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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 부터 청와대 그리고 행정자치부등으로 부터 국가적 차원의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일을 용역받아 하고 있습니다.
모든 AE들이 그렇듯 새 클라이언트가 생기면 그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에 대해 스터디를 많이 하는 것 처럼 ‘국가적 차원의 위기관리’에 대한 자료들과 정보들을 모으고 읽고 하면서 어느정도 감을 잡아 나가고 있습니다.
정부나 우리 회사나 할 것 없이 미국은 언제나 가장 확실한 벤치마킹의 대상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하는가? 국가적 위기관리에 대해 어떤 체계를 가지고 관리해 나가는가가 주요 관심사입니다.
벤치마킹의 결론은 바로 이렇습니다. “그들에게는 체계가 있다.” 단순하지요.
반대로 우리나라에는 “체계”라는 것이 없던 것입니다.
마치 비유를 하자면 미국의 국가적 위기관리 체계는 “각각의 분야에서 우수한 군인들을 하나씩 모아 놓은 특공소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저희는 “특전사, 방위, 공익, 여군 등등이 섞여 있는 자위소대”의 분위기와 같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제가 미국 대학원 시절에도 실제로 겪은 일이었습니다. MBA쪽 코스를 듣는 동안에 전략경영 팀 프로젝트가 과제로 떨어졌습니다. 7명의 학생이 한팀이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처음 모여 5분도 지나기 전에 프로젝트 진행 일정을 도출하고 서로 서로 각자의 분야를 맡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팀장이 누구인지도 정하지 않았는데도 팀멤버들은 서로의 전문분야를 이야기하면서 “이 부분은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내가 하도록 할께”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면 다른 녀석들은 “그래 동의해. 그럼 나는 이 부분을 책임질께”하면서 회의를 끝냈습니다. 저는 마지못해 “그럼…이건 내가하마.”했지요. 다른 외국친구들왈 “OK, the end”
그 후 3주후 통합 미팅을 하고나서 그 다음주 중간고사 발표를 들어 갔답니다. 각자 자신의 분야를 나누어 PT를 하니 훌륭한 하나의 보고서가 되어 있었지요. 덕분에 A-라는 비교적 훌륭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고 저나 다른 팀원들은 서로에게 고마워 했습니다.
미국의 국가적 위기관리 시스템도 바로 이런 모양입니다. DHS(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가 새로 생겨나면서 FEMA(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를 통제하는 옥상옥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이번 허리케인 이사벨의 관리체계를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FEMA 사람들은 “그냥 한명의 보스가 더 생겼을 뿐”이라고 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야기에는 자기 자신만의 특수한 분야가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 나옵니다.
이번 허리케인 이사벨의 관리 체계를 한번 살짝 보면 DHS-FEMA-미육군(ARMY)-해안경비대-적십자 등이 팀워크를 이룬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FEMA의 연방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된 모습 그대로입니다.
FEMA, 미육군, 해안경비대, 적십자가 허리케인 이사벨이 오기 몇주전 부터 함께 모여 자신 각자의 분야별로 업무를 분장하고 대빝책을 세웠습니다. DHS와 FEMA는 이들이 충분히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와 지원을 제공합니다.
허리케인이 미국동북부에 상륙하기 하루전 이들을 인터뷰 한 기사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We are ready” “준비됐다.” 허리케인을 맞을 준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글을 읽을 때 우리나라에는 이미 매미가 지난간 뒤였습니다. “준비됐다…….” 위기관리를 공부하고 일하면서 이 말처럼 아름다운 말이 또 어디있을까….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의 위기관리 체계의 현황을 보면….수십개의 관련부처 (실제로 일하는 곳들이 아닌 보고받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려는 부처들)이 수십개 그리고 그 보다 더 많은 관련 법규들 (법규들이 많다는 의미는 그만큼 진짜 필요한 법규는 없다는 의미입니다.)이 서로 얽히고 섥혀서 트래픽잼을 이루고 있습니다.
과학적인 예측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핵심 기획 관리 부처를 만든다고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사실 수많은 자원봉사단체들과 인력활용이 가능한 담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를 하나의 핵심으로 통합활용하는 데는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또한 그들 각각의 전문성에도 많은 과제가 있습니다.
저는 그 이전에 우리나라에는 ‘시스템’에 대한 마인드가 언제쯤 싹이 트고 일반화가 될까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그 이전에 “위기관리”에 대한 위기의식이 언제쯤 만들어져 공유가 될 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이런 생각 없이 문서로 체계를 만드는 것은 모래위의 성과 같습니다.
어제 뉴스에 보니 또 농협과 새마을 금고가 털렸더군요. 아가씨들 3명이 조촐하게 앉아 일하는 새마을금고에 강도가 안들어 오는게 이상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죠. 강도 사건이 이정도 밖에 없으니… 최근 수십번의 은행강도 사건이 일어 났고 그 중 대부분이 경비력이 허술하거나 전무한 금고와 농협에서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금고나 농협에서는 ‘경비력 강화’라는 대책을 안세우고 있습니다. “혹시 우리 지점이..”하는 것이지요. 이런 현실에서 누가 누구를 탓하고…뭐가 잘 못됬다 잘됬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인들과 위기는 오랜된 친구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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