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032018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들킨 기업, 들킬 기업 그리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미국 위기관리 명언에 이런 말이 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기업이 있다. 위기를 경험 한 기업과 위기를 경험 할 기업이다” 즉, 어떤 기업도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위기를 일단 경험한 기업은 그 위기로부터 반면교사를 찾아 다시 동일한 위기를 경험하지 않게 노력하라는 의미다.  또한 앞으로 위기를 경험할 기업은 미리 준비해서 더 나은 위기관리에 힘쓰라는 의미다.

이 명언에서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위기를 ‘경험 한’ 기업과 ‘경험 할’ 기업이라는 표현이다. 분명히 위기를 ‘만든 기업’과 ‘만들 기업’이라는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특정 기업이 위기를 단순히 ‘경험’하는 것과 위기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죤슨앤죤슨은 위기를 만들지 않았다

‘위기를 경험한다’는 것은 위기의 원인이나 책임 대부분이 기업에게 있지 않을 때 사용 가능한 표현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수 십 년간 위기관리 성공 케이스로 이야기하는 죤슨앤죤슨의 타이레놀 케이스를 기억해 보자. 그 케이스에서 죤슨앤죤슨은 해당 위기를 발생시킨 주체가 아니었다. 독극물 타이레놀 사태를 일으킨 주체는 악의를 품고 정상 제품에 독극물을 넣은 범죄자였다. 죤슨앤죤슨은 일종의 피해자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을 보이면서 환자와 그 가족들을 보호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핵심이다. 죤슨앤죤슨은 해당 위기의 원인이나 책임에서 자유로웠다. 이런 경우 ‘죤슨앤죤슨은 위기를 경험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만약 죤슨앤죤슨이 생산 부실로 독극물이 포함된 타이레놀 제품을 시중에 판매하다 소비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떨까? 만약 죤슨앤죤슨 직원의 실수로 문제의 타이레놀을 생산 판매했었다거나, 죤슨앤죤슨 경영진의 지시로 비용절감을 위해 용량을 달리하다가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런 경우에는 우리가 단순히 ‘죤슨앤죤슨은 위기를 경험했다’는 표현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절대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이런 경우 ‘죤슨앤죤슨은 위기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위기를 만든 기업이 문제다

위기를 만든 기업이라는 의미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대부분 평시 위기에 대한 개념이나 관심이 전혀 없는 기업들을 일컫는다. 경영적 의사결정은 물론 일선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과정들에 걸쳐 전혀 위기관리 마인드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다.

최근 케이스들을 보자. 얼마 전 모 대형 병원에서 신입 간호사들에게 원내 행사장에서 걸그룹 댄스를 공연하게 하다 논란이 된 경우가 있었다. 선정적인 복장을 입게 하고, 간호사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선정적인 춤을 추게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병원측은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사려 깊지 못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했다. 어떻게 수년간 그런 문제의 전통이 이어졌는데도 해당 병원 내 의사결정자들은 한번도 문제 가능성을 인식하지 않았을까? 문제 소지는 예상했어도 개선 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런 병원의 케이스를 보면 이 병원은 위기를 경험한 기업이라기 보다는 위기를 스스로 만든 기업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어떤 기업은 생산 과정에서 오염된 식자재를 정상 제품에 섞어 쓰다가 크게 논란이 되었다. 이런 경우에도 사내에서 그 누구도 이런 생산 관행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누군가 문제를 지적했었지만 개선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생산 시설에서 일하던 내부고발자가 해당 관행을 언론에 제보하고 난 뒤에 이 기업은 허둥지둥 위기관리에 나섰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위기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사려 깊지 못한 것은 곧 죄

평소 조금만 사려 깊었으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으면, 조금만 개선했으면 이런 위기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이와 비슷한 사려 깊지 못한 관행을 계속하고 있는지 모른다. 유사한 위기와 논란은 계속 이어져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또 다른 개념인 ‘위기를 만들 기업’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 일까? 이전에 두 가지 케이스를 들었다. 신입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걸그룹 댄스 공연을 시켰던 병원과 오염된 식재료를 재활용했던 기업 케이스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한 호텔에서는 지난 송년회에서도 신입 직원들에게 그 병원과 동일한 걸그룹 공연을 요구했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바로 몇 달 전에 동일한 논란을 목도했음에도 그 호텔은 전혀 그 문제에 공감하거나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신입들은 그렇게 해 왔는데, 이게 무슨 문제냐 하는 식의 분위기라고 전해 들었다.

오염된 식재료를 재활용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식약처나 여러 규제기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안다. 그런 생산 관행을 계속 유지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다. 이런 기업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곧 ‘위기를 만들 기업’이라는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위기로까지 대두되지는 않았지만 빠르면 다음달에서 올해 내 한번 정도는 위기를 만들어 낼 기업이 될 수 있다.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이라는 비아냥

그러다 보니 기업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우리나라에는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 이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농담을 한다. 위기를 만드는 기업과 위기를 곧 만들 기업간에 공히 적용되는 말이다. 위기를 만들다가 들키면 위기를 만든 기업이 되는 것이고, 들키지 않았다면 위기를 만들 기업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상당한 냉소다. 대체 기업들이 얼마나 위기관리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도 없다는 의미인가? 국내에서 발생한 여러 위기 케이스들을 살펴 보자. 기업들은 대부분 이미 전례가 있었고, 상당히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아주 익숙한(?) 위기를 계속해서 반복 경험하고 있다.

어느 기업에게도 전례 없던 생소한 위기만 경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고객개인정보 유출 케이스를 보자. 전혀 생소하지 않다. 이미 사회적으로도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고객정보유출 위기를 경험하는 기업들은 끊이지 않는다. 뻔하게 알고 있는 위기인데도 생소한 듯 이어서 돌아가며 경험한다.

기업 오너들의 직원 폭행이나 폭언 유형도 보자. 이제는 거의 놀랍지도 않을 만큼 익숙하다. 이미 관련된 많은 기업 오너들이 언론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검찰에 소환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더 이상 다른 기업 오너가 유사한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진짜 그럴까? 앞으로는 기업 오너의 직원 폭행이나 폭언 논란이 사라질까?

갑질 논란도 마찬가지다. 영업망을 통해 밀어내기를 하고, 영업대리점들을 압박하고 폭언하고 하는 관행들이 얼마나 자주 문제가 되었나? 그로 인해 대표이사가 실형을 판결 받고,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받고 하는 위기가 얼마나 많았나?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그와 유사한 갑질 논란을 더 이상 볼 수 없을까?

전혀 새롭지 않은 위기를 놀라며 맞는 기업들

기업들은 동일한 위기를 반복해서 그리고 서로 돌아가며 경험한다. 아니다. 정확하게는 동일한 위기를 반복해서 그리고 서로 돌아가며 ‘만들어’ 낸다. 우리가 특정 위기와 관련해 아는 기업은 ‘들킨 기업’일 뿐이다. 그렇다면, 국내에는 동일한 위기를 지금도 만들고 있는 수많은 ‘들킬 기업들’이 존재 하고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필자가 종종 기업 임원들과 위기관리 워크샵을 하면서 질문하는 것이 있다. “이 내부 이슈가 만약 언론을 통해 보도 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라는 질문이다.  많은 임원들이 각자 위기에 대한 정의와 위기관리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정리해 보기 위해 하는 질문이다. 임원들은 누구나 언론에 대한 인식이나 두려움이 있어 이런 질문은 대체적으로 유효하다.

만약 그러한 질문에 “(언론에 보도 된다면) 큰일이 나겠지요. 아마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이 이어질 것입니다. 규제기관이 개입해서 검찰 조사도 받을 거고요. 매출이 완전히 하락해서 회사 존립도 위태로워 질 것입니다.” 이와 같은 답변이 나오면 그 내부 이슈는 엄청나게 위험한 위기요소라는 의미다. 그에 더 이상 이의들은 없게 된다.

그렇다면 그 회사는 위기요소로 까지 받아들여지는 그 내부 이슈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하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하는가? 누가 리드하고 책임지고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인가? 이런 논의가 이어져야 위기는 관리될 수 있다. 그런 기업은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언론에 보도되어도 떳떳한 기업이 되자

무엇보다도 가장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언론에 어떤 내부 이슈들이 보도 되어도 항상 떳떳할 수 있는 기업일 것이다. 내부 이슈 하나 하나가 이미 위기관리 관점에서 문제 없는 것들로 이어질 때 가능한 경지다. 사소해 보이는 문제도 바로 감지해 개선하고 트레킹하는 체계가 갖추어진 기업일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매번 내부이슈가 불거지면 노심초사하며 언론이나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만 하는 기업들도 있다. 심지어 홍보실을 위기관리센터라고 부르면서 자사의 이슈가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방어하고, 보도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만 지속하는 기업들이 있다.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들킬까 고민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이 많은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새롭게 시작된 2018년에는 우리 기업들이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이라는 비아냥에서 좀더 자유로워 졌으면 한다. 사내 주변을 돌아 보면서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공유해 보았으면 한다. 저 회사가 경험한 위기를 우리 회사는 절대 똑같이 경험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2018년에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

한번은 기업도 실수 할 수 있다. 그 위기 경험이 앞으로 큰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최고경영자로부터 일선 직원들에 이르기 까지 한번 경험한 위기는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앞으로 우리가 경험 할 수 있는 위기들이 과연 어떤 것 들인가 미리 예상하고, 불필요한 위기 경험을 피해 나가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행복하고, 규제기관이 할 일이 없어지고, 시민단체들이 만족하며, 직원들이 안정감을 가지는 그런 기업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만약 과거와 같이 새해에도 다름이 없다면, 위기를 만든 기업과 만드는 기업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들로 사회는 더욱 어지러워 질 것이다. 그에 더해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으로 양분되던 냉소에 한 유형의 기업이 더 늘어 날 것이다. ‘반복해서 들킨 기업’이 그 유형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미 여러 위기 케이스를 통해 일반 공중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또야?”라고 말하는 기업 위기 케이스들이 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바로 ‘반복해서 들킨 기업’이다. 이런 기업에는 심지어 아주 경험 많은 위기관리조직까지 존재한다. 아이러니다. 위기를 예상하고 준비해서 위기를 사전에 관리한 경험이 많은 위기관리조직이 정상이다. 동일한 위기를 자꾸 반복해 관리 하다 보니 경험이 쌓여버린 위기관리 조직이라면 말은 다한 것이다.

“실수를 반복한다면 이는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결단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내에 존재하는 ‘위기유발 의지’를 이길 수 있는 ‘위기관리 역량’은 있을 수 없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결단이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2018년에는 지난 해보다 훨씬 더 크고 적극적인 위기관리 의지와 결단이 생겨났으면 한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해지고 편안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있기를 바란다. 들킬까 두려워하는 그 고통이 모두 없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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