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2025 0 Responses

합법적인데 뭐가 문제죠?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52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는 컴플라이언스가 아주 강력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에 합법성을 지나칠 정도로 따지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최근 여론에 의해 상당히 매도를 당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 이슈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거든요. 왜 저럴까요? 뭐가 문제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예전에는 기업이 법을 준수한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당연히 준수해야 하는 법에 대해서도 관행이나 현실을 따져가며 편법을 쓰거나, 방관하는 행태가 분명 존재하였었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현실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경영자, 직원들이 법을 위반하여 받는 피해가 상당 해 져서 어려워도 법을 준수하는 것이 오히려 이롭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내 컴플라이언스를 상당히 강화하고 강조하며 관리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합법성을 지나치게 따진다고 하셨는데, 그건 분명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시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혼동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기업이 법을 지키는 것은 더 이상 타 기업에 대한 차별적 강점이 되지 않으며, 사회적 정당성까지 의미하지도 않는 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법을 준수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일 뿐입니다. 대단할 것 없고,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당연히 그리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오늘의 기업 위기는 합법성을 따지는 그런 기초적인 수준에서 머무르기 보다는, 적절성에 대한 기준을 따지는 수준에 이미 올라있습니다.

사회적 여론은 기업의 의사결정과 행위가 과연 ‘적절했던 것인가’를 주로 따지고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합법적이라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것이 적절한 것이었나?’에 답을 해야 하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이 아직 많아 해당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법적으로 문제없다.”라는 주장이 “그렇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와 동일한 의미는 아닙니다. 이미 많은 기업이 사과문이나 해명문에서 “이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사회적 여론(시각)에 대해 고민이 부족했음을 사과드린다”는 표현을 쓰며 ‘적절성’에 대한 기준에도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소위 여론의 법정에서는 실제 법정보다 훨씬 더 높고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힘들어 하는 것입니다. 실제 법정에서는 증거주의가 핵심일 수 있습니다. “내 행위가 법을 어겼다는 증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적절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죄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론의 법정에서는 “그 행위자체가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신은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증거보다 심증과 감정에 주로 기반하는 것이 여론의 법정입니다. 물론 이런 불완전성 때문에 반대로 피해를 입는 기업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여론의 법정이 너무나 불완전 하기 때문에 기업은 더욱 더 여론의 법정에 서지 않으려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예전 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던 마녀사냥은 그 자체로 유무죄 검증이 무의미 한 살인 행위였습니다. 당시 마녀사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누구나 스스로 마녀처럼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일단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면 모두가 죽습니다.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여론감각을 키우며 민감성을 사전 사후에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 위기관리의 핵심입니다. 흔히 주장하는 합법성은 그냥 기본 전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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