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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된 시각으로 위기를 보라고요? [기업 위기관리 Q&A 229]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 정리된 시각으로 위기를 보라는 이야기는 어떤 의미입니까? 저희는 위기가 발생하면 좀더 다양한 시각으로 위기를 보려 하는데요. 그래서 여러 내외부 이야기를 듣고 의사결정 하고는 합니다. 정리된 시각이라면 특정 시각으로 생각을 모으라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맞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종종 혼동하시는 게, 여러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사고를 해서 문제에 대응하자는 조언 부분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내외부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데,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록 더욱 더 머릿속에서는 혼란이 커지는 게 문제입니다.

    별별 조언이나 상황에 대한 해석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경우를 상상해 보시죠. 그 속에는 매우 창조적(?) 조언도 들어 있습니다. 전혀 다른 시각으로 자신의 생각을 강조하는 조언도 있습니다. 극단적이거나 폭력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에 ‘가만히 있으라’는 조언까지 혼란을 더 합니다.

    내부적으로 정리된 시각과 기준 없이는 태풍속에서 흔들리는 조각배 신세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외부 조언을 듣더라도 자기 조직의 정리된 시각과 기준을 가지고 질문해야 합니다. 위기 시 흔히 외부 조언자들에게 이렇게 물으며 의견을 청합니다. “저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은 십 중 팔구는 실패하는 질문입니다. 조직에 아무 정리된 시각과 기준이 없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성공적 조직은 이렇게 물으며 의견을 요청합니다. “저희는 현 상황을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저희가 이런 방향으로 가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희가 이렇게 간다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정리된 시각과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직진, 좌회전, 우회전 이 중 우리는 좌회전 하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 가와 같은 질문이 성공적인 질문입니다. 보다 정리된 시각과 기준이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를 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고 경영진을 비롯한 전 임직원이 같은 위기관을 공유해야 그 다음 개선과 재발방지가 가능해집니다. 반대로 제대로 된 개선이나 재발방지가 이루어지지 않는 기업은 대부분 위에서 아래까지 제 각각 위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위기에 대한 조직 내 생각이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조직에서 대표이사는 지난 위기를 ‘음모론에 의한 피해’라 정의합니다. 임원들은 “사실 그것은 내부 정치적 갈등 때문에 발아된 것”이라는 조작적 정의를 합니다. 팀장급들은 “임원들이 무능해서 발생된 예상된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일선 직원들은 “회사가 엉터리라서 발생한 위기”라는 단순한 정의를 합니다. 제3자가 들어도 지난 위기가 어떤 정의를 지니는지 헷갈립니다.

    위기관리가 지난 시점에서도 가능한 정확한 위기관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모두에게 이번 위기는 어떤 것이었다는 공통된 정의와 문제 해결 의지가 있어야 사후 위기관리는 가능합니다. 흔히 위기관리는 위기 발생 이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위기관리는 사후 개선과 재발방지책이 모두 완전하게 시행된 다음에 종료되는 것입니다. 그 때까지의 핵심은 정리된 시각을 견지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원칙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과문을 언제 올릴까요? [기업 위기관리 Q&A 223]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오늘 저녁 저희 이슈와 관련 한 부정적 보도가 OOO방송을 통해 나간답니다. 그래서 저희가 사과문을 다 써 놓았는데요. 이걸 저희 홈페이지에 팝업으로 올리려 합니다. 방송 이전, 혹은 방송 중, 방송 이후 언제가 좋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준비는 잘 하신 듯합니다. 그러나 사과문 팝업은 일단 해당 보도를 보고 나서 내용이나 시점을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방송에서 그 이슈가 어떤 앵글로 어떻게 다루어 질지 회사가 미리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내용의 심각성이나 팩트 하나 하나를 보고 챙겨 검증하신 후 사과나 해명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는 수순을 따르는 것이 전략적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은 해당 보도 내용 자체 보다는, 보도에 대한 공중의 반응입니다. 이제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여론 감지 채널이 존재하기 때문에, 해당 보도 이후 공중의 반응을 회사에서 직접 체크해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채널을 골고루 들여다보면서 보도 이후 일정 시간 동안 보도의 여파를 점검해 보기 바랍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공식 채널도 들여다보십시오. 고객상담센터 인입 콜, 매장고객 분위기, 거래처 연락, 자사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의 여론 반응을 골고루 챙겨 보십시오.

    해당 보도 이후 여론의 반응이 뚜렷하게 쓰나미의 모습을 띄는지, 아니면 아주 일부에서 약한 여론 반응만 잠시 일어났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회사가 사과문이나 해명문을 공개해야 하는 수준인지를 판단해 보아야 합니다.

    최근에는 전통 매체들에 대한 시청이나 구독이 예전보다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특정 기사나 보도가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파장이 발생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뉴스 아웃렛과 뉴스의 숫자가 늘어나고, 뉴스 시간대가 24시간으로 연장되었기 때문에 특정 보도에 대한 주목도는 예전보다 많이 떨어집니다.

    또한 말씀드린 것과 같이 회사가 여론의 실시간 반응을 체크 할 수 있는 방법도 생겨났기 때문에, 회사측에서는 이전보다 폭넓은 사후 모니터링과 분석이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취지에서 방송 이전과 이후 등에 대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시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보도내용을 분석해 앵글이나 표현 방식이 별 내용이 아니라면 즉각적 사과나 해명은 과잉대응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후 보도에 대한 공중 반응도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팝업 업로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공중 반응을 분석할 때에도 주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위협적인 부정 여론은 전반적 상승세, 다양한 채널에서의 균형있는 상승, 폭발적 확산 등 여러 변수들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지 않으며, 일부 채널에서만 상승되는 부정 여론에 대해 선제적 접근 또는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권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차분하게 방송 보도를 시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후 일정 시간 동안 그에 대한 반응을 잘 따라 지켜보면 됩니다. 사과문이던 해명문이던 그와 동시에 업데이트 해 작성해 놓는 것은 좋습니다. 업로드 시점이나 방식에 대한 결정은 그 다음입니다. 모든 준비를 다 해 놓고 시기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십시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과문에 대표이사 이름은 빼도 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몇몇 기업 사과문을 보니, 대표이사 이름을 빼고 ‘회사명’이나 ‘대표이사 배상’ 정도로 가늠하기도 하더군요. 어떤 기업에서는 사과문을 언론에게만 보내고 홈페이지 게시는 안하기도 하고요. 이래도 별 문제는 없는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를 위해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뚜렷한 목적과 의도가 있는 커뮤니케이션 행위입니다. 일반적 일상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가장 다른 점이 위기 시에는 자사의 커뮤니케이션 활동과 메시지가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구체적으로 광범위하게 분석된다는 점입니다.

    일상에선 별 주목받지 못했던 메시지도 위기 시에는 다양하게 해석됩니다. 이해관계자들이 그 메시지의 배경과 의도를 궁금해하기 때문이죠. 이런 폭발적 주목도와 의혹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자사의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걸쳐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자사의 일거수 일투족이 전부 크게 보여 지기 때문입니다.

    질문하신 바와 같이 어떤 기업은 사과문에 굳이 대표이사 성명을 넣지 않으려 합니다. 대표이사가 꺼려하시는 경우도 있고, 실무 담당자가 꼭 그렇게 하라는 법은 없다며 대표를 안심시키기도 합니다. 또 어떤 기업에서는 이번 위기가 대표이사 성명을 걸 정도로 심각한 위기는 아니다 정의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이유와 배경으로 인해 사과문에서 대표이사의 성명이 사라지는 것이죠.

    사과나 해명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사과하고, 때로는 해명하면서 기업은 논란에 대응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과문은 기자들에게만 배포됩니다. 이 메시지를 기사화 해달라는 것이죠. 반면 고객들이 들락거리는 홈페이지에는 게시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내부 공감대를 이룬 것이죠. 언론에게 해명하고 사과했으면 되었다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번 위기를 몰랐던 고객에게 까지 해명 사과하는 것은 오버액션이라는 내부 지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위기관리를 목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전 기업 내부에서 내리는 의사결정의 큰 주제입니다. 물론 대표이사 성명을 꼭 넣어야만 하고, 넣지 않는 경우는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뭐 이런 원칙이나 이론은 없습니다. 사과문이나 해명문을 여기저기 게시하지 않으면 위기관리는 실패다 같은 원칙도 없습니다. 어떤 의사결정이든 기업의 생각과 의도만 잘 전달하면 되는 것이죠.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 대목 때문에 만들어 집니다. 기업의 생각과 의도가 종종 있는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되지 않는 경우 때문이죠. 대표이사 성명을 사과문에 넣지 않아도 별반 주목받지 않으면 괜찮지만, 그 부분이 주목받는 경우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대표이사 성명을 찾으면서 ‘왜? 다른 기업과 달리 여기는 대표이사 성명을 생략했을까?’하는 의혹을 만드는 경우입니다. 자사의 생각과 의도가 부정적으로 전달되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왜? 이 기업은 굳이 언론에게만 사과문을 보내고, 고객에게는 직접 사과문을 보여주지 않는 걸까?’ 이런 불필요한 의혹을 생산한다면 해당 사과문 전략은 실패한 것일 수 있습니다. 왜 이 기업은 그때 그때 다른 대응을 할까? 우리가 볼 때에는 모두 비슷한 위기인데, 왜 대응 방식과 범위가 매번 다를까? 어떤 배경과 의도가 있는 것일까? 이런 위기 시 발생되는 의혹은 기업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자사의 생각과 의도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목적과 정확하게 정렬시키시기 바랍니다. 위기관리를 하고 싶다면, 자사의 일부 다른 생각과 의도를 드러내서는 절대 안됩니다. 자사의 메시지를 이해관계자들이 잘못 해석하게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대표이사 성명 하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공개하는 행위 하나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걸친 자사의 생각과 의도를 왜곡 해석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이번 위기관리 잘 한 것 같은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OO사의 위기관리를 보면 대부분 반응이 좋더군요. 제가 봐도 그 회사가 빨리 기자회견도 잘하고, 열심히 커뮤니케이션도 하고 좀 뭔가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전문가들이 볼 때에도 이번 위기관리를 잘 했다고 보시지 않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최근 들어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환경이 대세가 되다 보니 기업 스스로 여론에 대한 민감성이나 대응 속도 측면에서 예전과는 다른 변화가 여럿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기업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상 여론 반응에만 너무 몰두해 있어서, 과잉 반응이나 반사적 대응을 한다는 것이 문제될 정도입니다. 더구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반응’을 해야 한다고 믿고 부실한 실행을 반복하는 상황이 벌어기지도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OO사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적절했고, 적당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는 상당수 기업에서 많은 성장이 있었고, 그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공중의 이해가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다 개선 강화해야 할 핵심 부분은 상황관리 체계에 대한 평소 노력과 투자입니다. 이와 함께 금번 발생한 위기와 같은 유사 위기에 대한 기업 차원의 재발방지 노력이 가시적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 플랜이 중요합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싸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산 측면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기관리 분야라는 의미입니다. 반면 실제 상황발생을 경계하고, 발생을 억제 방지하고, 발생된 상황을 관리해 내고, 재발하지 않도록 지속 관리하는 이런 제반 위기관리 활동은 비쌉니다. 계속해서 예산을 쏟아 부어야만 목적 달성이 겨우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근 기업 위기관리 형태를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주로 집중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기업이 평소 홍보에 집중하듯, 위기 시에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멋지게 잘 하는가에 주된 관심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과도 제대로 하고, 기자회견이나 사과문도 멋지게 씁니다. 고객 상담전화도 열심히 일하게 만들지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도 낮은 자세로 여러 공중과 인간적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위기 시 언론과의 인터뷰도 핵심 메시지를 잘 잡아 합니다. 관계기관과의 지속적 협조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추가 상황 변화를 막아 내기도 합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는 잘해 내는 기업들이 이렇게 늘었습니다.

    앞으로는 이에 더해 위기(상황)관리를 위한 실질적 체계와 개선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위기관리는 예산으로 한다는 말처럼 제대로 된 예산확보와 투자를 상황관리 체계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유사 위기 재발을 방지하고, 재발하더라도 더욱 더 제대로 상황을 관리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제대로 한 것으로 보이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거짓말쟁이 양치기’의 것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실질적 개선 투자는 필요합니다. 같은 위기가 반복되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효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반감됩니다. 말로만 천냥 빚을 갚아 나가는 것도 한 두 번입니다. 매번 말로만 무언가를 해내려 하는 기업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는 곳이 아닙니다. 무언가는 보여주어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여러 번 사과하지 말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사과 한번에 문제가 사라지면 저희도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무리 정성껏 사과해도 문제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저희도 어쩔 수 없이 계속 사과 하는 거죠. 그런데 컨설턴트 분 말씀을 들으니 사과를 여러 번 하지 말라고요? 무슨 의미죠?”

    컨설턴트의 답변

    대부분의 위기관리 실행은 완전한 또는 완전에 가까운 수준의 준비를 거쳐 한번에 실행해 버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위기관리에서 두 세 번의 유사한 시도들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대응을 두 번, 세 번, 네 번 반복하는 기업의 시도를 보면, 첫 번째 이후 실행하는 대응은 그 수위나 범위가 배가 되어도 제대로 된 실효를 거두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홍보 임원이 사과 인터뷰를 해도 문제가 식지 않는 경우, 그 다음은 부사장급이 나가 사과를 합니다. 그것도 제대로 효과가 없으면, 그 다음에는 대표이사의 사과 자리를 만듭니다. 이런 식으로 두 세 번째 실행은 모든 것이 이전과 달라야 하고 수위는 올라만 갑니다.

    배상에 관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번째 배상을 실손 기준으로 하겠다 해도 문제가 식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요? 점차 손해 배상 수준과 범위를 확대시켜야 문제가 정리됩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상대와의 공감에 기반해 눈 높이에 맞는 배상 수준과 범위를 단번에 정리했더라면 불필요하게 추가된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얼마전에도 한 기업에서 위기가 발생하니 대표이사급이 반복으로 사과하는 경우를 보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사과의 빈도이기도 하지만, 사과 내용도 계속 반복 또는 변화를 거듭합니다. 심지어 비슷한 사과를 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다양해지기 까지 합니다. 이런 독특한 실행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일단 보기에는 위기관리를 곧 사과라고 생각하는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사과가 곧 위기관리라는 등식은 아마 다른 나라 보다 우리나라에서 강한 개념 같습니다. 사실 위기관리는 문제 핵심을 이해한 기반 위에서 해당 문제의 해결이 우선입니다. 사과는 문제 해결 의지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공감의 단계일 뿐입니다.

    문제의 회복 없이 사과를 반복한다 해서 문제는 풀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슴 울리는 사과를 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그래서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할 건가요?’하는 질문에 당면하게 됩니다. 사과를 반복하고, 그 내용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려는 노력 이전에 우선 문제 해결에 대한 성실하고 구체적인 노력을 가시화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일 것입니다. 그 또한 원점 관리입니다.

    “사과를 한 번 더 하시는 것이 어떨까요?”라는 위기관리 조언은 그리 도움이 되는 조언이 아닙니다. 한 번 사과해서 상황이 진정되지 않았다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첫 번째 사과는 절대로 오점이 없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비정상적 사과가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켰다면, 그 위기관리는 일단 실패 가능성이 극대화된 것입니다. 다시 사과한다 해서 관리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과는 초기에 완벽하게 준비해 한번에 끝낸다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와 함께 정확하게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을 사과에 담아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십시오. 만약 그렇게 했음에도 사과 효과가 없다면, 문제 해결책이 핵심 이해관계자 눈 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보강과 그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에 먼저 집중하십시오.

    위기 시 문제의 중심에 있는 기업 대표의 사과를 여러 번 보는 것도 사실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는 고역입니다.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입니다. 위기관리 주체의 고개 숙임이나 눈물, 사정, 애원, 공감 유도, 초췌함 이런 것들은 핵심이 아닙니다. 사과는 곧 위기관리라는 가벼운 생각을 버리십시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보상이나 배상이 위기관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 설비에 대형사고가 발생 해 여러 거래처가 곤란을 겪었습니다. 언론과 기관에서 보상이 도리다 해서 저희 회사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했지요. 그런데도 계속 이번 사고에 대한 비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상했는데도 위기관리가 잘 안되네요?”

    컨설턴트의 답변

    좀더 차분하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보상이나 배상은 기본적으로 그 자체가 위기관리 방안은 아닙니다. 거래처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만약 이번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들에게는 피해도 발생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피해도 발생한 것이죠.

    피해자들의 관점에서도 자신이 입은 피해를 보상받는 것은 그냥 당연한 것일 뿐, 그것이 자신에게로 향한 회사의 배려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일단 불필요하게 피해가 발생했고 심리적이나 물질적으로 자신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분노할 것입니다. 피해 보상이나 배상에 감사하고 감격까지 하는 피해자는 절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피해를 보상해 주지 않으면 위기관리 자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피해 보상을 해 주었다고 해서 위기관리가 완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위기관리의 핵심 대상은 사고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얻은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그 다음 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과 같은 사고를 다시는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회사의 의지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에 기반한 재발방지 대책과 피해 방지 대책을 적절하게 수립해 발표하고 투자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고로 인한 단번의 피해는 보상 가능하지만, 같은 사고가 자꾸 반복되면 피해보상 자체도 점점 더 힘들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기업이 피해보상이나 배상을 위기관리라고 생각합니다. 보상을 했으니 잠잠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사실 피해 보상이나 배상액이 사고방지를 위한 시스템 투입 예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도 있습니다. 사고를 재발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한다면 수백억이나 수천억이 들어 갈수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심정적인 피해 보상은 보기에도 좋고, 예산도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개선책 보다는 보상을 상대적으로 선호합니다.

    같은 사고나 문제가 심각하게도 반복되는 이유들 중 하나가 이 때문입니다. 해당 사고가 십년이나 몇 십년에 한번 발생할까 말까 하는 희귀한 것인데, 그에 대한 방지를 위해 엄청난 예산과 부단한 노력을 쏟아 붓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냥 그 때 그 때 사고가 발생되면 보상을 해주고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더 나은 위기관리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예산을 포함 해 모든 것이 전략적이고 효율적이라 생각하는 것이죠.

    기업에 따라 대표이사의 철학과 신념에 따라 위기관리 개념과 방향은 각기 다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것이 좋은 위기관리고 어떤 것이 나쁜 위기관리라는 평가는 매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일 것입니다. 불행히도 그 피해가 발생되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기업이 그 것에만 관심을 두게 되면 그들의 피해는 또 불필요하게 반복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이 문제를 개선해서 사고나 피해가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핵심입니다. 그들 이해관계자가 불행하게 피해를 입을 수는 있겠지만, 불필요하게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위기관리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이니 한번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컨설턴트께서 여러 위기유형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저희는 ‘그냥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제품 문제가 생겼다면 리콜 해 버리고요.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배상하면 되죠. 사과 할 일이 있으면 하고요. 위기관리라는 게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렇게 말씀하시니 아주 간단해 보이기는 합니다. 위기관리라는 것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는 적절한 시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말씀하신 리콜이 그렇습니다. 평시에는 막연하게 문제가 있으면 리콜하면 된다는 생각을 기업이 합니다. 문제는 리콜에도 세부 실행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콜에 대해서 공지하고 커뮤니케이션만 한다고 스스로 문제 제품이 리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리콜과 관련 한 까다롭고, 고려 사항이 많은 부분들을 평시에 하나 하나 챙겨 놓지 않으면, 항상 리콜 실행에 있어 여러 문제와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자칫 리콜 프로세스의 허술함으로 인해 더 큰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하면 되지’ 생각하기 보다는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와 같은 적극적인 궁금증이 위기관리에는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비자 피해로 인한 배상 건도 그렇습니다. 기업에서 예산이 넘쳐나 압도적 배상을 해 주면서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수십 억에서 수백억이라도 쾌척 할 수만 있다면 말이죠.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기 시 대표이사께서도 그렇기 때문에 배상 대상과 금액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더하는 것이죠.

    실무자 차원에서는 ‘위에서 결정하면 우리는 배상 관련 커뮤니케이션과 작업만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사적 고민을 기반으로 할 때 배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결정하고, 진행되어 ‘그냥 해 버린다’는 수준의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배상에 있어서도 전략이나 방식은 매우 중요합니다. 누구에게 한정해서 어떤 취지와 동의를 공유해 가면서 얼마의 금액을 어떤 방식으로 배상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입니다. 유사 사례들에 대한 벤치마킹도 있어야 하고, 유사한 피해가 재발되었을 때의 기준을 미리 감안하기도 해야 합니다. 그 외 여러 법적 부분들과 소비자 감정, 이해관계자 여론 등을 폭넓게 감안해야 하기도 합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사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는 사과가 유행이 되어 자칫 어떤 위기가 발생해도 일단 사과 먼저 하고 보는 실행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과에 있어서도 전략적 사과의 방식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해관계자 대상에 대한 우선 순위도 중요합니다.

    사과를 한다 해도 언제 하는가, 누가 하는가, 누구에게 하는가, 어떤 형식으로 하는가, 어떤 메시지로 하는가 등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수백가지에 이릅니다. 상황과 여론의 변수에 따라 그 세부도 시시각각 변화해야 하는 것도 골치거리입니다. 이 또한 ‘그냥 해버리면 된다’는 생각만으로는 절대 제대로 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 위기관리’라 할 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할 수 있도록 평시 준비하고, 연습하고, 실행 역량을 갖추는 것 없이는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런 평시 노력들이야 말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기관리는 평시에 하는 것이라는 의미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정치인들은 그렇게 하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장님께서 정치인들과 친하셔서, 위기관리에 대해 그들 방식을 많이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논란이 생기면 다른 논란으로 이전 논란을 덮으라 하실 때도 있고요. 재판까지 가기 전에는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는 전략을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기업도 정치인들처럼 그렇게 해도 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십니다. 기업은 정치인과 전혀 다른 주체입니다. 존재 이유나 방식이 다릅니다. 주변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성격도 완전히 다르죠. 정치인의 위기관리가 일부 멋지고 시원하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그대로 기업이 차용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위기관리 그 자체도 정치 행위 일 수 있습니다. 정치를 위해 위기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또한 종종 정적에 의해 제기되는 위기를 정면대결로 맞받아 쳐서 정치적 승리를 노리기도 합니다. 자신의 정치력을 믿고, 일부 공중들의 공격에 침묵할 때도 있고, 반대로 강하게 반격 해 여론을 움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에게 위기는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자사의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위기를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기업은 없습니다. 경쟁사에 의해 제기되는 위기를 맞받아 치고 이를 시장의 승리로 이끄는 소설 같은 상황은 좀처럼 현실화 되지 않습니다. 자사에 대한 공중의 비판과 공격에 침묵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기업도 그리 흔치는 않습니다. 반대로 기업간에는 항상 사과하고 고개 숙이고 성실하게 개선하는 모습을 더 상급의 위기관리로 칩니다.

    물론 정치인들이 기업의 위기관리와 같이 투명성, 정직성, 책임감 표명 및 개선 등의 전략을 기반으로 자신의 위기를 관리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부분이 있다면 기업이 배우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굳이 정치인들의 다양한 전략과 계략 그리고 아이디어를 기업이 적극 벤치마킹 해야 할 이유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일단 앞서 이야기한대로 정치인과 기업의 위기관리는 서로 전혀 다른 경기방식이라 벤치마킹 한 내용도 다른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종 기업 VIP들이 여럿 모여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는 합니다. 사업만큼 정치가 돌아가는 형국에도 VIP의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정치인 누구는 멋지게 위기를 관리했다. 반대로 누구는 잘 못했다 등의 평가도 줄을 잇습니다. 정치인 개인적 위기관리 스킬에도 찬사나 비판을 다양하게 쏟아냅니다. 말 그대로 여러 평가와 의견들이 엇갈리는 것이지요.

    기업의 위기관리에 정치인의 위기관리 기법을 바로 적용하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기업의 위기관리 결과는 비즈니스 연속성과 연결되어야 하기에 이해관계자 대부분의 긍정적인 평가를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위기관리는 자신의 지지층에 대한 결속을 주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정치인 위기관리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양 갈래로 갈립니다. 기업의 위기관리 평가는 그래서는 안됩니다.

    그럼에도 기업 VIP들이 보는 대형 정치인들의 위기관리 기법과 전략이 자칫 멋져 보이고, 리더십의 모습으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정치인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의 위기관리가 훌륭해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그런 생각과 느낌이 들 때에는 정치와 기업은 여러모로 다르다는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기업은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대로 위기 시 의사결정 해야 살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실수나 실패가 있었다면 투명하게 나와 인정하고 용서 구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더 이롭습니다. 책임이 자사에게 있다면 그 책임을 얕은 수로 피하려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개선과 재발방지를 이야기한다면 꼭 지켜 이해관계자들과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과정을 정치인과 같은 관점에서 정략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위기가 더 위험해 지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은 다른 기업의 위기관리를 공부 해 따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절대 정치인들의 위기관리를 그대로 따라 하지는 마십시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평시 언론관계 역량이 위기관리 성패 가른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임원과 실무진들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워크샵을 할 때 종종 ‘숙제를 잘 해 놓으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린 학생 시절 경험했을 수도 있는 기분을 다시 떠올려 보자. 숙제검사를 잘 하지 않기로 유명한 선생님이 하루는 수업을 시작하자 마자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제 내준 숙제해 온 사람은 숙제를 책상위에 펼쳐 놓도록 해. 숙제 안 한 사람들은 일어서서 앞으로 나오고.”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보자.

    물론 숙제를 정상적으로 해 온 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숙제를 펼쳐 놓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반면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학생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벌을 받기 위해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 가슴 두근거림과 두려움은 실제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기업에게 그 기분 나쁜 숙제검사는 곧 부정 이슈의 발생이나 위기의 발화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세계적 투자자인 워렌 버핏이 이야기했다. “누구나 즐겁게 수영을 하지만, 그 풀장에 물이 빠져나가면 누가 수영복을 입고 있지 않았는지가 드러난다” 평소에는 다 비슷해 보여도, 시장이 악화되었을 때에는 어떤 기업의 펀더멘털이 좋은 지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비유다. 이슈나 위기관리에서도 그렇다. 평소에는 대부분 기업이 이미지 좋고, 평판도 훌륭해 보이 지만, 그 회사에 부정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는 그 기업의 실제 이미지와 평판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상기업인지 그 여부가 드러난다.

    기업의 언론관계 역량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해당 역량에 대한 착시 현상이 존재한다. 요즘같이 유가(buying)를 기반으로 보도자료나 기사를 뿌려 댈 수 있는 환경에서는 더욱 더 언론관계 역량의 품질을 식별하기 어렵다. 예산이 풍부하면 그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기사와 버즈가 생성되니, 그 결과를 놓고 언론관계를 잘한다 홍보를 열심히 한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대한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발 되면 해당 기업의 언론관계 역량은 그대로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누가 맡겨진 숙제를 잘 해 왔는지를 그대로 검사 받는 상황이 돼 버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홍보담당이나 부서는 물론 대표이사와 여러 임원들까지 인지부조화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는 지금까지 언론관계나 홍보를 잘 해 왔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지?’ 하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흘러나온다.

    특히 이런 현상은 정상 홍보 역량과 조직을 갖춘 대기업들에서 보다, 그에 미치지 못하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최근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에게서 훨씬 더 흔하게 목격된다.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언론관계 역량에 문제가 있는 기업에게는 어떤 구체적 해프닝들이 발생될까? 정리해 본다.

    미디어리스트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

    가장 대표적 언론관계 역량의 문제가 미디어리스트와 관련되어 있다. 기업 언론관계의 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홍보실로부터 최신 버전의 미디어리스트를 받아 점검해 보면 된다. 자사를 담당하는 기자들의 리스트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대부분 언론관계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기업들의 미디어리스트는 기준이 모호하거나, 예전 담당기자의 정보가 들어있거나, 새롭게 변화는 상황과 정보를 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갑작스럽게 상황이 발생하여 자사 해명문이나 사과문을 기자들에게 배포해야 하는데, 그 리스트가 충분하거나 유효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는 기업들이 있다. 미디어리스트 내 한 언론사에는 데스크급 기자의 정보가 전부이고, 어떤 언론사는 이미 퇴사해 버린 기자들의 정보만 가득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미디어리스트는 전혀 쓸모 없는 쓰레기인 셈이다.

    아는 기자는 많은데, 친한 기자가 없다

    이 또한 전형적으로 이슈나 위기관리 시 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다. 미디어리스트에 담당기자 정보가 200-300명 되지만, 그 중 누구 하나에게 딱히 전화 걸어 정보를 확인하기 쉬운 기자가 없는 상황이 이런 경우다. 예전에 친했던 기자는 이미 다른 부서로 발령 되어 직접적으로 해당 이슈와는 상관이 없다. 그래도 아주 모르는 기자보다는 낫겠지 하면서 그 옛 기자에게 전화해 간접적인 확인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전형적으로 언론관계 업무와 관련해 제 숙제를 그때 그때 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슈관리를 위해 한 경제지 내부 분위기를 알고 싶다고 그 경제지의 자매지 기자에게 전화를 건다든가. 한 종편의 취재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 같은 오너의 일간지 기자를 만나 본다든가. 흔히 광고국을 통해 상황을 알아보는 것도 그런 류다. 직접적 언론 네트워크 대신 간접적으로 또는 두세 다리를 건너서 상황을 파악하는 활동이 많은데, 이 모든 것이 언론관계 역량이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보 취득의 범위나 정확성이 떨어진다

    당연한 결과다. 앞서 미디어리스트와 친한 기자의 부재 원인과 바로 연결되는 결과다. 부정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작업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인데, 이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지지 않는다. 상황 정보를 취합해 본 경험이 있는 실무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정보를 조각 조각으로 입수해서는 정확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다. 충분해 보이는 깊이 있는 정보를 얻었다 해도 그에 대해 크로스 체킹 해 보기 전에는 정확성을 부여할 수 없다. 자꾸 새롭게 충돌하거나 가려져 있는 다른 정보들이 나타나고, 주장과 예측이 진짜 정보들과 버무려져 혼란스럽기만 하게 된다.

    언론관계 숙제를 제대로 해 놓지 못한 기업은 기자들을 통한 정보 취득과 분석 작업은 일단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입수되는 정보 양이나 질이 형편없을 뿐 아니라, 정확성도 상당히 떨어지는 수준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정보를 제공한다는 소스 기자들이 아주 예전 기자였던 분이거나, 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단순 시니어 기자이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분이면 상황은 더욱 더 재앙적으로 변한다.

    다른 출입처 기자 리스트가 없다

    일반적으로 기업에게 부정적 상황이라면 담당기자 리스트와 커넥션은 물론, 그에 더해 법조, 국회, 특정 규제기관 출입기자단 리스트가 어느 정도 구비되어 있어야 대응 업무가 가능 해 진다. 미디어리스트가 곧 언론관계나 커넥션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경험 있는 홍보임원이나 팀장이 있는 기업에서는 이전 담당기자들이 출입처가 변경되어 여러 주요 기자단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커넥션을 찾을 수 있다. 리스트만 있으면 즉각적인 커넥션 활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에게 부정적 상황이 발생되면, 홍보실은 관련된 기관이나 조직의 담당기자 리스트를 구하려 애쓴다. 각종 방식으로 우회하여 미디어리스트를 입수하고, 그 중 커넥션 있는 기자들을 찾아 내 정리하며 접근 방식을 고민한다. 이는 그나마 언론관계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 갖춰진 기업이다. 그 외 기업은 혹시나 운이 좋게 해당 기관의 미디어리스트를 구했다 해도 별 소용이 없다.

    해명문이나 사과문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다

    보도자료는 평소 잘 써서 여기 저기 기사화했는데, 실제 발생된 문제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문 작성에는 자꾸 주저하게 되는 경우다. 다른 기업은 실제 해명문이나 사과문을 어떻게 작성했는지 샘플을 급히 구해 보기도 한다. 어떤 형식으로 글을 써야 할지,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상호간 왈가왈부만 이어진다.

    일부 조언하는 내외부 분들로부터 자꾸 자신의 생각을 포함하라며 지시가 내려온다. 수정과 수정이 계속된다. 문서 하나를 두고 수많은 사람들의 검토와 훈수가 이어지다 보면, 해명문이나 사과문이 장장 수 천자 수준의 길이가 되기도 한다. 형식 또한 많은 사공이 인풋을 한 결과 언론대상 해명문이나 사과문의 형식을 일찌감치 벗어나 버린다. 정치 성명문 같기도 하고, 법적 소장 같기도 한 괴상한 문서가 생성된다. 평소 제대로 된 언론관계 역량을 기반으로 정상적인 대 언론 커뮤니케이션이 지속되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해프닝이 내부에서 발생되는 것이다. 그후 결국 그 문서를 모르는 기자들에게 이메일 발송한 뒤 배포 완료를 선언한다.

    의사결정권자들이 언론 체계나 습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홍보실 사람들에게 당연하고 일상적인 언론 관련 내용들에 대해 대표이사나 임원들이 생소 해 한다. 평소 언론관계 역량이 안정된 기업에서는 대표이사나 주요 임원들도 언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와 경험을 가지게 된다. 그렇지 못한 기업에서는 언론이 매우 새롭다. 홍보실에서 ‘그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해도 임원들이 그 조언을 듣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홍보실이 너무 언론 시각에서만 이야기한다 거나, 언론편을 들고 그들의 눈치를 너무 살핀다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의사결정자들이 언론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꾸 대응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무리수가 이어진다. 홍보실은 그 사이에서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하부 업무만 반복한다. 언론을 비롯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해야 하는데, 내부 의사결정자들의 심기를 관리하고 있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평소 경영진의 언론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경험은 언론관계 역량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대표이사나 주요 임원들이 언론을 몰라서는 이슈나 위기관리는 커녕 사업도 어렵다.

    의사결정권자들이 홍보실을 신뢰하지 않는다

    아이러니다. 평소에는 대표이사나 임원들이 자사 홍보실에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발생되니 금세 신뢰를 거두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의사결정자들은 기본적으로 변덕스럽다. 각 기능들의 실체와 수준을 신속하게 평가하고, 대안을 찾는데 익숙하다. 평소 언론관계 역량은 위기 시처럼 직접 평가받지 못하게 마련이다. 반면 상황이 발생하고 하루 정도면 의사결정자들은 홍보실의 실제 역량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

    문제는 단순히 의사결정자들이 홍보실에 대한 신뢰만 거두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더 큰 난맥상이 목격된다. 전문성 없고, 허락되지 않은 임원들의 개인적 언론 접근이 이어진다. 현장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공식 메시지가 아닌 내용들이 전파된다. 상당히 위험한 언론 매체들의 동원 시도도 이어지고, 전혀 다른 위기를 양산해 낸다. 통제불가능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 돼 버린다. 일단 홍보실이 약간 부족하더라도 경영진이 기존 홍보실을 제외하거나 무력화시켜서는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홍보담당자나 홍보임원이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어떤 홍보담당자라도 평소 언론관계 역량을 제대로 가꾸어 왔고, 맡겨진 숙제를 잘 해 왔다면 이슈나 위기 발생 시 무력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역량과 커넥션을 잘 발휘해서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이끌어 내려 현장을 뛰며 밤을 새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던 경우 홍보담당자는 극도의 불안과 패배감 그리고 조직적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해야 할 업무는 더 줄어드는 경험을 한 홍보담당자는 그런 상황에 처한 경우다. 일부 대응 업무만 맡겨진다 거나, 위기관리팀을 소집 운영하거나 보조하는 총무의 역할로 홍보담당자의 역할이 바뀌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단 이슈나 위기 발생 시 홍보담당자가 무력감을 느낀다면, 그 기업의 언론관계 역량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다.

    자사에게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되어 진짜 거대한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를 경험해 본 경영진이나 홍보담당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경험이 오랜 홍보팀장이나 임원들의 경우에는 물론 기억에 남는 자신의 위기관리 케이스를 몇 개 꼽을 것이다. 그 외에는 자잘하거나 부정적인 해프닝에 대한 홍보실 차원의 다양한 대응 경험이 대부분이다.

    우선 주목해야 하는 건 그 자잘하고 부정적인 해프닝 수준의 일상적 이슈관리에 관한 것이다. 그 때 그때 해당 해프닝에 대응하면서 자신과 자기 부서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역량이 부족하다 느꼈는지 기억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평소에 무엇을 해야 그런 어려움과 부족함을 해소시킬 수 있을지를 경영진과 함께 여럿이 고민해 보면 좋다.

    그런 일상적인 깨달음과 기억들 그리고 고민들이 실행으로 이어져야 언론관계 역량이 성장한다. 정상기업으로서 필요한 정상적 언론관계 역량을 갖추게 된다. 지금은 상황이 평온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아 이만하면 충분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문제를 찾아내는 노력은 언제나 부족하다. 언제 이 풀장의 많은 물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우리의 수영복이 드러날지 노심초사해 보는 것은 결과적으로 유익한 일이다. 막연히 불안하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 정답 대신 해답을 찾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자,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나요? 큰 이슈가 발생했거나 위기상황에 처한 기업에서 컨설턴트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무언가 문제 해결을 위한 열쇠를 찾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복잡한 상황을 툭툭 끊어내고 잘라내서 가지런히 정렬할 수 있는 마법 가위를 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세상 많은 것이 그렇지만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시대다. 어제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옆 회사의 정답이 우리 회사에게는 최악의 선택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되었지만, 우리는 안 되는 거다. 정답이 영원히 정답일 수 없게 만드는 무한한 변수들이 혼동 속에서 상호 충돌하기 때문에,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있어 정답은 존재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시각이다.

    예를 들어 빨리 사과하라는 원칙이 정답 같아 보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신속하게 한 사과로 인해 추가적인 곤란을 겪는 많은 사례들이 나타났다. 다른 변수들이 사과의 신속함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대표가 직접 나가서 위기관리 하라 하는 것도 정답 같아 보인다. 하지만, 때때로 대표가 나가서는 안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표가 무리하게 나서면 전선을 더욱 극대화해 버리는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늘어난다.

    뭐든 정답 같아 보이면 일단 의심하고 다시한번 다각적인 고려를 해 봐야 안전하다. 매뉴얼이나 이론서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용가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커만 간다. 그렇다고 매뉴얼이나 이론서 없이 이슈나 위기관리를 해 보려 하니 더욱 더 난감하다. 의사결정이 바로 정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참고해야 할 텐데 마땅한 것이 없다. 자신이 내린 의사결정이 정답일지 아닌 지에 대해 확신이 없고, 식은땀만 난다.

    일단 정답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보자. 정답은 없고, 다양한 해답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새로 가져 보자. 정해진 답이 정답이다. 그렇게 정해진 것은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해답을 찾아 유연하게 사고하고, 폭 넓게 범위를 활용해 보자. 좀더 나은 이슈관리와 위기관리가 가능 해 질 것이다.

    기업이 고통받는 젠더이슈, 정답이 있나?

    기업들이 최근 들어 젠더간 갈등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는 사실 이번 자사 이슈 발생 이전에는 젠더 이슈에 대해 별로 알지 못했다며 한숨을 쉰다. 일부에서는 만약 자신들이 그런 극단적인 젠더 갈등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면, 자사 직원들이 그런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냐 한다. 그런 직원들이 없기 때문에 아무 의식 없이 디자인이나 카피를 사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 좋다. 정상 기업이 일부러 그런 논란을 일으켰을 리 없다. 일부 실무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일부러 게임을 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사후 담당자들이 받을 스트레스와 각종 인사적 불이익을 미리 감내하면서까지 게임을 할 직원은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는 것이다. 공중은 기업이나 직원을 의심한다. 그런 여론으로 중요한 사업적 이해관계자들이 불이익이나 피해를 받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해당 기업은 그 상황을 심각한 이슈나 위기로 정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은 무엇인가? 유일한 정답은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위해도 높은 해프닝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해법은 문제의 해프닝의 지속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내용이나 소스를 없애야 한다. 그리고 사과를 하고 개선이나 재발방지 약속을 하는 것이 해법이다. 아니, 해법들 중에 하나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그 해법에는 이해 안 되는 것이 많다. 우리가 진짜 특정 사상을 가지고 그런 컨텐츠를 만든 것이 아닌데, 왜 우리가 유죄를 인정해야 하는가? 컨텐츠를 내려 버리는 것은 문제를 인정하는 행동 아닌가? 전체가 아닌 아주 일부 집단에 의해 지적 받고 있는 컨텐츠를 내리고 사과하는 것이 과연 전략적인가? 다양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반론들이 따라붙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을 뿌리로 해서 급격하게 자라난 해프닝에 합리성이나 이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서는 정답은 커녕 해답도 찾기 힘들어 질 뿐이다. 아예 답이 없다는 허망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 기업과 관련 한 온라인발 해프닝은 점점 더 다양해 지고 심각해 질 것이다. 온라인 여론의 특성에 대한 기업의 이해 노력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향후 어떤 정답 비슷한 것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빨리 해프닝의 지속기간을 최소화 하는 것이 가장 유익한 해답 같아 보인다. 맞서 싸워 더 나아질 성격의 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다른 해법이 있다면 회사마다 그 해법을 따르면 된다.

    글로벌 사업에서의 한중일 삼국간 갈등, 정답이 있나?

    얼마전까지 우리나라 기업들 중 일본 시장에서 사업을 하거나, 국내에서 일본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장기간의 고통을 경험했다. 국가적으로 반일정서가 심각해서, 사업 자체가 위기를 겪었다. 일부는 한국내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고, 반대로 일본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한국에서 사업하는 일본기업에서 많은 자문 요청이 있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을 간절하게 찾았다. 그러나 정답은 없었다. 정답에 가장 가까운 답이라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있자’ 정도가 결론이었다. 그 답 같지 않은 답을 보면서 그 회사 임원들은 한숨을 쉰다. 어떻게 그것이 정답이나 해답이 될 수 있습니까 하며 울상이 된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 이외에는 상황에 맞는 해답이 없는데 말이다. 조용히 견디자. 아무것도 하지 말자. 눈에 띄지 말자. 이런 것들이 어쩔 수 없는 해답이었다.

    최근 한 기업에서는 중국 시장에서의 문제로 큰 고민에 빠졌다. 중국의 동북아 역사 수정 갈등의 중심에 자사가 끼어 버린 것이다. 글로벌 출시한 제품 디자인과 브랜드 컨셉에서 한류를 강조했는데, 중국 시장 반응이 심각했다. 그 디자인과 컨셉은 최초 중국의 것인데 왜 한국적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하는가 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비판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중국 소비자 시각에 맞추어 해당 제품을 접고, 브랜드를 포기하며 사과하면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그런 이슈관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반대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무슨 소리냐 이건 한국적인 것이라며 강력 대응한다면 중국에서의 사업은 어떻게 될까? 앞의 젠더 이슈와 같이 한쪽의 편을 들면, 한쪽이 문제를 지적하고, 반대로 해도 동일한 골치 아픈 진영 갈등 속에서 회사는 어떤 결정도 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심지어 해답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이게 현실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ESG 관련 이슈, 정답이 있나?

    최근 유행하는 ESG 경영 트렌드와 관련된 이슈에도 정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그럼 예전에는 기업들에게 환경이나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에 대한 생각이나 체계가 없었을까? 이미 존재하던 개념이었다. 최근 들어 그 세가지 개념이 하나로 묶여 경영 트렌드로 재강조되고, 정부나 시민단체나 기업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 가고 있는 과정일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떤 기업은 아직도 환경관련 문제를 터뜨리고 있다. 예전에는 그리 관심 끌지 못했던 단순 환경 사고로 해당 기업은 ESG경영에 반하는 겉과 속 다른 기업으로 비판 받게 되었다. 환경 사고가 나는 그 순간에도 대표이사는 ESG 경영에 대한 강의를 하거나, 글을 올리고 있었다면 더욱 복잡한 상황이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앞장서서 ESG경영을 외치는 신문사들이 발행하는 종이 신문에 주목한다. 그 상당부분이 그대로 버려지거나 해외에 포장지로 수출되는 상황을 비꼰다. 진정한 ESG를 위한다면 신문사들이 먼저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라는 비아냥이 이어진다. 웃지 못할 이런 이슈에 대해서는 신문사들의 이슈관리 정답은 무엇일까? 해법은? 무시가 가능한 해법으로는 보인다.

    어떤 기업은 ESG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약속하고도, 사회적 논란을 연이어 일으킨다. 어떤 기업은 오너 중심의 심각한 지배구조를 유지한 채 ESG경영을 브랜드로만 내걸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에는 무시나 침묵으로 대응한다. 해답을 그렇게 정한 모양이다. 정답은 찾는 것을 포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현실적이다.

    현란한 MZ 세대 직원들 관련 이슈, 정답이 있나?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새로운 인류군의 직원들은 어떤가? 굳이 어떤 회사라고 꼽지 않아도 작고 큰 다양한 MZ 세대 관련 이슈들은 발생되어 이어지고 있다. 블라인드와 브이로그, 각종 소셜미디어 등과 연계된 여러 해프닝이 기업 이슈의 한 카테고리를 이룬지 오래다.

    큰 세대차를 드러내고 있는 경영진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그렇고, 공개적으로 대표의 허심탄회 한 대화 노력을 평가하는 직원들까지 한둘이 아니다. 공개적으로 성과급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여 사내는 물론 언론에까지 노이즈를 만들어 낸다.

    부정적인 이슈로 회사가 어려울 때에도 MZ 세대 직원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일부 이해관계자들과 대립하거나 충돌하기도 한다. 법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 윤리적 문제 등과 버무려진 MZ 세대 이슈는 세부 유형을 나누기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기업측에서는 그런 새로운 환경인 MZ세대 관련 이슈에 대해 어떤 정답을 가질 수 있을까? 정해진 답을 가지고 오색찬란 한 MZ세대의 생각과 움직임을 관리해 나갈 수 있을까? 진짜 그런 정답이 있어 효력을 발휘할 수 있기는 한 것인가?

    기업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에 있어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기업은 처해진 상황에서 가능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 뿐이다. 해법은 그럼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 우선 적절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당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있어 지향하는 목적이나 목표를 정해야 한다. 우리가 현 상황에서 관리 활동을 통해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어떤 상황을 목표로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젠더간 갈등과 관련된 부적절해 보이는 이미지로 컨텐츠를 만들어 논란이 되었다면, 그 상황에서 해당 기업은 어떤 이슈관리 목적과 목표를 세울 수 있을까? 어떤 기업은 ‘해당 논란의 조기 진화로 회사 매출 및 거래처 피해 방어’를 목적과 목표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합당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신속하게 해당 컨텐츠를 내리거나 수거해 버리고, 부주의했음을 신속히 사과해서 논란을 조기 종식시키는 노력을 하는 관리방식도 그중 하나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서다.

    목적과 목표를 세웠다면 그에 정렬되어 있는 가용한 모든 대응방식을 찾아 검토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다. 해당 컨텐츠를 삭제하고 말 것인가? 해당 컨텐츠를 새로운 플랜 B컨텐츠로 대체할 것인가? 재발방지 프로그램에 어떤 계획을 넣을 것인가? 누구 명의로 사과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어떤 표현과 설명을 해야 이슈관리 목적과 목표에 가장 정렬될 수 있을 것인가? 이 모든 것을 언제 해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검토와 고민 그리고 결정이 필요하다.

    개선이나 재발방지책에는 어떤 옵션들이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그 다음 단계의 것이다. 일단 이전에는 재수가 없어서 관련 논란에 휩싸여 고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번 그리고 세 번 비슷한 논란에 휩싸이게 되면 공중들 시각에서는 그것이 회사의 의지나 숨겨진 의도라 간주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정답이 없다면, 가능한 다양하고 여러 차원의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그때 그때 적용해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 개선해야 한다. 그 뿐이다.

    추후 그 동안 회사는 어떤 실질적 개선과 재발방지 노력을 했는가 하는 질문을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답 없는 이슈나 위기라고 해서 해답을 찾고, 실제로 해답을 적용하는 활동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해서 든 최악으로 상황이 번지는 것을 막고, 적절한 지점에서 상황과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해 내는 것이 잘된 이슈 및 위기관리다. 그 과정에는 해법들이 존재한다. 정답 대신 해법을 찾아보자. 좀더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여러 고민을 해보자. 그리고 다양하게 실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