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8월 162011 Tagged with , 6 Responses

[신간 저서 안내]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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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논의를 시작해 결국 8월 책을 한 권 출산했습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스트래티지샐러드 송동현 이사가 많은 지원을 해 주면서 공저해 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소셜미디어와 위기관리에 관한 이야기들을 정리 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소셜미디어 시대 이전에도 기업들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실행에 사실 벅차했었습니다. 실무자의 힘으로만 관리되지 않는 위기관리에 대해 일부는 포기했었고, 일부는 고민만 하면서 힘들어 했었습니다. 위기는 그 근본이 기업 차원의 이슈이기 때문에, 위기관리는 기업의 전사적 과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위기를 실무자 차원의 이슈로 방치하고, 위기관리를 그들 일부에게만 떠 맡기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에게는 ‘소셜미디어’라는 시대가 다가 왔습니다. 밀린 숙제도 하지 못했는데, 더 크고 위협적인 숙제가 더해졌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의 책은 실무자들을 위해 쓰여졌지만, 실무자들에게 필요할 듯한 기법이나 기술 또는 노하우는 담지 않았습니다. 소셜미디어 시대를 시작하는 현재의 실무자들이 10년여 후 의사결정권자가 되어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지휘하는 그 때를 그리고 있습니다. 실무자 시절에 미리 큰 그림을 보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야기들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관리. 다를 것 없습니다.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위기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을 향해 ‘사람들’이 하는 작업이 곧 위기관리 입니다. 문제는 ‘사람’을 먼저 보지 않고 매번 신에게 기도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책에서 저희는 우리 모두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하자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책이 실무자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행복하겠다는 기도를 합니다.

8월 122011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와 이슈관리, 인식이 곧 실체이자 진실임을 이해하라

“현실은 중요하지 않다. 정치에서는 지각(인식)이 곧 현실이다” [스핀닥터 p. 203]

“진실을 이야기하면 통하리라고 기대하지 마라” [스핀닥터 p.135]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를 위해 클라이언트와 회의를 가지게 되면 거의 대부분의 클라이언트 임원들과 실무팀장들은 이렇게 이야기들을 시작한다.


“팩트가 잘 못 알려져 있는 거죠. 사실은 이렇습니다….”
“그쪽에서 하는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에요…”
“우리가 이런 사실을 좀 알려야 하는데…”
“진실은 항상 승리한다고 믿습니다…”



사실 많은 이해관계자들 즉, 공중, 고객, 언론, 규제기관, NGO, 국회, 정부, 직원 등등은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이해관계자들이 이렇게 질문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내가 바쁜 와중에 왜 당신네 이슈에 대해 세부 사실까지 이해해야 하는 거야? 그래야 하는 이유가 뭐야?”



그들은 진실이나 팩트를 알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들이 오직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식의 뿌리는 단순하게 접하는 조각 조작의 정보들로만 구성된다. 물론 그 인식의 구조는 완벽하지 않으며, 심하게 단순화되어 있다. 이 부분이 기업에게는 가장 위협적인 부분이다.

보통 이해관계자들이 특정 이슈를 바라보는 프레임은 극단적으로 단순화 되어 있어서 이는 곧 잘 bi-polar(양극) 형태를 띄게 된다. 선(善) vs. 악(惡). 이 구도가 가장 대표적인 인식 구조다. 기업은 곧 잘 ‘악(惡)’으로 인식되어 버린다.

반면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주체인 기업은 똑같은 이슈를 multi-polar(다극)형태로 아주 복잡 다단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것이 진실이고 팩트라고 생각하는 거다. 이 또한 실제 이슈나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장애가 되는 부분이다.

기업이 효과적인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를 전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양극화 된 인식의 구조를 100% ‘이해’하고, ‘그 구조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 일부에서는 ‘게임의 룰을 바꾸라’라던가 ‘차별화해서 접근’ 또는 ‘다른 대안을 제시해 multi-polar 구조를 만들어야’ 등등의 조언들을 하는데 실제로는 효율적이거나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하기가 매우 힘들다.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인식)을 먼저 이해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그들과 대화하라는 것이다. 왜 그들이 그런 인식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살펴보라는 이야기다. 인식을 조금씩 변화시키려 노력하라는 것이다. 사실이나 진실은 그들에게 필요하지도 않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이해관계자들이 그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거나 이해 공감한다 생각하지 말아라. 그들이 왜 기업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왜 단순히 ‘악(惡)’으로 인식되는 기업에 대한 인식의 구조를 스스로 무너뜨려야 하는가 한번 자문해보라. 그들은 자신의 인식을 바꾸기 싫어하고, 그 안에서 모든 해석이 가능하리라 믿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절대로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거나 공정하거나 완벽하다 믿지 말아라.

따라서 그냥 1. 그들의 곁에 서서 (같은 편이 되라) 2. 그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3. 천천히 속삭이는 것이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의 첫 단추들이어야 한다. 당연히 그들이 사용하는 미디어들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인식이 공고화 되는 데 기업이 소셜미디어를 도외시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공급자의 편의일 뿐 아무것도 아니고 결국 이슈관리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의 미디어 장(venue)에서 그들이 인식하는 핵심 주제에 대해 심정적으로 공감하고 왜 그런 인식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분석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접근을 해야 한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는 절대 진실의 싸움이나 팩트 싸움이 아니다. 그 이전에 인식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면 아무 것도 되는 것이 없다. 그래서 인식 구성 이전의 이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8월 082011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 위기 발생시 ‘입은 물론 손도 조심하라’

모종의 위기가 발생했다 치자. 당시 해당 사실은 홍보팀도 몰랐고 CEO도 모르셨던 이슈. 갑자기 지하철 주간지 기자가 홍보팀으로 전화해 해당 이슈를 홍보팀이 최초 인지. 홍보팀에서 해당 이슈 관련 해 법무팀에게 문의하니, 법무팀에서만 오랫동안 끌고 왔던 해묵은 이슈로 판명.

그러나 이슈의 자극적 성격과 제3자들이 보았을 때 회사의 유죄부분이 상당부분 존재. 홍보팀에서는 잔뜩 긴장하면서 법무팀과 CEO면담을 통해 해결책과 대응책을 동시에 고민. 잘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 규제기관이나 다른 유사 거래처들, 그리고 소비자단체에 이르기 까지 이해관계자들의 부정적 반응이 예측됨.

이 ‘실제’ 위기에 대해 (가상) 녹취록을 한번 적어본다. (실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속어를 포함했다.)

[ 회의 시 녹취 ]

모 임원 : 아이고…아이고. 그걸 기자가 알아버렸군. 골치 아프게 생겼네.

A 팀장 : 우리가 그 기자에게 뭐라 코멘트 할 필요가 있겠어요. 이 XXX는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대) 한마디로 미친년이라니까. 말이 안 통해요. 그리고 그 뒷면에 우리 회사 OOO이랑 OOOOOO했었어요. 그게 원인이죠. 둘이 좋아 그런 건데 나중에 이것 저것 안되니 우리에게 겐찌 붙는 건데 우리가 말려들어가면 안될 것 같은데.

B팀장 : 기자한테는 모른다고 하죠.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이야기니까 신뢰할 수 없다고. 뭐요? 그쪽에서 증거를 다 깠데? 이것 저것 모두?? 그걸 기자가 다 가지고 있다고? 아이구…죽겠네. 그 미친년 하나 때문에…

CEO: 이전 사장 때 있던 일을 왜 나까지 책임져야 해? 그건 법무팀에서 깨끗하게 처리했었어야지. 나한테 이런 거 보고하지도 말아. 골치 아픈 일들도 많아 죽겠어. 홍보하고 법무에서 알아서 책임지고 해결 해. 해결책을 가지고 들어와.



[회의 후 맥주집으로 옮겨 실무자들끼리 대응안 고민시 녹취]

A 팀장: 문제의 그 아줌마 말이야. 내가 보니 여자가 색기가 흘러. 남자 호리게 생겼더라고..그 문제의 OOO이가 그걸 노리고 접근한 거지 뭐. 일차적으로는 개인적 문제예요. 우리가 안건 4-5년 전이고. 그래서 그 OOO이 잘랐잖아. 근데 그 OOO이가 변제할 돈이 없는 거야. 모두 다 집사람 명의로 해 놓고 배째라 하는 거지.

B팀장: 일단 우리는 개인문제로 포지션 잡고 밀어 부쳐야 해요. 우리가 말리면 안 된다니까. 그 퇴사한 OOO이를 나쁜 놈으로 만드는 게 어떨까 하는 거지.

홍보팀장: 만약 기자가 그 OOO이를 인터뷰 하게 되면 더 큰일이 벌어질걸요. 회사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잖아요?

B팀장: 이…그렇구나. 안되지 그럼. 그럼 진짜 큰일난다…

A팀장: 사장도 그렇지 지가 배째라 하면 되나? 그 때 자기도 그 라인에 있었는데, 그 자료보면 그때 자기가 싸인 까지 했었어. 그게 우리 변호사한테도 가 있다니까. 모른 척 하니 우리가 더 황당 한 거지.

홍보팀장: ……………………….



하루 8시간 이상의 연속 미팅과 연이은 맥주회의. 포지션은 계속 갈팡질팡하고, 해결책은 각기 다르지만 딱히 굵직한 것이 없다. 다음날 아침 CEO보고할 때 또 무지하게 깨질 각오들을 한다.

이 이야기는 2000년대 초 이야기. 이런 모든 민감한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장소는 회사의 비밀 회의실과 밀실화 된 고급 술집이었다.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내부 다른 직원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내부 의사결정자들의 생각이나 언급들을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등등에서 종종 목격 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위기가 발생한 회사의 CEO가 그 바쁜 중에도 페이스북에 황당한 개인적 의견을 올린다. 트위터를 통해 임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외부로 주장한다. 직원들이 그 내용을 RT하거나 댓글에 좋아요를 클릭하고 화이팅을 서로 외친다.

공식적으로 홈페이지 팝업창과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전달한 메시지와는 180도 다른 이야기를 개인 SNS를 통해 공개하는 거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이 둘 중 어떤 것이 이 기업의 진짜 메시지인지 혼란스럽다.

위기 시 비밀스러운 이야기나 개인적인 감정 그리고 공개해서 적절하지 않은 메시지들은 계속 가두어 두는 게 좋다. 아무리 세상이 SNS 세상이라고 해도 사내의 비밀 회의실이나 밀폐된 고급술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메시지들은 있는 법이다.

말조심은 물론 손조심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8월 052011 Tagged with , 2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100% 확신할 때만 책임진다 말하라

최근 기업들의 잇달은 해킹 피해 케이스에 있어 주목 할 만한 부분은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스스로 핵심 메시지로서 활용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책임’이라는 단어나 표현 그리고 의미는 상당히 신중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주제다. 이는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을 넘어서 기업이나 CEO개인의 존폐와도 관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되기 힘든 주제다.

보통 ‘책임 지겠다’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들은 몇가지로 그 의미를 해석 할 수 있다.

케이스 1. 장담형:  (책임 질 것이 있다면) 책임 지겠다 = 내가 보기에는 나(우리)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법적으로든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라. 그러면 내(우리)가 책임 지겠다.

李법부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 뉴시스 사회 2010.04.12 (월) 오후 3:00
김석동 “책임질 일있으면 책임질 것” 뉴시스 정치 2011.05.27 (금) 오후 4:25



케이스 2. 회피형:  책임 지겠다 = 내가 책임을 지고 물러 나는 것이 이번 위기관리를 빨리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이제 좀 자유롭고 싶다.

 

해병대사령관 “책임지겠다“…사실상 사의 표명 MBN 정치 2011.07.14 (목) 오전 11:49



케이스 3. 배수진형:  (책임 질 것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 내가 이 정도로 내 자리를 걸고 심각하게 여러분께 이야기 한다. 그러니 우리 조직에서는 나를 믿고 내가 지시하는 대로 가열차게 움직여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패닉’빠진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책임지겠다 뉴스토마토 경제 2011.05.13 (금) 오전 8:35
“무상급식 투표, 결과에 책임지겠다 내가 정치현장서 사라진들 어떠냐” 한겨레 정치 14면2단 2011.07.10 (일) 오후 8:55



케이스 4. 신의 가호 기원형: (책임 질 것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 기본적으로 나(우리)는 잘 못이 없다고 보는데, 만약 조사 이후 잘 못이 발견되면 내(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00% 확신은 아직 없다… 

 

정 사장은 이날 오후 시내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고객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1-04-10]

협력업체의 과오가 드러나면 책임을 물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검찰 수사과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며 “협력업체의 잘못이 드러나면 보상을 요구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농협 내부의 잘못으로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겠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2011.04.14]

주 대표는 “피해가 확인된 사실이 없기 때문에 현재 보상 대책을 마련한 것은 없다”며 “우선은 2차 피해를 예방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향후 피해가 밝혀지고 법적인 책임이 있을때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NEWSIS  2011-07-29 ]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네번째 ‘책임지겠다’ 메시지 유형은 상당한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어 위험하다. 최근 실제 사례들을 보더라도 현대캐피탈과 농협등에 대한 ‘제재’방안들이 논의되고 있고, CEO에게 까지 진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들이 발생하고 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또 하나의 원칙을 꼽자면, ‘미래의 결과에 대해 자신(우리)이 100% 긍정적 확신이 있을 때만 ‘책임’이라는 단어/표현/의미를 사용할 것‘ 미래 결과의 불확실성에 나와 우리 조직을 그냥 던져 놓지 말 것. 위기관리란 불확실성을 극소화 시키는 작업인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오히려 불확실성을 극대화 하면 이는 곧 실패라는 점.

그 이전에 우리가 실제로 100%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말에 대한 두려움’이 필요하지 않을 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정보유출 관련 케이스에서 이 ‘책임지겠다’하는 메시지가 이제는 거의 기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생각한다.



7월 262011 Tagged with 2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에 대한 실무자들의 익스트림한 현실 이야기 10개

위기관리에 대한 실무자들의 익스트림한 현실 이야기 10개

그 오해(?)와 실제(!)들

오해 1.

 

위기의 정의. , 이 사건이 위기냐 위기가 아니냐,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주제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전사적 차원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을 분석하고, 그 외 여러 가지 영향 받는 가치들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실제 1.

 

에이아니다. 실제로 기업 위기에 대한 정의는 내부 윗분들이 내린다. 그들이 위기라 하시고, 그분들이 우려하는 부분만 위기다. 일선 직원들의 위기 정의나 판정은 아무 소용이 없다.

 

 

 

오해 2.

 

기업 위기 시 빠른 대응이 필수적이다? 

실제 2.

 

웃기는 소리다. 빠른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내부 윗분들이 왜 아무 일도 안하고 있냐?하는 말씀만 나오지 않게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으면 된다. 상황파악을 위한 회의나, 대응책 마련 회의나, 보고서 작성이나 무언가를 계속 열심히 하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윗분들을 대상으로 ‘빨리’ 해야 한다.

 

 

 

오해 3.

 

기업 위기 시 노코멘트는 곧 guilty를 인정하는 코멘트이기 때문에 절대 경계해야 한다. 숨지 말고 무엇이건 전략적인 메시지로 대응해야 한다?

 

 

실제 3.

 

큰일날 소리다. 사실 윗분들이 원하는 멘트만 곧 멘트다. 윗분들이 원하시는 것이 노코멘트라면 그것이 어떤 상황이건 내부에서는 최선의 전략이 된다. 섣불리 위기관리 교과서에 나온 대로 전략적이라는 멘트를 했다가는 윗분들께서 쓸데없는 짓했다” 하시는 경우들이 생긴다. 그 이후에는 실무자인 내 스스로 갈 길을 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오해 4.

 

기업을 대표하는 대변인을 미리 지정해 훈련하고 그들을 통해 준비된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하게 하는 것이 좋다? 

실제 4.

 

아니라니까자꾸 왜 이러나. 윗분들 중에서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곧 대변인이다. 나서서 언론이나 이해관계자들과 말씀 섞기 싫어하시는 분에게 어떻게 대변인을 하시라 하나? 나서서 하시고 싶은 말씀 해주시는 윗분들이 고마울 뿐이다. 어차피 그 분들의 메시지가 개인적이고 비논리적이라 할지라도 그분들이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하시기 때문에 별반 문제는 없다. 괜히 그분들 커뮤니케이션 하시는데 이러 쿵 저러 쿵 했다가는 또 사단이 난다.

 

 

 

오해 5.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 내부 핵심 인력들이 워룸에 모여 통합적인 보고와 공유 그리고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 전략적이다?

 

 

실제 5.

 

전략적이기 이전에 비현실적이다. 가장 윗분께 가장 빨리 보고하는 사람이 좋게 보이는 법이다. 빨리 보고하고 그 분께서 지시하시는 바를 성실히 실행하는 게 첫 번째다. 위기 발생시 다른 부서들이 우리보다 빨리 보고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일단 우리가 먼저 보고하고 대응 지시 받아 실행하고 나면 다른 부서들이 어떻게 뒷북들을 치는지는 관심 없다. 가장 윗분께서 우리를 알아주시는 데 감사해야 한다.

 

 

 

오해 6.

 

위기발생시 언론에만 포커스를 두지 말고, 폭 넓은 이해관계자들을 골고루 관리해야 한다? 

실제 6.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이해관계자라는 정의가 뭔가? 우리 내부에서 공감하는 이해관계자는 윗분들의 직계존속과 지인 그룹이 가장 중요한 외부 이해관계자다. 그분들이 일단 윗분들에게 아무 말씀이 없어야 한다. 내부적으로 실무자들이 아무리 위기관리 잘했다고 해도, 그분들이 한마디 두마디 훈수를 두면 상황이 확 변한다. 절대 집중 관리해야 하는 분들이 그분들이다. 그 외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누군가? 떠오르지 않는데? 언론도 그렇다. 위기시라도 모든 언론에 대해 다 집중할 수는 없다. 일단 윗분들이 자주 접하시는 매체 중심으로 커버 들어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 그분들이 주로 접하는 매체들도 사실 너무 많다. 그게 현실이다. SNS? 글쎄다

 

 

 

오해 7.

 

위기관리의 성공을 위해서는 평소 위기관리 예산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실제 7.

 

무슨 소리냐? 위기가 발생했을 때나 한번 원 없이 돈 써보지 언제 또 써보겠나? 평소 기자랑 먹는 칼국수 값도 막걸리랑 같이 먹으면 액수 많다 지적 받는다. 소줏집도 한 기자랑 두번 연속 가면 윗분들은 큰일 나는 줄 아신다. 하지만, 일단 위기가 딱 터지면 윗분들이 어쩔 수 없이 후해지신다. 위기관리를 위해 룸싸롱도 좀 갈 수 있고, 노래도 부를 수 있다. 예산을 왜 평소에 우려하나? 윗분들이 어련히 결정해 주시겠나?

 

 

 

오해 8.

 

요즘엔 이해관계자들의 여론이 소셜미디어상에서도 일부 결정이 된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대응 체계가 시스템적으로 흡수되어 있지 않으면 앞으로는 곤란을 겪을 일이 많을 것이다? 

실제 8.

 

글쎄다. 모르겠다. 앞으로 10년 후 정도면 모를까. 지금 윗분들께서는 그런 거 잘 모르신다. 내부 보고하라는 말씀 안 하시고, 당연히 거기에 할애할 인력이나 예산이 없다. 일단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디어가 아니다. 관심 둘 여력은 없다.

 

 

 

오해 9.

 

기업 위기관리의 성공과 실패는 이해관계자들이 판정한다?

 

 

실제 9.

 

푸하하하!!!! 대부분의 기업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는 내부에서 형성되는 공감대에 의해 판정된다. 외부에서 아무리 잘했다 해도 내부에서망쳐버렸다하면 해당 위기관리 관련자들은 모두 힘들어진다. 반대로 외부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아도 내부에서그 정도면 됐다하시면 위기관리는 결코 실패한 게 아니다.

 

 

 

오해 10.

 

위기관리 시스템에 평소 관심을 가지고, 컨설팅이나 코칭을 좀 받아 놓는 게 좋겠다? 

실제 10.

 

필요 없다고 본다. 우리 회사가 이런 저런 위기를 겪으면서도 수십 년간 성장한 회사다. 우리 윗분들도 모두 강하게 성공하셨다. 사실 위기관리는 짬밥으로 한다. 기자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그걸 시스템으로 푸나? 데스크들과의 끈끈한 우정이 곧 위기관리 자산이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서 홍보임원으로 월급 받는 거다. 저번에 위기 한번 겪고 나서 회장님이 지시하셔서 직원들 1천명 모아 놓고 위기관리 강의 한번 받은 적이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본다. 경각심은 중요하니까. 직원들은 겁 좀 줄 필요가 있다.

 

 

지난 14년간 위기관리에 대해 이상과 같은 실제적 답변들을 주신 지인 홍보 선배 임원들에게 감사하다. 그분들의 실제적인 경험과 생각 그리고 인사이트들이 실제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에 있어 큰 이해의 기반이 되고, 어프로치에 도움이 된다.

 

 

그 분들의 생각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현실 그대로를 증언해 주시니 감사한 거다. 앞으로 10년간 극복해야 할 위기관리 인식의 갭과 현실간 괴리 그리고 조직의 문제들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심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7월 252011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는 실행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Crisis Communication)에 있어 메시지(Message)의 중요성은 수백 번을 이야기해도 지나침이 없다오늘 이야기는 그 메시지에서 약속한 행동의 실행에 대한 이야기다.

 

 

위기관리에 있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위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위기발생 직후 극대화 하는 내 외부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어떻게 신속하게 충족시키느냐 하는 부분은 첫 번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과제다. 그리고 위기관리 이후 우리 기업/조직/기관이 어떻게 해당 위기를 관리했는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부분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마지막 과제다.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위기발생 직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주로 고민할 뿐, 위기를 어떻게 관리했다 하는 사후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절실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압력이 감소하니 본능적으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본다)

 

 

당연히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위기관리를 하면 항상 비슷한 위기관리 결과만 양산하게 된다. 말만 앞서는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다. 약속을 잊는 위기관리다.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께 심심한 애도와 그 가족들에게 위로를 표합니다. 저희는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렇게 최초 커뮤니케이션만 하고 마무리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연이은 사고로 불편을 겪으시고, 우려를 나타내신 여러분들께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저희는 이제 세계최고 수준의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달콤한 메시지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주제로만 활용할 뿐이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실행’이다.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후행’하는 것이 맞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처음부분 즉, 위기발생 직후 커뮤니케이션 또한 실행이 우선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할 것이다보다는 “…..했다하는 부분이 더욱 강조되는 것이 전략적이다. 해당 위기를 우리가 통제하기(under control) 시작했다는 메시지처럼 바람 직 한 것이 없다.

 

 

문제 해결에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주는 것이 옳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 약속커뮤니케이션 하고, 그 뒤로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줄어들면 스리슬쩍 카펫 속으로 먼지들을 쓸어 넣어 숨겨 버리는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진정한 위기관리는 없다.

 

 

이해관계자들이 문제를 발생시키거나 잘못을 저지른 일부 기업들과 조직 그리고 기관들에 대해 신뢰하지 않게 되거나, 부정적 시각을 가지게 되는 이유가 뭘까?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동한 후 커뮤니케이션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 스스로 이해관계자들의 기억 속에서 그 사건들이 사라지기만을 기도하기 때문이다.

 

 

약속했다면 실행하라. 실행 후 커뮤니케이션 하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항상 절름발이로 마무리 짓지 말아라.

 

 

 

7월 212011 Tagged with , , 2 Responses

기업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채널로서의 가치에 주목하라

[한국광고주협회 기고문]

 

기업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채널로서의 가치에 주목하라

 

정용민 /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ymchung@strategysalad.com

 

이제 국내 기업들에게도 기업 소셜미디어는 일반적인 활동이 되어버렸다. 일찍부터 웬만한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은 자신들의 미디어로서 소셜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가졌었고, 그들 중 많은 기업들이 기업 소셜미디어를 이미 론칭 하고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책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 주목 할만 하다.

대부분의 기업 소셜미디어들의 운영 취지와 목적은 제품, 서비스, 브랜드, 기업명성에 관련한 CS, 홍보와 마케팅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듯 하다. 이제 이런 기업 소셜미디어 현상은 일반적인 환경으로 안정화되어 가고 있어 보인다. 할만한 기업들은 이미 대부분 소셜 미디어를 보유하고 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환경에서 또 다른 과제와 고민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쳐든다. 매일같이 좋은 이야기를 지저귀는 기업 트위터와 미투데이, 매일 재미있고 새로운 컨텐츠를 공유하는 기업 블로그와 페이스북, 크리에이티브 한 브랜드 동영상 공유에 몰두하던 기업 유투브 등에게 아주 당혹스럽고 낯선 과제가 다가온 것이다. 그것은 바로 위기관리에 대한 부분이다. 만약에 (What if?)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주문이다.

만약에(What if?) 우리 기업에게 엄청난 위기가 발생한다면, 우리에게 부정적인 이슈가 떠오른다면, 극단적인 루머들이 나돈다면, 심각한 사고와 사건이 발생 한다면……그럼 지금의 우리의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위기 시 침묵하는 기업 소셜미디어

최근까지 기업 위기관리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의 기업/기관 소셜미디어들은 자신들과 관련한 위기 발생시 침묵하곤 한다이는 침묵하고 싶어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시 우리 기업이나 기관의 소셜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역할과 책임(R&R)이 아직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들이 많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소셜미디어를 그냥 순수하게 마케팅과 홍보의 툴로서만 규정해 위기 시 기업 미디어로 활용 가능한 기회를 애써 외면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기업 소셜미디어 운영자들은 위기시 왜 우리가 애써 성장시켜 놓은 소셜미디어 자산을 훼손시키려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한다. 기업 위기와 일정 거리를 두면서 스스로의 생존을 도모하려는 셈이다. 실무자의 생각으로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그러나, 기업 위기관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통합적위기대응 기조에 있어서 소셜미디어가 기업과 홀로서거나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특정상황에서는 침묵해도 좋다 하지만 그것은 전략적 침묵이라야 한다. 내부적으로 위기관리 오너십의 부재라던가, 위기관리 시스템상으로부터의 소외로 인한 침묵이라던가, 소셜미디어 운영자들의 무관심이나 이기심,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실행 경험의 부재로 인한 침묵이어서는 안 된다. 이는 조직 품질에 관한 이야기다.

 

위기 시 딴청 하는 기업 소셜미디어

아주 일부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기업이나 기관과 관련된 심각한 위기가 발생한 직후에도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즐거운 컨텐츠들을 공유하고 대화하는 소셜미디어 현상도 목격된다. 오프라인 언론까지 떠들썩 한 이슈가 발생했음에도 해당 기업의 소셜미디어는 즐겁게 프로모션을 이어가고, 웹툰을 공유하며 자랑한다. 소셜미디어 공중들은 기업의 이런 이중적인 커뮤니케이션에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어떤 기업 소셜미디어는 위기 시 트위터와 블로그 그리고 페이스북에서의 위기대응 메시지가 각기 다르기 까지 하다. 트위터에서는 공식적인 대응문을 공유하고, 페이스북에서는 운영자의 사적인 메시지들이 더해지는 형태로 구현 되는 것을 본다. 그것이 그 조직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통합적이고 일관된 메시지의 원칙과는 분명 거리가 있어 보인다.

 

위기 대응이 느린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중 특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의사결정의 속력에 비례하여 그 실행 시점이 정해지고 진행된다. 실시간이라는 가치가 빛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진행되는 때를 놓쳐버린 대응은 무 대응 보다 못한 비전략적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이는 전사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에 있어 기업 소셜미디어 채널들이 그 중심과 제대로 접합되어 있는가 되어 있지 않은가에 따라 그 느린 대응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위기시 소셜미디어 관리 부서와 홍보부서, 마케팅부서, 기획부서, 영업부서, 생산부서 등등과의 실시간 협업이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가 한번 점검해 보라. 이런 점검 없이는 기업 소셜미디어가 항상 뒷북을 치는 위기관리 실행을 개선하기 힘들다.

 

위기시 소셜미디어를 통한 직원들의 사적 개입

위기 시 CEO라 할지라도 자신의 트윗을 통해 해당 위기에 개입하면 이는 엄밀히 따져 사적 개입이다. 기업의 공식적 위기관리 실행이 아니라는 의미다. 만약 해당 기업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상으로 기업의 OOOO유형의 위기는 CEO의 개인 트윗을 통해 관리한다하는 류의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 외의 경우에 CEO의 사적인 소셜미디어 개입은 매우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미디어 기자들은 기업의 CEO들이 해당 기업의 위기 시 사적 개입하는 것을 대단한 리더십으로 치켜세우곤 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기업 소셜미디어가 항상 먼저이고, 그 이후에 추가적이거나, 부연설명이 필요하거나, 메시지를 반복 강조하는 선에서 위기시 CEO나 임원들의 소셜미디어 활용은 제한적으로 허용 가능케 해야 한다. 오프라인 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와 그 맥은 같다.

일부에서는 자신의 회사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하면 여러 직원들이 자신들의 개인 트위터들을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고 소셜미디어 공중들과 싸우며 대응하는 모습도 보인다. 물론 심정적으로는 그 억울함이나 사실에 대한 전파 욕구를 이해하지만, 이는 전사적 통제가 불가능하고, 공식적 위기대응 메시지와도 합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위험한 현상이다. 항상 반복적으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알바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이를 통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는 극히 제한된다.

 

해외 기업들의 선진적인 위기관리 사례들을 살펴보라. 그들은 위기 시 더욱 더 적극적으로 기업 소셜 미디어 채널들을 강화해 운영한다. 위기발생 직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공중들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즉각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것이다.

위기발생 직후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최대한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 빈 공간은 우리 기업에게 불리한 부정적인 정보나 불확실한 루머들로 채워지게 마련이다. 특히나 소셜미디어 공간은 그 정보 수요와 공급 밸런스의 속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기업의 소셜미디어 자산을 충분히 활용해 초기부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해외 기업들의 위기관리 사례로부터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벤치마킹 주제는 온라인 뉴스룸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다. 기업 온라인 뉴스룸이 바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베이스가 된다. 이 베이스를 기반으로 기업 소셜미디어들은 온라인 뉴스룸의 컨텐츠들을 확산하고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유인해 충족시키는 위기관리 전략을 구사한다. 우리에게는 이미 잊혀진 히스토리로서의 온라인 뉴스룸.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볼 주제가 아닐까 한다.

해외기업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성공적 위기관리 사례에서는 종종 빠르다는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다. 리콜 발표 불과 며칠 만에 유투브에 리콜 안내 동영상들을 공개해 공유한 토요타 리콜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라. CEO의 해명이나 사과 동영상 또한 위기발생 직후 업로드 되고 공격적으로 확산 공유된다. 페이스북에서는 실시간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대응 메시지들이 반복된다. 모든 소셜미디어 운영 담당자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통합적으로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는 시스템의 품질에 대한 이야기다.

기업 소셜미디어는 아주 중요하고 유용한 위기관리 자산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관리 자산을 실제 위기 발생시 누가 어떻게 편제하고 어떻게 관리해서 어떤 결과를 얻을 것인가 하는 시스템적인 사고를 평시에 해 놓아야 한다는 부분이다. 조직의 품질과 위기관리 시스템의 품질에 대해 고민하자. 우리 기업의 소중한 소셜미디어 자산에 이들을 어떻게 반영하고 투영할 것인 것 미리 생각하고 실행하자.

기업 소셜미디어 채널. 우리 기업의 위기관리를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먼저다. 관점을 180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7월 192011 Tagged with , , 2 Responses

루퍼트 머독의 “We Are Sorry” : 사과문의 전형+전략의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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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트 머독이 지난 주말 전면 광고를 게재하면서 도청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제목은 “We Are Sorry”

사과 광고의 전형을 보여준다. 살펴보자.

도입부

  • 핵심 메시지를 포함하는 부분이다. 핵심 메시지는 ‘We Are Sorry’
  • 포지션을 밝히는 부분이다. , Fully Guilty. 스스로가 무엇을 어떻게 잘 못했는지 서술하고 있다.


“We are sorry. The News of the World was in the business of holding others to account. It failed when it came to itself.”

본문(I)

  • 핵심 메시지를 다시 반복 반복 강조했다. ‘We are sorry’ ‘We are deeply sorry’
  • 이해관계자의 감정과 피해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공감한다.
  • 마지막 부분에 스리슬쩍빨리 대응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언급하며 후회하고 있다 ==> 민감한 부분.
    이 문장을 어디에 위치하느냐 고민 했을 것이다. 결국 연결 측면에서 이해관계자와의 공감 말미에 위치시켜 아주 부드럽다.

 

“We are sorry for the serious wrongdoing that occurred. We are deeply sorry for the hurt suffered by the individuals affected. We regret not acting faster to sort things out.”

본문(II)

  • 여기에서 갑자기 ‘I(루퍼트 머독)’이 등장한다. 그룹 오너로서 본 Wrongdoing과의 거리두기를 노리고, Wrongdoing에 대한 해결 주체로서 등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그룹의 저널리즘 원칙(철학)을 함께 연결 언급함으로써 루퍼트 머독과 저널리즘 원칙(철학)과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위기관리 주체와 위기관리의 기본 원칙(철학)을 언급하는 것은 핵심 중의 핵심. 많은 기업들이 상황을 설명하는데 집중할 뿐 원칙은 피상적으로 언급하는 것과 다르다.

 

“I realise that simply apologising is not enough. Our business was founded on the idea that a free and open press should be a positive force in society. We need to live up to this.”

마무리

  • 해결책을 제시하는 말미 부분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요소들 중에 하나.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다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활동(실행)을 할 것인가? 이 죄를 뉘우친다면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사과의 행위를 할 것인가? 아주 어렵지만 빠지면 안되는 부분이다.


“In the coming days, as we take further concrete steps to resolve these issues and make amends for the damage they have caused, you will hear more from us. Sincerely,  Rupert Murdoch.”

결론적으로 분석해 보면:

  • Full Guilty인정 후 반복적 사과
  • 피해 입은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에 민감한 타이밍 이슈 버무리기
  • 위기관리 주체로서 루퍼트 머독의 등장과 그의 저널리즘 비즈니스 원칙 연결 강조
  • 그에 상응한 해결책 제시에 대한 약속

 


하나 더 흥미로운 것은…

그러면 왜 처음부터 ‘I am sorry’가 아니었느냐 하는 것. 그러나 전체적인 문장 흐름을 보면 먼저 We를 내세우고 해결사로서 I를 등장 시키는 것이 더욱 극적이라는 분석.

마지막 사인(signature) 또한 루퍼트 머독으로 끝내면서 해결 주체로서의 포지션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부분도 주목

이 한 장의 사과문에는 CEO, Board members, 변호사들, 홍보담당자들(spin doctors), 기술적 작가들(Technical Writers), 관련 광고 전문가들의 땀이 베어 있다. 해외 기업들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그렇지만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작품(masterpiece)이다. 이 부분이 그들에게 부러운 부분이다.

7월 182011 Tagged with , , 4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저울질 해 대응하라

 

위기관리, 저울질 해 대응하라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다. 상황분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순간이 왔다. 이 단계에서 많은 기업들은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면서 열띤 토론을 벌이곤 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하는 훈수들이 난무한다. CEO나 오너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중구난방의 토론만으로도 날이 샌다. 과연 대응책에 있어서 어떤 것을 기준점으로 의사결정 해야 하는가가 문제다.

해외사례들을 분석해 보자. 왜 서양 기업의 CEO는 직접 나서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자신의 난처한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을 유투브에 공개하면서 사과하며 머리를 숙일까? 왜 이런 방식의 대응이 이제는 많은 기업에서 아주 기본적 사과방식으로 굳어졌을까?

소비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그렇게 하기 원하며, 주주들이 그렇게 사과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NGO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최소한의 대응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개를 끄덕여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기업과 그 기업의 CEO는 그냥 따르는 것이다.

서양 기업은 위해 관련 제품 위기 시 왜 전량 리콜 도는 대규모의 풀아웃을 감행(!)할까? 표면적으로는 기업의 철학과 가치관을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그 이전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로부터의 기본적 압력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런 하이프로파일 대응이 없다면 소비자들의 대규모 집단소송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도 없이 많고 강한 NGO들과 엄격한 정부에게 예상을 뛰어 넘는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대부분을 쓰레기통에 넣는 그 비용을 아끼려다가는 바닥 없이 추락하는 주가에 대한 주주들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책임하다는 언론으로부터의 지적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전 여러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의 뜻은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따라야만 하는 천심(天心)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그들은 왜 평소에 위기를 준비하며 연습하고 연습하고 연습할까? 왜 이런 고단한 시스템적인 준비상태를 유지하다 위기발생시 신속하게 개입해 체계적 대응을 실행할까?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그러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놓치며 침묵하다가는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대비 없이 지냈다가는 위기발생시 경영진이 무능하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 시스템 없이 지내는 걸 경영자들 스스로 못 견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도 아주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서양기업들은 왜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을 스스로 통제하려 할까? 왜 그들은 문장 하나 하나와 단어 하나 하나 그리고 표현 방식 한 줄에 고민하면서 토론하고 전략적 조언들을 받아 정리할까? 왜 그들은 함부로 말하는 것을 경계하고, 애드립을 통제하려 애쓸까? 왜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위기 시 내부를 극도로 통제할까?

이해관계자들에게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언론이 황당해하며 취재를 강화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NGO와 정부가 당황스러워 하면서 그 메시지의 취지에 의문을 갖지 않게 하려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과 일부 피해자들이 성 내며 울부짖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경쟁사나 다른 업체들의 경영자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되면서 비웃음 당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주주들과 직원들이 스스로 창피해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겠다 소리지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 자신을 한번 되돌아 보자. 왜 우리는 그런 결정에 주저하는가? 우선 이해관계자에 대한 의식이 서양 기업들과는 많이 다르다. 기업이 언론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미 지난 이야기다. 국내의 일부 대기업들은 그냥 성가신 존재들로 언론을 간주하기 시작한지 오래다기업들이 두려워하는 NGO가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그냥 가난한 불평가 집단으로 없어져야 할 사회악이라 정의하진 않는가?

소비자들이나 피해자들도 그렇게 중요도와 영향력적 측면에서 높은 이해관계수준을 보여주진 못한다. 이들 중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또는 언론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는사람들만 일부 신경 쓸 뿐 그들에 대한 기본적 두려움은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어떤가? 최근 외국기업들과 일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관련 규제기관들과 보이지 않는 갈등과 물밑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예전의 규제기관과는 그 느낌이 많이 다르다.

기업은 비즈니스를 하는 조직이다. 이득이 되는가 해가 되는가에 대해서는 동물적 분석과 대응이 가능한 곳이다. 이들에게 우리 이해관계자들은 어떤 의미인가 한번 돌아보자. 그들이 분명 기업 조직 자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위치와 수준인가 하는 부분이 핵심이다.

기업은 위기 시 대응 방식 결정에 있어 정확한 저울 하나를 가지고 있다. ‘CEO가 사과를 해야 한다하는 한쪽편의 추와 ‘CEO가 사과 할 필요는 없다라는 한쪽 편 추가 그 무게를 겨루는 저울이다. CEO가 나서 사과해 상쇄시킬 수 있는 이해관계자의 부정적 반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구태여 CEO가 얼굴을 내밀 필요는 당연히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마련이다. 전량 리콜도 마찬가지다.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중 하지 않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니 그게 전략적이다. 이해관계자들이 별반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전량 리콜 운운은 과잉대응 아닌가 하는 공감대다. 기업이 위기 시 빨리 대응하지 않아도 이해관계자들 스스로 다 그렇지 뭐하는 인식이 있으니 평소의 시스템적 준비는 낯설다. 위기 시 말조심을 하지 않아도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흘려 보내는 현실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별반 느끼지 못하게 하는 거다.

기업의 위기관리 수준 그리고 그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은 이해관계자들의 수준과 품질에 대한 확실한 전제가 있을 때 가능한 게 아닌가 한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현 기업들은 스스로 위기관리를 아주 영악하게 잘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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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2011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조직 내 저항을 인정하라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26)

 

위기관리, 조직 내 저항을 인정하라

기업 내에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를 시작하는 많은 실무자들이 최초 하는 착각이 있다. 우리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 부분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위기의 특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실제 발생하지 않으면 거의 아무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어쩌다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그건 나의 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미 지나가버린 위기는 돌아다 보는 것 조차 금기시한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이끌고 있는 실무자들은 일단 모든 구성원들은 위기에 대해 신경쓰기 싫어하고, 위기관리 프로세스에 포함되기 조차 꺼린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근거해 플랜을 짜야 한다. 많은 기업들과 함께 일해 보면 위기관리 워크샵이나 트레이닝에 조차 참석을 꺼리는 구성원들이 많은 것을 본다. 단 몇 시간도 투자하기 힘들다는 푸념이다. 심지어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하는 몇 개월 동안 수십 번의 워크샵이 진행되는 데도 불구 CEO께서는 한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으시는 기업도 있다. (사실 위기 시 그가 리더 아닌가?)

위기요소진단을 할 때에는 그나마 간단하게나마 설문지에 메모해주는 직원들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역할과 책임(R&R)을 나누자 하면 손사래를 친다. “설문조사까지 해 줬으면 됐지 뭘 또 바라나?” “왜 내가 위기관리팀에 들어가야 하는데?” “요즘 업무가 얼마나 바쁜데, 자꾸 이런 식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건가?” 당연한 저항이다. 일이 더 많아 지기 때문이다. 책임이 더 과중해 지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그 자체가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지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제 정신이라면 이런 일을 누가 하려 하겠는가?

위기관리 구축 업무를 하는 실무자들의 딜레마는 여기에서 시작되고, 이것을 극복하게 되면 이미 절반의 프로젝트는 끝나게 된다. 어떻게 이 딜레마를 풀어야 하는가? 일부에서는 CEO로 하여금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팀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조언한다. 맞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팀이 아주 정교하게 정치적으로 힘을 가진 집단이어야 한다 가이드 한다. 그렇다. 어떤 위기관리 전문가는 기업 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팀이 프로페셔널하게 트레이닝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사내에서 인하우스 컨설턴트의 역할을 하면서 구성원들에게 신뢰와 협조를 얻어낼 수 있다 하는 거다. 상당히 바람직한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자문하면서 필자가 얻은 아주 소중한 솔루션은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실행 가치다. 이 가치를 통해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실무자들은 이해와 공감과 협조와 힘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이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는 실제 위기 발생시 가장 중요한 내적 자산이 된다. 평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고, 이해나 공감의 경험이 없는 구성원들이 어떻게 위기 시 하나의 의사결정체로 승화할 수 있겠나?

실무팀과 CEO, 실무팀과 임원진, 실무팀과 팀장그룹, 실무팀과 현장그룹, 실무팀과 외부 컨설턴트그룹이 다양한 조합들에 있어 반복적이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은 필수 중 필수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의 첫 단추는 충분하게 (충분하게 라는 단어를 수십 개 쓰고 싶다) CEO와 최고위 임원들과 공감대를 구축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것으로 꿰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외부 컨설턴트들이다. 실무자들이 마주앉기 힘든 CEO와 최고위 임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외부 컨설턴트들과 함께 자주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기간이 6개월이라면 CEO와 최고위 임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기간을 3분의 1로 잡아도 좋다고 본다. 그들의 머릿속을 읽고 그들 각각이 가지는 방향성을 하나로 묶어 위기관리 시스템의 백본(backbone)을 세우는 데 시간 투자를 아까워하면 안 된다. 미팅을 어랜지 하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보고를 하고, 그림을 그려 보여드려야 한다.

기타 실무 임원들과 팀장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그 다음이다. 이미 일정기간 CEO 및 최고위임원들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었다면, 이미 이들에게도 30%이상 그 물이 들어있게 마련이다. (정상적으로 최고 보쓰들에게서 물이
들지 않는실무임원들이나 팀장들은 문제다) 이들에게 지금까지 공유했던 CEO와 최고위임원들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실무선에서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고, 시스템 구축에 동참해 줄 것을 절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이때까지도 그들이 순순히 투항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 그런 일은 절대 없다.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라. 그들과 잡담을 하고, 담배를 나누어 피우고, 맥주잔을 기울이면서라도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라. 몇몇 저항이 심한 팀장들의 경우 사정이라도 하라. 관심 없어 하며 멀찌감치 바라보기만 원하는 팀장들의 경우도 좋다. 일단 그 아래 직원들에게 프로젝트를 망치라 주문하지 않도록 만 양해를 구해라.

우리 회사 직원들이 나빠 그렇다 생각하진 말라. 그들도 스스로 하고 싶거나 꼭 해야 한다 생각하는 일은 밤새워 하는 중요한 인재들이다. 그들을 우리와 다르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들을 이겨야 한다거나, 그들을 항복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유치하다. 항상 그들은 그러게 마련이고,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은 우리들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편안하게 받아들여라.

일부 위기관리 시스템 실무자들은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크게 상처입고 포기한다.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공유하기 위한 최초 위기관리 워크샵. 참석 조차하지 않는 많은 조직 실세들을 보면서 한숨짓는다. 위기관리 트레이닝. 어렵게 참여한 임원들이나 팀장들이 고개를 가로지거나, 심지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모습을 보면서 경악한다. 기타 미팅 시 모이지도 않고, 협조공문을 돌려도 답신이 없다. 심지어 자신들을 피해 다니면서, 전체 회의 시에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비판 한다. 당연한 프로세스다. 낯설어 하지 말아라. 이를 충분히 예상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라. 그래서 기업내의 커뮤니케이션 파트에게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업무를 맡기는 거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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