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만 제대로 전달하면 되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한 기자가 최근 저희 회사 사업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많은 질문과 팩트를 저희에게 요청하고 있는데요. 사실 저희는 그와 관련해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냥 팩트를 제대로 정리해서 전달하면 어떨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평시나 이슈발생 시 그리고 위기발생 시 대언론 창구인 홍보실의 기능에 대한 아주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이슈와 관련하여 기자가 회사측에 팩트를 요청하는 경우 전략적 홍보실이라면 어떤 대응을 할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기자가 원하는 관련 팩트만 잘 정리해서 제공하면 충분한 것일까요?
기본적으로 홍보실은 언론을 상대로 하여 팩트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그 의미와 가치를 함께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맞습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의미와 가치’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주체에 의해서도 특정 팩트는 한 가지 의미와 가치로만 해석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명백한 팩트라고 해도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해석의 가능성은 매우 다양합니다.
전략적 고민을 하는 홍보실이라면 기자의 그런 자의적 해석 가능성을 최대한 관리하려 노력합니다. 기자는 단순한 팩트만을 원하더라도, 홍보실은 그 팩트를 좀더 깊이 들여다보고 그 위에 의미와 가치를 정리해 기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 팩트와 관련된 의미와 가치는 자사 입장에서만 이해되는 성격의 것이면 안됩니다. 홍보실이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스스로 합리적 의심을 해 가며 팩트를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홍보실에서는 특정 팩트를 여러 의미로 해석해 보고 가장 합리적 의심이 적은 해석 방향을 빨리 찾아 선택해야 합니다. 당연히 그 방향성은 회사의 방향성과 제대로 정렬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끔 기자가 회사측의 해석 내용을 듣고, 그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그 의미와 가치가 상당부분 자사 입장에만 기반할 뿐 건전한 상식과 거리가 있거나 합리적 의심을 거치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회사와 홍보실의 정무감각이 부실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좋은 의미와 가치부여는 기자가 팩트와 함께 해석을 접했을 때, 상당수준의 공감과 이해를 형성합니다. 기자의 합리적 의심을 깨는 적절한 해명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팩트를 전달한다고 해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자가 원하는 팩트를 정리해서 단순히 전달하기만 하는 홍보실은 음식 재료만 전달한 뒤 기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라고 하는 행위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전략적인 홍보실이라면 재료를 정성껏 조리해서 반조리형태의 음식을 기자에게 전달할 것입니다. 기자가 그 반조리형태의 음식을 제대로 요리 못할 가능성도 있지만, 전혀 동떨어진 ‘괴식’이 만들어 지는 상황은 피할 수 있습니다.
기사는 단순 팩트의 나열이 아닙니다. 의미와 가치를 항상 챙기십시오. 기자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전략적 홍보실은 기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는 있습니다. 그 영향이란 수준 높은 의미와 가치 부여 노력을 뜻 합니다. 그 노력 수준이 곧 홍보실의 수준이며, 해당 기업의 수준입니다.
# # #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