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3월 242025 0 Responses

링 위에 오르지 말라는 의미는?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47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한 매체 기자가 저희 오너분에게 전화를 해 왔습니다. 최근 불거진 복잡한 개인 관련 논란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했나 봅니다. 오너께서 인터뷰를 거절하자, 기자가 떳떳하면 왜 인터뷰를 거부하냐고 했다는 군요. 그와 관련해서 함부로 링 위에 오르지 말라는 조언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컨설턴트의 답변]

논란이 불거졌을 때 해당 관련자가 ‘링 위에 뛰어올라가는 것’은 상당한 불이익이 있는 행동입니다. 물론 화가 나고, 억울하고, 근거를 제시할 자신이 있을지라도 ‘링’위로 뛰어올라가는 것은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주제입니다.

취재 기자가 인터뷰를 거절하는 대상에게 흔히 “무얼 숨기나? 떳떳하면 취재에 응하라!”는 말을 합니다. 상대를 심리적으로 자극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 내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는 당사자는 생각합니다. ‘들어보니 그럴 듯한데? 내가 아무 잘못이나 숨기는 것 없고 떳떳하니…기자 질문에 확실하게 답변해주면 논란이 해결되지 않을까?’하는 것이죠.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흔들림입니다.

그러나 논란관련 취재를 받을 때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논란에 대해 자신이 전혀 관련 없고, 떳떳하다는 사실은 언론을 통해서는 절대 규명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기자는 취재원의 떳떳함을 만천하에 대변해 주는 홍보담당자가 아닙니다. 기자가 확인해 보아 당사자가 아무 관련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최대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당 기사를 쓰지 않는 정도일 것입니다. 당사자가 원하는 것처럼 ‘내가 취재해 보니 이 사람은 떳떳하더라’는 내용을 크게 기사화해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지요.

일단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르면 논란이 논란을 낳습니다. 기존 논란은 다른 논란과 연결됩니다. 관련된 당사자들은 점점 늘어납니다. 그 위에 온갖 가짜뉴스와 카더라 쓰나미가 더해집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는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자신이 최초 원하던 결과를 얻어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지요. 최근같이 온오프 매체와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 수를 셀 수도 없는 환경에서는 이미 개인이나 조직이 환경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 해졌습니다.

자신이 떳떳하다는 강력한 자신감을 가지고 기자 질문에 열심히 답변하더라도,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는 없습니다. 운이 좋아 기자가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더라도, 당사자 답변 내용에 대한 새로운 논란이 재생산되고, 논박과 추가적 검증이 따라올 뿐입니다. 물론 수백 수천 매체는 당사자의 인터뷰 내용을 가지고 다시 뉴스를 신나게 꾸밀 것입니다. 달라지는 것은 논란이 더 커지고, 다양해지고, 생생해지는 것뿐입니다.

‘링에 뛰어올라간다’는 의미는 한번 특정 기자와 인터뷰를 시작했다면, 그 후 몰려오는 수많은 기자들의 취재요청도 각각 맞받아 쳐 나가며 장기 전면전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링위에서 혼자 수많은 매체와 오랫동안 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상상해 보십시오. 살아남기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큰 논란의 중심에 자신이 서 있다면 가장 먼저 자신의 입과 행동을 통제하십시오.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한 논란은 언젠가는 사라집니다. 그것이 데미지컨트롤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 보다 중요한 위기관리는 그러한 논란을 미리 파악 관리해서 그 속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일단 사전 위기관리에 실패했다면, 링 아래에서 스스로를 통제하십시오. 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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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2025 0 Responses

대행사가 제대로 안 움직이네요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46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얼마전부터 이슈관리를 위해 홍보대행사를 고용해서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벌써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된 전략이나 메시지를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행사가 일을 잘 못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대행사를 어떻게 핸들링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대행 업계에서 흔히 하는 말로 ‘대행사는 인하우스 담당자만큼만 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 이슈관리를 위해 고용한 대행사가 회사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인하우스 담당자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담당자가 대행사에게 이슈관리를 위한 회사의 고민을 얼마나 충분하게 공유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슈관리를 위해 경영진이 생각하는 방향성과 관리 전략에 대해서는 먼저 내부 담당자가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담당자가 정확한 자료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을 적시에 대행사에게 제공해 주고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 지속적으로 이슈관리 상황을 업데이트 해 주어 대행사가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행사가 이슈관리를 위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 이상과는 반대의 현상이 꼭 끼어 있습니다. 무려 인하우스 담당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담당자가 너무 주니어 레벨이라 회사와 경영진의 생각이나 자료를 전혀 공유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슈 자체에 대한 담당자의 이해도가 스스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어떤 대행사도 적절하게 운용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내부 담당자도 다른 부서로부터 지속적으로 이슈 상황을 업데이트 받지 못하고 있다면 대행사는 더욱 더 소외되게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슈관리는 보통 인하우스 경영진이 이슈관리 대행사와 직접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당자는 행정이나 실행 관제 수준의 업무를 담당하며, 경영진이 정기적으로 이슈상황을 대행사에게 직접 업데이트하고, 자신들의 전략을 반복 공유합니다. 중요한 자료 또한 그때 그때 바로 제공합니다. 그렇게 되면 대행사는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즉, 무언가를 해 낸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슈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내부에서 합의되는 것’입니다. 이슈를 바라보는 정의는 그냥 정의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합의된 정의’여야 합니다. 이슈관리 전략과 메시지도 그냥 전략과 메시지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합의된 전략과 메시지’여야 합니다. 이슈관리를 위한 대응 계획도 그냥 대응 계획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합의된 대응 계획’이어야 합니다. 대표이사의 것이 다르고, 경영진 각각의 것이 다르고, 그들과 담당자의 것이 서로 다른 경우에 대행사는 전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모든 것을 합의해 공유해 주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나아질 것이 없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대행사도 일부 역량이나 철학이 적절하지 않은 곳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고민해서 그런 대행사를 고용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회사가 지게 됩니다. 열등한 대행사를 일부러 고용하는 실수를 하는 기업은 없다고 봅니다. 일단 함께 일하기로 정했다면 대행사를 믿고, 그에 적절한 내부 합의와 공유 상황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행사를 관리하는 체계를 개선해 보고, 담당자에게 더욱 더 정확한 정보와 지원을 제공해 주십시오. 담당자가 이슈관리에 성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강력 해져야, 대행사는 그 만큼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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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2025 0 Responses

중대재해법은 어떻게 대응하죠?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45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올해부터 저희 회사 위기관리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입니다. 이미 여러 회사들이 연초부터 대형 재해를 경험하면서 여론적으로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중대재해법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말씀하신 내용 중 중대재해법에 대한 대응이 ‘중대재해 자체’에 대한 대응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법의 적용’에 대한 대응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확실하게 정의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만약 중대재해 자체에 대한 대응 고민이라면 이전에 이미 해 온 바와 같이 평시 재해 방지 노력을 계속 하시면 되겠습니다. 그것이 아니라 그 법의 적용에 대한 대응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 상담은 로펌과 함께 하셔야 될 사안이라고 봅니다.

최근 들어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기업계의 패닉 현상은 아마 기업 스스로 중대재해 자체를 피치못할 상수로 놓고, 그에 대한 법의 적용이 이전 보다 강력해진 것에 대한 두려움에 기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러한 시각이나 패닉은 적절하지 않은 것입니다.

중대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모든 가용 노력을 지속할 수록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은 줄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해가 발생되었다면 그 이전 평시 각고의 노력에 대하여 함께 커뮤니케이션 해야 회사가 정상참작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회사는 중대한 법적 책임과 거리를 둘 수 있게 되며, 그에 따르는 윤리적 여론적 비판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입니다.

만약 그와 반대로 평시 중대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극대화되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그 때마다 중대한 법적책임은 물론 윤리적 여론적 비판과 비난으로 회사의 위기관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떠밀리게 되는 것이지요.

중대재해법 이전과 이후에 자사에서 달라져야 하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는 질문에 새로운 답변이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제대로 된 재해 발생 방지나 대비 노력이 부족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중대재해법 이전과 이후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이전과 같이 해 왔던 노력을 일관되게 지속하면 됩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도 그 이전과 이후는 동일합니다.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단, 최근 기업의 패닉을 감안하여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차원의 점검 분야를 꼭 하나 꼽으라면, 보다 체계적이고 문제해결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재해 발생 직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정도입니다. 이를 통해 해당 사고와 그에 대한 회사의 태도를 제대로 이해관계자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커뮤니케이션 해서 사회적 주목도를 단기간에 해소시켜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 사고 이후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는 기업의 경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에 문제가 많습니다. 시점, 순서, 대상, 방식, 메시지, 태도 등이 시회 구성원들에게 만족스럽게 비춰지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 방면으로 그들을 자극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방향에 있어서도 실패한 기업은 당면한 문제해결과 거리를 보입니다.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이지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와 문제해결방식의 고민에 대한 준비가 이미 존재한다면 중대재해법 이후 회사가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패닉에 빠질 일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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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2025 0 Responses

대관 홍보인력을 대거 영입했습니다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44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제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도 이제 위기관리가 필요해서요. 사내에 위기관리팀을 만들고 대관과 홍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을 임원급으로 영입했습니다. 이제 국회도 관리해야 하겠고, 언론도 좀 더 폭넓게 관리할 계획입니다. 그 인력들이 위기관리를 잘 해낼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훌륭한 인재들을 뽑아 위기관리 업무에 투입하신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그런 전문 인력들이 입사해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실행을 할 수 있으려면 일단 사내에 몇 가지 준비할 것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대표께서 대관(government relations)과 홍보에 대해 가능한 많은 것을 알고 계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가 다 알 필요는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을 보면 대표가 얼마나 대관과 홍보 업무의 기본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에 따라 퍼포먼스는 천양지차로 갈립니다. 외부에서 오랫동안 대관과 홍보를 한 분들이니까 알아서 잘 해 주겠지 같은 생각은 일단 접어 두십시오.

영입된 임원들과 일정 기간 함께 하면서 그들이 전해주는 대관과 홍보 업무의 기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시기 바랍니다. 대표께서 평시에 그들의 역할과 업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이슈나 위기 발발 시 원활한 협업이 가능하게 되니 꼭 기억하십시오.

두번째 필요한 전제는 협업 체계 구축입니다. 이는 딱히 대관과 홍보 간의 협업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위기관리팀 내에 소속되어 있거나, 위기 시 팀으로 조인하게 될 관련 부서들과의 협업에 대하여 대표께서 직접 챙겨 팀워크를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아무리 대관과 홍보를 오랫동안 다양하게 해 본 전문가라 할지라도 대표님 회사에 들어와 다른 부서들의 정보 공유와 협조를 받지 못하면 예전 같은 실행은 불가합니다. 특히 대관이나 홍보는 정보를 가지고 싸우는 업역이기 때문에 사내에서 활발하게 공유되는 정보의 ‘적극적’ 지원이 있어야 인력들이 제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부서간 사일로를 없애는 것은 아주 기본적 위기관리 노력입니다. 부서들이 공유된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일사불란 하게 협업 가능해야만 위기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대관과 홍보로 영입된 새로운 임원들에게도 기존 부서장들과 신속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라 강조 해 주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로 영입된 대관과 홍보 임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질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는 질문으로 경영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질문하기 보다, 평시에 아무 일이 없을 때 이슈나 위기에 대한 질문을 계속 해 주십시오. 그들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지금 자신이 무엇을 준비하거나 대비해야 한다는 감을 찾을 것입니다.

대표님과 핵심 임원들은 회사의 상위 1%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 1%가 회사의 위기를 관리하는 핵심입니다. 그들의 경쟁력과 역량이 위기관리 성패를 나눕니다. 새롭게 영입한 위기관리 임원들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말씀드린 세가지 노력을 가장 먼저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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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2025 0 Responses

저희 회사는 외국기업인데요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43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본사주도의 이슈 및 위기관리 체계를 가지고 있지요. 문제는 국내의 색다른 이해관계자 환경과 문화입니다. 부정 이슈가 발생하면 글로벌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그냥 글로벌 가이던스에 따라 이슈 대응을 해야 하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현실적으로 부정 이슈가 발생하였을 때 해당 이슈를 관리하지 않는 것과 관리할 수 없는 것에는 다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대부분 아주 훌륭한 이슈 및 위기관리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기반하여 정기적 훈련과 시뮬레이션으로 지속적인 준비를 하기도 합니다. 위기관리 명언 중에 ‘예방하지 못하면 준비하라(Prevent or Prepare)’라는 말이 있는데,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 개념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글로벌 본사와 국내 지사간 협업 체계입니다. 오래전 기업들이 진취적으로 전세계에 뻗어 나가던 시절, 글로벌 기업의 이슈 및 위기관리 시스템은 중앙집권적 체계였습니다. 로컬(해외 지사 주재 지역) 특수성이나 차이를 인정하기 보다는, 본사가 정한 원칙과 프로세스에 따라 메시지와 타이밍까지 통제했습니다. 당연히 지사는 본사의 지시에 따라 로컬에 본사 이슈대응 방식을 단순 딜리버리하는 수준의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이슈를 관리하려 했지만 관리할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후에는 점차 로컬발 이슈나 위기가 증가하면서(민감도가 늘면서) 글로벌 본사에서 위기관리팀이라는 것을 만들어 해외 지사에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팀을 파견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팀 파견제도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이 있습니다만, 글로벌 본사 직원들이 아무리 위기관리 전문가라 해도 문제 발생 이후 국내에 입국해 지사 위기관리팀과 협업한다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었습니다. 글로벌 본사와 대응 미팅 시 애를 먹었던 시차나 현장 감각 공유 부담이 좀 줄었다는 것 밖에 큰 개선은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글로벌기업이 위기발생 시 상당부분 대응역할을 로컬 자체에 권한이양(empowerment)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해외 지사내 의사결정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중적 위기관리 훈련과 시뮬레이션 경험을 제공하고 있지요. 훈련받은 경험 있는 경영진이 글로벌본사의 기존 원칙에 따라 해외지사에서 초기 대응 전반을 손수 지휘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속적인 본사와의 교감은 있겠지요. 이는 소위 ‘지휘자의 의도(commander’s intent)’ 개념에 기반한 체계인 만큼 여러 진전은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위기관리를 하는 여러 경영진과 실무팀장이 가지는 고민은 대부분 유사합니다. 부정 이슈나 위기발생 시 적시대응이 어렵다. 본사 가이던스가 너무 강력해 적절한 메시지를 내기 어렵다. 기자의 추가질문이나 자료요청에 응대가 거의 불가능하다. 국내기업처럼 이해관계자 스킨십이나 수면하 대응이 정책적으로 불가능하다 등 여러 고민이 비슷비슷합니다.

글로벌 본사가 수십년간 위기관리 체계에 대하여 여러 고민을 하며 이런 저런 시도와 개선을 꾀한 것 처럼, 로컬에서 관련 업무를 하는 구성원들도 깊은 고민을 통한 나름의 개선 시도를 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로컬 경영진이 국내 상황과 변화를 들여다보며 얼마나 스스로 깊이 고민하고 예방 또는 대비를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십시오. “글로벌 기업이라 이슈나 위기관리는 그런 식으로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게 현실이니 결과가 어떻든 충실하게 그에 따르면 됩니다.”는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순수한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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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2025 0 Responses

대표님이 위기관리를 잘 몰라요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42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요즘 저희 업계에서 여러 이슈와 위기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무진들은 매일 상황을 모니터링 하니까 저희 회사에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겠다 하며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희 대표와 경영진들이 위기관리를 잘 모른다는 거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제 경험상 실제 기업 내부의 상황을 보았을 때, 실무자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경우 십중팔구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핵심 원인이었습니다. 실무자는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반대로 대표와 경영진은 현재 실무자들이 어떤 우려를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상호간 오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 대표와 경영진은 자사 이슈과 위기에 대하여 거의 매일 매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관심이 없다는 것은 실무자들처럼 매일 노심초사하지 않는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른 것입니다. 대표와 경영진이 매일 의사결정하는 내용 속에도 이슈나 위기관리 영역이 들어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그런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거나 미루었다면 실제 이슈나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떤 경영자는 하루 하루가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의 연속이라고 고민을 토로합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대두된 문제를 그때 그때 해결하려 의사결정하는 그룹의 사람들이 경영진입니다. 그들을 문제해결자(problem solver)로 부르는 이유가 그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현재 실무진의 생각이 완전하게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 실무자들이 고민하고 실행해야 하는 위기관리와 대표와 경영진이 해야 할 위기관리의 모습과 영역이 약간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그 둘 간의 다름이 합쳐져 완전한 전체를 이루게 됩니다.

그러한 완전한 전체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리고 운용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함께 자사 이슈와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어야 합니다. 함께 모여야 위기관리가 시작된다는 위기관리 명언이 있습니다. 서로 사일로로 나뉘어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면 전사적 위기관리는 불가능 할 뿐입니다.

이제 부터라도 함께 모여 자사 이슈와 위기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세션을 개최해 보십시오. 대표가 생각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경영진이 우려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실무자들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서로 확인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들이 여러 번 반복되어 이어져야 자사만의 ‘위기관(위기를 보는 시각)’이 생기게 됩니다. 정해진 ‘위기관’이 제대로 공유되어 있다면 실제 위기 발생 시 대응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위기냐 아니냐는 지루한 토론을 단박에 건너뛰게 되기 때문입니다.

공유된 위기관을 가진 기업은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고 정확합니다. 평소 고민했던 위기에 대한 솔루션을 그대로 실행하게 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집니다. 우리가 ‘미리 준비한 듯 빠르고 적절하게 대처했다’고 평가하는 케이스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우수한 결과는 평소 함께 모여 앉아 이야기하는 사소한 노력들에 기반합니다. 지금이라도 모여 앉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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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2025 0 Responses

모른다고 하면 창피한 거 아닌가요?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41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한 기자가 저희 대표께 직접 전화해 민감한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대표께서 해당 내용에 대해 잘 모르셔서 아는 범위 내에서만 답하셨다고 합니다. 홍보실에서는 그 답도 하지 않으셨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대표께서는 잘 모른다 답하면 창피하지 않느냐 하시는 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대표라고 하셔도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에 더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에는 아는 부분을 전부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 맞고요. 이는 정직함이나 성실한 질문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업의 수장으로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것이지요.

기업의 전략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허심탄회’입니다. 허심탄회라는 말은 전략이 없고, 준비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대상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부부나 가족끼리도 허심탄회가 통하는 기회는 극히 드뭅니다. 언론에게 허심탄회 한다면 더욱 말이 안 되지요.

대표께서 자신이 모른다고 하면 기자가 자신을 무능력하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아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기자에게 창피를 당하기 싫다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시 생각 해 보시지요.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언론에 말씀하셨다가 겪을 수 있는 창피와 모르는 것을 모른다 말씀하셔서 겪을 창피 중 어떤 창피가 더 심각한 것일까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기자들도 대표께서 잘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칫 그 말을 믿고 기사를 썼다가 추후 오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아는 것처럼 했던 대표의 답변이 곧 골치 아파지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좋아할 기자는 없습니다.

기자는 대표의 답변이 좀 의심스럽다고 하면 다른 소스를 통해 크로스체크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최초 대표의 답변이 잘 모른 채 대충 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진짜 대표께서 우려하셨던 창피함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해당 대표의 말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지요.

기자에게 하는 답변은 정확해야 합니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답변입니다. 창피 당하지 않고 싶다면 미리 다양한 팩트를 숙지해 모르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없애 가면 될 것입니다. 그 때에도 기억하셔야 할 것은 아는 것을 다 말할 필요는 없다는 원칙이고요.

알면서 답변을 피하는 것과 몰라서 답변을 못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신중한 대표님들은 대부분 알면서 답변을 피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습니다. 그 준비를 위해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해야 할 메시지과 하지 않아야 할 메시지를 나누어 관리해 놓기도 합니다.

이를 포함해 모른다는 말씀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시거나 창피 해 하지 마십시오. 기자의 질문을 잘 듣고 모른다는 말씀을 하실 때에는 이런 메시지를 기억하십시오.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깊이 파악하고 있지 못해서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기자가 계속 답을 원한다면 이렇게 말씀하십시오. “저에게 조금 시간을 주시면 좀더 확인해 보고 추후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라도 벌어 놓으시면 성공입니다. 전략적인 메시지를 구성할 수 있는 시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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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2025 0 Responses

위기 시 정직 하라는 의미는?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4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 상황을 아시겠지만, 여기저기에서 정신없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격을 해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근거 없는 것들이지만, 일부는 실제 팩트가 있는 것들이라 대응에 있어 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정직 하라’는 위기관리 원칙이 있다고 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기업이나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순 개인이 하는 커뮤니케이션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면이 있습니다. 기업이나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을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라 하는데, 이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해당 기업이나 조직만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이 확실하게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이야 이렇게도 저렇게도 커뮤니케이션 해보고 실수도 해보고 하면서 비교적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 해도 되지만, 기업이나 조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슈나 위기관리도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이 어떤 잘못이나 실수를 저질렀을 때에는 ‘정직 하라’는 조언이 인간적으로 훌륭한 조언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이해관계자와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기업이나 조직의 경우 ‘정직 하라’는 조언은 개인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당연히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개인이 정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와 기업이나 조직이 정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에는 그 각각의 결과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 정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해서 기업이나 조직이 이슈나 위기관리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여러 문제가 있고 이해관계 상당부분이 무너져 내리기는 했지만 참 정직한 기업(조직)이구나” 하는 평가가 현실적이지는 않다는 것이지요.

기업이나 조직에게 조언으로써 ‘정직 하라’는 의미는 구체적으로 몇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일단 ‘제3자 검증이 가능한 내용에 대해서는’ 정직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제3자 검증이 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조금만 파면 실제 팩트가 드러나게 되는 상황의 성격을 의미합니다. 조만간 확실한 팩트가 드러나게 되는 경우, 그 직전에 행한 거짓말은 해당 이슈나 위기관리의 실패와 직결되는 행동이기 때문에 경계하라는 것입니다.

‘정직 하라’는 조언의 또 다른 전제는 팩트는 문제없어도 다양한 이해관계자 시각이 대부분 문제라고 이야기 할 때, 좀 더 정직하게 또는 정직 해 보이게 커뮤니케이션에 임하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상황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공감입니다. 팩트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이해관계자 시각을 이해하고 공감을 극대화하여 함께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이슈나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공감을 적극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고 자신의 정당함 만을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해당 기업이나 조직은 정직하지 못한 것으로 비춰지므로,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자는 것입니다.

또 다른 ‘정직 하라’는 조언의 전제는 이전에도 정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했으면 이번에도 정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분부입니다. 신뢰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훌륭한 문제해결 자산입니다. 한번 정직했다면 계속 정직하게 인식되어야 합니다. 때에 따라 정직성을 이리 저리 달리 해석하면 그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스스로에게 남아 실패 자산으로 쌓이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직 하라’는 조언을 해석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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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2025 0 Responses

사적인 통화를 기사화해도 되나요?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39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고위 임원분이 지인 기자와 통화를 하다가 최근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짧게 코멘트한 것이 있었는데, 그게 오늘 아침 기사화되어 회사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분께서는 그 기자에게 소송을 하겠다면서 대노하셨는데요. 기자가 그렇게 사적 대화를 기사화해도 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자와의 대화에 대하여 여러 번 강조 드렸지만, 해당 임원께서 현재 대노하시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확인해 보았으면 합니다. 자신이 기자에게 한 말이 정확하지 않게 기사화되었기 때문에 화를 내시는 건가요? 아니면 굳이 그 말을 왜 기자가 기사화 했는지에 대해 화를 내시는 건가요?

질문을 들어보면 임원이 대노하시는 이유는 두번째 이유 때문인 듯합니다. 자신이 기사 내용을 그대로 말씀하시기는 하셨지만, 기자가 그걸 그대로 기사화 할지는 몰랐다. 어떻게 기자가 그럴 수 있으냐, 분명 그 대화는 사적인 것이었는데 개인적 신의나 공적 윤리를 저버린 것이다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 질문입니다. 회사는 왜 그 분의 말이 기사화되니 발칵 뒤집혔나요? 그 기사가 부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기사에 담긴 말이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서 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여기에서도 회사가 위험에 처한 것은 두번째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종합해 보면 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내용의 메시지를 해당 임원이 기자에게 전달했고, 그것이 기사화되는 바람에 회사가 곤경에 처한 상황입니다. 회사가 실질적 피해를 입기 시작했기 때문이겠지요. 그 피해를 초래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사 고위임원이 기자에게 문제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이번 이슈의 핵심 원인일 것입니다.

그 외에 기자가 어떻게 사적 대화를 기사화 할 수 있느냐고요? 그것은 언론 윤리나 법적 분야에서 따져야 할 주제일 뿐, 회사가 현재 따져야 할 금번 이슈의 핵심 원인이 아닙니다. 그 시시비비를 따진다 해서 자사가 앞으로 회사가 받게 될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킬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자가 국민이나 이해관계자 알권리를 내세우게 되면 이의를 제기해서 얻는 득보다 실이 더 많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부정 이슈가 발생되면 정확하게 핵심 원인과 관리 방식을 확인해 정의해야 합니다. 이번 이슈에서는 해당 임원의 부적절한 행동이 회사의 피해를 초래한 핵심 원인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정의해야 다시는 유사 이슈가 발생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해당 임원은 문제가 없고, 기자가 문제 있었던 이슈라고 내부에서 정의한다면 비슷한 이슈는 재발되고 반복될 것입니다.

“내일 아침 신문기사로 잃기 싫은 이야기는 기자에게 하지 말라.” “우리의 의사결정 내용이 자세하게 내일 신문에 실려도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 오프더레코드(off-the-record)란 없고, 기자에게 한 모든 메시지는 모두 온더레코드(on-the-record).” “경영자는 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야 할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명언들이 있습니다.

기자를 탓하지 마십시오. 기자는 기자가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한 것뿐입니다. 반대로 해당 임원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 내지 못했습니다. 고위 임원으로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위험하게 기자와 말을 섞었던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원인과 책임을 정확하게 규명해야 유사한 이슈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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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2025 0 Responses

사회적 목소리를 내면 안 되나요?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38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해외 서적을 보면 기업이 사회적 또는 정치적 목소리를 내 주는 것이 오히려 기업 명성이나 브랜드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래서 저희도 사회적 목소리를 좀 내는 것이 어떨까 계획 중입니다. 다양한 사회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서도 좋겠고요. 괜찮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우리나라 기업들 사이에서 약간 혼동이 있는 개념이 이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이 목소리(voice)를 내는 것에 대해 다양한 조언을 하고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기업에게 기본적 혼동이 있어 원래 지향했던 바를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기업이 착각하는 것이 이 ‘목소리’ 개념에 있어서 화자가 누구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목소리’라고 하면 누군가 화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인데요. 해외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목소리’의 화자는 기업과 브랜드를 의미합니다. 사람이 아닌 기업이나 브랜드가 어떻게 목소리를 내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텐데 이 부분이 혼동의 시작이 됩니다.

더 나아가 ‘목소리’를 해당 기업의 오너나 대표이사가 직접 내는 것이라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기업이나 브랜드의 철학과 의지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메시지가 흘러 넘쳐 오너 또는 대표이사의 입으로도 동일한 메시지가 목소리화 되는 것은 상당히 이상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기업이나 브랜드의 사회적 메시지를 오너나 대표이사만 주로 내는 것은 한번 생각해 볼 주제입니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목소리는 잘 보이지 않는 반면 오너나 대표이사의 목소리만 가득하다면 이는 효과나 방향성에 있어 의문이 드는 실행입니다. 이와 같이 목소리를 내는 주체에 대한 혼동은 첫번째 문제입니다.

두번째 혼동은 공적 메시지와 사적 메시지에 대한 것입니다. 공적 메시지란 기업 내부에서 합의된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반면 사적 메시지는 개인이 스스로 정한 메시지를 의미하지요. 기업 내에서 합의된 메시지는 개인의 사적 메시지보다 절대적으로 안전합니다. 그 합의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논의와 검증을 거친 것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에 비해 사적 메시지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 오너나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소셜미디어 등에 사회적 메시지를 피력하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 메시지가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기업 내부에서 이미 합의된 메시지라면 그 메시징은 전략적인 공적 메시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개인의 그 소셜미디어 메시지가 전혀 합의되지 않은 순수한 개인의 메시지 일 경우 발생됩니다. 기업은 기업 오너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기업의 생각이 곧 기업 오너의 생각이라고 보아서도 안 됩니다. 공적 메시지와 사적 메시지간의 자발적 분별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꼭 필요하다면 기업이나 브랜드가 사회적 목소리를 내게 하시기 바랍니다. 기업 오너나 대표이사는 그 목소리를 일관되게 따라 가고, 사회적 흡수력을 높여 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 순서를 혼동하여 반대로 가게 하지 마십시오. 그에 더해 자신의 개인적 목소리를 기업과 브랜드의 목소리로 혼동해서도 안 됩니다. 그건 그렇고, 혹시 자신의 목소리는 그저 개인의 목소리일 뿐, 자신의 기업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는 오너나 대표이사님은 안 계시겠지요? 설마 아직도 그런 분이 계실 리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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