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사과·유감 표명

  • 알려지지 않아 억울합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위기로 저희 직원들이 불철주야 위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외부에서 잘 모르며 비판만 합니다. 전부 대응 해 제대로 처리 해주고 있는데, 자꾸 언론이나 온라인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지적을 합니다. 억울한데 원래 이런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을 좀 더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외국에서 사용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Crisis Communication)이라는 표현에서는 더욱 직접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위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한국적 생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알릴 것은 알리고, 피할 것은 피한다’ ‘위기 시 우리에게 유리한 것만 선별해 커뮤니케이션 한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하는 사과나 책임의 표현’ 또는 ‘위기 때 실행하는 입체적 언론관계’와 같은 아주 단편적이고 일방적 개념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적절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개념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 해당 기업이 위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활동이라고 종합하면 어떨까 합니다. 위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 의미를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먼저 해당 위기가 어떤 것인지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위기관리 주체인 자사의 관점이 포함되게 됩니다.

    그 다음은 해당 위기를 어떻게 관리 하는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입니다. 자사가 어떻게 이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지, 관리할 것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죠. 여기에는 위기관리 주체인 자사의 위기관리 원칙과 책임 그리고 노력이 포함됩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해당 위기를 앞으로 관리해 나갈 것인지, 재발이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입니다. 개선안이나 재발방지 플랜이 주요 주제가 됩니다. 여기에는 위기관리 주체인 자사의 의지와 약속이 들어갑니다.

    질문 내용을 보면 회사에서는 위와 같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열심히 여러 대응을 하고 있음에도 외부에서는 잘 알지 못한다라는 말의 의미는 자사가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관점의 차이가 되겠습니다.

    평소 회사에서는 어떤 중요한 이벤트나 정책이나 신제품 출시와 관해서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집중해서 커뮤니케이션 하곤 합니다. 타겟으로부터 최대한의 인지와 이해를 이끌어 내려 노력합니다. 그 초기 노력의 효과가 좋지 않다면, 두 세 번 다시 여러 다양한 채널과 메시지들을 투입해서라도 타겟의 관심을 좀 더 이끌어 내려 노력합니다. 이런 노력을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노력과 그 노력을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평소 집중 반복했던 그 만큼의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해당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지 열심히 설명하고 자주 업데이트 된 자료를 내고 있습니까?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된 위기관리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까? 광고, 기사, 인쇄물, 포스터, 레터, 이메일, 홈페이지 팝업 또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사가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지 만족스럽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습니까?

    문제는 위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서 발생합니다. 위기란 것을 대부분 감추려 하고, 축소하려 하고, 자칫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을까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커뮤니케이션을 주저합니다. 당연히 외부에서는 회사가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사실까지 챙겨가며 이해해 주지는 않습니다.

    만약 자사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확하게 이해 받고 싶으시다면, 현재보다 10배~100배 더 활발히 커뮤니케이션 하십시오.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니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관점을 바꾸셔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103. 이번만 넘기자 하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여러 임직원이 모여 앉으면 주어진 상황에 대해 여러 해석과 대응 아이디어가 나오게 마련이다. 일부에서는 원칙이나 회사의 철학에 근거해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자는 의견을 피력한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이번 상황은 이런 이런 아이디어로 해결 할 수 있으니 너무 크게 일을 벌일 필요 없다는 자신감도 피력한다.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원칙과 철학을 따르자니 회사의 비용이나 부담이 크고, 아이디어로 해결해 버리자니 사후 후폭풍이나 비판이 두렵다. 적당한 중간 선에서 상황을 관리할 수는 없을까 하는 묘안을 찾는다.

    이런 고민의 순간에 전문가들이 나선다. 법적으로 그렇게 큰 부담까지 감수해야 할 수준은 아니니 걱정 말라는 전문가 의견이 들려온다. 여러 케이스를 경험해 본 결과 이번과 같은 경우는 그냥 일부에서 이야기한 아이디어를 통해 상황을 넘기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의사결정자는 마음이 놓이기 시작한다.

    법적으로도 큰 문제 없고, 다른 케이스에서도 별 문제가 없었다니 그러면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는 의사결정을 한다. 그렇게 해서 상황은 운이 좋게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 했던 그 생각이 ‘이번 상황이 넘어갔으니 끝난 것’이라는 마음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 라는 지난 생각은 이번 상황만 별 문제 없이 처리되면, 그 후 좀더 시간을 가지고 해당 문제를 개선하고 재발 방지책을 함께 마련해 보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과 고민의 시간이 지나가면 그런 생각은 눈 녹듯 사라진다. 언제 그런 문제가 있었는지 대부분 잊어버린다.

    누군가 지난 문제를 언급하면서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한다는 비판이 돌아온다. 위기라는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무슨 좋은 이야기라고 자꾸 화제를 만들어 위기관리 타령을 하는가 하는 핀잔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번만 넘겨보자. 이번만 모면해 보자. 이번만 어떻게든 해 보자. 위기관리에 있어 이만큼 위험한 생각이 없다.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이번이 마지막인 듯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 전반에 있어 진정성이 드러나게 된다. 이번만 이번만 하는 생각이 기반이 되면 어떤 위기관리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게 된다.

    피해 고객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이번만 어떻게든’이라는 생각을 한다 상상해 보자. 심각한 사과문을 내면서 ‘이번만 좀 어떻게든’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상상해 보자. 엄청난 사고 재해 상황을 관리하면서 ‘이번만 좀 어떻게’라는 생각을 하는 위기관리 주체의 얼굴을 떠올려 보자.

    모든 사람은 인간이기 때문에 현재의 고통에서 어떻게든 일단 벗어나 보려 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본능이다. 고통 속에서 그 고통을 진지하게 해석하고 즐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일단은 벗어나고 보자 하는 본능이 기업 위기관리에 그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평소 원칙과 철학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앞에서 예로든 의사결정자는 왜 양쪽의 이야기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마음이 흔들렸을까? 그 스스로도 자사의 원칙과 철학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 기반에서 해당 상황과 위기의 핵심을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자가 평소 자사의 훌륭한 원칙과 철학에 기반해 모든 상황을 바라본다면,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은 보다 쉬워진다. 어떻게든 이번만 넘겨보자는 의견을 들어도 고민 되지 않는다. 어떤 회사에서도 원칙과 철학이 ‘위기상황은 어떻게든 넘겨라’이야기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소비자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우리에게는 안전과 위생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직원의 행복은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다’’우리는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뢰와 사랑 받는 회사가 되자’ 이런 기업의 생각이 위기를 관리한다. 그 속에 위기관리 해법이 들어 있다.

    위기상황은 기업이 평소 주창하던 원칙과 철학을 그대로 시험하는 순간이다. 그 회사가 소비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실제 소비자 관련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안전과 위생을 중요한 가치라 해 왔던 기업에게 위생과 안전 논란이 발생되면 회사가 그 가치를 기반으로 위기를 관리하는지 쉽게 확인 가능하다. 이번만 어떻게든 넘겨보자는 이야기는 그런 원칙과 철학을 적용하는 중요한 기회를 넘겨보자는 이야기다. 위기관리를 하지 말자는 의미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98. 원칙을 가지고 폭 넓게 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회사의 임직원들은 자사에게 향한 공중의 여론을 읽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읽기 시작한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평시에는 그 만큼 여론에 대한 생각이나 관심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임직원은 위기 시 여론을 읽기 위해 네이버 같은 포털을 찾는다. 일부에서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채널을 통해 여론을 읽는 방법이다. 네이버나 모니터링 시스템에 키워드를 쳐 넣는다. 자기 회사명, 이슈나 위기와 관련된 키워드를 쳐 넣고, 그와 관련된 기사, 대화, 게시물, 댓글을 읽기 시작한다.

    하루 종일 그렇게 찾아 얻은 키워드 여론(?)을 읽는다. 당연히 위기가 발생하면 그런 키워드 여론은 분량이나 심도에 있어 상당한 수준을 기록하게 마련이다. 일부에서는 그 키워드 여론 결과가 너무 많은 나머지 그 각각을 차근차근 읽고 해석하기 보다는, 숫자로 그 키워드 여론을 대신 해석한다. 부정기사 1200개. 중립기사 200개. 긍정기사 10개. 이런 식이다.

    어떤 기업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그렇게 읽는 반면, 다른 기업은 오프라인에서 주변인들의 조언을 주로 듣고 이를 여론으로 해석한다. 지인인 전직 고위관료나 정치인 또는 지인 여론지도층 인사의 의견을 들고 여론을 유추한다.

    다른 기업은 신문이나 TV에서 보도되는 내용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언론이 곧 여론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기사나 보도 표현 한두개에 몰입한다. 불만족스러운 기사나 보도 내용에 관해서는 기자나 데스크에게 연락하고, 수정을 요청한다. 적극적 해명을 통해 여론을 순화시켜 보려 노력한다.

    또 어떤 기업은 투자자나 멘토들의 이야기를 주로 듣는다. 경영이 주요 투자자들과 멘토에 의지해 결정되는 곳일 경우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투자자들이 여럿 모여 여론에 대한 자신들의 시각을 이야기한다. 멘토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여론을 기반으로 대표이사를 설득한다.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위기 시 여론을 읽는 것처럼 낯설고, 찜찜한 것이 없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언론, 지인, 투자자, 멘토, 직원들, 심지어 주변 가족의 반응까지도 각자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부정적으로 여론이 흘러가고 있는 것은 같은데, 그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형태와 수준의 관리 활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감을 잡기는 더 어려워진다.

    간단해 보이는 대응 시점을 결정하는 것에도 혼란스러움은 마찬가지다. 언제 준비된 사과문이나 해명문을 배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내부에서는 상당한 토론이 진행된다. 지금 상황이 사과문을 배포해서 관리될 수준인지, 아니면 좀더 강한 사과의 표시로 기자회견을 해서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을 찾기 어려워한다.

    더구나, 특정 방식으로 여론을 읽고, 그에 대해 대응을 결정한 뒤라 해도 내부 논란은 많다. 그렇게 까지 적극 사과를 하지 않아도 풀릴 수 있던 위기 아니었을까 하는 사후평이 나오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해석된 여론을 읽고 사과를 해서 불필요하게 배상의 책임까지 떠안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당시에는 꼭 그래야만 될 것 같아 위기관리를 실행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위기관리 방식이 당시 상황에 적절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대로 당시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사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는 자성이 나오기도 한다.

    정리해 보면 정확한 사실은 딱 하나다. 여론은 하나가 아니다 라는 점. 여론은 원래 다양하고 또 그 속에서도 다채롭다. 채널별로도 그 수준과 깊이가 다르고, 여론을 해석하는 주체에 따라서도 변수는 더해진다. 기업이 위기 시 여론을 읽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절대 안된다면, 여론을 어떻게 해석해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답은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다양한 여론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자사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대부분 여론을 다양하게 읽고서도 의사결정에 좌고우면 하는 이유는, 자사에 정확한 위기관리 원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칙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말은 곧 그 때문이다.

    현재 상황이 우리가 가장 큰 우선순위로 놓는 고객에 대한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고객 보호 원칙을 따라야 하는가? 고객의 여론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에게 어떤 원칙과 위기관리를 기대하고 있는가? 그런 기대 충족을 위해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해 고객 관련 원칙을 입증해야 하는가? 회사의 원칙만 정확하게 존재한다면 여론은 방향성과 솔루션을 제안하는 가치일 수 있다. 의사결정은 원칙만 있으면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97. 자기 감정을 먼저 관리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한 기업에서는 최고의사결정자의 감정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차분하게 위기를 바라보아 문제가 커진 경우는 드물다. 최고의사결정자가 객관적으로 해당 사실관계를 바라보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드물다.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여러 합리적 의견을 들어 위기관리에 실패한 경우도 기억하기 어렵다.

    반대로 최고의사결정자가 흥분에 빠지고, 일희일비 하게 되어 문제가 커진 경우는 흔하다. 일선에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임직원들이 최고의사결정자의 심기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면 일단 위기관리는 물을 건너 간 형국이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자기중심적 생각에 빠지면, 모든 위기 상황이 억울하게 느껴진다.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도 모자를 판에, 이해관계자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맞서 싸우려 하게 된다. 사과문이나 해명문에는 주로 ‘내가 힘들다, 우리가 힘들다’ ‘마녀사냥 그만 해 달라’ ‘악의의 상대들에게 소송 하겠다’ 등의 자기중심적 생각이 우러난다.

    합리적으로 듣고 행하는 경우와는 달리 최고의사결정자가 자기중심적일 때는 좀처럼 외부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외부 이야기들이 대부분 자기 생각에 반하거나, 충돌하기 때문에 그 자체를 불편 해 한다. 그 때문에 주로 비선라인의 달콤하고 편안한 말을 찾아 듣게 된다. 비선은 위기 시 최고의사결정자의 불편한 마음을 관리하려 한다. 당연히 이해관계자들이나 여론과는 일부 동떨어진 관리방식을 조언한다. 운이 좋아 그런 비책이 통하면 좋은데,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최고의사결정자는 물론 위기관리위원회에 속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임직원들은 스스로의 감정에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한다. 내가 왜 흥분하고 있지? 내가 왜 그 이해관계자를 욕 하고 있지? 왜 지금의 상황이 우리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하는 거지? 왜 바깥 여론이나 외부의 목소리를 불편해 하고 있지? 이런 자신의 감정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반복해 볼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 그룹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관리하고, 그런 감정이 그룹내에 공히 조성되어야 보다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해 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종종 의사결정그룹 내에서도 대응 의견이나 전략이 엇갈릴 때가 있다. 한 편에서는 책임 있는 사과를 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어느 한편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경우다.

    최고의사결정자는 그런 경우에도 그들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왜 저 편에서는 사과를 주장하고, 다른 편에서는 사과가 필요 없다 하는지 그들의 감정 상태를 통해 주장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런 노력에도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외부에서 객관적 입장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 묻는 것이 좋다. 조금은 더 객관적인 시각과 구체적 감정이 배제된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 후에는 각 편이 주장하는 감정의 모습이 다시 보이게 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렇게 반론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자신의 책임이라던가, 회사의 피해 규모, 사후 영향 등에 모든 촉각이 곤두서게 되는데, 어떻게 우리 스스로 감정을 배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자기관여도가 높은 경우 쉽게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의사결정자는 흔치 않다. 아니,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우리가 맞닥뜨린 지금 이 위기상황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지에 있다. 높은 자기관여도 때문에 감정이 혼란스럽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서로 이해만 해서는 해당 위기 상황이 사라지지 않으니 문제다. 더 나아가 혼란스러움 때문에 위기 상황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지고, 결국은 실패로 이어지게 된다면 그 감정은 곧 재앙을 의미한다.

    먼저 최대한 노력하자. 평소 길러 온 사회적 민감성을 바탕으로 벌어진 상황을 최대한 담담하게 바라보려 노력해 보자. 자기관여에만 몰입하기 보다 좀 더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기관여를 늘려 보자.

    최고의사결정자라면 더더욱 상황에 일희일비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해 보자. 자신의 표정과 조급해 보이는 행동 하나가 임직원들의 위기관리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중립성, 객관성, 합리성에 대한 끈을 놓지 말고 끝까지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런 모든 힘든 노력들이 모여 위기를 관리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항상 감정이 문제이자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93편]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옛날 우리 조상들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나 유명인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를 관리하고 극복하기 위해 각자의 메시지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그렇게 위급한 시기에 커뮤니케이션에 상당부분 열중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일을 더 크게 만들거나, 오랫동안 문제를 끌고 가고 싶지 않아 서다.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 일은 더욱 커지고, 긴 시간동안 상처를 입으면서 문제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돼 버린다. 천냥 빚을 갚아 버리기는 커녕 더 큰 빚까지 지게 되는 상황이 돼 버리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 주체의 말 한마디는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필히 전략이 그 기반이 된다. 그 외 상황적, 인간적, 시기적, 의미적, 체널별 여러 기술이 가미된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변수가 전체를 엉클어 놓기도 하고, 반대로 크게 공감을 이끌어 내 위기를 잠재우기도 한다.

    평소에는 실무자 선에서 간단하게 작성 배포했던 보도자료 문서도, 위기가 발생하면 여러 의사결정자들이 오랫동안 숙고해 수정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제대로 갚기 위해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을 다듬고 다듬는 것이다.

    기업의 VIP가 낭독할 사과문도 꼼꼼하게 문구 하나 하나를 챙긴다. 기자로부터의 예상질문을 정리하고, 그 각각에 대한 공식 답변 내용도 고민해 정리한다. 사과나 해명광고 문구를 계속 가다듬거나, 온라인 소셜 미디어상에 공유할 메시지도 단어 하나 하나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문제는 기업 내부에서 이 과정을 차곡 차곡 밟아 나가는 것을 상당히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홍보실에서 작성해 온 메시지 초안에는 사실관계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부서 실무단에서 작성한 메시지 초안에는 적절하지 않은 내용들이 너무 디테일 하게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법무팀에서는 모든 메시지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특정 메시지를 꼭 넣어 달라 강조한다. 고객관리부서에서는 지금 그 메시지로는 고객 설득은 커녕 상담조차 어렵다 고개를 젓는다. 일선 매장에서는 왜 공식 메시지를 내려 보내주지 않느냐 흥분한다.

    이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면 초기에 적절하게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들이 기업 바깥으로 흘러 나간다. 정제되거나 합의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메시지들이 나간다. 커뮤니케이션 창구라도 일원화 되면 그런 메시지도 사전 사후 필터링 될 수 있을 텐데, 창구일원화에도 대부분 실패한다.

    평소 일선에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던 창구들이 위기시에도 각자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창구를 운영하는 담당자의 개인 메시지가 공식 메시지처럼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된다. 수 많은 커뮤니케이션 창구에서 나가는 다양한 각양각색의 메시지들은 위기 상황 발생 직후 초기 여론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 내부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창구 일원화 원칙과 공식화되지 않은 메시지의 유출을 금지하는 대응 시점은 이미 최초 언론 등의 보도가 나온 뒤다. 여러 다양한 비판 보도들을 통해 자사의 여러 창구들이 한 말을 직접 듣게 되는 단계가 되 서야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여론은 형성되어 버렸다. 여러 창구를 통해 나간 황당하고 앞뒤 맞지 않는 메시지들은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켜 버렸다. 화난 이해관계자들은 최초 위기 상황에 더해 비정상적인 대응 메시지에 대한 해명까지 요청하기 시작한다. 관리해야 하는 주제와 전장이 훨씬 더 넓어져 버린 셈이다.

    부랴부랴 공식 입장을 정리하는 동안 그런 비판 여론은 극에 달한다. 결국 준비를 마치고 공식입장을 발표하면 최초 나간 대응 메시지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고백과 그에 대한 사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무엇이 위기인지 어떤 것을 관리해야 하는지 혼돈에 빠진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 했는데, 실제 상황은 말이 말을 낳고, 그 여러 말들이 각각 엄청난 빚으로 되돌아오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경우를 몇 번 경험한 경영자들은 차라리 침묵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할 것이니 함구해 버리면 더 크게 잃을 것은 없을 것이라는 위험한 발상을 한다. 천냥 빚에도 그냥 입을 다무는 꼴은 곧 재앙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이렇게 어렵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고 연습하라는 것이다. 천냥 빚을 갚은 말 한마디는 절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92편] 자만하지 말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업을 하면서 또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자긍심(pride)를 가지는 것은 멋진 일이다. 대부분 성공은 그런 자긍심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신과 회사가 일구어 낸 많은 결실에 대해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긍정적 의미의 감정이다.

    그러나 단어를 자만심으로 바꾸면 약간 다른 의미가 된다. 자만하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만 보아도 ‘자신이나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스스로 자랑하며 뽐내다’가 된다. 자랑하며 뽐내다라는 표현에는 과도함이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경영자나 직원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기업이 있다. “저희 회사는 올해 1조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조그만 사무실에서 시작했던 우리가 짧은 시간내에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2조를 목표로 합니다.” 이 정도 설명을 들으면 회사가 크게 성장해 무척 자랑스러워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 후 “그래서 걱정이 많습니다. 사업 규모가 커지고 다양해지다 보니, 여기저기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예전에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들이 이제는 문제가 되네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도 사실 두렵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 회사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일단 기반을 갖추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자만심에 빠져 있는 회사들과는 다르다.

    기업의 자만심이 부정적인 이유는 자만심 때문에 자사에게 발생될 많은 위기 요소들을 심각하게 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전 같은 민감성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충족된 또는 충만한 감정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다양한 위기요소들을 찾아내고, 개선과 재발방지책을 논의하는 것을 불필요하게 느끼게 되니 문제가 된다.

    저희 회사는 고객정보보안 체계가 아주 잘 되어 있어요. 공정거래법을 아주 완벽하게 준수하고 있습니다. 갑질이니 폭언이니 하는 것 자체가 없습니다. 돈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깨끗해요. 저희 대표님은 아주 신실하신 분이라 다른 기업인과 달리 문제를 일으키실 분이 아닙니다. 임직원들은 문화가 참 좋아요. 노조가 없고, 블라인드가 뭔 지도 모릅니다.

    이런 기업에게 고객정보보안을 이야기하고, 공정거래법을 강조하고, 갑질이나 폭언 방지책을 논의하자 하면 그 제안이 먹혀들 리 없다. 현재 잘 되어 있는 데 더 이상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가 하는 마음이 강하다. 임원들은 다른 기업의 유사사례를 보면서도 저 회사와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자기 회사를 잘 몰라 그런다고 한다.

    경영자를 비롯해 전체 임직원들이 가져야 하는 이상적 위기관리 관점은 일단 기업은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완벽 하려 노력은 하지만, 절대 완벽해질 수는 없는 존재가 기업이다. 환경이 변화하고, 규제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여론이 변화한다. 직원들의 생각과 기준도 그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계속 변화하는 기업에게 완벽이라는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까지 잘되어 있던 체계나 상황도 언제 잘 못된 것으로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자신은 최선이라 생각했던 것이 언제쯤 하루 아침에 별 것 아닌 것이 될지도 모른다. 어제까지는 그것이 관행이었고, 내부에서는 상식이라 느꼈는데, 이제 보니 황당함과 당황스러움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만했던 기업은 그로 인 해 위기가 발생하면 처음부터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기 때문에 더욱 위험 해 진다. 사후에도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한데, 외부에서 잘 몰라서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생각하게 된다. 불순한 세력이 우리를 음해하려 한다고도 생각한다. 자만심으로 인한 최초 상황 판단이 더 큰 문제를 잉태하는 순간이다.

    이런 기업에게는 제3자의 조언도 잘 통하지 않는다. 여러 조언자들에게 ‘당신이 우리 회사를 잘 몰라서 그런 생각과 조언을 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회장님은 완벽하시다. 우리 임직원은 완벽하다. 우리의 체계나 문화는 완벽하다. 우리의 위기관리 대응 또한 완벽하다. 이런 생각들이 오히려 위기관리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지금도 위기관리를 위해 사과와 해명을 하며 고개 숙이는 경영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마음 속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자만했다’ 또는 ‘심지어 일부 오만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 경영진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완벽한) 우리를 합리적이지 못한 공중이 공격하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무서워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 피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영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후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던 그 모든 문제의 핵심 원인은 하나다. 자만했기 때문이다. 자만으로 인해 살피고 민감 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게 된 것뿐이다. 그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또 다시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91편] 적절하지 않아 문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바로 ‘여론’이다. 법적 문제나 규제와 관련된 사안은 시간을 두고 절차를 밟아가면 어느 정도 예측도 되고, 관리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데 여론은 영 실마리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여론 자체를 이해하기도 힘든데, 그에 대응하라 하니 실무자 차원에서는 골머리를 앓는다.

    더구나 사내 담당자들이 볼 때 별 큰 문제로 보이지도 않는 사안을 두고 여론에서는 문제라고 하니 더 힘들다. 여론이 해당 사안에 대해 잘 몰라 저런 이상 반응을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담당자들은 그건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없다 주장한다. 규제 수준으로 보아도 그에 미치지도 않는 경미한 것인데, 왜 이렇게 여론이 들끓는지 모르겠다 한다.

    위기를 맞은 일부 기업 대표들도 그런 시각에 억울 해 한다. 이번 사안은 우리가 사과할 건이 아니고, 만약 사과하게 되면 경쟁사의 계략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별 문제 아닌 건이 이렇게 부정적으로 여론화되는 것은 분명히 그 배후에 경쟁사가 있기 때문이라 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 상황에 대해 억울 해 하거나,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피해를 주장하거나, 황당 해 하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발생되는 데,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 스스로가 오히려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문제를 제대로 풀기는 커녕 제대로 대하지도 못하게 된다.

    그럼 감정이 내부적으로 폭발하다 보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 자사의 억울함을 풀려는 시도를 한다. 해명해서 공중들에게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라는 지시를 하게 된다. 법을 찾고, 팩트를 정리한다, 여론을 바꾸어 보려고 다양한 커넥션을 찾아 다닌다.

    결국, 이런 사측의 시도에도 여론은 잦아들지 않는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해관계자와 기업이 공히 정확하게 정의해야 하는데, 이해관계자와 기업이 세운 문제의 정의가 서로 다르니 문제가 풀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사람들은 위기를 발생시킨 기업을 종종 비판한다. 이 것이 부정여론이다. 여론은 공중의 감정이 가장 큰 기반이다. 인간의 감정은 그 기반을 파악하기 무척 어렵다. “왜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었습니까?”하는 질문에 정확하게 “왜냐하면…”이라 답하기 어려운 경우도 실제 상당히 많다. 더구나 제3자 기업이 만든 문제라 인식하면 대부분 공중은 바로 그 순간 부정적인 감정을 지니게 된다.

    심지어는 자신의 감정이 실제로 팩트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결론이 추후 나오더라도 그 부정적 감정은 금세 사라지지 않는다. 흔히 이야기하는 ‘아니면 말고’의 감정도 실제 존재하는 여론이다.

    위기관리 주체 입장에서 가장 어리석은 생각 중 하나가 자사로 향한 여론을 오히려 비판하는 활동이다. 물론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사회 계도적 차원에서 여론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일부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 주체인 경우 그런 시도는 전혀 무의미 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위기 시 여론과 맞닥뜨렸을 때 기업이 가져야 할 가장 쉽고 간단한 판별 기준이 하나 있다. 제3자 입장에서 이 사안에서 회사가 적절했는가 적절하지 않았는가를 기준으로 놓아 보는 것이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고, 규정이나 관행으로 보았을 때도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 시각에서 ‘적절하지 않았다’는 판정이 존재한다면 그건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중요한 여론인 것이다.

    기업이 정상적 사회성을 지녀야 한다는 조언도 그 때문이다. 자사에 대한 부정 여론이 생겨났을 때는 해당 사안과 관련 일부 또는 상당 수준의 ‘적절하지 않았음’이라는 감정의 기반이 있었다는 의미다. 이상적 경영자라면 스스로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 해당 사안을 바라보고, ‘적절하지 않았던 면이 있었다’는 생각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적절했는가? 적절하지 않았는가? 그 정도 부적절함이 꼭 사과까지 해야 하는 수준인가? 그 정도 부적절함이 왜 우리회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인가? 그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다. 팩트는 그와 다르니까. 적절하지 않았다 해서 우리가 이 정도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가? 기업 차원에서도 여러 추가적 고민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느껴지면 신속히 사과하는 것이 최종 정답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조금이라도 적절하지 않았다 하면 그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사과하고, 해결책이나 개선책을 밝히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은 공감 받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회사의 재발방지책이나 개선책에 관심을 두게 된다. 위기 지속 기간은 대폭 줄어든다. 그에 따라 회사의 피해도 감소한다. 항상 적절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사전과 사후 대응 모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78. 사회적 감수성을 키워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가끔 기업이나 조직 VIP가 했던 언론 멘트나 강연 발언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언론을 통한 발언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예전에도 흔했다. 하지만, 얼마전 까지만 해도 강의장에 있던 학생이나 청자로만 한정되던 강의 발언이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논란은 늘어만 간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VIP들은 대부분 이렇게 항변한다. ”내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지 않나?” 사후에 그가 한 말을 가만히 곱씹어 보면 약간 부풀려 졌을 수는 있지만, 사실과 다르거나, 완전히 틀렸다고는 볼 수 없는 면도 있다. 최소한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논란은 일어났다. 왜일까? 그 발언 내용이 그냥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맥락과 상황에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가 된 것이다.

    또 다른 문제 VIP들은 이렇게도 이야기한다. “내가 못 할 말을 했나?” 그 말을 듣고 발언 내용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 VIP가 하지 못할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랜 삶과 경영의 경험이 있는 그분이 후배들과 동료들을 위해 한 말이었고, 그 말 자체가 전혀 그분이 못 할 말을 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그 발언 내용은 문제가 되었을까? 그렇다. 맥락과 상황을 적용해 보니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절 했다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모든 발언 내용과 관련 논란은 ‘적절하지 않았던 것’에 문제가 있다. 해당 VIP가 사회적 감수성을 좀더 키웠더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논란이니 더욱 아쉽다. 사회적 감수성의 부족 때문에 자신과 회사가 엄청난 곤욕을 치르게 된 것을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어떤 VIP께서는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한 적도 있다. “내가 이 자리에까지 올라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다니 참 갑갑합니다” 공감이 간다. 그 높고 파워풀 한 위치에 오르고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며 눈치만 봐야 하는 심정이 오죽할 것인가? 그러나 그 VIP에게 필자는 이렇게 이야기해 드렸다. “하고 싶은 말씀보다는 해야 할 말씀만 하시면 안전하실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중요 하다기 보다는 VIP로서 해야 할 말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른 한 VIP께서는 화를 내며 이렇게도 이야기하셨다. “뭐가 문제인가요? 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사소한 것을 트집 잡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봅니다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소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러 사람들도 좀 궁금하기는 하다. 그 사람들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었으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까지 문제라 공감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일단 자신의 발언으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다면, 그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도 해야 한다.

    VIP의 발언은 문제(problem)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VIP의 발언은 여러 문제를 풀기(problem solver)위한 것이어야 한다. 리더는 스스로 문제해결사(problem solver)가 되어야 한다. 자신이 바로 문제(problem)가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해야 맞다.

    사회적 감수성. 요즘 가장 핫 하게 VIP들을 노리는 사회적 감수성 논란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구태의연한 성감수성 부족, 여성관 부실, 정치적 입장 표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 성희롱, 막말, 갑질, 폭행, 법 위반, 과도한 강제와 명령 등이 최근 많은 VIP들을 노렸다.

    VIP를 제외한 많은 주변 공중들은 더욱 민감한 사회적 감수성을 지니게 된데 비해, 아직도 일부 사회적 감수성이 부족한 VIP들이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VIP 스스로 자신의 사회적 감수성을 다시 돌아보고, 감수성을 높이는 데 노력해야 앞으로 좀 더 안전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감수성은 문제가 불거진 뒤 사과를 할 때도 문제가 된다. 일단 VIP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과가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고는 하는데 VIP가 생각할 때 진짜 문제를 이해하기 어렵다 한다면, 그 후 억지로 진행되는 사과는 상당부분 효과도 의미도 없게 된다.

    사후라도 사회적 감수성이 높아져서 재빨리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문제가 풀릴 것인지를 VIP 스스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사과도 정확히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VIP의 사전과 사후 사회적 감수성은 최근 여러 케이스에서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자산이 되었다.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사과는 VIP에게 고통이다. 반복적으로 그런 사과를 하게 되면 VIP는 화가 난다. “내가 이렇게 고개까지 숙여 사과했는데, 왜 효과가 없나?” “사람들은 왜 내 사과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가?” “이렇게 보면 사과라는 게 별반 효과가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과 의견을 피력하는 VIP가 있다면, 그는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감수성이 모자란 분이다. 정확하게 문제를 이해하면 진정한 사과가 나온다. 짜증이나 화를 내는 사과는 이해를 건너 뛰었기 때문이다. 효과가 있을 리 없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75. 준비는 미리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에서 경계해야 할 생각이 하나 있다. ‘(그 때가서) 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이다. 위기관리를 위해 “하면 된다”는 말은 위기 발생 이전까지만 맞는 말이다. 불행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미연에 노력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위기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적 ‘하면 된다’는 주장은 자칫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소지가 있는 말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하면 된다’는 말은 위험하다.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 ‘준비’다. 적절한 준비 없이 ‘하면 된다’라 믿는 막연함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

    어떤 위기대응일지라도 일정시간의 물리적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메어 쓸 수 없다. 서양에서는 바쁘다고 수레를 말 앞에 메지 말라는 말도 한다. 위기대응이 바로 그렇다.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준비가 선행될 때 해당 위기대응은 그 효과를 발휘한다.

    아주 간단해 보이는 해명문이나 사과문도 그렇다. 실제로 위기 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해명이나 사과문을 작성해 본 기업은 기억할 것이다. 초안 작성에서 각 부서별 검토와 수정 그리고 보고 작업이 생각보다 복잡다단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최대한 신속히’ 또는 ‘3시간 내에’ 등과 같은 ASAP(as soon as possible)명령이 쓰여 있지만, 말이 쉽지 그런 빛의 속도는 나지 않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급한 마음에 부서별 리뷰를 건너 띄거나, 몇몇 담당자와 임원이 후다닥 만들어 올린 해명이나 사과문은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일단 공개된 해명이나 사과문을 2-3일에 걸쳐서 여러 차례 사후 수정 개서하는 촌극이 목격되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사과 기자회견도 그렇다. 대기업의 경우 빠르게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팀이 조직화 되어 있어 그나마 신속하게 가능하지만, 그 외 기업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기자회견을 연다고 끝이 아니다. 그 회견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누가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는 상당한 시간을 요구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꼭 불거지는 문제가 이런 것들이다. 일단 시간이 없다. 급하다. 경영진의 요구들이 쏟아진다. 여러 주변 이해관계자들이 경영진에게 훈수를 둔다. 의사결정 과정은 과도하게 지연된다. 정확한 지시가 내려오지 않으니 실행 해야 하는 팀에서는 무의미한 시간만 보낸다.

    예산이 없다. 그리고 조직이 부족하고 없다. 문제가 발생된 원점에 대한 기존 관계나 투자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구 한 사람을 만나 보려 해도 줄이 닿지 않는다. 어떻게 해 보려 해도 그걸 해 본적이 없다. 직원들을 닦달해 보지만 없는 답이 나올 리는 만무하다. 이 때와서 미리 준비 할 걸 하는 후회를 한다.

    정신을 차리면 이미 늦었다는 말이 있다. 위기관리에 있어 준비 하지 않고 위기를 맞았다면 이 말을 기억해야 한다. 준비는 미리 해 두어야 실제 위기 시 빛을 발한다. 부랴 부랴 준비를 시작하게 되면 해당 위기가 최악으로 종료 된 이후에나 겨우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저기에서 도움을 끌어 와 운 좋게 해당 위기를 넘겼다고 해 보자. 그런 뒤에도 대부분 이런 기업들은 준비를 시작하지 않는다. 지난 위기에 대한 반면교사를 찾지 않는 것이다. 바로 다음 달이나 다음 해에 동일한 위기가 발생해도 또 동일한 준비 부족을 토로하고 똑같이 허둥지둥 댄다. 이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미리 살펴 놓으면, 미리 경험하면, 미리 갖추면 위기 시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은 진리다. 준비 된 기업은 위기 시 빠르다. 별도로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 소모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응 하는 기업이 이런 기업이다.

    신속한 대응인데도 그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 해명이나 사과문 속에도 상당한 수준의 심사숙고가 엿 보인다. 이 빠른 시간 내에 어떻게 이런 메시지가 잘 정리 되었는지 희한하게 보일 정도가 된다. 기자회견을 보아도 준비된 회견은 기자나 시청자 입장에서도 정돈된 모습처럼 느껴진다. 신뢰감도 배가되고, 무언가 위기가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여기에 장기간 훈련된 경영진이 정확하게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면 금상첨화가 된다. 준비한 기업과 준비하지 않은 기업은 이렇게 차이가 난다. 위기 시에만 보이는 엄청난 차이다. 막연하게 ‘하면 된다’라는 생각은 지금이라도 버리자. 달리는 말에 올라 타는 것이 쉬운지, 미리 말에 올라타고 달려 나가는 것이 쉬운 것인지 합리적인 생각을 하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73편] 경질이나 사퇴는 위기관리가 아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언젠가부터 기업의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CEO의 사퇴가 주요한 위기관리로 해석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원래 정부기관에서 대형 위기 발생 시 그 책임을 물어 그 기관의 수장을 경질하던 ‘정치적 행위’를 기업이 따라하는 것이다.

    정부기관의 수장을 위기 발생 책임을 물어 경질하는 것에는 여러 다른 배경이 있다. 일단 해당 위기에 대해 그 수장이 제대로 된 대비나 대응을 하지 못한 경우가 주다. 그에 더해 야당이나 심지어 여당에서도 해당 수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정치적 비판을 하는 경우다. 고위정치권에서도 해당 기관의 수장을 교체하는 것이 여론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정치적 감각에 기반한다.

    그러나 이런 수장교체 카드는 정치적이고 정무적 감각에 주로 의지할 뿐, 실질적 위기관리나 개선 또는 재발방지 대책과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심각한 위기를 대비하지 못한 책임 그리고 실제 위기에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그 수장이 짊어지고 나가버리는 형식일 뿐이다.

    그 뒤를 이어 새롭게 부임한 해당 기관 수장은 일단 지나간 위기와 그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유롭고 싶어한다. 초기 유사한 위기의 재발방지를 일부 강조하기는 하지만, 이내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더 강조하며 부처 실무에 임하게 된다. 수장 교체의 직접적 원인에 대해서는 깊이 손을 대지는 않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기관의 위기는 유사하게 반복되고, 발전한다. 수장은 그에 따라 종종 교체되고, 사임한다.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 커뮤니케이션 한다. 진정으로 해당 위기에 대해 책임을 진다 생각했으면,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고, 더 나아가 개선이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놓는 것이 맞다. 그래야 고위 공직자로서 제대로 된 책임을 다한 것이다.

    골치가 아프니까 사임한다. 성가시니까 자리를 내 놓는다. 해법이 있을 리 없으니 남에게 일을 미룬다. 이런 식으로 사퇴가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시끄러우니까 여론을 잠재운다. 그대로 수장을 남겨 놓으면 볼썽 사나우니 바꾼다.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바꾼다. 이런 식으로 경질이 해석되어서도 안된다.

    기업의 경우에도 위기 발생 시 CEO를 경질하거나 CEO 스스로 사임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이다. 일단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CEO를 경질하거나, CEO가 사퇴 의사를 밝히는 것은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겠다는 표현과 같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오너 기업에서는 비상경영체제나 오너 직접 경영 체제 등을 흘리면서 ‘회장께서 버럭 하셨다” “회장께서 강력하게 조치하셨다”는 내부 메시지를 홍보한다. 전임 CEO의 위기 중 부재기간을 커버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이미지에 대한 것이지, 실질적 위기관리와 실행과는 먼 것이라 문제다.

    일반적으로 중대 책임이 있는 CEO 경우라도 우선 일정기간 위기관리에 전력을 쏟게 한 후, 위기관리가 마무리되면 이사회를 통해 CEO를 정상적으로 교체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새 CEO가 부임하기 전 이미 발생된 위기에 대한 위기관리는 대부분 마무리되어 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 후 책임을 묻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더욱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새 CEO를 영입해 지난 위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이사회가 지속적으로 CEO를 줄줄이 경질하는 의결을 하지 않게 된다. 반복되는 위기로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것을 반복 목격하지 않아도 된다. 고객 충성도와 매출이 그에 따라 널을 뛰는 문제에 골치 아파하지 않게 된다.

    기업이 정부기관을 그대로 따라하면 문제가 더욱 커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여론만 보고 실질적 위기관리는 간과한 채 CEO를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경질하고 그 자체를 대단한 위기관리로 홍보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그런 트릭으로는 문제만 반복되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기업 CEO 스스로도 정확한 위기관리관과 철학을 갖출 필요가 있다. 위기가 발생되면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위기관리란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일 뿐이다. 만약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어딘 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다.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못했다는 의미다.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 못했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예측을 했으면서도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는 발생된다. CEO 스스로 평시나 위기 시 제대로 된 위기관리 리더십을 살펴 발휘해야 한다. 사퇴나 경질은 그 자체로 절대 위기관리가 될 수 없다 생각해야 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