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관리(communication management) 관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리트머스(평가지) 역할을 하는 것은 미디어트레이닝이라 볼 수 있다. 자사 철학, 가치, 원칙, 경영 전략과 방향성 전반을 그대로 담아 만들어 낸 것을 ‘메시지’라고 한다면, 그 소중한 ‘메시지’를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여 성공적으로 공유할 수 있을지를 점검하는 것이 미디어트레이닝이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그러한 미디어트레이닝을 단순 트레이닝으로만 이해해서, 기업 CEO나 경영진이 말하는 훈련, 인터뷰하는 훈련, 위험한 질문을 잘 관리해 내는 훈련, 실제 인터뷰를 준비하는 훈련 등으로 조작적 정의를 내린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는 미디어트레이닝에 대한 전체를 담지 못하는 완전하지 않은 정의다.
미디어트레이닝에 대해 기업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이상적인 결과를 얻어 내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물론, 위에서 예로 든 일부 개념에 기반한 조작적 정의에 의해서는 목적한 소정의 결과를 얻었다고 하는 경우는 많다. 대표께서 핵심메시지의 중요성을 이해하셨다. 부사장들이 언론 인터뷰 경험을 통해, 좀더 전략적이고 안전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었다 등등의 결과가 그런 류다.
하지만, 더욱 이상적인 미디어트레이닝의 개념을 기준으로 놓고 보자면, 많은 기업은 적절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제대로 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을까? 미디어트레이닝 이전에 어떤 것이 준비되어야 이상적인 미디어트레이닝이 실행되고, 더욱 나은 결과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될까? 다음과 같은 부분에 좀더 신경 써 보자.
메시지가 먼저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다. 미디어트레이닝은 기존에 존재하거나 준비되어 있는 기업의 메시지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훈련’이다.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과 기술에 대한 것이라고 좁게 정의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메시지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그에 대한 정리 노력을 먼저 하는 것이 맞다. 정해져 있지 않은 메시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무엇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훈련을 할 것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자는 거다. 커뮤니케이션은 스킬이 주가 아니다.
철학, 가치, 원칙이 핵심 기반이다
가끔 미디어트레이닝에서 훈련용 질문을 하다 보면 “그 주제에 대해서는 저희 원칙이 아직 없습니다” 같은 답변이 나올 때가 있다. 답변자인 임원은 스스로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고, 그에 대해 내부 공론화나 고민이 없었으며, 당연히 정해지거나 합의된 원칙이 아직 없다는 설명을 하는 것이다. 철학, 가치, 원칙 같은 생각의 틀이나 기반이 없는 경우, 메시지는 절대 정상적으로 탄생될 수 없다. 만약 철학, 가치, 원칙이 없는데도 메시지가 뜬금없이 존재한다면, 그 메시지는 적절하거나 유효한 메시지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 틀이나 기반이 없는데도 존재하게 된 메시지들은 이내 서로 충돌하고, 모순을 이루고, 혼란을 조성할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근거 없는 메시지는 메시지가 아니다
메시지만 달랑 준비해서는 제대로 된 미디어트레이닝이 진행될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메시지는 단순하고 짧은 카피문장과는 다른 것이다. “우리는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메시지는 멋져 보이는 카피는 될 수 있어도, 그 자체가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될 수 있는 형식의 메시지는 아니다. 품질을 우선으로 하는 이유와 철학, 우선 노력, 방식, 투자, 그에 더해 다양한 사례들이 근거로 구축되어 있어야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메시지가 된다. 근거 없이 메시지만 반복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더욱 더 의미 없는 것이고.
완성된 메시지와 근거들이 합의된 것이어야 한다
훌륭해 보이는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지원하는 다양한 근거들이 있다고 치자. 일견 멋져 보이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그 메시지와 근거들이 사내에서 얼마나 공유되어 있고,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업 CEO의 메시지와 근거가 여러 임원의 메시지와 근거와 전혀 다르다고 상상해 보자. 경영진의 메시지와 근거를 일선 직원들이 잘 못 이해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부서간 메시지와 근거가 각자 다르고, 서로 상충까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내에서 공유되어 공감대를 이루고, 그것이 반복되어 동일 유사한 메시지를 내지 못하는 경우 미디어트레이닝은 허사가 될 확률이 높다.
개인의 생각도 정렬되어 있는 것이어야 한다
CEO의 개인적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 최고경영진 구성원 각자의 개인적 생각도 존재 가능하다. 더 나아가 일선 직원들의 생각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 핵심은 그런 구성원 개인의 생각이 최대한 기업의 메시지와 근거에 정렬되어(align)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회사와 관련된 주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다 같이 비슷한 생각을 메시지로 전달하고, 그와 관련된 유사한 이유와 근거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순수하게 개인적 주제에 대한 생각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공히 구성원이 되는 회사와 관련한 주제에 대한 생각에 대한 이야기다.
새로운 주제도 기존의 메시지에 정렬되어야 한다
최근 새롭게 사회적 화두가 되고, 기업간에 떠오르는 생소한 주제가 있다고 치자. 그 각각에 대해 실시간으로 자사의 메시지와 근거들을 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다고 해도, 그런 새로운 주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무런 답을 못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다. 새로운 주제라고 하더라도, 기존 다양한 유사 주제들에 대한 메시지를 기억해 내고, 그에 정렬될 수 있는 큰 방향성의 메시지와 근거는 제시할 수 있어야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미디어트레이닝은 그 다음이다.
항상 회사의 원칙을 기억해 내는 습관이 중요하다
회사 원칙이나 철학, 가치 등이 제대로 개발되지도 공유되지도 않아 기억나는 것이 없는 구성원이 대다수라면 그건 전혀 다른 문제다. 여기에서 언급하거나 예로 들 가치가 없다. 정상기업의 경우 기업의 원칙은 항상 모든 경영활동 전반에 틀이 된다. 그 원칙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같이 하고 있는지를 종종 기억해 내어 메시지와 실행에 적용하는 구성원이 많아야 한다. 그런 원칙을 기억하는 습관이 일상화된 조직에게는 미디어트레이닝이 분명 빛을 발하게 된다. 훈련 과정에서 발견되는 메시지들이 상당한 안정성을 가지는 경우, 그런 습관이 일반화된 기업이라 볼 수 있다.
애드립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 말이나 멋있으면 되는 것일까? 개인의 생각이라도 잘 포장만 하면 될까? 경쟁사도 하는 말을 우리도 하는 것이니 별 문제없을까? 정해진 메시지나 원칙 같은 게 없는 것 같으니, 일단 그럴 듯하게 말해버리면 되는 것일까? 아니다. 개인의 생각을 순발력 있게 그럴듯하게 하는 것을 애드립이라고 본다면,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는 애드립보다는 침묵이 좀 더 안전한 커뮤니케이션일 것이다. 애드립을 경계하고, 애드립 할 상황이나 주제를 만들지 않는 문화가 중요하다. 그 후에 미디어트레이닝에 임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평소 커뮤니케이션 해야 언제든 잘한다
평소 내부적으로 주요한 경영 주제와 사회적 화두 등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잦고 다양하다면, 그에 따라 합의된 생각과 메시지 그리고 근거들이 탄생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구경하고, 평가하고, 공유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그 생각과 메시지와 근거들은 보다 자연스러워진다. 미디어트레이닝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잘 구성된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고, 해당 경영진이 반복적으로 그것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해 왔다는 특징이 있다. “평소 저희가 자주 그렇게 커뮤니케이션 해 와서, 익숙한 주제입니다.” 같은 배경 설명을 하는 경영진이 그런 회사 분들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이 효과를 거둘 수밖에 없는 토양인 셈이다.
이상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자산이 있는 기업만이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한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와 함께 평시나 위기 시 다름없이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된다. 내부에서 완성된 메시지가 외부에 의해 성공적으로 수용되고 평가되게 되면, 그런 상호작용이 기업의 철학, 가치, 원칙의 뿌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강한 기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면, 이상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자산이 부재하거나 부족한 기업의 경우에는 미디어트레이닝이 단순 경험과 기술습득의 기회로서만 유효 해 진다. 그런 경우 대부분 경영진은 미디어트레이닝 때 진행하는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을 개인적 생각과 애드립으로 꾸민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에 당황 해 한다. 그와 관련될 것으로 보이는 회사의 철학, 가치, 원칙 같은 것을 찾기 힘들어 한다. 한마디로 준비되지 않은 채 기술만 배우게 되는 것이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에는 커뮤니케이션 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경영진은 절대 대변인의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경영진에게 기술적인 의미로서만 미디어트레이닝을 제공하는 것은 그래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새롭게 대두될 수 있는 (자의적)커뮤니케이션 위험성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차라리 창구일원화를 하는 것이 더 안전하겠다는 조언이 실무진에서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은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자산을 평가하는 좋은 기회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야 기존 커뮤니케이션 자산을 평가하고, 효과를 점검해 보는 리트머스 적용의 기회가 된다. 기업측에서는 “우리의 생각과 메시지 그리고 근거들은 이렇다. 그에 대해 제3자인 전문가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할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 이상적인 미디어트레이닝이다. 그래야 더 낫고, 더 안전하고, 더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다시 강조하지만, 미디어트레이닝은 단순 기술이나 기법에 대한 것이 아니다.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자산을 잘 갈고 닦아 제대로 된 미디어트레이닝을 경험하고,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 자산과 역량을 개선 발전시켜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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