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2021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어처구니없는 위기관리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The PR 기고문]

어처구니없는 위기관리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가만히 보면 기가 차고, 웃음이 계속 나오는 위기관리가 있다. 더 정확하게는 그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있고, 어처구니없는 메시지들이 난무하는 경우가 있다. 해당 위기관리 주체는 열심히 고민하고 나름 열성을 다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고 메시지를 전달했을 텐데, 그걸 접하는 상당수는 당황스러워 하며 이내 실소를 터뜨리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잦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학벌에, 상당한 경영 훈련까지 받았다는 쟁쟁한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스스로 심각한 자세를 가지고 열심히 대응하려 만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왜 그런 결과로 이어질까? 그 아래 포진한 경험 많고, 현실감각이 뛰어난 임원과 관리자들은 대체 왜 그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까? 창구에서 열심히 해당 메시지를 전달하는 홍보실무자들은 실제로도 그 메시지가 괜찮고, 분명히 위기관리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을까?

소기업이라면 대표를 포함한 몇몇이 고민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에, 가끔은 그런 이상한 결과가 발생될 수도 있다 치자. 하지만,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이라 불리는 거대한 인재 조직은 왜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그런 메시지를 아무 의심 없이 발표할 수 있을까? 그에 관한 이유를 살펴보자. 왜 그럴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첫째, 사회적 감수성이 떨어지는 기업이 생각보다 많다

의사결정권자 개인의 사회적 감수성도 그렇지만, 조직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감수성이 부족한 기업이 아직도 많다. 최근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이슈가 되고 실제 위기로도 이어지는 사회적 논란들을 살펴보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간다. 젠더 이슈만 해도 그렇다. 아직도 기업에서는 그냥 골치 아프고 시끄러운 이슈로만 접근하는 곳들이 있다. 사회적 공정이슈도 그렇다. 기업 스스로 지금까지의 관행에 갑작스럽게 왜 공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가 하고 묻는 기업들이 많다. 환경 이슈도 그렇고, 노동 이슈에도 그런 태도가 아직 존재한다. 새로운 세대라 불리는 MZ세대와 관련된 이슈는 어떤가? 단순하게 요즘 애들은…이라 막연하게만 생각하는 기업이 상당수다.

언론이나 규제기관 또는 시민단체들, 심지어 직원들과 노조, 거래처에서까지 사회적 감수성을 키워 달라 계속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기업의 사회적 감수성은 지지부진 상태인 경우가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세대가 바뀌고, 시간이 흘러 완전한 인식의 전환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면 이런 기업의 사회적 감수성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사회적 감수성이 부족한 기업은 위기관리 시 전쟁터에서 갑옷을 입지 않고 싸우는 벌거숭이 병사와 같은 꼴로 이해할 수 있다. 매 순간이 위험하기도 하고, 꼴도 흉하다.

둘째, 내부 시각으로만 사회적 이슈와 위기를 다루려 한다

자기 업계의 50년된 관행에 대해서는 어떤 문제 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만 봐도 그렇다. 외부 컨설턴트가 왜 이런 잘못된 관행을 이어가고 있는가 물으면, 이미 수십년간 해당 관행에 기반해 경쟁 해 왔기 때문에, 자사만 먼저 관행을 끊어 버리게 되면 경쟁에서 도태되니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일단 해당 관행이 문제가 되면 업계 모든 기업이 다치게 될 테니, 그때까지 유지하며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 이야기한다.

내부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당연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어느 대기업 퇴직 임원에게 ‘부조리가 상식화 되어야 그 회사 생활을 잘 할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부조리까지도 상식이 되는 기업 내부였다는 의미다. 이런 환경에서 내부 시각은 외부의 사회적 시각과 일부 갈등 또는 충돌하거나 심지어 그에 반할 수까지 있으므로 상당히 위험한 위기 요소가 된다. 내부의 시각으로만 외부 이슈나 위기를 다루는 것은 마치 눈을 감고 자신의 감에만 기반해 주먹과 발을 휘두르는 격투기 선수 같아 보인다. 운이 좋으면 상대에 타격을 입힐 수 있겠지만, 상대방은 눈을 뜨고 있으니 큰일이다.

셋째, 주변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부족하다.

해명문이나 입장문 심지어 보도자료 하나도 그렇다. 사회적 민감성이 없는 조직 의사결정자들이 내부적 시각으로만 읽어 문제가 없다 판단한다. 누군가 제3자적 입장에서 중립적으로 해당 메시지를 보아주더라도 어려운 커뮤니케이션을 그냥 쉽게 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그 공식 메시지를 접하는 언론과 온라인 공중들은 이내 배꼽을 잡는다. 어떻게 이런 메시지가 가능할까 하며 신이 나서 기사화를 하고, 포스팅이 이어진다.

메시지가 이상하니, 메시지를 내보낸 기업도 이상해 보인다. 그 기업의 오너나 임원들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유사한 사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먼저 내부나 주변의 조언이나 검토 없이 쉽게 메시지를 내 놓는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상당한 비판과 비난, 비아냥이 이어지고, 온라인에서 희화가 되기 시작하면 해당 기업은 다시 그에 대한 사과와 해명을 내 놓는다. 그래도 문제가 사라자지 않으면 또 다시 사과를 발표한다. 그러면서도 사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자사의 최초 메시지를 오독하고 오해한 언론과 온라인 공중이 문제라는 확신이 존재한다. 일단 태풍이 부니 땅 바닥에 납작 엎드려야 그나마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조아린다.

주변에서 담담하게 자사의 준비된 메시지를 읽어주고, 그에 대해 만에 하나의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해석과 감정을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을 찾아보자. 순서가 복잡해 보이고, 시간이 없어 급한 메시징이 필요하다고 해도, 바늘 허리에 실 매어 못 쓴다는 말을 기억하며 잠시라도 문제없을지를 여기 저기 물어보자. 그게 위기관리다.

넷째, 반대로 이상한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을 때도 있다

소위 우리가 비선이라 부르는 그룹들이 그렇다. 딱히 비선이라 불리지 않더라도,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지인이나 지인의 지인이 그런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현 상황에서 어떤 조언을 의사결정자에게 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내 실무그룹이 없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이상하거나 이질적인 실행 방식이나 메시지가 내려온다면 바로 그것은 비선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 비선이 전직에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던 분인지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서 가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주체는 해당 기업뿐이다. 그 기업 내에서도 부서별 위치 별 상황에 대한 정보량과 이해도가 달라지는데, 어떻게 비선 라인이 외부에서 전화 한통 받고 해결책을 제대로 제시할 수 있을까? 관심법이나 신기를 가지지 않고 서는 절대 불가능한 것 아닌가. 그래서인지 실제로 유명 무당이나 점쟁이가 기업의 비선인 경우도 있기는 하다.

다섯째,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항상 쫓기듯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는 좀더 실무적인 주제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효용성을 몇가지로 추리자면, 첫째, 발생될 이슈나 위기의 조기 발견이 가능해진다. 둘째, 빠른 상황판단과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셋째, 안정적인 이슈나 위기관리가 가능하게 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여기에서 핵심을 다시 추리면 사전적 대응, 신속한 대응, 그리고 안정적 대응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사후대응 중심이거나, 때를 놓치고 늑장 대응하거나, 좌충우돌, 우왕좌왕, 들쑥날쑥, 허둥지둥 하는 위기관리 실행을 하는 기업은 위기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볼 수 있다.

일단 심각한 상황에서 이상한 메시지가 기업으로부터 나왔다면, 이는 정상적인 기업의 심사숙고의 결과물은 아닌 셈이다. 어떻게 이런 메시지가 정상적으로 탄생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하겠지만, 그런 경우에는 일종의 조산(早産)인 가능성이 많다. 일단 시간이 너무 흐르니 이런 메시지라도 내고 보자는 내부적 조급함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기업이 얼마나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이슈나 위기관리의 성패는 상당부분 좌우된다. 기업이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가 하염없이 메시지를 다듬고 살펴서 때를 놓치곤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은 제대로 된 메시지를 도출하는 과정이나 합의에 이르는 속도가 다른 기업보다 훨씬 빠르다. 그래서 그런 기업이 좀더 이슈나 위기관리를 잘 할 있다 하는 것이다.

여섯째,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급해 애드립을 한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메시지를…이렇게 받아들여지는 일부 메시지는 해당 기업의 공식 메시지가 아닐 가능성도 높다. 언론이나 온라인 또는 관련 외부 조직에게 메시징을 한 그 기업 창구의 애드립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자신은 그냥 자신의 판단대로 언론에 이야기한 것인데, 그게 기업의 공식 메시지화 된 것뿐이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런 변명은 매번 때가 늦은 것이다. 발칵 뒤집힌 회사 내부의 분위기를 접하게 되면 아마 식은땀이 흐를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렇게 창구 담당자나 임원이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드는 애드립을 쳐서 사회적 공분에까지 이르게 된 시점에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 말이 실제 뭐가 잘 못되었는지 모르는 경우다. 솔직히 맞는 말을 했는데, 이해를 잘 못한다 하기도 한다. 못할 말을 한 건 아니지 않느냐 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위와 같은 내부 이야기가 나오면 그 상황은 상당히 어려운 처지다. 모든 애드립은 기본적으로 위험하다. 애드립에 익숙한 창구는 기본적으로 위험한 사람들이다. 애드립에 관대한 기업은 위기 요소가 풍부한 기업이다. 애드립의 정의는 준비되지 않은 모든 말이다. 준비를 거쳐 기업 내 공유와 확인이 더해져야 비로소 기업의 공식 메시지 자격이 있다.

마지막, 기업의 진정성이 그대로 메시지에 묻어나는 경우다.

회사가 사과를 해도 요즘엔 사내 직원들 블라인드에서는 다른 말이 나오는 것이 다반사가 되었다. 심지어 회사의 공식 입장에 반하는 메시지를 공유한 직원을 적발하려 하는 곳도 생겼다. 기업은 공적 기관으로 사회적 책임에 기반해 공식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사내 임직원들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것이 진정성인가 할 때 많은 사람들은 블라인드에서 솔직한(?) 내부 분위기를 전달하는 그 포스팅이 좀더 진정성에 가깝다 볼 것이다. 그런 경우 기업은 자신을 속이고 있는 셈이 돼 버린다.

그 새로운 의미의 진정성(속마음)이 드러나다 보니 기업은 난감 해 진다. 그 속마음을 눈치챈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쓰나미 같은 비난을 쏟아 내니 더욱 더 죽을 맛이 된다. 그것이 우리의 속마음이 아니라고, 일부 문제 있는 직원의 개인적 마음일 뿐이라고 아무리 외쳐 보아도 효과가 없다. 기업의 실체는 그 기업을 구성하는 직원들을 통해 구현된다. 직원들 개개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해당 위기상황을 바라보고 있는지 합치되지 않는다면,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그렇게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위기관리는 바로 더 큰 위기로 이어진다.

성공적 위기관리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처구니없는 위기관리는 하지 않도록 노력해 보자. 어처구니없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그리 힘든 노력까지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사회적 감수성을 가지고 업데이트 해 나가려고 먼저 노력해 보자. 그게 그리 어려운 과학이나 큰 투자를 해야 하는 주제도 아니지 않나?

그 후 위기일수록 내부 시각은 종종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외부 시각을 좀 더 많이 들어보려 시도해보자. 어렵지 않다. 메시지를 만들었다면, 그것에 만에 하나 어떤 문제가 있을지를 주변에 물어보고 의견을 받아 보자.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이상한 조언을 하는 사람들은 멀리해 보자. 대신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조언을 하는 사람들과 친해져 보자.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 효과를 노려보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애드립을 극히 경계하면서 메시지에 상당한 가치를 두는 습관을 가져보자. 신뢰와 명성이 생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진정성과 기업의 그것을 합치시키려 지속 노력해 보자. 겉과 속이 같은 훌륭한 기업이 될 것이다.

이런 자그마한 노력들이 모자라면 언제든 어처구니없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된다. 그냥 한번의 실수나 잘못이라고 넘어가기만 해서 해결될 것은 아니다. 일은 해결되어도,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그 문제는 다시 돌아와 회사를 더욱 더 어처구니없게 만들 것이다. 그것을 두려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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