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 Times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경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for competition)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쉽게 풀어 쓰면 ‘경쟁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보다 전략적이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 하겠다. 대표적인 예가 비더들이 경쟁하며 상대를 견제하는 M&A 커뮤니케이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대주주간 경쟁을 벌이는 경영권 확보 커뮤니케이션, 시민단체와 기업간 사회적 명분을 다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내부고발자를 상대 해 기업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경쟁사와 사업적 권리를 가지고 다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유형 등이 있다.
일반적인 기업 PR의 경우에는 자사의 이야기가 그 중심이 되고, 그 기반에는 자사만의 전략이 존재한다. PR 실행에 있어 주제, 시기, 표현방식, 실행방식에도 자사만의 스타일이 묻어 나온다. 따라서, 어느 회사가 PR을 잘하고, 어느 회사가 PR을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 기업의 퍼포먼스에 기반 한 사후 평가를 주로 한다. (회사가 잘되면 PR도 잘한 것이 되고, 반대 결과가 나오면 PR도 못한 게 된다)
그러나, 경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하에서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정확한 승과 패가 존재한다. 물론 사후 각사별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같은 정신 승리 기반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객관적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는 지속적으로 ‘전략’ 개념이 강조된다. 전략이란 경쟁을 중요한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전략 없는 경쟁은 운에 의지한 무모함이다. 제대로 된 전략을 실행하는 쪽이 그렇지 못한 쪽을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겨야 하는 상대가 존재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아주 중요한 원칙들을 이번에는 정리해 본다. 이러한 원칙은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기 전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개념 같지만, 실제 경쟁 상황을 마주 해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 내에서 까맣게 잊혀져 버리는 이상한 개념이라 기억할 만 하다.
첫째, 목적과 목표 없이 경쟁 없다
무엇을 위해 상대와 경쟁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개시가 가능해진다. 최소한 상대를 어떤 상황에까지 밀어 부칠 것인지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만들게 되면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이 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세워야 한다.
“글쎄요, 일단 상대의 언론 플레이에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윗분의 생각이십니다.” 이런 기업의 생각은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바람직한 목적과 목표가 아니다. 정확하게 보면 그런 윗분의 생각은 이번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게 된 동기는 될 수 있겠다. “윗분께서는 최종적으로 이런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차라리 이런 개념의 설정이 낫다. 그분이 바라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라면 훨씬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둘째, 넘지 말아야 할 선 긋기 없이 깨끗한 승리 없다
모든 경쟁이 곧 상대방의 최종적 파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경쟁은 그냥 경쟁일 뿐이다. 같은 목적과 목표를 가진 경쟁에서는 성공와 실패가 있을 뿐, 생존과 파괴라는 의미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상호간 어느 정도 커뮤니케이션 실행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그어 놓고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 든 이번 경쟁에서 상대의 끝을 보자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이런 너 죽고 나 살자는 실행은 항상 사후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는다. 정치인이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죽이기(?) 위해 서로 폭로한 내용들이 사후 검찰의 공통된 수사 주제가 되는 경우를 떠올려 보면 된다. 만약 상대가 선 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회사에서는 그런 경쟁으로 인해 얻는 결과를 잘 따져보고, 경쟁에서 발을 빼는 것도 사후 관점으로는 남는 전략이 되겠다. 더티 게임을 주로 하는 측과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처음부터 개시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는 것 처럼.
셋째, 일희일비를 열심히 하면 패배한다
사실 경쟁 상황과 그 과정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자체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렵다 해도 제일 어려운 주제는 아니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우리측 의사결정그룹의 일희일비다. 평소 읽지 않던 이름 없는 매체 기사 하나, 표현 한 줄에 의사결정자들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경쟁 상황의 특징이다. (네이버에서 찾기 어려운 그 매체의 그 기사 속 그 표현 한 줄은 그 기자와 데스크 그리고 자신 밖에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는 자신 혼자만 기억할 수도 있다.)
“의사결정하시는 분들이 문제를 삼으시니까 저희가 움직이는 겁니다. 빼라고 하시니 빼야지요” 같은 실행 동기만 반복 토로하는 실행그룹이 제대로 된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기란 불가능하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전략적 선택과 집중인데, 이러한 일희일비 현상은 선택과 집중의 가치를 훼손하고, 일관성이라는 기반까지 흔든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일희일비를 상대적으로 덜하는 의사결정그룹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전혀 일희일비 하지 않는 의사결정그룹은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넷째, 같은 메시지를 반복, 반복, 반복하지 않고는 승리 없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주로 양측이 메시지로 경쟁한다. 열 개의 메시지를 한 번씩 돌아가며 전달하는 쪽과, 하나의 메시지를 열 번 반복하는 쪽이 있다면, 어느 쪽이 더 사회적 주목을 이끌어 낼까? 이는 사회적 주목의 다양성이 아니라, 주목의 강도를 의미한다. 물론 열개의 메시지를 각각 열 번씩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창의적 답변을 내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결과는 좋겠다. 하지만,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그렇게 무한대로 커뮤니케이션 자율성이 주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선택과 집중은 경쟁 과정의 여러 제한성 때문에 나오는 개념이다.
“상대 측에서 계속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자꾸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건지 불만이 많으십니다” 이와 같은 내부 분위기에 자극 받는 실행그룹이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선순위라도 따져 선별한 메시지라면 모르지만, 그냥 다양성만 극대화한 메시지들이 백화점 식으로 나열 전달되는 실행이 이어지면 결과는 우려스럽게 변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시종일관 취재한 기자나 온라인 전문가들이 우리측 메시지를 간단하게 정리 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도가 이상적이다. 반복적으로 기억되는 메시지가 주가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초기 프레임을 잡아야 승리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또 중요한 전략이 프레임화다. 이는 경쟁 구도에 대하여 공중이나 이해관계자 그리고 그 이전에 언론을 이해시키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전략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흔히 우리가 떠 올리는 강자 vs. 약자, 남성 vs. 여성, 권위주의 vs. 자유주의, 우파 vs. 좌파, 해외 특정 국가vs. 한국 등의 단순한 프레임화는 경쟁 상황에 있어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프레임화는 초기에 정교한 전략적 분석을 기반으로 완성도 있게 실행되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첫 인상’을 심어 놓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상대 측에서 계속 약자 포지션을 강조하고 있어서, 저희 윗분들은 그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다른 전략적 옵션이 있을까요?” 같은 문의를 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 그룹은 이미 게임에서 불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프레임을 깨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거나, 최초 프레임을 만드는 것 보다 수 백배 어렵다. 더구나 상대가 그 프레임을 일관되게 공고화해 나간다면 이미 성을 빼앗긴 채 시작하는 전쟁이다.
여섯째,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이 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메시지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갑자기 사람이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메시지는 생명력 없는 문자나 소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도자료나 해명자료 또는 팩트시트만 메시지 전달 매체가 아니다.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 소화해 인간적 신뢰를 더해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창구인 사람도 중요한 매체다. 그에 더해 자사의 핵심 메시지를 더욱 더 알기 쉽게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VIP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VIP가 부담스럽다면 전문성을 가진 대변인도 좋다. 제3자로서 자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도움이 된다.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신뢰 있는 전문가들이 우리의 메시지를 언급하게 하는 것이다.
“저희를 위해 기고문이나 방송에 나가 이야기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을 찾아 보라고 하십니다. 어느 교수님이나 전문가가 있을까요?”라고 자문을 구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 그룹은 대부분 고통만 받다가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마무리한다. 위기관리 명언에서도 이야기하듯,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는 카우보이’는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장면은 활극에서나 연출할 수 있는 것이며, 제대로 숙련된 카우보이는 멈춰 있는 말에 먼저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이후 말을 달리게 하는 법이다.
일곱째, 연대하되 개입하게 하지 말라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우리측 편에 서 주는 이해관계자들을 많이 만드는 것은 천군만마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상황 전반에 걸쳐 주목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판에 개입 하려는 이해관계자는 최소화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 한 측에서는 전략적으로 상대의 경쟁 전략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특정 규제기관이나 단체의 개입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말하는 고소, 고발, 진정, 공개서한 등이 그런 전술적 툴이다. 그러나, 그 이후까지 경쟁적인 난타전을 만들어서는 좋을 것이 없다. 만약 일정 수준 도그파이트(dogfight)를 감내하자는 전략이라면, 최대한 상대보다는 강력한 명분을 보유해야 한다. 얼마나 훌륭한 명분을 갑옷으로 입는 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계속 상대가 소송을 해 오니까, 우리도 상대에게 소송을 해서 맞상대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소송은 무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강화해야 할까요? 아니면 어떤 다른 대응을 택해야 할까요?” 같은 자문을 요청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팀에게 답은 하나다. 현재 극단적 경쟁 구도에서 자사가 보유하는 명분은 과연 어떤 것이며, 상대적으로 얼마나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을 먼저 정리해 보아야 앞의 질문에서의 대응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들과 연대는 하되, 개입은 최대한 경계하는 것이 이상적인 전략일 수 있다.
마지막,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예산이 마지막 결과를 정한다
기업 위기관리도 그렇고, 이슈관리도 그렇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더욱 더 그렇다. 예산 없이 승리 없다. 가끔 내부고발자를 상대하는 기업에서 상대인 내부고발자는 아무 예산도 쓰지 않는데, 우리 회사의 대응에서는 거대한 예산을 써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다. 개인은 기업보다 잃을 것이 적다. 따라서 예산을 써야 할 이유도 적다. 그렇다고 기업이 위기관리나 이슈관리를 위한 예산을 쓰지 않으면, 그 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소모되어야 할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대부분의 기업이 위기관리와 이슈관리를 위해 예산을 최대한 마련하는 현실적 이유다.
“경쟁사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뿌리며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서 보다 저예산 접근과 함께 상대적으로 효과 높은 어프로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같은 이야기는 듣기에는 멋지고 무언가 전략적인 것 같지만, 현장에서는 별 의미 없는 요구다. 상대도 예산을 쓰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큰 예산을 투입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대를 만나면, 스스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포기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대비 효과는 경쟁사도 노린다.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예산만 펑펑 쓰면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경험적으로 예산을 크게 꾸려 준비한 기업을 보면 전략적 목적과 프레임 등이 잘 정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전적 준비를 거쳐 필요한 것들을 이미 마련해 놓은 경우도 많다. 실행에 대한 준비와 역량도 당연히 그를 따라간다. 무조건 예산만 많이 써서 이기는 게임은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기업의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사회적 시각에서 앞으로도 더욱 더 다양화되고, 잦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관계자 그룹들도 경쟁 대상이 되어 간다. 언론은 물론 다양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의 활동은 그러한 경쟁 상황을 수없이 만들어 낸다. 환경은 그렇게 계속 변화해 간다. 더 변화해야 쪽은 기업이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기업이 낯설어 하거나, 흥분만 한다면 그에 대한 적응과 변화는 시급하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변화하며 노력해 보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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