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언젠가부터 기업의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CEO의 사퇴가 주요한 위기관리로 해석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원래 정부기관에서 대형 위기 발생 시 그 책임을 물어 그 기관의 수장을 경질하던 ‘정치적 행위’를 기업이 따라하는 것이다.
정부기관의 수장을 위기 발생 책임을 물어 경질하는 것에는 여러 다른 배경이 있다. 일단 해당 위기에 대해 그 수장이 제대로 된 대비나 대응을 하지 못한 경우가 주다. 그에 더해 야당이나 심지어 여당에서도 해당 수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정치적 비판을 하는 경우다. 고위정치권에서도 해당 기관의 수장을 교체하는 것이 여론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정치적 감각에 기반한다.
그러나 이런 수장교체 카드는 정치적이고 정무적 감각에 주로 의지할 뿐, 실질적 위기관리나 개선 또는 재발방지 대책과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심각한 위기를 대비하지 못한 책임 그리고 실제 위기에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그 수장이 짊어지고 나가버리는 형식일 뿐이다.
그 뒤를 이어 새롭게 부임한 해당 기관 수장은 일단 지나간 위기와 그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유롭고 싶어한다. 초기 유사한 위기의 재발방지를 일부 강조하기는 하지만, 이내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더 강조하며 부처 실무에 임하게 된다. 수장 교체의 직접적 원인에 대해서는 깊이 손을 대지는 않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기관의 위기는 유사하게 반복되고, 발전한다. 수장은 그에 따라 종종 교체되고, 사임한다.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 커뮤니케이션 한다. 진정으로 해당 위기에 대해 책임을 진다 생각했으면,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고, 더 나아가 개선이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놓는 것이 맞다. 그래야 고위 공직자로서 제대로 된 책임을 다한 것이다.
골치가 아프니까 사임한다. 성가시니까 자리를 내 놓는다. 해법이 있을 리 없으니 남에게 일을 미룬다. 이런 식으로 사퇴가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시끄러우니까 여론을 잠재운다. 그대로 수장을 남겨 놓으면 볼썽 사나우니 바꾼다.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바꾼다. 이런 식으로 경질이 해석되어서도 안된다.
기업의 경우에도 위기 발생 시 CEO를 경질하거나 CEO 스스로 사임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이다. 일단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CEO를 경질하거나, CEO가 사퇴 의사를 밝히는 것은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겠다는 표현과 같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오너 기업에서는 비상경영체제나 오너 직접 경영 체제 등을 흘리면서 ‘회장께서 버럭 하셨다” “회장께서 강력하게 조치하셨다”는 내부 메시지를 홍보한다. 전임 CEO의 위기 중 부재기간을 커버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이미지에 대한 것이지, 실질적 위기관리와 실행과는 먼 것이라 문제다.
일반적으로 중대 책임이 있는 CEO 경우라도 우선 일정기간 위기관리에 전력을 쏟게 한 후, 위기관리가 마무리되면 이사회를 통해 CEO를 정상적으로 교체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새 CEO가 부임하기 전 이미 발생된 위기에 대한 위기관리는 대부분 마무리되어 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 후 책임을 묻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더욱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새 CEO를 영입해 지난 위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이사회가 지속적으로 CEO를 줄줄이 경질하는 의결을 하지 않게 된다. 반복되는 위기로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것을 반복 목격하지 않아도 된다. 고객 충성도와 매출이 그에 따라 널을 뛰는 문제에 골치 아파하지 않게 된다.
기업이 정부기관을 그대로 따라하면 문제가 더욱 커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여론만 보고 실질적 위기관리는 간과한 채 CEO를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경질하고 그 자체를 대단한 위기관리로 홍보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그런 트릭으로는 문제만 반복되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기업 CEO 스스로도 정확한 위기관리관과 철학을 갖출 필요가 있다. 위기가 발생되면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위기관리란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일 뿐이다. 만약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어딘 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다.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못했다는 의미다.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 못했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예측을 했으면서도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는 발생된다. CEO 스스로 평시나 위기 시 제대로 된 위기관리 리더십을 살펴 발휘해야 한다. 사퇴나 경질은 그 자체로 절대 위기관리가 될 수 없다 생각해야 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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