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032018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를 위한 독재는 필요하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독재(獨裁)라고 하니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위기 시 기업 내에는 어느 정도 독재자가 있어야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독재라는 표현을 써 봤다. 원래 독재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 또는 집단이 모든 권력을 쥐고 독단적으로 지배하는 정치형태’을 의미한다.

더 알아보면 어원적으로 공화정 로마의 관직인 독재관(獨裁官)(dictator)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독재관이라는 직책은 상설의 관직이 아니라 전쟁이나 내란 등의 비상사태에 기간을 한정하여, 정치적 권한을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제도였다. 말 그대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특수 직책이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이 독재 체계와 독재관이라는 특수직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관리위원회의 장(長)을 명기해 놓고 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기술해 놓는다. 대체적으로 위기 시 모든 의사결정권한을 그에게 집중하는 방향으로 위기 시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평시 기업의 경영활동에서도 이 독재의 의미가 살아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대부분 위기 시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피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평시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 위기 시 리더십의 분산으로 많은 고통 받는 문제가 발생한다.

평시 경영에 참여한 다수에 의해 민주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 차근차근 의사결정을 하는 습관이 베인 기업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그런 기업의 CEO인 경우, 위에서 말한 독재라는 개념이나, 위기 시 독재관으로서의 역할에 별로 익숙하지 못하다.

위기가 발생한 직후에도 그런 습관은 이어진다. 매뉴얼에 따라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했음에도 매뉴얼에 명기되어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출하지 못한다. 위기관리위원회에 소속된 각 부서장들로부터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보와 의견을 듣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몇몇 부서가 대응 전략과 방식에 이견을 보이게 되면 그 쟁점을 상당시간 풀어내지 못한다.

외부 상황과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요구는 계속 증대되면서 변화해 나가는데, 내부적으로는 그 조차 쫓아가지 못한 채 내부 토론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평시에 그랬던 의사결정 습관이 위기 시에도 그대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위기 발생 후 첫 번째 초기 대응에 실패한다.

이런 기업은 일단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은 실행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다양한 의견이 합의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는 법이다. 그러한 다량의 물리적 시간은 위기 시에는 부정적인 의미의 사치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면 더 빨리 대응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위기관리 현장에서 미리 준비했던 많은 것들에 대한 실행을 지연시키면서 이어지는 토론만큼 황당한 것이 없다.

또, 이런 기업은 첫 대응에 있어 적절하지 못한 대응을 할 가능성이 많다. 장기간 토론을 거쳐 결정된 실행은 일반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저런 다양한 실행의 문제들이 검토되고, 실행을 했을 때 새롭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하나 하나 점검하기 때문에, 실제 실행은 김빠진 맥주와 같은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과감성이 희석된 실행이 많다는 의미다.

이렇게 의사결정에 있어 독재가 없는 기업의 또 다른 문제는 초기 실행이 뒤늦고 적절하지 않았음에도 그 이유를 찾거나 개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모두 대응을 위한 토론에 참여해 있었고, 그 길고 긴 토론을 거친 후 결정된 싯점과 실행 내용에 다 같이 합의 했다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게 고안해 낸 실행의 싯점과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에 스스로 동의하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내심 ‘우리도 나름대로 고민 해 결정한 것인데, 그게 왜 비판 받아야 하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히 개선이나 수정 실행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게 된다.

의사결정 과정에 독재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매뉴얼에 명기되어 있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역할과 책임도 매뉴얼상에서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직책은 대표이사나, 수석부사장 같이 고위 직책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 독재력을 발휘 하지 못하는 구조하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평시 누가 누구를 강제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위기 시 부서별로 나누어진 역할과 책임의 실행을 강제하지 못한다. 누군가 스스로 나서서 협조해 주고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를 실현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실제로 이런 기업의 경우 아무도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위기 시 말 그대로 리더십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지속되는 위기대응 회의와 회의 속에서 의사결정그룹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반면, 일선에서 실행을 담당하고 있는 일선 직원들은 스스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대증적인 대응에만 매달리게 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중장기적 방향성을 가진 안정된 메시지가 공유되지 않는다. 대신 일선 창구 담당자의 단편적인 애드립이 계속 이어진다. 당연히 이해관계자들은 그에 다시 분노하게 되고, 문제는 증폭된다. 이런 경우 일선 직원들이 무능한 것이 아니라, 일선직원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뿐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상황을 만든 내부가 문제의 핵심이다.

결국 시간이 흐르고, 위기관리를 한다고 하는데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 판단되면, 이내 각 부서별 대응이 일선의 단편적 대응으로 이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때부터 또 발생한다. 이때부터는 부서별 사일로(silo)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지난했던 그간의 대응 토론이 쓸모 없었다 생각되는 순간부터 부서별 대응 조급증은 극대화 된다. 이미 놓쳐버린 타이밍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기 때문에, 빠른 선제적 대응을 고민하게 된다. 각 부서별로 각자가 비슷한 대응을 고민하고 준비해서 각자 실행한다. 당연히 엇박자가 생기고, 상호 충돌이나 중복이 큰 흐름을 이루게 된다. 서로가 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예 모르면서 실행에만 열중하게 되는 희극이 벌어진다.

만약 위기를 맞은 기업에게 독재 개념이나 독재관의 역할과 책임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위기가 발생 했을 때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대응이 빠르다. 만약 준비되어 있었다면 더더욱 그 대응은 빠르고 정확해 진다. 독재관의 역할을 맡은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고도로 훈련 받은 사람이라면, 초기 대응은 완벽에 가깝게 실행에 연결이 된다.

빠르게 진화하면서 자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변화를 독재관은 보다 신속하게 취합 보고 받을 수 있다. 지난한 토론보다는 정확한 정보의 취합과 보고 과정을 통해 보다 과감한 대응과 지속적인 수정 대응이 가능해 진다. 이때부터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여한 많은 부서장들은 그 독재관을 중심으로 정보 취합, 전달, 의사결정 지원에만 우선 집중하게 된다.

만에 하나 초기 실행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수정 대응이나 개선도 보다 용이하게 된다. 독재관 스스로 초기 실행에서 발생한 문제를 그대로 인정하기만 하면 끝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럿이 문제를 모두 함께 인정하는 것 보다는 이견의 여지가 적어지게 마련이다. 보다 신속한 수정과 개선이 가능해 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의사결정과정 전반에서 독재관의 실질적 리더십은 점차 강화된다. 일부 초기 대응의 문제가 있었다 해도, 그 이후 신속한 수정과 개선이 잇따르게 되면서 위기관리는 어느 정도 안정화를 기할 수 있게 된다.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각 부서장들도 독재관의 의사결정 지원에만 집중하면서 부서별 실행 관제 역할을 맡게 되므로 위기 시 리더십을 독재관에게 의지하게 된다.

독재관은 지속적인 내부 공유와 관제를 바탕으로 부서별 대응 실행에 있어 사일로를 상당수준 방지할 수 있다. 각 부서별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공유되면서 독재관은 물론 각 부서장들이 서로 각자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타이밍을 놓친 트라우마나, 잘못된 초기 대응의 개선 수정이 불편하다거나, 조급증과 사일로 등 모든 것이 독재관 체계에서는 상당부분 극복된다. 물론 독재관 스스로 위기 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는 부담은 존재한다. 그러나 반대로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었을 경우에는 스스로의 리더십이 빛날 수 있다는 기회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독재관의 역할은 기업 오너가 맡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기업 오너가 충분하게 권한을 위임한 대표이사가 그 독재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서 이 독재관의 역할과 책임은 보장받게 되고, 지속적으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로 조직이 이루어진 특수집단의 경우에는 이런 독재관 체계가 존재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고민이다.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조직이라면 더더욱 취약하다.

그 대표적인 조직형태가 대학과 병원 그리고 종교단체다. 대학의 경우 위기관리를 힘들어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위기관리를 위한 독재관의 역할을 할 직책자의 부재를 꼽는다. 형식상 대학총장이 그 독재관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실제로는 그 독재관의 리더십을 따르지 않는 강한 팔로워들이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 각기 대응 전략과 방식을 가지고 토론에만 주로 집중하면서 골든타임을 보내는 현상이 그래서 발생한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의료원장이나 병원장이라는 직책이 독재관의 역할을 해주어야 위기를 관리 할 수 있게 될 텐데, 실제로 그런 강력한 리더십은 좀처럼 보기가 힘들다. 각 전문분야 시니어 의사들이 독재관 한 명의 의사결정에 동의하려 하지 않는다. 독재관의 대응 지시에 대해서도 각자 이견이나 불만을 표하게 되면 상황은 관리하기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종교단체나 협회 같은 특수집단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똑같이 독재관 체계가 존재할 수 없는 구조로, 위기관리에는 시종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조직 체계를 가지고 있다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상당히 많은 위기관리 실패 사례가 이와 같은 조직 체계를 가진 단체에서 발생한다.

이해하기 쉽게 군대에 비유해 보자. 적군과 전쟁을 해야 하는 조직이 군대다. 적이 전쟁을 개시해 오면 그에 대응해서 몇 분내에 의사결정 해 군대를 움직여야 살아남는다. 이런 몇 분 내 대응이라는 의사결정은 이미 미리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이 이렇게 할 경우 우리는 이렇게 대응 한다는 준비된 대응 방식에 따르기 때문에 의사결정에서 실행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게 된다. 독재관인 지휘자는 그에 따라 스스로 명령을 내린다.

그렇지 못하고, 적이 전쟁을 개시해 왔을 때, 지휘부가 모두 모여서 각자 상황에 대한 토론을 하고, 상호간 합의를 도출 해 대응을 결정한다고 한번 상상해 보자. 쏟아지는 적군의 미사일 포화 속에서 우리 군의 일선은 대응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다. 지휘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선의 대응은 체계성을 가지기 힘들게 된다.

한마디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 그대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초전에 제대로 대응 하지 못하고, 전세가 지속 악화되면 각 예하부대들은 각자 살기 위해 지역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 더욱 더 중앙에서 전세를 파악하기는 힘들게 되고, 각 부대별로 다른 부대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모른 채 싸우는 사일로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은 피해야 한다.

위기관리위원회가 양질의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지향해야 하는 위기관리 체계다. 그러나, 때때로 오너나 대표이사는 위기 시 독재관으로서 위기관리위원회를 물리고 홀로 판단해 결정해야 할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철저하게 독재 개념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성공했던 위기관리 리더십은 대부분 지루한 토론이나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합의 결정된 리더십이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의 철학과 원칙에 기반했다면 그 독재관의 의사결정은 당연히 존중 받고 평가 받아야 한다. 그가 경험 있고 제대로 훈련 받은 자라면 더더욱 그의 의사결정은 탄탄하게 실행에 연결 될 수 있어야 한다. 독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조직과 독재관 스스로 공히 준비되어 있다면 위기관리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체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 #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