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지금 이슈는 홍보실에서 볼 때 현상황에서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여러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윗분들께서는 계속 소통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이슈나 위기 발생 시에는 무조건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 하시네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지난 십여 년간 여러 서적이나 교육 프로그램에서 ‘소통(疏通)’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소통만이 살길이다. 소통으로 이슈나 위기를 관리해라. 소통이 전략이다 등 여러 주장과 조언이 생겨났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많은 기업 경영자들이 일종의 ‘소통강박’에 빠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소통을 강조하곤 합니다.
소통의 의미를 사전에서 살펴보면, 소통이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communication과 같은 의미랍니다. 얼핏 보면 아주 당연하고 쉬운 개념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문제는 ‘뜻’입니다. 그 ‘뜻’ 즉, 이슈나 위기 시 기업이 소통하고자 하는 ‘뜻’이 가장 어려운 소통의 장애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슈나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에는 사과, 진정성, 해명, 억울함, 비장함, 개선 의지, 재발방지의지 등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업의 ‘뜻’을 접하는 대상들에게도 각자의 ‘뜻’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업의 ‘뜻’과 그 대상의 ‘뜻’이 다르거나 어긋나는 경우에는 ‘소통’이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 소통이 곧 고통으로 변하는 이유이죠.
그런 고통스러운 소통 시도가 반복되며, 새로운 오해가 생겨나며, 고통이 점점 더 심각 해 지는 실제 상황을 여러 번 목격하셨을 것입니다. 소통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소통은 되지 않는 것이 기본(default)이라 보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생각입니다. 특히 첨예한 분노, 경악, 실망, 오해, 추측, 억측, 공격성 등이 수면위로 떠 오르는 이슈나 위기 상황에서 소통이란 성공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을 그래도 어느정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럼 어떤 전제가 필요할까요? 당면한 이슈와 위기에 대한 기업의 입장이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의미에 기반해야 합니다. 그 입장자체가 소통 대상인 사람들의 시각과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평시 사회적으로 올바른 의미에 기반한 행동을 하는 것에 익숙해 있어야 합니다. 기업문화나 철학이 실질적이고 완전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그런 경우 불행하게 이슈나 위기에 휘말리더라도 기업이 소통을 통해 오해를 없애는 것이 보다 수월하게 됩니다. 소통 방식이나 기술 등은 그 다음이죠. 전략도 마찬가지고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현재 홍보실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주저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에는 상당한 전략적 판단이 기반해 있을 것이고요. 무조건 소통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습니다. 있을 수도 없습니다. 무조건이라는 전제가 들어 있다면 뭐든 의심해야 합니다. 소통하지 않는 것도 소통입니다. 전략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소통을 잠시 미루거나 상황을 보며 하지 않는 것도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일단 소통강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전략이 보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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