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전문가의 말이 아니다. 이낙연 총리가 한 말이다. 기자 출신인 이 총리가 신임 장차관들을 위한 한 행사에서 언론 대응 자세를 조언한 것이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이 총리는 신임 고위공직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자들로부터)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이다 하는 것은 사회적 감수성으로 당연히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하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아야 됩니다. 그런 준비가 갖춰져야 기자들한테 나설 수 있습니다. 덤벙덤벙 나섰다가는 완전히 망하는 것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도 이 총리의 이런 가르침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장관이나 차관에게만 해당되는 조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을 대표하는 모든 경영진들에게도 공히 해당하는 언론 대응 자세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먼저 그는 ‘사회적 감수성’을 강조했다. 기업 경영진에게 위기관리 관점에서 매우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평소와 위기 시 경영진 스스로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라는 조언이다. 더 나아가 기업 조직 전반에서도 민감성은 물론 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위기관리에 큰 자산이 된다.
얼마전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도 연설에서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 합리적이며 상식적인 사고와 적절한 사회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론은 예측 가능한 것이라는 의미다. 합리성과 상식을 넘어서고, 사회적 감수성에 반하는 여론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 과도 같다.
두번째 강조된 것은 ‘반문에 대한 본능적 이해’다. 소통의 기본은 주고 받음이다. 기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해서 기자가 그대로 이해하고 반론이나 추가 질문은 하지 않고 돌아가리라 예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예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예상하는 반문에 대한 답변, 그리고 재반문에 대한 답변 까지를 일관되게 준비하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이 총리는 ‘덤벙덤벙 나서지 말라’고 마무리했다. 이 표현이 상당히 강하고 직접적이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매우 현실적으로 적절한 표현이라 큰 공감이 간다. 완전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고 본다는 생각은 절대 경계하자는 의미다.
완전하게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차라리 나서는 시점을 조정하는 것도 한 꾀다. 물론 신속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시간이 없다 해서 완전하게 준비되지 않은 채 일단 나서고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그야 말로 “덤벙덤벙” 나서는 모습이 되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덤벙덤벙’이라는 개념은 여기저기에서 목격된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기업에서 이런 해프닝은 더 많이 목격된다. 여러 번 해보고, 완벽하게 느껴질 만큼 준비해도 실전에 임하게 되면 ‘아차!’하는 순간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런 기존의 자산의 축적도 없이 나서니 백전백태가 된다. 매번이 아슬아슬한 것이다.
위기 시 ‘덤벙덤벙’ 하지 않아야 한다 하면, 일부 경영진은 이렇게 반문한다. “시간이 없는데 어느 세월에 꼼꼼하게 준비해 대응을 합니까? 일단 대응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얼핏 보면 그 말도 맞을 것 같다. 아무 대응을 안 하는 것 보다는 일단 되는대로 대응하고 보는 것이 순발력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핵심은 대응이 곧 답이 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대응 자체가 당면한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았지만 일단 시급하니 실행 해보고는 대응은 진정한 대응이 될 수 없다. 차라리 그것은 ‘반응’이라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다.
위기 시에는 공중이나 여러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대응에 있어 반응 대신 답을 주는 대응을 해야 한다 생각하자. 반응은 일부 느릴 수 있다.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다면 완성되지 않은 반응은 일부 생략되어도 큰 탈은 없다. 핵심은 정확한 답을 준비하고 그 답을 빠른 시간내에 내어 주는 것이다. 절대 미완성의 자잘한 반응이 다가 아니다.
불완전하고 미완성된 반응들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기업에서 위기관리를 위해 필요한 답을 추가적으로 생산하게 만드는 경우가 선행된 부적절한 반응 때문이다. 정리되지 않은 입장, 고민을 건너 뛴 메시지, 일단 발표하고 본 배상의지, 실현 불가능한 개선책, 준비 안된 이해관계자 접점들, 먹통이 되어 버린 콜센터까지 일단 준비시간을 건너 뛴 반응의 결과들이 추가 문제를 양산하는 것이다.
위기 시 압력과 압박으로 느껴지는 시간적 제약이 그렇게 싫고 못 견디겠다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맞다. 미리 준비하면 실제 위기 시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상당부분 자유로워진다고도 이야기했다. 미리 갖추어 마련해 놓는 노력을 건너 뛴 시간적 자유로움이란 존재 불가능하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덤벙덤벙’이란 게으름, 준비 없음, 방치의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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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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