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실무자 조언

  • 무엇을 위기관리라 하시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 큰 문제가 발생되었는데요. 위기관리가 가능할까요? 위기관리 서비스 예산은 얼마나 되나요?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는 건가요? 계약하면 바로 위기관리를 시작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급해서 그렇습니다.”

    컨설턴트의 답변

    위 질문은 가상의 질문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상당히 흔한 질문 유형이죠. 질문 속 이 기업은 상당히 다급 해 보입니다. 갑작스럽게 예상 못했던 위기와 마주했고, 그런 위기를 관리해 본 경험이 없어서 외부의 조력을 구하고 있는 듯합니다.

    옛말에 아무리 급해도 말 앞에 수레를 놓지는 말라고 했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을 확인해 보시죠. 이를 위한 역질문은 “회사가 생각하는 위기관리(서비스)란 어떤 것인가?”입니다. 위기관리를 대응 입장문이나 보도자료를 개발 배포하는 것이라 정의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부정 기사들이 쏟아지는 데, 그 중 치명적 기사를 빼거나 수정하는 것으로 위기관리를 보는 기업도 있죠. 회사내 홍보, 기획 그리고 법무 부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대응 자문과 전략적 조언만 외부에서 얻는 것을 위기관리라 생각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천차만별이라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하지만, 일단 그것이 무엇이건, 과연 어떤 니즈가 확실하게 존재하는지를 내부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정한 회사만의 니즈를 가지고, 그에 대한 조력 제공이 필요한지 문의하는 것이 그 다음입니다. 해당 조력을 제공하는 회사 역량에 대한 비교도 그 이후에 가능해지죠. 그 다음 특정 조력 그룹을 정해 문의하고 대화 나누다 보면, 회사에서 원하는 위기관리(서비스)와 이를 통한 결과를 함께 윤곽 잡을 수 있게 됩니다. 그 후 인력과 예산을 정하고, 준비시간 포함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시기가 결정될 수 있게 됩니다.

    즉, 위기관리(서비스) 문의 이전에 회사 스스로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서비스에 대한 정의와 범위를 먼저 정하세요. 이 과정을 건너 뛰고는 사실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기업 스스로 정확한 정의 내림 없이는 외부 조력 그룹을 선별할 수도 없을 뿐 더러, 선정했다고 해도 위기관리를 위한다며 위기 속에서 새로운 위기를 추가시키는 꼴이 될 뿐입니다.

    문제는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는 아직도 위기 시 내부 니즈를 오롯이 바라보지 못한 채 외부 조력을 구하려 애쓴다는 것입니다. 그런 정의 내림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험이 없고, 정신이 없어서, 그런 공감대를 구성할 여유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윗분들이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하소연도 나오죠. 안타깝게도 이는 위기관리에 대한 평소 준비, 관심 그리고 내부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가 발생되면 위기관리만 하는데도 바쁩니다. 실시간 대응에도 온전히 신경 쓰는 것이 쉽지 않죠. 평소 없던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증폭되고, 급한 지시와 질타가 계속 하달되고, 의사결정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부서장들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을 만큼 각종 부름이나 미팅에 끌려 다니게 됩니다. 이런 극심한 혼돈과 혼란 상황에서 어떻게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서비스에 대한 정의와 범위를 정할 수 있는가? 하는 현실적 질문도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위기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제들이 위기관리의 성패를 나눈다는 것도 현실입니다. 선택의 문제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요즘 저희 회사로 인해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위에서는 상황 관리를 위해 계속 뭐든 해보라 하십니다. 사실 저희가 초기에 일단 공식 사과를 했고,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은 한 것 같은데요.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보라고 하시니 걱정입니다.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할 것이 남아 있다면, 그 상황은 최악의 위기는 아닌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무언가를 해서 상황이 (금세 또는 단기간에) 안정된다면, 그 또한 큰 위기는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전문가나 일반인들은 회사에게 사과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라, 진정성이 곧 해답이다,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면 성공한다 같은 조언을 합니다. 하지만, 경험상 그러한 사과, 진정성,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될 상황이라면 진짜 위기는 아닙니다.

    물론 규모나 파장이 작은 위기라도 분명 위기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말씀처럼 세상이 떠들썩 할 정도의 상황을 회사가 만들었다면, 그 경우에는 상당히 중대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그 같은 위기에는 효과적 답이나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과나 진정성, 신속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일부 부정성을 제거하거나, 위기 지속기간을 비교적 단축시키는 경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식적인 대응으로도 완전하게 관리되지 않는 것이 중대한 위기상황입니다.

    말 그대로 중대한 위기에는 백약이 무효하게 느껴 집니다. 이런 경우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 보다는,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지속되는 부정성 강한 비판 시각을 극복하기 위해 긍정적 홍보 주제를 개발해 활발히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한 부정적 상황에서 그 중심에 있는 회사의 갑작스러운 홍보성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의미와 느낌으로 공중에게 받아들여 질지를 예상해 보아야 합니다. 실행해서 효과가 없거나, 상황을 더욱 자극할 실행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요.

    수사기관 소환을 앞두고 있는 경영진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도 예를 들어 보시죠.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해당 경영진이 대대적으로 인터뷰를 해 자신에게 주어진 혐의를 공개 반박하면 어떻게 될까요? 사회적으로 제품 품질과 안전에 대해 비판받게 된 소비재 회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제품 할인행사와 기부활동을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부정 이슈에 휩싸인 회사가 무언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 회사 홍보실이 여러 기자들을 만나 광고협찬비를 직접 제시하며 청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언가는 해야 하니, 우리는 뭐든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는 실무그룹이 있다면?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제대로 할 수 있어야 중대한 위기와 적절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을 잠시 멈추는 것도, 중대한 위기 시에는 아주 효과적인 위기관리가 될 수 있습니다. 위기 시 무엇을 실행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보다, 하지 않아야 할 것을 가려서 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실행 방식입니다. 일단 전략적 방향성을 정확하게 세운 후 꼭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에 대한 분별을 기해 보시지요. 위기 시 뭐든 해보자는 종종 실패를 부르는 주문이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꼭 전략이 필요한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관리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저희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며 긴급을 다루는 위기관리에 진짜 전략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요? 또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얼마나 실행에 도움이 될지요? 위기관리에 전략이라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주 현실적인 주제로 진지하게 논의해 볼 만한 질문입니다. 실제 위기관리 실행을 수차례 경험 해 본 실무자들은 위기 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략을 세운다는 개념은 그 자체로는 훌륭한 것이지만, 위기관리 상황에 쉽게 적용 가능한 적절한 개념인지는 의문이라는 것이지요.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 발생 후 “위기관리를 위한 전략을 가져오라”는 경영진의 지시에 실무그룹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실시간 대응에도 벅찬 비상상황에서 ‘전략’을 가져오라는 요청이 버거운 것이지요. 실무진이 전략을 세우기 위해 진행해야 하는 입체적 상황분석, 유사 사례분석, 이해관계자 분석, 실행 가능성 분석, 효과 비교 분석, 각종 시나리오 분석 등의 제반 업무가 그렇게 긴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기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전략의 정의에 대해서는 평시 정확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을 필요는 있습니다. 과연 위기관리를 위한 전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단 위기관리 전략의 형태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위기 발생 이전에 유효한 위기관리 전략, 위기 발생 후 유효한 위기관리 전략,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기 이후 (위기관리가 끝난 후) 유효한 위기관리 전략이 그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명성 및 이미지 회복 전략이라고도 부르지요.

    우선 위기 발생 이전에 유효한 위기관리 전략은 위기 발생을 방지, 지연, 피해를 완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실행에 대한 목적과 의미가 중심이 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는 왜 사전에 위기관리 활동을 해야 하는가? 왜 하고 있는가?”에 대한 한두문장 정리된 개념이 사전적 전략이 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사만의 위기관리 철학과 원칙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다음 위기 발생 후 유효한 위기관리 전략이란, 발생된 위기 성격을 신속 정의하고, 그런 위기를 적극 관리해 이루어 내고 싶은 최종의 결과를 서술해 보는 것입니다. 흔히 예로 들지만 어떤 위기는 “(금번 위기로 인한 예상되는 피해에서) VIP를 보호한다”는 것이 핵심 전략일 수 있습니다. “브랜드 신뢰도 방어” “매출 피해 최소화” “계획된 M&A의 문제없는 진행” “시간지연과 정상화 병행 집중” 등이 주요 위기관리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 열차의 목적지를 함께 그려보는 것이지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컨설턴트가 제시하는 두꺼운 전략 팩과 그에 딸린 여러 조사와 논리 백업이 전략의 핵심은 아닙니다. 뚜렷한 위기관리 목적과 방향성을 사내에서 정확히 공유해 공감대를 이루고 위기를 관리하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열차를 타서 어느 역으로 향할 것인가를 정하는 작업이라고도 합니다. 이처럼 위기 시 위기관리 전략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고 아주 간단한 것입니다. 그걸 어렵게 생각해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니 전략 없이 위기관리를 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노코멘트 vs. 거짓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이번에 거짓말을 했다고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저희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습니다. 일종의 전략적 거짓말이라고 해야 할까요? 상황상 노코멘트를 해야 하다 보니 거짓말이 된 것뿐입니다. 노코멘트는 절대 하지 말라는 조언도 있었고요. 어떻게 보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황에 대한 정보가 더 충분하다면, 그에 맞는 좀더 나은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질문하신 내용으로만 보면, 기업 내부에서 노코멘트와 거짓말에 대한 개념을 약간 혼동하고 계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흔한 조언으로 “노코멘트를 하지 말라” “노코멘트는 곧 (죄를 인정하는) 코멘트다” 같은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노코멘트’란 위기, 이슈 발생 시 기업이 언론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침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황을 접한 언론이나 이해관계자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이 당연히 무언가 설명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고 기대하게 될 텐데, 그 시기에 기업이 아무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는 경우지요.

    그 경우 언론이나 이해관계자들은 ‘이상하다. 저 기업은 왜 아무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을까? 이유가 뭘까?’ 의심하게 됩니다. 실제로 그 기업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내부적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입 밖으로 꺼내지 말자는 포지션이 정해졌을 수도 있고요. 아니면, 현재의 상황은 자신들만 조용히 하면 흘러가서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침묵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그런 여러 의심을 받게 되는데, 그로 인한 추가적 혼란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노코멘트 보다는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노코멘트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질문에서 ‘노코멘트 해야 하지만 노코멘트 하는 것이 부담이 되어 차라리 거짓말을 했다’는 의미의 말씀하셨는데요. 노코멘트보다 사실 더 중대한 부정성을 지닌 것이 거짓말입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위기, 이슈관리 주체의 신뢰성과 관련된 것입니다. 신뢰 얻지 못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는 위기나 이슈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기업은 거짓말하지 않기 위해 차라리 노코멘트를 선택하곤 합니다. 노코멘트 하지 않으려 거짓말로 둘러 댔다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희귀한 것입니다.

    위기,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노코멘트는 대체적으로 ‘무능’을 의미합니다. 반면 거짓말은 ‘악함’을 의미합니다. 관련 비유 중 ‘바보와 악당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습니다. 책임이 중하고 민감한 상황에서 위기관리 주체는 스스로 바보로 포지셔닝 할 것인가 아니면 악당으로 포지셔닝 할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지요.

    그 경우 대부분 기업은 차라리 바보 포지션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노코멘트를 해서라도 거짓말을 피하고, 그냥 무능한 기업으로 보여서 라도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지요. 전략적 노코멘트라는 것은 있지만, 전략적 거짓말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거짓말은 해도 최악이고, 그렇게 평가받는 것도 최악입니다.

    관련 개념 · 노코멘트는 해도 되는가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매뉴얼로 위기가 관리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도 내부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여러 버전 다양하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매뉴얼이 실제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다양한 변수와 위기 특성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다른 기업들의 경우 위기관리 매뉴얼이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고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에 대한 논의 전에 먼저 위기관리 매뉴얼 개념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듯합니다. 대형 위기가 발생되면 흔히 여기저기에서 위기관리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조언이 나옵니다. 마치 매뉴얼만 있었으면 해당 위기가 제대로 관리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일부에서는 매뉴얼 같은 것도 없이 대응하니까 그 정도 밖에 대응 못 하는 거 아닌가 하며 비판의 근거로 매뉴얼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관리 체계에 있어 가장 기본적 정보와 대응 체계의 모습을 담고 있는 기록일 뿐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매뉴얼이 위기관리의 성공을 보장하거나 성공률을 높인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실제 현장에는 매뉴얼 없이도 위기대응에 상당부분 성공한 케이스들도 많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우선적으로 자사에게는 어떤 것이 위기인지, 위기관리란 어떤 것이라 생각하는지, 위기관리를 통해 지켜야 하는 중요한 가치들은 무엇인지로 시작됩니다. 자사에게 발생될 수 있는 위기의 유형을 정리해 놓고, 그 각 유형별로 어떤 부서가 어떤 프로세스로 발생을 방지,관리해야 하는지도 정리합니다. 다양한 유형의 발생가능 위기들을 관리하기 위한 사내외 조직도 정리해 놓습니다. 그 조직이 움직이기 위한 대응 프로세스도 꼼꼼하게 기록해 놓습니다. 그 외 위기대응에 필요한 많은 정보와 준비 체크 리스트들도 들어갑니다.

    기업마다 매뉴얼 형식이나 구성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뉴얼이 위기관리를 위해 필요한 체계적 사항을 완전하게 담고 있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오해는 이 이후부터 발생됩니다. 매뉴얼이 있으니 우리는 위기를 더욱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할 때부터 지요.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관리의 완성이 아니라 그저 기초이자 시작일 뿐입니다. 매뉴얼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책임과 역할 그리고 실행이 평시에 제대로 실천되고 있지 않다면, 위기 발생과 대응의 문제는 이전과 별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지속적인 매뉴얼 기반 교육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매뉴얼은 별 쓸모없는 기록물로만 남게 됩니다. 게다가 매뉴얼의 수명은 생각보다 훨씬 짧습니다. 소모적으로 보이는 노력과 투자가 연이어 져야 하기 때문에, 매뉴얼은 좀처럼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 채 사장됩니다. 경영진이 바뀌면 이런 쳇바퀴 노력은 반복됩니다. 위기관리 매뉴얼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으냐 없느냐가 아닙니다. 매뉴얼이 위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하는 상황을 예측해 주지도 못합니다. 시간과 여론의 압박 속에서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야 하는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매뉴얼을 정확하게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그 외 상황예측과 의사결정 등에 상당한 역랑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경험상 사실입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제대로 활용해 오는 기업은 위기관리에 그 만큼 관심과 투자가 많았던 것이고, 그에 따라 반복된 역랑을 소유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에 대한 스토아 철학자들의 조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10년 전, 필자가 스토아 철학을 처음 접했을 때는 그게 기업 위기관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다. 개인적으로 철학 공부를 한다고 펼쳐 든 책이 대부분 스토아 철학 책이었다. 2000년도 더 된 고대 그리스·로마의 철학이, 지금 이 순간 쏟아지는 언론 보도와 SNS 여론, 규제기관의 조사와 소비자 불매운동 앞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오히려 그 어떤 현대적 위기관리 이론보다 더 본질에 가깝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스토아 철학은 기원전 3세기, 철학자 제논이 아테네의 스토아 포이킬레라는 주랑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시작된 철학이다. 이 철학의 핵심은 단순하다. 세상에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며, 현명한 사람은 그 둘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통제 가능한 것에만 에너지를 집중한다는 것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으로 판단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덕스러운 행동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스토아 철학의 핵심이다.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크리시포스. 이들이 남긴 글과 사유는 지금도 경이로울 만큼 생생하게 살아있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필자가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장면이 있다. 위기가 터지면 경영진이 패닉 상태에 빠지고, 그 패닉이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며, 그 잘못된 결정이 위기를 더 키우는 악순환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의 조언만 제대로 따랐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가치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는 걸 보면서, 필자는 확신하게 됐다. 스토아 철학은 기업 위기관리의 가장 깊은 뿌리가 될 수 있다고.

    스토아 철학자들의 여덟 가지 조언을 세 단계로 나눠 살펴보자. 위기가 오기 전에 갖춰야 할 것들, 위기가 터진 순간부터 수습까지 지켜야 할 것들, 그리고 위기가 끝난 후에도 멈추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첫 번째 조언: 위기는 예고 없이 오지 않는다

    세네카는 이렇게 경고했다. 미래를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준비 없이 미래를 맞이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늘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상상하고 대비하는 프레메디타티오 말로룸(역경에 대한 사전 명상)을 강조했다.

    위기 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면 설마가 아니었던 경우가 태반이다. 내부 제보가 있었고, 현장 실무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고, 비슷한 사례가 경쟁사에서 먼저 터졌는데도 흘려보낸 경우. 위기의 전조는 대부분 존재했다. 다만 경영진이 불편해서, 바빠서, 설마 하는 마음에 외면했을 뿐이다. 세네카라면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당신은 가장 나쁜 상황을 충분히 상상해 보셨습니까? 그리고 그 상상에 대비해 오늘 무언가를 하셨습니까?

    두 번째 조언: 감정은 판단을 흐리고, 조직 전체를 흔든다

    스토아 철학의 체계를 완성한 크리시포스는 감정의 위험성에 대해 깊이 파고들었다. 분노, 공포, 과도한 낙관, 이 세 가지가 위기 상황에서 경영진의 판단을 가장 심각하게 왜곡한다고 했다. 그런데 크리시포스의 이 경고는 단순히 개인의 감정 절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리더의 감정 상태는 조직 전체로 즉각 전파된다는 점에서, 이것은 조직 차원의 위기관리 문제다.

    위기가 터진 다음 날 아침, CEO의 첫 마디는 30분 안에 조직 전체로 퍼진다. “우리 망하는 거 아니야?”라는 한마디가 떨어지면 오전이 지나기 전에 “위에서도 답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이 돌고, 대응팀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브리핑 도중 감정이 격해진 CEO가 내뱉은 한마디가 다음 날 헤드라인이 되고, 밤새 불안 속에서 내린 새벽 네 시의 결정이 오전에 번복되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한편으로는 밤새워 작성하고 법무 검토까지 마친 공식 입장문이 발표 직전 CEO의 감정 하나로 뒤집히는 일도 있다. “이 기자 예전부터 우리 회사 물어뜯으려 했잖아.” 그 순간부터 입장문에 공격적인 문장들이 추가됐고, 결국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감정을 느끼는 것과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흔들리더라도 판단과 행동만큼은 이성의 궤도 위에 올려놓는 것. 그것이 크리시포스가 말한 진정한 평온이며, 위기 앞에서 리더가 반드시 지켜야 할 전략적 자산이다. 그리고 이 평온은 위기가 터진 후에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위기 이전부터 꾸준히 단련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조언: 상황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판단이 문제다

    에픽테토스는 말했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다.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의 위기인데, 경영진이 “이건 회사 역사상 최악의 사태”라고 규정해 버리는 순간이 있다. 그 판단이 내려지면 실무자들은 우울한 시나리오만 보고하기 시작하고, 의사결정은 공포 위에서 이루어지며, 실제보다 훨씬 더 큰 위기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반대로 심각한 위기를 “이 정도는 곧 지나가겠지”라고 흘려버리는 경영진도 있다. 그 판단 역시 재앙의 씨앗이 된다. 위기 그 자체가 기업을 무너뜨리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위기에 대한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 기업을 무너뜨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네 번째 조언: 목적지 없는 배에는 어떤 바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그 다음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항구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될 수 없다.

    위기가 터지면 대응팀을 꾸리고, 긴급 회의를 열고, 보도자료를 쓰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우리가 이 위기를 통해 최종적으로 어디에 도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는 경영진은 생각보다 드물다. 목표가 없으니 전략도 없고, 오늘의 대응이 내일의 대응과 충돌하고, CEO 발언이 실무진 행동과 따로 논다. 위기관리의 출발점은 대응 속도가 아니라 대응 방향의 설정이다.

    다섯 번째 조언: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라

    방향을 바로잡았다면, 다음은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것들은 우리 안에 있고, 어떤 것들은 우리 밖에 있다.

    위기 대응 회의실에서 경영진의 시선은 온통 밖을 향해 있다. “저 기자가 왜 저렇게 쓰는 거야”, “경쟁사가 이 기회에 우리를 흔들려는 거 아니야”. 한 시간짜리 회의에서 우리가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10분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머지는 전부 통제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분노와 불안이다. 그러는 사이 골든타임은 조용히 흘러간다.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자기 회사가 무엇을 결정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다. 이 원칙 하나만 지켜도 위기 대응 회의의 질은 완전히 달라진다.

    여섯 번째 조언: 역할에 충실하라

    에픽테토스는 모든 사람은 삶이라는 연극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할에 충실한 것이 덕이라고 했다.

    CEO가 직접 기자들과 통화하며 배경을 설명하는 사이, 홍보팀은 그 내용을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된다. 법무팀은 “절대 인정하면 안 된다”는데 영업팀장은 고객사에 이미 사과 메일을 보낸 상태다. 재무팀이 보상 규모를 산정하기도 전에 홍보팀은 “신속히 보상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혼선들이 동시에 터지는 순간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진다.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초과하거나 회피하지 않는 것, 그것이 위기 대응 체계의 기본이다.

    일곱 번째 조언: 명성보다 행동이 먼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말했다. 좋은 평판을 얻으려 노력하지 말고, 평판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라.

    피해자 지원은 아직 검토 중인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가 먼저 나오고, 재발방지 시스템은 설계도 안 됐는데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이 앞선다. 처음 한두 번은 통할 수 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의 간극이 드러나는 순간, 신뢰는 위기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한다. 실질적인 피해 복구와 진정성 있는 사과, 구체적인 재발방지 조치. 이것이 선행되지 않은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반드시 역풍을 맞는다.

    여덟 번째 조언: 위기 이후의 개선 없이는 위기관리도 없다

    세네카는 말했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 그것이 철학의 목적이라고.

    위기가 수습되면 기업들은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간다. 대응팀은 해산되고, 모니터링은 종료되고, 임원들의 관심은 다음 분기 실적으로 이동한다. 위기에서 배워야 할 것들은 서랍 속 보고서 안에서 조용히 잠든다. 그렇게 2년, 3년이 지나면 비슷한 위기가 다시 터지고, 또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무엇이 취약했는지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시스템과 문화를 실제로 바꾸는 것, 그것이 위기관리의 진짜 완성이다. 세네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같은 위기에 두 번 무너지는 기업은, 첫 번째 위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기업이라고.

    스토아 철학자들의 이 조언들은 어느 한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00여 년간 동서양의 수많은 리더들이 이들의 사유에서 위기를 버텨낼 힘을 얻었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의 CEO들 중에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책상에 두고 읽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것이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위기관리 현장에서 일한 필자는 잘 알고 있다.

    한국의 기업 경영진들도 오늘부터 스토아 철학을 가까이하시기 바란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것에서 시작해, 조직의 위기 대응 역량을 한 차원 높이는 데까지, 스토아 철학은 분명 좋은 교사가 되어줄 것이다. 위기는 반드시 다시 온다. 그때 당신 곁에 에픽테토스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세네카가 있다면, 그 위기의 무게가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 일반 대중이 가지는 위기관리에 대한 오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언론사 기자들의 경우에도 특정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자기 나름의 취재를 기반으로 그 회사의 위기관리 방식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의견들의 대부분은 해당 기업 홍보실의 대응 방식이나 홍보실 핵심 인력에 대한 뒷담화, 혹은 대표나 일부 고위 임원으로부터 전해 들은 단편적인 내부 정보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누가 보아도 뻔한 해결책을 실행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은 많다. 전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비치는 기업도 꽤 보인다. 심지어 큰 위기가 발생했는데도 기자가 보기에 별로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더 혼나 봐야 한다”, “개념 없이 대행사만 보내서 기사에 대해 하소연만 하더라” 등등, 자신이 경험한 단편적인 경치를 감상하며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에 대해 사적인 감상평을 이야기하곤 한다.

    기업의 위기관리 현장 내부 깊숙이 접근해 본 경험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이 주로 가지는 기업과 위기관리에 대한 공통적인 오해를 몇 가지 꼽아 보려 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실제로는 내부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현실감 있게 그려 보고자 한다.

    위기인데도 기업은 듣지 않는다?

    기업에게 위기 시 리스닝 하라는 조언을 하는 분들이 많다. 공중과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잘 새겨들으면 거기에 위기관리의 해답이 있는데, 그걸 잘 못 한다고 핀잔을 준다. 일부 화 난 공중은 위기가 발생하니까 기업은 아예 입과 귀를 막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한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평시보다 수 십에서 수백 배 더 많이 보고 듣는다. 모니터링의 영역과 빈도를 급격하게 늘린다. 자사에 대한 부정 기사가 수백 개라 해도, 그 기사 하나하나를 밑줄 치며 읽으며 뉘앙스를 해석한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상에서 부유하는 엄청난 목소리들을 정리 분석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이해관계자와 영향력자들의 전화를 받으며 온도를 감지한다. 위기 시에 눈이나 귀를 막고 있는 기업은 없다.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차가 시속 100킬로 이상으로 달리고 있는데,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운전자를 상상할 수 있을까?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잘 모른다?

    언론을 보든, 국회에 나가 보든, 사회 전문가들의 주장을 찾아보든, 심지어 주부나 노인들이 써 놓은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봐도 해답이 뻔해 보이는데 기업만 해답을 모르는 것 같다. 해법을 찾지 못하니 계속해서 지지부진한 대응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직접 만나 그 회사 핵심 임원에게 조언했는데도 감감무소식인 상황을 보니, 답을 줘도 답인 줄 모르나?

    오히려 반대다.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은 그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아마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해답을 알아도 일반인들보다 훨씬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그 해답이라는 것을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가 해답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일한 해답이 아닐 수도 있으니, 다른 해답을 찾아보라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 즉, 그 최고의사결정자는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해답이 그냥 ‘싫은 것’이다. 그 뿐이다. 그 회사의 임직원들은 최고의사결정자가 좋아할 만한 또 다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위기관리에 ‘위’자도 모르는 것 같다?

    그 기업이 위기관리를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는 평가도 많다. 내부적으로 봐도 위기관리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고, 홍보실이나 핵심 임원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중구난방이니 아무래도 전문가가 필요할 것 같다. 갈피를 못 잡고 개념이 약해 보이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이 또한 오해다. 위기관리는 기업이 상당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어떻게 든 움직여 해결 방안을 만들려고 하는 아주 진지한 행위다.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기업은 더 많이, 다양하게, 그리고 자주 움직이며 위기관리를 수행한다. 수면 위에 고요히 떠 있는 백조처럼 보이지만, 그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방향을 튼다. 누군가 내부에서 중심(Anchoring)을 잡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누군가는 항상 존재한다. 그 누군가에 의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할 수 있는 대응을 불철주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이미 잘 알고 있다.

    해야 할 것은 안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한다?

    대대적으로 국민 앞에 나와서 사과하라는 여론이 많은데, 이상하게 그 회사는 언론사를 찾아다니며 광고 협찬 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이 그런 식으로 해결될 건 아닌 것 같은데, 그 회사 고위 임원들은 언론사 데스크를 연이어 만나며 사정한다. 국회에서도 밤을 새우며 많은 사람을 만난다. 변호사들과 규제기관 담당자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해야 할 건 안 하고 엉뚱한 짓을 하는 걸 보니 위기관리를 잘 못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나름대로 자신들의 조작적 정의에 기반한 위기관리 계획을 성실히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해야 할 일에 대한 정의는 그 위기를 바라보는 주체가 누구인 가에 따라 다양하게 나뉠 수 있다. 기업 측에서는 자신들이 현재 하고 있는 대응이 바로 해야 할 일이라고 굳게 믿는다. 일단 실행이 적극적으로 되고 있다면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지가 다분히 반영된 것이다. 그래서 기업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무엇이 해야 할 일이란 말인가? 단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고? 솔직히 실무자도 그런 대응을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믿고 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나 타겟에 대한 생각이 없나?

    그 기업의 위기관리를 보면 두서 없어 보인다. 주요 언론에서 다룬 부정보도에 대해서는 감내하면서, 온라인 소형 매체의 부정 기사에 대해서는 언중위에 제소하거나 기자 대상으로 내용증명을 보낸다. 여기저기에서 밀어내기나 물타기 방식으로 여론 희석을 시도하는데, 언론 기사는 계속 쏟아지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형국으로 보인다. 뭐가 중요하고 시급한지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아닌가?

    비슷한 현실이지만, 기업 내부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온라인 일부 매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은 내부에서 신중히 결정된 대응일 뿐이다. 여러 사후 효과를 기대하고 변호사들을 대거 투입해 봉쇄 활동을 하는 것뿐이다. 그 일 때문에 다른 대응을 못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밀어내기나 물타기가 별 효과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최고의사결정자 그룹이 매시간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모니터링하는데, 그분들의 눈에 조금이라도 덜 띈다면 그것 만으로도 성과는 있는 셈이다. 기업이 하는 모든 실행은 최고의사결정자에 의한, 그를 위한, 그의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기업은 그런 위기관리를 일관되게 수행하는 것이다.

    듣다 보니 무섭다. 수면 하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걸까?

    어떤 매체를 보니 열심히 그 회사를 취재하다가 갑자기 취재를 접었다. 부정 기사가 갑자기 사라지고, 주목받았던 폭로자도, 그가 올린 온라인 포스팅도 함께 사라졌다. 정치권도 갑자기 조용해졌다. 다른 이슈가 터져 주목을 덜 하는 건지 이제 별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대체 그 기업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걸까? 로비와 대관, 언론과 NGO 쪽에 막대한 예산을 쓴다더니 그 효과가 나타나는 걸까?

    뭐 그런 경우도 있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냥 상황이 그렇게 되어 버린 경우가 더 많다. 취재를 스스로 접은 매체에 대해 회사가 접촉조차 해본 적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냥 취재하다 보니 기삿거리가 안 되었을 수도 있다. 사라진 폭로자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자기 개인적인 어떤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 각종 대외 관계 관리 예산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니 이번 위기관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외부에서는 위기관리 하는 기업을 딱 두 가지로 보는 듯하다. 무능력자 또는 슈퍼맨. 즉, 기업의 실제 모습은 잘 모른 채 하는 단순한 감상평이라는 의미다.

    그럼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만 따르면 위기관리인가?

    앞에서 이야기한 실제 상황을 들어보면, 기업 구성원들은 모두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부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외부 조언이나 상황의 맥락, 타겟과 우선순위 전략이 어떠하든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과 선호가 그토록 중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위기관리 원칙이나 이론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현실 같다. 이론적으로는 리더의 결단과 철학, 원칙과 가치를 중심으로 위기를 해결하는 것을 지향하지만, 실무자들이 단순히 리더의 의중에만 따른다면 그것은 해결보다 미봉이나 모면에 그치지 않겠는가?

    맞다. 그러나 먼저 중요한 것은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과 선호다. 그것이 곧 그 기업의 실질적인 위기관리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 전략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그 위기관리는 절반 이상 성공한 셈이다. 물론 그 실행들이 적절한 효과까지 생산해 낸다면 더욱 성공적일 것이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결단을 내리며, 여론의 맥락을 읽는 정무 감각과 과감한 재발 방지 의지를 갖추고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조직적인 위기관리 체계와 최고의사결정자의 개인적 판단은 현실에서 서로 얽혀 있다. 우선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이 그대로 실행에 옮겨지는가, 그리고 그것이 이상적인 결과를 생산할 수 있는가는 조직 체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이상과 같은 생각들이 일반인들이 가지는 기업 위기관리에 대한 공통적인 오해들이다. 모든 기업은 위기관리를 한다. 물론 잘하는 것과 그냥 하는 것은 다른 의미이지만, 일단은 열심히 한다. 해법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 해법을 내부에서 수용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선호하는 해법을 찾았다면, 그 실행에 있어서 대부분의 기업은 최선을 다한다. 그 방식에 대해 외부에서 비판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대응의 실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운칠기삼이라고 하듯, 운이 좋아서 위기가 빨리 해결되는 기업도 꽤 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이 일관되게 반영된 위기관리에 최선을 다했다면, 해당 위기관리팀은 사후에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 외의 다른 평가나 비판은 현장 실무자들에게는 전혀 다른 주제다. 일단 임원과 직원들이 부정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 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성공인 셈이다.

    이처럼 이론적이고 당위적인 위기관리와 실제 현장의 위기관리는 다른 점이 많다. 정확하게는 ‘현실적인 부분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현실을 완전히 배제한다면 그 위에 형성되는 이론과 당위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반대로 이론과 당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닐 텐데, 현실만 강조하며 등을 돌리는 위기관리란 또 어떤 의미일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균형을 잡아 이루어 내야 좋은 위기관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 최선의 전략도 최고의사결정자를 이기지 못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항상 ‘전략’이라는 개념은 핵심 중 핵심으로 자주 언급된다. 언론에서도 “OO사의 위기관리 전략, 어떤 문제가 있었나?” 라던가 “OO사는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나?”라는 제목으로 위기관리 전략을 궁금 해 한다. 이는 업계 전문가들과 경쟁사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자사는 물론 경쟁사들에게 발생된 위기와 그에 대한 관리에 있어서 어떤 대응 전략을 구사하는 지에 대한 관심은 흔하다.

    문제는 그런 전략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가다. 위기관리 전략이라는 것을 해당 위기를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생산할 수 있도록 고안된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정의했을 때. 현장에서는 전략이 항상 그런 정의와 목적에 제대로 이바지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과연 좋은 전략과 나쁜 전략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떤 것이 좋은 전략이고 어떤 것이 나쁜 전략일까? 모두에게 좋은 전략이 일부에게 나쁜 전략이라면 그 전략은 어떻게 평가받아야 할까? 반대로 모두 또는 대부분에게 나쁜 전략이 일부에게는 좋은 전략이라면 그에 대한 평가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명실상부하게 훌륭한 전략이라면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번 글에서는 위기관리 전략의 현실적 문제와 최고경영자와 전략 간의 관계에 대하여 정리해 본다. 흔히 일반적 시각에서 전형적인 전략의 우수성이나 정당성, 당위성을 논하는 습관이 있는데, 현실에서는 얼마나 다른 상황이 펼쳐 지는지에 대한 위기관리 실무자들의 확실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략은 최고의사결정자의 생각

    어떻게 보면 이것이 결론이다. 전략을 흔히 전문가들이 어려 변수와 상황을 감안하고, 전례와 사례를 연구하고, 대응 옵션에 따른 결과들을 예상하여 종합적 대응의 방향성을 마련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현장에서의 전략은 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원래부터 경영분야 컨설턴트들은 기업 자문 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머릿속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 머릿속에 답이 있고, 컨설팅 방향과 결론이 들어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확실히 경험적인 인사이트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그런 경험적 인사이트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위기관리 전략 또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머릿속에 이미 존재한다. 만약 내외부에서 정리된 위기관리 전략이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과 다르다면. 이는 결코 전략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실행되지 않는다. 반대로 실행되는 전략의 모습 속에는 그 기업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이 반영되어 보여 진다. 즉, 일선 임원들이 위기관리를 잘 한다 잘 못 한다 하는 외부 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위기관리 전략은 곧 그 기업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 그대로 이기 때문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좋은 전략이 곧 좋은 전략

    당연한 이야기다.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싫어하고, 자신에게 부담이나 일부 해가 될 수도 있는 위기관리 전략이란 실행되기 어렵고, 그에 대한 의미를 내부적으로 부여 받기도 어렵다. 일부 임원들은 “이 상황에서는 이 쓴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고언을 할 때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이 전략이 그렇게 쓰기만 한 전략은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 때에만 해당 전략에 대한 선택이 가능하다.

    운이 좋아서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좋은 전략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도 좋은 전략이라면 문제없겠지만, 위기관리 전략에서 그러한 윈윈 전략은 흔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얼마나 현 위기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고, 이를 얼마나 중대한 위협으로 해석하는가에 따라서 ‘(수용 가능한) 좋은 전략’의 방향과 수위는 결정된다. 전문가와 임원들이 집중하는 부분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나쁜 전략은 또 다른 위기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싫어하거나 심지어 나쁘다 생각하는 전략을 억지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부 부정적으로 간주되는 실행을 하는 임원의 경우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만약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나쁜 전략이 현존하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고의사결정권자를 끝까지 설득해야 할까? 아니면, 회사를 위한 차원에서 일단 해당 전략을 실행해 버리고 결과를 입증해야 할까?

    대부분 기업들은 이런 경우 아무 전략도 실행하지 않는 실행을 선택한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싫어하는 전략은 곧 나쁜 전략이다. 실행해서는 안 되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그런 전략은 실행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유효 전략을 실행하지 않는 부작용을 일부라도 관리할 수 있는 노력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흔히 위기 시 전략 없이 기업이 몸으로 때우려 한다는 평가가 있다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절대 적절한 전략을 모르거나, 그런 전략을 실행할 역량이 없는 것이 아니다)

    성공 전략이라는 기준도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것

    위기관리가 성공했는가 실패했는가에 대한 평가에는 여러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겠지만, 위기관리 실무자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평가 기준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실질적 평가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일반인들도 있겠지만, 이는 아주 중요하고 당연한 현실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 구성원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나? 결국 위기관리 성패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판단과 평가에 따른다.

    따라서, 외부적으로 일부 또는 상당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위기관리라 해도, 내부적으로 최고의사결정권자께서 중립 또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이는 선방이라 정의할 수 있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험 있는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공감하지만,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어떻게 위기가 인식되어지고, 대응전략과 방식에 대한 어떤 공감대를 생성할 수 있는가, 그리고 사후 평가에 대해서도 긍정성 중심의 활발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어찌 보면 실무적 위기관리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좋은 전략이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외부 전문가들이 평가하듯 이랬어야 했다 또는 저랬어야 했다는 평가에 따라 좋은 전략이 이미 존재했던 것으로 느껴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게 홀로 독립적으로 세워져 있는 전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최고의사결정권자를 중심으로 수많은 변수와 의견들이 셀 수 없는 충돌과 갈등 그리고 융합을 일으키며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을 자극하여 결론화 된 것이 겨우 전략의 모습을 띌 뿐이다.

    그런 최초 전략도 상황이 변하고 시간이 지나고 최고의사결정권자 생각이 바뀜에 따라 다시 지속적으로 변화되고 변경된다. 원래부터 위기관리 전략에 일관성이나 목적성을 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마치 흘러가는 물 위에 글씨를 쓰듯 전략은 계속 변화하며 사라져 간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런 흐름과 사라짐이 만들어 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를 더 고민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쁜 전략이란 없다

    실패한 전략은 곧 나쁜 전략이었을까? 만약 실패했다 평가받는 전략이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생각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것이 제대로 실행되었고, 그래서 그런 결과를 얻게 되었다면? 그 전략은 내부적으로 ‘나쁜’ 또는 ‘실패한’ 전략이라 평가받을 수 있을까? 이는 매우 현실적인 주제다. 따라서 나쁘거나 실패한 전략이 정해져 있기 보다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평가만 있을 뿐이다.

    물론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중에 반하고, 전혀 이질감 있는 전략이 실행되었다면, 이는 분명 나쁜, 실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심지어 그 나쁜 전략으로 인해 외부적으로는 정상참작을 받거나, 일부 유효하게 평가받는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그 나쁜 전략이 좋은 전략으로 달리 평가받게 되는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많은 기업의 위기관리 임원들이 절대로 나쁜 전략과 좋은 전략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어떤 전략이든 유효하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허락하는 것이라면.

    핵심은 최고의사결정권자

    이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몇번을 반복해도 무리가 될 수는 없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이해와 의지가 곧 위기를 관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를 함께 하는 전문가나 담당 임원들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이해와 의지에 가능한 유효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 할 뿐이다. 초기부터 시종일관 어떻게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꾸준하게 관리해 합의된 전략으로 실행에 연결시킬 수 있을까가 위기관리팀의 핵심적인 관심 분야가 된다.

    따라서, 위기관리팀은 위기 시 외부의 환경과 반응을 제대로 분석해 신뢰 있는 의견을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 업데이트 하는 노력을 한다. 흔히 말하는 좋은 전략과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좋아하실 전략이 가능한 합치되도록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런 노력이 일부 또는 전부 실패하는 경우라면, 가능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중에 따른 전략 중 유효할 수 있는 실행에 보다 집중한다. 그 유효함을 판단하는 것은 순수한 전문성과 경험이다. 이러한 모든 노력을 통해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제대로 사후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상과 같은 전략에 대한 생각 그리고 현실에 대해 이미 다양한 경험을 가진 실무자들이 많을 것이다. 일부는 전략이라는 생각을 포기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른 일부는 이미 철저하게 시키는 대로 한다는 생각으로 태도를 바꾼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상황에서 핵심은 최고의사결정권자다.

    평시나 위기 시 그 핵심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위기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최고의사결정권자를 위해 언론에 대한 이해, 여론에 대한 이해, 정무감각에 대한 인식과 감각 강화, 여러 전문가들과의 교류와 상시적 커뮤니케이션 등이 꾸준히 이루어진다면, 보다 이상적인 위기관리 환경이 구축될 수 있다는 것도 상식이다.

    위기관리는 평시에 하는 것이라는 교훈이 이번 글 주제의 결론이다. 위기관리팀의 핵심이해관계자는 최고의사결정권자다. 평시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누구에게 집중되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 위기를 없앨 수 있을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알려진 바로 티벳에는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도 ‘걱정을 해서 위기가 없어지면 이세상에 위기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앞의 속담에서는 걱정해서 해결되지 않는 걱정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있는데 비해, 뒤의 해석에서는 걱정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좀더 강하게 담고 있는 것이 다르다.

    전문가들을 그에 따라 단순 걱정만 하지 말고, 필요한 대비와 개선을 하라는 조언을 한다. 철저하게 대비하면 위기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르다. 철저하게 대비한다고 해서 위기 자체가 사라지거나,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우리는 최대한의 대비를 통해 해당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계속 관리해 가고 있을 뿐이다.

    기업 경영진과 위기관리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위기관리 매뉴얼이 효과가 있을까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하면 효과가 있을까요?” “시뮬레이션은 효과가 있나요?”같은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의 실제 의미는 매뉴얼이나, 트레이닝, 시뮬레이션을 하면 위기가 미연에 사라지거나, 발생한 후에도 곧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로 해석된다.

    그에 대한 답은 물론 아니다 뿐이다. 이는 환자의 병을 고친다는 생각을 하는 의사와 병든 환자를 돌본다는 생각을 하는 의사의 경우와 같이 서로 다른 생각을 전제로 한다. 여기에서 병은 위기다. 그리고 하나의 상수(常數)로서 역할을 한다. 그 상수를 없애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의사는 치료되지 않거나, 병이 악화되는 환자를 계속해서 돌보는 것을 힘들어 하게 된다. 이내 의사라는 직업이나 역할에 대한 자괴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상수로서 자신은 병을 돌보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의사라면, 환자의 다양한 상황에서 보다 환자를 위한 치료와 배려에 계속해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자신의 업과 역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다. 위기관리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위기라는 상황을 사전과 사후에 다루는 (돌보는) 것이다. 발생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다루고 돌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정성껏 그 위기를 다루어 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많은 기업은 평시와 비상시 계속해서 위기를 다루고 돌보는 노력을 한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다루고 돌보는’ 관점에서 어떤 노력이 보다 위기관리에 효과적인지를 이야기해 본다. 공통적으로 기업이 생각하고 추진하는 위기관리 노력에 대한 오해나 습관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위기관리 매뉴얼은 따끈할 때만 의미 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몇 십년간 만들어 본 경험에 따르면 기업 위기관리 매뉴얼의 수명은 6개월을 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면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가 잡힌 것이라고 믿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수개월에 걸쳐 만들어 완성(?)하고 나면 그 직후부터는 날이 갈수록 구식이 되어 버린다. 매뉴얼에서 가장 중요한 ‘누가?’라는 섹션이 계속해 바뀌기 때문이다. 조직의 구성이나 편제도 바뀐다. 그에 더해 매뉴얼은 아무도 읽어 보지 않은 채 회사 캐비닛과 몇몇 직원의 하드드라이브 속에 숨는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의미나 가치를 가지려면, 기업 차원에서 계속해서 다루고 돌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위기관리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방치되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현장에서 작동될 수 없다. 현재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 최종 업데이트 일자를 한번 확인해 보자.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강의를 들어 위기관리 하는 기업 없다

    위기관리 강의를 정기적으로 자주 듣는 한 회사가 있다. 그렇게 고위 경영진이 정기적으로 유명한 전문가를 초청해 위기관리 강의를 듣는 데도, 회사에서 발생되는 위기는 끝이 없다. 계속해서 유사하거나 동일한 위기가 반복된다. 경영진이 강의를 그렇게 열심히 듣는데도 왜 똑 같은 위기는 반복  발생될까? 그에 더해 사후에도 위기를 잘 관리해 내는데 어려움을 느끼기까지 할까?

    강의를 듣고 위기관리를 하려는 생각이 문제다. 비행기 조종사가 강의만 듣고 비행기를 조종한다고 생각해 보자. 수영을 해서 바다를 건너가야 하는 사람이 강의만 듣고 깊은 물 속에 뛰어 든다고 생각해 보자. 학습은 학(學)과 습(習)이 합쳐진 말이다. 배움과 익힘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오히려 ‘습’ 부분이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 직원과 경영진의 위기관리 마인드 배양, 위기 의식 고취 등과 같은 목적을 내세우는 강의는 사실 적절한 ‘학’이라 보기도 어렵다.

    위기관리에 대한 학습이 의미나 가치를 가지려면 지속적으로 실질적인 구성원의 고민과 활동 그리고 의사결정과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그것도 한 번에 큰 돈을 써서 위기관리를 하겠다는 구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다루고 돌본다는 생각이 기반이 되는 꾸준한 익힘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팀 없으면 위기관리 없다

    위기관리 체계에서는 ‘누가?”라는 개념이 핵심 중 핵심이라고 했다. ‘누군가’ ‘누구든’ ‘모두가’ ‘아무나’ 등의 개념이 회사에 공유되어 있다면, 위기관리는 절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모든 개념은 ‘아무도’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에 더해 ‘위기관리팀’이라는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완화하고, 대비하고, 대응하고, 활동한다는 것일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백에 구십구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게 될 것이 뻔하다. 물론 모두가 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위기가 언제 발생될지도 모르는데, 상설조직을 보유하라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는 기업도 있다. 맞다. 위기관리 체계에서 조언하는 위기관리팀이란, 위기관리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는 부서별 담당자들과 그들 각각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의미다. 상설조직의 성격이라기 보다는, 위기 시 역할과 책임을 나누어 실행하기 위한 비상조직을 의미한다.

    어떤 형식이든 위기관리팀이 지정되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는 기업은 위기관리에 분명히 실패한다. 만약 위기관리팀이 구성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인 위기관리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실패한다. 그 위기관리팀 구성원이 계속해서 바뀜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업데이트 하지 않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다루고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시뮬레이션 해도 위기는 막지 못한다

    시뮬레이션의 전제는 해당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발생되지 않을 위기 유형을 놓고 시뮬레이션 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시뮬레이션이 위기의 발생 자체를 막거나, 사라지게 하는 효과는 있을 수 없다. 또한 예를 들어 고객정보유출 상황을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한 기업도, 그 직후 제품안전 관련 위기가 발생하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비한 많은 부분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결과를 얻는다. 위기 유형이 다르니, 대응 조직과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사전에 특정 위기를 대비한다는 전제로 시뮬레이션을 깊이 해 본 기업은 실제 그 위기가 발생하면 시뮬레이션 해 보지 않은 경우보다는 훨씬 더 잘 대응한다. 여러 상황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파악, 선제적 상황 이해, 돌발변수 분석, 커뮤니케이션 준비, 대응책에 대한 마련과 예산 산정 및 확보, 인력 편제 등등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조직 역량이다.

    핵심은 그러한 시뮬레이션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려면, 정기적이거나 다양한 위기유형을 전재로 한 시뮬레이션을 위기관리팀이 지속 경험하게 기업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계속해서 다루고 돌보는 노력에 대한 조언이다.

    트레이닝도 위기를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고,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일부 기업에서는 신임임원이나 대표를 위한 교양 차원의 트레이닝을 실시하기도 한다. 언론을 비롯한 이해관계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해 달라는 주문을 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트레이닝을 하자고 한다.

    그러나, 트레이닝은 말 그대로 ‘훈련’이다. ‘훈련’은 항상 피훈련자의 적절한 고통과 인내를 필수로 한다. 훈련이 재미있고, 간단하기만 하면 그것은 제대로 된 훈련이 아닐 수 있다. 그에 더해 훈련은 최악과 돌발적인 여러 상황을 전제로 하고, 그에 대한 실질 대응을 학습하는 것이다. 그 부분이 단순 강의와 훈련이 다른 점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훈련이라면, 우리 회사에 대한 다양한 문제 그리고 대비 차원의 깊은 고민을 함께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실적 논의와 대응 방식을 고민하는 ‘활동’이 뒤 따라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트레이닝은 위기를 방지할 수 없다. 단,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훈련된 경영진은 훈련되지 않은 경영진과는 매우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우선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다.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이고 의사결정 해 내려 노력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제하려 하고, 메시지를 다듬는데 익숙해져 있다. 상황을 보는 눈이 다르고, 위기관리에 있어 목적과 목표를 배분하는 프로세스를 차근차근 밟는다. 이는 계속해서 다루고 돌보아야만 이를 수 있는 역량인 것은 확실하다.

    위기를 없애려 하는 기업이 실패한다

    이 세상에 단박으로 해결되어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 문제란 없다. 집이나 사무실에 생긴 단순한 벌레도 단박에 영원히 사라져 버리지는 않는다. 위기는 없애려 해서는 관리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위기는 마치 죽음과 같이 언젠가는 온다는 생각을 하며, 그 때를 준비하고 기다리라는 조언은 상식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에서는 그렇게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현실적이지 않다며 반론 한다. 수십년에 한번 발생될까 말까 하는 위기를 설정해 계속 대비하며 시간, 인력,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교과서에서나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 한다. 기업이 돈을 벌어야지, 계속 위기관리만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은 물론이고, 위기관리 매뉴얼에도 그렇게 장기간의 돌봄은 불가능하다고도 한다. 그래서 한 번 이런 것이라는 경험 정도만 제공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조직적인 입장에서, 그리고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되는 이야기들이다. 그것이 회사의 현실일 수 있다.

    그러나, 딱 한가지는 기억해야 한다. 그런 생각들이 바로 위기를 없애려 하는 생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마음속에서 위기라는 생각 자체를 없애고(잊고) 싶어하는 것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돌보고 다루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우리 회사의 현실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타협은 위기를 조직내에서 잊히게 만들고, 그런 상태만 일정기간 지속되면 위기는 사라지지 않고 되레 찾아오고 만다. 지속적으로 돌보고 다루는 것은 숙제를 제때 한다는 의미다. 엄청나게 밀린 숙제는 언젠가는 복수를 한다. 무서운 말이지만, 실제 현실에 대한 말이기도 하다.

  • 전략적인 타운홀 미팅을 위한 조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수년간 기업 고위 임원들과 이슈관리 워크샵을 할 때 가장 많은 공통 질문은 ‘타운홀 미팅’과 관련한 것이다.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되어버린 ‘타운홀 미팅’에 관련된 고위임원들의 계속된 불안함과 고민을 반영하는 듯하다.

    사실 대부분의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그렇듯, 내부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도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의 상황과 목적에 따라 그때 그때 해답을 찾아 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 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기업의 고위임원들이 ‘타운홀 미팅’에 대해 질문하는 공통 주제들을 정리해 본다. 그와 관련하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이 조언하는 해답을 참고하면 좋겠다. 어떤 질문들이 있을까?
    준비하고 연습하면 자연스럽지 않던데?


    상당히 높은 빈도로 제기되는 질문이다. 준비와 연습이 선행되면 실행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선입견이 질문의 기반이다. 얼핏 들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주장이지만, 실제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는 많은 기업 고위 임원들은 준비와 연습을 한다. 단, 그 준비와 연습이 어떤 형태와 분야에 대한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기업에서는 대표가 타운홀 미팅을 할 때 입을 복장,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을 준비하는데 많은 노력을 한다. 연습부분에서도 대표께서 연출하셔야 할 손짓과 눈동자 방향 그리고 보이스의 톤에 주로 집중하기도 한다. 반복적인 준비와 연습을 통해 마치 TV 아나운서나 예능 진행자 같은 전문적인 느낌을 주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된 대표께서는 두껍게 한 얼굴화장과 미끈거리는 립 그로즈로 표정이 굳는다. 평소에 즐겨 입지 않는 복장 때문에 자꾸 전신을 거울에 비춰보며 어색 해 한다. 아무리 발성 연습을 하고 손짓을 반복해 보아도 뻣뻣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경험 때문에 고위 임원들께서는 준비와 연습이 오히려 타운홀 실행을 부자연스럽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듯하다. 하지만, 결론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준비와 연습만이 실행을 자연스럽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준비와 연습을 하지 않았을 때 더욱 부자연스러워지고, 문제발생의 가능성은 극대화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과 같은 준비와 연습을 주제를 바꾸는 것이 해법이다. 주된 준비와 연습 주제는 대표가 전달할 ‘메시지’다. 메시지에 대한 연구와 고민에 절반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보자.


    우리를 웃고 울리는 인기 드라마들의 경우에도 모든 장면과 대사, 표정은 배우와 연출자의 준비와 연습의 결과물이다. 누구도 그것을 보고 부자연스럽고 불편하다는 느낌을 가지지는 않는다. 그들이 프로라서 그렇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한 준비와 연습이 없다면 프로도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자. 아마추어인 기업 경영진은 얼마나 더 준비하고 연습해야 할지도.


    답변을 미리 준비하면 알맹이가 없다고 하던데?
    일부 임원께서는 회사에서 타운홀 미팅을 위해 직원들에게 질문을 미리 받는 것도 나중에 불만이 되더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직원들이 미리 질문을 회사에 제출하면, 그에 따라 정해진 답을 마련해 오리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후 실제로 대표께서 뻔한 답변을 하시면, 그런 예상이 맞았다면서 불만을 제기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하는 타운홀 미팅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이런 논란에서의 해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기존 실행과는 반대로 아무 질문도 예상하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질문을 받아 순간적으로 마련된 답변을 내 놓는 것이 해법일 수 있을까? 답변에 있어서도 뻔해 보이기 보다는 무언가 허심탄회 하게 꾸밈이나 숨김없이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해법이 될까? 다 좋다면, 그로 인해 발생되는 부작용이나 사후 문제에 대한 우려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후폭풍이 기존과 같은 직원들의 불만 보다 경미한 것일까?


    여기에서의 해법이라면, 타운홀 미팅을 위한 질문을 받기 보다는, 평소 직원들의 대화를 모니터링하며, 그들의 주된 관심사와 바램을 연구하는 것일 수 있다. 가정에서 자녀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이벤트를 위한 갑작스러운 질문 제출은 당연히 불만이나 불편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평소 제대로 자녀를 관찰해 왔고, 그들의 관심사를 이해하고 있었다면, 예상되는 질문에도 익숙해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렇다면 뻔한 답변에 대한 해법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답변에 있어 부차적 표현이나 사례 또는 근거들은 사전에 대표와 그 주변 임원 여럿이 리뷰해 정리하면 되겠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핵심메시지는 항상 좀더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맞다. 답변에 있어 핵심은 무엇이 핵심 메시지인가 하는 것이다. 그 핵심메시지가 어떻게 고안되었고, 얼마만큼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성패가 갈린다. 정성껏 고안된 핵심메시지를 전적으로 지원하는 그 외 내용이라면 어떤 것도 좋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이다.


    돌발 질문에 어물쩍 넘어가는 것도 지적을 하던데?
    이 질문의 배경도 이해는 간다. 미리 준비된 질문에는 답변을 잘 하시던 대표께서, 돌발적인 질문을 하니까 바로 입을 닫거나, 제대로 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시는 모습이 직원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느 정도라도 방지할 수 있는 해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즉문(卽問)에 즉답(卽答)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일단 버리는 것이 좋다. 즉문 중에서도 중요한 핵심메시지와 관련된 주제의 질문이라면, 기존 핵심메시지의 연결선상에서 답변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 외에 대표께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딱히 핵심메시지가 떠오르지 않거나, 연결이 되지 않는 분야의 질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 컨설턴트들은 그 질문을 한번 더 반복 언급하면서, 대표 자신께서 이해하신 내용이 맞는지를 반대로 질문해 보라는 조언을 한다. 그런 이해가 질문자의 질문 내용과 일치한다면, 그에 대한 답변은 다음 타운홀 때 꼭 말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주제의 질문을 받고, 그것을 대표께서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면 충분하다. 그 후 그 질문에 대해 대표께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답을 마련해서 ‘꼭’ 다음번에 답변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즉문에 즉답만이 답은 아니다. 이해와 의지의 표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안전하기도 하고.


    직원들의 실시간 피드백과 사후 평가가 신경 쓰이는데?
    이 또한 현실이다. 익명 댓글이 주가 되는 경우라면 그 파장은 더욱 더 크다. 대표께서 진행하는 타운홀 미팅을 보며 예의 없는 댓글을 다는 직원들과 댓글로 말싸움을 하게 된 한 고위임원의 이야기도 유명하다. 고위임원을 말단 직원이 부적절한 호칭으로 함부로 댓글에 언급해 설화를 만든 경우도 있으니 이해가 간다.


    여기에서 이런 감정의 발화와 충돌 해소를 위해서는 어떤 해법이 있을까? 우선의 해법은 ‘해소’에 있다기 보다는 ‘방지’ ‘최소화’에 있다고 보아야 하겠다. 타운홀 미팅을 왜 진행하는 가? 왜 우리가 함께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타운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사내의 공감대 정립 노력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일부 직원이라도 왜 우리가 타운홀 미팅이라는 것에 참석해야 하는지, 대표의 이야기를 왜 듣고 있어야 하는지, 그걸 통해 무얼 하자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회사측에서는 당연하게 직원들도 타운홀 미팅에 대한 목적과 의미를 잘 알고 있겠지 상상만 해서는 곤란하다. 함께 허심탄회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자는 것이니 편하게 참석하라는 지시도 문제가 많은 것이다.


    이런 경우 직원들의 부정적이거나 정련 되지 않는 피드백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여타 직원들은 그런 피드백을 보면서 이내 피로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타운홀 미팅의 무용론이 나오게 될 것이고. 모두에게 외면 받는 그 커뮤니케이션 노력은 부정적인 기억의 해프닝으로 사라질 것이다.


    다른 기업들은 어때요?
    신경 쓰이고 고민할거리가 많은 타운홀 미팅을 다른 기업들도 자주 하는지 질문하는 경우도 많다. 자주한다면 어떻게 하며 얼마나 자주하는지도 궁금해한다. 일부 고위임원은 타운홀 미팅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진행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하곤 한다. 마음속으로는 가능하다면 타운홀 미팅을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바램도 깔려 있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언제부터 인가 구두 커뮤니케이션과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주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상매체가 발전하고, 각종 예능과 대담프로가 인기를 끌면서 그런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관심을 두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와 함께 미국 등 글로벌 기업 내부에서 창업자가 직접 나서 프리젠테이션 하고, 질의응답을 해 내는 모습을 보고 그에 대한 부러움이 생긴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했듯,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기업 스스로 적절한 방식과 수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언젠가부터 대표들이 검정 티와 청바지를 입고,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볼에 붙이고 타운홀 미팅 무대에 오르곤 했다. 직원들에게 혜택인 무료 점심과 저녁을 제공한다고 해서 미국의 대형 IT 업체 사내 식당을 벤치마킹해 자사에 구현하기도 했다. 자유롭게 재택을 기본으로 하는 기업도 나타나기도 했고, 자신의 업무 공간을 개인적으로 선택하게 한 기업도 여럿 있었다. 여기에서 핵심은 우리 회사와 직원들에게 그것이 적절하며, 그를 통해 유효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가 하는 고민이다. 그런 고민과 논의가 없으면 종종 이전의 노력이 한번의 리츄얼, 이벤트, 깜작쇼, 홍보성 실행으로 남거나 사라져 버리곤 했다는 것을 기억해 보자.


    어느 나라이건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가장 기본은 서면으로 된 커뮤니케이션이다. 그것이 레터 형식을 가지던, 포스팅 형식을 띄던, 자유로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서면, 활자 커뮤니케이션이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근간이 된다. 구두와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은 기반이 되는 서면, 활자 커뮤니케이션을 보조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방식으로 고민되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A or B or C라는 개념은 유효하지 않다. 전략적인 기업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은 A and B and C를 지향한다.


    기업별로 기존 타운홀 미팅의 형식과 반응 그리고 효과를 전반적으로 평가해 보고, 그 진행 방식과 횟수, 빈도를 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과 경쟁사들이 타운홀 미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환경에서, 우리만 그 흐름에 역행하면 되겠는가 하는 우려와 현실적 고민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서면, 활자 커뮤니케이션에 근간을 두는 것이 타운홀 커뮤니케이션 압력을 관리할 수 있는 유효한 해법이라는 것은 꼭 기억하자.


    이상의 질문들이 기업 고위 임원들의 대략적인 고민 주제들이다. 사업분야에 몰두하기도 바쁘고 여유가 없는데, 내부 커뮤니케이션 목적 때문에 타운홀 미팅 같은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준비와 연습 그리고 고통을 받는 것에 대한 고민은 이미 흔해 졌다.


    그 누구도 그에 대해 정답을 제시해 주지 않을 뿐더러, 현재 상황에서는 누구도 먼저 타운홀 미팅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개진하지도 않는 환경 때문에 더욱 더 답답함을 느끼는 듯 하다.


    중요한 것은 해답이다. 해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공감대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 준비와 연습의 주제를 바꾸어 실질적 고민과 노력을 기해보는 경험, 생각을 나누고, 바꿔보고, 신뢰를 만들어 가는 성과 등에 좀더 관심을 가져 보자. 그런 관심과 고민 속에서 나름 나름의 해답을 마련해 보자. 그런 노력을 우리 홀로만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도 이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