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편] 진단도 받아보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편] 진단도 받아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발생하는 이슈나 위기의 뿌리를 한번 주의 깊게 살펴보자. 이슈나 위기는 대부분 사람이 일으킨다. 사람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원이 몇 명인가? 그들 각각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며 일하고 있는가? 그들과 관련해 발생될 이슈나 위기는 어떤 것들일까? 그들 스스로는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지 알고 있을까?

이슈나 위기가 실제 발생되면 임직원들은 흔히 이런 첫 반응을 보인다. “올 것이 왔군.” “언젠가는 문제가 될 줄 알았는데…” “언제 이야기야? 아직도…?” “예전부터 하나의 관행인데?” “이게 무슨 문제지?” 이런 반응을 분석해 보면 이미 이와 관련 한 내용들을 그들이 알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 회사에게 일어날 수 있지?” “이게 무슨 이야기지? 난 이해가 안 되는걸?” “세상에 이런 일이 우리 회사에게 일어나다니…” 이런 소수 반응을 하는 임직원들은 아마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최근 이직해 온 경우일 것이다. 회사에서 일정기간 이상 오래 일해 온 임직원들은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이슈나 위기를 대략 알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른 회사에게 어떤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는지 살피는 것을 ‘반면교사’라 했다. 그와 더불어 자사에게 어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지 살피는 ‘진단’도 위기관리에서는 매우 중요한 준비작업이다. 진단을 통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 요소들을 쭉 살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그 유형들 중 열에 아홉 이상은 이미 임직원들이 알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그들간에 발생 가능성이나 부정적 영향 수준은 상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 하나의 유형을 놓고 임직원들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사의 취약성은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이건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는 의견들이 교환된다.

임직원 각자 자신들이 알고 있고, 품고 있고, 우려되는 이슈나 위기 요소들을 그대로 모아 정리해 들여다보자는 것이 진단의 1차적 목적이자 의의다. 타사를 통한 반면교사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는 없다”는 것이라면, 이런 자사 진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우리가 모르는 위기는 없다”는 것이 되겠다.

물론 진단 중 일부 부서에서 몰랐던 타사 업무관련 이슈가 목격될 수 있다. 의사결정자 그룹이 일부 모르고 있던 이슈도 드러난다. 반대로 직원들이 몰랐던 새로운 이슈도 발견될 것이다. 이렇게 일부가 몰랐다는 것이 모두가 몰랐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대신 모두를 모아 놓고 나면 그때부터는 모두가 알게 된다는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기업 차원에서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주요 위기 요소들을 이해하고 있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될까? 아니다. 그에 기반한 사전적인 위기관리가 그 다음이다. 실제 문제가 될 것을 미연에 방지, 완화, 개선, 대비하는 일련의 작업이 이루어져야만 진단 작업은 더 큰 의미가 된다.

현장에서 흥미로운 것은 위에서 설명한 위기 요소 진단을 진행하는 기업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진단 결과를 사전적인 위기관리 작업에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당한 노력과 기간을 투입해 완성시킨 진단 결과와 맵(map)을 고위 임원들 앞에서 발표하고 나서 작업을 마무리 한다.

이는 마치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통해 의사로부터 자신의 몸에 어떤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조언 받고 나서 실제 관리나 치료는 시행하지 않는 셈이다. “귀하께서는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 관계로 폐와 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몸무게 또한 과중하기 때문에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를 안 하시면 조만간 심혈관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진단을 받고 난 이후를 상상해 보자.

건강 하고픈 사람이라면 당연히 담배를 줄이거나 끊고, 몸무게를 정상치로 줄이려는 여러 노력을 하게 마련이다. 그때까지 의사가 추천한 약을 상복하면서 정기적으로 문제 부분을 점검 받을 것이다. 의사와 지속 상담하면서 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식을 조언 받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이른 시기 내에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건강한 상태로의 복귀를 꿈꿀 것이다.

이런 당연한 노력을 기업들도 실제 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진단 해서 경각심을 공유하는 선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예 진단을 하지도 않고, 그 자체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 조차 없는 기업보다는 낫다 할 수 있을까? 실제 케이스들을 접하는 위기관리 컨설턴트 시각에서는 두 기업간에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그리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실행이 전제되지 않는 플랜은 아무 소용이 없다. 개선이나 치료가 보장되지 않는 진단도 그렇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시행되는 모든 준비 작업은 사전적인 위기관리라는 2차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항상 큰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그 회사는 이미 그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여론의 비판이 반복된다. 진단만 있고 사전적 위기관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후 약방문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 # #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