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6월 19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기업만 빼고 모두 변한 게 문제다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기업만 빼고 모두 변한 게 문제다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주변을 한번 돌아보자. 자신이 입사했을 때 있었던 많은 것들과 주변 사람들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더 밖을 내다보자. 소비자도 더 이상 그 때의 소비자가 아니다. 규제기관이나 NGO들도 세상의 흐름에 따라 이미 변화했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고, 거래처, 공장이나 지점 주변의 커뮤니티들도 느리지만 변해갔다. 특히 미디어는 더 빨리 어지럽게 변화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기업들에게 ‘종편’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생소한 단어였다. ‘블로그’나 ‘트위터’ ‘유투브’라는 개념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페이스북’이 다가왔고, ‘핀터레스트’나 ‘카카오톡’이 밀려와 회사주변을 맴돌고 있다.

얼굴을 마주보던 시장에서 이제는 모니터를 마주보는 시장이 되어 버렸다. 마케터들은 점점 더 소비자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기회들이 줄어드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홍보담당자는 기존 출입기자와 기울이던 술자리를 줄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더 많고 다양한 일에 새로 손을 대야만 살아남게 되었다. 영업담당자들은 언제든 소비자들의 컴플레인이 즉시 공공화 되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생산담당자 또한 좀더 신중하게 원재료와 품질, 안전, 위생관리를 해야 한다는 압력에 힘들어 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기업 내 담당자들도 바뀌어 가고 있다.

최근 수년간의 많은 기업 위기 케이스들을 보자. 예전에는 그렇게 크게 발전하지 않았을 자그마한 해프닝들이 큰 위기로 폭발하는 사례들을 반복해서 목격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들은 조그마한 해프닝에도 예전보다 더욱 경악하고 분노하고 쟁점을 만들어 서로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 구성원의 말 한마디, 잠깐 동안의 행동, 얼굴의 표정까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와 기업에게 압력으로 작용한다.

시간적인 변화도 기억하자. 하루 한번 신문 인쇄만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이전 미국의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만 해도 속보는 오랜 시간이 지나 신문사 벽면에 설치된 커다란 칠판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유되었다. 영화관에 가야 생생한(?) 세계 대전 전투 속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 TV가 발명되면서 그나마 시민들은 비교적 빠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우리 기들업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침 신문과 저녁 방송을 보면서 위기를 관리했었다. 따라서 기업의 위기대응은 하루 정도 내에만 진행되면 별 이상 없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은 ‘위기관리의 지옥’을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예전 하루 단위였던 위기대응 타이밍이 이제는 분 단위까지 짧아졌다. 하루 종일, 기술적으로도 24시간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야 겨우 ‘발생한 위기를 놓쳤다’라는 핀잔을 듣지 않게 되었다. 수명을 2~3일 정도 가지는 소규모 롱테일 위기들이 한 달에도 몇 개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너무나 외부환경이 빠르고 다이나믹 하게 변화되기 때문에 다른 일상 업무를 하는 부서들은 더더욱 ‘위기관리’를 특정 부서가 도맡아 해야 하는 특수 업무로 인식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이해도 안되고, 적응도 힘들고, 관리하기는 더더욱 싫은 업무라 서다.

이렇게 많은 환경요소들과 이해관계자들 그리고 그 접점에 있는 실무담당자들이 변했다. 반면 기업 체계 자체를 한번 들여다 보자. 지난 10년과 위기관리 시스템(체계)에서 어떤 진화들이 있었나?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통상적 위기들에 대한 매너리즘 속에서만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가?

마케팅이나 영업이나 IT부문 심지어 HR부문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나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체계를 가다듬는 벤치마킹을 한다. 이를 기반으로 기존의 체계를 환경에 맞추어 점차 변화시켜 나가려는 노력을 한다. 다시 한번 묻자. 우리의 위기관리 체계는 어떤가?

소비자들의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컴플레인에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전략적일까? 예를 들어 우리 제품과 관련해 치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동영상을 올려 전세계적으로 유통시키는 유투브 공중들과 NGO들이 있다면 이는 어떻게 관리할까? 파워블로거라 평가 받는 유명인이 신랄하게 포스팅 해 놓은 우리 제품의 부정적인 평가들에 우리 회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맞을까?

트위터상에서 자신들의 ‘소비자 불만’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전파하고 시청을 부추기는 방송사들의 움직임에는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우리 제품등과 관련 해 핀터레스트에 마구 올라가는 괴상한 사진들에는 아무 대응이 필요 없을까? 페이스북에서 여럿과 마구 싸우고 있는 우리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공장 뒷동산 산맥을 휘젓고 다니는 모 방송사 탐사보도팀에게는 어떤 반응이 알맞을까?

우리도 몰랐던 사내 보유 고객정보들이 줄줄이 새나가고, 해킹을 맞아 길거리에서 유통되는 이 상황을 CEO와 임원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하고 대응하자 해야 하나? 우리의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목적으로 마구 만들어 놓은 300-400개의 브랜드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모두 어떻게 감독 관제 할 것인가? 일부 브랜드 트위터 운영자이 재기 발랄함을 넘어 북한을 찬양하거나 민족의 비극을 희화하는 애드립을 하는데 이를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또 저 무서운 내부고발자들은 어쩔 건가? 어떤 체계를 가지고 대응 할 것인가?

기업 위기관리 체계 전반은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아직도 기업 내부에는 상호소통의 동맥경화가 남아있다. 부서 이기주의와 정치적 대립과 견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다. 일선에서는 언더 리포팅 하고 상부에서는 오버해 추측한다. 아직도 기자들이나 PD들이 취재를 해 오면 아무나 맘대로 답변해버린다. CEO께서 자신의 개인 트위터 계정으로 소비자와 말다툼 하신다.

직원들이 소셜상에서 몰려다니거나, 아니면 아닌 체 모른 체하면서 몰래 문제를 일으킨다. 사내에 변변한 위기관리 위원회도 제대로 없고, 위기관리 매뉴얼은 야근 때 라면 받침으로만 사용한다. 윗분들은 언론기사를 막고 빼듯이 모든 것을 다 빼서 없애 버리라 주문하신다. 위기관리 체계는 별로 진화하지 않았다. 환경과 이해관계자들과 실무자들은 변해가는 데 기업 위기관리 전반의 체계화는 온데간데 없다. 대부분의 위기관리가 단편적으로 행해지고, 실무자들에 의지해 단순대응에만 머무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기업내의 위기관리 체계가 빨리 진화 해야 한다. 환경이나 이해관계자들 보다 기업의 체계와 실무자들의 역량이 더 빨리 변화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해가 쨍쨍 찌는 여름날 우산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주변과 우리 자신을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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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12012 Tagged with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컨설턴트들을 위한 준비 훈련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컨설턴트들을 위한 준비 훈련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는 한두 번 진행에 참여 해 본 컨설턴트라면 어느 정도 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단순한 경험을 기반으로 감을 가진다는 것이 홀로 새로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디자인해서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10여 회 이상 참여한 컨설턴트들도 자신이 리드해 시뮬레이션을 디자인하고 진행하는 것에는 내심 벅차하곤 한다. 오랜 경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여하기 위해 컨설턴트들은 상당히 독특한 트레이닝을 받는다.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트레이닝이 미디어 트레이닝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은 위기상황에서 언론과 대화하는 방식을 습득하기 위한 트레이닝이다.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은 한발 더 나아가 언론을 포함 위기 시 회사를 둘러싸고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습득하는 트레이닝이다.

왜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이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트레이닝 받을까? 모든 트레이닝에 있어 트레이니로서의 경험이 오래 쌓인 사람만이 좋은 트레이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경험과 반복에 의해 체득된 do’s and don’ts 개념을 보유할 수 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야 할 컨설턴트들은 이런 다양한 트레이니 경험을 통해 실제 시뮬레이션에서 그들에게 맞서게 되는 워룸 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과 겨룰 수 있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방식만을 트레이닝 받는 게 아니다. 이해관계자 역할에 맞는 깊이 있는 스터디도 함께 진행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 볼 위기 이슈 등과 유사한 타기업 케이스들을 스터디 하면서 입체적으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포지션들과 메시지들을 분석한다. 이런 케이스에서 oo위의 포지션과 메시지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변화했었는지, 관련 부처인 ooo부처는 또 어떤 포지션과 메시지들을 전달해 왔었는지, 경쟁사들은 어땠고, 고객들은 어땠고, 언론이나 NGO들은 어떤 포지션을 견지했었는지 등을 많은 유사사례들을 통해 정리한다.

필요 시에는 이해관계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별도로 청취하거나 소프트사운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 모든 컨설턴트들은 하나의 위기상황을 입체적으로 처음에서 끝까지 시뮬레이션 한다. 각각의 이해관계자별로 각기 격리된 사일로(silo)를 가지는 것도 아니다. 각 이해관계자들이 상호간에 연결되고 작용을 하게 포지션들을 엮어 놓는다. 그것이 현실적 여론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은 서로간의 역할과 포지션들을 상호간 점검해 보고 그에 따라 인터랙티브한 시뮬레이션 디자인을 진행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클라이언트사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는 심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트레이닝이자 경험이다. 이런 힘든 상황을 연출하는 사람들이 컨설턴트들인데, 재미있게도 시뮬레이션이 끝나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는 그렇게 싫었던 컨설턴트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들을 보낸다. 곧 자기 자신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기본적인 트레이닝과 이해관계자 스터디가 끝나면 시뮬레이션에 참여하는 컨설턴트 각자에게는 이해관계자 역할이 부여된다. 피해자, 고객들, 언론들, NGO들, 정부규제기관들, 경쟁사들, 거래처들,지역주민들, 직원들 등등의 역할이 주어진다. 컨설턴트들은 미리 숙지된 이해관계자 스터디내용들과 트레이닝 경험들을 기반으로 각자 시뮬레이션 진행 세부 플랜들을 수립한다. 각 시나리오별로 해당 이해관계자의 포지션을 설정하고, 공격해야 할 기업 내 대상과 공격 논리 그리고 주장들을 셋업 한다. 그 하나 하나에 대해 많은 질문팩들을 만들어 위기상황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디자인한다.

일정 기간 동안 각 컨설턴트들이 구성한 이해관계자별 진행 설계들과 질문팩들은 시니어 컨설턴트들의 감수를 받고, 시뮬레이션 수 일전에 내부적으로 메인 컨설턴트와 리딩 컨설턴트등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적으로 리뷰를 진행한다. 일정 경험 이상의 컨설턴트들은 이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리뷰세션을 통과한다. 이 리뷰세션에서 주의 깊게 체크되는 부분은 현실성, 논리성, 통합가능성, 예측가능성 들을 확실하고 풍부하게 담보했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상의 준비단계가 끝나면 그 다음은 각 컨설턴트들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상황을 전제로 리허설을 해 보는 단계가 시작된다. 언론 역할을 할 컨설턴트가 준비해야 할 장비들과 카메라 크루들 그리고 포지션과 질문방식들이 시나리오에 정확하게 일치될 수 있는지를 점검한다. 정부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도 NGO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도, 지역주민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도 모두 하나 하나 감정을 실어 리허설을 한다. 마치 드라만 사전 리딩 세션과 유사하게 디테일 하게 리뷰하고 공유 한다.

그러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위해 좋은 컨설턴트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할까?

1.    기업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
2.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이해
3.    위기상황을 전제하고 이해관계자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수 있는 롤플레잉 역량
4.    전략적으로 생각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훈련 받은 역량
5.    실제 시뮬레이션을 진행함에 있어 완전하게 이해관계자 빙의 할 수 있는 전투력
6.    모든 돌발적인 상황에도 컨설턴트들끼리 즉각 협의하면서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는 협업 역량
7.    정신적, 육체적, 감정적으로 강력한 지구력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나서 가장 큰 박수를 받는 사람들이 바로 컨설턴트들이다. 클라이언트사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박수를 보낸다. 자신들을 여러 시간 동안 괴롭게 하고, 논리적으로 압박하고, 상황적으로 난처하게 만든 사람들인데도 이 컨설턴트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반대로 컨설턴트들은 박수를 받으면서 이전의 이해관계자 역할과는 완전히 다른 상냥한 조언가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아까 그 이해관계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변화된 표정과 태도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대한다. 그들이 프로답다 느낄 때가 바로 이때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을 왜 쉽게 하기 힘들까?’를 다루겠습니다.

3월 262012 Tagged with , , 0 Responses

[HR Insight 기고문] 위기 이전에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라

[HR Insight 기고문]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위기 이전에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라

 

정용민 대표 / 스트래티지샐러드


기업에 위기의 기운이 드리우면 항상 먼저 조직내부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이 또한 일종의 전조(前兆)라고 보겠는데, 이런 전조현상을 발견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는 데 실패하면 기업들은 바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과연 위기를 앞두면 우리 주변에 어떤 이상 증상들이 나타날까? 한번 살펴보자.

첫째, 예전보다 직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난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난다는 것은 일단 좋은 현상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급박하게 늘어나는 직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차원에서 아주 유심히 분석 해 보아야 한다. 표면적으로 어떤 커뮤니케이션 주제가 생겨난 것도 아닌데, 눈에 띄게 직원들이 삼삼오오 몰려있다. 온라인 쪽지들이 갑자기 많이 오가고, 흡연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흡연을 하고, 커피를 마신다. 한 명의 직원이 일과 시간 동안 여러 그룹과 함께 돌아 다닌다.

평소와 다르게 이런 현상이 증가한다면 해당 기업은 위기가 다가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모든 위기는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증폭시킨다. 문제는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수요의 증가에 기업 스스로가 공급을 통해 그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데 실패할 때다. 이상의 커뮤니케이션 량의 증가도 커뮤니케이션 수요와 공급간의 밸런스가 깨져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직원들간에 물음표와 정확하지 않은 느낌표들만 무수할 뿐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공급이 없으면 해당 기업은 위기에 한발자국 가까워지는 셈이다.

둘째, 조직 내부 상하 커뮤니케이션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평소와 달리 말들이 조심스러워 지는 상황이다. 임원들이나 팀장들간 눈치만 오간다. 임원들의 표정이 어두워 진 듯하지만 그 이유를 자세히 물을 사람은 없어 보인다. 임원들 스스로도 딱히 팀장들 또는 직원들과 별반 해야 할 이야기들이 없으니 침묵한다.

많은 책임자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자산이 항상 ‘솔루션(해결책)’을 주어야 한다 착각하곤 한다. 기업에 위기 상황이 다가오면 책임자들은 해당 위기에 대한 솔루션을 찾으려 애쓰게 마련이다. 이 의미는 해당 위기가 확실하게 관리될 때 까지는 확실한 솔루션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주저하게 된다는 의미다. 자신이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근본적인 문제는 상호간 커뮤니케이션 량은 줄었지만, 각자가 해석하는 맥락의 혼동은 훨씬 증가한다는 데 있다. 설명 없는 임원의 갑작스러운 반차를 보면서도 아래 직원들 사이에서는 많은 상상과 해석들이 난무하게 된다. 상호간 나름대로의 상상과 해석들이 복잡해 지면서 기업은 위기로 한발 더 전진한다.

셋째, CEO의 가시성(可視性) 또한 감소된다.

평소에는 직원들과 직원식당에서 항상 점심을 하시던 CEO가 갑작스럽게 오랫동안 식당에 나타나지 않으신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 봐도 근래 CEO를 오래 뵌 사람들이 별로 없다. 출근하시고, 회의 등에는 참석하신다고 하는데 예전 같지 않으시다. 그러고 보니 매달 한번 본사 직원들과 함께하던 ‘직원과의 대화’ 행사도 몇 달간 건너 뛰었다.

당연히 기업의 최고책임자는 위기 시 가장 바쁜 사람이 된다. CEO가 바빠지지 않는 위기는 사실 위기가 아니다. CEO 스스로 자신의 역량과 시간을 위기관리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위해 자신이 만든 이전과 다른 커뮤니케이션 공백 또한 관리의 대상이라는 것은 인식해야 한다.

위기관리는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함께 가는 것이 맞다. 상황을 극복하고 관리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는 동안 대부분의 조직과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잊는 게 문제다. 상황이 너무 위중하니 커뮤니케이션 따위야 하면서 관리 우선순위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실패하면서 기업은 항상 위기로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이런 이상증상들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가만히 한 발자국씩 다가오는 위기를 앉아 기다리는 것이 최선일까? 아니라 생각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럼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마음가짐이다. 위로는 CEO로부터 신입 직원에 이르기 까지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관리 해야 한다는 일치된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 그냥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춘 즉흥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최소화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CEO가 직원들을 만나 진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겠다 생각하면, 해당 미팅들에 대해 일관된 래포(미팅분위기)와 핵심 메시지를 미리 마련하거나 준비시켜 드려야 한다. 일정을 관리해서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직원들의 비율들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등의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

위기 시에는 CEO의 말아 올린 와이셔츠 소매 조차도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넥타이를 풀고 정장구두가 아닌 걷기 편한 캐쥬얼 구두를 신고 지점을 방문하는 모습은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다. 염색하던 머리 색을 하얀색으로 바꾸는 일상적인 활동도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관리되어야 한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관리되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위해 그 다음으로 인식해야 할 것은 이 세상 모든 것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을 수 없다(You can not NOT communicate!, 필자주: NOT이 2개임)’는 명제다. 직원들 차원에서도 이런 인식을 일관되게 가져가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직원 스스로 매일 5분씩 지각을 하는 것도 곧 ‘커뮤니케이션’이다. 다른 동료직원들과 상사들에게 그 직원 스스로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셈이다. 흡연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원도 자신 스스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것이고, 다른 동료들과 달리 혼자 점심을 먹으러 다니는 직원도 나름대로의 메시지들을 주변에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석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며, 그 의미가 어떻게 형성되는가 하는 것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은 무서운 것이고, 적극 관리해야 마땅한 주제다.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위해 인식해야 할 것은 앞에서도 이야기한 커뮤니케이션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밸런스’ 부분이다. 모든 수요와 공급은 상호간에 밸런스가 맞아야 관리된다 볼 수 있다. 직원들간에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회사는 적극적으로 그런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반대로 회사를 이끌어 가는 CEO가 원하는 커뮤니케이션 수요는 언제든 어떠한 일이 생기든 임원들과 직원들에 의해 충족되는 것이 맞다.

항상 문제는 이 커뮤니케이션 수요와 공급이 서로 맞지 않거나, 어느 한쪽이 부재할 때 발생한다. 따라서 많은 성공한 회사들은 대부분 오버 커뮤니케이션(over communication)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직원들과 회사간의 커뮤니케이션에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의 CEO들은 직원들에게 수백 번에서 수천 번 같은 말들을 반복한다. 이는 직원들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이것이 중요한 원칙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각인 시키기 위해서다. 커뮤니케이션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해당 메시지를 강조하는 기법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상하간에서도, CEO부터라도 ‘최대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위기 시 사내 커뮤니케이션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확보하는 것이다. 기업 내 모든 구성원들이 끈끈한 연대감을 가지게 되는 방법으로 이 ‘오버 커뮤니케이션(over communication)’은 매우 유용한 방식이다. 물론 모든 구성원들이 이와 관련한 하나의 공통된 인식을 지닐 때 실현과 관리 가능하다.

위기 시 모든 직원들은 이상과 같은 ‘관리’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 그래야 더욱 강한 조직이 되고, 목적을 위해 응집된 위기관리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다. 기업이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의 위기관리 실패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그들 중 대부분의 기업들은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이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수록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CEO 스스로 어렵다 생각할 때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자. 우리 회사가 어렵다 이야기 하기 전에 직원 스스로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힘쓰자. 위로부터 아래까지, 또 아래에서부터 위로, 내부에서 외부로, 그리고 외부에서 내부로 유통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일관되게 관리하고, 이를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자. 이 자체가 위기관리이며,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이상 증상이 발견되고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빨리 관리하자. 빨리 함께 같은 인식을 마련하고, 빨리 실천해 보자. 우리가 하는 이 관리된 실천 또한 밖에서는 하나의 ‘메시지’로 해석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지금까지 성공하는 회사의 ‘위기 관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3월 192012 Tagged with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가 문제

삼성은 휴대전화 관련 부서 직원의 건물 출입 기록을 요청받자, PC 교체작업을 수행한 직원의 이름을 삭제해 제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삼성은 외부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둔 사전 시나리오에 따라 조사를 방해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번 조사 방해 이후 ‘비상 상황 대응 관련 지침’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침에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바리케이드 설치 내용까지 담겼다. 공정위는 또 “삼성 내부적으로 비상 상황에 대응을 잘했다는 칭찬이 회의 중 나오기도 했다”고 공개했다. 삼성그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위기에 대한 정의(definition)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그 자체가 기업 스스로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 누가 해당 위기의 성공과 실패를 판정하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외부 이해관계자와 해당 기업이 함께 성공이라 판단하는 위기관리가 진정하게 성공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과 해당 기업이 각기 다른 위기에 대한 정의를 보유하고 있을 때 발생한다. 이런 현실에서 보면 이해관계자들과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공유된 평가체계를 가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해관계자들이 ‘문제 있다’ 평가하는 기업의 대응이 내부에서는 ‘잘했다’로 평가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라던가 기업의 사회성 등은 평가들은 상당부분 생략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기업들이 평시에는 이해관계자들과 공감하고 상호 배려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위기에 대한 정의(definition)과 성패기준을 지키는 것은 분명 문제라는 시각을 가지길 바란다. 그것이 성공하는 위기관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믿기를 바란다. 어쩔 수 없이 조직이라는 것이 그럴 수 밖에 더 있느냐 하는 합리화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조금만 더 그랬으면 한다…

3월 15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를 가장 먼저 확인하라!

안전委 주재관도 전혀 몰라… “은폐·축소 사례 더 있었을 것”
[고리 1호기 사고 은폐] ■ 허술한 보고 체계
당시 현장 직원 60명 이상… 은폐한 경위 여전히 의문
“숨기면 위에선 몰라” 대형 인재 불러올 수도 [한국일보]



한수원 관계자는 “(1호기에는)평소 300~400명이 작업을 하는데, 사고 당시 근무자들이 식사를 하고 교대하는 타임이어서
60~100명 가량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간부들이 은폐 결정을 내리면서 그 많은 직원들의 입 단속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사후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
한국일보]


조직별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definition)가 다르다는 점을 여기에서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예를들면 원전을 관리하는 조직에게 위기(crisis)란 외부에서 볼 때는 ‘이번 사고등과 같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 같아 보이지만 실제 이들에게 위기(crisis)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으로 정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라는 정의를 외부에서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를 관리 해결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해당 조직에게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가 공론화 되는 것을 막는 것’이 곧 그들이 생각하는 ‘위기관리’의 정의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정의의 문제는 일반 기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과도한 비용절감 정책에 따른 제품 품질의 하락’을 외부에서는 OO기업의 위기로 정의하는 반면, 실제 OO기업은 스스로 ‘나쁜 품질에 대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공론화’를 위기로 정의하는 경우다.

이에 따르면 OO기업의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는 ‘가능한 나쁜 품질에 대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공론화를 막아내고 최소화 시키는 것’이 된다. 기자에게 사정을 해서 기사화를 막고, 광고비를 지원해 기사를 빼고, 인맥을 동원해 정부규제기관의 조사를 무마하고, NGO들과 소비자들과 맞서 싸우면서 사건들을 모면하는 모든 활동들이 이 ‘정의(definition)’때문에 가능한 것이 된다. 이것이 문제다.

따라서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전에는 항상 조직 내부와 외부에서 합의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를 먼저 확인하고 규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정의에 따라 위기관리의 성패에 대한 정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위의 정의들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 관리조직이나 OO기업에게는 지금까지의 ‘은폐’가 곧 위기관리의 성공이었을 것이다. 이 부분이 무서운 것이다.


1월 17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깨진 유리창을 이전의 깨끗한 유리창으로 되돌리기?

언론을 통해 (최근에는 SNS나 소비자 방송 등을 통해) 회사 제품의 치명적 문제를 지적 받았다고 치자. 보도의 톤앤매너는 물론 제시 된 모든 조사결과들이 해당 제품의 생명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기업은 외부 전문가들과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런 질문의 밑단을 보면 종종 해당 기업은 ‘이런 상황에서 다시 예전의 소비자 인식과 환경으로 어떻게 다시 회귀할 수 있을까?’라는 이상적 니즈를 깔고 있는 경우들이 있다.

기업에게 전적으로나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는 위기에 있어 일단 발생한 위기는 ‘깨져버린 유리창’ 상황을 기업에게 선물한다. 쇼윈도와 같은 대형 유리창이 야구공 등의 강한 충격으로 구멍이 뚫리며 단박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일반 아파트 유리창이 작은 구슬 등에 의해 구멍이 뚫리면서 사방으로 금이 간 채 흉측한 모습을 띠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깨진 유리창을 먼저 상상하는 것이 ‘사후 위기관리’에 있어 의사결정자들이 공유해야 하는 하나의 상(像)이 아닐까 한다.

일단 유리창은 깨졌다. 금이 갔다. 비와 바람이 그 구멍으로 들어온다. 언제든 자칫 잘 못하면 와르르 무너져 위험하고 결국 창틀만 남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런 위태위태한 상황이 위기 직후 남겨지는 모습임을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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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안전필름‘이 부착된 채 깨진 유리의 모습]



이런 상황에서 사후 위기관리 옵션은 3가지로 나뉘겠다.

1. 깨진 유리창을 방치한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때마다 혹시 무너져 내릴까 조마조마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가끔 달려있던 유리 조각들이 방안으로 날아와 떨어질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견딜 수 있을 때까지 두고 본다. : 방치 전략, 노코멘트전략, 무시전략

2.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뚫린 구멍은 가능한 테잎으로 막고, 주변 금 간 부분들도 가로 세로로 테잎을 붙여 무너져 내리지 않게 유지한다. 일단 그렇게 겨울을 견뎌 본다. : 미봉책. 단편 대응. 모면. 로우 프로파일 전략.

3. 깨진 유리창의 유리를 새 유리로 갈아 끼운다. 세찬 비바람과 강풍에 유리창틀 마저 망가질까 두려워서다. 갈아 끼운 반짝이는 새로운 유리창으로 겨울을 난다. : 하이 프로파일 전략. 위기 후 개선.

이상의 옵션들 중 어떤 옵션을 선택하느냐 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요 변수들이 존재할 것이다. (상당히 비유적으로 묘사했다)

  • 집주인의 의중 (세입자의 컴플레인에도 절대 유리창을 갈아주지 않는 집주인들도 있다)
  • 실제 구멍의 크기와 주변에 금이 간 범위
  • 새 유리창 교환 비용
  • (유리 교체 시) 깨져버린 헌 유리조각들의 조치/폐기 어려움
  • 주변 환경 (바람이 세게 부는 태풍 시즌, 강추위, 세찬 장마 철)
  • 유리창을 바라보는 내부 구성원들의 심미감(審美感)


최근 발생한 모 기업 위기를 분석하면서 이 분들은 과연 앞으로 어떤 유리창을 가지게 될까 궁금해진다. 원래 그랬던 이전의 맑은 유리창으로 스스로 ‘뾰로롱~’ 돌아가 달라 모여 기도하는 중은 아니었으면 한다.


1월 102012 Tagged with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시에 철학의 일천함을 드러내는 기업

누가 봐도 성공한 가정이 하나 있다. 아빠는 사회에서 존경 받는 일을 하고 있고, 엄마 또한 주변에서 커뮤니티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신다. 아이들도 공부도 잘하고 누가 봐도 멋진 가족이다.

어느 날 이 집의 막내 아들이 같은 반 ‘혼혈’ 친구 하나에게 “더러운 튀기 새끼”라는 말을 했다고 알려졌다. 그런 심한 욕을 들은 아이와 아이의 부모도 그렇고, 담임선생님, 같은 반 아이들 전부가 이 아이의 욕설에 대해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당장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이 아이가 왜 이런 심한 욕설을 하게 되었으며, 이 아이의 아빠와 엄마는 이 아이의 행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이 성공한 가정의 아빠 엄마가 취할 수 있는 대응 옵션들은 다음과 같다.

[옵션1] 아빠와 엄마가 아이의 실수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에 맞서 싸운다. “겨우 일곱살 밖에 안된 아이가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난리들인가? 우리 가정의 성공에 대해 무슨 시기나 질투라도 하려는 것인가?”하며 싸운다.

[옵션2] 아빠와 엄마는 아이의 실수가 부끄러워 그냥 침묵한다. 이해관계자들을 피하고 숨어서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아이도 학교에 일정기간 보내지 않는다. 조용하게 여행을 간다.

[옵션3] 아빠와 엄마는 아이의 실수에 대해 인정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안하다 이야기하면서 “이 정도에서 마무리 짓자’한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와 그 부모에게도 전화해 ‘실수니까 이해해달라.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에게 ‘그냥 실수였을 뿐이야’ 말해준다.

[옵션4] 아빠와 엄마는 아이에게 엄격하게 잘못을 지적한다. “아빠와 엄마는 너희들에게 모든 친구들은 소중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가르쳤었다. 그런 가르침에도 이번에 네가 그런 잘못된 말을 해 친구에게 상처를 준 것은 정말 잘 못한 일이다. 아빠와 엄마는 네가 그런 실수를 다시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찾아가 사과하고,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게 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이야기한다. 아이에게 일정기간 벌을 주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는 것을 알리고, 재발방지를 다짐 한다.

이상의 어떤 옵션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첫 번째 중요한 단계다. 상황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기존에 우리가 가졌던 철학을 그 상황에 대입해보면 즉각적인 답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업의 철학을 직접적으로 위기상황에 투영하는 데에는 여러 용기와 철학에 대한 집착, 실천 의지, 내부 공감대 등의 변수들이 작용한다. 기업에서는 이런 고민의 과정을 내부 의사결정을 위한 과정이라 칭한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은 이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해당 기업이 어떤 확고한 의사결정을 내릴지를 예상하고, 기대할 뿐이다. 위 사례에서도 평소 성공적이고, 존경 받았던 책임 있는 가정으로서 위대한 아빠와 엄마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예측은 가능하다.

이해관계자들의 예측에 합당한 위기관리 옵션을 택한 가정은 해당 위기를 하나의 해프닝으로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고, 당황스러운 옵션을 택한 가정은 해당 위기로 가정 전체에 대한 명성의 가식과 철학의 일천함을 드러내는 재앙을 맡게 되는 것이다.

기업이나 기관의 위기가 해당 조직의 철학 수준에 대한 중요한 리트머스 기회가 된다는 이유가 바로 이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올바른 기업상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실수는 더 많아 져야 한다.

관련 케이스: ‘찢어진 눈의 여성’ 논란…파파존스 사과 “근무자 실수, 교훈 삼을 것”






 

1월 06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카운슬이 필요한 이유

기업에게 위기관리 카운슬이 필요한 이유에도 진화 단계가 존재했다. 십여 년 전 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원하는 위기관리 카운슬은 소위 ‘매체 모니터링과 기사 빼기’에 대한 의뢰가 대부분이었다. 국내 대기업은 강력한 홍보부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직접 기자들을 접촉 네고하고 기사의 수위를 조절하는 활동들에 익숙했었지만, 그 당시 중소기업이나 일부 국내 주재 글로벌 기업들은 그럴 역량이 부족했었다.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말 그대로 ‘카운슬’ 보다는 ‘실행’이었다.

지금은 기업들이 여러 부문에서 진화를 했다. 이제는 ‘기사를 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던가 ‘보도를 안 나가게 하는 방법’을 묻는 기업들을 거의 보기 힘들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그런 노력이나 접근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그 자체가 위기관리가 아니라는 생각들도 일반화 되었다.

이제 기업들이 외부 위기관리 카운슬을 고용해 지원을 요청하는 부분들은 주로 다음과 같다.

  • 위기 발생시 위기관리 실행에 대한 외부 모니터링/피드백
  • 위기 발생시 위기관리 위원회에 참석하여 전략 시나리오 개발에 인풋 및 조언
  • 통합적 위기관리 실행을 위한 내부 코디네이션 지원
  • 부서간 위기관리 활동 배분 프로세스 지원
  • 평소 위기요소 진단 작업에 대한 의뢰
  •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분석과 업그레이드
  • 실제 발생 예정인 위기에 대한 대응 준비 작업 및 협업
  • 실제 발생 예정인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분석 및 접근 전략 개발
  • 실제 발생 예정인 위기를 기반으로 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훈련 (미디어트레이닝 포함)
  • 평소 주요 위기요소를 시나리오화 하여 진행하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 위기 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모니터링 및 대응 설계, 조언
  •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위기관리 카운슬 (위기관리 위원회 및 CEO대상)


전반적으로 보아도 기업들이 많이 고민하고, 니즈에 있어 선진화가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최근 수년간 이렇게 빠르게 진화한 원인은 전반적으로 기업들간에 위기와 위기관리 라는 주제에 대한 관점들이 많이 선진화 되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서 기업들의 위기 사례들과 위기 발생 빈도, 수위들이 점차 확대 생산되고 있다는 점. 소셜미디어등의 뉴미디어를 통한 위기 발생의 혼돈성이 극대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겠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기업 환경에서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압력이 기업들에게 적정 수준이상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다. 기업들이 무서워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별반 존재하지 않는 다는 의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체계적인 위기관리를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상당히 진화한 기업들인 셈이다. 반면 ‘왜 우리가 위기관리에 투자를 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는 기업들도 아직 상당수 존재한다. 아직 이해관계자 관점과 그들로부터의 사회적 압력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기업들이다. 앞으로 소셜미디어 환경이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압력을 강화 시키는 쪽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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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2011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이해관계자들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분석하라

마케팅에서도 그렇고 홍보에서도 그렇지만 기업과 이해관계자가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메시지들이 이들에게 닿게 하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업 커뮤니케이터에게 이해관계자들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며, 중요한 일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이런 류의 이해관계자 미디어 소비 패턴에 대한 공부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기본적인 질문을 몇 개 던져보자는 거다.

“얼마 전 전국단위로 갑작스러운 정전이 되었을 때 당신은 그 상황에 대한 첫번째 정보를 어디에서 얻었습니까?”
“최초 상황과 관련된 정보 취득 이후 어디에서 세부적인 원인들과 여러 조치들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까?”
“해당 상황에 대해 종합적인 설명과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상황인식을 규정하게 영향을 준 곳은 어디입니까?”

최근 모 지인이 이야기해 준 상황과도 비슷한 이야기다. 그는 저녁 송년 모임에서 1차를 끝내고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 스크린 골프장을 찾았다고 한다. 김정일 사망이 발표된 당일이라 그 이야기를 하면서 스크린 골프를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크린 골프장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스마트 폰을 동시에 켜 트위터와 페이스북등을 체크했다고 한다. 무언가 일이 발생한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속보성(?) 매체를 소비한 경우다.

10년 전만 해도 동일한 상황에서 이들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그 공간에서 소비할 수 있는 미디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달라 졌다. 물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인구도 아직 많고, 소위 말하는 속보성 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인구들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위기 시에는 새로운 미디어 소비에 익숙하지 않은 인구들은 대부분 새로운 미디어 소비에 익숙한 인구들을 의지하게 된다. 그들이 전해 주는 구전 속보에 의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는 뉴스 수요의 격차에 관한 이야기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주목해야 하는 인사이트가 아닌가 한다.

단순하게 말해서 일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 관한 긍정적인 뉴스들에게는 그렇게 큰 관심도 없을뿐더러 미디어나 뉴스 소비에 있어 그리 적극적인 니즈를 품지 않기 마련이다. 위기시에는 조금 다른 상황이 된다. 훨씬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기업과 부정적인 상황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적극적으로 미디어와 뉴스 소비에 나서게 된다는 게 기업에게는 문제다.

기업이 왜 뉴스를 전하는 미디어보다 빨리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여기 있다.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게 직접 사실(facts)을 듣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프레임 된 설명(framed explanation)을 듣고 해당 상황을 규정해 버린다. 그래서 이전에는 해당 상황에 대한 미디어의 프레임에 기업의 보이스를 반영시키는 것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주업무였다. 극단적으로 우리 기업의 프레임을 그대로 투영하기 힘들다면, 프레임 속에서 우리 기업의 목소리가 균형적으로 자리잡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도래한 새로운 기회이자 위협은 이런 프레임을 정하는 미디어가 더욱 다양화 되었다는 부분이고, 기업 스스로가 통제가능 한 미디어를 가지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이런 환경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미디어 소비행태는 계속 변화해 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단순하게 빨라야 했던 예전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에 더해, 이제는 통합적으로 여러 창구를 통해 한가지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내부 체계가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기업 스스로 통제 가능한 기업 SNS를 위기 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전환(convert)시키는 체계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전처럼 위기 시 단순 언론 브리핑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은 이제 장례를 치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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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92011 Tagged with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에 대한 정의는 이해관계자가 내린다

기업이 생각하는 위기(Crisis)는 기업마다 그 유형이나 범위가 다른 법이다. 식품회사의 위기와 정유회사의 위기는 다른 게 맞다. 정보통신회사의 위기를 그대로 맥주회사에 적용할 수는 없다.

기업의 철학이나 문화를 기반으로 볼 때도 위기는 다양한 정의(definition)를 가진다. 어떤 식품 회사에게 ‘이물질이 들어간 식품’은 위기적인 요소가 아니다. 자사는 식스 시그마 수준을 넘는 제품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1억 개에 한두 개 정도의 이물질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으니 위기라 정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 어떤 식품 회사는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위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이런 류의 문제를 회사의 위기로 정의한다.

기업 내부에서도 위기를 정의하는 방향이나 관점이 다르다. CFO에게 위기를 물으면 Finance관련 문제들을 위기라 말한다. 마케팅 임원에게 위기를 물으면 광고관련 위기나, 프로모션 관련 위기, 브랜드의 중장기적 위기에 대해 설명한다. HR임원은 좋은 인력을 찾지 못하거나 그들이 자사에 입사하길 꺼리는 점을 위기로 정의한다. HR임원에게 생산 기술부문의 위기에 대해 설명하면 고개를 갸우뚱 한다. “그런 게 무슨 기업 전반의 위기죠? 그건 공장 담당자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CEO가 생각하는 위기의 모습과 입사한지 일년이 안된 직원이 보는 위기의 모습이 다르다.

기업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진행해야 하는 작업이 ‘위기 정의(Definition) 통합’ 작업이다. 우리에게 어떤 것이 위기들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를 모든 기업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다. 빌딩을 짓는 단계를 예로 들면 건물이 튼튼하게 서기 위해 지반을 다지는 과정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이 과정을 건너 뛰고 체계에 먼저 손을 댄다. ‘위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모든 기업 구성원들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또는 CEO나 오너께서 ‘위기’라 칭하시는 그 요소들만을 위기로 일방 정의해 체계 구축에 뛰어 든다. 당연히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들이 하나의 상황, 사건, 사고, 논란, 이슈를 가지고 “이것이 위기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볼 때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핵심이 하나 있다. ‘이것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은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지 않으면 위기도 존재할 수 없다. 물론 이해관계자들이 위기라 보지 않는 것을 기업 스스로 위기라 정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이것을 위기라 부른다면 기업은 무조건 위기로 정의하는 게 맞다.

고객이, 언론이, 소셜 공중들이, 정부가, NGO들이, 주주와 투자자들이, 그리고 심지어 내부 직원들이 ‘이것은 위기다’라 하는데 기업 오너나 CEO가 ‘이게 무슨 위기냐?’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공통된 원인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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