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4편] 위기관리팀의 구멍을 찾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막상 위기와 마주해 보면 알 수 있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외부 컨설턴트들은 그건 하지 마시라, 저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자꾸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내부 위기관리팀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이것은 불가능하다 저것은 여의치 않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런 기업 대부분은 평소에 자사 위기관리팀에 대한 평가나 시뮬레이션이 부족했었던 경우다. 당연히 위기 시에는 할 수 있는 것 보다 할 수 없는 것 (하면 안 되는 것)이 더 많기 마련이다. 그 사실을 평소에 이해하고 있으면서, 그래도 케이스에 따라 자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한 것이다.
막연하게 자사 위기관리팀을 무한 신뢰하는 경우에도 위기 시 이런 혼란은 이어진다. 우리 홍보팀은 잘하고 있을 거야 라는 대표이사의 믿음은 그 자체로는 참 훌륭한 것이다. 법무팀을 신뢰하고, 감사팀을 의지하고, 마케팅과 영업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대표이사로서 멋진 자세다. 그러나, 그 근거가 희박하거나 자의적일 때는 위기 시 한계가 드러나니 문제다.
대표이사를 비롯 각 부서들을 총괄하는 임원들은 위기관리팀 구성원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어야 한다. 각 부서별로 나뉘어진 역할과 책임에 있어 실행 역량을 극대화 하는 데에 평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솔직하게 그들 각각이 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실행의 범위를 평가하고 있어야 한다.
각 부서별 위기관리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그들로부터 해당 역량을 극대화 하는데 필요한 의견을 들어보자.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면 해당 분야 지원이 가능한 컨설턴트나 실행 에이전시들로 하여금 협업하게 하자. 그를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면 챙겨야 한다. 이를 통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팀을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범위를 확장해 놓는 것이다.
제대로 구성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위기관리팀 페이지에 내부 부서의 리스트와 함께 항상 들어 있는 것이 외부 지원 그룹 리스트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듯 법무팀과 협업하는 로펌이 있다. 재무팀에는 협업하는 재무 회계관련 회사들이 있다. 생산과 기술에는 협업하는 관련 전문 기관이 있다. 홍보팀, 마케팅팀, 영업팀, 인사 노무팀 등등에도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외부 대행사들이 있다. 이런 전문가 그룹의 지원은 위기관리 시에도 동일하게 역량을 발휘 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팀의 실행 분야와 범위에 있어 역량적인 구멍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위기 시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 하지 않아야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역량이 부족해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계나 주요 채널은 구입 해야 할 때도 있을 수 있다. 예산이 든다면 예산을 끌어 모아 어떻게든 해 내야 하는 위기대응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역량적인 필요와 지원을 평소 위기관리팀은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
소위 ‘필요하면 빌린다’는 마인드다. 그렇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디서 빌릴 것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얼마에’ 그 필요 역량을 빌릴 수 있을지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고,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자사 위기관리팀에 숭숭 뚫려 있는 구멍들을 발견하고 경악하게 되면 문제다. 홍보팀이 특정 언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거나. 대관 부서가 손 쓸 수 있는 국회 라인이 부족하거나. 법무팀이 해당 위기 상황에 대해 적절한 법적 조언을 할 수준이 안되어 있거나. 기술 부서가 논란이 된 해당 기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그렇다. 위기가 코 앞에 있는데 대표이사가 그런 구멍을 발견하게 되면 어떤 기분일지 한번 상상 해 보라.
준비되어 있다면 그런 경우 이런 답변들이 부서로부터 나와야 한다. “OOO 컨설팅사와 함께 XXX를 만나 처리하겠습니다.” “OOO에이전시와 함께 바로 협업해 처리하겠습니다.” “OOO로펌에게 자문 얻어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즉각적 답변과 내외부 팀워크가 있어야 한다. 이 것도 준비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가끔 자사에게 이슈가 발생 했을 때 여기저기 대행사나 위기관리 회사를 알아보고 다니는 기업이 있다. 임원들이 처음 보는 컨설턴트들과 명함을 나누고 조심스럽게 자사 이슈를 설명한다. 당연히 컨설턴트들은 설명하는 이슈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기 전 위기관리 실무에 투입된다. 여러모로 어색하고 손발이 맞지 않는 대응이 이어진다. 이런 준비되지 않는 구멍 메우기 또한 매우 위험한 대응 방식이다.
평소 항상 살피자. 고민해 보자. 구멍을 찾아 어떻게 메울 수 있을 것인지 준비하자. 평시에 필요 없다면 위기 시에라도 즉각 활용 가능하게 미리 그들과 관계를 맺어 놓자.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 신뢰를 형성하고,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협업하자. 구멍을 방치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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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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