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465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제 친구가 OOO회사 오너이나 대표입니다. 최근 그 기업과 관련해서 큰 부정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그로인한 피해자 규모도 그렇고, 법적으로도 그렇고. 제가 보기에도 이번에 잘못하면 파산하게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혹시 이런 위기도 관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 특정 이슈에 대해 논하기 이전에 우선 위기와 위기관리 개념에 대한 정의를 먼저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업에게 위기란 무엇일까요? 기본 전제를 몇 가지 꼽자면, 기업 범죄, 위법적인 기업 행위, 경영진의 규정무시 등으로 인해 발생된 부정적 상황은 위기의 범주에서 일단 제외됩니다. 즉, 기업의 의도적, 계획적, 상습적 부정 행위와 관련된 것은 ‘위기’로 정의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위기라고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상황은 기업이 정상적 기업 활동을 영위하면서 발생된 부정적 상황, 준법의 범위 내에서 불거진 부정적 상황, 경영진의 규정 준수가 일반적 범위내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발생된 부정적 상황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현장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빠지는 딜레마는, 기업의 범죄행위, 위법행위, 규정무시 등의 사실관계가 그렇게 확실하게 판정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됩니다. (일부는 그 사실관계 자체를 무시하기도 하고요.)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 내부에서는 그런 부정적 전제가 없다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 문제의 진짜 뿌리는 감추는 것이지요. 그런 경우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해당 상황을 ‘위기’로 정의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사후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규제 및 수사기관 개입 등으로 그 상황이 해당 기업의 범죄행위, 위법행위, 경영진의 규정무시 등으로 인해 발생된 것이라 밝혀지면 그 딜레마는 더욱 커집니다. 그때까지 기업이 지향해 온 위기관리 목적이나 목표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실행한 많은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단박에 ‘거짓’으로 변질돼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 기업에 대해 그나마 남아있던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도 전부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때 가서 그 기업이 엎드려 용서를 빈다고 해서 어떤 효과가 있겠습니까? 달게 벌받겠다는 클리쉐가 의미 있을까요? 회장이나 대표이사 자리를 내 놓으면 중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문제 핵심은 위기가 아닌 것을 위기라 정의했고, 그 잘못된 정의에 기반해 위기관리라는 것을 실행했다는 사실입니다. 기업 스스로를 위해서도 그래서는 안 됐던 것이지요.
기업에서 위기관리 하시는 분들이라면 다시 한번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기업의 범죄행위, 위법행위, 경영진의 규정무시 등으로 인해 벌어진 상황을 과연 정상적으로 ‘위기’라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에 기반한 의도적, 계획적, 반복적 행위들로 인한 부정적 상황을 ‘위기’로 정의하고 (사후)관리하려 시도하는 것을 ‘위기관리’라 정의할 수 있을까요?
문제에 대한 정의 내리기(definition), 책임감, 개선의지, 재발방지의지, 이를 위한 재무적 부담 감수 의지 등이 (내심) 없는 주체의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부정적 모든 상황은 위기이기 때문에 무조건 위기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은 해당 기업을 위해서 긍정적이기만 한 것일까요? 그 주변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일까요? 생각해 봐야 할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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