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2025 0 Responses

기업이 정치를 따라하면?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482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정국과 관련해서 사내에서 정치인들의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레토릭을 유의 깊게 분석해 보고 있습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배울만한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분별해 보는 것이지요. 전문가들은 업계과 정계 커뮤니케이션간에는 다름이 있다고 하던데, 어떤 게 다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주 중요한 주제를 질문해 주셨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기업은 가능하면 정치 분야에서 실행되는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절대 따라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과 정치 커뮤니케이션은 서로 비슷한 듯 하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기업과 정치는 여론에 기반해 존재, 성장한다는 점은 비슷하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정치는 권력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여론을 다루는(handling) 데 비해, 기업은 자사의 경영적 목적을 가지고 여론을 따르고(following), 최소한 거스르지 않는다(serving)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치분야에서는 적대적 또는 반대 여론에 맞서 견디는 맷집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그런 맷집을 가질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고, 그런 맷집이 강하다 해서 경영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여론을 대함에 있어 기업은 정치분야 보다는 취약성과 민감성을 드러냅니다. 기업측에서 볼 때 그래야 더 전략적인 것이지요.

또한 정치 분야는 자신들을 지지하는 여당과 같은 세력이 활동의 기반이 됩니다. 그들 때문에 때때로 반대 여론과 싸울 수 있고, 비판도 견뎌낼 수 있습니다. 여당과 같은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이듯 할 수 있다고 믿지요.

그러나 기업에게는 정치분야와 유사하게 자사를 지지하는 여당 같은 세력을 구성하기는 어렵고 불가능하기까지 합니다. 충성고객 또는 소비자로 대변되는 지지 그룹은 정치분야와 비교할 때 상당히 취약합니다. 언제든 어제의 충성고객이 오늘의 불매운동 참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충성고객을 믿고 정치분야 같은 행동을 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해서는 낭패 볼 확률이 높습니다.

문제는 그런 기본적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지 않고,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나 스킬을 따르거나, 흉내 내려는 기업에게 발생됩니다. 일반적 기업은 이미 그런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금기로 여기고 있지만, 일부 그렇지 못한 기업에서는 종종 정치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자사에게 적절한 벤치마킹 주제라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그런 일부 기업은 사내의 커뮤니케이션 리더십을 정부 관료 출신이나 국회 출신 인사에게 일임하기도 합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자들이니 자사의 이슈나 위기관리에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는 것입니다. 그런 경우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해당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상당히 이색적인 톤앤매너를 띕니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그 반대의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과 정치 커뮤니케이션은 같은 포유류이기는 하지만 원숭이와 고래가 서로 다르듯 전혀 다른 형태와 존재로 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원숭이가 심해 바다를 오래 헤엄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고래가 위험을 피해 높은 나무로 달려 올라가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기업의 리더가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비슷하게 활용하게 되면, 수백 미터 바닷속에 가라앉아 버린 원숭이와 수십 미터 나무위에 걸린 고래와 같은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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