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2편] 미리 현장에 나가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굳이 기업 경영자들이 흔히 말하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이야기를 빌리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체계라던가 역량 개발 훈련들은 매뉴얼에 적시된 의사결정자 그룹을 대상으로 주로 적용된다. 그러나 보니 실제 상황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실행되는 현장은 종종 소외되는 경향이 생기는 문제가 발견된다.
물론 일선까지 아울러 훈련하고 시뮬레이션으로 실행력을 관리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간의 일정 격차를 보인다. 그 기업들은 일선이 잘 되어 있다거나, 반대로 형편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오해를 하기도 한다.
아주 오래된 위기관리 개념 중 ‘지휘관의 의지(Commander’s Intent)’라는 개념이 있다. 일선 인력들과 일선 지휘관의 현장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현장 판단에 따른 초기 위기 대응 주도권을 권한위임 한다는 의미다. 이런 CI 개념을 이야기하면 그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기업이 있다. “저희 일선 인력들은 그럴만한 수준이 아닙니다”라는 반론에 근거한 것이다.
실제 이런 기업의 일선을 진단 해 보면 본사 경영진 차원에서 그렇게까지 거부감을 보일 정도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것은 기업 차원에서 현장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장에서 불만이 있는 경우는 예를 들어 이렇다.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공장 사고 발생 시 정문 옆에 기자실을 별도로 마련한다’라고 명기 되어 있는데, 매뉴얼을 만든 팀이 현장에 와 보지 않아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경우 실제 공장 현장에 가보면 정문 주변에는 도저히 기자실을 설치할 공간이 없다. 굳이 기자실을 설치할 공간을 찾으려면, 근무동 맨 끝이라서 생산시설을 가로질러야 하거나, 직원 식당 한 켠을 터서 설치해야 하는데 도저히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돌아 온다. 이런 반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본사에서 의례히 “공장에도 비상시 기자실을 설치하게 되어 있습니다”라는 주장을 해 왔을 것이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자사 매뉴얼에 ‘공장 내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공장장이 대변인이 되어 언론 대상 사고 브리핑을 실시한다’고 되어 있는 경우다. 본사 차원에서는 그와 같이 공장장이 언론 대변인을 하고, 부대변인을 부공장장이 맡으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안전 사고가 발생하니 그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공장장과 부공장장은 사고가 발생하자 마자 경찰과 소방당국에 협조해야 했고, 이후 조사를 받느냐고 공장에 머무를 시간이 없었다. 동시에 공장 주변마을에 계속해서 해명과 사과를 하러 끌려 다녀야 했다. 지역 관공서와 지역구 국회의원이 계속해 면담을 요청 해 와 그걸 소화 하는데도 잠잘 시간 조차 없을 지경이 되어 버렸다.
“저희가 언론 브리핑을 하고 싶지 않아서 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요. 몸이 여러 개도 아니라서요”라는 하소연을 공장장과 부공장장이 한다. 매뉴얼이 현장의 현실을 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본사에서 어떻게든 그리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문제가 이어진다.
이런 본사와 현장간 이해의 차이는 시뮬레이션이나 현장인력들과의 케이스 워크샵을 하다 보면 상당부분 확인된다. 실제로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했던 것들이 현장에서는 실행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이 판명 난다.
이를 절대로 일선 역량이나 의지의 문제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대신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할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과 같이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 더욱 더 튼튼한 위기관리 체계 구축이 가능해 진다. 달리 생각해 보면 자사 위기관리 체계에 실행상 문제가 많다는 의미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 볼 수 있다.
어떤 위기관리 체계라 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체계라 자랑해도, 현장에서 앞뒤가 맞지 않으면 위기는 관리 되지 않는다. 지휘관의 의지(CI)같은 개념을 실제 적용해서 제대로 된 결과를 얻으려면 현장의 목소리는 더더욱 필요하다.
최고경영자의 위기관리 리더십에 있어서도 현장의 교훈은 큰 가치를 발한다. 최고경영자가 현장 경험이 많은 분이라면, 위기 시 의사결정과 대응 지시에 있어서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하게 마련이다. 지시 후 막연하게 믿는다거나, 지시 전 막무가내로 믿지 못하는 현상은 최소화된다. 평소 현장을 살피는 것은 위기관리에도 큰 힘이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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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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