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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의 실수로 벌어진 위기인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번 사건도 그렇습니다. 이건 엄연히 저희 직원이 직무상 실수를 해서 발생된 사건입니다. 그에 대해서 회사가 해당 직원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 내부적으로 조치를 했고, 대표께서도 도의적으로 사과를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계속 회사를 비판하는데요.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먼저 조금 냉정한 말씀부터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느끼시는 억울함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실수한 직원에게 책임을 물었고, 대표께서 도의적 사과까지 하셨는데도 비판이 이어지니 심하다 느끼실 만합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위기의 책임은 실수한 그 직원 개인보다 오히려 회사 쪽이 더 큽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을 회사가 놓치고 있기에 비판이 잦아들지 않는 것이지요.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James Reason)이 제시한 ‘스위스 치즈 모델(Swiss Cheese Model)’이라는 유명한 사고 이론이 있습니다. 큰 사고가 터지면 사람들은 대개 실수한 한 사람을 찾습니다. 그러나 대형 사고는 결코 한 사람의 실수만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조직에는 여러 겹의 방어선이 있습니다. 설계, 검수, 결재, 교육, 감독, 그리고 조직문화까지. 마치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를 여러 장 겹쳐 놓은 것과 같지요. 평소에는 한 겹이 뚫려도 다음 겹이 막아 줍니다. 그런데 이 구멍들이 어느 순간 일직선으로 정렬되는 순간, 위험은 그대로 관통해 사고로 터지고 맙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입니다. 사고가 최일선 담당자의 손에서 터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검수와 결재, 교육과 문화라는 방어선을 ‘모두 통과한’ 결과라는 사실입니다. 한 사람의 순간적 실수 뒤에는, 그 실수를 걸러내지 못한 여러 겹의 구멍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 구멍들은 대개 경영진의 판단과 조직문화 속에 오래 잠복해 있던 ‘구조적 결함’입니다. 다시 말해 직원은 방아쇠를 당겼을 뿐, 그 총에 실탄을 채우고 안전장치를 풀어 둔 것은 회사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위기관리는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누가 실수했는가’를 찾는 데서가 아니라, ‘왜 우리의 방어선들이 한꺼번에 뚫렸는가’를 묻는 데서 시작됩니다. 전자는 실수한 직원 한 사람을 징계하고 대표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끝나지만, 후자는 회사의 시스템 그 자체를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지금 공중이 비판을 거두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압니다. 이번 사건이 ‘어쩌다 한 직원이 저지른 일탈’로 정리되는 순간, 똑같은 사고가 언제든 다시 일어나리라는 것을 말이지요.

    이번 위기를 우연이나 개인의 일탈로 정의해 버리면, 문제의 핵심인 내부 체계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습니다. 구멍 뚫린 치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다음 사고는 예정된 수순이 되지요. 반대로 회사가 ‘이것은 우리 시스템의 문제였다’고 직시하고 그 방어선을 하나하나 손보기 시작할 때, 비로소 비판은 잦아들고 신뢰는 회복의 길로 들어섭니다.

    직원의 실수를 감싸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 실수를 개인의 것으로만 돌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최일선의 실수를 걸러내는 것이 바로 회사의 체계이고, 그 체계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 경영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억울함을 잠시 내려놓고 회사가 스스로 더 큰 책임을 지겠다고 나설 때, 그 위기는 비로소 반복의 고리를 끊고 관리되기 시작합니다.

  • 무조건 소통을?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지금 이슈는 홍보실에서 볼 때 현상황에서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여러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윗분들께서는 계속 소통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이슈나 위기 발생 시에는 무조건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 하시네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지난 십여 년간 여러 서적이나 교육 프로그램에서 ‘소통(疏通)’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소통만이 살길이다. 소통으로 이슈나 위기를 관리해라. 소통이 전략이다 등 여러 주장과 조언이 생겨났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많은 기업 경영자들이 일종의 ‘소통강박’에 빠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소통을 강조하곤 합니다.

    소통의 의미를 사전에서 살펴보면, 소통이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communication과 같은 의미랍니다. 얼핏 보면 아주 당연하고 쉬운 개념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문제는 ‘뜻’입니다. 그 ‘뜻’ 즉, 이슈나 위기 시 기업이 소통하고자 하는 ‘뜻’이 가장 어려운 소통의 장애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슈나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에는 사과, 진정성, 해명, 억울함, 비장함, 개선 의지, 재발방지의지 등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업의 ‘뜻’을 접하는 대상들에게도 각자의 ‘뜻’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업의 ‘뜻’과 그 대상의 ‘뜻’이 다르거나 어긋나는 경우에는 ‘소통’이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 소통이 곧 고통으로 변하는 이유이죠.

    그런 고통스러운 소통 시도가 반복되며, 새로운 오해가 생겨나며, 고통이 점점 더 심각 해 지는 실제 상황을 여러 번 목격하셨을 것입니다. 소통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소통은 되지 않는 것이 기본(default)이라 보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생각입니다. 특히 첨예한 분노, 경악, 실망, 오해, 추측, 억측, 공격성 등이 수면위로 떠 오르는 이슈나 위기 상황에서 소통이란 성공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을 그래도 어느정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럼 어떤 전제가 필요할까요? 당면한 이슈와 위기에 대한 기업의 입장이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의미에 기반해야 합니다. 그 입장자체가 소통 대상인 사람들의 시각과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평시 사회적으로 올바른 의미에 기반한 행동을 하는 것에 익숙해 있어야 합니다. 기업문화나 철학이 실질적이고 완전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그런 경우 불행하게 이슈나 위기에 휘말리더라도 기업이 소통을 통해 오해를 없애는 것이 보다 수월하게 됩니다. 소통 방식이나 기술 등은 그 다음이죠. 전략도 마찬가지고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현재 홍보실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주저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에는 상당한 전략적 판단이 기반해 있을 것이고요. 무조건 소통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습니다. 있을 수도 없습니다. 무조건이라는 전제가 들어 있다면 뭐든 의심해야 합니다. 소통하지 않는 것도 소통입니다. 전략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소통을 잠시 미루거나 상황을 보며 하지 않는 것도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일단 소통강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전략이 보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모르는 게 문제다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해야 당면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 지 기업은 이미 알고 있지만, 실제로 관리 활동을 실행하지 ‘않아서(did not)’ 위기관리에 실패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는 있지만, ‘할 수 없었다(could not)’의 의미인 경우도 있다.

    흔히 기업에서는 임직원이 위기관리를 공부해야 한다 알아야 한다. 위기관리를 알면 좀 더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기업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위기관리를 임직원이 모르고 있다는 선입견은 버리자.

    기업내에서 임직원이 미처 모르는 것이 있다면, 왜 위기관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와 하지 못했는 지에 대한 이유다. 몰라서 못했다면 차라리 문제 해결은 단순하다. 그러나, 알면서도 그랬다면 해결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업 임직원은 왜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었을까? 알면서도 왜? 그 몇 가지 대표적 이유를 꼽아보자.

    내 담당업무가 아니기 때문

    나의 담당 업무는 마케팅이다. 나는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나는 생산기술쪽을 맡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는 임직원에게 “그렇다면 위기관리는 누가 담당하고 있습니까?”하고 물으면 대부분은 서로를 쳐다본다. 딱히 정해진 부서가 없다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그에 더해 다른 기업은 어떻게 담당부서가 정해져 있는지를 묻는다. 위기관리는 누가(who)에 대한 규정이 체계 구축의 가장 첫 단추다. 모두가 알고 있어도, 아무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이유가 내 담당업무가 아니 라서 라면 문제다. (사실 반대로 아무나 애사심으로 나서서 위기관리 업무를 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

    평소 위기관리 주제에 대한 업데이트 부실

    어떻게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은 스스로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발생된 위기 유형은 생전 처음보는 기괴한 것이라 위기관리를 하지 못 했다 거나 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 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위기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개념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의 전례나 유사사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자사에게 다가온 위기의 모습이 항상 새로워만 보인다면 그게 문제다.

    그때 그때 다른 회사의 대응 기조

    정해져 있는 대로 실행하는 것이 잘 된 체계의 특징이다. 회사 철학과 원칙이 이슈나 위기 시에도 일관성을 품고 공유된다면 그 보다 잘될 관리 활동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때 그때 위기에 따라 회사의 대응 기조와 방식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자발적으로 전량 리콜을 했는데, 이번에는 부분적으로 A/S를 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위기관리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도, 기준이 달라지니 대체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추어야 할지 임직원들이 주저한다. 이해관계자와 공중들은 더욱 더 이해를 어려워한다. 어리둥절 하면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하는 이유다.

    문제 소지가 있는 관행, 경쟁우위, 경쟁력의 비밀

    미리 이슈나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회사를 지금까지 생존하게 했던 뿌리 깊은 관행과 경쟁우위, 경쟁력의 비밀 자체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라면 대부분은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그 문제성 관행 등의 뿌리를 사전에 뽑아 낸다면, 그것이 회사에게는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이 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몇 년에 한번 위기를 넘기면서 생존하는 것이 사전적으로 무리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경영적 판단이 있기도 하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모두가 함께 하지는 않음

    체계라는 것은 여러 사람이나 부서가 함께 만들어 합을 맞추며 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위기관리 체계를 들춰보면, 어느 한두 부서만 위기를 관리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 외 부서들이 명목상으로는 지원 또는 협업하게 되어 있지만, 그렇게 체계가 쉽게 가동되지는 않는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부서에게는 항상 의사결정 지연, 인력 부족, 예산 부족, 정보 부족, 시간 부족의 현상이 고질적으로 주어진다.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를 스스로 귀찮아 하고, 과잉 체계라고 생각하는 한은 알면서도 하지 않고, 못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위기대응을 하기는 하는데, 한 것은 없음

    이상한 현상이다. 무언가 위기관리라고 해서 열심히 여럿이 실행을 하기는 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이어 가장 중요한 실행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위기관리 대응의 우선순위에 대한 정리와 그에 따른 효과적 실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비유 중 ‘목욕탕 욕조가 넘치려고 할 때, 가장 시급한 대응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넘칠 물을 닦아낼 마대자루를 준비하거나, 물을 덜어 낼 바가지들을 구하러 다니는 실행이 일어난다. 대응의 우선순위와 컨트롤타워에 대한 의미이기도 하다.

    비선의 크리에이티브로 인한 혼동

    기업이 대형 위기를 경험하게 되면 어디에서 누군가가 나타난다. 직간접적으로 VIP와 관련되어 있는 비선라인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 그들의 특징은 심각한 이슈나 위기 대응에 있어서 창조적인 접근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조언한다는 점이다. 경험 있는 실무진들이 우려할 만한 대응 제안을 하고, 그 중 일부는 VIP의 지시에 의해 실행에까지 옮겨 지게 된다. 실무진에게는 외부 이슈나 위기에 더해 역으로 내부 위기까지 발생해 버리는 상황이 추가되는 셈이다. 제대로 역할을 하는 실무진은 이런 경우 무리한 실행으로 인해 실질적 실행의 정지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것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지루한 의사결정의 연장

    실무진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 인력의 개인별 경험에 따라 전문성이나 역량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위기를 맞아 무엇을 할지 몰라 어리둥절 만 하는 실무진은 그리 많지 않다. 단,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지시가 정해져 내려올 때까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실행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의사결정이 신속 정확하게 하달되어진다면, 실무진은 그에 따른 실행을 즉각 해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반대로 의사결정이 길어지고, 자주 번복되며, 지연된다면 실무진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제한된다. 타이밍을 완전하게 놓친 대응은 대부분 사후에 무능이나 무력함으로 평가받는다.

    의사결정 주체의 실종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지만, 의사결정 주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제대로 내부에서 가시화되지 않는 경우에는 더 큰 문제를 만든다. 평시에는 자유롭게 의사결정 하던 VIP께서 위기시에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시는 경우도 있다. 의사결정 하시는 VIP께서 공개된 방식 보다는 매우 한정적인 대상을 통한 일방 하달에 익숙하신 경우도 있다. 실무진에서는 VIP의 의도나 의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한다. 의중에 대한 해석도 분분 해 진다.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데, 그것이 VIP가 보실 때 정확한 것인지 알기 어려워 대부분의 실행에 자신 없어 한다. 사후에도 내부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각자가 각자의 위기관리를 함

    부서들이 함께 체계를 맞추는 것은 이상적이고 권장할 만한 것이지만, 체계라고 해서 여러 부서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거나 심지어는 하고 싶은 위기관리를 중구난방으로 하는 것 또한 실패의 주된 원인이다. 일부 경우에는 부서의 역할까지 침범하며 중복된 실행을 각자가 하기도 한다. 흔히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런 심각한 문화 속에서는 컨트롤타워도 그 의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누가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 내용을 스스로 모르는 현상이다.

    대응 기조를 계속 변경함

    이는 대부분 VIP의 의중이 자주 변화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초기에는 전격 사과를 했으나, 계속해서 논란이 커져가자, 법적 대응을 발표하는 경우가 전형적이다. 이후 언론과 여론에서 일관성 없는 대응 기조에 대해 비판을 하니, 자사 대응 기조를 다시 바꾸어 기자회견을 하거나 새로운 사과문을 올려 다른 실행을 더 한다. 그 이후에도 공격적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송도 하고, 창의적 개선책을 발표하기도 하며 말그대로 누더기 관리를 실행한다. 내부 임직원은 어떻게 해야지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를 알고는 있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회사의 의사결정 때문에 침묵한다.

    내부 정치적 현실 때문

    위기관리에 있어 VIP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해결 의지 그리고 위기관리를 관통하는 그분의 의중을 정확하게 내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 위기관리의 성공 가능성은 극대화된다. 반면, VIP의 그러한 위기관리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실한 경우에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생산된다. 아무리 효과적인 위기 대응 전략과 방식이 도출되더라도 VIP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시면 그 실행이 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러시더라도 회사를 위해 꼭 하셔야 한다”고 다시 조언할 수 있는 내부 임직원은 없다. 알고는 있지만 할 수는 없었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의지 없음

    평시의 위기관리도 그렇고, 위기 시 위기관리에 대해서도 사내에서 특별한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의 케이스들도 있다. 이를 선해하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위기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위기임에도 위기를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운이 좋아서 해당 위기가 큰 논란이 되지 않고 사라져 버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런 경우의 문제는 위기관리를 운에만 의지한다는 것과, 아무런 대응 체계나 준비 없이 바라만 볼 때의 경우다. 전략적으로 로우 프로파일한 대응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의지가 없어서 외면하는 위기관리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내부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문제 가능성은 알지만 대부분 침묵한다.

    위기 속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위기를 더 큰 위기로 키우는 것도 사람이다. 이에 맞서서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도 사람이다. 사람끼리의 일이라는 것만 보아도, 우리가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해 전혀 모를 수는 없다. 공감이나 역지사지 같은 개념도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문제가 풀릴지 조금만 함께 예측해 보면 답은 낼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논의를 하다 보면 위기는 관리되기 마련이다.

    문제라면, 그렇게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위기관리를 하지 않게 하고, 하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이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기업의 기업문화, 철학, 원칙, 리더십, 투명성, 체계, 역량, 정무감각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가능한 평소에 위기관리를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환경,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 환경을 적극적으로 찾아내라는 것이다. 그것을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고 공론화해서 개선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가 잘 되지 않을 이유를 빨리 빨리 찾아내자.

  • 사회적 공분에 특효약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경쟁사 지난 케이스를 보면 처음에 인정하고 해결 및 개선책을 마련해 적극 커뮤니케이션 했으면 되었을 상황을 무리하게 키워 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저희 내부에서는 그런 사회적 공분이 발생되면 어떤 대응을 해야 될까 하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특효약이라면?”

    컨설턴트의 답변

    클라이언트와 사회적 공분과 정무감각 관련한 워크샵을 진행하며 느끼는 부분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의외로 일부 의사결정자(관련 지원자 포함) 중 말씀하신 사회적 공분을 두려워하기 보다 자신(들)이 공분(public anger)을 컨트롤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피상적으로 그런 느낌을 가지신다는 것이죠.

    이미 생성된 공분을 자신이 방어하거나 심지어 교묘하게 탈선시킬 수(derail) 있을 것이라 믿는 분도 계십니다. 최소한 자신은 실행 못해도 무언가 또는 어딘가는 그런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수(fixer)를 찾는다고도 하시죠.

    상식적으로 거대한 높이의 쓰나미는 바닷가에 다다르기 전 도망하는 수밖에 없고, 어마어마한 진도의 지진은 오기전 방진 투자 등 최대한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기업의 경우에도, 오랜 나쁜 관행은 재빨리 개선하여 문제의 싹을 자르고, 직원에게 욕설, 막말, 구타를 하는 임원이 아직도 있다면 회사가 즉시 그를 내 보내는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상식적인 대응이 사회적 공분을 미연에 방지하는 유일한 길이죠.

    그러나 일부 의사결정자는 그런 상식을 보며 무언가 너무 밋밋하고, 교과서적이고, (자신들의) 현실과 맞지 않아 보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사회적 공분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보지만, 만에 하나 사회적 공분이 발생되더라도 어딘가는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막연한 믿음으로 별 준비 없이 쓰나미와 지진을 맞아 여럿이 다치고 사라진 이후. 기업내 문제를 현실에서 외면하다 문제 관행과 폭력 임원이 여러 신문, 방송, 온라인을 장식한 이후. 이미 사회적 공분이 생겨버리면 해당 이슈관리 주체에게 가능한 대응 옵션은 매우 제한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 후에 무엇을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을 지는 평소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슈관리 시 사회적 공분에 대해서는 상식적인 생각이 중요합니다. 먼저, 사회적 공분을 평소 두려워해야 합니다. 회사를 넘어 개인인 자신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사회적 공분은 예상하고 사전에 노력해 방지하는 것만이 가능 대응의 99프로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셋째, 일단 사회적 공분이 생겼다면 그 이후에는 생존 뿐입니다. 예상되는 데미지를 최소화하려 모든 것을 아프게 감내해야 하는 단계에 처하게 됩니다. 이때는 죽지만 않으면 성공이라는 의미의 결단만이 유효합니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사회적 공분이 이미 발생되었다면 어떤 약도 효과가 적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사회적 공분이 발생되기 전까지는 자신이 이슈를 관리하는 형국이겠지만, 그 이후에는 사회적 공분이 자신을 관리하는 형국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관리하는가? 관리 당하는가? 그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실제 관행인 걸 어떻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언론이나 공중들은 이런 부분을 문제 삼는데, 사실 이 부분은 업계의 오래된 관행입니다. 법적으로 확실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최근 환경이 바뀌어서 논란이 되는 수준인데, 우리 회사만 나서서 바꾼다고 할 수도 없거든요. 이런 유형은 평소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실제 기업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예전에는 문제가 아니던 것이 이제는 문제가 되는 경우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것이 법적으로 뚜렷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컴플라이언스 차원에서 확실한 중단과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질문대로 그런 영역에 포함되지 않아 더 고민인 것 같습니다.

    자사가 일부러 나서서 선언적인 변화를 하기에는 업계 관행 자체가 더 두드러지게 될 것 같고요. 자사만 혼자 개선이나 변화를 한다고 해서 업계가 따라올 것 같지도 않고요. 반면 홀로 관행을 따르지 않는 경우 자칫 사업 경쟁력에도 연계되는 건이라 고민은 더욱 클 것입니다.

    그렇다고 논란이 될 수 있는 업계 관행을 아무 고민이나 관리 없이 방치한다는 것은 더욱 위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전에도 일부 경쟁사들이 그 관행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에 휘말린 경우도 있었으니 더욱 신경 쓰이겠지요. 업계 전반이 함께 개선의지를 표명하고, 단숨에 그 관행을 포기해 버리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그것도 지금 같은 경쟁상황에서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런 경우 항상 조언하는 것이 있습니다. 경쟁사 사이에서 중간의 위치를 지키라는 것입니다. 사회적 논란과 연계될 수 있는 업계관행을 실행하는 데 있어 적절함을 유지 관리하라는 의미입니다. 업계관행은 일단 크게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면, 각 플레이어들의 과거 관행관련 실행이 전체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런 경우 업계에서 가장 관행에 열심이라는 ‘오명’을 받지는 않도록 적절하게 관리하시라는 조언을 드립니다.’

    해당 관행과 관련하여 불필요한 이슈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민감한 잠재 이슈로 분류하여 지속 관리해 나가야 하는 주제입니다. 정기적 모니터링과 분석을 통해 경쟁사들은 어떻게 그 관행 분야를 핸들링하고 있는지를 벤치마킹 할 필요도 있습니다.

    핵심은 먼저 나가지도 말고, 마지막으로 뒤 쳐지지도 말자입니다. 만약 다수 경쟁사들이 해당 관행에 대한 중단과 개선에 중지를 모은다면, 그런 경우에 있어서도 가장 먼저나 맨 마지막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슈관리에서 중요한 원칙에 “가능한 드러나지 않게 실행하라”가 있습니다. 이는 평시 진행하는 홍보 원칙과는 정반대의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어려워합니다. 업계 민감한 관행에 대해서도 가능한 드러나지 않게 평소 관리하고, 이슈화 되었을 때에도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실행 관리하는 모습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해당 관행의 유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부담이, 그 관행에서 얻어지는 실익을 부쩍 넘어선다면 상황은 금세 바뀌어질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속 관리해 나가면서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중도의 포지션을 가져 가는 것이 이런 유형에 대한 성공적인 이슈관리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일선을 컨트롤하는 것이 불가능한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업종이 좀 특이해서 현장 일선 직원들에 대한 관리와 컨트롤에 불가능한 면이 많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도 있고, 요즘 MZ세대 직원 등이 마구 섞여 있어서 제대로 된 관리 감독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번 사고 때도 그랬고 일선은 컨트롤이 거의 불가능한데, 어떻게 위기관리를 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과 같이 이제는 위기관리에 있어 컨트롤이라는 개념이 상당부분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입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은 어느 부분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을까요? 직원들도 더 이상 회사와 같은 편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원팀이라는 개념까지 붙여가면서 일사불란 함을 강조했지만, 이제 그런 개념은 낡은 것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언론을 컨트롤 할 수 있을까요? 온라인을 컨트롤 할 수는 있을까요? 규제기관을 컨트롤 할 수는? 정부나 의회를 컨트롤 할 수는? NGO와 이익단체들은 어떻습니까? 경쟁사? 노조? 위기 시 기업이 완전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위기 시 유일하게 개념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의 메시지라고 합니다. 제대로 된 메시지를 만들어 커뮤니케이션 하는 노력만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문제는 그런 귀중한 메시지 조차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해 위기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키는 경우입니다.

    일선 직원의 복잡성과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일선 직원에 대한 컨트롤은 완전히 불가능 해 졌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런 현실적 전제를 두고 새롭게 위기관리 체계를 업데이트 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중 우선적으로 업데이트 해야 하는 부분은 ‘관행’입니다. 지금까지는 그 관행이 일선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빨리 깨닫아야 위기관리도 가능하게 됩니다.

    이전의 불투명했던 관행을 최대한 변화시켜 투명한 일선 문화와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준법성이나 윤리성 같은 덕목은 반복해 이야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선 직원 누구라도 문제를 제기했을 때 기업 스스로 우선 떳떳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소한 문제를 제기하는 일선 직원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예측하면서도 사소한 변화를 기하지 않는 기업이 더 이상한 것입니다.

    평시 변화 노력을 통해 위기 시 일선 직원을 컨트롤 하기 보다, 스스로 회사의 위기관리 방식을 따르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보았을 때도 회사의 위기관리 방식이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라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도 엄연한 기업 주변의 이해관계자라고 간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우리끼리’는 없습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생각’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적절하지 못한 위기 대처와 대응 방식은 항상 일선 직원들에 의해 문제화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더 그들 스스로 문제를 먼저 제기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기업이 이런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면 해당 기업은 계속 불투명한 기업, 숨기며 거짓말하는 기업, 나쁜 기업으로만 인식되어질 것입니다. 더 이상 위기 시 일선 직원을 컨트롤 하려 하지 마시고, 그들을 먼저 이해시키고 설득하려 노력하셔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합법적인데 뭐가 문제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는 컴플라이언스가 아주 강력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에 합법성을 지나칠 정도로 따지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최근 여론에 의해 상당히 매도를 당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 이슈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거든요. 왜 저럴까요? 뭐가 문제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예전에는 기업이 법을 준수한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당연히 준수해야 하는 법에 대해서도 관행이나 현실을 따져가며 편법을 쓰거나, 방관하는 행태가 분명 존재하였었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현실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경영자, 직원들이 법을 위반하여 받는 피해가 상당 해 져서 어려워도 법을 준수하는 것이 오히려 이롭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내 컴플라이언스를 상당히 강화하고 강조하며 관리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합법성을 지나치게 따진다고 하셨는데, 그건 분명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시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혼동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기업이 법을 지키는 것은 더 이상 타 기업에 대한 차별적 강점이 되지 않으며, 사회적 정당성까지 의미하지도 않는 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법을 준수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일 뿐입니다. 대단할 것 없고,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당연히 그리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오늘의 기업 위기는 합법성을 따지는 그런 기초적인 수준에서 머무르기 보다는, 적절성에 대한 기준을 따지는 수준에 이미 올라있습니다.

    사회적 여론은 기업의 의사결정과 행위가 과연 ‘적절했던 것인가’를 주로 따지고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합법적이라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것이 적절한 것이었나?’에 답을 해야 하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이 아직 많아 해당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법적으로 문제없다.”라는 주장이 “그렇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와 동일한 의미는 아닙니다. 이미 많은 기업이 사과문이나 해명문에서 “이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사회적 여론(시각)에 대해 고민이 부족했음을 사과드린다”는 표현을 쓰며 ‘적절성’에 대한 기준에도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소위 여론의 법정에서는 실제 법정보다 훨씬 더 높고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힘들어 하는 것입니다. 실제 법정에서는 증거주의가 핵심일 수 있습니다. “내 행위가 법을 어겼다는 증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적절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죄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론의 법정에서는 “그 행위자체가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신은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증거보다 심증과 감정에 주로 기반하는 것이 여론의 법정입니다. 물론 이런 불완전성 때문에 반대로 피해를 입는 기업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여론의 법정이 너무나 불완전 하기 때문에 기업은 더욱 더 여론의 법정에 서지 않으려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예전 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던 마녀사냥은 그 자체로 유무죄 검증이 무의미 한 살인 행위였습니다. 당시 마녀사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누구나 스스로 마녀처럼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일단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면 모두가 죽습니다.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여론감각을 키우며 민감성을 사전 사후에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 위기관리의 핵심입니다. 흔히 주장하는 합법성은 그냥 기본 전제일 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모르는 게 문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해야 당면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 지 기업은 이미 알고 있지만, 실제로 관리 활동을 실행하지 ‘않아서(did not)’ 위기관리에 실패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는 있지만, ‘할 수 없었다(could not)’의 의미인 경우도 있다.

    흔히 기업에서는 임직원이 위기관리를 공부해야 한다 알아야 한다. 위기관리를 알면 좀 더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기업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위기관리를 임직원이 모르고 있다는 선입견은 버리자.

    기업내에서 임직원이 미처 모르는 것이 있다면, 왜 위기관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와 하지 못했는 지에 대한 이유다. 몰라서 못했다면 차라리 문제 해결은 단순하다. 그러나, 알면서도 그랬다면 해결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업 임직원은 왜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었을까? 알면서도 왜? 그 몇 가지 대표적 이유를 꼽아보자.

    내 담당업무가 아니기 때문

    나의 담당 업무는 마케팅이다. 나는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나는 생산기술쪽을 맡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는 임직원에게 “그렇다면 위기관리는 누가 담당하고 있습니까?”하고 물으면 대부분은 서로를 쳐다본다. 딱히 정해진 부서가 없다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그에 더해 다른 기업은 어떻게 담당부서가 정해져 있는지를 묻는다. 위기관리는 누가(who)에 대한 규정이 체계 구축의 가장 첫 단추다. 모두가 알고 있어도, 아무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이유가 내 담당업무가 아니 라서 라면 문제다. (사실 반대로 아무나 애사심으로 나서서 위기관리 업무를 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

    평소 위기관리 주제에 대한 업데이트 부실

    어떻게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은 스스로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발생된 위기 유형은 생전 처음보는 기괴한 것이라 위기관리를 하지 못 했다 거나 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 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위기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개념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의 전례나 유사사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자사에게 다가온 위기의 모습이 항상 새로워만 보인다면 그게 문제다.

    그때 그때 다른 회사의 대응 기조

    정해져 있는 대로 실행하는 것이 잘 된 체계의 특징이다. 회사 철학과 원칙이 이슈나 위기 시에도 일관성을 품고 공유된다면 그 보다 잘될 관리 활동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때 그때 위기에 따라 회사의 대응 기조와 방식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자발적으로 전량 리콜을 했는데, 이번에는 부분적으로 A/S를 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위기관리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도, 기준이 달라지니 대체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추어야 할지 임직원들이 주저한다. 이해관계자와 공중들은 더욱 더 이해를 어려워한다. 어리둥절 하면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하는 이유다.

    문제 소지가 있는 관행, 경쟁우위, 경쟁력의 비밀

    미리 이슈나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회사를 지금까지 생존하게 했던 뿌리 깊은 관행과 경쟁우위, 경쟁력의 비밀 자체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라면 대부분은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그 문제성 관행 등의 뿌리를 사전에 뽑아 낸다면, 그것이 회사에게는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이 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몇 년에 한번 위기를 넘기면서 생존하는 것이 사전적으로 무리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경영적 판단이 있기도 하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모두가 함께 하지는 않음

    체계라는 것은 여러 사람이나 부서가 함께 만들어 합을 맞추며 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위기관리 체계를 들춰보면, 어느 한두 부서만 위기를 관리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 외 부서들이 명목상으로는 지원 또는 협업하게 되어 있지만, 그렇게 체계가 쉽게 가동되지는 않는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부서에게는 항상 의사결정 지연, 인력 부족, 예산 부족, 정보 부족, 시간 부족의 현상이 고질적으로 주어진다.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를 스스로 귀찮아 하고, 과잉 체계라고 생각하는 한은 알면서도 하지 않고, 못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위기대응을 하기는 하는데, 한 것은 없음

    이상한 현상이다. 무언가 위기관리라고 해서 열심히 여럿이 실행을 하기는 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이어 가장 중요한 실행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위기관리 대응의 우선순위에 대한 정리와 그에 따른 효과적 실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비유 중 ‘목욕탕 욕조가 넘치려고 할 때, 가장 시급한 대응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넘칠 물을 닦아낼 마대자루를 준비하거나, 물을 덜어 낼 바가지들을 구하러 다니는 실행이 일어난다. 대응의 우선순위와 컨트롤타워에 대한 의미이기도 하다.

    비선의 크리에이티브로 인한 혼동

    기업이 대형 위기를 경험하게 되면 어디에서 누군가가 나타난다. 직간접적으로 VIP와 관련되어 있는 비선라인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 그들의 특징은 심각한 이슈나 위기 대응에 있어서 창조적인 접근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조언한다는 점이다. 경험 있는 실무진들이 우려할 만한 대응 제안을 하고, 그 중 일부는 VIP의 지시에 의해 실행에까지 옮겨 지게 된다. 실무진에게는 외부 이슈나 위기에 더해 역으로 내부 위기까지 발생해 버리는 상황이 추가되는 셈이다. 제대로 역할을 하는 실무진은 이런 경우 무리한 실행으로 인해 실질적 실행의 정지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것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지루한 의사결정의 연장

    실무진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 인력의 개인별 경험에 따라 전문성이나 역량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위기를 맞아 무엇을 할지 몰라 어리둥절 만 하는 실무진은 그리 많지 않다. 단,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지시가 정해져 내려올 때까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실행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의사결정이 신속 정확하게 하달되어진다면, 실무진은 그에 따른 실행을 즉각 해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반대로 의사결정이 길어지고, 자주 번복되며, 지연된다면 실무진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제한된다. 타이밍을 완전하게 놓친 대응은 대부분 사후에 무능이나 무력함으로 평가받는다.

    의사결정 주체의 실종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지만, 의사결정 주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제대로 내부에서 가시화되지 않는 경우에는 더 큰 문제를 만든다. 평시에는 자유롭게 의사결정 하던 VIP께서 위기시에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시는 경우도 있다. 의사결정 하시는 VIP께서 공개된 방식 보다는 매우 한정적인 대상을 통한 일방 하달에 익숙하신 경우도 있다. 실무진에서는 VIP의 의도나 의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한다. 의중에 대한 해석도 분분 해 진다.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데, 그것이 VIP가 보실 때 정확한 것인지 알기 어려워 대부분의 실행에 자신 없어 한다. 사후에도 내부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각자가 각자의 위기관리를 함

    부서들이 함께 체계를 맞추는 것은 이상적이고 권장할 만한 것이지만, 체계라고 해서 여러 부서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거나 심지어는 하고 싶은 위기관리를 중구난방으로 하는 것 또한 실패의 주된 원인이다. 일부 경우에는 부서의 역할까지 침범하며 중복된 실행을 각자가 하기도 한다. 흔히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런 심각한 문화 속에서는 컨트롤타워도 그 의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누가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 내용을 스스로 모르는 현상이다.

    대응 기조를 계속 변경함

    이는 대부분 VIP의 의중이 자주 변화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초기에는 전격 사과를 했으나, 계속해서 논란이 커져가자, 법적 대응을 발표하는 경우가 전형적이다. 이후 언론과 여론에서 일관성 없는 대응 기조에 대해 비판을 하니, 자사 대응 기조를 다시 바꾸어 기자회견을 하거나 새로운 사과문을 올려 다른 실행을 더 한다. 그 이후에도 공격적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송도 하고, 창의적 개선책을 발표하기도 하며 말그대로 누더기 관리를 실행한다. 내부 임직원은 어떻게 해야지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를 알고는 있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회사의 의사결정 때문에 침묵한다.

    내부 정치적 현실 때문

    위기관리에 있어 VIP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해결 의지 그리고 위기관리를 관통하는 그분의 의중을 정확하게 내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 위기관리의 성공 가능성은 극대화된다. 반면, VIP의 그러한 위기관리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실한 경우에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생산된다. 아무리 효과적인 위기 대응 전략과 방식이 도출되더라도 VIP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시면 그 실행이 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러시더라도 회사를 위해 꼭 하셔야 한다”고 다시 조언할 수 있는 내부 임직원은 없다. 알고는 있지만 할 수는 없었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의지 없음

    평시의 위기관리도 그렇고, 위기 시 위기관리에 대해서도 사내에서 특별한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의 케이스들도 있다. 이를 선해하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위기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위기임에도 위기를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운이 좋아서 해당 위기가 큰 논란이 되지 않고 사라져 버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런 경우의 문제는 위기관리를 운에만 의지한다는 것과, 아무런 대응 체계나 준비 없이 바라만 볼 때의 경우다. 전략적으로 로우 프로파일한 대응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의지가 없어서 외면하는 위기관리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내부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문제 가능성은 알지만 대부분 침묵한다.

    위기 속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위기를 더 큰 위기로 키우는 것도 사람이다. 이에 맞서서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도 사람이다. 사람끼리의 일이라는 것만 보아도, 우리가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해 전혀 모를 수는 없다. 공감이나 역지사지 같은 개념도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문제가 풀릴지 조금만 함께 예측해 보면 답은 낼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논의를 하다 보면 위기는 관리되기 마련이다.

    문제라면, 그렇게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위기관리를 하지 않게 하고, 하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이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기업의 기업문화, 철학, 원칙, 리더십, 투명성, 체계, 역량, 정무감각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가능한 평소에 위기관리를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환경,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 환경을 적극적으로 찾아내라는 것이다. 그것을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고 공론화해서 개선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가 잘 되지 않을 이유를 빨리 빨리 찾아내자.

  • 이 문제는 어떻게 관리하죠? [기업 위기관리 Q&A 29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에게 사실 OOO과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불법이지요. 그렇지만 그것이 관행으로 장기간 진행되어 왔고, 그게 없으면 경쟁사들과 차이가 벌어지게 되어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습니다. 항상 이 문제에 대해 불안해하며 조심합니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답변 드리기 민감한 내용입니다. 말씀해 주신 현실적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은 갑니다. 당장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정도 이해됩니다. 하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내부적으로 최대한 노력하셔서 그 문제를 없앨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시는 것이 가장 확실한 위기관리 방안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유를 하자면 과속이나 음주운전에 걸리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과속이나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과속이나 음주운전을 하면서 걸리지 않기를 바라거나, 걸리지 않을 방법을 찾는 것처럼 불완전한 위기관리는 없습니다.

    미국의 유명 뉴스 앵커인 앤더슨 쿠퍼는 “희망은 계획이 아니다(Hope is not s plan)”이라는 일침을 놓은 적이 있습니다. 적발되지 않았으면,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문제가 되더라도 잠깐에 그쳤으면 하는 희망은 모두 적절한 위기관리 계획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제약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희망에만 의존하면서 하루 하루 사업을 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들이 그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 하라는 조언을 하면 그런 말을 누가 못하는가 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말이 쉽지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 해결하지 못한 채 이렇게 오랜 시간을 지내온 것이라 반박합니다.

    일견으로는 그런 시각이나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해당 기업의 깊은 본심을 엿보게 됩니다. 그 문제를 사전에 해결했을 때 자사가 받을 수 있는 손해나 피해 정도가, 그 문제가 수면위로 떠 올랐을 때 자사가 받을 수 있는 손해나 피해의 정도보다 크다는 판단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곧 그 문제를 해결하면 최악의 경험을 하게 된다는 내부 믿음이 있는 경우입니다.

    또는, 현재의 문제가 수면위로 떠 올랐을 때 자사가 감내해야 할 손해나 피해의 정도를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막연함에 의지하는 것이지요. 지난 역사를 보아서도 확률상 크게 문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도 일조하게 됩니다. 문제가 되면 어떻게 든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진짜 희망도 존재합니다.

    만약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발생될 손해나 피해가 자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회사차원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러나, 손해나 피해가 막대하거나 예상되지 않는 규모의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상의 모든 경우 해당 문제가 수면위로 떠 올랐을 때를 대비한 데미지 컨트롤 방안은 보유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면, 사후 압도적으로 관리 당하는 상황은 최소한 피해야 합니다. 손해나 피해가 기준이라면 그에 대한 사전 사후 관리에 집중하십시오. 명성에 대한 관리 여력이 없다면 더욱 더 그것은 현실적 어프로치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로 오해되는 가짜 위기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가장 초반에 진행하는 작업은 자사와 관련 한 ‘위기요소 진단’이다. 단어는 어려워 보여도 개념은 쉽다.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들을 모두 끌어 내서 우선순위와 위해도에 따라 정리해 보는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은 다양한 생각과 예측을 한다. 각각의 위기 유형에 대하여 많은 토론의 기회도 가지게 된다. 이를 통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주요 위기들을 하나 하나 학습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위기관리 조직 스스로 위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위기라고 보기 어려운 문제 유형이 꽤 있다는 것이다. 왜 그 유형을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여러 이유를 대지만, 확실하게 해명이 되지는 않는다. 일단 그 위기가 발생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결과론적인 시각에 주로 집중하기 때문인 듯하다.

    기업들이 생각하는 위기 중 사실 위기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들을 한번 정리해 본다. 정확하게 위기를 위기라 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위기라고 보기 어려운 것을 위기라 정의하는 것은 그 스스로 위험한 행위다. 위기에는 위기관리가 필요하지만, 위기가 아닌 것을 위기로 간주하면서 위기관리를 하려 하면 진짜 더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내부 전문가들이 위기관리가 어렵다고 하고,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느냐고 되묻고, 위기관리는 그냥 운이라는 생각까지 하는 이유가 그들 스스로 잘못된 위기관리 분류를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위기가 아닌 것을 위기라 보면서 위기관리를 하려 하니 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 못된 방향으로만 나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위기라고 보기 어렵지만 흔히 위기로 정의되는 유형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범죄행위로 인한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A 회사 회장께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사망하게 했다.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회장은 사고 직후 뺑소니를 쳤다.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사고 차량을 운전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체포와 강제 조사를 예상하고 있다.

    만약 이 상황을 위기라고 정의한다면 기업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회장의 범죄 행위로 인한 문제들을 관리하여 최종적으로 어떤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세울 수 있을까? 전략적인 경찰조사 응대를 통해 회장의 무혐의를 받아내는 것이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회장의 사고와 뺑소니 행위에 대한 형벌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과 목표가 될까? 이를 위해 대형 로펌과 한 팀을 이루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회장의 행위에 대한 정상참작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위기관리일까?

    세계 어느 나라의 어느 기업도 자사와 자사 구성원의 범죄 행위에 대해 위기라 부르지는 않는다. 범죄 행위는 위기가 아니다. 따라서 위기관리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법에 의해 죄 값을 받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렇다면 기업 위기관리 조직은 회장의 범죄행위 대하여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은 회장의 범죄행위로 인한 사회적 여론 악화와 사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데미지를 면밀하게 관리해 나가야 할 필요는 있다. 회장의 범죄 행위에 대한 사후 관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를 둘러싼 사회적, 사업적 여파를 관리하는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데미지 컨트롤이라고 하는데, 이런 분별이 있을 때 일부 데미지 컨트롤 목적의 위기관리는 가능하다 할 것이다.

    둘째, 정상적이지 아닌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아기들을 위해 건강 이유식 통조림을 만들어 인기를 누리는 식품회사가 있다. 모든 재료를 유기농으로 만든다고 해서 아기와 부모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고,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내부에서 일반 원재료를 섞어 쓰기 시작했다. 심지어 특정 재료는 수입산까지 사용하다가, 이번 소비자단체의 무작위 조사에서 제품 성분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되었다.

    만약 이 상황을 위기라 정의하면 기업에서는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국산 유기농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 심지어 수입산 재료를 쓰다가 농약 성분이 검출된 것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일반 원재료를 사용했을 뿐이라고 문제의 기간과 규모를 축소시켜야 할까? 제품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에 대해서는 소비자단체가 시험검사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한 인정하지 않겠다고 버텨야 할까? 이와 같은 모든 상황을 위기로 정의해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일까?

    해당 기업은 정상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소비자를 기만했다고도 볼 수 있다. 만약 이 상황을 위기로 정의한다면 기업 스스로 소비자를 기만했던 것을 인정하고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당 제품군이나 브랜드를 포기하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진을 정리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았던 결과이고, 그런 원칙을 되살리는 행동은 곧 위기관리가 된다. 위기관리에는 그 외 다른 기술이나 기법이 존재할 수는 없다. 다른 기술이나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면 그 상황은 위기로 정의될 수 없다.

    셋째, 윤리적이지 않은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내부 고발자가 생겼다. 회사내 민감한 내용을 외부로 전파하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사회 정의를 이야기하는 이 자는 전직 직원이다. 회사에서는 퇴사 시 합의한 비밀준수계약 위반을 들어 강력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직원은 이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회사와 합의를 원했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 폭로로 인한 자사 피해를 들어 해당 직원에게 악착같이 고액의 배상금을 받아내려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후 전직 직원은 깊은 실의에 빠져 자살을 시도했다.

    이 상황은 기업에게 어떤 위기인가? 직원이 자살을 시도하더라도 끝까지 배상금을 받아 내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인가? 그 문제의 전직 직원이 자살을 시도해서 세상이 떠들썩 해졌으니 위기라고 정의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아무일 없이 전직 직원으로부터 배상금만 받아 내고, 폭로를 더 이상 못하게 했다면 위기관리에 성공한 것일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위라고 해도, 윤리적 감정 문제를 잘 못 건드려 발생된 상황은 정상적인 위기로 정의하기 어렵다. 최악의 상황을 만들게 된 과정에서 기업의 책임은 얼마나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적으로 윤리적인 논란은 만들지 않아야 했음에도, 도가 지나쳐 문제 상황을 만들었다면 이를 새삼 위기라고 정의하고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스스로 위기를 만든 셈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의도적으로 초래 한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경영진을 비롯해 오랫동안 A회사에서 일해온 팀장급 이상은 자사의 오래된 관행에 익숙해 있다. 기업 문화로까지 정착되어 있는 관행인데, 이게 상당히 민감한 행태다. 거래처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뒷돈을 받고 그 비자금을 가지고 여럿이 나누어 용돈을 쓰는 것이다. 그 액수가 전사적으로 상당액이 되지만 사내에서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일부 직원은 자사의 복지라고 은근히 자랑도 하고, 거래처들로부터 많은 돈을 거두는 직원을 능력 있는 직원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다 한 신참 직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사에 문제를 제보했다.

    이 상황은 과연 위기인가? 인사팀에서는 문제 직원을 신속하게 적발해 내고, 홍보팀에서는 제보를 받은 언론사를 찾아가 무마 작업을 해야 하나? 해당 직원에게 여러 문제를 트집잡아 소송 위협을 해야 할까? 당분간 회사 직원들의 입단속을 위해 교육을 하거나, 사내 공지를 띄워야 할까? 이 상황을 위기로 정리해서 이런 식의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이 상황을 정의하기 전에 이 문제는 자사 구성원 스스로가 초래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의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사내 대부분이 이것이 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상식화되었다. 언젠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조차 가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위기관리는 문제가 표면화되기 전에 내부의 나쁜 관행을 뿌리 뽑는 것뿐이었다. 새롭게 내부 규정과 감사 활동 강화를 통해 문제 소지인 관행을 과감하게 없앴어야 했다. 그 외에 벌어진 상황을 위기라 정의 해 위기관리에 나서서는 안 된다. 문제를 무마하거나 넘어가려 하는 것은 위기관리가 아니다. 이를 위기로 정의했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사전에 부단한 관리 노력을 하지 않았던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최근 여러 기업에서 MZ 세대 직원들과의 소통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A기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반 자사 MZ 세대 직원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현재 자사 직원 중 MZ세대로 분류되는 직원이 80%가 넘는데도 이전과 같은 형식의 인사관행과 소통만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MZ직원들이 블라인드를 통해 회사에 대한 엄청난 불만과 사업상 불공정 문제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 뒤에는 무언가 나쁜 생각을 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믿기 시작했다.

    이 상황은 과연 위기일까? 이전에 수많은 타기업 전례가 있었고, 자사에게도 여러 번 소규모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관리 노력이 없었던 것이 핵심 아닌가. 외부로 회사의 부정적인 내용이 알려졌으니 위기라고 해당 상황을 정의해야 하나? 갑작스러운 상황이 나쁜 세력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맞을까? 일부에서는 외부 정치세력이 자사 직원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믿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라고 볼 수 있을까? 그를 통해 어떤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달성해야 할까?

    해당 상황을 위기라고 정의하려면 A사는 이전부터 MZ세대 직원들을 이해하려는 성실한 노력을 해 왔었어야 했다. 그리고 사업과 관련한 여러 이슈들을 그들과 함께 부단하게 소통해 왔었어야 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정확한 사업 내용과 절차를 숙지해 불필요한 문제 의식을 가지지 않게 했어야 했다.

    문제 발생이 충분히 예상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방지나 완화 노력을 시도하지 않은 것이 현 상황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황을 위기라고 정의해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여기에 음모론까지 적용하여 상황을 잘 못 이해하고 전혀 엉뚱한 대응을 하려 한다면 그것을 과연 위기관리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위기관리 또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했어야 한다. 사전 관리 없이 문제가 불거지면 대부분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 재앙이 된다.

    이상과 같이 정확한 의미로는 위기로 정의하기 힘든 부정적 상황들을 두고 기업에서 큰 위기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 큰 문제다. 진정한 위기관리가 가능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기관리라고 진행하여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결과가 거의 없거나, 부정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범죄 행위를 위기로 정의하다 보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효과와 실용성은 급격하게 떨어지게 될 뿐이다. 법적으로 따져야 하는 대응 과정에서 리더십은 법무팀과 로펌이 가지게 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냥 거들 뿐 큰 영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평이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범죄행위를 위기로 정의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책임과 역할 분야는 따로 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황을 위기로 정의하게 되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는 여의치 않아질 것이다. 원칙을 반한 상황을 두고 변명이나 해명을 하다 보면 신뢰도는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면,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을 다시 되찾는 고통의 개선 노력과 메시지들을 결정해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위기가 된다.

    윤리적이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황을 위기라 부른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더 비윤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비윤리적이라는 의미는 비인간적이라는 의미 와도 맞닿아 있다. 기업은 위기 시 인간화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반대로 인간적이지 않게 된다는 것은 해당 상황을 위기로 정의하더라도 위기관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 때 적절한 위기관리란 인간성을 다시 되 찾는 것뿐이다.

    기업이 스스로 의도적으로 초래 한 상황을 위기라 부른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말 그대로 거짓말이 된다. 부정적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기업은 그런 상황이 초래될 것을 알았는가 일지 못했는가 하는 선택의 질문을 받게 된다. 알았다면 바로 악당이 되는 것이고, 몰랐다면 그냥 바보가 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런 경우 의도적으로 상황을 초래 한 대부분 기업은 몰랐다는 답을 한다. 이 순간부터 해당 기업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고, 그에 대한 위기관리는 잘 될 가능성과는 계속 멀어지게 된다.

    조만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적 관리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 상황이 발생된 경우를 위기라 정의한다면, 이 또한 해당 기업은 위선적인 기업이 되는 셈이다. 사전 노력은 등한 시 하다가 사후 무마나 완화 시도를 하는 것을 진정한 위기관리라고 부르는 것은 창피한 것이다.

    진정한 위기는 범죄 행위와 관련된 것이서는 안 된다. 준법하고 있음에도 발생된 것이어야 한다. 자사가 정상적 원칙을 준수했음에도 발생되는 것이어야 하고, 윤리적으로도 최대한 올바른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던 것이어야 한다. 기업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 사전에 관리해서 문제가 커지지 않게 했던 것이어야 사후에 정상참작을 받게 된다.

    그렇게 제대로 모든 것을 하고 있었다면 또 그게 무슨 위기냐 하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진짜 위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되는 것으로만 한정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 위기가 많은 것이 아니라, 위기로 보이는 뿌리 깊은 문제들이 많은 것이다. 그 문제들을 위기라고 막연하게 정의하는 습관이 많은 것이고, 그 잘못된 습관에 따라 억지로 무언가를 시도하다 보니 위기관리가 잘 될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존재할 수 없는 상황들만 오랫동안 다양하게 반복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