visibility는 권장되지 않는다.

반대로 위기의 유형이 폭발적이고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개선을 통해 재발이나 반복이 불가능한 위기의 형태에서는 CEO의 적절한 visibility가 권장된다.

[질문] 말이 쉽네요. 막상 위기가 딱 발생되면 이 위기가 이런 형태인지 저런 형태인지 어떻게 판가름을 하나요? CEO가 나서야 하는 유형인지 아닌지 어떻게 일선에서 판단을 해야 하는거예요?

[답변] 답은 공중에게 있다. 회사의 사정이나 현실에 대해 돌아보고 논의하는 시간에, 위기상황과 관련된 공중들을 분석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기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투자자들이, 정부가, 직원들이, NGO들이, 그리고 협력업체들이 어떤 것을 우리에게 원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그대로 따르면 된다. 내부적으로 그런 파악이 힘들다면 당연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활용해서 분석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수혈 받는 게 좋다.

[질문] 쩝…우리 회사에 무슨일이 벌어졌다고 쳐요. 소비자들이 이 상황에서 우리보고 문을 닫으래요. 사장을 짜르래요. 그러면 공중들이 그렇게 원한다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거예요? 이건 위기관리가 아니 잖아요. 그냥 벌 받으라는 소리지. 안그래요?

[답변] 소비자들은 용서하는 사람들이다. 공중은 용서할 줄 알고 하고 싶어한다. 어떤 엄청난 일을 저지른 회사에게 문을 닫으라고 한다면 그 주장들의 행간을 읽어라. 그 이야기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완전히 새로워 지라”는 뜻이다. 사장보고 물러나라 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책임을 지고 완전히 바꾸라”는 것이다. 위기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공중들이 주장하는 행간을 읽어라. 그리고 그 행간의 의미를 메시지화 해서 해결책으로 커뮤니케이션 해라. 진정성을 가지고. 그게 곧 위기관리다.

[질문] 거…말장난 같군요. 위기관리라는 게 일이 벌어지면 타다닥…처리해서 아무일 없듯이 평상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이상적인 거 아닌가요?

[답변] 기업에서 위기관리는 더 나은 지속 가능한 경영환경 구축을 지향한다. 열악한 생산환경으로 제품에서 반복적으로 이물질이 나오게 되면 본질적으로 그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영이 불가능하다. 위기를 통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완벽한 생산라인을 구축하게 되면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게 위기관리다. 일종의 카이젠 활동이라고도 본다.

[질문] 그대로 위기는 가능한 안 일어나게 하는게 가장 좋은거 아니냐 이거죠. 저번에 우리 제품 포장에 문제가 있다고 논란이 벌어져서 그냥 애꿎은 예산이 한 100억정도 날라갔다니까요. 그런 논란만 없었으면 그냥 가는건데요. 100억이면 어디야 그게.

[답변]논란의 성격에 따라 그 포지션은 틀려야 한다. 누가봐도 문제가 없는데 공연한 논란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문제가 있기 때문에 논란이 있는 것이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그 논란에 있어서 문제가 무엇인지를 가능한 빨리 확정해서 그 문제를 공략해 해결책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논란 자체에 떠밀려 다니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그 제품 포장 논란이 있었다면 그 포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검토했었을 것이고, 그 해결방안으로 새로운 포장 재질을 도입한 것 아닐까.

[질문] 에이…시원하지가 않아요. 위기관리 전문가라고 찾아가 봐도. 원론적인 이야기들 뿐이고 시원하게 해결사 노릇을 해 주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답변] 철학과 원칙이 바로 위기관리의 툴이다. 철학과 원칙이 없는 기업에게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절대 없다. 미봉책과 덧칠하기만 있을 뿐이다. 지속 가능한 경영도 힘들다. 시원하지 않다는 말은 이런 여러가지 원인들에 기인한다.

[질문] 아무튼, 맘에 안들어요. 이번 위기관리 컨설팅 fee 좀 깍아줘요. 별로 도움이 안되네…

[답변] 차라리 받지 않겠다. 우리도 위기관리 실패 사례에 협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기록을 남기는 것은 앞으로 우리 비지니스에도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 우리가 위기관리에 실패 할꺼라는 악담을 하는 건가요? 거 너무하네…

[답변] 철학과 원칙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그 말이 들어 맞을 꺼다. 수많은 전례들이 그런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질문] 아니 우리가 할께 아무것도 없으니 그런거 아녜요. 뭐 시원하게 할께…

[답변] 기업의 철학과 원칙을 바꿔라. 그게 할일이다. 기업이 항상 이야기하는 맨트라(mantra)를 진정성을 가지고 따라라. 그게 우선이다.

[질문] 아니…이 양반이 지금 위기관리를 해 달라니까…설교를 하네. 쩝.

[답변] 잘 되길 바란다. 진정.

4월 072008 Tagged with , , , , , , , , , , 1 Response

김치 파르페

세스가 Meatball Sundae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세스가 자기 Meatball Sundae를 구입한 독자들과 전화 컨퍼런스를 한다는 군요.

지난 몇주간 미디어 트레이닝과 위기관리 수업을 몇 차례하고 여러 기업들의 홍보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꾸 이 세스 고딘의 Meatball Sundae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여러 문답에 있었습니다.

  • 왜 N사 홍보팀은 소비자 컴플레인이 최초 발생했을 때 부터 언론에 공개 되었을 때 까지의 한달간 Expected Q&A와 Talking Points 전략들을 더욱 정교하게 개발하는 데 실패했을까?
  • 왜 D사 홍보팀은 식약청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 왜 S사는 지렁이 빵이 자작극일 경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뒷흥정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을까?
  • 왜 리콜을 소비자들을 ‘위한’ 하이프로파일 전략이라고 생각할까?
  • 왜 우리나라의 CEO는 위기시에 맨 앞에 나서지 않는가?
  • 왜 우리 홍보팀은 위기가 벌어지면 제일 홀로 바쁠까?

그리고 홍보 컨설팅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나면 똑같이 Meatball Sundae가 생각이 납니다.

  • 그래? 이번 신제품 컨셉이 뭐지? 어떤 차별성을 강조할껀가?
  • 클라이언트사에서 하필이면 그런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고집하시는 이유가 뭔가?
  • 실제 다른 경쟁사들이 이런 이야기를 전혀 안 하고 있나?
  • 진짜…이 메시지가 진실인가?
  • 꼭 이 프로그램을 해야하는 이유가 사내 정치적인 이유말고는 하나도 없는건가?
  • 예산 없이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지에 1면을 헐어 떡하니 나가고 싶다는 그 욕심은 이해를 하지만…왜 대기업은 돈이 많이 드는 여러 종합적 커뮤니케이션 활동들을 전방위로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적은 없나?

세스 고딘이 홀로 Meatball Sundae를 실제로 만들어 ‘Disgusting’하다고 평가를 했습니다. 저는 김치를 파르페에 얹어서 비슷한 PR적 비유를 하고 싶습니다.

위기관리나 기업의 운영에서 ‘경영철학’은 가장 중심이고, 성공의 핵심 요인입니다. 브랜드 PR에 있어서도 강력한 경영철학을 근간으로 한 강력한 차별화가 핵심입니다.

각종 마케팅 교과서가 ‘성공한 위기관리’ ‘성공한 마케팅’ ‘성공한 브랜드 PR’에 대해서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해 주고 있지만, 꼼꼼히 분석을 해보면 그들은 일선의 trick을 통해서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강력한 철학이 있었고, 공유가 있었다. 우리가 환호(wow)하는 그들의 성공방식은 그들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아무나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아무나 성공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무 브랜드나 기회를 잘 잡아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철학이 없는 기업에게 ‘실무자들의 뼈를 깍은 단순한 노력들은’ 그냥 파르페위의 김치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습니다…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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