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가 어떤 상황을 보고 평할 때 “상식적이다” 또는 “상식적이지 않다” 하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표현은 위기관리를 평가하는 단계에서도 종종 쓰이는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평가하는 사람 대부분이 특정 위기관리 행태를 보고 위기관리 주체가 그 상황에서 그렇게 대응하는 것에 대해 별 특이한 점을 느끼지 못한다면 보통 ‘상식적이다’는 표현을 쓴다. 적절한 싯점에 기업 대표가 앞으로 나와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상식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문제를 발생시킨 책임이 있는 기업이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하는 것을 볼 때도 우리는 ‘상식적’이라 생각한다. 별 다른 이상한 점이 없다는 표현이다.
반면 문제의 기업 대표가 나와 사과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싯점인데도 아무런 반응이나 움직임이 없으면 우리는 ‘비상식적이다’라 이야기한다. 대응방식이 특이하기 때문에 어떤 내부 문제가 있을까 더욱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다른 경우에는 대부분 사과광고를 했는 데, 이번 경우에는 전혀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많은 사람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비상식적’이라 궁금해한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상식적이다. 비상식적이다. 이 두 상반된 표현만 보고서는 어떤 것이 좋은 것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것이다라는 기준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상하지 않다와 이상하다라는 기준만 있을 뿐이다. 물론 위기관리는 공중의 상식 바탕위에서 기업이 그 때 그 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상식적이다는 평가가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에게 그리 나쁜 평가는 아닐 것이다.
그런 일반적 생각을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들을 몇개 정리해 본다. 현장에서 같이 위기를 관리하면서도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속내를 전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시에는 갸우뚱 했던 ‘비상식적’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들이다. (해당 위기관리가 성공이다 실패다 하는 평가보다는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기준으로 구경 해 보자)
- 위기관리 위원회를 방치하는 전략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도 나왔고, 대대적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경찰이 초기부터 개입했고, 여러 관계기관이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해 투입되기 시작했다. 외부에서는 빨리 해당 기업의 책임 있는 대표가 사고 원인과 책임에 대해 설명해 주기 바랬다.
또한 사망자 가족과 동료들이 회사측에 자세한 사고 설명을 요구하고, 장례식을 포함한 보상 대책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기 원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에서는 아무런 외부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사고 직후 일부 기자들을 불러 모아 고개 숙이는 사과 기자회견을 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의미 있는 답변조차 내 놓지 못했다. 사망자 가족들은 울분을 터뜨리며 회사의 안이한 대처를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유가족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보도하며 회사에 대한 부정기사들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비판 여론이 발생해 해당 기업에 대해 정부의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요구들이 끓어 넘치기 시작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하나 같이 왜 해당 기업이 그렇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을 한다.
정부의 조사가 진행되는 한달여 기간이 지났다. 그간 해당 기업의 대표이사를 비롯한 위기관리팀은 사회적 공적이 되었다. 무능하고, 안일하고, 우왕좌왕하며, 아무런 힘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표이사와 위기관리팀은 실제로 어떤 의사결정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기업 오너와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에게 대응 잘하라 하는 지시만 내려 보냈을 뿐 그 외 실질적인 위기대응 방식에 대한 결재를 해 주지 않았다. 당연히 사과광고나 사망자 보상이나 그 외 여러 위기관리 대책들이 입안과정에서 머무르며 진행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사회적 공분만 생성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러던 중 언론의 대대적 최후 반격이 시작되었다. 대표이사 윗선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날 직후 기업 오너와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를 신속히 경질하고 주요 위기관리팀 멤버들을 교체했다. 전투 중 장수를 바꾸지 말라는 상식을 뒤엎은 결정이었다.
오너와 이사회에서는 신임 대표이사에게 이전의 무능했던 위기관리를 답습 말고, 신속하게 위기를 마무리 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미 정부의 조사결과도 나왔고, 회사의 책임 부분도 이전보다 명확 해졌다. 사망자 유가족들도 이미 지쳐 있었고, 협상은 전문적 일선 팀에서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새롭게 출발한 대표이사의 위기관리팀은 바로 사과광고를 내고 유가족과의 협상 타결을 공지했다. 이전에 얼굴도 비추지 않았던 대표이사와 위기관리팀을 원망하던 유가족들은 바로 유가족을 찾아와 협상을 마무리한 새 대표이사에게 감사했다. 결국 이 회사는 유동적 상황을 참고 견디다가 위기관리팀을 교체해 새롭게 어프로치 하는 비상식적인 전략을 구현했다. 내부적으로는 경질해야 했던 대표이사를 위기를 빌어 정리하고 몇몇 핵심인사에게도 책임을 물었다는 소득(?)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모든 것이 계획에 의한 비상식적 전략이었다.
- 대변인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전략
이 회사에서는 평소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이 입을 모아 이렇게 이야기했다. “홍보실에 정보를 주면 어느 새 언론에서 알아 버려 위험합니다. 홍보실에서는 자신들이 흘린 정보가 아니라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의심이 갑니다. 그래서 홍보실에게는 아무런 중요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보가 흘러 나가지 않게 됩니다.” 이에 대해 홍보실은 하상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번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그랬다. 홍보실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기자들이 여기저기에서 연락 해 와 이번 위기에 대해 처음 인지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해 보고 어떻게 된 것인지 입장을 정리해 알려 주겠다 하며 전화를 끊은 홍보실장이 대표이사에게 문의했다.
대표이사는 “그게 좀 그렇게 되었다”는 식의 답변 뿐이다. 급한 홍보실장이 여러 논란에 대해 질문 하자 대표이사는 마케팅 실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라 한다. 홍보실장이 마케팅 실장과 다른 연관 부서장에게 미팅을 요청했다. 그런데 대부분이 신속한 미팅은 일정상 어렵다는 반응이다. 유선상으로 관련 문제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했지만, 다들 주저하면서 대표이사와 같이 미팅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기자들은 계속 회사의 공식입장을 내라 재촉한다. 몇몇 부서장에게 하소연했지만 그 부서장들은 “홍보실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 아닌가?” 또는 “그러라고 홍보실이 있는 건데 뭘…” 이런 반응이다. 결국 마감 때까지 아무런 입장도 언론에 전달하지 못했다. 당연히 극단적이고 부정적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은 그래도 세부 정보들이 언론에 흘러 들어가지 않은 게 그중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세한 정보를 홍보실에 모두 공유했었다 면 아마 보도와 기사가 더욱 더 풍성 해졌을 것이라 상상하는 것이다. 어차피 부정기사는 다른 부정기사가 밀어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경영진들이기 때문에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준다 보고 있다.
여러 후속기사들이 나오면서 상황이 좀더 악화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정치권에서 큰 스캔들이 터졌다. 점차 언론의 관심 밖으로 회사의 위기가 멀어 지기 시작했다. 홍보실은 위기발생 직후부터 아무런 정보도 메시지도 정리하지 못했다. 이윽고 위기에 대한 주목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경영진은 자신의 전략이 맞았다고 이야기하며 홍보실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 이야기했다. 홍보실을 통해 정확한 정보와 입장을 정리해 전달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상식을 이 회사는 의심했던 것이다.
- VIP가 절대 나타나지 않는 전략
다른 회사 VIP들은 PI라는 계획까지 세워가면서 언론홍보와 온라인 홍보를 하고 있는데, 왜 우리 회사는 그렇게 VIP를 띄우지 않느냐 내부적으로 의아해하는 임원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VIP를 공개적으로 띄워보았 자 뭐 좋을 게 있느냐 면서 차라리 은둔의 경영자라는 말을 즐기시라 조언 하기도 했다.
출입기자들은 물론 거의 아무도 VIP의 실제 얼굴을 본적이 없다. 스냅사진으로 흐릿하게 찍힌 사진이 유일하게 언론에서 가지고 있는 사진이다. 가끔 회사에 대해 좋은 기사가 나왔을 때에도 VIP 사진이 없어 언론에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불평이 들린다.
홍보실에서는 비서실에게 릴리즈 가능한 VIP 증명사진 파일을 좀 공유 해 줄 수 있느냐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기자들에게는 VIP께서 언론을 통해 실속없이 홍보되는 것을 꺼려 하신다. 워낙 겸손하셔서 언론에 나서시는 것을 사양하신다는 논리로 양해를 구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VIP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했다. 많은 언론이 VIP와 관련된 이슈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기사와 보도에 사용할 수 있는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사에 싣기에는 선명도나 형식이 어울리지 않았다. 홍보실에게 사진자료를 달라는 요청이 언론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왔지만 평소에도 없던 사진이 릴리즈 될 리 만무했다.
결국 검찰에서 VIP소환 일정을 잡았다. 기자들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VIP 실제 모습을 보려고 당일 몰려 들었다. 그러나 VIP는 검소한 복장을 하고, 이른 시간에 몰려 있는 기자들을 뚫고 민원인인 듯 검찰로 입장했다. 주변 기자들은 아무도 그가 VIP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결국 검찰의 조사를 받고 유유히 빠져나오려던 VIP는 기자들의 불심검문(?)에 걸렸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VIP였지만, 비서실과 경호원의 호위 아래 차에 태워졌고 급하게 검찰청사를 떠나는데 성공했다.
VIP와 경영진은 입을 모아 평소 VIP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던 덕분에 검찰 출입과정에서 다른 VIP같은 곤경(?)은 경험하지 않았다며 성공했다는 평가를 한다. 괜히 여기저기 얼굴이 팔리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다. 책임 있는 기업 VIP로서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또는 리더십을 가시화한다 등의 상식적인 전략이 의심받는 순간이었다.
- 배상이나 보상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
어떤 배상이나 보상의 책임이 생기면 해당 기업은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그 책임을 행하는 것이 위기관리에 있어 상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회사는 그런 책임이 있음에도 상당한 시일을 허비하며 그 요구를 하는 이해관계자들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여론이나 언론은 점점 더 악화되고, 협상에 지쳐가는 이해관계자들이 추가 이슈를 제기하면서 회사를 궁지에 몰아넣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왜 그렇게 협상이 지지부진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일부에서는 회사가 보다 전향적 자세를 보이라는 요구를 한다.
회사 협상팀에 소속된 임원들은 반면 이런 생각을 한다. ‘협상은 끌면 끌수록 상대가 조바심을 내고, 이내 지치게 되는 법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의지나 에너지가 고갈되죠. 거의 마지막 지경에 다달았을 때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안을 지속 제공하면 그걸 상대가 받을 가능성은 높아지죠. 이것이 협상전략입니다.’ 홍보실은 이런 협상전략에 대해 좌불안석이 되어 있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협상팀의 전문성을 믿는다면서 그들의 전략을 지지하고 있다. 결국 대표이사와 협상팀이 예상하던 상황이 되었고, 협상 내용은 회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종결되었다. 그러나 그 기간이 상당했고, 그 동안 회사에 대한 부정기사와 부정 여론 또한 막대했다. 이제부터는 홍보실이 잘 해서 다시 이미지를 턴 어라운드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부정적 상황을 최소화 하라는 위기관리 전략이 그들의 목표와는 달랐던 것이다.
- 배상 비용을 차라리 법적 대응에 쓰는 전략
결국 주판을 두들겨보니 마지막까지 법적 자문 비용과 대응 비용에 쓴 예산이 최초 배상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던 예산보다 많이 나왔다. 최초부터 배상을 진행 해 빨리 일을 끝내자는 임원들은 이렇게 해서 결국 얻은 게 무엇이냐 회사에 따지기 시작했다.
반대로 처음부터 법적 대응을 통해 배상책임을 최소화하거나 없애 보자 제안했던 임원들은 결과적으로 큰 예산을 쓰기는 했지만, 배상에 대한 책임을 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배상이라는 것이 기록에 남기 때문에 전례가 될 수 있어 이렇게 라도 대응해서 처리한 것이 최선이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대표이사는 결과적으로 예산은 초과되었지만, 법적 대응은 잘 한 것이라는 이야기로 사내 논란을 잠재웠다. 홍보실에서는 그간 입은 회사 명성과 데미지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걱정은 회사 구성원 대부분이 공유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부서에서도 법적 대응이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면서 법무팀을 칭찬하고 있다. 결국 홍보실을 비롯 초기 배상을 통해 빨리 위기를 관리하자 했던 임원들은 순진한 아마추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 사내 비리나 문제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전략
일반적으로 사내 비리 이슈나 문제는 회사 스스로 어떻게 든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려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만약 밖으로 일부가 새어 나가도 그에 대해 부정하거나 컨펌 하지 않고 대응을 로우 프로파일로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회사의 비리 문제를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와 함께 뼈를 깎는 개선책을 내 놓겠다 하이 프로파일하며 커뮤니케이션 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이사의 강력한 지시 사항이어서 홍보실도 발표를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연히 회사가 발표한 비리문제에 대해 언론과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고, 나름대로 발표한 개선책은 그리 주목 받지 못했다. 검찰은 물론 국회에서까지 그 문제에 주목하고 회사 책임자를 소환하는 등 난리가 벌어졌다. 고객들과 주변 이해관계자들도 화를 내며 회사에 대한 실망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왜 그런 이상한 결정을 했을까? 대표이사가 사내 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가 강해 그런 결정을 했을까? 사내에서 도는 이야기는 달랐다. 전임 대표이사가 해당 비리에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이다. 신임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전임 대표이사와 관련된 비리 내용을 공개하고 커뮤니케이션 한 것이라 한다. 결국 파벌을 거느리고 신임 대표이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전임 대표이사는 구속되었고, 그 사내 파벌은 자취를 감추었다.
홍보실은 그 과정에서 힘든 고민이 많았고,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지만, 사내에서 이번 위기관리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평을 하고 있다. 회사내 정치적 문제들이 깨끗하게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같은 회사에서도 다를 수가 있다.
- 위기 때 대형 프로모션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전략
홍보실에서는 절대 그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상당히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 회사가 마케팅부서의 아이디어를 듣고 대형 할인 프로모션을 개시한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일종의 주목분산 전략이라고 하면서,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할인을 제공하면서 매출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영업에서도 일단 이전 위기상황에서는 판매가 전혀 안되던 상태였는데, 대대적 프로모션을 개시하니 하나 둘 다시 고객들이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며 반색하기 시작했다. 결국 몇 달간 매출이 위기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고, 언론에서도 이 결과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소비자들이 바보라 지적하면서 그 회사의 위기관리 전략이 비상식적이라 비판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렇게라도 위기를 관리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는 분위기다. 어차피 팔리지 않을 제품을 프로모션을 통해 털어 냈다는 것도 의미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홍보실에서는 실제 문제가 된 건에 대해서는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프로모션에 심취해 있는 회사 분위기를 개선해 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이렇게 라도 긍정적 결과들이 이어지면 위기는 관리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고객들은 어차피 프로모션에 넘어가게 되어 있다며, 멋진 위기관리 아이디어를 낸 마케팅을 치하하고 있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의 프로모션은 상식적이지 않다 이야기했던 홍보실과 몇몇 임원들에게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람들이라는 평가만 돌아왔다.
이상의 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들을 보면, 과연 우리가 공유하는 상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 상식이 곧 성공적이라거나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반대로 상식을 뛰어 넘거나 비상식적이라 불리는 것들이 무조건 나쁘거나 위험한 것일까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된다.
같은 위기라도 각 회사마다 각기 위기관리 목표는 다르기 마련이다. 그 목표가 일부 정치적일 수도 있고, 그 목표 자체가 비상식적일 수도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위기관리 전략도 종종 상식을 뛰어 넘거나 비상식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은 옳고 무엇은 그르고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내에서 어떤 위기관리 목표를 세우고 있는가에 대한 충분한 내부 공유가 필요하다는 정도가 중요한 교훈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