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박영근 문화재활용국장은 “지금 당장 새로운 현판 제작에 들어간다고 해도 목재 건조 기간 등을 고려할 때 빨라야 내년 봄쯤이 (완성시기가) 되지 않겠냐”고 반문하면서 “지금은 현판 균열 현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하고 그 결과를 보고 나서 (현판 교체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2010. 11. 8.]
광화문 현판 균열 논란에 대응하는 문화재청의 메시지를 보면, 초기 대응에 있어서 내부에서 정확한 포지션이 구축되지 않았었거나, 그 포지션이 변화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위의 11월 8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현판 균열의 원인을 분석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차후 조치를 판단한다’는 포지션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런 포지션과 메시지는 기업이나 조직이 해당 이슈에 관해 확실한 원인 파악이 되지 않았을 때 전달하는 아주 원칙적이고 안전한 형식이다. 문제는 이런 포지션과 메시지가 최초부터 전달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문제가 불거진 11월 4일자 같은 연합뉴스 보도를 보자.
문화재청 관계자에 따르면 광화문 현판에 사용된 목재는 우리나라 고유수종인 육송으로서 재료의 특성상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특히 가을철 건조한 날씨에는 건조 수축으로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중략)
그러면서 문화재청은 같은 육송으로 제작한 덕수궁 현판 ‘대한문’에도 열두 줄에 이르는 세로 균열이 발견되며, 이번 복원 이전 콘크리트 광화문에 걸렸던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광화문’ 한글현판에도 수많은 세로 균열이 발견된다는 점을 들었다. [연합뉴스, 2010. 11. 4.]
최초 문화재청측의 공식 포지션은 한마디로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이었다. 광화문 현판만의 별 특이한 문제가 아닌데도 논란이 일고 있다는 메시지들이 핵심이었다. 얼핏 보면 문화재청의 이 포지션은 문화재청이 확실한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에 대해서 아무런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듯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8일 포지션을 보면 문화재청은 광화문 현판의 원인을 4일 당시에는 유관과 추측으로만 파악했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유관과 추측으로 아주 강력한 포지션을 성급하게 설정했었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국민들로 하여금 문화재청의 전문성에 대한 의심을 가지게 하는 이슈관리의 실패사례가 아닌가 한다. 항상 반복적으로 목격되는 실패원인에 또 걸린 듯 하다. 최초 확실한 상황파악과 분석 없이 성급한 포지션 구축과 메시지 전달이 그 실패의 원인이다.
너무 성급하고, 흥분해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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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문화재청의 흔들린 포지션/메시지 : 광화문 현판 균열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