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2025 0 Responses

무조건 경청하라고요?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459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사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대부분 ‘직원의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조언하더군요. 저희 대표님께서는 경영진이 직원들 목소리를 경청하면 사내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십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에서 ‘경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커뮤니케이션 분야는 매우 다양합니다.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분들도 있는 반면, 조직이나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전문성을 지닌 분들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큰 문제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주제, 흔히 ‘소통’이라고 불리는 분야에 대한 맥락이나 주체 간 차이를 상당 부분 무시한 일반적인 조언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 중 가장 큰 혼동은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조직 및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현상입니다.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에서 핵심 주제인 경청, 수용, 사과, 약속 등의 개념이 조직이나 기업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믿는 것이지요. 그러나 실제로 그런 무분별한 적용은 조직이나 기업에게 더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경청’이 아닙니다. 물론 경청 없는 기업문화는 건강하지 않은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만, 기업은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경청 이전에 기업의 철학과 원칙을 굳건하게 세워야 합니다. 회사의 뚜렷한 철학이나 원칙이 적절하게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행으로만 진행되는 경청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기업의 철학과 원칙은 비바람이 부는 기업 현장에서 믿을 만한 등대가 됩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꿋꿋이 밝혀줍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떤 주제가 부상하더라도 그 주제에 대한 해석과 정의, 그리고 대안적 답변은 기존 보유한 기업의 철학과 원칙에 따라 정해진 대로 커뮤니케이션되어야 합니다. 그런 철학과 원칙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은 직원들에게도 적절한 예측 가능성과 행동 및 사고 기준으로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부 기업 내부에서는 기업의 철학과 원칙이 대표의 개인적 철학과 원칙으로 혼동되기도 합니다. 기업의 철학과 원칙이 대표의 철학과 원칙과 일치하면 가장 이상적입니다. 반면, 기업의 철학과 원칙이 부재한 환경에서 대표의 철학과 원칙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에는 다양한 사내 커뮤니케이션 쟁점들이 생겨납니다. 일정 기간 후 새로운 대표가 임명되면, 새로운 철학과 원칙이 다시 커뮤니케이션됩니다. 이런 반복 때문에 직원들은 계속 바뀌는 기준과 방향성에 혼란스러워 합니다.

기업의 철학과 원칙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경영진의 경청은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그냥 ‘이벤트’로 볼 수 있겠습니다. 부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더욱 큰 혼란의 초래’라고 할 것입니다. 경청한 내용을 경영진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정의하고 해석할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슨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요? 대부분의 기업 경영진이 단순 ‘애드립’, ‘얼버무림’, ‘동문서답’ 수준의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근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이벤트나 기술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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