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과 해결사의 차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고,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대표이사가 책임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고요. 일단 그런 주장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가 책임지라는 주장은 좀 너무 한 거 아닐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것의 정의를 보면, 사전적으로는 발생된 일이 ‘아름답지 못하고 추잡한 데가 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법적으로 처벌 대상인지 아닌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는 상태인 듯하고요. 윤리적이나 도덕적으로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상황에 처하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을 포함해 해당 기업이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의 되는 경우에는 항상 그에 대한 ‘책임’이라는 화두가 떠 오르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문제해결 방식으로 책임을 정의하기도 합니다. 피해자나 그 주변인들의 경우에는 사과, 배상, 처벌이라는 개념으로 책임을 정의할 때도 있습니다. 그 외 이해관계자들의 경우에는 책임을 최소한의 위기관리 방식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책임이라는 것은 문제 해결에 한발자국 나아갈 수 있는 계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책임을 누가 지는가?’에 대한 것일 겁니다. 일단 불미스러운 일을 만든 그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문제상황을 두고 굳이 범인과 해결사를 나눈다면, 당연히 불미스러운 일을 만든 사람이 범인이 되겠습니다. 따라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책임은 해당 범인이 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런 범인에 대한 기업의 해결사 역할이 충분하지 않다고 볼 때, 피해자와 이해관계자들은 종종 해당 범인과 함께 더 큰 책임을 질 사람을 찾게 됩니다. 기업은 왜 범인을 처벌하지 못하고 있나? 기업이 그렇게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를 수 있도록 범인을 왜 관리하지 못했나? 관리 부실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하는 추가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숨겨져 있는 해결사를 찾는 것입니다.

위기관리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이런 시각 변화와 주장 격화는 아주 기본적인(default) 것입니다. 따라서 리더가 책임 져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리더가 항상 해결사의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면서 범인을 정확하게 벌하는 모습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단 기업이 불미스러운 일과 마주했을 때, 기업과 리더가 해결사, 불미스러운 일을 만든 사람을 범인으로 단칼에 정의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습니다. 그에 더해 불미스러운 일을 만든 사람이 기업내에서 아주 중요한 사람이거나, 심지어 리더 자신인 경우에는 더욱 더 범인과 해결사의 구분은 힘들게 됩니다. 기업은 이 때문에 스스로 범인과 해결사의 명확한 구분과 처벌의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그 두루뭉술 해 보이는 대응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관계자들에게 ‘모두 같은 범인’이라는 생각을 같게 합니다. 이때는 이미 대응 타이밍을 놓친 셈입니다.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 범인을 처벌하겠다며 해결사를 자처해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죠. 문제가 발생되면 위기관리 주체가 항상 기억해야 하는 기본적 주문이 있습니다. ‘스스로 범인이 될 것인가? 해결사가 될 것인가?’ 이는 흔히 비판 받는 꼬리 자르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 주제는 다음 기회에 다루겠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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