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를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몇몇 기업을 보면 자사 위기관리를 위해 상당히 특이한 실행을 해 더 큰 논란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이상 대응이나 수습책을 마구 실행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가는 느낌까지 있습니다. 현장에서 보시기에도 그런 트렌드가 느껴 지시는 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최근 들어 기존의 전통적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일반적 원칙이 상당부분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은 받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금도라고 할까요?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그런 선을 넘는 위기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는 이유는 기업 내 의사결정그룹이 점차 ‘정치화’되어 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업인으로서 기업 이슈나 위기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는 흡사 정치인의 시각으로 기업 이슈나 위기상황을 해석하는 곳들이 많아진 것이지요. 이는 자사 위기관리를 위해 영입한 정치권(대관) 인사들이 기업내에서 위기관리관련 의사결정그룹에 보다 적극 참여하면서 생긴 변화라고 보여집니다.

기존 기업이 하던 이슈나 위기관리 패턴과 전혀 다른 정치적 의사결정 방식이 기업 최고경영진에게는 보다 신선하고 창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방어적, 수동적이었다고 느껴졌다면, 이제는 오히려 공격적, 적극적인 위기관리라 느껴지는 것이지요. 반면 이를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은 이전과 같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변화된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에 이질감을 느끼고 그것이 다시 논란으로 재발되곤 합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변화는 있어 보입니다. 기존에는 기업이 이슈나 위기관리를 위해 여론을 듣고, 분석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따라 입장을 정리하고, 메시지를 그들에게 맞추는 방식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주로 몰입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여론을 변화시키려 하고, 기업의 목소리를 최대한 증폭시켜 여론에 영향을 주려 합니다. 언론이나 소셜미디어 관련자들을 통제 매수 활용해서라도 프레임을 만들어 보려고 하기도 합니다. 기존 대기업에서 언론관계로 불리던 수준의 노력을 넘어서는 다양한 지휘 통제력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이는 정치권에서 흔하게 목격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볼 때 특정 기업 위기관리 실행에서 갑자기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것은, 그 실행을 결정한 의사결정그룹 내에 새로운 분위기가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나 내용에서도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그 커뮤니케이션 타겟은 이해관계자 자신들이 아니라 다른 특정인(들)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최근 같은 변화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려면 기업은 스스로 더욱 올바른 정무감각을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해 가야 합니다. 정치적 음모와 기술, 공작 등과 같은 노력에서 벗어나 여론, 원칙, 철학, 품격을 추구하는 위기관리와 커뮤니케이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준법은 물론입니다. 현 상황만 극복해 보자. 어떻게든 뭐든 해 보자. 못할 것 없다. 일단 하고 나서 보자. 여기저기 동원해 보자. 기업 경영자들께서는 위기관리 미팅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면 좀더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위기관리는 절대 위기를 만들지 않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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