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4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는 기업이 고가의 제트기를 산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씨티그룹 고위층은 이를 ‘구매 철회 지침’으로 해석했고 곧 대변인을 통해 “제트기를 구매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이 사려고 했던 제트기는 5000만 달러 상당의 프랑스 닷소의 신형 팔콘 7X. 당초 보유하고 있던 제트기 가운데 10년 이상 된 기종 두 대를 처분하는 대신 이를 대체하기 위해 2007년 계약한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미국 내에선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럼에도 씨티그룹이 구매를 강행한 것은 취소할 경우 400만 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줄’을 쥐고 있는 재무부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자 즉각 계획을 철회하게 된 것이다. [중앙일보]
Citigroup이 결국 대변인을 통해 호화 제트기 구매의사를 철회했다. 뉴욕포스트의 보도가 거대 금융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거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뉴욕포스트가 여론을 일으켰고, 여론이 정부(재무부)를 자극했고, 전주인 재무부가 곱지 않은 시선을 Citigroup에게 보냈다. 이 시선 하나가 거대기업의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앞당겼다.
위기관리 프로세스에서 가장 큰 고민이 “왜 이렇게 의사결정의 속력이 늦는가?”하는 것인데, 이 번 케이스에서 아주 정확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목격된다. 의사결정의 속력은 외부로부터 예상되는 반대 급부의 부정적 심각성에 비례한다.
보통 조폭 영화에 나오는 씬과 같다. 조폭두목이 돈을 갚지 않는 술집 주인 하나를 잡아다 놓고, 어름장을 놓으면서 돈을 갚으라 하면 실실 웃으면서 나중에 준다 한다. 그러다가 엎어놓고 손가락을 펴 그 중 손가락 몇개를 잘라내는 시늉을 하면 바로 소리를 치면서 “알았다 갚는다”한다. (의사결정은 사실 이렇게 간단하고 빠르다)
이런 의미에서 위기시 의사결정이 느린 기업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경영진이 해당 위기의 부정적 심각성을 정확하게 깨닫지 못하는 경우
위기 직후부터 여론을 모니터링 하지만, 정확하게 여론의 흐름을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
유일한 의사결정 내용이 회사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 자명한 경우
너무 변수들이 많은 경우 (살아날 구멍을 찾는 경우)
해당 위기에 대해 경영진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
유사 위기가 자주 있었기 때문에 그 이전 위기유형들과 비슷하게 극복되리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는 경우
이런 모든 느린 의사결정의 이유들은 대부분이 경영진과 외부 모니터링을 담당한 홍보담당자의 책임이다. 근본적으로는 회사와 경영자의 철학의 문제가 선행한다.
Citigroup의 경우에도 가장 좋은 것은 ‘뉴욕포스트나 어떤 미디어도 제트기 구입에 관심을 두지 않고, 기사화를 하지 않는 경우‘가 최고였을 것이다. 두번째 좋은 경우를 꼽으면 ‘기사화가 일부 되었더라도 여론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겠다. 세번째 좋은 경우는 ‘기사화가 되고, 여론이 일어나도, 정부의 전주들이 별로 나쁜 시선을 보내지 않는 것’이겠다.
첫번째는 종전 우리나라에도 만연했던 ‘기사를 뽑는 활동’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었다. 두번째는 가능한 기사를 키우거나 재미있게 만들지 않기 위해 ‘안전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으로 어느정도 톤 다운을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변수가 많다) 마지막 부분은 ‘정부관계(Government Relation)’의 영역이다.
어쨋든 기업이 cross fingers하면서 운을 기다리거나 운을 만들기 위해 억지스러운 일을 하면 꼭 부작용이 있다. 스스로 떳떳하고 조금이라도 떳떳하지 못하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까지 수백 수천의 위기관리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성공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