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CEO·최고경영진

  • 6. 기업 위기관리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CEO를 위한 스토익(Stoic) 위기관리 원칙

    첫째, 위기 대응 역량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반복된 훈련으로 길러지는 기술이다.

    둘째, 예상되는 위기 상황을 평시에 실제처럼 반복하여 몸에 익혀라.

    셋째, 훈련을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조직의 일상적 규율로 정착시켜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 이렇게 적었다. “삶의 기술은 춤보다 레슬링에 가깝다. 정해진 안무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일격에 맞서 늘 준비된 자세로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도 그렇다. 위기는 잘 짜인 안무처럼 순서대로 오지 않는다. 예고 없이, 변칙적으로, 가장 취약한 곳을 노리고 들어온다. 그래서 위기 대응은 대본을 암기하듯 되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훈련된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하듯, 조직이 평소 길들여 둔 습관과 절차가 그 순간 작동해야 한다. 레슬러는 상대의 다음 동작을 일일이 예측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어떤 변칙이 들어와도 무너지지 않도록 몸을 미리 단련해 두었기에 버티는 것이다.

    훈련되지 않은 기업이 위기를 맞으면 어떤 모습이 되는가. 오합지졸이라는 표현 그대로다. 누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모른 채 미루고,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각각 입을 열고, 사과의 타이밍을 놓치고, 해서는 안 될 말을 기자 앞에서 내뱉는다. 돌이켜 보면 대단한 전략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다.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지지 않았을 뿐이다. 정상적인 훈련을 한 번이라도 거친 조직이라면 결코 저지르지 않았을, 사려 깊지 못한 실수와 황당한 대응이 위기를 더 키운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평시에 경험해야 할 위기관리 목적의 훈련은 무엇인가. 가장 일반적인 것이 미디어트레이닝이다. 그리고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대변인 트레이닝이 그 뒤를 잇는다. 나아가 고객, 정부, 기관, NGO, 지역 주민, 투자자, 노조 등 각 접점에서 벌어질 상황을 가정한 이해관계자 접점 시뮬레이션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안전 대피 훈련, 해킹 방어 훈련처럼 부서별 책임과 역할에 직결된 주제별 대응 훈련은 더욱 기본에 속한다. 이러한 훈련에 관심이 없거나, 기회가 없거나, 늘 부족한 상태로 위기를 맞는 기업은 그 대가를 고스란히 현장에서 치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에픽테토스는 “어려움이야말로 그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낸다”고 했다. 그는 레슬링 코치 비유를 하기도 했다. 신은 마치 거친 상대와 우리를 짝지어 주는 코치와 같아서, 그 힘겨운 상대를 통해 우리를 단련시킨다는 것이다. 단, 그는 분명히 덧붙였다. “그것은 땀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기라는 거친 상대 앞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면, 그 이전에 흘려 두어야 할 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훈련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에픽테토스는 또 이렇게 권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너 자신을 훈련하라. 그리고 거기서부터 더 큰 것으로 나아가라.” 위기관리 훈련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대규모 모의훈련을 이벤트처럼 치르고 끝낼 일이 아니다. 작은 상황 대응부터 반복적으로 몸에 새겨 두는 것이 핵심이다. 반복된 훈련은 위기의 순간, 판단의 속도와 정확성으로 되돌아온다. 이미 여러 번 겪어 본 상황과, 그 자리에서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훈련의 진짜 목적은, 예기치 못한 일격이 들어왔을 때 조직이 공황에 빠지지 않고 기본을 지키도록 만드는 데 있다. 화려한 묘수가 위기를 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기본기를 갖춘 조직이 황당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위기의 절반은 관리된다.

    춤추는 자는 정해진 음악이 멈추면 길을 잃는다. 그러나 단련된 레슬러는 상대가 어떤 변칙을 걸어와도 무너지지 않는다. 기업 위기관리에도 훈련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평시에 흘린 땀이, 위기의 순간 조직을 지탱하는 훌륭한 근력이 된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피플워치에 연재한 [정용민의 CEO 탐구생활] 칼럼입니다. 원문: 피플워치

  • 7. 미루는 사이, 골든타임은 흐른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CEO를 위한 스토익(Stoic) 위기관리 원칙

    첫째, 위기는 무지가 아니라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둘째, 진짜 골든타임은 위기가 터진 뒤가 아니라 그 이전 평시에 흐르고 있다.

    셋째, 방관,방치,방목을 멈추고, 미루어 둔 숙제를 오늘 시작하라

    세네카는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는 것이다” 인생이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짧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는 한마디를 더 덧붙인다. “우리가 미루는 사이, 삶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이 통찰은 2천 년의 시차를 건너 오늘날 기업 위기관리의 한복판에 그대로 꽂힌다.

    많은 경영진이 ‘골든타임’을 위기가 터진 직후의 몇 시간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진짜 골든타임은 그 이전에, 아무 일도 없어 보이는 평시에 이미 흐르고 있다. 위기를 막고 대비할 시간은 위기가 발생하기 한참 전부터 매일같이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을 우리는 무엇으로 보내고 있는가. 대부분은 ‘미루기’로 보낸다. 세네카의 말처럼, 오늘을 잃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은 ‘내일이면 되겠지’ 하는 기대다.

    위기는 왜 발생하는가. 흔히 세 가지 ‘방’ 때문이라고 말한다. 방관, 방치, 그리고 방목이다. 위험의 신호를 보고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는 방관, 알면서도 손대지 않고 내버려 두는 방치, 아무런 관리 없이 그저 풀어놓는 방목이다. 주목할 점은 이 셋 중 어느 것도 ‘몰라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기는 무지(無知) 때문이 아니라 무관심(無關心) 때문에 발생한다. 답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미루어 둔 것이다.

    이것은 밀린 숙제와 같다. 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 학생도 안다. 다만 하지 않을 뿐이다. 심지어 가장 효과적인 시험 공부인 기출문제 풀이, 즉 다른 기업이 먼저 겪은 위기를 들여다보고 벤치마킹하는 일조차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위기가 정말 무섭냐고 물으면, 솔직한 속내는 ‘무섭다’가 아니라 ‘귀찮고 골치 아프다’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아니라 성가심. 바로 이 심리가 기업으로 하여금 준비도, 예측도 없이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게 만든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이 미루는 마음을 가장 날카롭게 경계했다. 에픽테토스는 제자들을 다그쳤다. “언제까지 너 자신에게 최선을 요구하기를 미룰 것인가. 너는 이제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그 시작으로 삼으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역시 같은 말을 남겼다. “만 년을 살 것처럼 굴지 말라.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동안, 지금 선한 사람이 되라” 미루지 말고 지금 하라는 것, 그것이 그들이 평생 붙들었던 한 문장이다.

    기업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다. 미루어 둔 숙제는 위기라는 시험 당일에 반드시 심각한 성적표로 돌아온다. 그제야 부랴부랴 펜을 들어 보지만, 골든타임은 이미 다 흘러간 뒤다. 위기가 무서운 것이 아니다. 위기를 자꾸 뒤로 미루는 그 마음이 무서운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기업의 골든타임은 조용히 흐르고 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피플워치에 연재한 [정용민의 CEO 탐구생활] 칼럼입니다. 원문: 피플워치

    관련 개념 · 위기관리 골든타임이란 무엇인가

  • 저희 대표께서 불미스럽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께서 최근에 모종의 건으로 사임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관련해서 인사 홍보 기획 등 임원들이 외부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변수가 있고, 내부와 외부 상황도 그렇고. 이걸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최고경영자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조직 안팎에 상당한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인사, 홍보, 기획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요. 단, 그 고민의 핵심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입니다.

    최고위임원의 퇴사, 특히 사임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이유를 외부에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경영 결과에 대한 책임이든, 내부 어떤 사안이든, 그 구체적 내용을 회사가 먼저 밝히는 것이 과연 회사에 이익이 되는가 하는 질문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익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방향은 간결하고 절제된 공식 입장으로만 마무리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후임자가 사퇴 발표와 동시에 선임된다면, 언론의 부정적 추측은 상당 부분 제한됩니다.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신호가 함께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후임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 공백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공백 자체가 뉴스가 되고,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언론의 추측과 익명 소스가 됩니다. 그러므로 후임 선임의 타이밍과 커뮤니케이션은 사임 발표와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더 심각한 변수라면 물러난 전임 대표가 사후에 어떤 형태로든 회사에 부정적인 대언론 활동을 시도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상황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진입합니다. 회사는 전임 대표의 사임 원인과 관련된 사적인 부분까지 공개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고, 반대로 전임 대표는 재직 중 알고 있던 회사의 부정적 이슈를 언론을 통해 제기하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가진 것을 꺼내 드는 난타전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여러 케이스를 직접 다루면서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이 있습니다. 전임 대표와 회사 양측 모두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감정이었습니다. 감정이 커뮤니케이션에 앞서게 되면, 서로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들이 만들어집니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난타전을 벌이다가 개인과 회사가 함께 전혀 다른 주제로 형사적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실행을 충실히 따른다는 전제 위에서, 반드시 추가로 설계해야 하는 것은 상호호혜적 관점에서 최악의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즉, 감정이 생겨나기 전에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서로가 서로를 예우하는 분위기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퇴임 조건, 향후 관계 설정, 공식 입장의 범위와 표현, 이 모든 것이 감정이 개입되기 전에 명확하게 합의되어야 합니다. 그 합의가 문서로 정리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사임은 회사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이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숙도가 드러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난타전으로 끝난 사례들을 보면 예외 없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상호 예우의 설계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경영이냐? 관계냐? 그것이 문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는 투자사업부서 임원인데요. 홍보실에 불만이 많습니다. 일부 온라인매체에 익명 소스발로 저희 투자내용 관련 루머들을 기사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마다 저는 강력하게 대응하자 하는데, 홍보실은 관계도 중요하다며 대응에 수동적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업부와 홍보실, 사실 둘 다 틀린 말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익명 소스발 루머 기사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사업부의 주장도 이해가 됩니다. 언론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홍보실의 입장도 현실적입니다. 문제는 이 두 입장이 충돌할 때마다 매번 같은 논쟁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반복 자체가 이미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이 자꾸 발생한다면, 그것은 사업부와 홍보실 중 누가 옳은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고경영진이 명확한 방향성과 원칙을 세우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익명 소스를 통해 반복적으로 시장 루머가 기사화되고, 그것이 실제 투자 사업에 타격을 주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어떻게 됩니까. 어느 시점에 가서는 그 루머로 인한 손실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 손실이 확정된 이후에는 회복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응의 기준은 손실이 실제로 발생하는 시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손실 가능성이 존재하는 그 순간부터 원칙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이것이 내부적으로 먼저 합의되어야 할 방향입니다.

    그 합의의 핵심은 일관성입니다. 이럴 때는 대응하고, 저럴 때는 모른 척하고, 이 매체는 건드리지 않고, 저 매체에는 강하게 나가는 식의 비일관성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일관성 없는 대응은 언론에게 잘못된 신호를 줍니다. “이 회사는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인식이 생기면, 루머성 기사는 더 빈번해질 수 있습니다.

    원칙은 단순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사화된다면, 홍보실이 일차적으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반영시키기 위해 움직입니다. 해당 매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다음 단계는 법적 대응입니다. 소송의 대상과 규모 역시 일관된 기준으로 적용합니다. 예외를 두지 않는 것이 원칙의 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원칙을 홍보실이 혼자 세울 수 없다는 점입니다. 사업부가 밀어붙인다고 해서 관철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최고경영진의 영역입니다. 최고경영진이 원칙과 방향에 먼저 합의하고, 대응 수위를 사전에 설정해 두어야 합니다. 그 위에서 사업부와 홍보실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될 수 있습니다.

    홍보실이 말하는 “관계”도 사실 이 원칙 안에서 관리되어야 합니다. 관계를 이유로 원칙을 흔드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마찰을 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루머성 기사를 허용하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반복적으로 회사에 데미지를 끼치는 매체와의 관계는, 경영적 시각에서 냉정하게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피해를 감수한다는 의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뭐가 핵심이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대표님과 경영진들이 소셜미디어상에서 갑자기 이슈가 발생되고 커져서 회사에 데미지를 입히는 상황을 우려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평소 소셜미디어 스터디도 하고 사내 강의도 듣고 하는데요. 위기관리 전문가로서 소셜미디어에서의 위기와 위기관리, 무엇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컨설턴트의 답변

    좋은 질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경영진들은 이 주제를 접할 때 소셜미디어 자체에 먼저 눈이 가시는 것 같습니다. 위기관리는 오프라인에서 이미 다양하게 경험해봤으니 상대적으로 덜 낯설고, 소셜미디어는 아직 모르는 영역이니까 거기에 먼저 주목하시게 되는 것이죠. 스터디를 하고 사내 강의를 듣는 것도 대부분 소셜미디어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은 지금 시대에 맞는 출발점이 더 이상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소셜미디어가 본격 활성화된 건 2010년 무렵입니다. 스마트폰과 트위터로 대변되는 새로운 여론이 생겨난 시기이죠. 당시 경영진들은 소셜미디어 자체에 주목했습니다. 어떤 플랫폼이 있고, 사용자들이 어떤 사람들이며, 정보가 어떻게 퍼지는지를 이해하려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그게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소셜미디어는 그때만 해도 기존 언론과는 전혀 다른 희한한 매체였으니까요.

    그런데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초기에는 레거시 퍼블릭과 소셜미디어 사용자 그룹 사이에 어느 정도 간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두 그룹이 사실상 완전히 중복되어 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의 독자가 곧 소셜미디어의 사용자이고, 소셜미디어의 여론이 곧 레거시 미디어의 기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일상화됐습니다. 이제 소셜미디어는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그냥 여론의 장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지금 경영진이 중요하게 주목해야 할 것은 소셜미디어 자체가 아니라 소셜 아젠다입니다. 그 플랫폼 위에서 움직이는 아젠다를 읽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죠. 소셜 퍼블릭이 지금 어떤 아젠다에 주목하고 있는지, 그 아젠다와 관련해 우리 기업에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우리만의 답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해시태그가 붙고, 가입 철회와 탈퇴가 이어지고, 불매운동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을 떠올려 보십시오. 경영진들은 당황하며 “왜 갑자기 이런 일이”라고 반응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 순간은 이미 소셜 아젠다가 상당히 무르익은 상태입니다.

    소셜 퍼블릭 사이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불만과 문제 제기가 오랫동안 또는 폭발적으로 쌓인 결과가 그 순간 터져 나오는 것입니다. 폭발 이후에 대응을 고민하는 것은 이미 한발 늦은 것입니다. 그 아젠다가 무르익기 전에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지금 경영진에게 필요한 것은 소셜미디어 리터러시가 아니라 소셜 아젠다 리터러시입니다. “우리의 이 이슈가 소셜 퍼블릭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감각을 키우는 것, 그것이 지금 시대의 위기관리 출발점입니다. 그 이해가 있는 경영진과 없는 경영진이 같은 위기 앞에서 내리는 판단은 완전히 다릅니다. 소셜 아젠다 리터러시, 그것이 지금 경영진이 가장 먼저 키워야 할 위기관리의 핵심 역량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합의가 대응보다 어렵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문제가 발생되어 언론이 다루게 되면,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은 내부에서 대응에 대한 합의를 하는 과정입니다. 서로 언론기사들을 대하는 태도나 해석이 다르고요. 방법론에 있어서도 홍보실 의견을 잘 듣지 않습니다. 어떻게 개선을 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언론 기사가 나오자마자 긴급하게 소집된 대응 회의실, 그 안에서 누군가는 “절대 인정하면 안 된다”고 하고, 누군가는 “고객사 눈치가 보이니 일단 사과부터 하자” 하고, 최고 경영진은 “언론이 왜 이걸 다루는지 모르겠다”며 기사 자체를 부정합니다. 홍보실은 나름의 대응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건 홍보실 생각이고”라는 말과 함께 묻혀버립니다. 한 시간짜리 회의가 끝나도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습니다.

    이 상황을 보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저 자리에서 합의를 빨리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위기가 터진 그 순간에 처음 합의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이미 늦은 것입니다. 위기 상황에서의 내부 갈등은 그 순간의 기술로 푸는 것이 아니라, 평시 만들어둔 구조로 풀어야 합니다.

    무엇을 평시에 만들어 두어야 할까요?

    첫째는 위기관리 의사결정 체계의 사전 문서화입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라도 하지요. 어떤 위기 상황에서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지, 각 부서 역할과 발언 범위는 어디까지 인지를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이것이 없으니 대응 회의실은 매번 각자의 경험과 직관과 부서 이익이 충돌하는 난전이 됩니다.

    둘째는 평시 위기관리 협의체의 운영입니다. 가상의 위기 시나리오를 놓고 주기적으로 모여 대응 방향을 논의해보는 시뮬레이션을 해두면, 실제 위기 상황에서 각 부서가 서로의 관점 차이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의견 충돌과 한 번 겪어본 의견 충돌은 해소되는 속도가 전혀 다릅니다.

    셋째는 홍보실의 역할 재정의입니다. 홍보실이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실행 조직으로만 인식되는 한, 다른 부서들이 홍보실 의견을 전략적 판단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보도자료 쓰는 팀’의 의견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주도하는 팀’의 의견은 같은 내용이라도 회의실에서 받아들여지는 무게가 다른 것이죠. 이 포지셔닝은 홍보실 스스로 평시에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관련 지식과 정보를 조직 내에서 꾸준히 공유하고, 시뮬레이션을 주도적으로 리드하고, 경영진에 대한 미디어트레이닝을 주관하고, 이를 통해 경영진과의 신뢰 관계를 평소에 쌓아두는 것, 그것이 위기 순간에 홍보실 의견이 무게를 갖게 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핵심은 위기 시 다양한 시각들을 통합해 하나의 대응 방향으로 수렴시키는 ‘구조와 프로세스’가 있느냐입니다. 그 구조가 평시에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위기는 매번 같은 방식으로 내부를 먼저 흔들고 나서야 겨우 대응이 시작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지고지난(至苦至難) 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죠.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커뮤니케이션 이벤트로 위기관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이벤트(Communications Event)와 이벤트 커뮤니케이션(Event Communication)의 차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의미라고 알고 있는데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라는 극심한 압박의 순간에 경영진이 직면하는 가장 큰 유혹은 실체보다 소통을 앞세워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조급함입니다. 조급함은 대개 전략적 판단이 아닌 심리적 강박에서 기인하며, 이는 위기관리의 성패를 가르는 두 개념인 커뮤니케이션 이벤트와 이벤트 커뮤니케이션의 혼동으로 이어집니다.

    먼저 커뮤니케이션 이벤트(Communications Event)란 소통 행위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사건이 되어버리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리더의 뇌는 본능적으로 여론의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무엇이라도 말해야 한다는 가속형 강박에 노출됩니다. 이때 리더는 실체적 대응책이나 리스크 해소를 위한 구체적 실행 없이 서둘러 해명 자료를 내거나 카메라 앞에 서는 행위를 선택합니다. 전형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벤트의 사례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소통은 대중에게 새로운 의혹의 빌미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는 불리한 발언이 공식 기록으로 남아 향후 민형사상 방어권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실체 없는 소통은 전략이 아니라 불안이 만들어낸 도박적 반응에 가깝죠.

    반면 진정한 위기관리 전술은 이벤트 커뮤니케이션(Event Communication)입니다. 여기서 이벤트는 기업이 실행하는 적절하고 실체적인 대응 행위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법적 배상안의 확정, 결함 제품의 전량 회수,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과 같은 구체적 행동이 소통보다 앞서 선행되어야 함을 뜻합니다. 이벤트 커뮤니케이션은 이러한 대응의 실체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소통은 주인공이 아니라 행동을 증명하는 조연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행동이 소통을 이끌 때 비로소 공중은 기업의 진정성을 신뢰하게 되며, 이는 평판 회복은 물론 법적 배상금이나 합의금 규모를 줄이는 전술적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경영진이 위기 시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은 소통의 부재가 아니라 행동의 부재를 소통으로 덮으려는 유혹입니다. 만약 아직 준비된 행동이 없다면, 어설픈 소통 이벤트로 매를 벌기보다는 홀딩 메시지로 일시적 전략적 침묵을 선택하며 대응의 내실을 신속히 기하는 것이 훨씬 유능한 리더십입니다.

    리더의 품격은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폭풍 속에서도 조타기를 놓지 않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완수해내는 실행력에서 나옵니다. 경영진의 단호한 실행이 뒷받침된 소통만이 조직을 다시 안전한 항로로 인도할 동력이 됩니다. “행동으로 말하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하겠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오른손이 하는 일을 몰랐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외부에서는 어떻게 홍보실이 그런 문제를 만드는 것을 회사가 모를 수 있냐 하지만, 실제 내부는 각 부서 일 하나 하나가 세세히 공유되거나, 허가 받는 체계가 아닙니다. 당연히 윗분들이 사전에 모를 수 있는 부분이 생기죠.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른다는 비판은 좀 너무 한 거 같습니다.”

    컨설턴트의 답변

    물론 실무 현장에서 부서 간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른다’는 비판을 받는 진짜 이유는 단순히 서로가 서로의 업무 정보를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조직의 전략적 일관성이 무너졌다고 보기 때문일 겁니다.

    홍보실을 포함한 특정 부서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 부서의 기저에는 두 가지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고경영진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반대로 ‘이 정도는 윗분들도 원하실 것’이라며 과잉 판단하는 것이지요. 해당 부서가 이 두 판단 기준 이외에 부서 자체의 이익만을 위해 그런 행위를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치명적인 문제는 해당 부서가 문제성 행동을 하면서도 ‘우리 내부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확신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즉, 기업이 내외부로 공표하고 있는 핵심 가치와 우선순위가 실무자들의 판단 기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는 증거이지요.

    이것이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경영 거버넌스의 품질’ 문제입니다. 평시에 자율성과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방치’와 ‘방목’이 허용될 때, 조직의 경영 품질은 서서히 잠식됩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도 경영진이 부정적 위기나 이슈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외면하는 태도가 실무자들에게 전달되면, 그들은 이를 ‘무한 자율성’으로 오해하게 되는 것이죠. 결국, 전략적 정렬과 통제력 없는 자율성은 기업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시한폭탄이 됩니다.

    이러한 거버넌스의 품질 저하는 모든 위기 상황에서 곧바로 ‘소통 강박’이라는 병리적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평소 경영진의 의도와 전략적 일관성이 실무자들에게 체화되지 않았기에, 막상 사고가 터지면 경영진은 “내 뜻은 그게 아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회사는 강박적으로 메시지를 과도하게 쏟아내며 반복 해명에 매달리게 됩니다. 혹은 반대로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지요. 이 모든 혼란은 결국 평시 경영 거버넌스가 실무의 판단 기준을 제대로 세워주지 못한 데서 기인한 조직의 오작동 현상입니다.

    따라서 경영진께서는 그러한 유형의 위기 발생 시 단순히 “몰랐다”는 소통보다는 왜 우리 조직의 ‘자기 통제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자율성이라는 이름의 포장지를 걷어내고, 경영진의 전략적 의도가 실무 말단까지 제대로 흐를 수 있는 ‘전략적 정렬’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거버넌스의 품질은 단순히 체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의 확고한 위기 관리 의지가 실무자의 일상적인 판단 기준이 되도록 만드는 끊임없는 정렬의 과정으로만 강화됩니다. 오른손이건 왼손이건 최상부 뇌(腦)의 의지대로 정확히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병증일 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공적(公的) vs. 사적(私的) 커뮤니케이션의 차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고위공무원이 한 유투브에 출연해 민감한 정부정책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기업도 그렇고 공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차이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요? 그 둘 간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이나 정부기관 리더들이 그렇게 자주 실수하는 이유는 그 둘 간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커뮤니케이션 하기 때문입니다. 그 자체만 봐도 제대로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은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따라서 그로 인한 사후 폭풍은 온전히 개인이 감내해야 할 당연한 결과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이나 조직에게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 태도이자 실행 기준입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은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아닙니다. 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속에 공적 커뮤니케이션과 사적 커뮤니케이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알기 쉽게 퀴즈를 내 보겠습니다. 대표이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회사 사업과 전략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대표이사가 준비된 답변을 하는 것은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일까요?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일까요? 정답은 예상과 같이 대표이사의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쉬운 예죠.

    그렇다면,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와 대표이사가 저녁식사를 함께 합니다. 술잔이 오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기자가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한 영화내용에 대해 대표이사의 의견을 묻습니다. 그에 대해 대표이사는 자신의 관전평과 해석을 자세하게 이야기합니다. 이는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일까요?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일까요? 여기부터 헷갈리시죠?

    또 기자가 대표이사에게 어떤 타기업 대표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문의합니다. 대표이사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과 실적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친한 정부인사나 정치인과의 친분도 이야기합니다. 자기 회사가 속한 그룹 오너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자랑합니다. 자기 자녀가 어느 공공 조직에 속해 있다며 칭찬합니다. 기타 다양한 개인사를 기자에게 공유합니다. 이런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공적인 것일까요? 사적인 것일까요?

    답을 내기 위해서는 첫째, 대상이 공적 대상인가? 사적 대상인가? 둘째, 대화 내용이 공적 주제인가? (순수한) 사적 주제인가? 셋째, 메시지가 공식적으로 합의된 것인가? 개인적인 것인가? 마지막으로, 만약 그런 메시지로 문제가 생기는 최악의 경우 그 책임을 위해 자신의 자리(위치)가 위협받을 수 있는가? 등과 같은 여러 복잡한 수식을 동시 적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보다 간단한 기준이 있습니다. 만약 리더 자신이 기업과 조직에 현재 속해 있다면, 자신이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럼 사적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인가 궁금하시겠지요? 공적인 자리에 계시는 동안에는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없다고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대상이 가족이나 친지 정도라면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일부 존재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이 영역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외 리더에게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공적인 것입니다. 그에 더해 자기 주변 ‘모든’ 사람은 기자(공적 대상)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잘 준비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자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범인과 해결사의 차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고,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대표이사가 책임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고요. 일단 그런 주장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가 책임지라는 주장은 좀 너무 한 거 아닐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것의 정의를 보면, 사전적으로는 발생된 일이 ‘아름답지 못하고 추잡한 데가 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법적으로 처벌 대상인지 아닌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는 상태인 듯하고요. 윤리적이나 도덕적으로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상황에 처하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을 포함해 해당 기업이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의 되는 경우에는 항상 그에 대한 ‘책임’이라는 화두가 떠 오르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문제해결 방식으로 책임을 정의하기도 합니다. 피해자나 그 주변인들의 경우에는 사과, 배상, 처벌이라는 개념으로 책임을 정의할 때도 있습니다. 그 외 이해관계자들의 경우에는 책임을 최소한의 위기관리 방식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책임이라는 것은 문제 해결에 한발자국 나아갈 수 있는 계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책임을 누가 지는가?’에 대한 것일 겁니다. 일단 불미스러운 일을 만든 그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문제상황을 두고 굳이 범인과 해결사를 나눈다면, 당연히 불미스러운 일을 만든 사람이 범인이 되겠습니다. 따라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책임은 해당 범인이 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런 범인에 대한 기업의 해결사 역할이 충분하지 않다고 볼 때, 피해자와 이해관계자들은 종종 해당 범인과 함께 더 큰 책임을 질 사람을 찾게 됩니다. 기업은 왜 범인을 처벌하지 못하고 있나? 기업이 그렇게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를 수 있도록 범인을 왜 관리하지 못했나? 관리 부실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하는 추가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숨겨져 있는 해결사를 찾는 것입니다.

    위기관리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이런 시각 변화와 주장 격화는 아주 기본적인(default) 것입니다. 따라서 리더가 책임 져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리더가 항상 해결사의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면서 범인을 정확하게 벌하는 모습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단 기업이 불미스러운 일과 마주했을 때, 기업과 리더가 해결사, 불미스러운 일을 만든 사람을 범인으로 단칼에 정의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습니다. 그에 더해 불미스러운 일을 만든 사람이 기업내에서 아주 중요한 사람이거나, 심지어 리더 자신인 경우에는 더욱 더 범인과 해결사의 구분은 힘들게 됩니다. 기업은 이 때문에 스스로 범인과 해결사의 명확한 구분과 처벌의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그 두루뭉술 해 보이는 대응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관계자들에게 ‘모두 같은 범인’이라는 생각을 같게 합니다. 이때는 이미 대응 타이밍을 놓친 셈입니다.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 범인을 처벌하겠다며 해결사를 자처해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죠. 문제가 발생되면 위기관리 주체가 항상 기억해야 하는 기본적 주문이 있습니다. ‘스스로 범인이 될 것인가? 해결사가 될 것인가?’ 이는 흔히 비판 받는 꼬리 자르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 주제는 다음 기회에 다루겠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