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시스템 , 협업하라 ! 협업하라 !? 협업하라 ?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OO 주식회사 홍보실 홍실장 . IT 팀 임원이 홍실장에게 SMS 를 보내왔다 . 사내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에게 함께 발송하는
단체 SMS 다 . ‘ 코드 레드급 위기 발생 . 위기관리 위원회 소집 @ 워룸
ASAP’ 홍팀장은 바로 IT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통화
중이다 . 아마 그는 수많은 임원들과 통화를 연달아 하고 있을 것이다 .
홍팀장은 본사 21 층에 설치된 워룸 ( 위기통제센터 ) 으로
달려 올라갔다 . 워룸에는 벌써 법무실장을 비롯한 몇몇이 웅성거리고 있다 . 법무실장이 홍실장을 보더니 이야기한다 . “ 고객정보 누출이에요 . 해커 소행 같데요 . IT 에서 브리핑하겠지만 , 이번 건은 약간 심각해 보이는데요 ?” 홍팀장은 ‘ 올 것이 왔구나 …’ 하는 생각이 든다 .
몇 달 전 경쟁사의 고객정보 유출 위기를 보며 홍팀장은 ‘ 만약 우리에게 이런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 하는 이슈를 사내에 제기했었다 .
당시 사장은
“IT 팀은 우리의 보안 상황도 잘 점검하라 ” 고 단순하게 지시하셨을
뿐이었다 . 도리어 “ 이번 경쟁사 위기를 우리의 기회로 만들어
좀더 고객 신뢰를 강조하고 , 시장점유율 확장이 필요하다 ” 는
분위기가 많아 홍팀장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
홍팀장은 수척한 IT 팀장의 브리핑을 들었다 . 아직까지는 기자들이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해 문의가 없는데 , 언제 기자들의 콜이 시작될는지 불안하다 . 홍팀장은
조급해서 워룸에 모여있는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에게 질문했다 . “ 이 상황에 우리의 책임이 얼마나 있습니까 ? 우리 보안 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 아니면 , 우리는 완벽한데 불가항력적으로 해커들에 의해 당한 건가요 ?” IT 실장이
홍팀장을 바라보면서 난처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 “ 반반입니다 ……”
길게 설명들을
하지만 , 따져보면 보안체계에도 사실 문제가 있었고 , 해커들의
수법도 상당히 고도화되어 있었던 거였다 . 완전한 포지션이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다 . 사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 일단 해커들하고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했으니 , 우리 나름대로의 대응 안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 홍보팀은 우선 기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강구해 보세요 . 법무쪽에서는 관련해서 예상되는 우리측의 법적 책임과 대응안을 한번
강구해 보고요 . 기획에서는 이와 관련해 경찰쪽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지에 대해 안을 마련해 준비하세요 .”
기획팀장이 홍실장에게
다가와 한마디 한다 . “ 경찰에 아는 라인 좀 있어요 ? 이런
건 어디 누구를 찾아가야 하나 ? 112 에 신고해야 하는 건가 ?” 홍실장이
황당한 표정을 짓자 기획팀장은 혼잣말로 “ 제길 … 연간 KPI 조정작업도 바빠서 죽겠는데 … 에휴 ” 하면서 흡연실로 향한다 .
법무실장은 홍실장에게
전화 해 법무실의 입장을 설명한다 . “ 홍실장님 , 저희 법무에서는
이번 이슈 관련해서는 가능한 기자들이 기사를 쓰지 않게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 특히 우리가 책임 져야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들의 책임론이 나오면
문제입니다 .” 홍실장이 다시 되물었다 . “ 기자들이 기사를
쓰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 제가 25 년
홍보일 하면서도 그런 묘안을 찾지 못했습니다 .”
사장도 홍실장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 오늘 오전에만 50 통 넘는 전화를 주고
받았다 . “ 홍실장 , 내가 기자회견을 해서 이 사실을 먼저
기자들에게 알리는 건 어떻게 생각해요 ? 우리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초반에 강조할 수 있지 않을까 ?” 홍실장은 난감해진다 . “ 사장님 ,
기자회견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 저희가 언제 이 사실을 최초 인지했었는지 , 해커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 우리의 보안시스템에는
아무 문제 없었는지 , 법적 책임에 대한 입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등등을 미리 리뷰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기자회견이 가능합니다 . 그 이전에는 저희 홍보실도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
사장은 “ 그렇겠지 . 그러면 홍보실에서 일단 준비를 하면서 ,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법무 , IT, 기획 등하고 협업 하도록 해요 . 빨리 결정해서 알려줘요 . 나의 의견은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자 하는
겁니다 .” 사장님은 항상 이렇게 간단 하다 .
홍실장은 사장이
준비하라 지시하신 내용들을 위해 법무실장에게 문의 했다 . 법무실장은 이미 로펌과 연속회의를 하는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한다는 비서의 연락이 왔다 . 급하니 십 분이라도 연락을 하자 하니 , 사장의 지시사항이 또 따로 있어 연결이 힘들겠단다 . 기획실도 지금
화재가 난 듯 통화불능이다 . 경찰 네트워크를 찾는다더니 , 정신이
없는 모양새다 . IT 팀은 더욱 아수라장이다 . IT 실장은 이미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 IT 팀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은 떼로 몰려 사무실에서
서성거리기만 한다 .
사장이 지시한
사항들을 정리하기 조차 힘들다 . 홍실장은 이전에도 이랬던 것처럼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느끼고
또 다시 심란해 진다 . 만약 지금 기자에게서 전화가 오면 뭐라 답변 해야 할까 ? 상황 파악도 제대로 안된 홍보실장이라고 또 엄청난 비판을 받을텐데 …
사장이 전화를
다시 걸어왔다 . “ 홍실장 , 어떻게 준비는 좀 되었어 ?” 홍실장이 작은 목소리로 “ 사장님 ,
현재 법무 , 기획 , IT 모두 연락 조차 안됩니다 . 제가 찾아가봐도 어디들 있는지 만날 수가 없어요 . 협업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 사장은 화나 소리를 친다 . “ 홍실장 ! 이봐요 !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
사장 말이 말 같지 않아 ? 무슨 일이 있어도 하라면 해야지 ! 그 사람들이 연락이 안되고 만날 수 없는 게 뭐에요 ? 그렇게 협업에
익숙하지 않으니 홍보실이 문제지 … 쯧쯧 ”
홍실장은 변명도
힘들어 가만히 전화기 넘어 사장의 성화를 듣고 있다 . 그 때 홍실장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 휴대전화에는 OO 일보 ooo 기자의
전호번호가 뜬다 . 분명 이 전화는 그 전화일 것이다 . 홍실장은
숨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 홍실장은 사장이 소리 치고 있는 전화를 살포시 내려 놓고 휴대전화의
배터리도 빼버린다 . 내 자신을 위한 위기관리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