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편] 반면교사 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편] 반면교사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개인이 법정에 서게 되는 경우를 한번 상상해 보자. 그 이전에 변호사에게 자문을 얻어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살펴보게 된다. 변호사에게 유사 혐의의 경우 어떻게 재판이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경우 별로 판결은 어떻게 났었는지를 자문 받을 것이다.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본이 그렇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비슷한 노력이 진행된다. 물론 그 노력은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진행되는 것이 좋다. 가만히 살펴 보면 하루에도 몇 건씩 기업관련 위기나 이슈가 발생한다. 그 각각이 오프라인 언론에서 주로 회자되는지, 온라인상에서 떠들썩 한지, 온,오프라인을 공히 시끄럽게 만드는지 정도가 다르다. 해당 이슈나 위기가 생각보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의외로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심각해 보이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자사와 관련 있는 동종 업계에서만 독특하게 발생하는 이슈나 위기도 있을 수 있다. 관련은 없어도 일반 기업이라면 공히 경험할 수 있는 이슈나 위기도 있을 수 있다. 최근 사회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나 위기 유형도 있을 수 있다. “이상하게 이슈나 위기는 몰려 다닌다”하는 이야기처럼 비슷한 유형의 이슈나 위기가 연이어 이 기업 저 기업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경우들을 미리 살펴보고, 그 각각에서 유의점, 방지책, 대비책, 대응 방식 등을 미리 살펴 챙기는 것을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반면교사(反面敎師)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반면교사가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적용되어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과 크게 다른 위기관리 역량을 보유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위기관리 교과서에서 공통적으로 반복하는 주문이 바로 “준비하라”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적용하는 반면교사는 그 “준비하라”는 주문을 그대로 따른 아주 충실한 실행인 셈이다. 반면교사 하다 보면 자사의 문제를 더욱 더 생생하게 인지하게 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저 OO회사가 경험한 위기가 우리에게도 발생 가능한 것인가?”하는 질문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에게 유사한 위기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저 OO회사와 다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OO회사와 다른 대응을 진행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 역량은 무엇인가?” “만약 우리도 저 OO회사와 같이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사전에 개선 또는 강화해야 할 부분은 어떤 부분들인가?” “우리가 저 OO회사보다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 못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 것인가?” 이런 수 많은 질문들이 반면교사 과정에서 이어진다.

그러나 현실로 들어가보면 대부분 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유사 또는 타 업계에서 발생한 기업 이슈나 위기들에 대해 실제로는 관심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이슈가 있었어요?” “언젠가 이야기는 들어 본 것 같은데 그랬었군요” “(단순히) 재미있네요”하는 반응들이 그래서 흔하다.

물론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주업이 위기관리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기업 위기관리 역량 제고 관점에서 이 반면교사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최소한의 관심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사내 위기관리 조직을 중심으로 한 정기적인 반면교사 세션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발생하는 기업 위기의 유형을 보면 상당수가 ‘이미 다른 여러 기업이 한번 이상 경험했던 유형’이다. 이 때문에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이슈나 위기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일부는 ‘자사도 한 두 번 이상 이전에 경험했었던 이슈나 위기 유형’이다. 이 부분이 재미있다.

발생한 이슈나 위기를 ‘시험문제’에 비유해 보면 대부분이 ‘기출 문제’였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일부는 자기가 풀었던 ‘아는 문제’라는 것이다. 만약 자사가 기출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풀어 정답을 찾아 놓았고, 이미 한두 번 풀었던 아는 문제에 대한 정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번 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게 치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기출문제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기업이다. 게다가 이미 풀었던 문제의 정답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문제는 더욱 더 클 것이다. 다른 기업이 풀었던 이슈나 위기를 새로운 것처럼 풀고 있는 기업을 상상해 보자. 이미 풀었던 문제도 전혀 기억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며 오답을 적는 기업을 상상해 보자. 상상만해도 안타깝지 않은가?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들이 위기관리 컨설턴트를 불러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이와 유사한 위기들의 경우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었나요? 그 때 각각의 성공 요인이나 실패 요인들은 어떤 것이었는지 좀 알려주세요”와 같은 질문이다. 물론 전문가에게 의지한다는 느낌은 있지만, 기업차원에서 그리 적절한 질문은 아니라고 본다. 그 만큼 평소 다른 기업의 이슈나 위기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평소 관심이 중요하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려는 기업이라면 다른 여러 이슈 및 위기관리 케이스들에 대한 관심은 필수다. 거창하게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이라는 말까지 꺼내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기업 내부에서 위기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관심을 한번 꺼내 살펴보자는 것이다. 그런 관심이 현재 존재하는가? 살아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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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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