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7월 182011 Tagged with , , 4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저울질 해 대응하라

 

위기관리, 저울질 해 대응하라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다. 상황분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순간이 왔다. 이 단계에서 많은 기업들은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면서 열띤 토론을 벌이곤 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하는 훈수들이 난무한다. CEO나 오너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중구난방의 토론만으로도 날이 샌다. 과연 대응책에 있어서 어떤 것을 기준점으로 의사결정 해야 하는가가 문제다.

해외사례들을 분석해 보자. 왜 서양 기업의 CEO는 직접 나서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자신의 난처한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을 유투브에 공개하면서 사과하며 머리를 숙일까? 왜 이런 방식의 대응이 이제는 많은 기업에서 아주 기본적 사과방식으로 굳어졌을까?

소비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그렇게 하기 원하며, 주주들이 그렇게 사과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NGO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최소한의 대응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개를 끄덕여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기업과 그 기업의 CEO는 그냥 따르는 것이다.

서양 기업은 위해 관련 제품 위기 시 왜 전량 리콜 도는 대규모의 풀아웃을 감행(!)할까? 표면적으로는 기업의 철학과 가치관을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그 이전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로부터의 기본적 압력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런 하이프로파일 대응이 없다면 소비자들의 대규모 집단소송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도 없이 많고 강한 NGO들과 엄격한 정부에게 예상을 뛰어 넘는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대부분을 쓰레기통에 넣는 그 비용을 아끼려다가는 바닥 없이 추락하는 주가에 대한 주주들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책임하다는 언론으로부터의 지적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전 여러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의 뜻은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따라야만 하는 천심(天心)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그들은 왜 평소에 위기를 준비하며 연습하고 연습하고 연습할까? 왜 이런 고단한 시스템적인 준비상태를 유지하다 위기발생시 신속하게 개입해 체계적 대응을 실행할까?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그러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놓치며 침묵하다가는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대비 없이 지냈다가는 위기발생시 경영진이 무능하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 시스템 없이 지내는 걸 경영자들 스스로 못 견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도 아주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서양기업들은 왜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을 스스로 통제하려 할까? 왜 그들은 문장 하나 하나와 단어 하나 하나 그리고 표현 방식 한 줄에 고민하면서 토론하고 전략적 조언들을 받아 정리할까? 왜 그들은 함부로 말하는 것을 경계하고, 애드립을 통제하려 애쓸까? 왜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위기 시 내부를 극도로 통제할까?

이해관계자들에게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언론이 황당해하며 취재를 강화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NGO와 정부가 당황스러워 하면서 그 메시지의 취지에 의문을 갖지 않게 하려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과 일부 피해자들이 성 내며 울부짖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경쟁사나 다른 업체들의 경영자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되면서 비웃음 당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주주들과 직원들이 스스로 창피해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겠다 소리지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 자신을 한번 되돌아 보자. 왜 우리는 그런 결정에 주저하는가? 우선 이해관계자에 대한 의식이 서양 기업들과는 많이 다르다. 기업이 언론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미 지난 이야기다. 국내의 일부 대기업들은 그냥 성가신 존재들로 언론을 간주하기 시작한지 오래다기업들이 두려워하는 NGO가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그냥 가난한 불평가 집단으로 없어져야 할 사회악이라 정의하진 않는가?

소비자들이나 피해자들도 그렇게 중요도와 영향력적 측면에서 높은 이해관계수준을 보여주진 못한다. 이들 중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또는 언론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는사람들만 일부 신경 쓸 뿐 그들에 대한 기본적 두려움은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어떤가? 최근 외국기업들과 일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관련 규제기관들과 보이지 않는 갈등과 물밑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예전의 규제기관과는 그 느낌이 많이 다르다.

기업은 비즈니스를 하는 조직이다. 이득이 되는가 해가 되는가에 대해서는 동물적 분석과 대응이 가능한 곳이다. 이들에게 우리 이해관계자들은 어떤 의미인가 한번 돌아보자. 그들이 분명 기업 조직 자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위치와 수준인가 하는 부분이 핵심이다.

기업은 위기 시 대응 방식 결정에 있어 정확한 저울 하나를 가지고 있다. ‘CEO가 사과를 해야 한다하는 한쪽편의 추와 ‘CEO가 사과 할 필요는 없다라는 한쪽 편 추가 그 무게를 겨루는 저울이다. CEO가 나서 사과해 상쇄시킬 수 있는 이해관계자의 부정적 반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구태여 CEO가 얼굴을 내밀 필요는 당연히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마련이다. 전량 리콜도 마찬가지다.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중 하지 않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니 그게 전략적이다. 이해관계자들이 별반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전량 리콜 운운은 과잉대응 아닌가 하는 공감대다. 기업이 위기 시 빨리 대응하지 않아도 이해관계자들 스스로 다 그렇지 뭐하는 인식이 있으니 평소의 시스템적 준비는 낯설다. 위기 시 말조심을 하지 않아도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흘려 보내는 현실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별반 느끼지 못하게 하는 거다.

기업의 위기관리 수준 그리고 그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은 이해관계자들의 수준과 품질에 대한 확실한 전제가 있을 때 가능한 게 아닌가 한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현 기업들은 스스로 위기관리를 아주 영악하게 잘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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