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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고 싶은 말도 못하는 건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미디어트레이닝에서 들어보면 제가 회장이 되었는데도, 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면 안된다는 거네요? 좀 불편합니다. 기자가 묻는데 답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다 하거나, 홍보실 통해 답변 받아라 하기도 좀 그렇고. 하고 싶은 말을 전혀 못하는 거네요?”

    컨설턴트의 답변

    회장님, ‘하고 싶은 말씀’을 좀 더 함께 들여다보았으면 합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에서 회장님께 말씀드린 핵심은 사내에서 공식적으로 누구나 이해하고 있는 메시지 이외의 것을 이야기하는데 각별히 주의하시라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회장님은 이제 회사를 대표하는 대변인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대변인이라면 회장이건 홍보실 임원이건, 심지어 홍보실 막내 직원이라 할지라도 공히 지켜야 할 룰이 있습니다. 그 중 사적 메시지를 전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기본 중 기본입니다. 회장님께서도 상상해 보시죠. 회사와 관련한 아주 민감한 이슈에 대해 홍보실 직원이 자신이 가진 개인적 생각을 언론과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시죠. 아마 등골이 서늘하실 겁니다.

    회장님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더욱 더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일단 그 자리에 오르셨으니 스스로 하실 말씀은 하시고 싶고, 꼭 해야 하면 해야만 한다는 그 기분은 공감합니다. 그 자체를 하지 마시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 커뮤니케이션 하시기 전 홍보실을 중심으로 하는 이해관계자 전문 부서들과 사전에 상의하시고, 메시지를 가다듬어 달라는 것입니다.

    가끔 기자들과 말씀 나누시다가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표현을 사용하시기 즐기는 VIP가 계십니다. 기업 리더이시면서 정치인 지인분들의 커뮤니케이션 습관을 따라하는 VIP도 계십니다. 자신의 성격에 따라, 습관에 따라 이해관계자들과 말씀하시기 주저하지 않는 VIP도 계십니다. 이분들 중 상당수가 한 두 번 이상은 언론에 의해 창피나 오해를 산 경우가 있으실 겁니다.

    그런 경우 VIP 대부분은 해당 언론이 맥락을 생략했다 합니다. 예의 없고 악의가 있다 합니다. 해당 매체가 다른 생각이 있어 그런 오점을 만들었다 생각합니다. 기자가 나쁘니 소송을 하자 결심하기도 합니다. 보다 선진적 VIP라면 그런 사후약방문이 그리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이미 이해하고 계실 것입니다.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은 열 번 잘해도 단 한번의 실수나 오해로 그 이전의 명성을 붕괴시킬 수 있는 말 그대로 전투장입니다. 준비나 훈련 없이 나가서는 당연히 패배하는 구도입니다. 더구나 미리 상의 되거나 고려되거나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를 무기로 해 나서는 것은 무모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렇게 나서는 목적이 무엇인지 한번 되돌아봐야 합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홍보실에게 질문하십시오. “내가 이런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문의하십시오. 홍보실은 언론을 넘어 여론 전문가들입니다. 분명히 그 메시지를 듣고 여러 생각과 관점을 말씀드릴 것입니다. 그 피드백이 내심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강력한 메시지가 희석되는 것을 싫어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한번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생각해 보십시오. 회장님 스스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인가? 회장님 개인이 공개적 창피나 비난을 당하는 것이 목적인가? 회장님 이미지나 명성이 설화를 만드는 경영자로 인식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홍보실 조언을 사전에 필히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못 할 말이 아닐 수 있습니다. 틀린 말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그 상황과 그 맥락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니 문제가 발생합니다. 갑갑하고 억울해도 사전에 메시지를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기자에 대한 VIP의 흔한 착각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여러 장면에서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고 재미있어 했다. 얼마 전 끝난 지방 선거 직후에도 그랬다. 한 당선자가 언론과 축하 인터뷰를 하는 도중 자극적 질문이 이어지자 인터뷰를 거부하며 소리를 치는 장면이 있었다. “기자들이 예의가 없다!” 말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 되면서 그런 방식의 대응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어나기 까지 했다.

    사실 기업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다. 기업 오너나 대표이사 그리고 고위 임원들은 각자 자신만의 언론관과 기자에 대한 평소 생각에 기반 해 언론과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해프닝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홍보실은 매번 홍역을 앓는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를 우려해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회사의 VIP들에게 언론에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업계에서 수 십 년간 잔뼈가 굵었고, 연세도 대략 50-60대에 이르시는 VIP들에게 ‘기자 앞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소개하는 모습도 어찌 보면 참 재미있는 장면이다.

    매일 매일 기자를 만나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정치인들도 종종 기자 앞에서 실수를 한다. 수십 년간 언론에 몸담았던 분들도 퇴직 후 후배 기자들을 만나 설화를 만들어 낼 때가 있다. 언론학자로 평생 쌓아온 언론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어떤 분은 술 한잔에 잃어 버리기도 했다. 이 같이 언론에 대해 자칭 타칭 전문가라 하는 분들도 기자 앞에서 자칫하면 문제를 일으킨다.

    일반 기업 VIP들은 앞의 그들과 같은 언론 전문성이나 경험 조차 없이 기자를 대한다. 매일 매일 기자와 밀고 당기는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지 않았다. 반면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편견은 개인별로 가득하다. 기자를 대부분 싫어한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일선 임원 시절 언론에게 ‘당했던’ 충격적인 트라우마를 지닌 분도 있다. 이런 VIP들이 회사를 대표해 기자와 마주하니 회사 차원에서는 좌불안석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업 홍보실에서 감히 VIP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기업 VIP들은 물론 유명 정치인과 셀러브리티 상당수가 가지고 있는 기자에 대한 공통적 착각을 12개로 나누어 소개해 본다. 그분들이 평소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설명해 보려 한다.

    기자가 예의가 없어!

    기자는 원래 예의가 없다. 기자는 기업인이나 정치인 앞에서 예의를 차리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기자라는 단어와 예의라는 단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대만의 유명 여성 저널리스트 저우위코우(周玉蔻)는 기자의 예의에 대해 이런 말을 했었다. “저널리스트의 전문성은 예의에 있지 않다. 저널리스트는 질문을 제대로 해야 하며 이를 통해 진상(진짜의 모습)을 찾아내야 한다.” 기자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기자들이 질문하는 대상은 일반인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은 특수 정보를 가지고 있고, 강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일거수 일투족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류의 VIP에게 질문한다. 그들에게 예의를 차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VIP가 좋아하는 질문만 해야 한다는 의미일까? VIP에게 마음에 들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게 하면 진짜 진상을 파악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질문이 핵심일 뿐, 기자에게 예의는 핵심이 아니다.

    기자에게 예의를 따지고, 무시하며, 훈계하고, 화 내는 그 모습 자체가 오히려 더 위험한 문제다. 기자에게 “예의를 차리라”는 훈계의 저변에는 “나는 네가 싫다” “그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일부 예의 없는 기자들은 답변자의 그런 반응이 더 고마울 때가 있다. 일용할 양식을 얻었다 생각할 것이다. 오히려 예의를 따지며 기자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TV 영상으로 반복되고, 다양한 장면 사진들이 온라인에 떠돌게 될 것이다. 기자는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답변자는 소중한 것을 잃은 셈이다. 이 모두가 예의를 따지다 발생한 일이다. 기억하자. 기자의 질문이 예의 없는 것인지 예의 있는 것인지는 결국 국민이 판단한다 생각하자. 그리고 국민의 시각에 맞추어 대응하자.

    내가 무슨 일을 잘못했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기자는 없다. 어떤 일이고 일을 한 사람이나 해 본 사람에게 기자는 다가가고 질문한다. 그들에게 생각 또는 책임을 묻는다. VIP에게 기자가 마음 먹고 다가 갈 정도라면 그 때는 VIP와 관련해 어떤 일이 실제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기자를 보며 당황하는 VIP는 자신이 왜 당황해 하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때 스스로 나서 위와 같이 잘잘못을 따지는 경우가 있다. 기자가 질문 했을 때 자신 스스로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기자가 깔아 놓은 질문의 덫에 걸려들었다는 의미다. 일단 기자가 다가오면 내가 취재 대상이 되고 있구나 생각하는 게 차라리 편한 마음가짐이다. 왜 나를 취재하는지 묻지 말자. 그 대신 어떤 질문을 하는지 잘 들어보자. 그리고 답변 대신 시간을 벌면 간단하게 끝이 난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기자에게 즉석에서 답을 하고, 세세히 설명 하면서, 잘잘못까지 따지는 건 실패한 대응이다.

    기자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하는 것이고,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해 VIP에게 다가온다. 이를 보는 VIP관점에서는 해당 기자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기자가 취재를 더 잘해낼 수 있도록 일부러까지 도와줄 필요는 없다. 기억하자. 기자의 질문에는 담담하게 정해진 대응을 하는 것뿐이다. 서로가 해야 할 일만 한다는 생각을 하자.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나를’ ‘감히 나에게’라는 생각은 기자 앞에서 좀 접어 버리자. 기자가 눈 앞에서 깐족거리고, 부정적인 표현을 쓰고, 비아냥대는 시각을 거론할 때도 있다. VIP 개인적으로는 당황스럽고, 화가 나고, 기자가 밉게 느껴진다. 어느 누구도 자신 앞에서 이런 식으로 굴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상황에서는 기자의 인간성을 평하기도 한다.

    VIP 스스로 마음속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응은 정해진 그대로 실행되어야 한다. 기자에게 화를 내는 것은 국민들에게 화를 내는 꼴이 된다. 기자에게 하는 욕은 국민들을 향한 욕설이 된다. 기자를 밀치고 때리는 것은 국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그런 기사와 보도를 통해 결과적으로 VIP나 회사에게 피해를 끼친다.

    기업을 대표하는 VIP라면 기자에게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기자를 통해 국민에게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기자 앞에서 공손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기자 앞에서 신중해야 하고, 기자 앞에서 다정다감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관점의 중심은 국민이다. 기억하자. 절대 VIP 자신이나 앞에서 알짱거리는 기자가 중심이 아니다.

    기자면 공부 좀 하지?

    기자는 답변자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어눌하게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질문할 때도 그 진의는 의심해 보아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면, 그 질문을 말이 되게 바꾸어 주고 답해주면 된다.

    틀린 질문은 당연히 틀린 답변을 낳는다. 기자의 질문이 이상하거나 틀렸다면, 교정 해 주며 답을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면 일부 기자들은 자신의 질문 전략이 좀처럼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잔기술을 써도 나는 정식으로 대응한다는 VIP의 스탠스가 중요하다.

    그러지 않고 기자에게 공부 해라, 기자 몇 년 차냐, 아무 것도 모르면서 무슨 취재를 하는가 하는 등의 개인적 평가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질의와 응답의 범위를 벗어나 감정의 영역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기자의 감정을 상하게 한 다음에도 성공한 언론 커뮤니케이션은 없다는 사실이다. 기억하자. 시종일관 상호간의 감정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노 코멘트 노 코멘트 노 코멘트

    흔히 생각하기로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노 코멘트라 하는 것 같다. 입을 다무는 ‘함구’가 곧 노 코멘트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VIP들은 유사시 조직에게 함구령을 하달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자들의 관심이 적거나 없을 경우에는 뭐든 해도 괜찮다. 함구를 하건, 이야기를 하건 별 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기자들의 관심이 극도로 고조되었고, 여러 경로로 적극적인 취재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 함구 하는 것은 반대로 코멘트가 되니 문제다.

    법정에서도 판사는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을 것을 피고에게 권한다.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의미는 뒤집어 만약 아주 민감한 내용임에도 피고가 침묵한다면, 그 내용은 자신에게 불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당연히 답해야 하는 질문에 대해 과감하게 노 코멘트 하는 기업의 VIP는 실제로는 커뮤니케이션을 성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유죄를 인정한다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기억하자. 노 코멘트는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선택이다.

    당신에게만 해 주는 이야기야

    친한 기자라서 우리에게 불리한 기사는 절대 쓰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대체 누가 하고 있는 것일까? VIP 혼자 스스로 그리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 기자는 내 고향 조카뻘이라서 그냥 편하게 이야기했을 뿐 이라면서 뒤 늦게 땅을 치며 후회하는 VIP들이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기자에게 너만 알고 있으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허망한 이야기가 없다. 기자에게 이건 기사화 하지 말라 이야기하는 것처럼 순진한 이야기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하면서 하면 안될 이야기를 하니 문제가 생긴다. 이런 게 기사화되면 곤란한데 하면서 곤란할 이야기를 하니 문제가 커진다.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의 모든 근원은 답변자의 ‘입’이다. 답변자가 자신의 입만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면, 기자를 넘어 언론까지 컨트롤 하려는 담대한 시도까지 할 필요는 없어진다. 많은 기업 VIP들이 이런 이해를 무시하고 실수를 반복하니 문제가 커진다. 기억하자. VIP가 기자에게 하는 모든 말은 기사화를 전제로 한다. 예외는 없다.

    기사 못 쓰게 하세요

    모 회장님이 그랬다. 아침 출근길에 친한 기자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상당히 민감한 정보를 기자에게 실수로 흘렸다. 기자는 우연히 특종을 잡은 셈이 되었다. 재차 더욱 디테일 한 정보를 캐묻는 기자의 반응에 결국 회장은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감을 잡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회장은 자사의 홍보임원에게 전화 했다. “OO일보 OOO기자와 통화 하다가 현재 진행 중인 M&A 이야기를 해버렸다. 비밀준수계약이 걸려 있는 건이니 해당 기자를 만나 절대 기사를 못 쓰게 하라” 지시 했다. 회장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전부 팩트였다. 기자에게 아주 자세하게 설명까지 해 주셨다고 한다.

    VIP가 기자에게 한 말은 일단 VIP의 입을 떠나면 ‘낙장불입’이 된다. 기사를 쓰지 못하게 할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 때가서 기자를 탓하고, 언론사를 탓하고, 저널리즘에 삿대질 해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홍보임원과 여러 직원이 해당 언론사를 찾아가고 밤새워 기자를 만나 애원하고 하는 모든 일들은 애초부터 불필요 했던 것이다. 기억하자. 사후에 기사를 뽑아 낼 수 있다는 생각은 VIP 스스로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어디 기자? 그 신문 누가 본다고…

    흥미로운 상황은 또 있다. VIP와 경영진 대부분은 언론을 독자수나 영향력 등으로 순위를 매기는 습관이 있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나누는 것은 기본이다. 메이저 신문에 나는 기사는 매우 의미 있다 생각하는 반면, 마이너 신문에 동일한 내용이 실리면 별 의미가 없다 생각한다. 언론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차별하는 것이다.

    마이너 언론에 긍정 기사가 나왔다는 보고를 받으면, 일부 VIP는 그런 신문을 누가 보느냐 하면서 그 영향력을 무시한다. 며칠 후 그 마이너 언론에서 자사에 대한 부정 기사를 실으면 이전의 그런 태도는 180도 달라진다. 기사가 민감하니 어떻게 해서든 해당 기사를 빼라는 지시를 하는 것이다.

    소위 마이너 언론에 좋은 기사가 실렸을 때는 별 의미나 영향력이 없다 평가하다가도, 부정 기사가 실리면 그 의미나 영향력을 위협적으로 보는 이유는 뭘까? 그 언론이 별 영향력 없다 생각했다면, 부정적인 기사라도 무시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이중성은 언론을 차별하는 잘못된 습관 때문에 반복된다. 기억하자. 어떤 언론 기사도 일단 청와대는 읽는다. 국회의원들과 규제기관들이 읽는다. 수사기관들이 읽고 시민단체가 읽는다. 어떤 언론도 언제든 차별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광고 달라는 이야기 아니야?

    일만 발생하면 VIP의 인상이 험악하게 바뀐다. 돈을 뜯으려 하는 언론사들 때문에 경영하기가 힘들다 여기저기 한탄한다. 자사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보도하는 많은 언론사들이 광고 영업 중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자사의 문제를 보기보다 언론의 문제를 더 크게 본다.

    그러다 보니 일선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을 광고 영업직원처럼 대한다. 광고를 줄 테니 기사를 써라 쓰지 말라 요구한다. 더 큰 광고를 줄 테니 아예 기사를 통째로 내리라 요구한다. 불리한 기사를 쓴 언론에 전화해 우리가 광고를 얼마나 했는데 이럴 수 있느냐 항의한다.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 앞으로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으름장을 놓는다.

    언론을 돈으로 바라보다 보니 스스로 더 힘이 든다. 다가오는 모든 기자들이 두려워 진다. 기사가 기사 그대로 보이지 않는다. 인보이스로 보인다. 당연히 평소 기자를 피하게 된다. 언론사와 가능한 거리를 두려 한다. 그러다 문제가 터지면 도와줄 우군을 급히 찾는다. 평소 외면하던 기자에게 다가가 광고를 이야기 한다. 이런 단발적이며 비전략적인 대응이 반복된다. 기억하자. VIP의 언론 및 광고를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회사와 직원들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

    강력하게 법적으로 조치하세요

    형사나 민사 소송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가지고 언론의 취재에 맞서는 VIP가 있다. 든든한 로펌을 통해서 언론사와 기자와 데스크에게 압력을 행사하려 한다. 부정 이슈를 물고 늘어지는 기자를 상대로 분풀이 소송을 하기도 한다. 소송의 승패를 떠나서 기자에게 오랜 고통을 주는 것이 전략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여러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찬반에 대한 의견도 갈린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은 분명한 득과 실이 존재한다.  양날의 검이라는 의미다. 분명히 주의해서 다루어야 한다. 특히 VIP의 개인적 감정 때문에 무리하게 휘둘러 져서는 안 된다.

    제3자가 보았을 때 법적 조치가 당연해 보이는 경우만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반면 취재중인 기자의 취재를 제한 차단하기 위해 행해지는 법적 조치나, 기자와 언론사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식의 법적 조치는 권장되지 않는다. 기억하자. 기업도 하루 이틀 사업 할 것이 아니라면, 언론사나 기자도 그렇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 속의 의미를 읽어야 한다.

    언론사 회장에게 직접 이야기 할게요

    기업 VIP들은 대부분 인맥이 두껍고 넓다. 여러 언론사 회장이나 사장들과 여러 관계로 얽혀 있다. 그래서 기업 VIP들은 언론을 스스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간단한 요청의 경우 언론사 VIP들과의 통화를 통해 VIP가 직접 해결하기도 한다.

    문제는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다. 기업 VIP는 언론사 VIP에게 자연스럽게 도움을 요청한다. 자신과 친하니 당연히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언론사 VIP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거의 매일 어려운 사안이 발생한 여러 기업의 지인들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언론사를 경영하는 자리에 있는 자로서 편집권을 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도 한 두 번이다. 대부분은 곤란한 입장으로 마무리 된다.

    기업 VIP는 그의 비협조(?)에 섭섭한 마음을 가지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언론사내에서는 고민이 많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기업 VIP가 언론사 VIP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할 정도의 사안이라면 어느 한두 언론사의 침묵으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아닌 경우다. 기업 VIP는 위기 시 친한 언론사 VIP를 곤란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자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기억하자. 친한 언론사 VIP는 119가 아니다.

    기레기들…

    최근 유행하는 기레기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VIP가 있다. 평소 자신이 생각하던 기자에 대한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보는 듯 하다. 가끔 황당한 기사를 보면 그런 생각은 더욱 더 강해진다. ‘그럼 그렇지’가 반복되면서 기자들에 대한 인식은 더욱 더 부정적이 되어 간다.

    사람은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느낌은 잘 눈치채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상대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느낌은 금방 눈치 챌 수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감정보다 싫어하는 감정이 더 숨기기 힘들다는 의미다.

    기자들도 VIP를 만나면 그런 느낌을 읽을 수 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주 앉은 VIP가 취재 중인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게 된다. 평소 기자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많이 해 온 VIP의 경우에는 당연히 기자에게 부정적 느낌을 강하게 풍기게 된다. 표정 한 조각, 단어 한 조각, 표현 한 조각이 기자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부정적 태도와 인상이 기사와 보도에 그대로 묻어나게 되는 것이다. 기자도 사람이다. 선진적인 VIP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는 능력을 지닌 능력자다. 그런 능력이 없거나 그런 능력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언론 응대와 활용은 불가능하게 된다. 기업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큰 의미와 가치 그리고 기회를 포기해 버리는 셈이다. 기억하자. 기자를 좋아하자. 최소한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도 주자.

    기본으로 돌아서 생각하자. VIP와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회사를 위한 일이다. 회사를 둘러싼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일이고, 사회를 위한 일이다. 절대 개인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며, 감정이 지배하는 대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평시 이해와 훈련과 경험을 바탕으로 항상 전략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경영 커뮤니케이션이 곧 언론 커뮤니케이션임을 명심하자.

  • VIP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끄는 증상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잉크도 마르지 않은 것 같은데, 또 VIP 위기가 발생했다. 예전과 비슷한 위기가 이번에도 반복되었다. 많은 것이 예전과 유사하게 돌아간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전에는 없던 녹취와 동영상들이 제보되기 시작해 판을 키웠다는 점과 공분의 화살이 가족 전체에게로 확산되었다는 정도다.

    VIP 위기관리는 위기관리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관리 예후 또한 아주 좋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실무자들에게는 특A급 위기로 인식되는데도, 반면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니 더더욱 답답할 노릇이다. 아무튼 괴상한 위기고 관리다.

    톨스토이의 걸작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 말은 위기관리에도 적용이 된다.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은 서로 닮았지만, 실패한 기업은 저마다의 이유로 실패한다.” 실패한 기업들에게 “왜 이번 위기관리를 그렇게 하셨나요?”라고 물으면, 각 기업마다 이유들이 매우 다양하다.

    그 이유들을 하나 하나 챙겨 듣다 보면, 역시 그래서 위기관리가 실패할 수 밖에 없었구나 공감이 간다. 최근까지 VIP관련 위기관리를 직간접 자문하면서 들었던 여러 실패의 이유들을 한번 기억해 정리해 본다.

    1. VIP께서 잘못한 줄 모른다. 억울해한다.

    가끔 법정에서 판사 앞에 서 사과문을 읽으시기도 하고,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시면서 수치감을 표하시기도 하시는데. 가까이서 뵌 분들의 후담에 의하면 상당히 억울해 하시고 언론과 여론에 대해 대노 하셨다 한다. VIP께서 이런 포지션을 유지하시는 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 여론에 공감할 줄 모른다. 중요하지 않다 여긴다.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찬사를 보내는 소비자 몇의 글을 보시면 전사 공유도 하시고, 행복해 하시고, 자랑스러워 하시는데. 자신과 관련된 위기가 발생한 후 온라인을 도배하는 여러 공중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별 가치를 두지 않으시려 한다. 언론은 이 기회를 통해 돈을 뜯으려 한다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초기 대응이 힘들다.

    1. 사과하는 매체를 자신에 맞춘다

    페북에서 사과한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으로 사과하는 경우도 있다. 그건 연예인들이나 하는 사과 형식이라 해도 그걸 따라 하신다. 페북에 사과 하실 때도 공개범위 설정을 친구들만 볼 수 있게 하신다. 내가 사과하면 알아서 홍보팀이 오프라인 언론에 릴리즈 해 줄 것이라 믿는다. 홍보팀은 차라리 VIP가 앞에 나서 주었으면 하는데 말을 못한다.

    1. 사과를 여러 번 한다.

    언젠가부터 한 위기에 사과를 비공식 공식해서 여러 번 반복한다. 상황관리가 안되니까 계속 상황을 따라가면서 사과를 하게 되는 셈이다. 한 번의 사과에도 수치심을 느끼시는 데 여러 번 사과를 하게 되니 더더욱 아래 직원들은 바늘 방석이다. 나중에는 “내가 사과했었는데도 상황관리가 안되더라. 그러니까 사과라는 게 무슨 효과가 있다는 거냐?”고 주변에 물으신다.

    1. 원점관리 자체를 싫어한다.

    화가 나 계시기 때문이다. 이슈화가 시작된 원점들은 계속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에 대한 다가감을 원하지 않으신다. 이왕 그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 것, 끝까지 용서하지 않겠다 생각하시는 듯 하다. 그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에게 먼저 고개 숙여 사과하시는 것이 어떤가 하는 조언에 귀를 기울이시려 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래서 계속 된다.

    1. 말이 처음부터 계속 바뀐다. (정황 서술)

    언론을 통하거나, 수사기관 등을 향해 하시는 말씀에 있어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다. 실제 상황은 그대로 인데, 그걸 기억해 말씀하시는 분의 생각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수사기관은 바뀌는 그 말들을 따라가면 비교 분석한다. 말이 말을 낳는다고 했는데, 말들이 계속 바뀌어 나가니 말로 산을 이룬다.

    1. 내부 지지자가 없다.

    내부 직원들이 원래는 안타까워했고, 슬퍼하기도 했고, 나아가 바깥으로 창피하다는 느낌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내부 의견은 블라인드나 공개채팅방에서 공유되다 보니 하나 둘 씩 사라져 버린다. 말 그대로 침묵의 나선형 이론이다. 이슈에 둘러 쌓인 VIP를 지지하는 의견을 밝히는 직원들이 사라져 가면서, VIP에 반감을 가진 직원들이 더욱 더 기세 등등하게 부정 의견을 피력한다. 이어 제보까지 하겠다고 으르렁댄다. 사면 초가가 따로 없다.

    1. 내부제보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자 한다.

    이어지는 내부 제보에VIP는 엄청난 실망감을 느낀다. 배신감에 치를 떤다. 주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묻는다. 주변 자문단은 VIP얼굴에서 대응 방향을 읽는다.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떨까 조언한다. 제3자 대화를 녹취하는 것은 불법이라 자문한다. 법적으로 강력 대응해 추가 제보를 방지하라는 지시가 나온다. 홍보팀을 비롯 일부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데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1. 법적으로 별 것 아닌 일을 크게 키운다.

    훌륭한 법률자문단이 주변에 있는데도 VIP의 위기관리 의사결정은 문제를 키우는 방향으로 자꾸 진화한다. 사실 법적으로 재판을 거쳐 VIP께서 받으실 수 있는 양형은 아무리 많아야 몇 개월 또는 집행유예 정도다 하는 건도 크게 키워진다. 법률 자문단에게 무죄나 혐의 없음 또는 내사종결을 이끌어 내라는 압력을 지속하신다. 그러다 보니 일이 커진다. 양형도 같이 커진다.

    1. 왜 우리만 주목 받는 거냐 억울해 한다.

    여러 케이스를 둘러 보라 하신다. 저VIP는 이런 짓(?)을 했었고, 다른VIP는 이런 범죄도 저질렀는데 왜 우리에게만 여론이 이리 좋지 않은가 하신다. 그 VIP들을 향했던 당시 부정 여론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지 못하시는 거다. 자기 설움이 제일 크다는 말이 맞다. 여론이 좋지 않는 ‘이유’를 들여다 보는 것이 위기관리의 시작인데, 이런 불만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1. 수사기관 출두 할 때가 돼서야 얼굴을 공개한다.

    위기를 관리하지 않으면, 위기가 자신을 관리하게 된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빨리 위기관리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최악을 예측해 중간 목표를 세워 최악의 상황까지의 전이를 방지하라 한다. 기관이 나서지 않게 초반 여론을 관리해야 했다. 원점들에게 진심 사과하고, 그들의 불만을 완화시켰어야 했다. 언론 앞에 고개 숙이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었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수사기관 출두 명령을 받고 나서야 수백 명 기자들과 마주하니 문제다. 극적 효과를 노리는 것일까?

    1. 초기부터 커뮤니케이션만 있고, 중요한 행동은 없다.

    원점에 대한 사과도 문자나 이메일로 한다. 페북에서 사과하고 트윗을 날린다. 누군가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 조언하는 사람이 없어서다. 아니면 그런 조언에도 귀 기울이시지 않는 거다. 연세 있으신 VIP 경우에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기자들을 모아 직접 고개를 숙이시는데, 젊은 VIP경우에는 보다 쉬운 사과 방식을 찾는 것 같다. 행동은 없고 커뮤니케이션만으로 해결되는 위기는 사실 위기가 아니다.

    1. 홍보팀이 대응을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서러운 부서가 홍보팀이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을 평소에도 듣는데, VIP 위기가 발생하면 무얼 하던 본전 조차 못 찾는다. 지금까지 쓴 접대비와 광고비로 공격하시기도 한다. 돈을 더 얼마나 써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느냐 물으신다. 보다 능력 있는 홍보임원 영입을 고민하시기도 한다. 기사를 막아라 빼라 하는 말이 드라마에서만 들리는 말인 줄 알았는데…라며 놀라는 홍보실 신입들이 있다.

    1. 외부에서 강호의 고수를 찾는다.

    강호의 고수라는 말도 참 놀랍다. VIP 위기관리는 VIP가 하시는 것이다. 주변의 법무나 대관 그리고 홍보는 VIP가 직접 하시는 위기관리를 돕고 지원 할 뿐이다. VIP가 위기를 관리하려 직접 나서시지 않는 한 하나님을 영입해도 위기는 깔끔하게 관리되지 않는다. 그깟 강호의 고수 정도가 칼을 빼 해결할 수준이었으면 VIP위기란 말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1. 유사한 옛 이야기들이 재탕된다.

    평소에도 언론에서 가끔 회자되면 VIP께서 경기를 일으키시는 과거 흑역사들이 VIP위기가 발생하면 다시 엄청난 수준으로 여기저기 회자된다. 홍보팀은 바늘방석이 되는데, 그걸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런 이야기들이 재탕되지 않게 하려면 VIP께서 사전에 조심을 하셨어야 하는데” 같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입이 있어도 말 할 수 없는 위기인데도VIP는 홍보팀 역량이 부족하다는 시선을 보내신다.

    1. 수사기관이나 감독 규제기관을 더 힘들게 한다.

    초기 여론 대응을 당사자 VIP가 유효하게 진행하지 않으니 그렇다. 사회적 공분까지 다다르면 수사나 규제기관도 어쩔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처음부터 해당 기업에게 “빨리 여론을 관리해 우리가 나서지 않게 하라” 싸인을 보내는데.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도 좀 편히 직장생활 해 보자 하는데, 힘들게 되는 거다. 결국 그들이 여론에 부응 해 하이프로파일 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 한다. 칼춤을 추게 만든다. 압수수색을 하게 만든다. 공개소환을 하게 만든다. 영장을 치게 만든다.

    1. 로펌을 의지한다. 초기부터 법적 해결책에 집중한다

    VIP께서 로펌에 절대 의지한다. 처음부터 법적 부분에 포커스 맞추어 대응 시도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로펌 조언에도 별반 의지하지 않으시는 듯 하다. 대응 회의나 시간의 길이를 봐도 여론에 대한 대응 숙고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로펌과 하신다. “법은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법조인 조언을 믿는다. 그런데 그 말을 잘 들어보셔야 한다. “법은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었다. “않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들도 확신이 없다는 걸 아셔야 한다.

    1. 연이은 내부 고발을 진정시키지 못한다.

    하나님을 영입해도 관리하시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가 이래서 나온다. 내부고발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그 어떤 기업도 대응안을 만들 수 없다. 일부 기술적 기교적 대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임계치를 넘은 사내 공분이라면 더더욱 관리 할 수 없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오는 비를 맞고 가자”는 전략이 슬슬 공유된다.

    1. 압수수색을 연달아 받는다

    여론에 영향을 받는 기관들의 작품이다. 그들도 불쌍하다. 각종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너희는 뭘 하고 있냐 자꾸 질문한다. 기관장께서는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열심히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일선을 질책한다. 한번 할 압수수색을 여러 번 연출 한다. 일부에서는 빈 박스 압수 연출 의혹까지 만든다. 그 만큼 절실 한 거다.

    1. 녹취와 영상들이 여기 저기 공개된다

    그렇게 외부불만세력(?)이 많았는지 VIP께서 이제야 알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온통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받아들이신다. 제보자들도 문제고, 그걸 무책임하게 보도하는 언론도 문제가 많다 비판하신다. 주변 자문단은 함께 언론의 의식을 비판하며 한탄 해 드린다. VIP께 공감해 드리는 것이 그들 업무라 생각한다. 여론이 표출되는 트렌드가 바뀐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일부 해도 말은 하지 않는다.

    1. 논란이 추가 논란으로 전이되며 알을 깐다.

    바퀴벌레도 이렇게 번식력이 좋지는 않을 것이라며 놀란다. 전국민이 이렇게 까지 관심 가질 일이냐면서 의아 해 한다. 주변 자문단에서는 음모론을 거론한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하시는 VIP가 좋아하실 시각이다. 요처 누구 누구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요…이렇게 시작되는 음모론이 여론을 보는 시각을 결정해 버린다. 홍보팀은 이 때부터 위기관리 실패를 더욱 확실하게 예상한다.

    1. 홍보팀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가능한 말을 줄이는 것이 전략이 되어 버린다. 하이프로파일 할 것이 없다. 우리가 말을 하지 않거나 적게 해서 기사 분량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한다. 한 두 줄이라도 줄었으면 하고 기도하는 것이다.  VIP위기가 발생했을 때 홍보팀이 언론에게 하는 모든 말은 VIP가 그대로 확인 가능한 것이라서 민감하다. 평소 기사에 나온 홍보팀 말은 잘 확인 안 하셔도, 자신 관련 코멘트는 상당히 민감해 하신다. 홍보팀이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이유다.

    1. 노조의 최초 솔루션에 귀 기울지 않는다.

    미운 놈은 어떤 말을 해도 밉다. 노조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라 VIP를 향해 외치는 말이 고깝게만 들린다. 가만히 이성적으로 그들 주장을 보면 일견 일리 있는 솔루션이기도 한데, 외면 하시는 거다. 저들도 다 다른 속셈이 있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신다.  VIP 자신을 돕기 위해 그런 요구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 상황이 최악으로 치 닫는 시점이 오면 침묵을 선택한다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체념한다. 며칠 전 무언가를 했었으면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이와 이렇게 된 것, 이제는 정신 차리고 전략을 세우자 한다. 장시간 토론을 통해 내리는 공통적 결정은 ‘침묵’이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현재 상황은 관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VIP와 위기관리팀이 공유한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자. 지금까지도 기술적 침묵을 해 온 거 아닌가?

    1. 그 이후부터는 내부에서 서로 힘을 주는 말만 한다.

    VIP가 진짜 VIP라는 이유는 주변에 그를 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은퇴한 정치인이나 기관 출신 인사, 교수와 은퇴 언론인이 많이 조언한다. 그들 대부분은 이쯤 되면 정신승리를 주장한다. “VIP께서 강건하셔야 합니다” “VIP께서 마음을 단단히 가지셔야 합니다.” 같은 조언은 기본이다. 가끔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는 분도 나온다.

    쭉 기억을 정리 하다 보니,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이유가 다양해 보여도, 그 속에는 또 나름 공통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회사도 저 회사도 비슷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는 말도 맞겠다. 톨스토이가 보면 ‘서로 닮았네’라고 할 만하다.

     

  • 홍보실 사람들은 똑똑하던데 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경쟁사를 보면 사실 홍보실이 제일 부럽거든요. 사람들이 똑똑하고 일을 잘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홍보실은 존재감이 없어져요. 평시에는 그렇게 열심히 일 잘하는데, 왜 위기가 발생하면 맥을 못 추는 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럴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렇죠. 그런 회사들이 꽤 많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저도 여러 홍보실 분들과 이야기를 해 보고, 직접 그 회사에 들어가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지켜보고 하면서 발견한 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정리해 보면 위기관리는 개인전이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체전인 것이죠.

    평소 홍보를 보면 그 진행되는 방식은 마치 야구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똑똑한 홍보실 사람들이 수위 타자로 출격해서 연이은 안타나 홈런을 치고 점수를 따내는 형국을 상상해 보시면 이해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수비는 하지 않고 대신에 돌아가며 타석에만 서는 게임에 그 모습을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해 그에 대응하는 상황을 보면, 마치 축구를 연상하게 됩니다. 11명이 함께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그런 게임이죠. 더구나 상대방 팀도 우수한 11명으로 구성되어 역으로 자사의 골대를 노립니다. 앞에서처럼 공수가 바뀌지 않고 홍보실이 타석에만 서는 반쪽 형식의 야구 상황과는 확 다른 게임이 돼 버리는 것이죠.

    일단 골기퍼는 대표이사가 맞습니다. 수비는 각 부서 임원들이 맞고요. 공격수로 홍보실이 있지만, 다른 공격수들도 많습니다. 대관부서도 있고, 법무부서도 있습니다. 영업, 마케팅, 기술, 재무 등의 부서들도 한쪽 필드를 담당합니다. 이 팀을 위기관리팀이라고 하죠.

    상대편은 어떨까요? 청와대가 있습니다. 공정위나 국세청, 경찰, 검찰도 필드를 뛰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와 언론도 선수 리스트에 보입니다. 안티 고객과 정치인들도 보입니다. 주민들과 온라인 공중들도 몸을 풀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게임에서 회사와 겨루어야 하는 상대방 팀입니다.

    이 게임에서 상대팀을 볼 때 우리 회사의 홍보실 선수가 아무리 호나우도나 메시급이어도, 혼자 뛰어 상대팀을 이기기는 힘들 것입니다. 홍보실이 공을 패스하며 상대 진영에 빛의 속도로 달려 들어가도, 재무부서 선수가 공을 받아 흘려 버릴 수 있습니다. 법무팀 선수가 홍보실 선수에게는 공을 안주고 홀로 몰고 들어가다 상대편 검찰 선수에게 공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니 그 법무팀 선수는 용병(로펌)이었습니다. 그에 더해 주장인 골기퍼(대표이사)가 골대는 지키지 않고, 공격수 자리에서 직접 공을 뻥뻥 차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뒤에서는 수비수 임원들끼리 서로 공격 하면서 상호간 발목을 부러뜨리기도 합니다. 벤치에서는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는 여러 실세들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편인 이해관계자들은 각자 역할을 맡아 우리 회사의 필드를 폭 넓게 뛰어 다니며 슛을 쏘는데, 우리 회사 선수들은 각자도생에 일사불란함을 잊은 지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시죠. 승패를 떠나 우리팀 스스로 ‘난장판’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홍보팀이 똑똑할 수는 있습니다. 법무팀도 그렇고 대관도 그렇고 모두가 똑똑한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각자 좋은 선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강력한 여러 상대가 있고, 그 상대들이 하나의 멋진 팀을 이루어 공격 할 때, 홀로 나가 싸워 이길 만큼 대단한 선수들은 사실 존재하지 않습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똑똑한 홍보실 사람들이 위기가 발생할 때 마다 그 존재감을 잃는다면, 그 이유는 그 회사의 위기관리팀이 제대로 팀워크를 형성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팀 차원에서 이기겠다는 의지가 없거나, 이길 역량이 대부분 안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선수들 사이에 사일로(silo)가 있거나, 정치적으로 게임보다 상호간 견제에 더 신경 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안에서 한숨을 쉬고, 아쉬워하는 홍보실 선수들이 몇몇 있다 해도, 그 팀이 제대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아마 그래서 위기 때면 홍보실이 보이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제가 해 봤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그 때 위기관리를 해 봐서 압니다. 홍보실에서 빨리 사과하자, 나가서 고개 숙이시라 해서 그 조언을 대표께서 다 따라 하셨어요. 그런데 결과는 어땠습니까? 전혀 위기가 관리되지 않았거든요. 저희가 위기관리 원칙이나 홍보실 조언을 듣지 않게 된 게 그 때부터였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어떤 사람 몸에 상처가 났습니다. 깊은 상처 같아 보입니다. 피부가 찢어져 피가 나고 있습니다. 이 때 주변 사람들은 일단 응급처치를 하라 하죠. 집에 상비해 놓았거나 인근 약국에서 얻은 약솜, 소독제, 거즈, 반창고, 붕대 등을 가져와 응급처치를 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상처가 이런 간단한 응급처치로도 이내 진정 되고 아물기 시작합니다. 연고 정도를 계속 발라주며 새 살이 돋기를 기다립니다. 운 좋은 케이스이기도 하지만, 상처가 생각보다는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어떤 사람의 상처는 응급처치를 했음에도, 아물 기세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독을 하고 연고에 거즈를 붙여 놓았는데도,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던지, 상처 속이 부어 오르는 추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결국 병원에 가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해 깊은 상처를 치료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어떤 사람의 상처는 응급처치 후 살짝 안정 되는 것 같더니. 저녁부터 열이 나기 시작하고, 환자가 혼수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실려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빠른 조치를 하려 했지만, 상처를 통해 온 몸에 퍼진 독 때문에 사망에 까지 이르는 결론이 날 수도 있습니다.

    이 세 경우에서 ‘응급처치’란 어떤 의미가 될까요? 조치를 취했으니 좋아진 것일까요? 하지 않았으면 상태가 더 안 좋아 졌을 조치일까요? 해 보았자 쓸모 없는 짓일까요? 어떤 의미일까요? 응급처치를 바라보는 시각과 의미는 각 상처의 타입이나 심각성에 따라 달라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응급처치 자체를 ‘할 필요 없는 쓸데 없는 짓’이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초기에 해야 하는 프로세스로 이해하는 것이죠.

    지금 질문에서 하신 그런 지적을 인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내가 해 보았는데 사과나 고개 숙임 등이 효과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할 필요가 없다는 단언은 상당히 아쉬운 시각입니다. 또한 향후 발생할 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권장되지 않는 시각입니다.

    위기관리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일 뿐입니다. 사람이 사과할 일이 있으면 당연히 사과를 하는 것입니다. 적시에 하면 더욱 좋습니다. 사람이 남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그 피해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피해를 적시에 변제해 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사람이 우연히 남을 슬프게 했거나, 화나게 했거나, 아프게 했다면 스스로 어떻게 하는 것이 마땅한 것인지 이미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으니 그런 ‘마땅한 일을’ 하지 않겠다 하는 것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더욱 더 해당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위기가 발생 했을 때 해야 하는 그 ‘마땅한 일’이란 위기관리의 끝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그 어떤 마땅한 일만 하면 불타오르던 큰 불이 마법처럼 사라진다 확신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만약 위기 시 위기관리 주체가 해야 할 ‘마땅한 일’이 적시 진행된다면 그로 인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질문에서 경험하셨다는 그 사과와 고개 숙임이 만약 아무 효과가 없었다면. 그 실패 원인이 사과와 고개 숙임 그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해당 위기의 성격이 그 것만으로는 관리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니면, 사과와 고개 숙임 이후 당연하게 해야 할 후속 조치들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사과와 고개 숙임 그 자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더욱 정확한 의미로 사과와 고개 숙임은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하겠다’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응급처치와 비슷한 의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4편] 위기관리팀의 구멍을 찾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막상 위기와 마주해 보면 알 수 있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외부 컨설턴트들은 그건 하지 마시라, 저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자꾸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내부 위기관리팀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이것은 불가능하다 저것은 여의치 않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런 기업 대부분은 평소에 자사 위기관리팀에 대한 평가나 시뮬레이션이 부족했었던 경우다. 당연히 위기 시에는 할 수 있는 것 보다 할 수 없는 것 (하면 안 되는 것)이 더 많기 마련이다. 그 사실을 평소에 이해하고 있으면서, 그래도 케이스에 따라 자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한 것이다.

    막연하게 자사 위기관리팀을 무한 신뢰하는 경우에도 위기 시 이런 혼란은 이어진다. 우리 홍보팀은 잘하고 있을 거야 라는 대표이사의 믿음은 그 자체로는 참 훌륭한 것이다. 법무팀을 신뢰하고, 감사팀을 의지하고, 마케팅과 영업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대표이사로서 멋진 자세다. 그러나, 그 근거가 희박하거나 자의적일 때는 위기 시 한계가 드러나니 문제다.

    대표이사를 비롯 각 부서들을 총괄하는 임원들은 위기관리팀 구성원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어야 한다. 각 부서별로 나뉘어진 역할과 책임에 있어 실행 역량을 극대화 하는 데에 평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솔직하게 그들 각각이 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실행의 범위를 평가하고 있어야 한다.

    각 부서별 위기관리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그들로부터 해당 역량을 극대화 하는데 필요한 의견을 들어보자.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면 해당 분야 지원이 가능한 컨설턴트나 실행 에이전시들로 하여금 협업하게 하자. 그를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면 챙겨야 한다. 이를 통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팀을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범위를 확장해 놓는 것이다.

    제대로 구성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위기관리팀 페이지에 내부 부서의 리스트와 함께 항상 들어 있는 것이 외부 지원 그룹 리스트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듯 법무팀과 협업하는 로펌이 있다. 재무팀에는 협업하는 재무 회계관련 회사들이 있다. 생산과 기술에는 협업하는 관련 전문 기관이 있다. 홍보팀, 마케팅팀, 영업팀, 인사 노무팀 등등에도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외부 대행사들이 있다. 이런 전문가 그룹의 지원은 위기관리 시에도 동일하게 역량을 발휘 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팀의 실행 분야와 범위에 있어 역량적인 구멍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위기 시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 하지 않아야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역량이 부족해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계나 주요 채널은 구입 해야 할 때도 있을 수 있다. 예산이 든다면 예산을 끌어 모아 어떻게든 해 내야 하는 위기대응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역량적인 필요와 지원을 평소 위기관리팀은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

    소위 ‘필요하면 빌린다’는 마인드다. 그렇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디서 빌릴 것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얼마에’ 그 필요 역량을 빌릴 수 있을지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고,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자사 위기관리팀에 숭숭 뚫려 있는 구멍들을 발견하고 경악하게 되면 문제다. 홍보팀이 특정 언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거나. 대관 부서가 손 쓸 수 있는 국회 라인이 부족하거나. 법무팀이 해당 위기 상황에 대해 적절한 법적 조언을 할 수준이 안되어 있거나. 기술 부서가 논란이 된 해당 기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그렇다. 위기가 코 앞에 있는데 대표이사가 그런 구멍을 발견하게 되면 어떤 기분일지 한번 상상 해 보라.

    준비되어 있다면 그런 경우 이런 답변들이 부서로부터 나와야 한다. “OOO 컨설팅사와 함께 XXX를 만나 처리하겠습니다.” “OOO에이전시와 함께 바로 협업해 처리하겠습니다.” “OOO로펌에게 자문 얻어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즉각적 답변과 내외부 팀워크가 있어야 한다. 이 것도 준비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가끔 자사에게 이슈가 발생 했을 때 여기저기 대행사나 위기관리 회사를 알아보고 다니는 기업이 있다. 임원들이 처음 보는 컨설턴트들과 명함을 나누고 조심스럽게 자사 이슈를 설명한다. 당연히 컨설턴트들은 설명하는 이슈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기 전 위기관리 실무에 투입된다. 여러모로 어색하고 손발이 맞지 않는 대응이 이어진다. 이런 준비되지 않는 구멍 메우기 또한 매우 위험한 대응 방식이다.

    평소 항상 살피자. 고민해 보자. 구멍을 찾아 어떻게 메울 수 있을 것인지 준비하자. 평시에 필요 없다면 위기 시에라도 즉각 활용 가능하게 미리 그들과 관계를 맺어 놓자.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 신뢰를 형성하고,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협업하자. 구멍을 방치하지 말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기복이 심하면 그건 진짜 실력이 아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학창 시절 기억을 되살려 보자. 반에서 1등짜리도 그렇지만, 전교에서 또는 전국에서 수위를 다투는 친구들은 매번 시험에서 그 꾸준하게 일관성 있는 성적을 거둔다는 특징이 있다. 어쩌다가 운이 좋아 단 한 번 반에서 2~3등까지를 찍어 본 20등짜리 학생과는 무언가 다른 일관성이 있었다. 성적에 기복이 없다는 것이다.

    시험 준비를 별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전교 1등짜리 친구 녀석이 바로 그랬다. 쉬는 시간에 곧잘 농구도 하고, 방과후 아이들과 라면집에서도 어울리던 그 녀석은 항상 입에 “이번엔 시험 공부 많이 못했다. 큰 일이야”라는 중얼거림을 달고 살았다. 그러나 시험 당일 방과후 함께 답을 맞추어 보면 그 녀석은 별로 틀린 문제가 없이 완벽했다. 그것도 매번.

    실력이라는 것은 기복이 없이 꾸준하게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그 때 하게 되었다. 시험 때마다 일희일비하는 학생들은 그 실력이 없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시험 범위를 잘 못 알았었다. 이번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이번에는 시험감독 선생님이 시험지를 너무 빨리 뺐어 갔다는 등등의 핑계도 실력이 없다는 증거였던 것이다.

    점점 시간이 가며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기관리를 잘 하는 기업에서는 자사가 위기관리를 잘한다 이야기하지 않는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자랑하는 보도자료도 내지 않고. 항상 무언가 모자라다 생각 하면서 지속적으로 노력 한다.

    기업이나 조직의 수많은 위기 요소들 중 실제 위기로 발화되어 수면위로 떠 오르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알려져 기억되는 비율은 채 1%가 되지 않는다. 그 외 대부분의 위기요소는 사전에 관리되고, 방지되고, 약화된다. 그런 모든 노력이 위기관리다. 이런 위기관리 활동이 꾸준히 수면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알려지는 위기의 수나 비율은 그나마 관리되고 있다 볼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일이 터졌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 그건 사실 의미가 맞지 않는 말이다. 어떻게’일’이라는 것이 스스로 터질 수 있나? 일은 사람이 터뜨리는 것이다. 반대로 일을 터뜨리는 사람이 없다면 일은 터지지 않는다. 일을 터뜨리지 않게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이기도 하다.

    그러한 지속적인 위기관리 속에서도 몇몇 기업들은 반복적으로 연이어 문제를 터뜨리는 것을 보게 된다. 다른 기업이 한 개의 문제를 터뜨릴 때, 어떤 기업은 두 세 개 이상의 문제를 터뜨려 세상을 떠들썩 하게 놀라 킨다. 문제를 터뜨리지 않는 기업과 문제를 계속 터뜨리는 기업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간단히 말해 위기관리 역량에 있어 전교 1등과 전교 50등의 차이라고나 할까? 기복이 있다면 더더욱 그 차이의 원인은 궁금해진다.

    기복이 있는 그리고 심한 기업의 위기관리 역량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CEO가 바뀌면 위기관리 역량도 바뀐다.

    이런 기업의 경우 완전히 바뀐다. 매뉴얼 구조가 바뀌고,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바뀐다. 외부 자문 그룹도 바뀌고, 심지어 보고하는 포맷조차 바뀐다. 새로운 CEO의 경험과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전과 동일한 위기에 대한 대응도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작년까지 쉬쉬하고 홍보실의 짧은 코멘트로 가늠하던 논란이 새로운 CEO가 오시면서 CEO가 주최하는 대대적인 사과 기자회견으로 가늠된다. 적폐라는 말이 튀어 나오고, 철저히 개선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뀌지 않은 직원들은 어리둥절해 진다.

    둘째, CEO는 그대로 인데, 위기관리 철학이 그때 그때 바뀐다.

    한번은 CEO께서 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 가셔서 고개를 숙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위기 때는 움직이지도 고개를 숙이지도 않는다. 지난 번에 그렇게 하셨으니, 이번에도 그리 하심이 어떠신가를 말씀 드리지도 못한다. 그 때는 왜 그랬고, 이번에는 왜 다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홍보실도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한다. 다음 번에 또 유사한 위기가 발생되지 않기만 기도한다.

    셋째, 위기관리 위원회에 경험 있는 임원들이 적다.

    대표이사가 젊다고 평소 홍보를 열심히 했다. 언론에서 젊은 대표의 성공신화를 찬양한다. 그러다가 위기가 발생했다. 대표이사가 젊어서인지 주변 임원들도 젊다. 생애 첫 번째로 경험해 보는 대형 위기다. 평소 일부 임원들이 개인적인 모임에서 들어 봤던 위기관리 전략과 대응 방식을 기억해 낸다. 각자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창의적으로 대응하려 애쓴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집중해서 드라마틱한 결과를 얻어 낸다. 다음 번에는 어떻게 잘 해 낼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든다.

    넷째, 자사의 위기와 위기관리 히스토리를 잘 모른다.

    어렴풋이 자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있다. 위기가 발생해서 알음알음으로 오래된 문서 파일을 얻어 열어보니, 예전 홍보실이 만든 부정기사 대응 매뉴얼이다. 이건 위기관리 매뉴얼이 아니다. 더구나 기자들이 우리 회사에게 몇 년 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내부에서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래된 기사를 찾아 봐도, 무슨 일이었는지가 구체적으로 떠 오르지 않는다. 당연히 당시 누가 무슨 대응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다시 새롭게 위기대응을 한다.

    다섯째, 관리 역량 이상의 큰 위기를 그대로 방치한다.

    실제 발생되면 그 때에는 무슨 별 수가 있겠어? 그냥 최악의 상황이 되는 거지. 이런 위기를 알면서도 방치한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방치할 수 밖에 없는 위기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오너 관련 위기가 그렇다. 그 외에도 핵심 경쟁력과 관련된 위기 유형들도 비슷하다. 단순하게 해당 위기가 스쳐 지나가면 어느 정도 위기관리도 가능해 보이는데, 제대로 정통으로 터지게 되면 감당이 안될 것이 뻔하다. 그 때가서 한번 생각해 봐야지 하는 마음이 평소 지배한다.

    여섯째, 매뉴얼을 따르기 보다 트렌드를 따른다.

    위기가 발생하고 나면 주변에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찾는다. 임원들이 트렌디 하게 여론을 선도하고 있다는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특히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 온다. 소위 말하는 밀어내기, 물타기, 댓글 달기, 바이럴 등등 정치권 뉴스에서나 들어 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실질적인 위기대응은 왠지 버겁고, 일단 여론을 좀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시도한다. 매뉴얼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일단 최근 트렌드가 그러니 따라가 보자는 거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본다.

    일곱 째, 매번 미신을 믿는다.

    위기관리에는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알고는 있다. 그러나 그런 원칙이 우리에게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대신 여러 편법과 창의적인 어프로치가 국면을 전환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누구는 ‘가만히 있으시라’한다. 누구는 ‘대표가 앞에 빨리 나서시라’한다. 누구는 ‘내가 힘을 좀 써 줄 테니, 잠깐 기다려 보라’한다. 행동은 마비되고, 믿음만 앞선다.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상황이 관리 될 텐데, 여러 조언들이 상호 출동하고 복잡 다단하다. 일단 문제를 뒤에서 해결해 준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 봐야지 하는 미신이 위기관리를 지배한다.

    여덟 째, 잘 못된 방식으로 위기관리 역량을 키우려 한다.

    들어보니 정치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보라고 한다. 일간지하고 방송사 출신 임원들도 좀 뽑아 놓아야 한단다. 검찰하고 국세청에 공정위, 감사원 출신 인사들을 영입해 보라고 HR임원에게 지시한다. 어떤 로펌에 관련 기관 출신 인사가 있는지를 알아 보면서, 어떤 로펌이 더 힘을 잘 써줄 수 있는지를 비교 평가한다. 관계는 구입하면 되고, 사람도 사서 쓰면 된다고 믿는다. 이번 만 어떻게 잘 넘기면 그때부터 무언가 제대로 된(?) 조직을 꾸미겠다는 결심을 한다.

    아홉 째, 부서 간 사일로(silo)가 강하다.

    작년에 한번 위기를 겪고 나서 감사부서하고 대관부서 홍보부서에게 협업체를 꾸리라고 대표이사가 지시 했다. 올해 초에 다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해서 그 협업체가 챙겨서 좀 처리하라고 했더니, 감사와 대관 임원이 금시초문 처럼 이야기한다. 그나마 홍보임원이 협업체계가 가동하지 않는 것이 감사쪽 임원이 바뀌어서 그랬다고 올해 상반기 까지는 가동시키겠다고 보고를 한다. 대관 임원은 그대로 인데, 그 임원은 왜 금시초문 인 것처럼 이야기하는지는 오리무중이다. 평소에 서로 아무 커뮤니케이션도 없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한다.

    열째, 이상의 기복 원인에 대한 반면교사가 부족하다.

    사실 반면교사가 있고, 지속적인 개선과 업데이트만 있어도 기복은 적다. 최소화는 된다. 이상의 여러 기복의 원인들을 한 두 개 이상 골고루 경험하고도 새로운 위기를 맞으면 또 다른 새로운 원인들 때문에 또 다른 기복을 경험한다. 그 후에도 이는 반복되고, 반복되고, 반복된다.

    다른 회사가 위기관리를 한다고 하면서 황당한 대응을 하는 것을 보면 재미있어 한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하면서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삼는다. 그러나, 그 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비슷한 위기를 맞아 그와 유사한 위기관리를 한다. 저번에는 우리가 이렇게까지는 하지는 않았는데, 왜 이번에는 이럴 수 밖에 없었는가 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내 사라진다. 어느 한 두 부서의 잘못이라는 평가가 너무 부담된다는 표정이다.

    기복이 있는 시험 결과에는 이렇듯 언제든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 다양한 이유를 찾아 정확하게 하나 하나 개선하면 그 다음 시험에서는 기복을 줄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러지 못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복이 없는 시험 결과에는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냥 예전처럼 해 왔을 뿐이라는 것이 전부다.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에서도 그런 ‘예전처럼 꾸준히 해 오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좀더 많아 지기를 바란다. 매년 그렇게 노력 하고 있다. 꾸준히 개선해 나가고 있다. 열심히 훈련하고 시뮬레이션 하면서 여러 이슈를 살피고 있다.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많아 지기를 바란다.

    성적이 나쁜 것은 사실 부끄러운 것이 아닐 수 있다. 원래 학교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다른 자기 재능에 열심인 학생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학교 공부에 관심이 있으면서, 매번 시험 결과에 기복이 심한 학생은 최소한 부끄러워할 필요가 있다. 이전 시험에서 그리 잘 할 수 있었다면 이번 시험에서도 잘 할 수 있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전 시험에서 그리 잘 못했다면, 이번 시험에서는 잘 할 수 있게 노력했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험 성적에 있어서 빵점과 백점을 넘나드는 큰 기복을 보이는 학생들은 이상한 학생이다. 부끄러워하기 보다 진짜 무엇이 스스로에게 문제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렇듯 최소한 이상한 기업이나 조직은 되지 말아야 하겠다.

  • 아무것도 준비 되어 있지 않으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좀 창피한 이야기인데요. 위기가 발생해 저희가 일단 초기 대응을 하긴 했는데, 언론이나 여러 곳에서 문제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 회사에 홍보실도 없고요. 위기관리에 대해 별로 준비가 안되어 있어요. 대부분 임원들도 경험이 없고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예를 한번 들어 볼까요? 환자가 한 명 있습니다. 그 환자는 중병에 걸렸는데, 그 치료를 받기에는 몸이 너무 약한 겁니다. 병원에서는 해당 환자가 정해진 치료를 받지 못할 정도 몸 상태라고 판단하게 된 거죠. 그런 경우 의사는 치료를 좀 미루면서라도 몸 상태를 먼저 챙기라는 조언을 할 겁니다. 정해진 치료를 하면 그 환자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하는 조언이죠.

    질문 하신 임원님의 회사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케이스들은 많습니다. 위기가 발생 한 회사에 들어가 보았을 때,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의사결정그룹이 존재하지 않거나 유명무실하고, 사전에 준비나 훈련이나 경험도 없는 직제상 위기관리팀만 덩그러니 앉아 있고. 기자들의 엄청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이나 반박을 주고 받기 힘들어하는 홍보담당자가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더구나 그런 회사의 내부협업체계는 기본 상황분석이나 공유 그리고 대응 메시지 정리가 전혀 불가능한 체계고, 대신 각 부서장들이 각자 움직이는 그런 형태로 위기를 관리하며 불철주야 하곤 합니다.

    이런 경우 컨설턴트들은 위기관리 교과서나 원칙이나 경험에 의해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부정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사실이 아닌 부분과 사실인 부분을 골라내 적절히 해명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 조언 할 때 홍보담당 직원이 곤란한 표정으로 “자신이 없다” 하는 거죠. 그런 경우 컨설턴트는 “그래도 꼭 그렇게 해야 하니까, 한번 해 보시라” 할 수는 더 이상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대신 “그렇다면 섣불리 대응 마시고 그냥 로우 프로파일 하시면서 이렇게 이렇게만 정한대로 간단히 수동적으로 대응하시죠.” 조언합니다. “다른 분들도 괜히 위기관리 한다고 각자 행동하시면서 문제 일으키기 보다는 좀더 내부 공유 힘 쓰면서, 소나기는 어느 정도 같이 맞고 걸어 가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이런 조언 밖에 가능한 것이 없어지는 것이죠.

    항상 그런 기업의 위기관리 현장에 들어가보면, 없는 역량을 기반으로 무언가 하려 하다가 일을 더 크게 만드는 경우들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각 부서장이 열심히 무언가 하는 것은 좋은데, 하지 않아야 할 것과 해도 소용 없는 것에 많은 투자를 하고 그 부분이 더 큰 문제를 만드는 것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환자(기업)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치료)를 진행하기 힘든 체력과 상황이라면, 일단 일정기간은 체력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위기 때 훈련을 하거나 시뮬레이션을 해 시간을 할애 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러니, 일단 취약한 부분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일정기간 조직 단위로 몸을 사리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준비 안된 상태에서 장황한 메시지를 여러 곳에 뿌린다 던지, 훈련 안된 창구가 언론과 주의 깊지 못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전혀 규제기관을 알지 못하면서 여러 루트를 통해 규제기관에 영향을 끼쳐 보려고 시도 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전문적이지 않은 직원들이 함부로 피해자들을 접촉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영업직원이나 다른 직원들에게 무리한 위기관리 활동을 지시해 더 큰 논란을 만드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외부의 조력을 빌려 위기관리를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체력이 되는 기업에게 해당 하는 조언입니다. 일단 위기관리를 위한 최고의사결정그룹이 무력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면(위기관리와 분리) 그 어떤 외부 전문가들의 조력도 성공적이기는 힘듭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외부 실무자들끼리 백병전을 이어가다 흐지부지 되곤 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고, 결과론적인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평시 해야 할 일을 한 기업이 최소한의 위기관리라도 합니다. 위기 시 필요할 당연한 숙제들을 평소 하지 않은 기업에게 기적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일단 다가온 위기는 견뎌보고, 그 이후에 체력을 키우는 숙제를 성실하게 시작하는 것이 살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미디어트레이닝? 홍보담당자들이 먼저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자는 훈련되어 있다. 일정 기간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그 훈련을 기반으로 매일 매일 취재를 하며 취재원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기자는 질문하는 자다. 그들은 숙련된 전문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맞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어떤가?

    대부분의 기업이나 홍보대행사에서 홍보를 처음 시작하는 홍보담당자 중 기자처럼 상당기간 훈련 받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이 훈련되어 있지 않다. 어깨 넘어 일을 배우거나 또는 선배를 따라 다니며 받는 개인적인 사사가 전부다. 그 중 상당 부분이 네트워크 형성에 관련된 의전이나 형식이다.

    기자가 질문하는 자라면, 홍보담당자는 답변하는 자다. 매일 매일 취재 일선에서 마주치면서도 질문하는 기자는 훈련 받은 자임에도, 답변자는 훈련 받은 자가 아니라는 점은 큰 아이러니다. 홍보담당자들 스스로 자신을 전문가라고 칭하기에 겸연쩍어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때문이다.

    일부 홍보담당자들은 실무를 시작하면서 홍보교육을 받으러 다닌다. 보도자료 작성을 배우고, 홍보기획서 작성을 공부한다. PR의 정의와 언론관계 기술에 대해서 배운다. 일부는 특수대학원에 진학해서 PR을 공부하고 학위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공부가 실무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또 상당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반면 실무에 도움이 되는 ‘훈련’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낯설어 한다.

    훈련된 기자와 매일 커뮤니케이션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과연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가? ‘대변인 훈련’과 같이 수준 높은 훈련 과정은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기본적인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일선에서 홍보실무자들의 기자 커뮤니케이션 실행을 자문하면서 발견한 일반적 유형들을 정리해 본다. 이런 식으로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하루 빨리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 자신은 물론 회사와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첫 번째 유형, 기자와 대화를 함에 있어서 너무 캐주얼 한 스타일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들은 대부분 시니어급이다. 종종 기자와의 통화 초기와 말미에 친근함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한다. 편하게 좋은 형이나 동생으로서 기자에게 각인되는 스타일이다.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고, 일부 기자들은 그런 친근한 스타일로 해당 홍보담당자를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기자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런 스타일의 커뮤니케이션 습관을 가진 홍보담당자는 스스로 ‘모드 변경’을 어려워한다. 평소에 친근하고 구수하기만 했던 자신이 이슈가 발생 했다고 차갑고 딱딱해지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잠시 망각 하곤 한다. 캐쥬얼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로 이슈를 둘러 댄다. 부주의 하게 취재하는 기자에게 작은 퍼즐 쪼가리를 선물한다. 큰 그림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지만, 좋은 형이나 동생인 기자가 그냥 알아서 감안해 기사를 써 줄 것으로 믿는다.

    일부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는 부정 이슈 시에도 기자와 서로 ‘마음이 통하면’ 이슈를 관리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친한 기자에게 모른다고 이야기하거나, 오리발(?)을 내밀고 어떻게 다시 그들을 보겠냐 한다. 사실을 그대로 말해 주어도 친한 기자니 알아서 처리 해 주곤 한다 자랑한다.

    상당히 위험한 유형이다. 기자에게는 “좋은 홍보인” 또는 “좋은 대변인”으로 각인되는 것이 “좋은 사람”으로 각인 되는 것보다 영예로운 일이다. “OOO홍보 상무? 사람만 좋지 뭐…” 이런 평가는 경계해야 한다.

    두 번 째, 기자들의 심각한 취재에 대응한 경험이 적은 스타일

    이런 유형들은 대부분 자신이 모르는 기자에게 급격히 약한 모습을 보인다. 출입기자들과는 상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았지만, 갑자기 경찰이나 검찰 출입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으면 긴장 하는 유형이다. 출입기자들과는 관심사가 달라서 그들과 무엇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는지 막막해 한다.

    반대로 일부는 출입기자들과 하듯이 캐쥬얼 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대충 대충 얼버무리기도 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의 발언도 하며 그냥 넘기려 한다. 낯선 상대 기자가 그 부분을 꼬투리 잡아 지속적으로 질문을 하면, 부담을 느끼고 뒤로 빠지려 한다. 자기가 어떤 부분에 대해 설명을 잘 못 했는지 모른 채 기자가 좀 무례하구나 생각한다.

    가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공격적인 기자의 질문이 들어오면 “보통 기자들은 이런 식으로 질문 안 합니다” 또는 “기자들이 이렇게 까지는 안 하죠?” 묻는 홍보담당자들이 있다.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 ‘발생 할 리 없다’ 또는 ‘그럴 리 없다’ 생각해서는 나아짐이 없다.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들은 기자로부터 “경험이 적은가 보다” “원래 홍보하던 선수가 아닌가 보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또한 경계해야 할 평가다.

    세 번 째, 기자와 항상 거리를 두려는 스타일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들은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다분히 사무적이다. 그렇다고 차갑고 무례하게 기자를 대하지는 않는다. 때대로 살갑게 그리고 부드럽게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지만,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한 내용을 교환 할 때나 부정적인 취재 응대 시에는 상당히 거리감을 내세운다.

    “그 내용을 저희가 기자님께 알려드려야 할 의무가 있나요?” “제가 그걸 왜 기자님께 답변해야 합니까?” “기자님이 잘 모르고 취재하시는 것 같은데요. 저희가 소송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딱딱하게 응대한다. 일단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는 기자에 대한 편견이 있다. 기자가 뭔데 함부로 회사나 조직의 문제에 대해 비판을 하고, 사업상 피해를 입히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기자들과는 친해져 봐야 필요 없다 생각한다. 정기적으로 광고나 협찬 정도의 처리만으로도 홍보 업무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언론사에 따라 기자를 대 놓고 차별한다. 부정적인 취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 코멘트나, 무시, 법적 대응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기자와의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리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이런 유형들은 기자들로부터 “개념이 없다” “언젠가는 혼 좀 나야 할 사람” “저 사람 때문에 그 회사가 안 된다” 등등의 평가를 받는다. 당연히 회사에게 득이 되는 홍보담당자는 아니다.

    네 번째, 원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전략에는 약한 스타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기자에게 하는 경우다. 불필요한 이야기를 기자에게 계속 하기도 한다. 말에 사족이 많고, 애드립이 난무한다. 평소 취재 때는 홍보담당자가 자세하게 여러 이야기를 해 주어 기자들이 재미있다고 한다. 때때로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안되고, 약간은 기사 쓰기에 적절하지 않은 말을 하지만, 일반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감은 주는 취재원이다.

    부정 이슈가 발생해도 그 습관은 달라지지 않는다. “(문제 있는 식품에 대해) 먹어도 안 죽어요” “그건 말도 안 되는 X소리라니까” “생각해 보세요,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도 이렇게 하겠어요?”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 뭐 자선사업 하나?” “그렇게 건강을 신경 쓰는 분이 아이들에게 그런걸 먹여요?” 이런 식으로 전략 없이 이야기 한다. 기자는 물론 제3자가 들어도 황당한 이야기들이 바로 이런 홍보담당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들이다.

    내가 못할 말을 했나? 내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잖아?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알고 나면 이게 사실이라는 걸 깨닫게 될 거야. 이런 식으로 사후에 자신을 합리화 하려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나름대로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믿는다. 홍보담당자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시각이다.

    기자들은 이런 홍보담당자들을 보고 “참 특이한 양반” “말을 함부로 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찌르면 항상 무언가 답을 준다”는 평가를 한다.  회사측 시각으로 보았을 때 이 보다 위험한 홍보담당자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유형으로,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지 못한 채 커뮤니케이션 하는 스타일

    대부분 주니어 홍보담당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의외로 시니어 홍보담당자들 중에서도 일부 이런 유형이 있으니 문제다. 기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압도할 정도의 정보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그에 대한 사전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일부 또는 전부 부족한 유형이다.

    대외비라서 모르는 척하거나,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제한하고 있음’이라는 모습을 풍기지만, 실제로는 해당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로 “알아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는 말만 한다.

    일부는 알고 있어도 상당히 피상적인 정보만 가지고 있어서, 기자가 깊이 있는 질문을 하고 들어오면 바로 개인적인 애드립으로 대충 모면을 한다. 하나의 이슈에도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관련되어 있고, 해당 이슈가 법적으로 여러 다툼의 여지가 있고, 여론의 관점에서도 민감한 내용이 걸쳐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도 자신이 가진 피상적 이해와 관점으로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런 경우 해당 홍보담당자의 사내 위치는 최고 의사결정자들과의 거리가 있다. 그들이 결정한 세부적인 논리와 지시 사항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슈 대응을 위한 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기자와 약속된 중식 시간을 보낸다. 이후 대책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아래 팀장에게 브리핑 받아 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나선다. 당연히 충분한 소화가 없다.

    기자들은 이런 홍보담당자 유형을 “똑똑하지 못한 분” “회사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 “별로 답이 안 나오는 양반”으로 평가한다. “왜 모르면서 말을 해요?”하고 기자로부터 불만을 듣기도 한다. 홍보담당자들이 경계해야 하는 습관이다.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고, 공적인 커뮤니케이션까지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꼭 좋은 홍보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언제나 완벽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문적인 홍보담당자라면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

    기자가 훈련 받고 공부하는 것만큼 홍보담당자도 훈련 받고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소위 말하는 ‘건전한 긴장관계’가 형성 될 수 있다. 물론 기자들도 다 같은 기자가 아니라고들 말한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훈련 받지 못했고, 공부하지 않는 기자들이 많다는 지적도 한다. 만약 그들이 그런 상황이라고 해도 홍보담당자들은 더욱 더 훈련 받고 공부해야 한다. 홍보담당자는 기업이나 조직 그 자체다. 평시와 위기 시 기업이나 조직의 입의 역할을 하니 그렇다.

    개인적인 생각은 기업이나 조직을 대변하는 홍보담당자의 커뮤니케이션 주제가 절대 아니다. 홍보담당자는 공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자신이 대표하는 기업이나 조직의 생각과 메시지를 공적인 채널을 통해 전달하는 임무를 가진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사실 누구에게도 자연스럽지 않다. 평생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에만 집중해 성장해 온 성인이기 때문에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낯선 것이 당연하다. 이 것이 따로 훈련 받아야만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이유다.

    더 이상 전략적이지 못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고 나서 언론이나 기자를 욕하는 습관을 버리자. 예전 같으면,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나서 그에 기반한 기사가 나면 사내에서는 기자에게 손가락질을 했었다. “제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그 기자가 소설을 썼습니다” “기자가 제 말을 잘 못 알아 들었나 봅니다” “저는 기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자신의 부주의 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부정적인 기사가 나왔던 상황을 경험한 홍보담당자들은 보통 이런 핑계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핑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대부분의 민감한 취재 내용은 상호간에 녹취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꺼져있는 듯한 TV 취재 카메라는 책상 위에 놓여 계속 녹화 녹취를 하고 있다. 자기 양복 깃에 달려 있는 취재용 핀마이크를 끼고 대책 회의에 들어온 홍보담당자도 있다. 기자들의 모든 스마트 폰은 녹화 녹취가 가능하한 것들이다. 더 이상 언론이나 기자가 이상해서(?) 이런 기사가 나왔다 핑계를 대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다.

    항상 문제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그 문제를 알고 있다면, 고치고 개선하면 더 이상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그 것이 문제인 줄 알면서도 고치고 개선하지 않는 것이다. 위에서 들었던 유형들과 같이 자신이나 자신의 팀원들에게 유사한 문제가 있다면, 당장 고치고 개선하려 노력하면 된다. 제대로 훈련 받아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기업이나 조직을 대표하는 홍보담당자의 자세다. 좋은 홍보담당자를 넘어 훌륭한 홍보담당자가 되어보자.

     

  • 언론 이외의 것들을 더 공부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홍보실이 사내 위기관리팀을 이끈다고 한다. 일부 기획실이나 비서실이 그 기능을 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홍보실의 위치가 그렇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홍보실이 사내에서 가장 먼저 부정 이슈나 위기관련 정보를 접하기 때문이다. 외부 언론이나 여러 정보원들로부터 문제를 감지하는 것이 일상이라는 의미다.

    물론 일부 내부적인 이슈나 위기인 경우에는 그 감지 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위기관리팀이라는 부서별통합체가 운영되고, 정기적으로 내 외부 이슈들을 감지 점검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홍보실이 위기관리팀을 이끌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언론을 상대하여 해당 이슈나 위기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부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슈나 위기를 발견하고, 이를 키우고, 대대적으로 그 이야기를 퍼뜨리는 것이 언론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옛적에는 “언론만 잠잠하게 만들어라”는 지시가 홍보실에 자주 떨어지곤 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팀내에서 가장 바쁘고 정신 없는 부서가 홍보실이다.

    홍보실이 다가오는 이슈나 위기를 방지하기는 힘들다 해도, 해당 이슈나 위기가 수면위로 올라 왔을 때 그 이후 대응에 있어서는 큰 힘을 발휘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홍보실을 위기관리팀 내 좌장으로 여긴다.

    그러면 홍보실은 회사의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어떤 역량을 보유해야 할까? 일상적으로 접하고 관리하는 언론에 대한 역량은 물론 기본이 된다. 하지만, 그 역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부 기업 홍보실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여론 감지 및 분석 업무를 같이 실행하기도 한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구조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여론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하나의 권력이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충분할까?

    위기관리 관점에서 홍보실은 위기관리팀내 운영자의 역할을 한다.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한다. 위기대응을 위한 내부 토론 진행자 역할도 한다. 위기대응 전략 개발을 위한 전략가 역할도 한다. 경험 쌓인 정무감각으로 구조화된 메시지 메이커의 역할도 한다. 이렇게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기존에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그런 역량들은 충분한 것일까?

    우선 성공적인 위기관리팀 리더로서 홍보실의 위상이 더욱 더 공고해 지려면 다음과 같은 추가 역량이 필요하다.

    첫째, 홍보실은 법을 알아야 한다.

    법을 공부하자. 돌아보면 회사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나 위기들 중에서 법과 연관되지 않은 것은 매우 드물다. 기업관련 법도 수 없이 많다. 공정거래관련 한 법도 항시 회사를 괴롭힌다. 세법관련 한 내용들도 위협적이다. 생산 제품과 관련된 각종 법규들도 수두룩 하다. 고객정보와 관련 된 법들, 광고 및 마케팅과 관련 된 법들, 노조와 관련된 법도 알아야 힘이다. 각종 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시각이 있어야 좋다.

    위기관리팀내에 법무팀이 있기 때문에 홍보실이 법까지 손을 댄다는 것은 좀 오버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번 위기관리를 해 본 실무자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법무팀으로부터 그리고 때때로 로펌으로부터 홍보실이 원하는 충분한 정보를 얻은 적이 있었나? 일부 얻은 적이 있다면, 그들로부터 제공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있었나? 혹시 우리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보고 알아서 하라 하고 홍보실은 꿀 먹은 벙어리 포지션을 유지한 적은 없었나?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했다. 성공적인 위기관리 매니져가 되려면 법을 최대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팀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둘째, 홍보실은 재무를 알아야 한다.

    재무팀은 뭐하고, 홍보실이 재무까지 챙겨야 하나? 이런 질문도 들어본 적 있다. 그건 월권 아닙니까?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경험 있는 홍보실무자들은 지난 회사의 M&A 과정이나 언론의 실적 취재에 대응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할 것이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간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문의를 받고 네이버를 들락거렸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뭘 알아야 메시지를 만들어 전달할 것 아닌가? 홍보실장이 이해를 못하겠으니, 재무팀장을 기자에게 연결 시켜주는 것도 위험한 일이었다.

    홍보실 사람들에게 이제부터 MBA 공부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라는 것도 아니다. 재무재표와 일상적으로 회사와 관련해 자주 이슈화 되는 재무 정보들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해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취재를 하는 기자들은 여러 취재를 통해 해당 재무 관련 정보들을 이해하고 질문한다. 그에 응대하는 홍보실 실무자들이 기자들 보다 모를 이유가 어디 있나? 기자가 이해하는 수준만큼만 일단 공부하자. 그 이상이면 더 좋고.

    셋째, 이해관계자들을 연구하자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영향력자들 말이다. 그들을 알아야 실제적인 대응이 가능해 진다. 기업 주변을 둘러보자, 소비자단체들이 있다. 식약처가 있다. 공정위가 있다. 국세청이 있다. 기표원이 있다. 관세청이 있다.  경찰이 있고, 검찰이 있다. 국회가 있다. 이 이외에도 업종마다 회사마다 더욱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관 업무를 하는 팀이 해당 이해관계자들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 내부로 들어가 이해관계자 맵을 함께 그려보고, 대관부서를 인터뷰 해보면 우리가 꼽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상시 관리에는 많은 빈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기업들에서는 어떤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때부터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기표원이 어떤 기관인지 공부 하고, 그들이 이전에 유사한 건으로 내렸던 결정들을 모아 본다. 어떻게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기표원 내 담당자가 누구인지 섭외 한다. 관련해 경험 있다는 로펌을 알아보고 그들을 대응 회의에 참석시킨다. 다 좋다. 하지만, 위기관리팀을 이끄는 홍보실은 해당 이해관계자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은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홍보실이 법을 알고 재무를 알고 이해관계자들은 연구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우선 앞에서 이야기 했던 상황들처럼 답답함이 없어진다. 법무나 재무팀에게 정보를 구걸하는 과정이나, 받은 정보를 보고 느끼는 답답함이 사라진다. 더 좋은 것은 법무나 재무팀의 대응 전략과 논리를 홍보실이 재평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들이 전문가니까 그들의 논리가 옳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홍보실이 정무감각을 통해 그들의 최초 논리를 검증할 수 있게 된다. 회사 차원에서는 이 보다 훌륭한 위기관리 체계가 없다.

    그 다음 홍보실이 위기관리팀을 제대로 리드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부서들을 제압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일단 이야기가 된다. 토론이 가능해지고, 특정 부서의 정치적 논리에 치우치지 않게 된다. 각 부서들이 홍보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홍보실이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를 제시하게 되면 그들은 그 자체를 존중하게 된다. 홍보실이 힘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다.

    홍보실이 법과 재무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을 연구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이라면, 홍보실이 ‘경영자의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산부서는 생산 언어를 사용한다. 법무부서는 법무 언어를 사용한다. 재무부서는 재무 언어를 사용한다. 인사 부서는 인사 언어를, 마케팅 부서는 마케팅 언어를, 영업부서는 영업 언어를 사용한다. 그것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최고 경영자들은 각 부서들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경영자의 언어’를 사용한다.

    이전 홍보실을 한번 돌아보자, 스스로 너무 ‘홍보 언어’만 사용하지는 않았나? 그 주제나 내용들이 대부분 ‘언론’에 대한 것들로만 채워지지 않았나? 경영자들이 이해하고 듣고 싶어하는 ‘경영자의 언어’로 경영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한 적이 있었나? 그런 모든 것들이 제대로 소통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홍보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이유로 홍보실을 믿지 못하겠다 하고, 홍보실은 항상 비용만 축내는 부서로 역할을 한정 받은 것은 아닐까? 만약 홍보실이 스스로 ‘경영자의 언어’로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면, 지금과는 달라진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경영(management)이다. 위기관리를 하면서 홍보를 이야기하고, 언론만을 이야기하는 홍보실은 제대로 위기관리의 리더십을 발휘 할 수 없고, 제대로 인정받을 수도 없다. 제대로 된 공부와 이해 그리고 이를 통한 위기관리팀내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최고경영자들에게 위기관리를 위해 ‘경영자의 언어’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일단 그들을 그 언어로 설득하고, 인정 받아야 한다. 그래야 실행 차원에서 더욱 더 효과적인 홍보/커뮤니케이션 언어가 구현 가능해 진다.

    일상적으로 기자를 만나고, 모니터링하고, 기사를 수정하고 하는 일로도 야근을 밥 먹듯 하는데, 어떻게 법과 재무 같은 어려운 공부를 하라는 것인가?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연구를 하려면 그것도 예산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홍보실 직원들이 위에서 시키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 종종 문제가 되는데, 무슨 여유로 공부를 하나? 말이 쉽지 나이 마흔이 넘어서 공부하기가 어디 쉽나? 등등 홍보실무자라면 많은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이해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홍보실이 스스로를 위해 ‘뜻을 먼저 세우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뜻을 세우고 일관되게 정진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드는 곳’이 홍보실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그렇게 많은 영향력자들을 많이 만나고, 커뮤니케이션 하고, 그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데 익숙한 부서가 홍보실 말고 또 있을까?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올해부터 공부를 해 보자. 홍보실이 성공해야 회사가 성공한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