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기업 경영진들은 온라인에 대해 약간은 냉소적 인식을 하고 있었다. 일부는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는 ‘젊은 아이들이 하는 놀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는 그런 거 할 나이가 아니라서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잘 모릅니다” 같은 이야기를 기업 VIP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기업 VIP 중에서도 소셜미디어를 초기부터 잘 활용하는 분들이 나타났다. 그러자, 그에 대해 기업 경영진들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 분들이야 기업 오너니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실 수 있는 것이고, 우리 같은 전문 경영인은 말을 조심해야 해서 소셜미디어는 좀 꺼려집니다”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에 열중하는 VIP들을 향한 냉소적 시선은 바꾸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기업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계정을 관리하는 직원들을 바라보는 경영진의 시선에도 냉소적 느낌은 일부 남아 있어 보인다. 여기저기 온라인과 소셜미디어가 대세다. 오프라인 마케팅은 죽었다. 4대 매체 광고보다 온라인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일반화 되다 보니 경영진 스스로 현 상황을 부정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러나, 그런 생각에 진짜 공감 하거나, 더 알고 싶어 하는 노력들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 보인다.
회사가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도 이런 평소 경영진 인식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된다. 해당 위기에 대하여 쏟아지는 언론 기사와 보도들은 찾아 읽고 보고 하지만, 각종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창구를 통해 거둬들여진 온라인 공중의 여론에는 좀처럼 깊이 있게 다가가지 않는다.
경영진 자신 스스로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잘 모른다’ ‘이해하기 힘들다’ ‘그 공중의 실체나 진정성 같은 가치도 인정하기 아직은 어렵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일선에서 실시간으로 취합되고 보고되는 온라인 여론을 보는 시각이 어지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어떤 경영진은 반대로 너무 심각하게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댓글이나 트윗 하나 페이스 북 포스팅 하나 하나를 챙기며 우려한다. 사 내외 전문가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조급하게 질문한다. 물론 관심은 좋은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우려를 전제로 한 조바심은 좀 다른 의미다.
위기 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공중의 여론은 당연히 읽고 이해해야 한다. 경영진은 더 나아가 그들 공중의 대화와 여론의 흐름이 어떻게 오프라인 매체들과 연동되는지 큰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잘 모르겠다는 체념보다는, 가능한 여러 일선의 의견과 보고를 받아 읽고 같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선에게도 지속적으로 여론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조바심이나 근거 없는 두려움은 버리되, 관심과 진지한 분석 노력은 유지 강화해야 한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상 공중을 이전과 같이 폄하하는 생각은 최소한 버려야 한다. 애들의 장난이나 놀이라는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렇다고 온라인 공중이 기업을 살리고 죽이는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도 사실 정확하지는 않다. 여론이란 상호 작용에 의해 관리 주체에 의해 관리되기도 하고, 관리되지 않기도 하는 유기적 대상일 뿐이다. 이는 오프라인에서도 동일했다.
온라인 공중을 오프라인 언론과 각종 이해관계자들과 같은 수준과 비중으로 품어 균형 있게 참고하면 된다. 무조건 더 큰 비중을 두거나, 반대로 무시해 버리는 우는 더 이상 말자.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그들 하나 하나의 여론이 큰 도움이 된다. 그 목소리를 적시에 듣고 내부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구하자.
현장에서 위기관리를 하다 보면 때때로 ‘이상한’ 여론 현상이 다양하게 목격된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언론에서 연일 떠들어 대는 자사 이슈에 대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공중은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부 단순 언급이나 의견 표현이 있지만, 그 수준이 타 이슈들과 비교해 월등하지도, 별 의미 있는 수준에 이르지도 않는다. 이 상황을 기업은 위기로 정의해야 할까?
반대로 오프라인 언론에서는 잠잠하고 별반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슈에 대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큰 관심을 나타내는 상황도 있다. 부정여론이 슬슬 일어나 가시화되고 있지만, 여러 오프라인 이해관계자들은 아직 그런 상황에 주목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은 어떻게 상황을 정의해야 할까?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공중의 여론을 쭉 들여다 볼 때도 고민은 생긴다. 회사 관련 이슈가 온라인 상에서 확산되는 상황이다. 실시간 여론 확산수치와 의견들을 분석하며 트레킹 하고 있는데, 과연 어느 시점이 회사에서 개입해야 하는 단계인지 모호하다. 여론이 이 상태로 가다 단박에 사그라질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개입하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마냥 치솟는 비판여론에 복지부동 할 수는 없다. 이런 고민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실질적인 고민을 하다 보면 더 이상 온라인이 바보들의 놀이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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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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