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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위기관리는 서로 다를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는 동일 및 유사 업종 기업들의 실제 위기관리 방식을 분석해 내부적으로 배움의 주제로 삼는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타기업의 위기관리 방식이 이해 가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같은 유형의 위기인데도 왜 각 기업의 대응은 다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같은 유형의 위기임에도 기업의 대응에는 다름이 있는 이유가 궁금하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들은 다양하고, 복잡하며, 민감한 주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몇 가지 배경적인 큰 주제에 대해서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같은 유형의 위기라 하더라도, 그 위기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과, 스스로 그를 이해하는 정의(definition)는 각기 다릅니다. 같은 위기에 대해 어떤 기업은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조치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반면, 다른 기업은 음모론 때문에 발생된 것으로 강하게 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위기에 대해 어떤 기업은 품질 위기라 정의하는데, 어떤 기업은 그것을 안전 위기라 정의합니다. 기업 내부 철학과 원칙 그리고 리더십의 판단과 의지 등이 복합되어 대응 방식의 다름에 영향을 줍니다.

    그와 더불어 같은 유형의 위기를 대하는 기업내 구성원의 입장이 다릅니다. 특정 위기를 대하는 대표이사(전문경영인)의 입장이 해당 기업 오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입장과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실무급 임원의 입장은 또 다를 수 있습니다. 물론 위기관리 실행을 담당하는 실무직원들의 입장은 더욱 다르고 다양하겠지요. 예를 들어 기업 경영진은 문제 상황으로 인해 격화된 여론과 규제기관의 시각을 직접적인 위해로 생각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러나, 실무직원들은 그런 상황에 대하여 내부적으로 스트레스를 표출하는 경영진을 직접적인 위해로 생각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위기관리 대상과 주제가 사실 서로 다른 것이지요.

    그 다음으로는 변화무쌍한 리더십의 생각과 의지가 기업간 위기관리 방식의 차이를 만듭니다. 많은 위기관리 케이스를 경험하면 위기관리 리더십에 대한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깨닫게 됩니다. 회사의 위기관리 방식은 그 위기를 관리하는 리더십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는 방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리더십의 생각과 의지와 다른 위기관리 실행은 결코 가능하지 않습니다. 만약 일부 실행방식이 리더십의 생각과 의지와 다르다면, 이는 체계적으로 조직이 방임되어 통제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특정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을 보면서 타기업 경영진들은 “그 회사가 그렇게 대응할 줄 알았다” “그 회사 사람에게 들었더니….이렇더라”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반응과 해석은 위의 다양한 이유를 포괄적으로 포함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위기관리라는 것 자체는 내부의 은밀한 것들이 외부로 보여지는 계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기업 스스로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과 정의를 같이하고, 그 구성원 모두가 개인적 입장을 통일하며, 위기관리 리더십이 개인 자신의 것이 아닌, 조직의 합의된 의지를 위기관리에 투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위기관리 체계입니다. 같은 유형의 위기인데도 각 기업의 대응이 다르다면, 크게는 이상과 같은 부분에 다름이 있거나, 부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요즘 저희 회사로 인해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위에서는 상황 관리를 위해 계속 뭐든 해보라 하십니다. 사실 저희가 초기에 일단 공식 사과를 했고,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은 한 것 같은데요.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보라고 하시니 걱정입니다.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할 것이 남아 있다면, 그 상황은 최악의 위기는 아닌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무언가를 해서 상황이 (금세 또는 단기간에) 안정된다면, 그 또한 큰 위기는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전문가나 일반인들은 회사에게 사과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라, 진정성이 곧 해답이다,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면 성공한다 같은 조언을 합니다. 하지만, 경험상 그러한 사과, 진정성,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될 상황이라면 진짜 위기는 아닙니다.

    물론 규모나 파장이 작은 위기라도 분명 위기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말씀처럼 세상이 떠들썩 할 정도의 상황을 회사가 만들었다면, 그 경우에는 상당히 중대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그 같은 위기에는 효과적 답이나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과나 진정성, 신속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일부 부정성을 제거하거나, 위기 지속기간을 비교적 단축시키는 경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식적인 대응으로도 완전하게 관리되지 않는 것이 중대한 위기상황입니다.

    말 그대로 중대한 위기에는 백약이 무효하게 느껴 집니다. 이런 경우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 보다는,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지속되는 부정성 강한 비판 시각을 극복하기 위해 긍정적 홍보 주제를 개발해 활발히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한 부정적 상황에서 그 중심에 있는 회사의 갑작스러운 홍보성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의미와 느낌으로 공중에게 받아들여 질지를 예상해 보아야 합니다. 실행해서 효과가 없거나, 상황을 더욱 자극할 실행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요.

    수사기관 소환을 앞두고 있는 경영진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도 예를 들어 보시죠.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해당 경영진이 대대적으로 인터뷰를 해 자신에게 주어진 혐의를 공개 반박하면 어떻게 될까요? 사회적으로 제품 품질과 안전에 대해 비판받게 된 소비재 회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제품 할인행사와 기부활동을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부정 이슈에 휩싸인 회사가 무언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 회사 홍보실이 여러 기자들을 만나 광고협찬비를 직접 제시하며 청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언가는 해야 하니, 우리는 뭐든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는 실무그룹이 있다면?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제대로 할 수 있어야 중대한 위기와 적절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을 잠시 멈추는 것도, 중대한 위기 시에는 아주 효과적인 위기관리가 될 수 있습니다. 위기 시 무엇을 실행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보다, 하지 않아야 할 것을 가려서 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실행 방식입니다. 일단 전략적 방향성을 정확하게 세운 후 꼭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에 대한 분별을 기해 보시지요. 위기 시 뭐든 해보자는 종종 실패를 부르는 주문이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컨트롤타워의 부재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지적이 종종 반복되더군요. 기업의 케이스보다 정부기관과 케이스에서 그런 지적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컨트롤타워는 어떤 의미이고, 실제로 컨트롤타워가 없는 케이스들이 있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에 있어 컨트롤타워 논란은 사실 상당히 민감한 영역에 위치해 있는 주제라서 다루기가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질문에서는 기업보다 정부기관 케이스에서 컨트롤타워 부재 현상이 많다고 하셨는데, 실제로는 양측이 거의 유사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기업 위기와 정부기관의 위기를 다루는 언론의 취재 깊이와 시각에 차이가 있어서 기업측 내면이 정부보다 잘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컨트롤타워가 없어 위기관리에 실패했다는 세간의 지적은 정확하지 않은 지적입니다.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그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 의사결정을 하는 컨트롤타워가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컨트롤타워가 적절한 역할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정부기관 위기관리 케이스에서 언급되는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의미는 정부체제상 법이나 규정에 기반한 컨트롤타워의 위치와 역할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대형 위기에 대한 대응을 이끄는 컨트롤타워는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후 그 유사 컨트롤타워를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로 인정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바로 그 이유로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것이겠지요.

    기업의 경우에는 컨트롤타워 부재 현상은 더욱 더 있을 수 없습니다. 만약 회사에 위기가 발생했는데도 컨트롤타워가 실제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 상황은 진짜 위기가 아닌 것일 수 있습니다. 실무진이 봤을 때 최고경영진인 컨트롤타워가 위기관리에 적극 개입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컨트롤타워가 존재하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컨트롤타워가 그렇게 조심스럽게 위기를 다루는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듯 일부 기업 케이스에서 컨트롤타워 부재 현상이란, 실무자나 언론 및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볼 때 그 기업의 위기관리 과정에서 최고경영진이 적절히 가시화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큰 위기상황이 발생했는데도, 그 기업 오너나 대표이사가 사과나 해명을 위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언급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컨트롤타워 스스로의 전략과 전술적 의사결정에 기반한 대응 방식일 뿐입니다. 이를 보고 컨트롤타워 부재라고 하는 것은 적절한 지적이 아닙니다.

    컨트롤타워란 사람의 신체에 비유하면 머리 속 뇌와 같은 존재입니다. 사람이 일정하게 움직여 숨쉬며 살아가고 있다면, 그 사람의 뇌는 존재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해당 뇌가 이상적 상태로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 여부는 다른 주제입니다. 일단 뇌는 존재하며, 그 뇌가 사람 자체를 상당부분 컨트롤하고, 움직이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컨트롤타워의 부재라는 것이 위기관리 실패의 원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위기관리란 그렇게 단순한 이유 때문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비용 대비 효과적인 위기관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위기를 관리하는데 있어 예산이 계속 투입되어 회사의 고민이 큽니다. 최초 대응후에도 논란이 가라 앉지 않으니, 여러 번 반복 사과하며 개선 예산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혹시 비용대비 효과적인 위기관리라는 것은 없을까요? 다음 번에는 그 부분에도 신경을 쓰고 싶군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예산에 대한 주제는 사실 평시에 합리적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할 때에는 누구나 비슷한 의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실제 그런 위기가 발생해서 여러 딜레마 속에 처했을 때, 경영진 내부에서는 평시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사전에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할 때 부정적인 고객과 제품 상황을 놓고, 그에 관한 시나리오를 경영진에게 공유하면. 대부분은 짧은 논의 후 “이런 경우에는 저희 회사 원칙 상 전체 리콜을 해서 고객을 보호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 같습니다.”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에 따라 시뮬레이션도 리콜 커뮤니케이션을 적극 실행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그 이후 동일한 고객 및 제품 관련 부정 상황이 실제 발생해 일부 고객의 심각한 문제제기 등과 마주하게 되면. 경영진은 내부적으로 공통된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문제 제품을 리콜 한다면, 그 비용만 수백억이 소모되는데, 이 비용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가? 대표이사 연임 시즌이 다가오는데, 이런 리콜 비용 소모가 있다면 되겠나? 일부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순 A/S건으로 처리해 조용하게 마무리하는 게 최고라고 하던데? 이런 전혀 낯선 논의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물론 평시 시뮬레이션 경우와 같이 원칙이나 당위성만 따지면서 기계적으로 ‘리콜!’을 외치는 경영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하지만, 평시에 좀더 현실적 고민을 하고, 여러 방향에서 옵션을 검토하는 사전적 노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이는 시뮬레이션을 한 기업과 하지 않은 기업 모두에 해당하는 공통점인 듯합니다.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은 기업도 평시에는 막연하게 위기를 상상만 합니다. 심각한 고객과 제품관련 위기가 발생하면 리콜하는 게 당연하지. 법적으로도 그렇게 규정되어 있으니까. 이렇게 위기에 대한 대략적 그림만 그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을 ‘위기관리 주체의 부재’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나의 직접적인 일이 아니면 모두가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것이지요.

    비용대비 효과성이라는 질문을 주셨는데요. 가장 비용대비 효과성이 좋은 위기관리는 평시에 여러 고민을 기반으로 한 옵션을 마련해 놓고 이후 실제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에게만 가능한 것입니다. 위기가 발생해 모든 것이 변화무쌍하고,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온 나라가 우리 때문에 떠들썩 한 상황에서는 모든 결정은 취약할 수 있습니다. 위기 시 그런 취약한 의사결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 위기관리는 물론, 비용관리에서도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됩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형식이지요.

    항상 결론은 비슷합니다. 평시 고민과 옵션의 준비가 비용대비 효과가 좀더 나은 위기관리를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은 진리입니다. 항상 문제는 그런 진리를 알면서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발생됩니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합니다. 만약 다음번에 비용대비 효과가 좋은 위기관리를 하려 하신다면, 바로 지금 시작하십시오. 숙제를 해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모든 변수를 어떻게 통제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서 이번 위기대응방안으로 나름대로 과감한 대책을 내 놓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실행과정에서 고객과 거래처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변수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위기관리라는 것을 변수에 대한 최대한의 통제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런 변수들은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변수의 통제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발생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위기나 이슈에는 변수가 필수적으로 따라 붙습니다. 변수가 없는 상황은 딱히 위기나 이슈로 정의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위기나 이슈는 변수와 함께 가고, 변수와의 싸움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위기관리는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는 게임이라는 시각에도 동의합니다. 문제는 그런 변수 통제가 사전에 이루어졌는가 아니면 사후에(변수가 드러난 시점 이후) 이루어지는가, 이 두가지 선택에서 발생한다고 봅니다.

    사전에 어떻게 변수를 통제할 수 있을까요? 점쟁이나 천리안도 아닌데, 아직 대두되지도 않은 변수를 어떻게 미리 통제한다는 것일까요? 답은 사전 시뮬레이션입니다. 성공적 기업들은 위기나 이슈 상황을 전제로 하여 평시 사전 시뮬레이션을 실행합니다. 정기적으로 특정 상황을 전제로 하여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특정 상황이 예견되는 경우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해 가능한 변수를 모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시뮬레이션이란 발생을 예상한 특정 상황을 놓고, 해당 상황의 발아 전개 성장 소멸 되는 전체 과정을 말 그대로 시뮬레이션 해 보는 것입니다. 여행을 예로 들자면, 도쿄 여행이라고 하면, 인천공항 출발부터 시작해 나리타 공항 도착에서 시내 이동 그리고 식사들, 호텔 체크인, 관광, 쇼핑, 귀국 등의 일정을 구체적으로 쭉 예상해 보는 것이지요. 그에 더해 날씨, 현지 상황, 동반여행자, 교통 상황, 시간, 기타 예기치 못하게 만날 수 있는 해프닝까지 더해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 경영진은 다양한 변수들을 예상하게 됩니다. 사실 이 변수에 대한 발견은 그렇게 힘들이지 않아도 가능한 아주 쉬운 일입니다. 여러 변수들을 사전에 만나보고, 그 각각에 대한 위해성이나 중요성 여부를 그때 그때 판단해 보는 것입니다. 그런 변수에 대한 통제 노력을 계속 시뮬레이션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더 현실적이고 더 튼튼한 대응방안이 미리 설계됩니다. 이 프로세스는 아주 쉽고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우리가 위기대응을 하느냐고 했는데, 그런 변수가 발생될지는 몰랐습니다.” 이 주장은 ‘우리는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실시하지 않아, 해당 상황을 둘러싼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아무도 점검하지 않았습니다.’라는 고백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기대응을 하고 나서 바로 드러날 중대한 문제(변수)를 업무 전문성이 있는 위기관리 주체가 전혀 예상하지 못 할리는 없습니다. 사전에 예상하려는 노력과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변수로 하여금 상황이 어려워지게 만든 것이지요. 사전에 예상해보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중대한 변수는 발견 가능 합니다. 해 보면 알게 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기업 경영진을 위한 위기관리 리터러시(Literacy)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리터러시(Literacy)라는 단어는 원래 ‘읽고 쓰는 능력’을 뜻한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이 개념은 단순한 문해력을 훨씬 넘어섰다. 오늘날의 리터러시는 특정 영역의 언어와 맥락과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기반하여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실행하는 능력 전반을 의미한다. 금융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표현들이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 경영진에게 리터러시는 단순한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의사결정의 질을 결정하는 근본 역량이다. 위기는 대부분 무지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알면서도 제대로 읽지 못했거나, 읽었지만 잘못 해석했거나, 해석은 맞았지만 실행이 틀렸거나 하는 데서 온다. 리터러시의 결핍이 위기의 진짜 원인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글에서는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기업 경영진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리터러시를 정리해 본다.

    첫째, 여론 리터러시: 정무감각이라는 이름의 나침반

    여론 리터러시는 흔히 ‘정무감각’이라고 불린다. 이것은 회사의 사업적·비사업적 의사결정들을 여론의 시각에서 역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능력이자, 아직 일어나지 않은 반응을 미리 그려낼 수 있는 예측의 능력이다.

    정무감각이 있는 경영자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 결정이 우리 회사 밖에서 어떻게 읽힐 것인가?” 정확한 예측이 아니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 질문을 던지는 습관, 그리고 여론이 이 의사결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대형 제조기업이 공장 자동화 투자를 결정했다.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이라는 경영 논리는 완벽하다. 그러나 그 결정의 이면에는 대규모 생산직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게 따라온다. 여론 리터러시가 있는 경영자라면 이 지점에서 멈춘다. ‘고용 불안’이라는 키워드가 어떻게 기사화되고, 어떻게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며, 어떻게 지역사회와 노동계의 반응을 촉발하는지를 미리 그려본다. 그리고 그 그림에 맞게 소통 전략과 실행 순서를 설계한다.

    여론 리터러시가 부족한 경영자는 여론과 마주하면 항상 흔들린다. 여론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첫 반응이 나올 때 당황하고, 당황한 상태에서 내린 두 번째 결정이 또 다른 논란을 만든다. 정무감각이 있는 기업은 함부로 흔들리지 않는다. 여론의 반응을 사전에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이미 그 파도를 머릿속에서 한 번 겪었기 때문에, 실제로 파도가 왔을 때는 쉽게 조타를 잃지는 않는다.

    둘째, 언론 리터러시: 여론과 언론은 다르다

    많은 경영자들이 여론과 언론을 혼동한다. 이 혼동이 치명적인 실수의 출발점이 된다. 여론은 사회 전반의 인식과 감정의 총체이고, 언론은 그것을 매개하는 제도적 메커니즘이다. 둘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만, 같은 것이 아니다.

    언론 리터러시는 언론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기자와 매체의 시각과 행동 양식을 예측하는 능력이다. 언론에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확하게 분별하고, 그것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핵심이다.

    현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 있다. 기업이 내부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언론사 기자로부터 취재 요청이 들어왔다. 담당 임원은 기자와의 ‘관계’를 믿고 비공개를 전제로 배경 설명을 한다. 그 배경 설명이 기사의 핵심 프레임이 되어 다음 날 지면에 오른다. 이것은 배신이 아니다. 언론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언론 리터러시가 있는 경영자는 기자와의 관계를 인간적 신뢰로만 접근하지 않는다. 기자는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고, 그것이 그의 직업적 본능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한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 못지않게,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를 명확하게 정해두는 것이 언론 리터러시의 실천이다.

    또 하나. 나쁜 뉴스가 생겼을 때 언론을 피하려는 본능적 반응이 있다. 그러나 언론 리터러시가 있는 경영자는 안다. 침묵은 종종 유죄의 언어로 읽힌다는 것을. 언제, 어떻게,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에 대한 치밀한 전략적 판단이 언론 리터러시의 본질이다.

    셋째, 내부 커뮤니케이션 리터러시: 안과 밖의 경계는 사라졌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오랫동안 ‘대내용’이라는 이름으로 안전하게 관리되는 영역으로 간주되었다. 직원들에게 하는 말, 사내 게시판에 올리는 공지, 임원 회의에서 나누는 대화는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믿었다. 이제 그 믿음은 완전히 무너졌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리터러시의 출발점은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사이의 벽이 사라졌다는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사내 메신저의 스크린샷이 소셜미디어에 올라가고, 임원의 전사 이메일이 언론에 전달되며,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직원의 내부 폭로가 기사화된다. “내 주변 모든 사람이 기자다”라는 말이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현장의 현실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리터러시는 단순히 ‘직원들에게 말을 조심하라’는 수준이 아니다. 밖에서 할 말과 안에서 할 말이 달라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기반으로, 무엇을 어떻게 직원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해야 외부 커뮤니케이션까지 일관성 있게 작동하는지를 알고 실행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보자. 회사가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대외 발표는 “사업 효율화와 미래 경쟁력 강화”라는 언어로 설계되었다. 그런데 같은 날 사내에서 팀장들에게는 “원가 절감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취지의 브리핑이 이루어졌다. 그 말은 며칠 안에 밖으로 나간다. 대외 메시지의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리터러시가 있는 경영자는 직원들을 단순한 내부 구성원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들은 회사의 메시지를 외부 세계에 가장 먼저, 가장 광범위하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터다. 그 사실을 전제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이 리터러시의 실천이다.

    넷째, 온라인 리터러시: 소셜미디어를 넘어 소셜 아젠다로

    한국에서 소셜미디어의 원년은 대략 2010년으로 본다. 그로부터 16년여가 지났다. 초기에 기업들이 소셜미디어에 접근하는 방식은 주로 플랫폼 중심이었다.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고,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소셜미디어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온라인 리터러시는 그것과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오늘날 기업이 집중해야 할 것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그 자체가 아니라 소셜 아젠다(Social Agenda)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떤 의제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확산되며, 어떻게 여론화되는가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현대적 온라인 리터러시의 핵심이다.

    또한 이제 레거시 공중(언론 독자, 방송 시청자)과 소셜미디어 공중은 더 이상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둘은 하나로 합쳐졌다. 같은 사람이 아침에 종이신문을 읽고, 낮에 유튜브를 보며, 저녁에 커뮤니티에 댓글을 단다. 공중은 통합되었고,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은 이 통합된 공중 앞에 동시에 놓인다.

    온라인 리터러시가 있는 경영자가 던지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이 의사결정은 소셜 공중에게 어떤 감정으로 읽힐 것인가?” “결국 어떻게 해석될 것인가?” “이후 그들은 어떤 질문을 해 올 것인가?” 이 세 가지 질문에 사전에 답을 준비해두는 것이 온라인 리터러시의 실천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식품기업이 원재료 원가 상승을 이유로 제품 용량을 소폭 줄였다. 가격은 그대로다. 마케팅팀은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며칠 뒤 소비자 커뮤니티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적나라한 비교 사진이 올라온다. 그것이 주요 온라인 밈과 언론의 기사로 이어지고,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입는다. 소셜 아젠다의 메커니즘을 읽지 못한 결과다.

    온라인 리터러시가 있는 경영자는 자사의 의사결정이 소셜 공중의 언어로 어떻게 번역될지를 미리 상상한다. 그리고 그 번역이 왜곡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맥락을 설계한다.

    이상 네 가지 리터러시는 각각 독립된 능력이면서 동시에 하나로 연결된 역량 체계다. 여론을 읽는 눈, 언론을 다루는 전략,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 소셜 아젠다에 대한 감각. 이 네 가지 모두 기업에게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있다. 전략, 투명성, 그리고 충분한 고민과 준비다.

    이제 이전과 같이 전략 없이, 불투명하게, 고민과 준비 없이 움직이는 기업은 매일매일이 이슈이고 위기다. 경영진은 점점 더 당황스러운 상황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적절한 리터러시 없이는 적절한 의사결정도 불가능하다. 그 결과는 기업과 경영자 자신 모두를 최악의 상황으로 이끈다.

    위기관리에서 이상향으로 삼는 개념이 있다. 세네카가 말한 에우티미아(Euthymia), 즉 평정(平靜)이다. 외부의 소란과 무관하게 내면의 중심을 잃지 않는 상태. 그러나 리터러시 없는 경영자는 절대 그 평정에 다다르지 못한다. 폭풍 속에서 지도도 없이 배를 몰듯, 매 순간 방향을 잃고 표류할 뿐이다.

    리터러시는 지도다. 완벽한 지도는 없다. 그러나 지도를 가진 항해사와 지도 없이 바다에 나선 항해사의 결말은 다르다. 기업 경영진에게 리터러시란, 더 나은 항해술과 그 자신에 대한 확신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가장 실질적인 자산이다.

  • 위기관리에 대한 스토아 철학자들의 조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10년 전, 필자가 스토아 철학을 처음 접했을 때는 그게 기업 위기관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다. 개인적으로 철학 공부를 한다고 펼쳐 든 책이 대부분 스토아 철학 책이었다. 2000년도 더 된 고대 그리스·로마의 철학이, 지금 이 순간 쏟아지는 언론 보도와 SNS 여론, 규제기관의 조사와 소비자 불매운동 앞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오히려 그 어떤 현대적 위기관리 이론보다 더 본질에 가깝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스토아 철학은 기원전 3세기, 철학자 제논이 아테네의 스토아 포이킬레라는 주랑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시작된 철학이다. 이 철학의 핵심은 단순하다. 세상에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며, 현명한 사람은 그 둘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통제 가능한 것에만 에너지를 집중한다는 것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으로 판단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덕스러운 행동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스토아 철학의 핵심이다.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크리시포스. 이들이 남긴 글과 사유는 지금도 경이로울 만큼 생생하게 살아있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필자가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장면이 있다. 위기가 터지면 경영진이 패닉 상태에 빠지고, 그 패닉이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며, 그 잘못된 결정이 위기를 더 키우는 악순환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의 조언만 제대로 따랐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가치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는 걸 보면서, 필자는 확신하게 됐다. 스토아 철학은 기업 위기관리의 가장 깊은 뿌리가 될 수 있다고.

    스토아 철학자들의 여덟 가지 조언을 세 단계로 나눠 살펴보자. 위기가 오기 전에 갖춰야 할 것들, 위기가 터진 순간부터 수습까지 지켜야 할 것들, 그리고 위기가 끝난 후에도 멈추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첫 번째 조언: 위기는 예고 없이 오지 않는다

    세네카는 이렇게 경고했다. 미래를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준비 없이 미래를 맞이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늘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상상하고 대비하는 프레메디타티오 말로룸(역경에 대한 사전 명상)을 강조했다.

    위기 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면 설마가 아니었던 경우가 태반이다. 내부 제보가 있었고, 현장 실무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고, 비슷한 사례가 경쟁사에서 먼저 터졌는데도 흘려보낸 경우. 위기의 전조는 대부분 존재했다. 다만 경영진이 불편해서, 바빠서, 설마 하는 마음에 외면했을 뿐이다. 세네카라면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당신은 가장 나쁜 상황을 충분히 상상해 보셨습니까? 그리고 그 상상에 대비해 오늘 무언가를 하셨습니까?

    두 번째 조언: 감정은 판단을 흐리고, 조직 전체를 흔든다

    스토아 철학의 체계를 완성한 크리시포스는 감정의 위험성에 대해 깊이 파고들었다. 분노, 공포, 과도한 낙관, 이 세 가지가 위기 상황에서 경영진의 판단을 가장 심각하게 왜곡한다고 했다. 그런데 크리시포스의 이 경고는 단순히 개인의 감정 절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리더의 감정 상태는 조직 전체로 즉각 전파된다는 점에서, 이것은 조직 차원의 위기관리 문제다.

    위기가 터진 다음 날 아침, CEO의 첫 마디는 30분 안에 조직 전체로 퍼진다. “우리 망하는 거 아니야?”라는 한마디가 떨어지면 오전이 지나기 전에 “위에서도 답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이 돌고, 대응팀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브리핑 도중 감정이 격해진 CEO가 내뱉은 한마디가 다음 날 헤드라인이 되고, 밤새 불안 속에서 내린 새벽 네 시의 결정이 오전에 번복되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한편으로는 밤새워 작성하고 법무 검토까지 마친 공식 입장문이 발표 직전 CEO의 감정 하나로 뒤집히는 일도 있다. “이 기자 예전부터 우리 회사 물어뜯으려 했잖아.” 그 순간부터 입장문에 공격적인 문장들이 추가됐고, 결국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감정을 느끼는 것과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흔들리더라도 판단과 행동만큼은 이성의 궤도 위에 올려놓는 것. 그것이 크리시포스가 말한 진정한 평온이며, 위기 앞에서 리더가 반드시 지켜야 할 전략적 자산이다. 그리고 이 평온은 위기가 터진 후에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위기 이전부터 꾸준히 단련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조언: 상황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판단이 문제다

    에픽테토스는 말했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다.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의 위기인데, 경영진이 “이건 회사 역사상 최악의 사태”라고 규정해 버리는 순간이 있다. 그 판단이 내려지면 실무자들은 우울한 시나리오만 보고하기 시작하고, 의사결정은 공포 위에서 이루어지며, 실제보다 훨씬 더 큰 위기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반대로 심각한 위기를 “이 정도는 곧 지나가겠지”라고 흘려버리는 경영진도 있다. 그 판단 역시 재앙의 씨앗이 된다. 위기 그 자체가 기업을 무너뜨리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위기에 대한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 기업을 무너뜨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네 번째 조언: 목적지 없는 배에는 어떤 바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그 다음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항구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될 수 없다.

    위기가 터지면 대응팀을 꾸리고, 긴급 회의를 열고, 보도자료를 쓰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우리가 이 위기를 통해 최종적으로 어디에 도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는 경영진은 생각보다 드물다. 목표가 없으니 전략도 없고, 오늘의 대응이 내일의 대응과 충돌하고, CEO 발언이 실무진 행동과 따로 논다. 위기관리의 출발점은 대응 속도가 아니라 대응 방향의 설정이다.

    다섯 번째 조언: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라

    방향을 바로잡았다면, 다음은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것들은 우리 안에 있고, 어떤 것들은 우리 밖에 있다.

    위기 대응 회의실에서 경영진의 시선은 온통 밖을 향해 있다. “저 기자가 왜 저렇게 쓰는 거야”, “경쟁사가 이 기회에 우리를 흔들려는 거 아니야”. 한 시간짜리 회의에서 우리가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10분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머지는 전부 통제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분노와 불안이다. 그러는 사이 골든타임은 조용히 흘러간다.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자기 회사가 무엇을 결정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다. 이 원칙 하나만 지켜도 위기 대응 회의의 질은 완전히 달라진다.

    여섯 번째 조언: 역할에 충실하라

    에픽테토스는 모든 사람은 삶이라는 연극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할에 충실한 것이 덕이라고 했다.

    CEO가 직접 기자들과 통화하며 배경을 설명하는 사이, 홍보팀은 그 내용을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된다. 법무팀은 “절대 인정하면 안 된다”는데 영업팀장은 고객사에 이미 사과 메일을 보낸 상태다. 재무팀이 보상 규모를 산정하기도 전에 홍보팀은 “신속히 보상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혼선들이 동시에 터지는 순간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진다.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초과하거나 회피하지 않는 것, 그것이 위기 대응 체계의 기본이다.

    일곱 번째 조언: 명성보다 행동이 먼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말했다. 좋은 평판을 얻으려 노력하지 말고, 평판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라.

    피해자 지원은 아직 검토 중인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가 먼저 나오고, 재발방지 시스템은 설계도 안 됐는데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이 앞선다. 처음 한두 번은 통할 수 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의 간극이 드러나는 순간, 신뢰는 위기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한다. 실질적인 피해 복구와 진정성 있는 사과, 구체적인 재발방지 조치. 이것이 선행되지 않은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반드시 역풍을 맞는다.

    여덟 번째 조언: 위기 이후의 개선 없이는 위기관리도 없다

    세네카는 말했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 그것이 철학의 목적이라고.

    위기가 수습되면 기업들은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간다. 대응팀은 해산되고, 모니터링은 종료되고, 임원들의 관심은 다음 분기 실적으로 이동한다. 위기에서 배워야 할 것들은 서랍 속 보고서 안에서 조용히 잠든다. 그렇게 2년, 3년이 지나면 비슷한 위기가 다시 터지고, 또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무엇이 취약했는지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시스템과 문화를 실제로 바꾸는 것, 그것이 위기관리의 진짜 완성이다. 세네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같은 위기에 두 번 무너지는 기업은, 첫 번째 위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기업이라고.

    스토아 철학자들의 이 조언들은 어느 한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00여 년간 동서양의 수많은 리더들이 이들의 사유에서 위기를 버텨낼 힘을 얻었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의 CEO들 중에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책상에 두고 읽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것이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위기관리 현장에서 일한 필자는 잘 알고 있다.

    한국의 기업 경영진들도 오늘부터 스토아 철학을 가까이하시기 바란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것에서 시작해, 조직의 위기 대응 역량을 한 차원 높이는 데까지, 스토아 철학은 분명 좋은 교사가 되어줄 것이다. 위기는 반드시 다시 온다. 그때 당신 곁에 에픽테토스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세네카가 있다면, 그 위기의 무게가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 기업 경영진은 위기 시 왜 ‘소통 강박’에 빠지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부정 이슈나 위기에 직면했을 때, 경영진이 가장 먼저 취하는 행동을 상기해 보자. 대개의 경우 홍보팀을 긴급 소집해 사과문을 다듬거나, 언론 보도의 흐름을 전환하기 위한 전방위적 커뮤니케이션을 지시하는 것이 그 첫 수순이다. 그러나 위기관리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되는 이러한 필사적 노력은,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소통 강박(Communication Obsession)’이라 정의한다.

    소통 강박이란, 기업이 위기 해결을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상황관리(Action)를 실행하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수단에만 ‘과도’하게 집착하는 병적 증상을 말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발현된다. 첫째는 ‘강박적 소통 폭주’로, 실효적 해결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전시 효과에 집착하는 형태다. 둘째는 ‘전략 없는 마비’로, 냉철한 전략적 판단 대신 공포와 무력감에 사로잡혀 의사결정 자체를 유예해 버리는 상태다.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경험이 풍부한 커뮤니케이션 부서장이나 임원들은 종종 “대응을 자제하자” 혹은 “대응할 실익이 없다”는 조언을 건넨다. 외부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판단에 공감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사후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적 목적은 문제 해결 그 자체가 아니라, 문제로 인한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에 있다. 내외부 베테랑들이 대응 자제를 권고하는 것은, 해당 사안이 아직 임계 수준의 위기가 아니거나, 대응의 시점과 대상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경험적 판단에 근거한다.

    그러나 소통 강박에 사로잡힌 경영진은 이러한 조언을 실무진의 무능이나 무관심, 혹은 책임 회피로 곡해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불이 났는데 가만히 있자는 것이냐”는 식의 경영진발(發) 강박은 결국 무리한 소통 시도로 이어진다. 대응이 불필요한 작은 불씨에 소통의 연료를 무차별적으로 투입해 문제를 오히려 키우는, 이른바 ‘미필적 실수’가 발생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미국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선구자 아서 페이지(Arthur W. Page)는 “PR이란 90%는 옳은 일을 하는 것이고, 10%는 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이 명제는 위기관리 현장에서도 변함없는 진리로 통용된다. 성공적인 전략 커뮤니케이션은 반드시 실질적인 상황관리(행동, 개선, 보상)가 전제되거나 병행될 때에만 그 가치를 발휘한다.

    90%에 해당하는 실질적 조치 없이 10%의 커뮤니케이션에만 매달리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격이다. 경영진은 소통의 기술을 고민하기에 앞서, 우리 조직이 과연 90%의 ‘옳은 일’을 실행하고 있는지, 즉, 상황을 실질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를 먼저 자문해야 한다. 9:1의 균형이 무너진 소통은 자칫 기만에 가까운 행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소통 강박에 빠지는 일곱 가지 원인

    위기관리 현장에서 관찰되는 경영진의 소통 강박 증상은 단순한 개인적 실수가 아니라, 다음과 같이 고착화된 심리적 오류와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다.

    첫째. 소통은 상황관리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는 가성비 함정

    “지금 당장 사과문 올리고 보도자료 배포해. 비용이 드는 보상안은 나중에 검토하고, 일단 말로라도 사태를 진정시켜야 하지 않겠어?”

    경영진에게 리콜, 보상, 시스템 전면 개편과 같은 ‘상황관리’는 막대한 비용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고통스러운 결단이다. 반면, 메시지는 즉각 작성해 배포할 수 있고 비용도 미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체 없는 소통은 대중에게 ‘언젠가는 갚아야 할 부채’로 차곡차곡 누적된다.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언어는 결국 더 큰 이자를 얹어 상환해야 하는 치명적 위기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경영진은 간과한다.

    둘째. 무대응은 곧 패배라는 공포와 통제력 과시 욕구

    “가만히 있을 거야? 우리가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해! 아무것도 안 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꼴밖에 안 돼.”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무능해 보인다는 공포가 경영진을 지배한다. 특히 위기 국면에서 자신의 통제력을 내외부에 가시화하려는 리더십 증명 욕구가 강박적 지시로 이어진다. ‘전략적 인내’와 ‘무능한 방치’를 구별하지 못한다. 의미 없는 활동량으로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려 하지만, 이는 전술적 목적도 없이 제한된 자원만 소진하는 패착에 불과하다.

    셋째. 기술적 해결주의와 프레임 전환에 대한 맹신

    “우리에게 유리한 기사들로 포털을 채워. 댓글 여론만 잡으면 이번 고비는 넘길 수 있어. 기술적으로 어떻게든 프레임을 바꿔봐.”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알고리즘 제어나 검색 결과 정화, 혹은 고도화된 언론 플레이가 본질적 결함을 은폐할 수 있다고 믿는 오류다. 구조적 결함이라는 몸통은 방치한 채 여론의 흐름이라는 깃털에만 에너지를 쏟는 셈이다. 오늘날의 대중은 메시지의 기교보다 행위의 일관성과 진정성을 먼저 읽어낸다는 사실을 망각한 지시다.

    넷째. 이해관계자를 공감 대신 제압 대상으로 간주하는 태도

    “저들은 우리를 무너뜨리려는 집단이야. 대화해봤자 소용없어. 법무팀과 협의해서 우리 논리로 밀어붙여. 입도 못 열게 만들어.”

    피해자나 여론을 소통을 통한 공감의 대상이 아니라, 무력화해야 할 ‘장애물’로 간주할 때 소통 강박은 더욱 심화된다. 이러한 ‘전략 없는 마비’ 증상은 대중에게 오만과 폭력으로 읽히며, 내부 고발이나 추가 폭로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어 위기를 전이·확산시킨다.

    다섯째. 내부 보고 체계의 왜곡과 ‘보고를 위한 소통’의 악순환

    “사과문 조회수가 얼마야? 기사는 몇 건이나 나갔어? 수치가 부족해. 더 적극적으로 우리 입장을 뿌려!”

    위기 상황에서 실무진은 경영진으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소통 활동을 보고용 실적으로 활용한다. 경영진은 이 수치에 안도하며 더욱 강도 높은 소통을 주문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제로 문제가 얼마나 해결되었는지가 아니라, 메시지가 얼마나 많이 노출되었는지가 성공의 척도가 되는 전형적인 ‘활동성 함정’에 빠진 상태다.

    여섯째. 한국적 망각 주기에 대한 요행과 전략 없는 마비

    “일단 소나기만 피하자. 담당자 없다고 하고 시간을 끌어봐. 며칠 지나면 다른 이슈가 터져서 다들 잊어버릴 거야.”

    과거의 위기가 시간의 흐름 속에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던 경험은 나쁜 학습 효과를 낳는다. 이는 전략적 인내가 아닌, 무책임한 방치로서의 침묵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한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기록은 영구적이며, 이러한 마비 상태는 훗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강박적 폭주’를 불러오는 시한폭탄으로 작동한다.

    일곱째. 전략적 현실주의의 부재와 감정적 호소에 대한 과의존

    “사과문을 더 절절하게 써! 진정성이 느껴져야 해. 눈물 한 방울 쏙 빼낼 수 있다면 여론도 돌아서지 않겠어?”

    법적 배상 규모를 냉정하게 산정하고 비즈니스 안정성을 검토하기보다, 감성적 호소로 여론을 전환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다. 실질적 행동이 수반되지 않은 감정적 호소는 대중에게 기만으로 비치며, 기업의 도덕적 신뢰를 앞당겨 소진시킨다. 위기관리 전략가라면 사과문의 수사(修辭)를 다듬기 전에, 보상안의 구체성부터 먼저 점검해야 한다.

    전략의 부재가 강박을 낳는다

    결론적으로, 경영진이 경험하는 이 모든 소통 강박의 증상들은 단 하나의 근본 원인에서 기인한다. 바로 ‘전략과 준비의 부재’다. 사전에 위기를 진단·분석해 구체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갖추지 못한 기업은, 위기가 실제로 닥치는 순간 본능적 공포에 사로잡힌다. 준비되지 않은 경영진에게 소통은 가장 달콤한 도피처이자, 동시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감옥이 된다.

    소통 강박은 전략 보유 여부에 따른 조직적 병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성공적인 전략 커뮤니케이션은 반드시 상황관리라는 실체가 수반되어야 한다. 90%의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소통은 결국 허상에 불과하다. 평시의 안일함이 위기 시의 강박을 낳고, 그 강박은 다시 실패한 소통으로 이어져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소통 강박이 매번의 위기에서 아무런 성찰 없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 기업의 DNA 자체를 파괴하는 조직적 재앙으로 진화할 수 있다.

    경영진 스스로 자문해보기를 권한다. 우리 기업은 지금 소통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소통 강박을 앓고 있는가? 소통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유일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소통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소통의 기술을 연마하기 전에, 위기 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상황관리 전략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

    미리 준비된 전략을 토대로 위기 시 조직의 의사결정과 실행을 철저히 통제·관리해 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위기관리의 성공은 얼마나 화려하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아서 페이지의 조언처럼 얼마나 충실하게 90%의 ‘옳은 행동’을 선행하고 그 결과를 10%의 정교한 소통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강박이라는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략이라는 강력한 치료약을 손에 쥘 때다.

  • 공적(公的) 커뮤니케이션이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영어로 프레스 릴리즈(press release)로 부르는 보도자료는, 다른 표현으로 오피셜 스테이트먼트(official statement)라고도 한다. 우리가 흔히 공적 문서, 공식 행사, 공적 지위를 이야기할 때 그 공적인(公的, official) 메시지를 의미한다. 이는 누구에게나 공적으로 확인된 정확한 메시지라고 이해된다.

    따라서 기업은 공적 메시지인 보도자료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공을 들이고, 정확성을 점검한다. 딱히 보도자료에 한하지 않아도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기업과 기업 주요 구성원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연습하는 과정인 미디어트레이닝에서도 경영진의 모든 메시지는 공적인 것이다. 기자 질문에서 “대표님의 개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같은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훈련된 기업 대표는 “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릴 주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라 답하거나 또는 기업의 기존 공적 메시지로 답변을 재반복 한다.

    흥미로운 것은 분명히 ‘개인의 의견은 말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이후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은 대표 개인의 생각과 느낌에 기반해 있는 경우다. 대표의 개인적 생각을 답변으로 그럴듯하게 만들어 기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인가? 사적 커뮤니케이션인가? 어떻게 봐야 할까?

    지금도 수많은 공직자들과 기업 경영진들은 자신이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공적인 것인지, 사적인 것인지에 대한 때때로 혼란을 느낀다. 국정 홍보를 위해 인기 유투브 채널에 출연한 고위공직자의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업 대표가 기자들과의 저녁자리에서 부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해 다음날 지면을 장식하기도 한다. 생중계되는 기업의 사과 기자회견에서 실무임원들에게 하는 사적 메시지들이 그대로 방송되기도 한다. 대체 공적 메시지와 사적 메시지는 어떻게 달라야 할까?

    기업과 조직의 리더들이 혼동할 수 있는 공적 커뮤니케이션과 사적 커뮤니케이션의 분별법을 정리해 보자. 이에 대한 이해가 정확할수록 개인적으로는 보신(保身)과 개인적 명예를 유지할 수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구성원들에 의한 불필요한 논란과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공적 커뮤니케이션과 사적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첫째, 누구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는가?

    아주 간단한 기준이다. 공적인 대상에게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직원, 거래처, 사업지역의 주민, 관공서, 국회, 규제기관, NGO, 언론 등 공적인 성격에 기반해 기업에 관련되어 있는 대상에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무조건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모 언론사 데스크가 모 기업 CEO의 대학 동창이고 아주 친한 사이라면? 그 CEO가 언론사 데스크에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그럼 사적 커뮤니케이션일까? 그 다음 기준으로 넘어가자.

    둘째, 주제가 무엇인가?

    대화 주제가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기업이나 조직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모두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대학동창인 언론사 데스크에게 CEO 개인의 골프 스코어와 지난 라운딩에 대한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것은 일견 사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실적과 자신의 임기에 대한 하소연을 하는 것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이 된다. 정말 친한 사람에게 그런 허심탄회한 말도 못하냐고 불평하는 경영진들도 많다. 현직에 있을 때는 조심하는 것이 좋다. 최소한 자신을 위해서라도.

    셋째, 어떤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가?

    당연히 공적 상황에서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공장 완공식에서 직원들에게 하는 CEO의 축사, 타운홀에서 직원들에게 새로운 사업 구조에 대하여 하는 설명과 질의응답, 자기 회사를 담당하고 있는 언론사 기자와 하는 인터뷰 같은 것들은 당연히 모두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러면 회식에서 여러 부서 MZ직원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는 CEO의 커뮤니케이션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인가? 사적 커뮤니케이션인가? 일과에서 벗어나 업무에 대해서는 이야기 말자고 했고, CEO가 법인 카드가 아닌 개인 카드로 직원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술을 사주고 있는데? 하지만, 여기에서도 CEO의 모든 일거수 일투족과 메시지는 모두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넷째,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하는가?

    커뮤니케이션하며 완전히 틀린 말을 하는 기업 경영진은 드물다. 그 중에서 못 할 말을 함부로 하는 경영진도 흔치 않다. 대부분이 자신의 직급과 분야에 맞는 ‘충분히 할 수도 있는 말’을 한다. 그럼에도 그 말들이 문제가 되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 버리면, 대부분의 경영진은 “내가 틀린 말 했나?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니지 않나?” 같은 항변을 한다.

    문제는 틀린 말이나 못 할 말을 해서 발생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락상 적절하지 않은 말을 했으니 문제가 되고 커진 것이다. 경영자 자신은 사적 대상과 주제 그리고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이야기했는데도, 맥락상 민감한 내용이라 문제가 되었고 이내 사회적 논란으로 커졌다면? 이는 어찌 보면 결과론 적일수도 있지만, 그 경영자는 잘못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할 셈이 된다. ‘아닙니다. 그것은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수준이라면 공적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실수였던 것이다.

    다섯째, 자신이 심각하게 책임져야 할 수도 있나?

    자신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추후 문제나 논란이 되었을 때, 자신이 심각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하고 조심해야 한다. 가끔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 발언을 한 기업 임원은 대부분 기자에게 ‘죄송한데, 그 내용은 기사 쓰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또는 “만약 꼭 기사화해야 하겠다면 제 이름은 꼭 빼 주셨으면 합니다.”같은 요청을 한다.

    이는 자기 자신이 자신의 말로 심각한 책임을 질 수도 있겠다는 예상이 가능 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예상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해보자는 것이다.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란 그런 품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여섯째, 회사의 메시지인가? 내 메시지인가?

    이 또한 아주 간단한 기준이다. 기업 경영진이 어떤 상황에서 라도 커뮤니케이션 할 때 자신의 메시지가 회사의 메시지라면 이는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회사 내부에서 합의된 공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분명히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반면, 그런 상황에서 일부 사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면? 이런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할까? 기업 경영진이 전달하는 모든 메시지는 공적 메시지로 이해된다고 했다. 사적인 메시지라고 해도 듣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적인 메시지로 이해한다. 이후 부가적인 반향과 반응, 확산 등도 공적 메시지에 의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업 경영진에게 개인의 사적인 메시지는 극히 제한된다. 기억하자.

    마지막, 이런 기준들보다 좀더 단순한 기준은?

    있다. 조직이나 기업에서 공적인 위치에 있는 분들은 그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자신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생각을 하면 된다. 자신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회사와 구성원 그리고 이해관계자들과 심지어 공중에게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보는 것이다.

    사기업 대표에게도 그런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너무 가혹하지 않나 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잣대가 없어 구설수를 일으키고, 사회적 논란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그 중요한 자리를 떠나게 된 여러 선배 사례들을 기억해 보자. 반대로 취임부터 퇴임 때까지 자신의 모든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를 잘 관리하며 공적 커뮤니케이션만 하다 명예로운 성과를 남긴 선배들도 기억해 보자. 어떤 결과가 자신에게 더 나은 것인가는 자명하다.

    예전 전직 모 부총리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고위 공직자의 모든 발언은 연출되어야 한다.” 이는 기업 경영진에게도 똑 같이 적용된다. 연출하며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부자연스럽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진정성이 없으니 소통이 될 수 있냐고 묻는 분도 있다.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해야 겨우 서로 이해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다.

    그럼에도 핵심은 백공일과(百功一過)다. ‘백 가지 잘한 일(功) 중 한 가지 잘못(過)’이라는 뜻으로, 주로 잘한 일이 많더라도 한 번의 실수나 잘못이 전체를 무효로 만들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백공일과다. 기업과 조직의 리더로서 백공(百功)으로만 머무르려면 공적 커뮤니케이션에만 신중히 집중하자. 사적 커뮤니케이션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자.

  • 기업 경영진을 위한 위기관리 101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게 발생된 이슈나 위기와 관련해 그 내부 의사결정 그룹에 속한 경영자들을 만나 보면 해당 이슈나 위기의 특성과 관계 없이도 기업간에 많은 공통점을 목격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와 관련해 기업 경영진이 보는 위기 그리고 위기관리에 대한 여러 생각 중 주요 공통 부분을 모아 정리해 본다.

    오랜 기간 다양한 위기관리 케이스를 경험하면서 얻은 아주 소중한 인사이트 중 하나는 “위기관리는 내부 인식과 커뮤니케이션 관리”라는 사실이었다. 위기와 마주한 기업 경영진이 가지는 해당 위기에 대한 인식(perception)에 대한 관리 그리고 그 관리를 위해 실행되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성공 없이는 명실상부 한 위기관리 성공은 불가능하다고 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위기관리 서비스를 하는 대행사와 컨설팅사의 입장에서도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위기관리란 ‘(클라이언트와 함께 또는 위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위기를 맞은 클라이언트를 돌보아주는 것’이라는 개념이 기반이 되어야 하겠다. 이런 정의와 개념에도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 내부의 인식과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중요성이 포함되어 있다.

    다음은 기업이 위기와 마주했을 때, 위기관리를 하고 있을 때, 그리고 위기를 관리하고 났을 때 기업 내부에서 흔히 오고 가는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들이다. 이런 것이 모여 그 기업의 위기관리 기반이 되고, 역량으로 이어지며, 개선과 재발방지의 동력이 되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관심있는 주체들은 진지하게 주목해 볼 만하다.

    우리 회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못 믿겠어요

    위기 시 기업 경영진이 속삭이는 흔한 이야기다. 어떤 경영진은 홍보실 능력을 탓한다. 어떤 경영진은 법무팀 역량을 신뢰하지 못한다 한다. 어떤 기업은 전체적으로 회사에 위기관리 마인드와 경험이 없다 한탄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내부 평가를 그 기업 경영진이 스스로 한다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되기 이전에 그런 역량 개선이나 강화 노력을 하지 못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잊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이런 이야기만 하고 있어서는 위기가 관리가 될 수 없다. 일단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컨트롤센터를 구성해야 한다. 많은 케이스에서 얻은 중요한 인사이트 중 또 하나는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에게는 시종일관 제대로 작동하는 컨트롤센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컨트롤센터는 상하축과 좌우축으로 구성된다. 상하축이란 최고의사결정권자에서 핵심실무책임그룹을 포함한다는 의미다. 좌우축은 홍보실과 법무, 기획, 재무, 대관, 영업, 마케팅, 인사, 총무 등이 포함된 위기관리 관련 부서들을 의미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기업이 스스로를 컨트롤 해서 각각의 부서가 위기 대응을 따로 하고, 각자 움직이고, 나름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그 통제와 공유, 보고라인이 한자리에서 커뮤니케이션 하게 하자는 것이다. 흔히 목격되는, 컨트롤센터와 완전 분리된 최고의사결정권자 이원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자는 이야기다.

    부정기사가 너무 많이 쏟아지는데요?

    부정기사 없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부정기사가 겨우 몇 개 생긴 상황도 위기라 보기 어렵다. 만약 부정기사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면 그건 위기관리의 효과 때문이 아니다. 위기가 발생되고, 그에 대한 최초 대응이 실행되었고,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부정기사들을 바라보는 경영진은 크게 두 타입으로 나뉜다.

    첫째 타입은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그러니, 점차 부정기사가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며 인내를 가지고 이 시기를 견뎌내자’고 한다. 둘째 타입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해서 일단 실행을 했는데, 예전처럼 부정 기사는 계속되는 듯하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이라도 더 해서 하루라도 빨리 부정기사를 사라지게 하자”고 한다. 어떤 타입이 무조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회사마다 위기유형마다 특성이 다르니 간단하게 판단할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위기에 대한 바이탈 체크 방식이 언론이 만들어 내는 부정기사 모니터링 하나뿐이라면 문제다. 언론의 반응은 가장 기본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바이탈 사인 중 하나인 것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중환자의 차도를 체크하는데 있어 맥박이나 혈압 사인 하나에만 의존하지는 않는 법이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영향력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통해 인입되는 반응과 그 반응의 차이 그리고 계속되는 변화를 종합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부정기사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없다. 회사 구성원 이외에는 누구도 포탈이나 소셜미디어에 특정 회사명으로 뉴스를 찾아 읽지 않는다.

    뭔가 확실한 걸 해야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확실한 대응은 기본적으로 좋은 말이다. 대응하려면 확실하게 하자는 이야기도 좋다. 그러나, 그 확실한 대응, 특별한 대응이라는 것이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대응을 대체하는 의미라면 좋지 않은 생각이다. 우리는 흔히 일반적인 대응이라는 의미를 ‘평범한 대응, 효과가 그저 그런 대응, 남들도 다 하는 뻔한 대응’이라고 오해한다. 그렇지 않다. 위기관리 현장에서 일반적 대응이란 ‘상식적인 대응, 당연한 대응, 이상하지 않은 대응’을 의미한다. 우리가 다른 기업의 위기관리를 기억했을 때 떠오르는 그런 대응들이 일반적인 대응이다. 그 일반적인 대응을 건너뛴 채 무언가 다른 대응을 한다는 상상을 해 보자. 이상하다. 위기 시에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는 대응은 실패했다는 의미와 가깝다.

    물론 일반적인 대응에 좀더 확실하고, 과감하고, 적극적인 가치를 더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경우가 최근에 늘고 있어서 그 나름대로 의미와 효과를 가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일반적인 대응, 상식적인 대응이 마땅히 해당 기업이 위기관리를 위해 꼭 해야 하는 대응이라는 정의를 가지는 한 무시되거나,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

    뭐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뭐든 해야 한다는 지시나 논의가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기업에게는 위기관리 전략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위기를 관리해서 회사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 보자 하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일종의 표류다. 목적하는 항구가 정해지지 않은 배에서는 각자 마구 노를 젓고, 소리를 지르고, 돛의 방향을 이리 저리 바꾸는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뭐든 해야 한다는 이야기 속에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타겟 오디언스가 누구인지에 대한 확정적 개념도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누구에게나 커뮤니케이션 하고, 아무에게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대상이 없거나 혼란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은 그냥 노이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고, 무엇이든 결정하기 쉬운 상황이라면 그 상황은 진짜 위기상황이 아니다. 그 반대의 상황이 곧 위기의 특성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가?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무엇을 절대 피해야 하는가? 그 부분에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나요?

    여론은 여러 특성을 가지고,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거나 진단할 수 없다. 여론을 정한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여론을 확실하게 보고 있듯이 이야기하는 사람도 그렇다. 그러나, 여론에 있어 가장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모든 여론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수년에서 수십년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살아 움직이는 여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그 개념은 좀더 정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 모든 대응 활동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은 자사에 대한 부정 여론의 지속기간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을 가진다. 따라서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했음에도 부정 여론이 더욱 강화되고 무리하게 장기화된다면 그 위기관리는 실패했다는 의미가 된다.

    여론은 한데 모아 놓은 여러 장작에 붙은 화톳불과 같다. 그 화톳불이 언제까지 타오를 것인가는 불붙은 장작에 달려있다. 일단 위기대응을 해서 더 이상 장작이 더해지지 않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뜨거워도 참고 그 불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것을 전략적 침묵과 인내라고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그런 침묵과 인내가 힘들어서, 꺼져가는 화톳불에 장작을 계속해서 던져 넣는 과오를 범한다. 장작을 더 이상 던져 넣지 않아야 화톳불은 꺼진다. 여론은 사라진다.

    전혀 예상도 못한 일이 발생되어서…

    그렇지 않다. 그건 착각이거나 변명일 가능성이 높다. 기업 내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란 있을 수 없다. 만약 만에 하나라도 그런 위기가 있었다면, 그건 해당 기업이 평소에 위기라는 단어 자체에도 관심이 없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경영진은 스스로 알고 있다. 자신들이 매일 매일 의사결정 하는 행위 대부분이 위기관리라는 것을 안다. 경영진은 평소에 끊임없이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일상적 위기관리에 몰두하느냐고, 앞으로 발생될 위기에 대한 준비가 소홀 했다는 것이다. 기업에게 위기관리 자문을 할 때 종종 조언하는 것이 있다. “이번 위기가 발생되기 2-3주전으로 돌아간다면, 경영진께서는 무엇을 가장 먼저 그리고 집중해서 준비하겠습니까?” 이런 생각이 중요하다. 실제 위기관리 중에 아쉽거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사라지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런 소중한 경험을 위기가 관리된 이후 바로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개선과 재발방지가 가능하다.

    경영진들과 평소에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떤 경영진은 자신이 경험한 위기관리에서 배우고 깨달았던 것들을 무용담처럼 열거해 자랑한다. 어떤 경영진은 그것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을 위해 차후 실무에 적용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위기관리가 단순한 무용담이나 힘들었던 이야기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만약 이번 위기가 발생되기 2-3주 전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지금하자는 거다.

    이 외에도 기업 경영진은 부정 이슈와 위기에 대하여, 그리고 그에 대한 관리에 대하여 여러 생각을 한다. 능력과 경험을 갖춘 경영진이라 그 과정이나 개념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것도 일반인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 우선순위를 따지거나, 타겟팅을 해서 그에 집중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큰 그림을 멀리서 보는 능력도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우수하다.

    핵심은 그런 경영진의 존재와 구성만으로는 위기관리가 성공할 것이라는 보증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준비, 준비, 준비. 이 단어의 연결은 모든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책과 컨설팅 슬라이드에 공히 들어가는 맨트라(mantra)다. 여기에 연습, 연습, 연습이라는 맨트라가 더해진다. 앞에는 여러 어렵고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들이 나열되었지만 핵심과 해법은 항상 이 두가지다. 준비하고 연습하면 된다. 이렇듯 어려울 것이 없는데도 쉽지 않아 한다. 사실 그것이 문제다.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