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사과·유감 표명

  • 상황관리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상황관리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실제로 하는 조치를 정하고 실행하는 영역입니다. 사고를 수습하고, 피해자를 돌보고, 제품을 회수하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는 일이 여기에 속합니다. 위기관리는 이 상황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두 축으로 이루어지며, 두 축 가운데 앞서는 쪽이 상황관리입니다.

    상황관리는 말이 아니라 조치입니다

    위기가 오면 회의실에서 가장 먼저 오가는 말은 대개 무엇을 발표할 것인가입니다. 그러나 발표할 내용을 만드는 일과 사태를 실제로 해결하는 일은 다른 작업입니다.

    상황관리의 산출물은 문장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회수 결정, 보상 기준, 원인 조사 착수, 재발 방지책, 조직 개편 같은 것들입니다. 이 산출물이 없는 상태에서 나가는 말은 설명이 아니라 약속이 되고, 지켜지지 않은 약속은 다음 위기의 재료가 됩니다.

    상황관리는 네 가지 일을 순서대로 합니다

    첫째는 사실 확인입니다. 무엇이 언제 어디서 왜 벌어졌고 지금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이후의 모든 판단이 추정 위에 놓입니다.

    둘째는 조치 결정입니다. 확인된 사실 위에서 회사가 무엇을 할 것인지, 누가 언제까지 할 것인지를 정합니다. 이 자리에서 결정되지 않은 일은 밖에서도 말할 수 없습니다.

    셋째는 실행입니다. 결정한 조치를 실제로 집행하고 그 과정을 기록합니다. 기록이 없으면 나중에 증명할 수 없습니다.

    넷째는 검증입니다. 그 조치가 실제로 상황을 바꾸었는지 확인합니다. 바뀌지 않았다면 조치를 바꾸어야지 표현을 바꿀 일이 아닙니다.

    주관은 홍보가 아닙니다

    상황관리를 홍보실에 맡기는 회사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회수와 보상과 원인 규명은 홍보실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상황관리의 주관은 사업, 안전, 품질, 생산, 법무처럼 그 조치를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부문입니다. 홍보실은 그 결정에 참여하되 대신 결정하지 않습니다. 두 축의 책임자가 각각 지정되어 있지 않으면, 급한 쪽이 다른 쪽을 밀어냅니다.

    행동이 소통을 이끌어야 합니다

    위기에서 경영진이 마주하는 가장 큰 유혹은 실체보다 소통을 앞세워 상황을 뒤집으려는 조급함입니다. 이 조급함은 대개 전략적 판단이 아니라 심리적 압박에서 나옵니다.

    소통 행위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사실, 사과문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기사거리가 되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조치가 먼저 서고 그 실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경우, 소통은 주인공이 아니라 행동을 증명하는 조연이 됩니다.

    아직 준비된 조치가 없다면, 설익은 발표로 스스로 논란을 키우기보다 홀딩 메시지로 시간을 확보하고 대응의 내실을 갖추는 편이 낫습니다. 행동이 뒷받침된 소통만이 상황을 되돌립니다.

    상황관리가 아닌 것

    사업연속성계획과 다릅니다. 설비 복구, 생산 대체, 공급망 복원처럼 사업 자체를 되살리는 일은 별도의 전문 영역이며, 위기관리에서 말하는 상황관리와 목적이 다릅니다.

    법무 대응과도 다릅니다. 법적 유불리 판단과 소송 전략은 법률 대리인의 영역입니다. 위기 국면에서 법무 검토와 상황관리는 나란히 진행되지만 서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여론 대응도 아닙니다. 여론을 읽는 일은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데 쓰이는 것이지, 여론에 맞추어 조치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상황관리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법

    지금 회의에서 논의되는 것이 조치인지 표현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두 가지가 섞여 있으면 둘 다 부실해집니다.

    발표 직전에 발표할 조치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다시 확인하십시오. 존재하지 않는 조치를 발표하는 순간 다음 위기가 시작됩니다.

    각 조치에 담당자와 기한이 붙어 있는지 보십시오. 붙어 있지 않은 조치는 결정된 것이 아니라 언급된 것입니다.

    외부 자문을 받고 있다면 그 자문이 어느 축을 다루는지 물어보십시오. 커뮤니케이션만 자문하는 곳에 상황관리까지 기대하면 위기 한복판에서 공백이 드러납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상황관리를 뒤따르는 다른 한 축입니다.
    홀딩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조치가 정해지기 전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위기관리 골든타임이란 무엇인가: 두 축이 함께 굴러야 하는 시간대입니다.
    위기관리 시 포지션이란 무엇인가: 조치가 정해진 뒤에 입장이 섭니다.

  • 위기관리 시 포지션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관리 시 포지션은 사건이나 논란이 벌어졌을 때 회사가 그 사안에 대해 견지하는 공식 입장입니다. 기자가 「회사의 공식 입장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때의 그 입장이며, 회사가 내놓는 모든 문장과 모든 조치가 여기에서 갈라져 나옵니다. 포지션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말은 아무리 다듬어도 흔들립니다.

    포지션은 메시지보다 먼저 정해집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회사는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합니다. 이 사안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가 정리되고 나면, 그 위에서 회사의 입장을 정합니다. 메시지는 그다음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순서가 자주 뒤집힙니다. 입장이 정해지기 전에 문장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은 다음 질문 앞에서 바뀌고, 바뀐 문장이 다시 기사가 됩니다.

    입장이 정해지면 그것을 담은 문서가 만들어집니다. 회사에 따라 포지션 페이퍼(position paper), 포지션 스테이트먼트(position statement), 포지션 팩(position pack) 같은 이름으로 부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하는 일은 같습니다. 회사가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를 한자리에 모아 두는 일입니다.

    포지션은 내부와 외부를 함께 향합니다

    포지션을 외부용 문서로만 여기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러나 포지션은 내부 구성원이 먼저 서 있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부서마다 다른 입장을 갖고 있으면, 밖으로 나가는 문장이 아무리 정교해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조직일수록 입단속에 매달립니다. 그러나 말이 새는 것은 사람이 가벼워서가 아니라 기댈 입장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입장이 서 있는 조직은 단속하지 않아도 말이 갈라지지 않습니다.

    실패하는 포지션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잘못된 상황 분석 위에 세워진 입장입니다. 확산의 속도나 경로를 잘못 읽으면 그 위에서 나온 입장은 처음부터 어긋납니다.

    둘째는 문제의 원인을 밖으로 돌리는 입장입니다. 우리는 성의껏 했고 문제가 없으며 문제는 일부가 만들고 있다는 형태입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면 많은 조직이 초기에 이 입장을 고릅니다. 편해 보이지만 이 입장은 상대를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제압의 대상으로 만들기 때문에 거의 예외 없이 실패합니다.

    셋째는 평소 내세우던 가치를 위기에서 버리는 입장입니다. 평소에 안전과 고객을 말하던 회사가 위기가 오면 절차와 규정만 말합니다. 회사가 스스로 반복해 온 가치가 위기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지가 포지션의 성패를 가릅니다.

    포지션은 바꿀 수 있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최초 입장을 끝까지 지킨 회사와 중간에 바꾼 회사가 늘 함께 존재합니다. 바꾸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었고, 그에 맞추어 회사의 조치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사실은 그대로인데 여론이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입장을 바꾸면, 그 변경 자체가 새로운 논란이 됩니다.

    구분포지션메시지
    성격회사가 사안을 보는 관점과 하겠다는 것그 관점을 상대에게 전하는 표현
    정하는 시점상황 파악과 이해관계자 분석 직후포지션이 확정된 뒤
    바뀌는 조건새로운 사실과 조치의 변화대상과 국면에 따라 달라짐
    개수사안당 하나이해관계자별로 여럿
    흔들릴 때회사 전체의 대응이 무너짐표현을 다듬어 회복 가능
    표. 포지션과 메시지의 구분 — 스트래티지샐러드

    포지션이 아닌 것

    홍보 문구가 아닙니다. 회사를 좋게 보이게 하는 표현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회사가 이 사안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법적 답변서도 아닙니다. 법무 검토는 입장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알려 주지만, 어디에 설 것인지를 대신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사과 여부를 정하는 일과도 다릅니다. 사과할 것인지 아닌지는 입장이 정해진 뒤에 따라 나오는 결과이지, 그 자체가 포지션은 아닙니다.

    포지션을 정할 때 확인할 것

    무엇을 인정하는지가 한 문장으로 적히는지 확인하십시오. 인정할 것이 비어 있는 입장은 대개 방어에 그칩니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가 함께 적혀 있는지 보십시오. 조치가 없는 입장은 설명일 뿐입니다.

    이 입장을 한 달 뒤에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그때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면 지금도 그 입장이 아닙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포지션이 정해진 뒤에 움직이는 영역입니다.
    창구일원화란 무엇인가: 하나의 입장을 하나의 목소리로 지키는 장치입니다.
    입장문, 해명문, 사과문은 어떻게 다른가: 입장이 문서로 나올 때의 구분입니다.
    예상질의응답팩이란 무엇인가: 입장을 질문 앞에서 지켜 내는 도구입니다.

  •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위기 국면에서 회사가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를 다루는 영역입니다. 위기관리의 한 부분이지 위기관리 그 자체가 아닙니다. 이 둘을 같은 말로 쓰기 시작하면 회사는 문제를 푸는 대신 설명하는 데 힘을 쓰게 됩니다.

    자전거로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위기관리를 자전거에 비유해 왔습니다. 자전거는 앞바퀴와 뒷바퀴가 있어야 굴러갑니다. 둘 중 하나가 없으면 그 자전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이 비유에서 자전거 전체가 위기관리입니다. 앞바퀴가 상황관리(situation management), 뒷바퀴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곧 커뮤니케이션관리(communication management)입니다. 두 바퀴가 균형을 맞추어 돌아야 자전거가 제대로 달립니다.

    나머지 부품에도 자리가 있습니다. 핸들은 위기관리의 철학과 원칙과 전략이고, 안장은 위기관리 리더십이며, 프레임은 위기관리 조직과 체계입니다. 페달은 정무감각, 즉 여론을 읽는 감각입니다. 바퀴 두 개만 있고 핸들과 안장과 프레임이 없는 자전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계란으로 바꿔 말하기도 합니다. 계란 전체가 위기관리라면 노른자가 상황관리이고 흰자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노른자 없는 계란과 흰자 없는 계란 중에 어느 쪽이 더 나은 계란인지 묻는 질문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상황관리가 먼저입니다

    상황관리는 행동에 기반한 대응입니다. 사고를 수습하고, 피해자를 돌보고, 제품을 회수하고, 개선안을 마련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조사와 보상을 위한 조직을 만들고, 내부 교육을 강화하는 일이 여기에 속합니다.

    적절한 상황관리가 선행되지 않으면 뒤를 따르는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관리될 수 없습니다. 할 말이 없는 상태에서 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말은 대개 다음 기사의 소재가 됩니다.

    실무에서는 순서가 뒤집히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상황관리보다 먼저 나가는 것입니다. 조치가 정해지기 전에 발표가 나가면, 이후의 행동이 그 발표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때부터는 원래의 위기가 아니라 회사가 한 말이 새로운 위기가 됩니다.

    그래서 무엇이 다릅니까

    두 영역은 다루는 대상부터 다릅니다.

    구분상황관리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다루는 것사실과 조치인식과 관계
    주요 산출물회수, 보상, 재발 방지책, 조직 개편입장문, 기자회견, 대변인 메시지, 이해관계자 접촉
    주관 부문사업·안전·품질·법무홍보·대외
    성패 기준문제가 실제로 해결되었는가해결 과정이 정확히 전달되고 신뢰가 유지되었는가
    실패했을 때위기가 지속되거나 확대됨오해와 불신이 쌓여 2차 위기가 생김
    선후 관계원칙적으로 앞선다상황관리를 뒤따르며 함께 간다
    표. 상황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구분 — 스트래티지샐러드

    가장 큰 차이는 마지막 줄에 있습니다. 상황관리는 앞서고 커뮤니케이션은 뒤따릅니다. 다만 뒤따른다는 말이 나중에 시작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두 축은 처음부터 함께 움직이되, 무엇을 말할지는 무엇을 할지가 정해진 뒤에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말로 위기를 넘기려 할 때 생기는 일

    위기관리를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것으로 여기는 회사는 위기가 오면 먼저 무엇을 말할지부터 논의합니다. 기자회견을 열지, 사과문을 낼지, 어떤 표현을 쓸지가 회의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은 사실을 바꾸지 못합니다. 회사에 불리한 사실이 존재한다면 어떤 표현으로도 그것을 없앨 수 없습니다. 잘 쓴 사과문은 잘 이행된 조치를 전달할 때만 효력을 가집니다.

    커뮤니케이션 이벤트 한 번으로 위기관리를 대신하려는 시도가 특히 위험합니다. 기자회견 한 번, 사과문 한 장으로 국면을 끝내려 하면 그 자리에서 한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을 때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반대로 커뮤니케이션을 빼면 어떻게 됩니까

    상황관리만 제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도 절반만 맞습니다.

    회사가 성실하게 조치하고 있어도 그것이 밖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이해관계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위기 국면에서 침묵은 신중함이 아니라 은폐로 읽힙니다.

    뒷바퀴가 빠진 자전거도 앞바퀴만 있는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두 바퀴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회사에 어느 쪽이 빠져 있는가를 묻는 것이 맞는 질문입니다.

    실무에서 이 구분을 쓰는 법

    첫째, 위기 회의에서 지금 논의가 어느 바퀴에 관한 것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조치를 정하는 자리인지 표현을 정하는 자리인지가 섞이면 둘 다 부실해집니다.

    둘째, 발표 직전에 발표할 조치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다시 확인하십시오. 존재하지 않는 조치를 발표하는 순간 다음 위기가 시작됩니다.

    셋째, 두 축의 책임자가 각각 지정되어 있는지 보십시오. 한 사람이 둘을 겸하면 급한 쪽이 다른 쪽을 밀어냅니다.

    넷째, 외부 자문을 받고 있다면 그 자문이 어느 바퀴를 다루는지 물어보십시오. 커뮤니케이션만 자문하는 곳에 상황관리까지 기대하면 위기 한복판에서 공백이 드러납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른가: 앞 단계와의 구분입니다.
    위기관리 골든타임이란 무엇인가: 두 바퀴가 함께 굴러야 하는 시간대입니다.
    홀딩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조치가 정해지기 전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 사과보다 선행해야 하는 것?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관점에서 사과 방식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의 사과 사례를 모으고, 사과문 구조와 메시지를 분석하고 있지요. 저희도 사과문을 내 본 경험이 있는데, 이런 준비가 더 나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준비에 대한 조언이 있으실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사과문을 붙들고 씨름하는 기업이 대부분인데 그런 준비를 미리 하신다니 대단합니다. 홍보실이 고민해 문안을 쓰고, 고치고, 여기저기 검수를 받는 데 아까운 시간을 다 빼앗기는데 말이죠. 그렇게 형식과 전략, 프로세스를 미리 개발해 공유해 두신다면 실제 위기 때 훨씬 수월하고 신속하게 제대로 된 사과문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준비 과정에서 꼭 함께 짚어 보셨으면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과연 사과가 사과 자체로 홀로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사과가 존재하려면 그 앞에 맥락(context)이 있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왜 벌어졌고, 누가 어떻게 다쳤으며, 사람들은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가. 그리고 사과하는 기업 측에서 그 맥락 전반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런 이해 없이 내놓는 사과는 진짜 사과가 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진짜냐 아니냐’의 기준은 문구나 형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과를 받는 대상이 그것을 받아들이는가, 곧 수용성(acceptance)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다듬은 문장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사과가 아니지요. 그래서 맥락에 대한 기업측의 이해가 핵심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얼핏 그런 이해라는 것이 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기업이 바로 이 이해의 단계에서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습니다.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어디까지가 우리 책임인지에 대해 부서마다 의견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시간에 쫓기지요. 결국 이해가 일부만 진행된 상태에서 “사과를 안 할 수는 없으니 일단 하자”는 결론으로 떠밀려 갑니다. 우리가 목격하는 어설픈 사과의 상당수가 이렇게 태어납니다.

    그러니 사과문의 형식을 연구하시는 만큼, 이 이해의 과정과 방식에 대한 내부 고민도 함께 해 두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이해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정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핵심은 하나 있습니다. 기업의 정무감각입니다. 달리 말하면 기업의 입장에서 여론을 읽고 공감하는 역량이지요. 이것은 매뉴얼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연마해야 하는 것이고, 그중 상당 부분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영역입니다.

    이런 전제와 선행 없이 맨 끝단의 사과에 대해서만 체계를 만든다는 것은, 영혼 없는 마네킹을 만드는 일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옷은 잘 갖춰 입었고 자세도 반듯한데, 정작 아무도 그 앞에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죠. 사과문의 구조를 연구하시는 그 스터디에, ‘우리는 이 맥락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를 묻는 단계를 가장 앞에 놓아 보시기 바랍니다. 사과의 품질은 결국 거기서 갈릴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원문: 이코노믹리뷰

  • 위기 시 기자회견은 열어야 하는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기자회견은 위기 국면에서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식입니다. 그래서 열 것인가보다 언제 열 것인가가 먼저입니다. 회사가 해야 할 행동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뒤에 여는 회견과, 행동 없이 소통만을 목적으로 여는 회견은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자회견은 회사가 무엇을 했는지를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순서가 뒤집힌 회견을 자주 봅니다. 여론이 나빠지자 우선 회견부터 열고, 그 자리에서 앞으로 피해자를 만나 보겠다고 말하는 방식입니다. 회견장에서 나온 약속은 아직 이행되지 않은 말이고, 듣는 쪽은 그 말이 지켜질지를 다시 지켜보게 됩니다. 사안이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관찰 기간이 연장됩니다.

    그래서 회사가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이행한 뒤에 회견을 여는 편이 낫습니다. 최고경영자가 피해자를 직접 만나 위로하고 사과하며 배상 협의를 진행한 뒤에 여는 회견은, 이미 이루어진 일을 설명하는 자리가 됩니다. 회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말이 아니라 사실로 전달됩니다.

    다만 이 조언에는 반론이 있습니다. 그런 활동을 먼저 하다 보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흐르고, 그사이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지적입니다. 타당한 지적입니다. 실제로 불을 끄기 위해 회견을 급하게 여는 상황은 자주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무엇을 무조건 선행하고 회견을 늦추라는 뜻이 아닙니다. 기준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했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상태인가가 회견을 열 수 있는 조건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경우라면 그 일은 반드시 했어야 합니다.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것은 기자들에게 그대로 읽히고, 회견은 그 지점에서 무너집니다.

    반대로 시간이나 상황이 허락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 일에 앞으로 어떻게 임할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실행할 것인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실체 없는 다짐과 기준이 선 설명은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해야 할 일의 내용은 위기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피해자를 만나는 일일 수도 있고, 사안과 얽힌 여러 이해관계자를 접촉하는 일일 수도 있으며, 사고 현장에 직접 가 보거나 실태를 파악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실체 있는 실행이나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소통이 성립합니다.

    메시지 없는 회견은 사안을 키웁니다

    여론이 나빠지면 사과 기자회견을 하자는 의견이 나오는데, 무엇을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말할지에 대한 논의는 건너뛰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를 숙이고 사과문을 읽는 행동 자체에 관심이 쏠립니다.

    그러나 기자회견의 성패는 그 자리에서 무엇을 말했는가로 갈립니다. 메시지가 준비되지 않은 행동은 사안을 키웁니다. 회견을 열었는데 부정적인 기사가 더 늘어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질의응답을 포함할 것인가

    회견을 설계할 때 중요한 판단입니다. 질문을 일정 수 이상 받아야 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그대로 따를 일은 아닙니다.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면 질문을 받는 편이 낫습니다. 회피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 준비한 메시지를 여러 번 전달할 기회도 생깁니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면 다릅니다. 초기 입장문만 우선 전달하고 시간을 확보한 뒤, 완전히 준비된 상태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쏟아지는 자리는 그 자체로 다음 기사가 됩니다.

    최고경영자의 질의응답 참여는 플래닝의 문제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최고경영자가 질의응답에 참여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다만 실제로는 참여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참여하는 경우가 있고, 그 자체를 실패로 볼 일은 아닙니다. 준비 상태와 개인적 성향에 따라 홍보부문이 미리 설계해야 할 사항입니다.

    경향은 대체로 나뉩니다. 전문경영인은 질의응답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고, 오너의 경우 참여하지 않는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하면 홍보부문의 지원을 받아 진행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판단이 회견 당일에 즉흥적으로 내려지지 않는 것입니다. 누가 어디까지 답할지, 답하지 않는 부분은 누가 이어받을지가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참여시키기로 했다면 예상 질문에 대한 훈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열지 않는 선택도 있습니다

    모든 위기가 기자회견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사안의 무게, 이해관계자의 범위, 이미 나간 메시지의 양을 함께 봐야 합니다. 서면 입장문으로 충분한 사안에 회견을 열면 사안의 크기를 회사가 스스로 키우는 셈이 됩니다.

    반대로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야 할 무게의 사안에 실무 부서 명의의 문서만 나가면, 회사가 사안을 가볍게 본다는 신호가 됩니다. 형식의 무게와 사안의 무게를 맞추는 것이 판단의 핵심입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위기 시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는가: 회견보다 먼저 만나야 할 대상의 문제입니다.
    위기 시 사과문은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 회견에서 읽을 내용의 조건입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이란 무엇인가: 나갈 사람을 준비시키는 방법입니다.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 입장문, 해명문, 사과문은 어떻게 다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 국면에서 기업이 내보내는 문서는 하나가 아닙니다. 사실 확인 이전에 나가는 초기 입장문, 확인 이후의 공식 입장문, 보도에 오류가 있을 때의 해명문, 그리고 귀책이 확인된 뒤의 사과문으로 나뉩니다. 넷은 목적도 시점도 다르며, 이 구분을 모른 채 하나로 뭉뚱그리면 대개 사과할 자리에서 해명하고 해명할 자리에서 사과하게 됩니다.

    초기 입장문은 시간을 버는 문서입니다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전에 언론 문의에 최소한으로 응하기 위한 1차 문서입니다. 추측성 보도가 자리를 잡는 것을 막고 대응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슈를 인지한 뒤 1시간 이내 배포를 원칙으로 삼습니다.

    담기는 것은 넷입니다. 사건의 발생 또는 인지 사실,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명시, 추가 입장을 전달할 시점이나 조건, 그리고 문의 창구입니다.

    반대로 넣지 말아야 할 표현도 정해져 있습니다. 확인 전 단계의 단정적 부인,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선제 부인, “저희와는 무관합니다” 같은 책임 회피성 표현, 그리고 노코멘트 단독 사용입니다.

    공식 입장문은 확인된 사실로만 씁니다

    사실관계가 확인된 뒤 회사의 입장을 전달하는 문서입니다. 확인된 사실을 중심으로 육하원칙에 따라 서술하고, 해결 절차와 조치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감정적 호소보다 실질적 정보를 담는 편이 낫습니다.

    이 문서는 홍보와 법무의 법적 검토, 사업부문의 사실관계 검증, 경영진 최종 승인을 차례로 거칩니다. 이 절차를 건너뛰면 발표 이후 내용을 번복하게 되고, 번복 자체가 다음 기사가 됩니다.

    해명문은 낼지 말지부터 판단합니다

    보도에 사실 오류나 의도적 왜곡이 있을 때 쓰는 문서입니다. 다만 모든 비판에 대응하는 문서가 아닙니다. 회사에 실질적 오해를 유발하는 사실 오류에 한정합니다.

    판단 기준은 분명합니다. 해명이 가져오는 이익이 이슈를 다시 불러내는 위험보다 클 때만 배포합니다. 잦아들던 사안이 해명 때문에 다시 기사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작성할 때는 수치와 타임라인, 증빙 자료를 중심에 둡니다. 핵심 오류 수정에만 집중하고 전체 반박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전면 반박은 반박할 거리를 늘릴 뿐입니다.

    사과문은 타이밍이 내용만큼 중요합니다

    귀책이 확인되었거나 여론이 수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된 경우 발신합니다.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의 성급한 사과는 법적으로도 여론에서도 역효과를 냅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늦은 사과는 진정성을 잃습니다.

    조건부 사과는 금지입니다. “~했다면 사과한다”는 형식은 사과의 효력을 없앱니다. 피해자와 피해 범위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실행 가능한 재발 방지책을 담아야 합니다.

    네 문서를 가르는 기준

    시점과 목적으로 정리됩니다. 초기 입장문은 확인 이전에 시간을 벌고, 공식 입장문은 확인 이후에 사실을 전하며, 해명문은 잘못 전해진 사실을 바로잡고, 사과문은 책임을 인정합니다.

    실무에서 사고가 나는 지점은 대개 순서입니다. 확인이 끝나지 않았는데 공식 입장문을 내거나, 사과할 사안에 해명문을 내는 경우입니다. 무엇을 쓸지 정하기 전에 지금 우리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먼저 확정해야 합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홀딩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초기 입장문을 내보내는 방식입니다.
    위기 시 사과문은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 사과문의 구성과 수용 조건입니다.
    노코멘트는 해도 되는가: 답을 줄 수 없을 때의 표현입니다.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 위기 시 사과문은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 시 사과문은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를 회사가 스스로 정확히 서술하는 문서입니다. 다만 사과의 성패는 문장에서 갈리지 않습니다. 그 사안을 둘러싼 맥락을 회사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사실을 확인한 과정을 밖에서 믿을 수 있는가. 사과의 수용 여부는 이 두 가지에서 이미 결정됩니다.

    맥락을 읽지 못한 사과는 닿지 않습니다

    사과가 진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사과의 전제가 되는 맥락을 기업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지, 어느 지점이 건드려졌는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입니다. 이 이해가 없거나 일부라도 부족하면 사과의 수용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사람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회사가 생각하는 곳과 다를 때가 많습니다. 회사는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고 설명하는데 밖에서는 태도를 문제 삼고 있거나, 회사는 피해 규모를 이야기하는데 밖에서는 왜 미리 막지 못했는지를 묻는 식입니다. 이 어긋남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쓴 사과문은 아무리 정성껏 써도 빗나갑니다.

    이러한 맥락 해석 능력을 전략적인 용어로 정무감각이라고 부릅니다. 여론과 공감을 읽어 내는 기업의 해석 역량을 뜻합니다.

    정무감각은 개인의 재능이라기보다 상당 부분 기업 문화에 속합니다. 그리고 최고의사결정자가 실제로 지닌 정무감각에 크게 좌우됩니다. 평소 밖의 시선을 살피지 않던 조직이 위기 상황에서만 갑자기 여론을 정확히 읽어 내기는 어렵습니다. 사과 직전에 급히 갖출 수 있는 역량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과가 실패하는 또 하나의 이유

    맥락을 읽었다 해도 남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을 확인한 과정을 밖에서 믿을 수 있는가입니다. 사과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원인을 대개 표현에서 찾지만, 실제로는 사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실을 확인한 과정을 신뢰할 수 없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과문을 쓰기 전에 점검해야 할 것은 문장이 아니라 절차입니다. 사실관계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확인했는지, 그 과정을 밖에서 납득할 수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이 부분이 취약하면 아무리 정제된 문장을 내놓아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머리와 가슴을 함께 겨냥해야 합니다

    사과는 논리적 납득과 정서적 수용을 동시에 목표로 설계됩니다. 사실관계 설명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정서적 차원의 응답이 별도의 축으로 준비되어야 합니다.

    구성 요소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명시해야 합니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는 사과가 아닙니다. 심려를 끼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회사가 먼저 서술해야 합니다.

    둘째, 누구에게 하는 사과인지 밝혀야 합니다. 피해자, 고객, 임직원, 지역사회는 각각 다른 것을 기다립니다. 모두를 향한 사과는 아무에게도 닿지 않습니다.

    셋째, 무엇을 할 것인지 담아야 합니다. 피해 회복 조치와 재발 방지 방안이 없는 사과는 문장으로 끝납니다. 다만 지킬 수 없는 약속은 담지 않아야 합니다. 지켜지지 않은 재발 방지 약속은 다음 위기에서 그대로 되돌아옵니다.

    발표 전에 피해자를 먼저 만나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빠뜨리는 절차입니다. 대외 발표 이전에 피해자 또는 그 대표를 대상으로 사전 브리핑을 진행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언론 보도로 결과를 처음 알게 되면, 그 순간 사과는 회사의 일방적 발표가 됩니다. 반대로 사전에 공유하고 피해자가 요구하는 추가 조사를 수용해 그 결과까지 포함해 발표하면, 같은 내용이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사과가 역풍을 부르는 경우

    첫째, 평시 언행과 어긋나는 경우입니다. 사과의 신뢰도는 평소 경영진이 해 온 말과 직접 연동됩니다. 앞서 말한 정무감각이 평시에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평소 밖의 시선과 어긋난 발언이 쌓여 있다면, 같은 사안을 두고 실수였다고 해명해도 구조적으로 신뢰받지 못합니다.

    둘째, 조건이 붙는 경우입니다. “만약 불편을 느끼셨다면”, “일부의 오해가 있었다면” 같은 표현은 사과의 효력을 없앱니다.

    셋째, 시점이 늦거나 주체가 맞지 않는 경우입니다. 여론이 이미 형성된 뒤의 사과는 압박에 못 이긴 것으로 읽힙니다. 최고경영자가 나서야 할 사안에 실무 부서 명의의 사과문이 나오면 회사가 사안의 무게를 모른다는 신호가 됩니다.

    첫 입장과 최종 발표는 다릅니다

    사안 발생 직후의 첫 입장에는 자체적인 결론을 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단계에서 회사가 밝힐 것은 사과의 의지와 조사를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약속까지입니다.

    사실관계와 책임자 처분, 재발 방지책은 조사가 끝난 뒤 한꺼번에 발표합니다. 이때 경영 책임자의 직접 사과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론을 나눠서 조금씩 내보내면 그때마다 새로운 국면이 열립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입장문, 해명문, 사과문은 어떻게 다른가: 사과문과 다른 문서들의 구분입니다.
    원점관리란 무엇인가: 사과가 향해야 할 대상입니다.
    위기 시 기자회견은 열어야 하는가: 사과를 전하는 자리의 조건입니다.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 전략적 침묵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전략적 침묵은 지금 말하지 않는 편이 위기관리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해 선택한 침묵을 말합니다. 실익과 손실을 저울에 올려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판단 자체가 멈춰 버린 마비 상태와는 다릅니다.

    겉모습은 같아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릅니다

    밖에서 보면 전략적 침묵을 택한 기업과 단순히 마비된 기업은 둘 다 조용합니다. 그러나 안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략적 침묵을 택한 조직은 이미 판단을 마친 상태입니다. 지금 말하면 어떤 질문이 따라붙는지, 그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말하지 않으면 어떤 해석이 생기는지를 검토한 뒤 침묵을 고른 것입니다. 언제 말할지도 함께 정해 둡니다.

    마비된 조직은 그 검토를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누가 판단할지가 정해져 있지 않거나, 사실을 확인할 경로가 없거나,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없어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조용할 뿐입니다.

    완전한 무응답은 아닙니다

    전략적 침묵을 특정 사안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하는 선택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회사가 모든 소통을 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말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는 형태로 운영됩니다.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하거나, 현재 공개하기 어려운 사안이며 공개 가능한 시점이 되면 알리겠다고 말하는 방식입니다.

    침묵의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입을 닫으면 그것은 노코멘트가 됩니다. 노코멘트는 곧 코멘트이며, 문제를 인정한다는 뜻으로 번역됩니다.

    전략적 침묵이 유효한 경우

    첫째, 말할수록 논점이 늘어나는 사안입니다. 해명이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이 다시 다른 사안으로 이어질 때는 대응 자체가 확산의 연료가 됩니다.

    둘째, 상대가 회사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입니다. 반응이 곧 상대의 다음 행동을 위한 재료가 되는 구도에서는 응답하지 않는 편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셋째, 시간이 회사 편인 사안입니다. 조사 결과나 판단이 나오면 상황이 정리되는 경우, 그전에 미리 말하는 것은 실익이 적습니다.

    판단의 조건

    전략적 침묵은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전략이 됩니다. 누가 그 판단을 내렸는지가 분명해야 하고, 언제까지 침묵할지가 정해져 있어야 하며, 상황이 바뀌면 즉시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셋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회피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회피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이 커집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홀딩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침묵 구간을 만들지 않는 방법입니다.
    노코멘트는 해도 되는가: 말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는 형식입니다.
    입장문, 해명문, 사과문은 어떻게 다른가: 말하기로 정했을 때의 문서 선택입니다.
    위기관리 108수

  • 홀딩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홀딩 커뮤니케이션은 사실 확인이 완전하지 않은 위기 초기 국면에서, 침묵도 확정 발표도 아닌 중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내보내는 최소한의 공식 메시지를 말합니다. 이때 발표하는 문서를 초기 입장문(Holding Statement)이라고 부릅니다.

    세 가지가 뼈대입니다

    초기 입장문에는 세 가지가 반드시 들어갑니다.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 현재 대응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확인되는 대로 알리겠다는 업데이트 약속입니다.

    이 셋이면 충분합니다. 원인을 설명할 필요도, 책임 소재를 밝힐 필요도 없습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회사가 이 사안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위기를 인지한 뒤 한 시간 이내에 이 발화를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완성도보다 시점이 중요한 문서입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과 다릅니다

    위기 초기에 기업이 침묵하면 그 공백을 다른 사람들이 채웁니다. 목격자의 추측, 내부자의 전언, 경쟁 관계에 있는 쪽의 해석이 회사의 설명보다 먼저 자리를 잡습니다. 나중에 정확한 설명을 내놓아도 이미 형성된 서사를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피해야 할 것이 노코멘트입니다. 노코멘트는 곧 코멘트입니다.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자리를 뜨고 전화를 받지 않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자동 번역됩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표현은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확인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할 수 있고, 법적 검토가 진행 중이어서 지금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이유를 밝히는 것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초기 입장문을 내보냈다고 홀딩 커뮤니케이션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약속한 시점이 오거나 새로운 사실이 확인될 때마다 후속 발표를 이어 가야 합니다.

    목적은 침묵 구간을 만들지 않는 데 있습니다. 첫 발표 이후 며칠간 아무 소식이 없으면, 회사가 숨기고 있다는 해석이 자리를 잡습니다. 확인된 것이 없다면 확인된 것이 없다는 사실이라도 알려야 합니다.

    홀딩이 실패하는 경우

    첫째,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담는 경우입니다. 내일까지 결과를 알리겠다고 해 놓고 지키지 못하면 그 자체가 새로운 문제가 됩니다.

    둘째,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슬쩍 담는 경우입니다. 원인을 짐작해 언급하거나 책임 범위를 미리 그으면, 나중에 사실이 달라졌을 때 번복해야 합니다.

    셋째, 홀딩 상태를 지나치게 오래 유지하는 경우입니다. 확인 중이라는 말만 반복되면 회사가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홀딩은 다음 발표로 넘어가기 위한 다리이지 머무는 자리가 아닙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위기관리 골든타임이란 무엇인가: 첫 발화의 시점을 다룹니다.
    전략적 침묵이란 무엇인가: 말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경우와의 차이입니다.
    입장문, 해명문, 사과문은 어떻게 다른가: 홀딩 이후 이어질 문서들입니다.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 위기관리 골든타임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관리에서 골든타임은 기업의 대응이 당면한 위기 상황의 방향을 실제로 바꿀 수 있는 시간대를 말합니다. 통상 위기가 표면화된 뒤 24시간 이내로 봅니다. 이 시간을 지나면 같은 대응을 해도 효과가 떨어지고, 기업은 상황을 이끄는 위치에서 끌려가는 위치로 내려앉습니다.

    시계는 사고 시점이 아니라 인지 시점부터 돕니다

    골든타임을 계산할 때 자주 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사고가 난 시각을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 실제 기준은 다릅니다. 이해관계자가 그 사안을 인지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시계가 돕니다.

    내부에서만 알고 있던 사안은 아직 골든타임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구간은 이슈관리의 영역입니다. 반대로 사고 자체는 몇 달 전 일이라도 오늘 외부에 알려졌다면 오늘부터 24시간을 셉니다.

    그래서 감지가 중요합니다. 우리 회사와 관련된 부정적 신호를 누가 언제 발견하는가에 따라 골든타임의 실질적 길이가 달라집니다. 감지가 늦은 조직은 시작부터 몇 시간을 잃고 들어갑니다.

    첫 한 시간에 무엇을 하는가

    24시간 전체를 균등하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첫 한 시간 안에 회사의 첫 공식 발화를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이 발화가 완전한 설명일 필요는 없습니다.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 확인되는 대로 알리겠다는 것. 이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나머지 시간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해관계자별 대응을 설계하는 데 씁니다.

    첫 발화가 늦어지면 그 공백을 다른 사람들이 채웁니다. 목격자, 내부자, 경쟁 관계에 있는 쪽, 그리고 추측이 채웁니다. 나중에 정확한 설명을 내놓아도 이미 형성된 서사를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골든타임은 준비된 조직에게만 의미가 있습니다

    판단 기준이 없는 조직은 첫 회의에서 이것이 위기인지 아닌지부터 논의합니다. 대변인이 정해져 있지 않은 조직은 누가 나갈지를 두고 시간을 씁니다. 사실을 확인할 경로가 없는 조직은 추측으로 답합니다. 이런 조직에게 24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무엇을 위기로 볼지, 누가 판단하고 누가 소집되는지, 누가 말하는지가 미리 정해진 조직은 같은 시간에 논의가 아니라 실행을 시작합니다. 두 조직의 결과는 첫날 저녁이면 이미 갈립니다.

    위기는 몰라서 터지지 않습니다

    기업 위기의 상당수는 예상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미뤄서 발생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위험 요소를 두고 아무도 손대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다가, 어느 시점에 밖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골든타임 관리는 위기 대응 기술이 아니라 평시 관리의 문제입니다. 위기가 없는 시기에 무엇을 해 두었는지가 위기가 왔을 때의 몇 시간을 좌우합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홀딩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첫 한 시간에 내보내는 발화의 형식입니다.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른가: 골든타임이 시작되기 전 구간입니다.
    입장문, 해명문, 사과문은 어떻게 다른가: 그 시간 안에 무엇을 내보낼지의 선택입니다.
    위기관리 108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