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홍보팀

  • 위기 시 조직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지은 책을 보면 ‘기업이나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조언을 하더라고요. 근데 참 고민이 많습니다. 대표님을 포함해서 우리 임원들끼리도 서로 생각이 다르고 관점이 있어서요. 그게 진짜 가능하기는 한 일인지 궁금합니다. 그런 조직이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저도 그런 조직을 본적이 없습니다. ‘하나의 목소리를 내다’라는 조언은 해석에 따라 여러 부연 설명이 좀 필요한 주제입니다. ‘하나의 목소리’를 보수적으로 해석하면 말씀하신 그대로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자사의 입장에 대해 CEO부터 일선직원들까지 정확하게 동일한 메시지를 내외부로 전달 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사실 이건 아주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경지이긴 합니다.

    반면 조금 현실적으로 해석 하면 ‘하나의 목소리’라는 의미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공식 입장 이외에는 어떤 다른 메시지도 커뮤니케이션 되면 안 된다’라 해석 될 수도 있습니다. 전자에 비해 조금 실현 가능성이 높지요. 하지만, 이것도 힘든 기업이나 조직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사과 한 내용에 대해서도, 일부 장관이나 여당 국회의원들이 “그게 사실 무슨 잘못이냐? 사과 할 주제가 아니다”라고 전혀 다른 메시지를 공적이나 사적으로 내는 경우들이 그렇습니다. 공중들이 볼 때에 같은 조직이라 여겨지는 데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니 문제라 지적 받고 하지요.

    저는 컨설턴트로서 후자의 해석에 더 비중을 둡니다. 그래도 좀더 실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의 공식 입장에 구성원 모두가 집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 창구들을 정렬하라’는 조언입니다. 회사의 공식입장이 이미 정해진 이해관계자별 창구들을 통해 일사불란(一絲不亂,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하게 커뮤니케이션 되는 체계를 지향합니다. 그 외 다른 비공식 및 사적 창구들은 위기 시에는 닫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자체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관리(strategic communication management)라고도 불릴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이 ‘한 목소리’ 체계도 실제로 유지 하는 데에는 많은 평소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에서는 위기나 중요한 논란이 발생하면 ‘자사 공식입장과 주요 질의 응답팩’을 CEO를 비롯 한 임원들과 팀장들에게 즉시 공유하는 체계를 갖춘 곳들이 있습니다. 홍보팀 자체가 상당히 전략적인 리더십을 가져가는 활동이죠.

    이런 기업도 들어가서 임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려움들이 많습니다. “홍보팀에서 그런 걸 공유해 주는지 몰랐습니다” “홍보팀이 보내오는 걸 보면 좀 너무 어렵고 길어요. 저희 부서와 관련도 적은 것들이어서 잘 읽지 않습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공유하면 다 끝나는 건가요? 사실 저희 전문부서 입장에서 보면 그 메시지들에는 헛점들이 많거든요.” 이런 반응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기업이면 훌륭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홍보팀이 직접 부서별 피드백을 청취해서 개선해 나가면 되는 반응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이런 체계를 따르지 않습니다. 웬만한 위기나 논란이 발생해도 ‘전사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만드는 기업들이 흔치 않은 겁니다. 언론에게 해명하는 홍보팀의 메시지가 있고, 규제기관에게 해당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대관팀의 메시지가 또 따로 있습니다. 법무팀의 해석이 좀 다르고, 영업팀원들이 일선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메시지가 또 다른 겁니다. 마케팅은 또 여러 채널들을 통해 나름대로의 메시지들을 전달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시죠. 이런 난맥상을 가까이서 보고 있으면 조직내의 사일로(silo)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느껴집니다. 심지어 CEO의 개인적 생각과 메시지까지도 다르다면 그건 재앙이 되는 거죠.

    관리(management)하기 위해서는 ‘통합’해야 합니다. ‘마주 앉으라’는 조언도 이와 연결된 의미입니다. 특정 위기나 논란이 발생했다면 해당 주제와 관련 된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대응 메시지들을 통합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정리된 메시지는 곧 ‘전사적 공식 메시지’로서 위력을 부여 받아야 합니다. 규정에 따라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이 메시지만 일관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전사적 공감대도 형성되어야 맞습니다. 창구 일원화는 그 다음이 됩니다.

    매번 위기관리 성공과 성공적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CEO의 관심과 관여’라 답하곤 합니다. 이 ‘한 목소리’ 개념도 CEO의 관심만 있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가끔 대기업 CEO를 만나 보면 ‘우리 회사는 말들이 너무 많아요. 여기 저기서 말들이 밖으로 많이 나가 골치 아픕니다.’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 중 대부분이 “그래서 말인데요. 회사의 공식 메시지가 있다. 모두가 그 메시지를 엄격하게 따라야 한다. 절대 허락되지 않는 창구는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다. 이 세가지만 전사적으로 심어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라고 도움을 요청하십니다. CEO의 관심이란 이런 것이라 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홍보임원만 대언론 창구가 되는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내부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언론에서 연락이 오면 모두 ‘홍보팀에게 연락 하라’고 응대하고 홍보실 외 다른 임직원에 의한 직접적 언론 대응은 금하고 있습니다. 이걸 창구일원화라고 알고 있고 그 역할을 당연히 홍보임원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임원들이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배우거나 할 필요는 없다 생각 하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원래 이런 개념이 우선입니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임직원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데 이 개념이 너무 실행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딱 두세 명의 임직원간에도 메시지와 근거들이 합치되지 않는데, 전 임직원이라니요. 너무 과한 개념이 돼버리는 거죠.

    그래서 차선책으로 권장되는 체계가 그 ‘창구일원화’ 입니다. 근데 여기에서 또 혼란스러워 하는 해석들이 분분합니다. 이 ‘창구일원화’를 ‘위기가 발생했을 때 모든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은 홍보부문이 창구가 되어 (혼자) 해야 한다.’고 해석해 버리는 오류 말입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 해 보면 70-80%의 기업에서 목격되는 현상이 위기상황에서 ‘홍보팀만 바쁜’ 상황입니다. 공정위에서 연락이 왔는데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창구일원화!) 홍보팀으로 연락하세요!” 사고로 분노해 있는 피해자가 회사로 연락 해 오는데 “창구일원화가 중요하지…) 홍보팀으로 연락하시겠어요?”라고 응대하는 겁니다. 결국 위기 시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응대 수요가 홍보팀으로 집중돼버립니다. 홍보팀만 불 난 호떡집이 되어 버리죠. 아주 흔한 현상입니다.

    창구일원화라는 의미가 ‘홍보부문에게만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맡기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또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도 없습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해관계자별로 창구를 일원화 하라’는 의미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공정위, 식약처, 금융감독원, 국세청, 국회 등의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은 대관 및 법무부문이 ‘일원화 된 창구’가 되는 거죠. 성난 고객들, 피해자, 불만 고객, 블랙 컨슈머들과의 창구는 ‘고객관리부문’이 된다는 겁니다. 온 오프라인 언론, SNS, 기타 유사언론 그룹들에 대한 창구는 ‘홍보부문’이 되겠지요. 물론 회사를 대표하는 전사적 대변인 역할은 홍보부문의 장이 담당합니다. 하지만, 이를 창구일원화와 같은 의미로 새기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실제 최근 발생하는 위기 성격들을 보면 ‘전사적 대변인’인 홍보임원이 홀로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기 힘든 상황들이 참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고객정보보안’ 위기죠. 기자회견을 열더라도 기자들이 기술적 질문을 해오면 홍보임원의 답변은 이내 제한 됩니다. 정보보안체계와 기술적 디테일들을 홍보임원이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게 어찌 보면 당연하죠.

    이 때 부대변인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임해야 하는 사람은 누굴까요? 맞습니다. 정보보안담당 임원입니다. 이 임원은 평소 기자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주관으로 관리해야 하는 ‘정보보안’관련 위기 때는 자신이 ‘대변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집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해 보면 모든 임원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감이 옵니다.

    평소 ‘창구일원화’를 홍보부문만 혼자 하는 체계라는 의미로 간주해 버리면 위기 시 어떻게 될까요? 급한 마음에 기자회견 마이크를 잡게 된 ‘정보보안담당 임원’은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까요? 처음 경험하는 기자들로부터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하면서 핵심 메시지를 찾아 반복 전달할 수 있을까요? 불필요한 디테일 한 설명을 피해가면서 핵심만 강조할 수 있을까요? 필자가 년간 백 여명 넘는 임원들과 실습 해보아도 약 10~20%의 임원들만 비교적 안전하게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 하자면, 전사적 대변인은 물론 홍보부문 임원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위기 시를 대비해 이해관계자별, 위기유형별 주관 및 유관 임원들도 대변인으로 선정 되어 있어야 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주관 및 유관 임원들이 전문적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대변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상황을 상정한 공격적 질문들에 대응하는 실습들을 지속적으로 해 보는 강도 높은 훈련입니다. 평소에는 홍보부문이 창구를 담당 한다고 하지만, 위기 시에는 자신이 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놓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홍보부문을 위시로 모든 이해관계자별, 위기유형별 대변인들 모두가 또 명심해야 할 것은 ‘동일한 핵심 메시지와 근거들만’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의 언급들을 기억해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임직원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란 실제로 이런 체계를 뜻할 겁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매뉴얼? 홍보팀이 가지고 있다던 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CEO께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라고 하셔서 저희 내부적으로 알아보니까 홍보팀이 한 10년전에 만들어 놓은 것이 있더라고요. 저희도 처음 봤는데 좀 이상해요. 언론관련 플랜들이 대부분인 것 같고. 이걸 전사적으로 공유할 만한지 고민이 됩니다. 다른 회사들도 다 이정도 매뉴얼을 가지고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마 홍보팀이 만든 (위기 시) 언론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보신 듯 합니다. 전사적 위기관리 매뉴얼은 크게 ‘상황관리 매뉴얼’과 그 상황에 맞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로 구성 됩니다. 먼저 상황관리 매뉴얼은 해당 상황을 관리하기로 되어 있는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이 구성해 놓은 대응 매뉴얼입니다. 가장 흔한 예가 공장에 비치되어 있는 ‘안전 사고 대응 매뉴얼’이 되겠습니다. 공장장을 비롯 안전 및 총무 부서가 이 매뉴얼을 개발하고 업데이트하는 주관과 유관 부서인 거죠.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주관과 유관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핵심이 바로 ‘누가(Who)?’라고도 하지요. ‘어떻게(How)’라는 개념은 그 다음입니다. 조직에서 위기가 발생해도 이 ‘누가(Who)’라는 주관 및 유관 지정이 없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누군가 움직인다고 해도 함께 협업 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래서 매뉴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누가 주관과 유관인가?’가 되겠습니다.

    이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각각의 주요 위기 유형과 연결이 되어 있어야 일단 기본 대응 체계가 정해졌다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품질 위기’의 경우 주관이 품질관리부서가 되고, 유관에는 법무 및 대관부서, 홍보부서, 마케팅부서, 영업부서, 고객관리부서가 되곤 합니다. 일부에서는 재무부서도 유관이 됩니다. 이는 회사의 특성에 따라 정하시면 되는 겁니다.

    이렇게 연결 체계가 정해 지면, 그 다음 그들끼리 모여 ‘품질 위기’에 대하여 머리를 맞대고 실제 발생 유형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각각의 유형별 발생 가능성과 위해도를 산정해서 세부 유형별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지요. 이 정도되면 ‘이물질 발견’ 유형이 가장 가능성과 위해성이 높다는 정리가 되곤 하지요.

    그 다음은 ‘이물질 발견’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플랜을 짜는 겁니다. 누가 감지 할 수 있을까? 누가 보고하고 분석해야 하는가? 의사결정을 위해 주관과 유관은 어떤 자료를 마련해야 하는가? 의사결정을 위해 소집되어야 하는 위기관리위원회 멤버들은 누구인가? 어떤 사항을 고려 해 의사결정 해야 하는가? 주관과 유관팀 이외에 여러 타 부서들은 어떤 실행들을 함께 나누어 진행해야 하는가?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실행 관제는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위기관리위원회에 어떻게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 하고, 지속적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야 하는가? 어떤 상황이 되면 해당 위기상황이 종료 되었다 판단 할 수 있는가? 이런 세부적 대응안을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함께 만듭니다. 이게 완성되면 이 회사는 ‘품질 위기 중 이물질 발견 상황에 대한 상황관리 매뉴얼이 완성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다음은 ‘이물질 발견’ 상황에 따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이 또한 주관과 유관 부서가 함께 만듭니다. 대신 이전의 상황 관리 중심적 플랜을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플랜이 필요합니다. 이물질 발견 상황을 들여다보고 누가 주요 이해관계자인지를 먼저 리스트업 합니다. 이물질 발견 고객, 식약처, 경찰, 언론, 판매거래처, 일반 고객, 직원 등으로 이해관계자가 파악 되면 이를 주관과 유관 부서의 기능별로 나누어 연결시켜 봅니다. 고객은 고객관리부서, 식약처와 경찰은 법무 및 대관부서, 언론과 직원은 홍보부서, 판매거래처는 영업부서, 일반 고객은 마케팅부서. 이런 식으로 나누어지겠죠.

    그 다음엔 각 이해관계자 담당 부서가 상대이해관계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를 플래닝 합니다. 여기서도 ‘우리 부서 내 누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 할 것인지. 전화, 면대면, 이메일, 공문, 광고, SNS, 보도자료… 어떤 채널을 활용 할 것인지. 어떤 핵심 메시지와 근거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지 등등을 설계합니다.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주관 부서는 홍보부서가 되곤 합니다.

    이 홍보부서는 ‘이물질 발견’ 상황이 발생하면 각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이 연결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지원하고, 이를 전사적으로 스케쥴링 해 선후와 범위를 정해 줍니다. 오케스트레이트(Orchestrate)라고 하죠. 앞에 질문 하신 임원께서는 이 많은 부분이 빠진 홍보실 자체의 언론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몇 페이지를 보신 듯 합니다. 물론 그 매뉴얼은 전사적 위기관리 매뉴얼이 될 수 없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골든타임? 훈련과 시뮬레이션 없이는 골든타임도 없다

    세월호 사건이후로 여기저기에서 골든타임이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습니다. 사전적으로 골든타임은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 (1~2시간)을 지칭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 또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시간으로서, 사고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 시간 동안에 수행한 활동에 의해 인명의 구조 여부가 결정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선박항해용어사전, 한국해양대학교)’고 정의됩니다. 한 마디로 요약을 하면…’초기 구조 가능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초기대응/긴급대응이라고 해서 ‘first response’라는 표현도 사용하곤 합니다. 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즉각 현장에 출동해서 초기 관리 활동을 펼치는 ‘조건반사적인 그룹’을 의미합니다. 1차 골든타임 관리는 사실 이 ‘first responders’들에 의해 좌우된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도 이런 first response group들의 골든타임 관리 규정이 일반적으로 정리 되어 있습니다.

    ‘공장에서 OO과 같은 사고 발생시 공장 총무 OOO은 본사 위기관리자 OOO에게 즉각 사고사실을 유무선 전화로 전파해야 한다.’

    여기에서 first responder는 공장의 총무 OOO씨가 되겠지요. 또한 회사가 제안한 골든타임은 ‘즉각’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많은 매뉴얼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즉각’ ‘즉시’ ‘지체없이’라는 골든타임 가이드라인을 문장들에 삽입합니다.

    문제는 특정 활동에 있어 매뉴얼상으로 ‘골든타임’을 인위적으로 설정하는 경우입니다. 이럴때는 분명히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경우입니다.

    ‘A유형의 사고 발생 시 홍보팀은 발생 후 최대 6시간내에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상황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1차 브리핑 한다’

    보통 이렇게 매뉴얼에 되어 있으면 해당 팀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기자회견을 어떻게 6시간내에 준비해서 치룰 수가 있지? 이건 너무 빡빡한 타임라인인데…이걸 실제로 실행하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

    만약 매뉴얼에서 하단과 같이 골든타임을 명시한다면 문제이긴 합니다.

    ‘A유형의 상황 발생 시 서울에 위치한 본사 임원 전원은 1시간내에 경상남도 창원의 공장으로 후퇴 집합한다.’

    이건 물리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1시간’이라는 골든타임 부분을 ‘각자 가장 빠른 시간내에’ 또는 ‘지체 없이’라고 모호하게 설정을 해도 문제입니다. 골든타임을 설정하는 기준은 정확하게 해당 상황을 상정 후 여러 변수들을 감안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데드라인이 되어야 합니다.

    앞의 홍보팀 규정이 ‘6시간내에 기자회견을 실행한다’고 되어 있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들어 상황이 새벽에 발생하더라도 요즘과 같은 언론환경에서는 새벽 보도들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황이 알려진 후 6시간내라면 한밤중인 자정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오전 6시로 기자들이 움직이고, 언론보도가 시작되는 시간이기 때문이겠지요. 상황 발생시 오전이라면 오후 언론 마감시간대를 맞추어야 한다는 의미도 되겠구요. 오후라면 저녁 TV보도 시간들과의 관계도 고려한 것이 되겠구요. ‘6시간 이내’라고 설정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당연 이 골든타임 설정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이며 과학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단 골든타임 규정이 정해지면, 해당 팀은 그 규정에 맞추어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해야 합니다. 훈련과 시뮬렝션을 하는 이유는 해당 골든타임 규정을 최대한 실현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최초 실현 가능성이 별로 높아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당 골든타임에 맞추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 보는 거죠.

    홍보팀 내부에서 ‘6시간내에 기자회견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는 의견이 있다고 해도. 한번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겁니다. 6시간내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살펴보는 거죠. 시뮬레이션을 통해 서울 시내 기자회견장소를 잡는게 그렇게 몇 시간내에는 불가능하다는 피드백이 있다면, 기자들이 빨리 결집할 수 있는 특정 장소 인근의 회사 지점 회의실을 비상시 기자회견장으로 지정해 놓자고 하는 거죠. 회견장 시설 및 장비 설치도 시간이 소요된다면 미리 언제든 회견이 가능한 시설과 장비들을 해당 공간에 비치해 놓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기자들을 초청하는 방식에서도 일정시간의 시간이 걸려 대리급 직원 2명이 1시간 이상 걸린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면, 초청작업을 문자와 통화를 동시 진행하면서 해당 초청작업 인력을 3명으로 증원해 배치해야 하겠다는 골든타임 관리 개선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초청문구와 형식을 미리 마련해 놓아 빨리 일시만 명기하면 초청문구 발송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기도 하겠지요. 즉, 물리적으로 필수적인 소요 시간을 미리 고민해서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규정에 있는 골든타임은 그냥 상징적인 것일 뿐. 현실적이지는 않아’라는 생각 보다는 ‘그 규정을 맞추기 위해서 우리가 내부적으로 반복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더니, 여러 마련과 개선이 있어서 어떻게든 맞출 수 있겠어’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상 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위기관리 주체로 부터 이런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기상이 나빠서…’ ‘시야 확보가 안되는 상황이라…’ ‘바람이 많이 불어 접근이…’ ‘파도가 쎄서…’ ‘주말 새벽이라…’ 이런 ‘그렇기 때문에’라는 변명조의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근데 가만히 보면 사고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항상 기상이 좋고, 시야확보가 깨끗하게 되며, 바람이 잔잔하고, 파도가 없는 주중 근무시간이 될리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위기관리 체계는 항상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형식과 결과를 지향하는 것이 맞습니다.

    • 기상이 나쁜 경우 ___________해서 접근.
    • 시야확보가 안되는 상황에는 _________해서 시야를 확보.
    • 바람과 파도가 쎌 경우에는 _________해서 최대한 안전하게 접근.
    • 취약시간대 발생이되는 경우를 대비해 ___해서 긴급대응.

    이런 사전 대비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라는 의미는 위기관리에서 ‘평소에 전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시뮬레이션과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라는 의미로 밖에 해석하기가 힘듭니다.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골든타임 규정은 교과서적인 것이 아니라 ‘실행 데드라인’입니다. 골든타임이 정확히 세워졌다면 이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프로세스 관리와 개선을 해 어떻게든 골든타임을 맞출 수 있도록 팀과 팀워크 실행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매뉴얼 글자로서 ‘1시간’의 의미와 현장 실행에서의 ‘1시간’을 의미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후자의 ‘1시간’이 정말 중요한 위기관리 체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위기관리 1시간 룰을 만드는 것은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자’와 같은진리가 만드는 것입니다.

    정용민 씀 2015.3.30

    관련 개념 · 위기관리 골든타임이란 무엇인가

  • 기업 위기관리 실패공식 다섯번째: 커뮤니케이션 창구의 품질관리 절실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실패 공식 6개 중 이번엔 5번.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공식에 대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기자들이 제일 취재하기 쉬워 좋아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일단 해당 기업이나 조직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도 내부 이야기를 술술 다 이야기 해주는 곳입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취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곳은 정말 노다지 같은 소스가 되겠지요. 내부 역학관계를 봐서 이런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찾아도 취재는 한층 쉬워집니다. 예를들어 노조같은 경우죠. 조금 질문 기술을 쓰면 최초 거리감을 가지던 소스로 부터 원하는 답을 술술 끌어 낼 수 있지요.

    많은 전문가들이 이렇게 조언 합니다. ‘심각한 위기가 발생 한 때 일 수록 조직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근데…이게 가능한 기업이나 조직이 없다는 게 문제죠. 저는 현장에서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한 목소리를 내는 기업을 본적이 없습니다. 한 목소리를 위하여 아주 집중적인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진행해 봐도 그렇습니다. 통제된 된 환경에서 특정 주제를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해도 핵심 임직원들은 제 각각의 목소리를 냅니다. 본능적으로 말을 서로 맞추는 경험들이 그리 많지 않고, 각자 생각이 다르다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죠.

    그렇기 때문에 차선책으로라도 기업들에게 조언하는 부분이 ‘창구라도 일원화 하시라’는 겁니다. 여기 저기에서 각자 말을 옮기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각자 이야기 하지 말고, 특정 이해관계자를 담당하는 창구를 정해 각각 일원화 하라는 주문이죠. 그리고 평소에 그 창구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대변인 훈련을 하라고 하는겁니다. 근데 이것도 힘들어 합니다….그렇게 되면 그 이후에는 답이 없죠.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자들을 피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창구를 일원화 한다고 “홍보실에게 연락하세요” 하고 기자 전화를 뚝 끊어 버리라는 주문도 아닙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아무나 함부로 기자나 정부, 조사기관, 시민단체, 고객, 온라인공중,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마디씩 하는 건 위험하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이 최고위임원이라도 위기 시 기자에게 문의가 오면 ‘현재 상황에 대한 큰 원칙’만 이야기하고, 자세한 것은 홍보실을 통해 공식입장으로 전달 받으라 기자에게 가이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A라는 임원도 똑같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B임원도 그렇고, 담당하는 C팀장도 그렇고…여기 저기 아무리 전화를 돌려 보아도 계속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창구를 일원화 하는 대응에 맞닥뜨리면 기자들은 참 갑갑해 집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공식입장만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할 수 있으니 이런 체계화는 당연한 것이죠. 이 체계는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기업 커뮤니케이션 원칙입니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실패하는 기업들은 기자를 비롯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불필요한 말이 많이 전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소한 퍼즐 조각 같은 정보라도 이 사람 저 사람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거죠. 기자 입장에서도 대여섯개 퍼즐 조각 정보를 받아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면 그림이 그려집니다. 굳이 답 안나오는 홍보실에 문의해서 귀찮게 자료를 받을 필요도 없어지죠. 그래서 기업에게 최소한 창구와 메시지 관리를 하라고 하는 겁니다.

    예전 모 대표님은 이런 식으로 언론에 대응하셨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기자 전화를 받으시고요. 민감한 주제에 대해 출근시간 내내 차량에 앉으셔서 설명 하신겁니다. 당연히 기자에게 엄청나게 풍성한 일용할 양식을 대 주신거죠. 전화를 끊으시고 나서 대표님은 회사 홍보임원에게 전화를 거십니다. “어…O이사, 방금전에 OO일보 O기자가 전화를 해 왔어요. 그래서 내가 OO건에 대해 좀 이야기를 했거든. 근데 이건 기사화 되면 안될 것 같아. 기사 좀 안나가게 해보세요.” 홍보임원의 얼굴이 상상이 가시나요? 이러지는 말자는 겁니다.

    요즘에는 기자에게 이야기를 해 놓고 “내가 언제 그랫니?”하는 오리발 대응도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나서는 기자들도 언제든 녹취를 할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얼마전 총리 후보자 청문회 때도 확실하게 ‘녹취’의 폐해를 목격했지 않습니까? 많은 미디어트레이닝 전문가들이 “내일 아침 신문 기사로 읽기 싫은 내용이 있다면, 입 밖으로 그걸 꺼내지 마세요”라고 조언합니다. 근데 이게 또 어렵습니다. 자기 입을 스스로 통제하면 되는데, 일단 입을 통제하지 못한 채 언론사와 기자를 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지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죠.

    기업 위기 시 창구 통제가 안되는 전형적인 경우는 안전사고 때 입니다. TV뉴스를 봐도 목소리를 변조 한 사내 직원 인터뷰가 꼭 나오거든요. 기자가 이렇게 묻습니다. “사고 원인이 뭐죠? 밝혀진게 좀 있습니까?” 그러면 수화기 너머 직원의 변조된 목소리가 이렇게 대답 합니다. “시설이 워낙 노후화 되서…예전에도 몇번 문제가 있었어요. 이번도 저번하고 똑같은 원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이런식입니다. 회사에서는 뉴스가 나가고 나면 발칵 뒤집히죠. “누가 SBS랑 인터뷰 한거야? 저 목소리가 누구야?” 이런 소란이 일어나는 기업들입니다.

    이런 기업 홍보실은 또 나름대로 한숨을 쉽니다. “공장이나 지방쪽은 사실 저희가 컨트롤이 안되요. 그쪽에서는 가능한 팩트들을 숨기려고 하고, 지역에서 기자들이 전화를 하면 댓구들을 잘 해요. 그래서 그런 현상들이 반복됩니다.” 이런 하소연을 하는거죠. 그렇다고 홍보실이 한숨만 쉬면 안되잖아요. 평소에 그런 가이드라인이나 대응 훈련과 창구 일원화 연습을 시키고 환기를 해야 당연한거잖아요. 이게 또 힘들다고 합니다.

    최소한 일선 직원들에게 ‘기자를 비롯해 이해관계자들의 문의에는 이렇게 대응하고 홍보실이나 관계 부서로 연결을 시켜라’는 가이드라인은 교육하고 반복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선의 부주의한 커뮤니케이션이 문제가 될 때 ‘왜 회사의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는가?’에 대한 추궁이 가능하죠. 이에 기반한 조치도 가능하고요. 만약 그런 가이드라인 공유 노력이 없었다면 문제를 일으킨 일선 직원에게 할 말이 없어지는 겁니다. “아니 언제 우리에게 언론 대응을 어떤식으로 하라고 가르쳐 준적이 있소?” 하면 대응 할 말이 없죠. “그건 상식 아니야? 언론에다가 함부로 떠들면 안되다는 걸 그간 몰랐소?”할 수도 없는거죠.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사내에서 아무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대부분 평소 임직원들에게 적절한 가이드라인과 훈련을 시키지 못한 곳들입니다. 기타 위기 시 창구를 관리 하지 못하는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전 조직이 위기 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개념을 따르지 못해서(SNS 포함)
    • 창구 일원화 개념이 부족해서 (강력한 원칙 부재)
    • 내부적으로 대응 메시지가 효율적으로 공유되지 않아서
    • 일부 최고임원들이 개인 생각을 회사의 공식 메시지와 혼동해서 : “내가 뭐 못 할 말 했어?”
    • 언론의 취재 전략과 기술에 넘어가서
    • 조직이 훈련되지 않아서

    정용민 씀. 2015.2.25

  • 기업 위기관리 실패공식 두번째: 신속함에는 적이 없다.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실패 공식 6개 중 이번엔 2번.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공식에 대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위기 상황에 처해 본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공감할 텐데요. 얼마나 스스로가 느립니까? 평소 같은 의사결정 단계와 속력으로는 어떤 위기도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절실하게 깨닫게 되죠. 일선에서는 항상 “위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내려져야 우리가 대응을 하고 말고 할 것 아닌가?”하며 불평합니다. 반대로 위에서는 “우리가 실행을 지시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제대로 된 것이 없나?”하며 화를 내죠.

    양쪽 모두에게 랙이 걸린 꼴입니다. 의사결정을 하려면 정확한 정보들이 취합 분석되어야 하는데, 위기라는 것이 그렇게 종합선물세트 같이 단박에 충분한 정보를 허락하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단편적 정보들과 그 정보들을 딜리버리 하는 많은 관련 직원들의 해석과 의견들이 뒤섞여 취합된 채 의사결정을 종용합니다. 당연히 우물쭈물하게 되죠.

    CEO 의사결정을 앞에 두고도 일부 임원은 맞다, 다른 임원은 아니다 논쟁을 하게 마련입니다. 부서장들끼리 서로 손가락질 하면서 왜 문제를 만든 거냐 비판도 하고, 일부는 서로에게 하소연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CEO는 점점 더 두려움과 혼동의 나락으로 빠져들죠.

    병목현상도 늦게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는 큰 이유입니다. 기업 내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가 되는 과정에는 항시 병목이 있습니다. 그 병목이 긴 조직의 경우에는 보고라인도 층층입니다. 또한 보고방식이 상당히 권위적/형식적입니다. 급박한 위기 시에도 잘 정리된 보고서를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쁜 폰트와 형식을 맞춘 보고서들을 놓고 수정과 수정을 반복하죠. 팀장이 임원에게 임원이 또 상위임원에게 상위임원이 최고임원에게…줄줄이 이어지며 상황은 더욱 더 왜곡되고, 시간은 시간대로 늘어납니다. 결국 상당시간이 흘러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 되었을 때는 이미 해당 보고서는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역사 기록이 되어버린 거죠.

    빠르게 대응하길 원하는 기업/조직들은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워룸(war room)을 만들어 한자리에 빨리 마주 앉는 훈련을 하곤 합니다.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평시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그 역할을 상실합니다. CEO와 임원들간에 휴대전화 통화가 여의치 않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화를 돌리다 보니 출동이 쉴새 없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위기 시 물리적 공간에서 모두가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것은 수 백년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소중한 위기관리 체계입니다.

    자, 그러면 의사결정이 어떻게든 빨리 내려지면 상황은 금새 달라질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대응 전략이 세워지고 이런 저런 실행 명령이 담당 부서들에게 떨어 집니다. 그 다음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상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다들 인상을 찌푸립니다.

    법무팀에게 “관련해서 대응 할 로펌을 빨리 선정하세요”라는 긴급한 명령이 떨어졌다고 해보죠. 법무팀장이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이슈를 가장 잘 아는 로펌을 수소문합니다. 각각 로펌에 지인들을 찾아 또 전화를 합니다. 미팅을 의뢰하고요. 미팅을 해보고 견적이나 제안을 받아보거나 하는 일상적(?)인 프로세스들이 진행됩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을 하는데에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홍보팀은 어떤가요? “홈페이지 팝업으로 일단 해명문을 띄우고, 고객들의 불만사항들을 접수하도록 어랜지 하세요”라는 아주 간단한 명령을 받았다고 해보죠. 홍보임원이 홍보실에 내려옵니다. 홈페이지는 누가 관리하는지 물어봅니다. 과장급에게 보도자료 해명문을 한번 써오라고 하죠. 과장이 어떤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청취 하고 감을 잡아서 해명문 초안을 씁니다. 부장이 또 수정과 수정을 하고 임원에게 가지고 올라갑니다. 이후에도 여러분들의 의견이 포함되어 해명문이 완성되죠. 근데 불행하게도 이게 끝이 아닙니다.

    해명문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담당하는 부서에 가서 해명문을 줍니다. 디자인을 잡아야 한다고 합니다. 회사 로고를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폰트는 어떻게 하고, 팝업 사이즈는 어떤 사이즈로 해야 하는지, 홈페이지 어느 섹션에 넣는 것이 좋은지 등등의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해명문을 배달했던 홍보실 대리는 수많은 질문들을 가지고 홍보부장에게 대시 보고 하죠. 또 왈가왈부가 이어집니다. 홈페이지 첫 화면 팝업은 어떠냐? 아니다, 게시판 속에 심자. 아니다, 고객들이 아이디를 치고 로그인 하면 그 때 팝업으로 하자…논란은 이어집니다. (읽기만 해도 지루해 지죠???)

    여기에서도 끝이 안 납니다. 일단 어떻게 해서 반나절 시끄럽게 준비 해 팝업을 올렸습니다. 근데 또 문제가 있네요. 모바일로는 팝업이 깨져 보인다는 겁니다. 또 난리가 납니다. 모바일 버전을 또 만집니다. 시간이 갑니다. 중간 중간 실행 프로세스 보고를 하곤 했지만, CEO께서 외부 미팅 나가시면서 모바일로 체크하신 바 엉터리 같은 해명문 팝업이 뜬다고 전화 하셔서 홍보임원에게 싫은 소리를 하십니다. 제대로 일하라고요. 실행 명령이 떨어지면 이렇게 실행을 준비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니 문제입니다. 뭐든 제대로 하려면 한나절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볼 때 대응 시간을 많이 체크합니다. 해당 기업이 상황 발생 이후 빠르게 잘 대응한다는 것은 그 만큼 해당 조직의 위기관리 역량이 발전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행준비도 최대한 사전에 가이드라인과 훈련으로 완성되어 있다는 의미죠. 불필요하게 왈가왈부하는 시간을 평소에 미리 제거해 버렸다는 의미입니다. 빠르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의미를 가집니다.

    외국기업들의 경우에는…정말 이 보다 더 한 ‘참극’이 벌어집니다. 해외본사와의 시차, 사용하는 언어의 다름, 로컬에 대한 이해 부족, 대응 전략에 대한 시각차, 정치적 역학관계 등 여러 이슈들이 더해져서 한국기업들 보다 훨~~~씬 더 많은 대응 시간을 소모합니다. [참고 포스팅: 위기관리 국내기업 VS. 외국계기업]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내부에서는 이렇게 푸닥거리가 생기고 어느 한 명 할 것 없이 패닉에 빠져 여러 활동들을 하는데요, 밖에서 보면 해당 기업은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내부에선 준비라 부르지만, 밖에서는 그걸 침묵이라고 부릅니다. 느려도 너무 느리게 보여지는 거죠.

    얼마전 해외에서 대형 항공사고가 발생했을 때 종편의 한 앵커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OO항공은 왜 이 시간에도 아무런 발표나 상황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것일까요? 언제까지 우리가 기다려야 할까요?” 이런 상황을 의미합니다. 늦는다는 것은 성공과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기타 기업/조직이 위기 상황 발생 시 대응에 있어 늦는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감지가 늦어서
    • 일선 정보보고가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서
    •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상 병목이 있어서
    • 위기관리 위원회가 의사결정에 시간을 끌어서(경험 부족 등)
    • 실행 그룹이 여러 문제로 실행까지 준비시간을 과도하게 소모해서
    • VIP께서 침묵하셔서
    • 초기에 침묵하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다 해서

    마지막으로 이에 대해 종종 위기관리 매니져들이 하는 질문입니다. “대응이 완벽하지 않아도 빠른 게 낫나요?” 근데 이건 전략의 품질에 대한 이슈입니다. 신속성에 대한 측면에서는 일단 최초 대응이 빠르면, 수정 대응의 시간이라도 벌 수 있으니 형편없이 늦는 것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대응이 완벽에 가까우면서 빠른 게 당연히 최고죠.

    정용민 씀. 2015. 2.12.

  • 올 한 해 안녕하셨습니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질문에 “그래요, 평안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홍보 임원들과 팀장들은 정말 복을 많이 받은 분들이다. “아니오…평생 가장 힘든 한 해였습니다”라는 한숨만 나오지 않아도 감사해야 할 홍보담당자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올 초 예상 데로 올 해에도 기업들의 이슈와 위기 사례들은 매우 많고 다양했다. 그 하나 하나를 살펴 보면 아주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음에 틀림이 없다.

    그래도 10~20년전과 비교 해 보면 우리 기업 홍보 담당자들은 상당한 진화와 성장을 거듭 했다. 사회적 이슈들을 대하는 자세와 시각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진지해 졌다는 것을 느낀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이 활성화 되면서 기업 홍보 담당자들이 이전 ‘언론 중심’ 시각에서 ‘통합적 여론 중심’의 시각으로 자연스럽게 진일보 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 홍보 담당자들이 가지는 이슈 및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고민도 예전보다는 좀 더 현실화되었다. 이전 매뉴얼 중심의 체계 관점에서 전사적 협업과 공유의 관점으로 ‘체계를 이해하는 깊이’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다양한 채널의 활용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느껴진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이슈 및 위기 발생 시 보도자료와 기자 커뮤니케이션에만 관심을 가지던 홍보 담당자들이 좀 더 큰 시각으로 온라인과 기업 SNS 채널 까지를 품으려 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슈 및 위기관리 시 통합적 커뮤니케이션 채널 운용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예전처럼 내부에서 손발이 안 맞는 해프닝들이 상당히 줄어 들었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내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관리 개념을 강조하고 리드하는 홍보 조직들이 늘어 났다. 사회적 여러 이슈들에 대해 이전과는 달리 자사의 토킹 포인트와 핵심 근거들을 개발 해 임원들에게 효과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홍보실이 주축이 되어 사내 여러 임원들을 가이드하고 훈련시켜 좀 더 안정된 커뮤니케이션 관리 환경을 만들어 보려는 노력들도 많이 보인다.

    서울에만 집중된 이해관계자 창구를 넘어 국내 지역별, 해외 지역별 커뮤니케이션 창구 관리에도 관심들을 보이고 있다. 예전처럼 ‘지방 공장 사람들이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는 해명이나 핑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전략적 가이드라인과 훈련의 기회를 평소 제공해야 중앙에서도 통합적인 창구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기 되었다.

    이렇게 돌아보면 국내 많은 기업들이 이슈와 위기를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점진적 진화와 성장에 다양한 성공을 거둔 듯 하다. 그러면 다가오는 새해에는 또 어떤 숙제들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몇 가지 추가적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정리 해 보자.

    첫째, 이슈나 위기를 미리 예상하여 통합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좀 더 강화시켜 보자.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이슈나 위기가 발생 한 후 의사결정을 하고, 입장을 정하고, 메시지를 다듬는다. 미리 만들어져 있는 준비된 카드를 즉시 내미는 기업들이 예상외로 적다는 이야기다. 타이밍에 있어서 준비 안 된 기업들은 준비된 기업들 보다 빠를 수가 없다. 뒤 늦게 내민 카드 또한 충분한 고민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취약하게 마련이다. 내부와 외부 감지 역량을 가진 홍보실이 주축이 되어 가능한 미리 예측하고 필요한 준비들을 완성 해 놓는 과정에 더 큰 관심을 가져보자. 전례 없고, 전조 없고, 성공적인 관리 사례가 없는 이슈나 위기는 없다.

    둘째, 물론 한국 기업들의 경영구조 상 이슈와 위기마다 의사결정 방향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외부에서 보면 동일한 기업에서도 시간을 두고 발생 한 유사한 위기들에 대응하는 방식이 그 때 그 때 달라지곤 하는 것을 본다. 반복 발생하거나 이미 경험한 유형의 이슈나 위기에 대해서는 정확한 대응 기조와 프로세스들을 미리 구성해 놓을 필요가 있다. VIP의 의사결정을 사전에 미리 예측할 수 없어 기본 대응 프로세스를 99% 정형화 해 놓을 수 없다면 절반이나 3분의 2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정형화 해보자. 그리고 이를 가지고 훈련과 시뮬레이션 해 놓자. VIP께서 어떤 의사결정을 하시더라도 일사불란함을 보여드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동종 또는 유사업계에서 발생한 이슈나 위기 케이스에 대한 공부를 현재보다 배가 해 보자. 그들에게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보다 이슈나 위기를 우수하게 관리하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분석해 CEO와 임원들에게 지속 공유해 보자. 기업 임원들을 만나보면 의외로 타사들의 최근 이슈와 위기관리 방식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 한다. 그분들 대부분이 그냥 가십화를 목적으로 궁금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에게 동일한 건이 발생한다면 과연 어떻게 대응 할 수 있을까를 궁금해 하는 것이다. 홍보실이 나서 서 좀 더 이 부분에 대한 사내 수요와 공급을 관리했으면 한다.

    넷째, 이제는 이슈나 위기를 트릭이나 기술로 관리하려는 시도를 가능한 최소화했으면 한다. 선진 기업들은 대부분 체계를 만들어 반복 개선하고 훈련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간접적 대응 능력들을 향상시키는 데 평소 관리 역량을 집중한다. 문제는 일부 국내 기업들이 평소에는 별반 관심이 없다가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나름 신비한 트릭(?)을 통해 상황을 극복 또는 모면 해 보려 시도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기업이 언론을 넘어 여론을 상대해야 하는 이슈 및 위기관리 환경이 되었다. 여론을 상대로 하는 게임에 있어 섣부른 트릭이나 기술들은 더 큰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예전 홍보 선배들로부터 들어 왔던 흥미로운 대 언론 트릭과 기술들이 현재 같은 여론 관리에 있어서도 동일 적용되거나 효과를 발휘한다 믿을 수는 없다. 여론을 좀 더 경외하는 시각에서 정도에 더 집중하자.

    마지막으로, 기업 홍보실의 사내 정치적 역량을 최대화 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보자. 회사와 CEO를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무적 기능을 홍보실이 맡아 최대한 활성화 시켜 보자. 사회적으로 여론의 부정적 주목이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업이나 의사결정들에 대해 홍보실의 자문을 구하는 CEO들을 더욱 많이 만들어 보자. 예전과 같이 여러 실무 부서에서 질러 놓은 불에 소화기만 들이대는 사후 소방수로서의 역할에만 안주하진 말자. 이를 위해 홍보 임원들이 홍보적 언어보다 경영적 언어를 사용하는 데 더 익숙해 지자. 평생 만나왔던 기자들도 좋지만 사내적으로 홍보실의 기능과 외연을 넓히는데도 인맥과 시간과 힘을 좀 더 할애 해 주자.

    한 해가 가고 있다. 새해에는 더 큰 이슈와 위기들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이슈와 위기는 기업 생존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관리 대상이다. 어제의 실수와 아쉬움이 오늘에는 상처일지라도 내일에는 그 상처가 성공에 이바지 해야 한다. 이 것이 바로 우리 기업 홍보 담당자들이 필히 끊임 없이 진화하고 성장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hp2015

     

     

  • 미디어트레이닝에 대한 10가지 오해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 스트래티지샐러드

    미디어트레이닝은 해외에서는 가장 일반화되어 있는 CEO 및 임원 훈련 프로그램이다. 그 대상이 팀장급 라인까지 내려가 있는 기업들이 이미 국내에도 존재한다.

    이런 미디어트레이닝에 대한 관심과 기업들의 투자는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관리(manage)해야 하겠다’는 적극적 동기에서 발아되었다. 예전에는 그냥 준비나 체계 없이 언론에 그때 그때 반응하는 방식에서, 이제는 미리 예측해 준비하고 연출하여 안전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방식으로 일진보 한 것이다. 그래야 기업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기업이 원하는 대로 적극 관리해 나갈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최근에도 그룹사 및 대기업 CEO들과 연이어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부분 미디어트레이닝에 대해 신기하다 또는 새롭다는 반응을 보이신다. 일부는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시기도 한다. 이런 반응들은 나름 모두 의미가 있다. 그분들과 여러 임원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 미디어트레이닝에 대한 잘못된 오해들을 10가지로 정리해 각각에 대해 한번 설명해 본다.

    1. 미디어트레이닝은 언론사 구조나 기자의 특성을 연구하는 훈련이다?

    물론 미디어트레이닝 세부 아젠다 중 ‘언론에 대한 이해’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디어트레이닝 아젠다의 대부분은 전략적 언론 대화 방식과 메시지들에 대한 것이다. 예전 국내에서 미디어트레이닝이 곧 언론에 대한 이해로 인식되었던 것은 IMF를 전후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외국인 CEO들이 한국 언론에 대한 정보를 얻기 원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국내기업 CEO들에게 언론에 대한 이해를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명칭 하에 제공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정확한 의미의 미디어트레이닝은 전략적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습득하기 위한 트레이닝이다.

    2. 미디어트레이닝은 기자를 속이기 위한 연습이다?

    절대 아니다. 그래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 그런 불가능한 연습을 하는 트레이닝이 절대 아니다. 미디어트레이닝은 기자에게 우리 회사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보다 정확한 기사를 작성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 위한 훈련이다. 수준 있는 저널리즘이 존재하는 한 기업 경영진의 이러한 노력과 실행은 언론에게도 기업에게도 공히 큰 도움이 된다.

    3. 미디어트레이닝은 팩트를 조작하기 위한 준비다?

    어떤 기업이고 제3자 검증이 가능한 팩트를 함부로 조작하거나 숨기는 전략적이지 못한 행위를 하진 않을 것이다. 미디어트레이닝 시 CEO들과 진행하는 “기자의 이런 질문에 대해 우리는 어떤 메시지로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대응 논리와 근거에 관한 것이다. 있는 팩트를 조작하려 하기 보다 좀더 올바른 시각에서 해당 팩트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기업 메시지를 준비 하기 위함일 뿐이다.

    Final_photo_0300

    4. 미디어트레이닝은 자세, 복장, 용모, 발성과 발음에 대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일부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명칭아래 CEO의 헤어스타일이나 복장, 용모, 발성과 발음을 교정하는 교육을 하는 기업들이 생겨났다. 물론 의전적 목적으로 또는 교양 목적으로 진행하는 교육으로서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미디어트레이닝 주제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미디어트레이닝은 기업 CEO들을 멋지고 아름다운 아나운서나 앵커로 변화시키려 하지는 않는다. 기업 커뮤니케이터로서 CEO가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의 품질 그리고 신뢰도를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중심으로 한다.

    5. 미디어트레이닝은 CEO와 임원들만 받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랬었다. 조직 체계상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이 허락된 일부 임직원들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미디어트레이닝이었다. 하지만, 언론환경이 바뀌고, 언론의 취재방식이 변화하면서 미디어트레이닝의 대상과 폭 그리고 유형들이 훨씬 다양화되었다. 예를 들어 TV의 탐사보도, 고발 프로그램들이 강화된 이후로는 고객 접점에 있는 일선 직원들에 대한 미디어트레이닝이 활성화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이 예전에는 내부적으로 언론 커뮤니케이션이 ‘허락된’ 임직원들에 대한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언론이 접촉을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념으로 패러다임이 변화되었다.

    6. 홍보팀원은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을 필요가 없다?

    홍보실에서만 30년 일하신 홍보임원에게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으라 하면 대부분 겸연쩍어 하신다. 언론에 대해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들을 업데이트 받고 계시기 때문에 배울 것이 없다 하신다.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한 경험을 따져도 산전수전을 다 겪어 스스로 미디어트레이닝을 시킬 수도 있다 하신다. 물론 맞는 말이다. 경험보다 좋은 훈련은 없다. 하지만, 누구든 새로운 사업 분야, 새로운 기업 환경으로 인해 파생되는 많은 이슈들에 대해 항상 준비되어 있다 자만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항상 ‘준비’ 한다는 개념이 중요하다. 물론 홍보업무를 새로 시작하는 홍보실 직원들의 경우에는 아주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기본훈련으로서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7. 미디어트레이닝은 그냥 교훈을 주는 강의일 뿐이다?

    실습을 통한 실질적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미디어트레이닝은 반쪽 짜리 일 뿐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서는 실제 기자와 날 선 인터뷰를 진행할 수는 없다. 아직도 일부 기업들은 CEO의 시간 부족을 이유로 강의 중심의 미디어트레이닝을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번의 강의가 한번의 실질적 경험과 인사이트를 스스로 찾아 개선하는 노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 교훈만을 주는 강의는 미디어트레이닝이 아니더라도 수없이 많다.

    8. 미디어트레이닝은 기자와 인터뷰하는 방식을 그냥 한번 경험 해 보는 것이다?

    한번 경험해 본다는 생각을 가지고 미디어트레이닝에 임하시는 CEO들중 식은땀을 흘리시며 고생을 하시는 분들이 꽤 많다. 이전에는 매번 긍정적이고 매너 좋은 환경에서 마케팅 목적의 언론 인터뷰만 하셨던 CEO들은 더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끼신다. 미디어트레이닝에 있어 핵심은 실습이며, 이 실습을 통해 실질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향상하는 것이 고된 실습의 목적이다.

    Final_OK-7

    9. 미디어트레이닝은 아무 준비 없이 그냥 받아 보면 된다?

    생각보다 많은 홍보실과 CEO 및 임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아무 준비 없이 미디어트레이닝에 임하신다.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미디어트레이닝의 형태는 특정 이슈에 대하여 이미 준비된 기업의 핵심 메시지들을 실제로 확인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되는 형식이다. 미리 사내에서 구조화하여 공유하고 있는 훌륭한 핵심 메시지들을 실습을 통해 공격적인 기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보는 경험을 쌓는 방식이어야 한다. 미리 만들어진 핵심 메시지 없이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게 되면 실습의 깊이나 전략적 심도가 얕아지게 마련이다.

    10. 미디어트레이닝은 딱 한번이면 족하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되묻고는 한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함께 하신 CEO 대부분은 ‘이런 준비와 실습들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후 코멘트들을 많이 하신다. 미디어트레이닝은 새로운 기업 이슈들이 떠 오를 때 마다 해당 이슈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활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 미디어트레이너들이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이제 미디어트레이닝이 상당히 일반화되어 많은 기업 경영진들은 물론, 정부기관장들과 공기관장들에게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기업과 CEO들의 더욱 전략적인 접근과 받아들임을 통해 최소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위기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기원한다. 그것이 국민과 소비자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크기변환_photo_0284

  • 1-4편

    오늘부터 기업들과 조직들을 이끄는 CEO 및 임원분들과 미디어트레이닝을 하면서 나눈 실제적인 이야기들을 모아 정리 해 봅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질문들이라서 향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터들간에 토론의 주제도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지] 어떤 내용에서도 해당 회사와 개인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개인과 사업 그리고 상황에 대해서는 디테일하게 밝히지 않습니다.

    미디어트레이닝 현장 딜레마 1편

    CEO에게 이런 조언 “심각한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홍보실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몰아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홍보실이 충분한 정보를 구하지 못해 애드립으로 상황을 모면하게 놓아두지 마세요”

    어떤 CEO들은 이렇게 반응 “근데 홍보실이 좀 몰라야 위험한 정보가 기자에게 새 나가지 않는 것 같아요. OO그룹이 보통 그런 전략을 쓰던데…홍보쪽에서 아주 모르니 그냥 어중간하게 상황을 넘기곤 하는거죠”

    미디어트레이닝 현장 딜레마 2편

    임원께서 질문 “우리회사는 현장 업무들이 많은데요. 기자가 낌새를 눈치 챘는지 사이트에 와서 뭘 좀 확인하자 했는데…이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대로 팍 드러나 버린 겁니다. 문제가 바로 드러난 거죠. 그런 순간에는 어찌해야 할까요? 찍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변명도 안되고…”

    미디어트레이닝 현장 딜레마 3편

    지역 공장장이신 임원이 질문 “지금까지 미디어트레이닝 세션에서 저에게 가이드 주신 부분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근데 고민이 있어요. 저희 공장이 있는 지역에는 각종 지역지들이 있습니다. 특히 환경관련 신문들이 아주 골치 아픈데요. 그 친구들은 항상 공장에 와서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몇 장 던지고 기사 나간다고 알려주고 돌아 갑니다. 이 기자들에게는 지금까지 알려주신 핵심 메시지나, 대응 전략이나, 논리화와 근거 준비 등이 통하지 않아요.

    광고비와 협찬비를 뜯기 위해서 부정적 취재를 하는 골치 아픈 일부 지역 언론들에 대한 대응 전략이나 방식은 어떤 것이 있을지 좀 조언을 부탁합니다. 죽겠어요…”

    미디어트레이닝 현장 딜레마 4편

    한 임원께서 미디어트레이닝 중 질문 “제 지난 경험인데요. 지금 기자에게는 핵심메시지를 반복하라 하시니까 생각이 나서요. 예전에 기자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어디서 알았는지 어떤 사실을 제게 확인 요청을 하더군요. 근데 그게 그때 나가버리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그런 이슈였어요. 그래서 모른다…그런 일 없다. 말도 안 된다 딱 잡아 땠죠. 자꾸 기자가 물어봐서 저도 반복적으로 그렇게 계속 강조 했어요. 근데 그게 한 일주일 지나서 바로 공식 릴리즈가 된 거야. 홍보실에서 한 거죠. 참 난처 하더라고요. 그 기자가 전화를 걸어와서 막 화를 내고 섭섭하다 하던데…이런 경우에는 어떡해야 하나요? 그냥 처음부터 노코멘트하고 침묵해야 하나? 사실을 이야기하고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고 해야 하나?”

    [계속]

  • 사기꾼, 적, 하수인, 대변인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외부 전문가에 대한 인식을 좀 더 진화 시켜보자

    외부 전문가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업에 따라 또는 실무자들의 경험 등에 따라 다양함이 존재한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 실무자들은 외부 전문가 그룹에 대해 긍정적 느낌보다 부정적 느낌을 강하게 표출한다. 외부 전문가들은 왜 기업 실무자들에게 이런 느낌을 주었을까? 그리고 이런 평소의 인식이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하는 부분을 살펴본다.

    기업 위기관리 관점에서 기업 실무자들이 가지는 주된 인식들을 꼽아보면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외부 전문가를 ‘사기꾼’으로 간주하는 인식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기업 홍보실에게 위기관리란 ‘부정적인 기사나 보도를 막는 것’이라는 정의가 존재해 왔다. 반면 해외 선진 기업들과 같이 기업 홍보실이 자사 위기관리에 있어서 사전 진단, 예방, 대비, 완화 업무를 리드하는 위기관리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현실적 이유들로 간과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불이 붙으면 불을 끄는 역할에 충실한 ‘소방수’ 위기관리 역할론에 충실했던 기반이 현재까지도 일부 존재하는 데 이런 현실이 외부 전문가그룹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일조했다.

    위기관리 업무에 있어 홍보실은 외부 전문가 그룹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당신들이 전문가라고 하는데 우리 홍보실보다 출입기자들을 잘 아는가? 사회부 기자들에 대한 네트워킹이 우리보다 강한가? TV 고발 프로그램을 저지할 수 있나?”하는 소방수 역할을 문의하는 것이다. 당연히 년간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예산을 활용하는 기업 홍보실의 소방수 역할을 이겨낼 수 있는 외부 전문가 그룹이 있을 가능성은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인식을 가진 기업 홍보실은 “쳇, 자기들이 전문가라면 우리가 원하거나 우리가 하기 힘든 일을 깨끗이 처리 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일도 못하면서 무슨 전문가야?”하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현실에 기반해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이다.

    둘 번째 유형의 인식은 외부 전문가를 ‘경쟁자 또는 적(enemy)’로 간주하는 홍보실 타입이다. 이런 인식의 기저에는 홍보실장의 경쟁심과 부서 보호본능이 깔려 있다. “우리 홍보실에만 해도 여럿이 소속되어 있고, 예산도 큰 액수를 쓰고 있는데 왜 위기관리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나?”하는 최고경영진들의 지적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홍보실에서는 가능한 외부 전문가를 쓰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가끔 CEO나 일부 핵심 부서들이 별도로 외부 전문가를 고용하게 되면 홍보실이 그 전문가들에게 적대심을 표현하는 경우도 이런 인식 때문이다. 아무리 사내적으로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 구축’이라는 명분이 공유되어 있어도 홍보실은 그에 충실하게 협조하지 않는 수동적 입장을 보인다. 내심 “평생 회사에서 홍보업무를 해온 우리 이야기는 듣지 않으시면서, 외부에서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한마디 하면 그에 대해서는 신의 목소리처럼 떠 받드시니 문제야”라는 불평들을 종종 한다. 마치 외부에서 온 저 전문가들이 우리 홍보실과 비교되어 최고경영자들에게 인식 될까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이 또한 조직 내에서의 생존본능에 관한 것이니 무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세 번째 인식은 외부 전문가들을 ‘하수인 또는 일용직’으로 보는 타입이다. “우리 부서에서 예산을 만들어 당신들을 고용했으니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하는 유형이다. 대부분 이런 기업 홍보실의 경우 위기관리 프로젝트에 있어서도 일종의 허드렛일(?)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지시한다. 시간 소요가 많이 되고, 인력 등 품이 많이 들고, 결과물을 통해 별로 퍼포먼스 셀링도 되지 않는 업무를 하청 형식으로 외부 전문가들에게 부여하는 셈이다. 위기관리 매뉴얼 개발 작업이 대표적이다.

    어차피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것이 최고경영자 일부가 경쟁사 등 대형 위기를 목격하시고 “우리도 위기관리 매뉴얼 같은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내부 지시에 의한 개발 업무인 경우가 많다. 사내에서 해당 매뉴얼에 대한 관심도 적고, 딱히 전문성을 가진 부서도 없고, 당연히 사후 결과물만 보고하면 될 뿐 활용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 경우들이다. 외부 전문가를 써서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 지시하신 분이 원하는 시간에 보고하는 것이 곧 성공의 기준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예산으로 해당 업무를 신속히 마무리 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구합니다”라는 경쟁비딩을 주재하는 기업이 이런 경우다. 조직 내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업무 방식에 관련된 인식이니 이 또한 별로 특이한 것이 아니다.

    네 번째 외부 전문가에 대한 인식은 그들을 ‘대변인(spokesperson)’으로 간주하는 타입이다. 실무자들은 물론 홍보부서장이 자신들의 의견과 이야기를 최고경영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형식이다. 보통 이들은 외부 전문가들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표님을 비롯 최고경영자 그룹들이 위기 시에 너무 언론에만 집중 하십니다. 저희는 사실 이해관계자들을 폭 넓게
    커버해야 하는 역할이 힘든데, 주로 기사나 보도에만 신경 쓰시고 다른 NGO나 정부 규제 기관 등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으셔 문제입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대한 여론 감정도 별로 좋지 않으셔서 저희가 중간에서 참 힘듭니다” 일종의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이런 자문 요청 기저에는 외부 전문가들로 하여금 ‘이런 이런 핵심 주제에 대해 우리 최고경영자들의 인식을 개선시켜 주었으면 합니다’라는 주문이 들어 있다. 사내에서 위기관리를 진행 해 나가면서 반복적으로 경험한 여러 장애물들과 문제점들을 외부 전문가의 입을 빌어 완화 또는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 이 같은 기업들은 위기관리에 대한 사내 정의(definition)가 기존 소방수의 역할에서 벗어나 성장하고 확장되어 있는 타입들이다. 또한 실무자들과 홍보부서장이 내부 전문가로서 어느 정도 위기관리 체계상의 문제점들을 올바로 파악하고 있는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부 전문가들이 프로젝트를 마치고 마지막 단계에서 최고경영자들에게 최종 프리젠테이션 할 때 보면 이런 류의 기업 홍보실은 티가 난다. 자신들이 최고경영자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문제점 과 제안들을 그대로 외부 전문가의 논리를 통해 구조화 시켜 놓는 것이다. 그리고 프리젠테이션 후반에 나올 수 밖에 없는 CEO의 질문에 대비되어 있다. “홍보실장, 이 컨설턴트들이 지적한 이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대안이 있는가?”라 질문 하실 때 이렇게 답변한다. “네, 저희가 이미 그 문제를 인지하고 이런 이런 대비책과 보완책을 마련해 올해 초부터 부서 내부적으로 준비작업을 해왔습니다. 예산부분과 추가 지원 몇 가지만 가능해 지면 다음달까지는 개선 업무를 마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미리 준비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곧 최고경영진은 우리 홍보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게 마련이다. 외부 전문가를 자신들의 대변인으로 활용하는 기업 홍보실은 영리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외부 전문가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어떤 인식이 더 나은 인식이고 어떤 것이 저급한 인식이라고 딱 잘라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회사마다 홍보실의 권한과 업무 수준이 다르다. 기업 경영 철학과 문화가 다르고, 사내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다르니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가에 대해서도 각자에게 기준이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향 후 회사의 진화에 따라 지속가능성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 그룹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과 의사의 비유를 들어보면 더욱 이해가 쉽다. 60-70년대만 해도 병원에는 참을 수 없이 아플 때만 찾아가는 곳이었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을 때 가는 곳이었다. 의사는 내가 죽어간다 생각했을 때 찾는 사람이었고 그것이 당연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정의와 인식이 전혀 달라 졌다. 지금은 딱히 어디가 아프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는다. 어떻게 하면 내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지 의사에게 찾아가 묻는다. 그들의 조언을 들어 생활습관을 바꾸고, 문제가 될 모든 환경을 피한다.

    외부 전문가들을 바라보는 인식에는 현재 여러 다름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곧 기업과 실무자들이 진화하게 되면 점차 바뀌게 될 인식이다. 그 진화의 단계를 앞당겨 훌쩍 넘어설 수는 없겠지만, 외부 전문가를 바라보는 시각을 중장기적으로 ‘배척과 경계’의 시각에서 ‘접근과 활용’이라는 인식으로 조금씩 변화시켜 관심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진화는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