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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패사례는 왜 중요한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여러 위기관리 케이스에 참여하신 컨설턴트께 저희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어느 회사가 가장 위기관리를 잘 하나요? 그들의 다양한 성공 포인트를 알려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성공 케이스를 분석해서 유사 위기 시에 저희도 따라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나 이슈관리에 있어서 성공 케이스와 성공적 기업에 대해 여러 언론이나 기업들이 궁금 해 하시는데요. 위기나 이슈관리의 특성상 그것에 성공한 기업은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부정적인 문제가 발생되기 이전에 문제를 해결했거나, 일부 증상이 발현된 경우에도 신속하게 해결해 버리기 때문이죠. 따라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업 케이스들은 대부분 문제 방지 또는 발생 후 관리에 실패한 유형입니다.

    수십년간 일선에서 여러 케이스에 참여해 보고 고민해 보니, 위기나 이슈관리를 잘해 보고 싶은 기업이라면, 여러 케이스에서 발견되는 실패 포인트들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성공한 케이스는 대부분 총체적 성공 포인트들로 이루어져 있어, 구체적으로 벤치마킹 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가려내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실패 케이스에서는 상대적으로 구체적 반면교사의 포인트들을 가려내기가 쉽습니다. 실패 이유는 성공 이유보다 더 확실하게 가시화되기 때문이지요.

    또한 경쟁사나 다른 기업의 실패 포인트들은 자사의 큰 투자나 손실 없이 얻을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자산이라서 더 가치가 있습니다. 다른 기업을 실패로 이끈 포인트들을 그때 그때 이해하고 경계하게 되면 그들 보다 좀더 성공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상당수 위기나 이슈관리에 실패한 케이스에는 아주 선명한 공통점들이 존재합니다. 그 공통된 실패 전례를 밟지 않기만 해도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를 ‘기출문제 풀기’라고 이야기합니다. 문제은행 같은 방식으로 같은 문제 유형이 반복되는 시험에서는 누가 기출문제를 더 잘 풀어 보았는가, 이전 틀린 문제를 얼마나 잘 학습해 다시는 틀리지 않는가에서 성패가 갈리는 법입니다.

    만점 받은 학생을 벤치마킹 하는 것 보다, 한 두개 틀린 학생의 문제를 평소에 공부해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만약 그들 여럿이 공통적으로 틀린 문제가 명확하다면 더욱 더 도움이 되겠지요. 위기나 이슈관리에서도 그런 노력이 좀 더 유효합니다.

    다른 기업의 실패 포인트에 구체적 관심을 두기 보다, 단순히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거나. 타사나 자사의 실패 포인트를 내부 공유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불편 해 하거나. 반복적으로 목격되는 실패 포인트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며 외면하려 하거나. 실패 포인트에 대한 거리감 때문에 긍정 포인트에만 관심을 두려 하거나 하면, 실질적인 자사 위기 및 이슈관리 역량은 성장되지 않습니다.

    위기관리 명언 중 “위기를 허비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사 주변의 많은 기업이 경험한 위기나 이슈들은 그 각각이 자사에게 엄청난 조언을 해 주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실패했던 포인트들은 자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훌륭한 갑옷이 될 수 있습니다. 실패 케이스와 포인트 들에 대한 생각을 바꾸시는 것이 좋습니다. 위기나 이슈관리에 그들은 왜 실패했는가? 이 질문을 계속해 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는 이번 위기상황을 중대한 보안위기라고 봅니다. 오랫동안 꾸준하게 보안관련 투자를 해 왔지만,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고요. 이번 경험을 통해 좀더 나은 보안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해 보자는 것이 저희 내부 분위기입니다. 컨설턴트께서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이 위기와 마주했을 때, 그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위기관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첫 단추가 됩니다. 기업 스스로 해당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서, 관리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질문하신 임원께서는 이번 자사의 위기를 ‘중대한 보안위기’로 정의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정의 속에는 아주 중요한 ‘사람’의 개념이 빠져 있습니다.

    흔히 위기를 맞은 기업들은 각 위기를 보안위기, 품질위기, 서비스위기, 안전위기, 환경위기, 법적위기, 명성위기 등등으로 정의하고 그 의미를 확정하려 합니다. 그러나, 모든 위기에 있어서 중요한 핵심은 그 위기와 관련된 ‘사람’입니다. 사람이란 해당 위기로 인한 피해자를 의미할 때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그 위기 때문에 우려하는 사람, 실망하는 사람, 화가 나는 사람, 슬퍼진 사람, 적대적으로 바뀐 사람, 손해를 입은 사람 등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포함합니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번 건을 보안위기라 정의하다 보면, 그 안에 사람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회사가 나름대로 보안체계를 업그레이드하면 위기가 사라질 것이라는 해법에 집중하게 될 겁니다. 물론, 그 문제의 뿌리를 개선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위기로 인해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거나, 우려하고 있거나, 불안 해 하고, 화가 나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 때에야 위기는 관리될 것입니다. 따라서 보안위기는 곧 고객관련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예로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갓 지은 아파트에 물이 새고, 벽에 금이 가고, 배선 문제로 전기가 나가고, 방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등의 문제가 발생되었다고 해 보시죠. 그 상황을 위기로 판단한 건설사에서는 대부분 그 위기를 ‘품질위기’라 분류합니다. 자신들이 지은 아파트 품질에 문제가 있으니, 제대로 된 품질로 하자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죠.

    그러나, 그 위기도 사실은 고객관련 위기입니다. 그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를 좋아하고 신뢰했던 고객에 관련된 위기가 발생된 것이지요. 고객측에서는 그 위기를 ‘안전위기’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안전이 부실한 시공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건설사는 고객과 이렇게 서로 다른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위기관리 전과정에 상당한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

    기업이 경험하는 대부분의 위기는 고객, 직원, 투자자, 노조, 거래처 등과 관련된 것일 수 있습니다. 사람이 각 위기의 중심이라는 의미입니다. 위기 속에는 항상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제대로 보지 않으려 하거나, 보지 못해서는 위기도 제대로 관리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을 정확하게 보고 마주해야 합니다.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만족시키면 많은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숙제는 언젠가는 복수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실제 위기를 맞은 기업을 보면,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당연한 준비나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서 위기를 초래한 경우가 많더군요. 일선의 그런 미비 상황을 맨 윗선에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만약 그런 문제를 알고 있었다면 위기를 맞지 않았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에 대한 관점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위기관리를 잘하면 위기가 사라질 것이라는 관점에 대한 것입니다. 사전이나 사후나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위기를 잘 관리하고 대비하면 해당 위기는 발생되지 않거나, 발생해도 곧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으로 위기관리란 위기관리 주체가 당면한 위기를 잘 다루어 내는 작업으로 보야야 합니다. 사전(事前)적인 의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위기가 발생할 것을 전제로 하고 그 위기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준비가 사전적인 위기관리입니다. 사라지게 하는 것과 잘 다루어 내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물론 사전적으로 진단하고, 문제 발생소지를 분석해 개선하고, 발생을 방지하는 작업을 해서 해당 위기를 사라지게 하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우도 정확하게는 그 위기의 발생을 방지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지, 해당 위기 자체가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질문에서 미리 미비한 상황을 윗선에서 알고 있었다면, 해당 위기는 발생되지 않았을 것인지 물으셨습니다. 그에 대한 답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입니다. 위기를 완전하게 방지할 수 있는 수준의 준비나 대비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숙제입니다. 단순히 즉각적 개선조치를 지시해 해결해 버릴 수 있는 주제라면, 그것은 위기요소라 볼 수 없습니다. 위기요소로 분류하려면, 사전적인 많은 방지 노력이 있었음에도, 언젠가는 발생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숙제는 언젠가는 복수한다는 개념입니다. 질문에서와 같이 당연하고 기본적인 숙제를 계속 무시하거나, 대충하다 보면, 그 숙제들이 쌓이고 얽혀서 언젠가는 그 기업에게 복수한다는 생각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때그때 발견한 문제를 바로바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숙제를 하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구성원들이 자신이 맞은 바의 일을 제대로 해 내는 것이 숙제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 중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내는 것”이라는 정의가 생긴 것이지요.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숙제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적시에 해내야 하는 숙제를 의미합니다.

    위기를 맞은 대부분의 기업은 적시에 했어야 할 숙제를 제대로 해 내지 못한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숙제가 밀렸는지 모를 정도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일반 공중은 위기 시 위기관리 주체가 우와좌왕하고, 횡설수설하고, 좌충우돌하는 것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이전에 밀린 숙제를 하면서, 동시에 계속 쌓여가는 새로운 숙제까지 마주해서 곤란해 하는 학생처럼 보이는 것이지요. 숙제는 복수한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매뉴얼로 위기가 관리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도 내부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여러 버전 다양하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매뉴얼이 실제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다양한 변수와 위기 특성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다른 기업들의 경우 위기관리 매뉴얼이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고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에 대한 논의 전에 먼저 위기관리 매뉴얼 개념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듯합니다. 대형 위기가 발생되면 흔히 여기저기에서 위기관리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조언이 나옵니다. 마치 매뉴얼만 있었으면 해당 위기가 제대로 관리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일부에서는 매뉴얼 같은 것도 없이 대응하니까 그 정도 밖에 대응 못 하는 거 아닌가 하며 비판의 근거로 매뉴얼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관리 체계에 있어 가장 기본적 정보와 대응 체계의 모습을 담고 있는 기록일 뿐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매뉴얼이 위기관리의 성공을 보장하거나 성공률을 높인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실제 현장에는 매뉴얼 없이도 위기대응에 상당부분 성공한 케이스들도 많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우선적으로 자사에게는 어떤 것이 위기인지, 위기관리란 어떤 것이라 생각하는지, 위기관리를 통해 지켜야 하는 중요한 가치들은 무엇인지로 시작됩니다. 자사에게 발생될 수 있는 위기의 유형을 정리해 놓고, 그 각 유형별로 어떤 부서가 어떤 프로세스로 발생을 방지,관리해야 하는지도 정리합니다. 다양한 유형의 발생가능 위기들을 관리하기 위한 사내외 조직도 정리해 놓습니다. 그 조직이 움직이기 위한 대응 프로세스도 꼼꼼하게 기록해 놓습니다. 그 외 위기대응에 필요한 많은 정보와 준비 체크 리스트들도 들어갑니다.

    기업마다 매뉴얼 형식이나 구성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뉴얼이 위기관리를 위해 필요한 체계적 사항을 완전하게 담고 있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오해는 이 이후부터 발생됩니다. 매뉴얼이 있으니 우리는 위기를 더욱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할 때부터 지요.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관리의 완성이 아니라 그저 기초이자 시작일 뿐입니다. 매뉴얼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책임과 역할 그리고 실행이 평시에 제대로 실천되고 있지 않다면, 위기 발생과 대응의 문제는 이전과 별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지속적인 매뉴얼 기반 교육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매뉴얼은 별 쓸모없는 기록물로만 남게 됩니다. 게다가 매뉴얼의 수명은 생각보다 훨씬 짧습니다. 소모적으로 보이는 노력과 투자가 연이어 져야 하기 때문에, 매뉴얼은 좀처럼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 채 사장됩니다. 경영진이 바뀌면 이런 쳇바퀴 노력은 반복됩니다. 위기관리 매뉴얼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으냐 없느냐가 아닙니다. 매뉴얼이 위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하는 상황을 예측해 주지도 못합니다. 시간과 여론의 압박 속에서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야 하는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매뉴얼을 정확하게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그 외 상황예측과 의사결정 등에 상당한 역랑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경험상 사실입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제대로 활용해 오는 기업은 위기관리에 그 만큼 관심과 투자가 많았던 것이고, 그에 따라 반복된 역랑을 소유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침묵? 해명? 뭐가 더 나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현 상황에서 저희 내부에서는 침묵하자는 임원들과 해명하자는 임원들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께서도 확실하게 입장을 못 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가 보실 때 지금 저희는 침묵이 나을까요? 해명이 나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에서 먼저 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것을 해야 더 나을까?”라고 하셨습니다. ‘더 낫다’는 의미는 누구에게 더 낫다는 것일까요? 일단 ‘회사측에게’ 더 낫다 (더 이롭다)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 회사측에게 ‘더 낫다’란 의미는 상대적인 것이라서 “OO보다 더 낫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침묵보다 해명이 더 회사에게 더 나은가? 아니면, 해명이 침묵보다 더 나은가?라는 형식의 상대적 옵션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현상황에서 침묵할 때의 결과를 예상해 보시지요. 언론, 이해관계자, 공중사이에서 당면한 부정이슈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왈가왈부가 일어날 것입니다. 그에 더해 이 상황에서 왜 저 회사는 침묵하는가? 라는 비판이 따라올 것입니다. 그런 일반적 분노가 계속 쌓여 가거나, 이어져 나가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묵’의 대응이 만들 최악의 상황을 예상해 보지요.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그 정도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까지 데미지를 가져올 것인가? 같은 결과를 예상하는 것입니다. 그럼 일단 기준점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제는 해명할 때의 결과를 예상해 보지요. 초기 상황은 앞의 상황과 같이 많고 다양한 왈가왈부가 있습니다. 그에 대해 회사가 해명할 때 그 해명은 중대 쟁점들을 무력화 또는 약화시킬까요? 아니면, 오히려 끓는 기름에 물 붓는 것 같이 기존 쟁점을 더 다양화, 악화시킬까요? 여기에 해명 대응의 핵심이 있습니다. 깨끗이 해명해 낼 수 있다면 당연히 해명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만약 불완전 해명을 통해 유효한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라면 (그것이 예상된다면), 어떤 옵션이 상대적으로 더 나을까는 이때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침묵을 유지해 논란을 끝까지 견디었을 때가 더 나을까? 해명해서 논란이 다양화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시 끝까지 해명하는 상황이 반복된 후가 더 나을까? 이 두가지 예상 결과를 상호 비교해 보는 것입니다.

    수십년간 일선에서 경험한 바로는 최선의 대응은 해명을 통해 쟁점을 소화(消火) 시키는 것입니다. 그런 유효한 해명이 가능한 주체나 케이스에는 그것이 유일한 옵션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한 주체나 케이스에게는 해명 보다 침묵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옵션에는 설명한 바와 같이 유효하지 않은 해명보다는 완전한 침묵이 ‘상대적으로’ 더 낫다는 회사내 공감대가 필요합니다. (절대적으로 낫다는 것은 절대 아니지요!)

    진짜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일단 불완전 해명을 여러 번 해 전장을 최대화하고, 최악의 상황까지 논란을 지속 장기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와 함께 초기에는 침묵했지만, 논란의 지속적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불완전 해명 옵션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잘못된 선택과 포기, 환원으로 휘청댄 케이스들은 전부 최악의 결과를 감내해야 했었습니다. 상대적으로도 최악의 옵션을 선택한 것이지요.

    관련 개념 · 전략적 침묵이란 무엇인가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기업 경영진을 위한 위기관리 101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게 발생된 이슈나 위기와 관련해 그 내부 의사결정 그룹에 속한 경영자들을 만나 보면 해당 이슈나 위기의 특성과 관계 없이도 기업간에 많은 공통점을 목격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와 관련해 기업 경영진이 보는 위기 그리고 위기관리에 대한 여러 생각 중 주요 공통 부분을 모아 정리해 본다.

    오랜 기간 다양한 위기관리 케이스를 경험하면서 얻은 아주 소중한 인사이트 중 하나는 “위기관리는 내부 인식과 커뮤니케이션 관리”라는 사실이었다. 위기와 마주한 기업 경영진이 가지는 해당 위기에 대한 인식(perception)에 대한 관리 그리고 그 관리를 위해 실행되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성공 없이는 명실상부 한 위기관리 성공은 불가능하다고 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위기관리 서비스를 하는 대행사와 컨설팅사의 입장에서도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위기관리란 ‘(클라이언트와 함께 또는 위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위기를 맞은 클라이언트를 돌보아주는 것’이라는 개념이 기반이 되어야 하겠다. 이런 정의와 개념에도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 내부의 인식과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중요성이 포함되어 있다.

    다음은 기업이 위기와 마주했을 때, 위기관리를 하고 있을 때, 그리고 위기를 관리하고 났을 때 기업 내부에서 흔히 오고 가는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들이다. 이런 것이 모여 그 기업의 위기관리 기반이 되고, 역량으로 이어지며, 개선과 재발방지의 동력이 되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관심있는 주체들은 진지하게 주목해 볼 만하다.

    우리 회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못 믿겠어요

    위기 시 기업 경영진이 속삭이는 흔한 이야기다. 어떤 경영진은 홍보실 능력을 탓한다. 어떤 경영진은 법무팀 역량을 신뢰하지 못한다 한다. 어떤 기업은 전체적으로 회사에 위기관리 마인드와 경험이 없다 한탄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내부 평가를 그 기업 경영진이 스스로 한다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되기 이전에 그런 역량 개선이나 강화 노력을 하지 못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잊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이런 이야기만 하고 있어서는 위기가 관리가 될 수 없다. 일단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컨트롤센터를 구성해야 한다. 많은 케이스에서 얻은 중요한 인사이트 중 또 하나는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에게는 시종일관 제대로 작동하는 컨트롤센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컨트롤센터는 상하축과 좌우축으로 구성된다. 상하축이란 최고의사결정권자에서 핵심실무책임그룹을 포함한다는 의미다. 좌우축은 홍보실과 법무, 기획, 재무, 대관, 영업, 마케팅, 인사, 총무 등이 포함된 위기관리 관련 부서들을 의미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기업이 스스로를 컨트롤 해서 각각의 부서가 위기 대응을 따로 하고, 각자 움직이고, 나름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그 통제와 공유, 보고라인이 한자리에서 커뮤니케이션 하게 하자는 것이다. 흔히 목격되는, 컨트롤센터와 완전 분리된 최고의사결정권자 이원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자는 이야기다.

    부정기사가 너무 많이 쏟아지는데요?

    부정기사 없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부정기사가 겨우 몇 개 생긴 상황도 위기라 보기 어렵다. 만약 부정기사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면 그건 위기관리의 효과 때문이 아니다. 위기가 발생되고, 그에 대한 최초 대응이 실행되었고,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부정기사들을 바라보는 경영진은 크게 두 타입으로 나뉜다.

    첫째 타입은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그러니, 점차 부정기사가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며 인내를 가지고 이 시기를 견뎌내자’고 한다. 둘째 타입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해서 일단 실행을 했는데, 예전처럼 부정 기사는 계속되는 듯하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이라도 더 해서 하루라도 빨리 부정기사를 사라지게 하자”고 한다. 어떤 타입이 무조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회사마다 위기유형마다 특성이 다르니 간단하게 판단할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위기에 대한 바이탈 체크 방식이 언론이 만들어 내는 부정기사 모니터링 하나뿐이라면 문제다. 언론의 반응은 가장 기본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바이탈 사인 중 하나인 것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중환자의 차도를 체크하는데 있어 맥박이나 혈압 사인 하나에만 의존하지는 않는 법이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영향력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통해 인입되는 반응과 그 반응의 차이 그리고 계속되는 변화를 종합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부정기사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없다. 회사 구성원 이외에는 누구도 포탈이나 소셜미디어에 특정 회사명으로 뉴스를 찾아 읽지 않는다.

    뭔가 확실한 걸 해야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확실한 대응은 기본적으로 좋은 말이다. 대응하려면 확실하게 하자는 이야기도 좋다. 그러나, 그 확실한 대응, 특별한 대응이라는 것이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대응을 대체하는 의미라면 좋지 않은 생각이다. 우리는 흔히 일반적인 대응이라는 의미를 ‘평범한 대응, 효과가 그저 그런 대응, 남들도 다 하는 뻔한 대응’이라고 오해한다. 그렇지 않다. 위기관리 현장에서 일반적 대응이란 ‘상식적인 대응, 당연한 대응, 이상하지 않은 대응’을 의미한다. 우리가 다른 기업의 위기관리를 기억했을 때 떠오르는 그런 대응들이 일반적인 대응이다. 그 일반적인 대응을 건너뛴 채 무언가 다른 대응을 한다는 상상을 해 보자. 이상하다. 위기 시에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는 대응은 실패했다는 의미와 가깝다.

    물론 일반적인 대응에 좀더 확실하고, 과감하고, 적극적인 가치를 더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경우가 최근에 늘고 있어서 그 나름대로 의미와 효과를 가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일반적인 대응, 상식적인 대응이 마땅히 해당 기업이 위기관리를 위해 꼭 해야 하는 대응이라는 정의를 가지는 한 무시되거나,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

    뭐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뭐든 해야 한다는 지시나 논의가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기업에게는 위기관리 전략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위기를 관리해서 회사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 보자 하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일종의 표류다. 목적하는 항구가 정해지지 않은 배에서는 각자 마구 노를 젓고, 소리를 지르고, 돛의 방향을 이리 저리 바꾸는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뭐든 해야 한다는 이야기 속에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타겟 오디언스가 누구인지에 대한 확정적 개념도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누구에게나 커뮤니케이션 하고, 아무에게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대상이 없거나 혼란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은 그냥 노이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고, 무엇이든 결정하기 쉬운 상황이라면 그 상황은 진짜 위기상황이 아니다. 그 반대의 상황이 곧 위기의 특성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가?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무엇을 절대 피해야 하는가? 그 부분에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나요?

    여론은 여러 특성을 가지고,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거나 진단할 수 없다. 여론을 정한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여론을 확실하게 보고 있듯이 이야기하는 사람도 그렇다. 그러나, 여론에 있어 가장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모든 여론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수년에서 수십년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살아 움직이는 여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그 개념은 좀더 정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 모든 대응 활동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은 자사에 대한 부정 여론의 지속기간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을 가진다. 따라서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했음에도 부정 여론이 더욱 강화되고 무리하게 장기화된다면 그 위기관리는 실패했다는 의미가 된다.

    여론은 한데 모아 놓은 여러 장작에 붙은 화톳불과 같다. 그 화톳불이 언제까지 타오를 것인가는 불붙은 장작에 달려있다. 일단 위기대응을 해서 더 이상 장작이 더해지지 않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뜨거워도 참고 그 불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것을 전략적 침묵과 인내라고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그런 침묵과 인내가 힘들어서, 꺼져가는 화톳불에 장작을 계속해서 던져 넣는 과오를 범한다. 장작을 더 이상 던져 넣지 않아야 화톳불은 꺼진다. 여론은 사라진다.

    전혀 예상도 못한 일이 발생되어서…

    그렇지 않다. 그건 착각이거나 변명일 가능성이 높다. 기업 내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란 있을 수 없다. 만약 만에 하나라도 그런 위기가 있었다면, 그건 해당 기업이 평소에 위기라는 단어 자체에도 관심이 없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경영진은 스스로 알고 있다. 자신들이 매일 매일 의사결정 하는 행위 대부분이 위기관리라는 것을 안다. 경영진은 평소에 끊임없이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일상적 위기관리에 몰두하느냐고, 앞으로 발생될 위기에 대한 준비가 소홀 했다는 것이다. 기업에게 위기관리 자문을 할 때 종종 조언하는 것이 있다. “이번 위기가 발생되기 2-3주전으로 돌아간다면, 경영진께서는 무엇을 가장 먼저 그리고 집중해서 준비하겠습니까?” 이런 생각이 중요하다. 실제 위기관리 중에 아쉽거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사라지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런 소중한 경험을 위기가 관리된 이후 바로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개선과 재발방지가 가능하다.

    경영진들과 평소에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떤 경영진은 자신이 경험한 위기관리에서 배우고 깨달았던 것들을 무용담처럼 열거해 자랑한다. 어떤 경영진은 그것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을 위해 차후 실무에 적용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위기관리가 단순한 무용담이나 힘들었던 이야기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만약 이번 위기가 발생되기 2-3주 전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지금하자는 거다.

    이 외에도 기업 경영진은 부정 이슈와 위기에 대하여, 그리고 그에 대한 관리에 대하여 여러 생각을 한다. 능력과 경험을 갖춘 경영진이라 그 과정이나 개념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것도 일반인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 우선순위를 따지거나, 타겟팅을 해서 그에 집중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큰 그림을 멀리서 보는 능력도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우수하다.

    핵심은 그런 경영진의 존재와 구성만으로는 위기관리가 성공할 것이라는 보증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준비, 준비, 준비. 이 단어의 연결은 모든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책과 컨설팅 슬라이드에 공히 들어가는 맨트라(mantra)다. 여기에 연습, 연습, 연습이라는 맨트라가 더해진다. 앞에는 여러 어렵고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들이 나열되었지만 핵심과 해법은 항상 이 두가지다. 준비하고 연습하면 된다. 이렇듯 어려울 것이 없는데도 쉽지 않아 한다. 사실 그것이 문제다.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가 되자.

  • 사전 준비 vs. 사후 준비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부정 이슈나 위기 상황에 처한 기업의 경우, 초기 대응과 그에 연결된 이후 대응 실행 시점이 이해관계자들의 예상보다는 늦다. 그런 ‘늦음’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상황 발생 직후부터, 상황파악, 상황분석, 대응조직 구성원 집합(취합), 대응방식 논의, VIP의 의견 청취, 실행안 확정, 실행준비, 실행에 걸친 여러 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쳐야 겨우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황 발생 이후 바로 대응 실행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사전에 미리 해당 상황을 예상하여, 대응에 대한 준비까지 완료하고, 대응 시점만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문제는 사전에 해당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경우다. 그런 경우 대응 실행 시점은 사전에 해당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했던 기업과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가장 핵심 개념은 ‘준비’라 볼 수 있는데, 이 ‘준비’ 개념은 실무진에게 종종 혼란을 주곤 한다. 예상 못했던 부정 이슈나 위기와 맞닥뜨려 혼란스러워진 회사 내부에서 실무그룹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조직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실무그룹에게는 “빨리 대응하라” “뭐라도 하라” “어떻게 든 막으라” “적극적으로 빼라” 등의 급한 주문이 떨어진다. 반면 실무그룹에서는 “무슨 상황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대응 가능합니다.” “우리가 어떤 입장과 메시지를 할 수 있는지 먼저 결정되어야 합니다.” “대응 예산은 얼마나 가능한가요?” 등과 같은 대화가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뭐든 하라!”라는 주문은 실무자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아무것도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 곧 부정 이슈나 위기 상황인데, 그 현실과 무엇이든 하라는 주문 사이에서 곤란을 겪는 것이다. 그에 더해 ‘준비’되어 있는 실무그룹이 왜 이렇게 무력한가?라는 핀잔까지 더해지면 실무그룹은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준비’의 개념을 정리해 본다. 실무그룹은 진짜 쉽게 준비될 수 있는 것일까?

    준비는 사전에 하는 것이다

    이 원칙에 따르자면,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된 이후 시작되는 준비는 사실 준비가 아닌 것이 된다. 사후에 하는 준비는 제대로 된 준비가 아닌 것이라는 의미라서다. 위기관리 아포리즘에서도 “진짜 카우보이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고공강하를 하면서 낙하산을 만드는 모습을 상상해 보아도 사전 준비와 사후 준비의 개념적 차이를 알 수 있다.

    대부분 준비 문제는 사전이 아니라 사후에 준비를 시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당연하게도 대응 시점이나 품질은 사전 준비된 그것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일정 시간이 흘러 그때 그때 준비되어진 실행이 반복되면 어느 정도 정상성을 띄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사후 평가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은 조용하니 시끄러워지면 다시 준비하자?

    일단 첫 불은 껐다는 판단이 생긴 의사결정그룹과 실무그룹은 사전 준비가 가능한 시간을 다시 허비하는 경향이 있다. 초기 그렇게 허둥지둥 했으면서도, 조만간 다시 불씨가 되살아 날 것을 예상했어도 그 때가서 보자는 생각을 다시 하는 것이다. 신발 끈을 묶고 있어야, 부저가 울리면 뛰어나갈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한 상식을 몰라서가 아니다. 내부적으로 이전의 시끄러웠던 경험과 기억을 일단 잊고 싶어하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문제가 스스로 사그라지는 것을 희망하며 조금(일정기간) 지켜보자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운 좋게 이내 소란이 잠잠해지면, 이슈대응을 잘했고, 마무리하자는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다시 불씨가 타오르게 되면, 그때 가서 다시 대응 ‘준비’를 강하게 외치니 문제다. 대응 준비에는 허비나 불필요함은 있을 수 없다. ‘지켜보자’는 준비가 완료된 이후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준비했다가 상황이 발생 안되면 어쩌나?

    실제로 회사에게 중대 부정 이슈를 예상하고 내부적으로 상당한 준비를 했던 클라이언트가 있었다. 일정 기간 많은 인력과 투자를 투입해 대응을 상정하고 다양하고 구체적인 대응 준비를 다 했다. 운이 좋게 발생을 예상했던 기간이 아무 일 없이 지나자, 사내에서는 우리가 너무 민감하게 준비하고 호들갑 떤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 준비작업을 리드했던 실무그룹과 임원은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다른 한 클라이언트에게는 예상되는 위기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 없는 것이고 과도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대하는 실무그룹이 있었다. VIP가 결심하고 지원한 준비 과정에서도 그 실무그룹만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실제 예상했던 위기상황이 발생했다. 대부분 의사결정그룹이 준비된 대로 움직이자, 준비 자체에 부정적이던 실무그룹은 그들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리드하기 보다 따라 움직이는 실무그룹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런 내부 생각과 우려는 실무그룹에게는 상당히 현실적인 위협이다. 교과서적으로는 ‘준비’라는 것이 당연하고 아주 중요한 상식이라 이야기하지만, 현장에서 ‘준비’는 상당히 정치적이고 조직역학적 부분이 기반 되는 행위다. 그러한 부담 때문에 실무그룹이 정확하게 리더십을 쥐고 있지 못하다면, 진정한 ‘준비’는 항상 조심스러운 것이 돼 버린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준비하면 물론 좋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범위의 준비가 필요한가는 실무그룹에게 항상 골치거리다. VIP께서 ‘준비하라’는 지시를 하면, 실무그룹은 어디에서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게다가 VIP 께서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상황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으셨다면, 패닉은 더욱 커진다.

    어떤 기업 실무그룹은 일단 대규모 대응 매뉴얼 작업을 해야 하겠다 생각한다. 다른 기업 실무그룹은 대응 인력을 강화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기업 실무그룹은 예산을 먼저 확보해야 하지 않는가 하거나, 위기관리를 위한 협력사나 대행사를 구하며 경쟁 비딩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그들 각자에게 그 각각은 ‘(일단) 준비’라는 정의를 가진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의 ‘일단’ 준비는 대부분 소모적일 뿐이다. 무언가는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되지 않는 상황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준비라는 실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과 분석이 전제되는 것이 맞다. 정확하게 어떤 이슈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라는 공감대가 있어야, 제대로 된 준비도 가능하다. 그 준비의 범위는 실무그룹의 경험과 전례에 따른 수준에 맞추는 것이 좋다.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면, 준비되지 않는 것이고, 그 수준을 넘어선다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것이다. 준비의 정의는 의사결정그룹이, 준비의 범위는 기본적으로 실무그룹의 고민에 기반해야 한다.

    누가 준비해야 하나?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직내 가치 중 하나는 ‘누가?’라는 행위 주체의 개념이다. ‘누가?”라는 개념 없이는 대응 조직을 편제 할 수 없다. 누구든, 아무나, 관련자들이, 전사적으로 등과 같은 개념은 오히려 대응 조직을 무력화한다. 조직 내에서 이 ‘누가?’의 지정을 하고, 역할과 책임을 배분하기 위해서는 준비만을 위한 조직내 리더십을 누군가에게 부여해야 한다.

    당연히 그 우선순위에 따라 적절한 직급과 직책의 리더십이 정해지겠지만, 그 리더십에 의한 준비 작업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누가?’라는 질문과 답변의 정리는 중요하다. 먼저 ‘누가?’라는 역할과 책임이 배분되어야, 그 다음에 ‘무엇을?”이라는 실행 전략과 방식이 정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 ‘누가?’라는 계속되는 현장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적절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즉흥적 또는 관례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협조 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 리더십도 존재한다. 이는 평소 이슈나 위기관리가 비즈니스 실행 우선순위에 있지 않고, 근본적으로 그 속에 부정적 개념이 포함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소모적이고, 반복적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아쉬운 리더십은 흔히 목격된다. 이 부분에 주목하여, 강력한 리더십을 투입하는 기업이 보다 나은 대응관리와 준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나?

    준비를 했는데도,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준비한 해당 상황이 올해 안에 발생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 준비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가?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시 다른 상황이 예상되면, 그건 또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는가? 예산과 인력이 제한되어 있는 현실에서 다른 핵심 업무를 다 제쳐두고 준비하라 하시는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이런 현실적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조언도 위의 것들과 마찬가지다. 가능한 구체적 준비 대상과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정의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따라 실무그룹의 경험치에 맞는 준비 범위를 상정하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에 따라 예상되는 준비 기간과 소요 시간을 필히 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특정 이슈나 위기 상황에 대한 준비를 해보면, 이슈나 위기 유형에 따라 준비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A라는 이슈 대응을 준비하게 되면, B라는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크게 패닉에 빠지지 않게 된다. 비슷한 실무그룹이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과 책임을 달라진 유형과 실체에 따라 일정 부분 변형하면 되기 때문이다. 수십 개 예상되는 이슈나 위기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다시 수십 개의 대응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핵심은 이런 준비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자산화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 내에서 상식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한 ‘준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이상의 여러 조건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실은 종종 상식을 거부한다. 반대로 상식적인 것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결과에는 현실적 이유가 그 기반이 된다.

    사전에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 절대 실무자그룹에 대한 비판의 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준비라는 개념이야 말로 아주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한 기본 품질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를 위한 VIP의 관심과 지원, 강력한 리더십의 투입, 정확하고 적절한 역할과 책임의 배분, 실무그룹의 경험에 대한 존중, 성실한 준비실행과 반복이 함께해야 겨우 가능한 경지가 된다. 일개 실무그룹이 준비를 하거나 하지 않고의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사전 준비는 그래서 어렵다고 한다. 상식은 참 어려운 것이다.

  • 위기관리에서 ‘공감’의 의미

    [The PR Times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경험하는 부정 이슈와 위기 상황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응 조언이 있다면 바로 ‘공감(共感)’일 것이다. 공감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도 쓰이지만, 심리학이나 신경학, 철학 등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데, 대략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공감이란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을 말한다.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때 주목해야 할 것은 이슈나 위기는 어느 하나도 스스로 ‘터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흔히 우리는 “위기가 터졌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 위기는 스스로 터진 것이 아니다. 위기는 ‘사람이 터뜨린 것’이다. 모든 이슈나 위기에는 ‘사람’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문제를 발생시킨 사람이 있으니 그 문제는 문제가 된다. 그 이후에는 그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의견을 가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나니 그 문제는 더 큰 문제로 자란다. 말 그대로 사회적 공분이 조성되어 버리면 특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해관계자)이 개입된다. 이 정도 사람들의 상황이 되면 실제 위기가 시작된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사람들에 의해 기업이 타격 받게 되는 구도에서, 공감이란 아주 중요한 위기관리의 무기가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컨설턴트들이 ‘공감’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 대부분 경영진은 그 컨설턴트가 아카데믹하거나, 아마추어라는 시선을 보낸다. 일부 경영진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공감만 해주면 무슨 사업을 벌 일 수 있는가?”하며 순진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여기에서 기업과 경영진이 가지는 ‘공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공감이란 과연 어떤 의미이고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까? ‘공감’에 대한 오해를 정리해 가면서 위기관리에 있어 공감의 효과를 들추어 보자. 잘 못 알려진 공감이란 어떤 것들일까?

    첫째, 같이 눈물을 흘리고 슬퍼해 주는 것이 공감이다?

    자사 제품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생겼다고 치자. 회사에서 상황을 분석해 보니 해당 제품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할 성분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대표이사께서 피해 소비자들을 만나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시라”는 조언을 한다. 대표와 경영진들은 “공감? 그건 어떤 방식을 의미하나요? 궁금 해 한다. 일부는 대표가 소비자를 만나 손을 꼭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쾌차를 비는 것이 공감이라 이야기 한다. 일부는 큰 절을 해서 피해 소비자 가족에게 진정성을 보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눈물과 큰절이 곧 공감을 의미하는 것일까?

    공감을 위해 대표이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피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 각각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그들의 피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기분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의견이나 반응을 예상하게 된다. 그 전반적 이해와 예상에 따라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행동, 반응을 의사결정 하라는 의미다. 이런 생각 없이 단순한 퍼포먼스를 공감으로 떠올리니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둘째, 공감한다고 말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공감을 해서 법적으로 문제를 더 크게 만든 사례를 한번 찾아보라 하고 싶다. 여기에도 공감에 대한 오해가 있다. 공감을 책임 인정의 의미로 스스로 연결해 절대 공감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는 것이다. 이후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상대로부터 ‘이전에 대표가 우리 피해에 공감한 것을 보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들을까 봐 겁을 내는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을 책임에 대한 인정으로 볼 수 있을까? 그 상황에서 상대가 느끼는 상황이나 기분을 비슷하게 느껴보는 것이 스스로 길티(유죄)를 인정하는 것이 될까? 그에 따라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제대로 했는데, 법정에서 그로 인한 문제가 생기게 될까?

    차라리 법적 우려와 공감에 대한 오해로 절대 공감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을 고집스럽게 하는 것이 법정에서 더 불리한 것은 아닐까? 공감 받지 못한 상대가 더욱 공격적으로 회사를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을까? 공감하지 않는 회사의 태도를 바라보며 이슈를 접하는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은 과연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까? 그런 감정이 모여 회사에 어떤 영향력으로 되돌아올까? 공감해서 얻을 것과 공감하지 않아서 얻을 것 중 어떤 쪽이 더 회사에게 유리할 것인가를 따져 봐야 한다.

    셋째, 큰 사업을 위해서는 함부로 공감해서는 안 된다?

    대체 ‘함부로’하는 공감이란 어떤 의미인가? 공감은 정상적 인간과 정상적 인간 사이에서 당연한 것인데, ‘함부로’하는 공감이란 무슨 말인가? 잘못된 공감을 의미하는 것일까? 잘못된 공감은 스스로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오류가 있었거나, 상대를 이해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거나, 그 이후 그 잘못된 이해에 기반해 진행한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했다는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감이 잘 못된 것이 아니라, 자사의 공감 노력이나 역량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공감은 아무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성공적 사업을 위해서는 더욱 더 공감 역량을 키우는 것이 맞다. 상당한 부정 상황이 발생해서 면밀히 분석해 이해 해 본 결과, 적절한 공감에 기반한 전략적 위기관리 실행이 없다면 회사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고 치자. 이런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면 전략적인 경영진은 어떤 의사결정을 할까? 공감하는 것 뿐이다. 공감해서 사람들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정상참작을 받고, 전략적 위기관리 실행에 대해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큰 문제는 있었지만, 회사가 저렇게 열심을 다해 공감하고 사후 문제 해결에 힘쓰는데 더 이상 회사를 비판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여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것이 곧 회사를 사라지게 하지 않는 위기관리가 된다. 반대로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절대 공감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부린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예상해 보자.

    넷째, 공감이라는 것은 상당히 아마추어적인 것이다?

    공감 역량이 전혀 없는 사람이나 조직을 ‘공감 제로’라고 부른다. 공감제로란 크게 세가지 역량이 떨어지는 존재다. 첫째로 공감제로는 자신(자사)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기업이다. 앞의 예처럼 문제 제품을 팔았다가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나왔다고 치자. 그 상황에서 피해자를 비롯해 그 가족과 여러 일반 소비자들이 우리 회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면 위기관리는 어떻게 될까?

    두번째로, 공감제로는 타인들과 상호작용하는 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피해자가 생겨버린 부정 상황에서 피해자와 각종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문제를 숨기거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공격하고, 어쩔 수 없이 겉으로 사과하고, 피해 복구나 문제 해결을 등한시하는 것과 같은 기괴한 행동이 이런 부족한 역량에 기반해서 나오는 것들이다.

    세번째로 공감제로는 상대와 이해관계자의 기분 혹은 반응을 예상하는 법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대응을 기괴하게 하고서도 더욱 악화되는 소비자와 이해관계자 반응에 의아 해 한다. 우리는 하느냐고 했는데 왜 저런 반응이 계속되고 심지어는 악화까지 되는지 궁금해한다. 심지어 저들이 다른 생각이 있어서 우리 회사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상상한다. 공감제로 사람과 기업의 전형적 특징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공감 역량 부족이 프로다운 것인가? 공감이야 말로 제대로 훈련된 전략가들만 실행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한 위기관리 방식이다.

    다섯째, 공감이 문제를 해결해 주나?

    공감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 공감하지 않거나 공감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공감을 지속하지 않으니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공감 역량이 부족한 주체들이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자신의 공감부족에 주목하기 보다 사람들의 다른 의도를 의심하며 정신 승리를 꿈꾼다.

    상대가 정치적 조직이기 때문에 자칫 공감했다가는 그들의 의도에 휘둘리게 된다며 공감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만약 상대의 주장과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적 주목을 받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대를 얻고 있다면 그들은 상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자사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는 의미다.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해 보면 결국 회사가 공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상황을 분석해 보니, 상대측 주장과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적 공감대를 별로 얻고 있지 못하다면, 단순한 주장 수준이므로 회사가 공감할 필요가 없다는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 보아도 비슷한 결과라면 더욱 더 공감은 필요 없을 것이다. 공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과 이해관계자들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그 또한 적절한 의사결정이었던 것이다. 반대로 그 과정에서 문제가 더 커지겠다는 분석과 이해 그리고 예상이 계속되면 의사결정은 달라져야 한다. 공감이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의미는 공감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의미와 같다.

    여섯 번째, 계속 공감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나?

    그렇게 된다면 더 큰 문제다. 공감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공감을 제대로 하게 되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공감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공감이 제대로 된 공감이 아니었다는 의미일 뿐이다. 정확하게 상황을 이해하지도 않았고, 상대를 이해하지 않았고, 이후 상황을 현실적으로 예상해 보지도 못했다는 의미다.

    지속적 공감은 문제해결에 지속적으로 연결되어야 성공한다. 부정적 상황에 대한 단순 모면이나 회피 형식으로 공감하는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동일한 문제를 반복해 만들어내는 기업의 공통점이 바로 잘못된 공감만 표현하고, 문제 해결 노력은 등한시하는 것이다. 또 다시 문제가 발생되면 똑같이 공감을 표현하거나 더 큰 공감으로 퍼포먼스만 강화한다. 그 이후로 다시 문제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악순환은 반복된다.

    당연히 지속적인 가짜 공감은 공감대를 저하시키게 된다. 더욱 더 크게 공감한다고 해도 그 진의는 계속해서 의심받는다. 문제 해결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 공감은 단순한 퍼포먼스 일 뿐, 진정한 공감이 되지 않는다. 회사의 사후 상황 예상 역량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문제 해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문제 해결이 안되는 것이다.

    기업과 경영진의 공감 능력 또는 역량은 성공적인 이슈 및 위기관리를 위해 아주 의미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욕구, 감정과 같은 복잡한 심리 상태에 대해서 생각하고, 추론하는 능력은 기업의 핵심 역량과도 연결된다. 상품개발, 영업, 마케팅, 인사, 기획 등 거의 모든 부서들에게 요구되는 경쟁력이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발달한다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이해와 배려가 회사와 경영진에게 충만하다면 어처구니없는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될 가능성은 현격하게 떨어진다.

    제대로 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를 어려워하며 힘들어 하는 기업 안에는 공감 능력과 역량이 부족한 의사결정그룹이 존재한다. 일부에는 신경학적 문제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감 부적응자들은 공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어 스스로 공감을 꺼려 한다.

    경영적으로나 전략적으로 공감은 ‘이해하고 예상하는 능력’이다. 기업과 경영진에게는 아주 소중한 경쟁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더 커져야 한다. 이슈나 위기관리를 넘어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서도 공감 능력은 꼭 필요한 자산이다. 

  • 정용민 대표의 정기 기고문 목록

    updated, 2025.

    이코노믹 리뷰,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2015년 7월~현재)

    더피알, 기업위기관리 (2012년 8월~현재)

    이코노믹 리뷰, 한국기업 CEO들을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2013년 3월~2014년 2월)

    이코노믹 리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원 포인트 레슨 (2014년 3월~2014년 12월)

    이데일리,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017년 10월~2019년 12월)

    그 외, 대기업 사보, 언론사 단편 기고, 연구소 및 공기관 풀판물 기고문 다수.

  • 사업하는데 공분은 필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사업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관여되어 있어서, 말씀처럼 사회적 공분이 쉽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저희 내부에서는 큰 사업을 할 때 어느 정도 노이즈는 안고 가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습니다. 사업을 하는데 공분이나 갈등이 하나 없이 진행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하신 취지에 공감합니다. 사회적으로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게 얽혀 있는 사업일수록 사회적 공분에 대한 취약성은 커지게 마련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전 케이스들을 보더라도 거의 모든 대규모 사업에는 일정수준 이상의 사회적 논란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말씀처럼 사업주체 내부에서는 미리 사회적 노이즈를 예상하고 그에 대한 면역력과 맷집을 키우려 노력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슈관리 관점에서의 ‘사회적 공분’이라는 것은 해당 사업과 관련되어 있는 이해관계자의 분노(anger)만을 한정적으로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정확하게는 그들의 이해관계 기반 분노를 넘어서는 비이해관계자 또는 일반 공중에게 공유된 분노(public anger)를 의미하지요.

    예를 들자면, 어떤 특정 지역에서 환경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이에 반대하는 지역주민, 지자체, 지역 언론, 지역 NGO 등이 존재할 때, 이들의 분노를 공분(public anger)이라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는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관점과 수준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과제로 정의됩니다. 질문에서 말씀하신 내용은 대부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존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하고, 여러 여타 이슈가 새롭게 생성되면서, 해당 사업에 대한 일반공중의 관심이 촉발 성장하는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그에 대해서도 사업주체가 눈높이를 맞추는 것에 실패하게 되면 사회적 공분(public anger)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사회적 공분은 사실 사업주체가 예견하거나, 미리 맷집을 키워 놓는다고 대응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일단 자신들이 추진하는 사업이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되어 버리면, 그 이후부터는 예측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은 극도로 제한됩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영향력자들이 사회적 공분해소라는 명분을 업고 해당 사업에 개입하게 됩니다. 그에 영향을 받아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더 수많은 공중이 스스로 분노를 강화하고 장기화하게 됩니다.

    제가 말씀드린 사회적 공분이란 그런 것입니다. 핵심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와 분노를 관리하는 것은 일반적 업무이자 절차라고 보아야 합니다. 사회적 공분이란 그런 모든 노력들이 무리하게 장기화되고 실패했을 때 새롭게 마주할 수 있는 더욱 위협적인 환경을 의미합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사업주체에게 전혀 불필요한 상황일 뿐 아니라, 사업 추진 자체를 무력화 할 수 있는 실질적 압력으로 작용됩니다. 이런 극단적 상황을 항상 경계하고 그런 상황이 조성되기 이전에 이슈를 관리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에 더해 말씀드리면, 사회적 공분이나 주변 이해관계자들의 강한 반대를 극복(?)하거나 견디면서 사업을 진행해 결국 성공하는 경우는 아주 희소합니다. 일부 정치적 결단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진행되는 국가 사업 일부에 한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외 일반 기업은 우선 사회적 공분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그에 대한 두려움을 공유하는 것이 성공적 이슈관리의 첫 단추라 할 수 있습니다. 애초 맞서 싸우거나, 외면 무시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